CategoriesDiary

2020 가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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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절을 담아 당신에게 띄웁니다.

당신의 계절은 당신을 닮아 더 많은 색으로 가득하겠지요. 그 색들이 낱실홑실로 겹겹이 교차해 당신의 목 언저리에 둘러져 있겠지요. 그래서 당신과 닮은 풍경 속 보호색이 되어 이 계절의 망상과 고독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고 있겠지요.

생의 어떤 순간에 만료되는 무엇들 때문에 나는 쉬운 연락도, 어려운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만료에도 또한 유효기간이 존재해 만료가 만료되어 다른 물성으로 변하는 그 순간 새로운 연락이 시작돌 지도 모른다 생각을 키워 봅니다.

수많은 날 걷고 걸어 한강의 여러 다리를 걸었던 날들의 안부를 담아. 만료되지 않은 기억을 담아. 그 날들의 기억과 만료된 그 무엇의 조합으로 이렇게 난 나의 계절을 사진에 담아 당신에게 띄웁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과 함께 들어와보아도 좋았을 것 같은 풍경 속에서.

CategoriesMoive/TV

<먼훗날 우리> 后来的我们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5092

주동우 때문에 이어 봤는데
이건 뭐…
이런 이야기 좋지 않아.

后来的我们 영화 OST보다
왠지 난 이게 더 주제곡같았지.

영화 보는 내내 머리 속 턴테이블을 돌며 화면과 겹쳐졌던 곡.

내 인생에 몇 개 안 본 대만 소설 <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의 모티브가 튀어나왔고.

난 최고의 ex걸프렌드야. 나를 만나고 나면 그 다음 번엔 다 진실한 사랑을 만난다고.

돌이켜 헤아리기조차 힘겨운 시간 속을 헤쳐나오기 위해
해야만 했던 결정, 놓아야 했던 소중한 것들.

나중에 잘되고 나서
이런 것들과 재회해
그땐 그랬지. 그런데
What if 이랬을까 저랬을까 이러다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 주면서 안녕을 고하는 거….별로다.

너무 매력적인 두 사람이었지만
너무 예쁜 사랑이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고향가는 길이었지만.
너무 그리운 집이었지만.

그래봤자니까.

CategoriesMoive/TV

<소년 시절의 너> 어른이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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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2066

This used to be our playground.

첫 장면에서 바로 접속했다.
성장한 소녀가 영어 교사가 되어
칠판에 써 놓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이 문장.

소유 형용사를 바꾸었고
동사를 변형했지만
무엇을 발신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미묘한 바꿔치기는 퀴즈이자 힌트이기도 하다.

그래,
난 당신이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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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계, 각자의 방식으로 소외당하고
아무도, 아무 것도 없이
폭력의 세계 한 가운데 떨궈진 두 아이들이
서로를 돌보는 이야기.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께.
범죄를 무릎쓰고서라도 지탱해 나가는
겁대가리라고는 없는 둘 만의 폐쇄된 세계.

흔한 설정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를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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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녀는
다만 보호받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지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점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년의 지킴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필연적으로
수단을 초월하고, 마침내 목표 지점마저 뒤틀게 하는
생의 깊디 깊은 감정으로 바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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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를 찾아
저 멀리서 희미하게 비치는
빛을 향해 온몸으로 기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가여우면서도 좋았다.

소녀에게 입시는
꿈이라고 하기에도 사치스러운,
그저 이 황폐한 삶에 드리워진
유일무이한 동앗줄이다.

잡지 않으면
천길만길 현생 지옥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 버리는.

건물을 뒤덮은 붉은 현수막과 책상 위에 쌓인 참고서들
다같이 모여 외치는 숨막히는 집단 구호,
입시에 붙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세뇌시키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 위해
독하게 그 작은 몸을 투신하지만,

그토록 기다렸던 결전의 입시날에
길목을 가로막은 산사태처럼
소녀는 인생을 찾아온 운명앞에 무너진다 .

하지만 그 무너짐은
하나의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로 나아 가는
데미안적인 순간이다.

‘아무도 어른이 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네요’

생존만이 존재하던 칠흙같던 0과 1의 세계
그 너머의 선택을 하고, 아이는 어른이 된다.

이 과정을 돕는 어른이 있어 다행이었다.

소녀의 연기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었지만
특히나 심문실에서의 클로스업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한 영화 안에서 정유미가 안나 카리나로 변신한 듯한 느낌?

고다르의 비브르 싸 비 Vivre Sa Vie
안나 카리나가 < 잔 다르크의 수난>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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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동우의 얼굴은 이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파워풀했고
La mort! 죽음을 예감하는 잔 다르크와
황폐한 세상 속 생명의 가능성을 묻는 소녀의 질문이 일맥상통했다.

대신 죄를 짊어진 소년이라는 공통점에서
일본 드라마 < 백야행>도 떠올랐지만
그렇게 퇴폐적인 마무리가 아니어서 안도했고.

함께 어둠속으로 뛰어들자고 두 손 맞잡고,
어떤 설득으로도 흔들리지 않은 결기로
그 손을 놓지 않았던 소년과 소녀가

움켜쥔 깍지를 풀고
끝내 선택한 빛의 세계가 눈부셨다.

그렇게 알을 깨고 나온 주인공들은
Used to be에서 걸어나와
Is의 오늘에 이르른다.

감독이 던진 퀴즈의 정답은
This is our playground.

그들의 플레이그라운드는
계속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았다.
잠시나마 행복했다.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
여긴 내가 뛰어놀던 놀이터

This used to be my childhood dream
어린시절 꿈을 꾸던 곳

This used to be the place I ran to
내가 뛰어 놀던 곳

Whenever I was in need
내가 절실하게

Of a friend
친구가 필요했을때

Why did it have to end
왜 그렇게 끝나야만 했던가

And why do they always say
왜 항상 내게 그렇게 말했던가

Don’t look back
뒤돌아보지말고

Keep your head held high
머리를 곧게 세우고

Don’t ask them why
이유도 묻지 말라고

Because life is short
인생은 짧다고

And before you know
그 사실을 깨닫기 전에

You’re feeling old
이미 늙어버렸음을 깨닫는다고

And your heart is breaking
결국엔 상처를 받지

Don’t hold on to the past
과거에 집착하진 말고

Well that’s too much to ask
이해하려고도 하지 말라고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 (used to be)
여긴 내가 뛰어놀던 놀이터

This used to be my childhood dream
어린시절 내 꿈이 자라던 곳

This used to be the place I ran to
내가 뛰어 놀던 곳

Whenever I was in need
절실하게

Of a friend
친구가 필요했을때

Why did it have to end
왜 그렇게 끝나버렸던건지

And why do they always say
왜 내게 그렇게 말했던건지

No regrets
후회는 말라고

But I wish that you
그래도 난 니가

Were here with me
여기 나와 함께 있음 좋겠어

Well then there’s hope yet
아직 희망이 있지 않을까

I can see your face
니 얼굴이 생각나

In our secret place
우리만의 비밀 장소에서

You’re not just a memory
넌 내게 추억 이상이거든

Say goodbye to yesterday (the dream)
지나간 일들과는 이젠 안녕

Those are words I’ll never say (I’ll never say)
전에는 한적 없는 말들이야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 (used to be)
여긴 내가 뛰어놀던 놀이터

This used to be our pride and joy
우리가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하던 곳

This used to be the place we ran to
우리가 같이 뛰어 놀던곳

That no one in the world could dare destroy
그 누구라도 파괴할수 없는 우리들만의 것

This used to be our playground (used to be)
우리가 놀던 놀이터

This used to be our childhood dream
우리 어린시절의 꿈이 자라던 곳

This used to be the place we ran to
우리가 뛰놀던 곳

I wish you were standing here with me
니가 나랑 같이 여기 서있다면 좋겠어

CategoriesIT

FAANG All Star Show

‘독점’을 두고 펼치는 창과 방패의 대결. 수치로 무장하고 5시간의 전방위 공격을 막아내는 지구 최강 IT 어벤저스들의 직접 보이스는 한 편의 흥미진진한 질답 교본같다. 어떻게 독점을 정치 질문화하고 또 거기서 빠져나가는가.

* 우리는 독점이 아니다. 오프라인 업체 나아가 전 세계(중국)와 치열한 경쟁 상황이다;
* 우리는 상생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 안에서 먹고 산다.
*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는 사용자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된다.
* 우리의 사회적 기여도는 우리의 부작용보다 더 크며, 불필요한 영향력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선과 최고의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논리와 흐름이다…지구 최강 IT 어벤저스들이 각잡혀 혼나는 장면은 팝콘각이지만, 결국 정치는 IT를 모르고, IT는 이렇게 혼나는 게 억울하고…
요점과 무관하게 각자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폭로와 억울함의 평행선.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Also with $$$.

CategoriesDiary

인격의 모듈화 – dirty & honor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천둥 번개도 내리 꽂고
그 천둥 번개가 세상을 두 쪽으로 갈갈이 쪼개놓아 버린 것 같은 밤.

나 역시 그 중 한 쪽에 또아리를 틀고
페북과 뉴스와 온갖 커뮤니티를 돌며 이 갈라진 세계를 목도하던 중
그 분의 역사를 찬찬히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 뉴스 검색으로 접근 가능한
2004년부터 2018년까지의 뉴스들.
예상대로 그가 수많은 소송에셔
변호사로 피해자로 고소인으로 관여해왔음을 확인한다.
국정원이 낸 피소에서 승리한
국가를 상대로 재판에서 이긴 사람.

그 소송들의 여정이 무엇 때문이었으며
그 과정에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여다보며

역시.
그래 그래
전문가.

너무 잘 알아서, 너무 분명해서 그랬겠지.
너무 분명해서 패를 털고 파토를 내버린거지.

이랬던 그와
그랬던 그.

이 사이의
갭.

이 갭을 메꿔주는
어떤 명쾌한 논리나 설명을 찾아내어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봤지만
누군가 그런 설명을 하기엔 이미 쪼개진 세계는 각자의 난장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문득 든,
너무도 당연한 생각 하나.

그것도 그이고
그것도 그였지.

훌륭한 일을 한 사람도 그만큼 더티한 일도 할 수 있고
평소의 소신과는 다른 결론으로 치명적인 과오를 저지르고
타고난 머리와 훈련된 기술을 총동원해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

인간은 원래 이렇게 모순적인기 때문에
별로 놀랄 것도 없다는 것.

내가 원래 뭐 박원순 열렬 지지자도 아니었고.
크게 관심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원래 인간은 갭이 크다.
가까이서 크게 데인 케이스도 있었는데 뭘 그리 놀라나.
나도 그럴 수 있고.

어느 한 쪽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관점대로 뽑아내보면
각 진영의 편집자의 큐레이션 솜씨는 대단해서
그 어느 쪽도 스토리텔링이 된다.
그만큼 풍부한 소재를 제공한 삶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난 확실히 어떤 관점이었다가
오늘 그 분의 삶을 찬찬히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지며

더 중요한 것을 그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이 깨달음을 가지고
그 누구도 이상화하지 않고
모순적인 존재이며
이상화된 존재일 수록 그 모순의 갭이 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상을 향해 가되
한 인간을 이상화하지는 말라는 것.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기에
우리는 아름다운 대상에 의지한다.

대상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이상화할 필요가 없듯
그 누구를 비하할 필요도 없고
나 자신이 그렇게 못나지도 않고
두솔이 그리 대단한 회사도 아니며
그가 그렇게 희귀하고 뛰어난 존재도 아니었으며

뭔가 넘사벽의 미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대단한 존재들 앞에서 부들부들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 모순때문에 그를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그의 공을 깎아내리지도 말고
오히려 어떤 대상을 극단적으로 미화한 나의 프레임을 내려놓고
보다 더 fact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내가 본 것
판단한 것
나의 입장으로 살자.

그렇게 보면
그 역시 그런 모순된 인간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내 삶 역시 내 안의 그런 갭을 줄이는
노력의 어딘가 쯤에 내가 존재하는 것 뿐임을 깨달아야겠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며
나만 맞는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자.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문제는 과를 인정하면 그것을 빌미로 물어뜯기는 세상이라는 것.
그래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과를 인정했을 때 공은 산산히 흩어져 과의 똥물을 뒤집었고
그래서 팩트따위 뭣이 중헌디가 되어버린다는 것.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에는 취약한 인생관이지만
난 이 작은 나의 진영을 지킬 것이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니 편하다.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지.
그런데 그런 일도 하셨지.
인간은 둘 다 할 수 있는 존재다.
언제든 잊지 말자.

한 인간은 모듈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오늘 나의 입장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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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백의 순간들

헌백 시즌 데코가 참 예뻤다. 그 위에 올라가서 더욱 반짝거렸던 컨텐츠들. 다들 제 자리에 착 붙어 있어서 더욱 기특했던 녀석들. 그해 봄, 무너진 조직을 지키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첫 입장했던 현백에서 그렇게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 나왔었다. 벌써 반 년이 지나고 여름이 되었네. 이렇게 하나씩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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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Diary

다시 본다…

책장 아무 책의 아무장이나 펼쳐보기 놀이처럼
퇴근 전 랜덤하게 엣날 글목록을 찍어보니
딱하고 펼쳐진 글.

그러니, 이건 배웠다기 보다는
시간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흡수되었다라고 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오랜 시간 강제로 붙어있어야만 했던
두 이질의 접면에서 발생된 변색.
http://youzin.com/blog/?p=4444

이런 표현은 어떻게 생각해 낸거지.
N사 10년차 때 썼던 일기에 셀프 심쿵한다.

그 색을 나는 지금도 들여다 보고 있다.
무엇이 되려는가.

CategoriesDiary

Landscape of Labs

디지털이나 디지털같지 않은, 그렇다고 필름 같지도 않은
디지털 바디를 만난 필름 시대의 85mm

한 컷 한 컷은 뭔가 좀 아쉬운데
멀리서 잡은 같은 공간의 포트레이트를
순서대로 주욱 붙여 보니
횡으로 이어지는 신박한 맥이 보일락 말락한다.

망원 세로본능의 가능성…담번에 다시 제대로 트라이.
(이러고 맘먹으면 꼭 안 한다는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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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Diary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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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애써 기어오르는
삶의 고단함을 떠올리며 응원의 에네르기를 쏘려던 찰나
표로롱~ 발랄하게 날라아가버림.

정신차리고 보니…
타인의 취미생활에 의미두기 있기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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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모스크바의 신사

http://www.yes24.com/Product/Goods/61842744

36년을 갇혔다 탈출하는 남자의 이야기. 이렇게 빠삐용과 쇼생크의 맥을 잇지만, 수용의 실상의 사뭇 다르다. 어두컴컴한 감옥에서의 비참한 고립 대신, 고급 호텔에서 끼니마다 S급 요리사가 내놓은 메뉴에 와인이 서빙되고 어떤 밤은 연회가 펼쳐지는 감금이다.미모의 여배우와 VIP룸에서 사적인 오후를 보내는 비밀스런 사치의 순간도 있다.

그래도 이것은 결국 격리다. 우리 모두가 지나왔고, 또 앞으로도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할 것. 책장을 펼치고 볼쉐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의 지배하는 격동의 소비에트 연방, 모스크바의 센터 메트로폴 호텔 속으로 들어간다. 가끔씩 궁금해지는 타인의 격리 속으로.

선동적 시를 쓴 귀족 계급이란 이유로 인민 위원회로부터 평생 호텔에 갇히는 연금형을 살게 된 로스토프 백작. 귀족 계급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그는 하루 아침에 VIP룸에서 옥탑방으로 쫓겨나 갇힌 신세가 된다. 잠자리와 식사에서 활동 범위, 할 수 있는 일과 만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뀐다. 잘나가던 서른 세 살 러시아 남자에게 닥친 뉴 노멀의 시작이다. 앞으로 36년이라는 시간동안 계속될.

이 남자에게는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나가게 될까. 그는 이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현재 전인류에게 던져진 질문이기도 하다.

이 후 소설은 그의 생이 천천히 바뀌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반격보다는 적응이 주를 이룬다. 모든 것이 바뀌어도 결코 바꾸지 않는 자신의 안목과 태도로 새로운 삶의 형식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가장 먼저 추려지는 것은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의 리스트. 옥탑방 리모델링도 필수다. 하루의 스케줄과 식사의 프로토콜이 정해진다. 고뇌하는 대신 하루의 동선과 페어링할 와인을 선택하고, 정부를 비난하는 대신 그안에서 ‘의외의’ 역할을 찾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는 턱없는 추락이지만, 얼마나 멋진 발견이었는지.

이런 형식은 반복되는 삶을 조화로운 비율로 나누고 감싸는 우아한 액자 같았다. 견고한 뉴노멀의 루틴이다. 섬세한 장인의 솜씨로 한 땀씩 새겨져가는 세공품같은.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정교하게 묘사된 그 한 땀 한 땀을 음미하는데 있었다.

물론 비탄의 위기도 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지붕 위의 커피타임 열리기도 하고 고향에서 꿀벌들도 찾아오는 세렌디피티를 마주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과 맺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애정과 존중의 관계들은 지탱하는 힘이 되고, 선물처럼 따라오는 만남들도 풍성하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품격과 형식을 갖추고 지키는 사람에게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현상이 아닐까. 로스토프화 된 메트로폴 호텔은 우아한 소우주같았고, 그 안에서 로스토프는 조용히 자신의 센터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페북과 인스타를 이어달리기 하듯 뒤지고,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들락거리다 보면 어디선가 삶이 지워져 가는 듯한 불안이 몰려왔던 격리의 시간들. 조금씩 산소가 희박해져 간다고 느껴졌을 때, 문득 로스토프 백작을 떠올렸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건가요.

그는 나에게 답한다. 생존의 조건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삶의 품위는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결정한다는 것.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그가 남긴 메모이며, 이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다. 그리고 하나 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그것으로 그는 소련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런 아름다운 적응을 교훈으로 남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환경과 물아일체가 된 후 그 지배력의 포스를 모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는데…고급지고 대중적인 < 고도를 기다리며>일거라 예상했는데, 헐리웃 영화로 마무리가 된다. 추락하고 격리된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 대신 통쾌한 반전으로 이끄는 대중 소설. 로스토프 백작도 계획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 계획을 이룰 때까지, 때로는 형식으로 지탱해야 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때일 것이다. 아니 늘 그런 때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 어떤 사유나 결심보다는 나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으로 이 책에 감사한다. 읽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예쁜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해, 독서를 강제해 준 사람에게도.

형식을 정의하자. 나를 나로써 지탱하게 만드는 매너를. 그리고 그 매너를 일관되게 유지하자. 그 결과가 대탈출로 이어지든 아니든. 버거울 줄 알았는데 매 순간 흥미롭게 몰입했던 600페이지 분량 독서의 최종 결론이다.

격리와 제한에 갑갑해졌다면 어디론가 뛰쳐나가는 대신 < 모스크바의 신사> 어떨까. 격리가 해제되든 아니든, 어디나 조금은 감옥이라면. 아직 혼란하기만한 뉴노멀의 삶을 나의 품격을 다해 정의해 보고 싶다.

CategoriesBooks

철학의 위안 – 보통의 용도

알랭 드 보통은 지성의 이케아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상 용품을 판다. 기능성과 디자인, 가격과 품질을 두루 아우른 ‘모두를 위한 디자인(democratic design)’을 추구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구매자가 자기 집에 들여와 직접 조립을 하고 합이 딱 맞는 공간에 배치하는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참여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투자한 만큼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보통의 원자재는 예술과 철학, 인류가 축적한 지적 자산이다. 그의 비즈니스 모델은 도서관과 미술관에 널부러져(?) 있는 예술과 철학을 들여와 구체적인 용도를 갖춘 고급진 일상 생활의 필수품으로 가공해 내다 파는 것이다. 높은 안목으로 선별한 고매한 지적, 예술적 자산은 벽에 못을 박거나 뜨거운 국을 담아 내는 것과 같은 꼭 필요한 삶의 도구가 된다.

보통 팩토리의 공정을 거친 지식들은 합리적 가격의 국그릇으로 활약하는 고급 자기와도 같다. 구체적인 용도를 갖추었으되 품위와 깊이를 갖춘 제품들은 만족감을 준다. 벽에 건 순간 더 나은 삶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한 편의 액자처럼.

이번 저작의 재료는 철학이다. 보통은 커피 사업자들이 케냐나 콜롬비아의 오지를 탐색하여 발군의 커피 품종을 찾아내거나 가구업자가 보루네오 등지를 뒤져 희귀한 원목을 찾아내듯 철학의 도서관을 뒤져 우리 삶을 개선시킬 사고의 원자재들을 찾아냈다. 소크라테스부터 몽테뉴를 거쳐 쇼펜하우어와 니체까지. 이런 재료들을 내 삶에 들여 활용할 수 있다면…최고가 아닌가. 마치 고흐의 해바라기를 액자를 내 방에 걸어놓듯 나의 사고에 세네카와 몽테뉴를 들여놓을 수 있다면!

보통 팩토리의 공정은 입체적이다. 때로는 분석가로 때로는 이야기꾼으로서, 때로는 연사나 세일즈맨으로 우리를 이끌고 설득한다.

당대를 살아간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철학가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기도 하고,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이 주장한 철학적 명제가 어떻게 형성되고 배반되었는지를 그리기도 한다. 목적은 그들이 다다른 철학적 사고의 경지들을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보통의 문제들을 연결짓는 것이다. 그들이 위로하고자 했던 그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바로 오늘 비탄에 빠진에 빠진 나이고, 그들이 대립했던 적인 오늘 열쇠가 맞지 않는다고 열쇠에게 화를 내는 나의 문제로 연결하는 것이 보통 팩토리의 핵심 공정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회의 시간에 손을 들고 사전 합의라도 한 듯 내 의견에 반대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소크라테스를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내 말이 잘못되어 위축될 일이 아니다. 내 주장이 탄탄한 논리의 사슬을 받치고 있다면 말이다.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일확천금을 벌지 못했더라도 에피쿠로스의 행복은 존재하며, 프로젝트 제안서든 프로포즈든 거부의 고통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생은 고통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니체의 사상을 어처구니 없는 업무 지시를 받아들이게 된다.

세네카가 자식을 잃고 고통에 수 년째 몸부림치 어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질문했다. 그래서 지금 그게 위로가 되는 거냐고. 공허하기도 하고, 온몸이 사슬로 옥죄어 벗어날 수 없는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 우아하게 떨쳐지는거냐고.

그렇지 않았다. 슬픔과 고통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 계속 곰씹으며 생각한다. 그건 결국 나에게도 일어날 일이라고.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참으로 이상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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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베를린에서 – Netflix 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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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예술 영화인 줄 알았는데, 4편의 시리즈와 메이킹까지 다 보고 나서는 이런 것이 넷플릭스적인 게 아닐까 싶었다. 무료 1개월 가입으로 겨우 대표작 몇 편을 정주행했을 뿐이지만, 플레이하는 편마다 모두 넷플릭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강렬한 세계였다. 시장 치킨을 먹다가 처음으로 KFC를 먹었을 때, 수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베스킨 라빈스를 처음 맛보았을 때의 느낌.

그리고 베를린에서

19살의 여주인공 에스티는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숨막히는 뉴욕의 유대교 하디시즘 공동체에서 걸어 나와 가방 하나 없이 입던 옷, 신발 그대로 미리 몰래 만들어둔 여권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 베를린으로 탈출한다.

딱히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지만, 상황은 예상대로(?) 복잡하게 얽혀간다. 받아주리라 생각했던 엄마는 레즈비언 연인과 동거 중이고, 랍비의 명을 받은 남편과 조폭스런 남편의 사촌이 합세해 뒤를 쫓는다. 심지어 그녀는 임신 중이다. 순혈한 유대 핏줄의 새 생명을 품고 유대인 학살의 역사를 품은 도시를 떠돈다. 탈출이 부랑이 되고, 대학살의 장에서 새로운 삶, 새 생명의 터전을 찾는 역설.

하지만 결국 용기와 결단, 재능과 운의 대동단결 총결집으로 그녀는 베를린에서 간절히 원했던 새로운 인생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꽤 괜찮아 보이는 독일인 남친과 음악가 친구들, 카리스마 넘치는 교수님 스폰서까지 단박에 겟한 채. 행운의 여신이 짓는 미소는 그 어떤 인간의 계획보다 치밀하고 찬란하다. 아니면 죽을 힘을 다해 낸 용기란 이 정도의 행운을 불러들이는가…

구속의 사슬을 끊어낸 자유를 향한 한 여자의 여정에 감동과 자극을 받으며 하게 되었던 질문이다.

하디시즘 – 희귀종

넷플릭스는 희귀한 것들을 자극적으로 다룬다. 희귀하다는 것은 소재에 있고, 자극적이라는 것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희귀한 것을 매우 디테일하게 잡아낼 때 감각은 요동친다. 그렇게 넷플릭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컨텐츠가 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뉴욕 속 하디시즘 공동체같은 것을 들이밀며.

귀 옆에 대롱대롱 매달린 곱슬 머리부터 의상, 식사 예절, 종교 의식, 가족과 남녀 관계의 매너까지 이건 글로벌 시대의 위아더월드를 무색하게 만드는 철저히 폐쇄된 그들만의 세상이다. 제 3자가 보기엔 기기묘묘하지만 그들에게는 매일의 일상이고, 시대를 역류하고 문명화를 포기하면서까지도 지켜내야 할 전통이다.

이 희귀한 하디시즘 전통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고증으로 디테일로 그려냈다. 마치 다큐멘터를 보는 듯한 경험이었다. < 타이거킹> < 블라인드 데이트>을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나. 이런 경험을 넷플릭스에서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몇 배로 쎈 19금 그알을 보는 듯한.

이 다큐멘터터리는 ‘난 남들과는 달라요’라고 말하는 한 여자의 침입으로 드라마가 된다. 제 3자임을 선언한 그녀는 그들의 이상함을 인지할 수 있는 존재이며,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짓밟히는 개인의 삶에 분노하는 관람자의 시선과 궤를 같이 한다.

그녀는 곧 결혼을 통해 그 남들의 본진 속에 던저져 온갖 모멸을 겪으며, 그 이상함을 수용하고 남들과 같게 살아갈지를 시험당하게 된다. 물론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대신 탈출을 선택한다. 실제 존재하는 볼거리에 대한 다큐적 흐름에서 삐져 나온 드라마의 시작이다.

행운의 여신 – 웰메이드 반전 드라마

하디시즘 커뮤니티가 다큐스럽게 그려지듯, 드라마 파트는 또 매우 전형적인 드라마스럽다. 탈출 이 후의 메인 테마인 음악 아카데미 입학까지의 과정이 그렇다. 매 순간 시의 적절한 운명적 만남과 운이 함께 한다. 4부작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치밀한 개연성을 셋팅하고 지루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서울과 베를린은 얼마나 다르기에 저렇게 처음 간 커피숍에서 운명을 바꿀 남자를 만나고 그를 통해 우정과 무작정 일박으로 교수님 눈에 띄어 며칠만에 그 지역 사람들에게도 8%밖에 가능하지 않은 장학금 시험에서 저런 반응을 얻는지(최종 합격 여부는 미정이지만)…노숙이다 뭐다 운명을 헤쳐나가는 지난한 과정같지만 산책하던 다리 아래서의 의외의 발견이 대반전을 포함해 따지고보면 엄청난 세렌디피티의 축복이 가득한 여정이다.

여기에 화룡점정인 엄마까지. 독일 시민권 서류는 몇 년 후를 내다본 엄마의 빅픽처, 신의 한 수 였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는 있지만, 자식의 미래를 예견하고 그때 짠하고 꺼내들 결정적 비기 하나를 던져주고 가는 엄마는 별로 없다. 계획이 있는 넷플릭스적 엄마였다.

한 소녀에게 전부였던 19년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길고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것 아닐까. 아무리 걸어도 짧아지지 않는 터널 같은 것…이건 < 프리티 우먼>과도 같은 게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헐리우드 드림처럼 탈출에의 동경을 부추키는 무책임한 환상같은 게 아닐까.

이런 딴지조차 미리 예상한 듯 오프닝 타이틀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텍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 실화는 넷플릭스라는 채널에서 치밀한 기승전결과 놀라운 반전을 숨겨둔 웰메이드 드라마로 다가온다.

<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희귀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로 접근한 뉴욕편과 전형적인 넷플 여주의 고난극복기처럼 보이는 베를린편의 이중주로 다가왔다. 양쪽 모두 넷플릭스적이다.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라 하스. 커다란 눈코입, 가늘고 밋밋한 어린이 몸매는 일반적인 미인의 기준과는 많이 달랐지만, 연기는 잊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에서는 가능하다.

희귀종의 딜레마 – 무경계
하디시즘 공동체는 악인가? 하지만, 드라마는 그들을 단순히 여인들의 삶을 짓밟는 소시오패스 집단 범죄자로 그리지는 않는다. 왜 그들은 그렇게 사는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설명들이 군데 군데 힌트로 주어진다.

무엇보다 그들이 그런 문화를 유지하게 된 배경에는 잔인한 대학살의 집단적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그저 받아들여야 할 일상을 의지로 지탱하는 집단이다.

그들이 그들이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억압은 무엇인가. 그것은 떨쳐내야 할 미개함인가 아니면 종족 보존의 기재인가. 에스티는 남다른 자각과 개인기를 발휘해 벗어난다. 하지만, 집단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을 선택한 여인들의 삶은 무엇일까.

어쩌면 무개념 신천지 같기도 하고, 어쩌면 스페인에 맞서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있는 올곧은 인디언 부족같기도 하다. 그들을 미개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폭력같기도 하다. 드라마는 답을 주지 않은 채 그 두 집단 사이의 어디쯤인가를 오간다. 이런 선악에 경계를 짓지 않는 수용성을 넷플릭스에서는 자주 접하게 된다. 희귀한 소재에 대한 판단보류의 시선이다.

이런 모호한 지점들은 결국 나의 삶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에 구속받고 있는가. 그것은 구속인가 생존인가. 왜 용기를 내지 못하는가.

차라리 명백한 선과 악이었으면 좋겠다. 용기는 낼 수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에서 벗어나야 하는가이다. 에스티는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음악을 찾아가고 있었다. 넷플릭스 속으로 들어가 드라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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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 Glory – 가장 사적인 당신

결국 해냈네요…감독님.

영화의 마지막 10초, 반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감정이 한 템포 뒤에 밀려왔다.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철들고 제 인생의 한 켠은 늘 감독님의 영화를 기다리고 보는 것이었어요. 속도계를 부숴버리고 폭주하는 인간들 때문이었어요. 모순되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이 빚어낸 난장판때문이었어요.

그런데 희망이라니요. 이렇게 분명하게 빛나는 희망이라니요. 그것이 이 기나긴 여정의 끝이었다니요. 이건 그 영화 속 결말들보다도 더 어처구니가 없잖아요. 감독님…그런데…

살바도르는 결국 해냈네요.

머나먼 마드리드의 어느 극장, 옛 연인이 무대에 올린 이야기를 지켜보던 남자가 흘린 것과 같은 색깔의 눈물이 내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프닝 – 우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늙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 빛. 반데라스는 수영장 물속에 미동도 없이 사지를 늘어뜨린 채 가라앉아 있다.

부력이 의지를 대신해 그를 떠받치고 있을 뿐. 영화는 불길한 사체의 냄새로 가득하다.

육체의 화신으로 각인된 반데라스가 다짜고짜 눈에 들이미는 육신의 쇠락. 하지만 놀란 건 백발과 흰수염, 근육이 빠져 나간 쭈글한 몸 때문이 아니다. 마침내 그가 수면 위로 떠올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그 안을 가득 채운 것. 비어 있음. 한때 모든 여자의 심장을 꿰 뚫었을 라틴 종마의 찬란한 빛이 공허로 꺼져 있었다.

영화도 안 만들고 뭐하고 사냐는 지인의 안부에 그냥 산다고 말하지만, 그냥 살아있다고 말할 때 그 삶은 이미 죽음을 가리킨다. 입으로 산다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의 눈빛은 정확히 죽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피끓던 젊은 날 열광했던 아이콘의 쇠락은 정확히 그와 함께 당도한 나의 삶의 같은 지점을 겨눈다. 알모도바르의 버스에 함께 실려 온 지난 이십년의 시간 뒤 맞이한 이 순간을.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얼마만큼 죽어있는가.

우리는 한 버스를 타고 있어. 알모도바르의 버스에…감염은 시작되었고, 너도 곧 저렇게 될거야. 아니 이미…

우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늙었다. 반데라스가 선언한 공지사항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이 후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 버스를 타고 들렀던 정류장과도 같은 세 편의 영화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켰다. 시간이 더해져 함께 나이 먹은 세 이야기. 나에게 이 영화는 매우 애정했던 세 영화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도착한 공동의 종착지였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너무나 밝은 빛이었다. 어이없게시리. 늙은 몸으로 뒷덜미에 내리꽂은 알모도바르의 완벽한 배신이었다.

내가 사는 피부 – 육체

영화의 시작. 살바도르의 고통(pain)의 면면은 속속들이 육체적인 것이다. 인간을 죽음으로 이르게 만드는 온갖 병증이 나열된다. 육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환각의 순간은 자신의 전 여생을 돌아보는 기나긴 기억의 여정이 된다.

육체는 < 내가 사는 피부>의 주요 테마다. 한 인간을 완벽하게 소유하기 위한 육체의 해체와 변형. 하지만, 여기서의 육체는 겉면, 즉 피부였다. 해체의 대상과 주체가 있었고, 들끓는 욕망이 드라이브한 인위적인 해체였다. 그렇기 때문이 거기서 피부를 벗겨낼 때는, 고통스럽고 기괴한 풍경 속에서도 깊은 탐욕의 단 맛이 전해져 왔었다.

이 영화에서의 고통은 육체의 속, 장기의 변형으로 깊어졌다. 욕망이 아닌, 욕망이 거세된 몸에 들어닥친 사고. 그 누구의 욕망도 개입되지 않는 육신의 속절없는 쇠락이다.

이 몸 속의 변형은 더 이상 실사로 그릴 수 없어, CG가 등장한다. 그래픽을 사랑하시고 기가 막히게 쓰시는 알모도바르 감독님 영화 속에서 그래픽 같은 장면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나긴 진짜 그래픽은 처음이었다. 그게 신체의 장기에 관한 것일 줄이야. 감독님이 추구해 온 존재의 해부학은 이렇게 생 몸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깊이에 이른다.

늘 감독님의 집요한 육체의 현미경이 어디까지 파고들까 궁금했고, < 내가 사는 피부>를 보고 나서 여기가 그 종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장기가 남아있었다. 한 인간을 파헤쳐 눈 앞에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마지막 레벨. 뭐, 이 다음은 세포와 바이러스를 들고 오시려나.

귀향 – 엄마

중독은 잠시나마 현재를 잊게 만들고, 육신의 고통이 잠시 자리를 내어준 사이 환각과 기억 사이의 시간은 어린 시절을 소환해낸다. 곧 소멸할 존재에게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치유의 순간같다. 햇빛이 부서져 내리고, 노랫 소리가 들려 오고, 거기에 엄마가 있다. 알모도바르의 엄마가. 우리 인생의, 아니 최소한 알모도바르가 심어준 세계의 지분 속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빨래터의 찬란한 빛과 강인한 여인들의 노래…자연스럽게 영화는 < 귀향>을 소환한다.

아무리 가난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여인들.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시냇물에 빨래를 하는 여인들. 역사에 담요를 깔고 자고, 초콜렛을 잘라 넣은 빵으로 끼니를 떼워도 무너지지 않았던 엄마들. 비가 새는 토굴을 아름다운 갤러리로 가꾸어 내고야 마는 너무나 익숙한 존재들이다.

잠시 엄마는 너는 좋은 아들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곧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엄마는 죽음으로조차 아들을 구한다. 영화는 기억의 환각 속 엄마를 불러 내 현재의 영화로 환생시키는 마법으로 끝난다. 그는 그렇게 구원 받았다.

나쁜 교육 – 사랑

시작은 아이맥 바탕화면에 저장되어 있던 파일 하나. 그 파일의 이름인 Addicion(중독)은 중독되었던 과거를 무대 위에 올리고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다시 그 중독의 대상을 만나게 한다.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쓴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만들 수도 있다.

전화를 받았던 밤, 살바도르의 떨리는 목소리. 설레임만을 증폭시키는 어설픈 밀땅 코스프레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마지막 키스와 참지 못한 눈물…이 순간에도, 말을 하는 것은 반데라스의 대사가 아니라 눈빛이다.

중독자였던 연인은 중독을 벗어나 정상적인 삶의 괘도를 찾았고, 중독된 그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 내가 오히려 중독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완벽하게 뒤바뀐 처지가 그를 실감하게 했을까?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갈까?
그러고 싶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아…살바도르는 이 순간 이미 해냈다. 감독님의 대놓고 던진 힌트를 내가 못 알아차린 것일 뿐. 가장 큰 중독, 사랑. 그 중독의 대상을 끊을 수 있는 그는 더 이상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마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육체를 회복하려한다.

이 순간 난 이미 나쁜 교육의 결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지막 대사. 사랑하는 엔리께…난 해냈어. 그 비극성을. 그래야 알모도바르지. 진정한 불행이란 이렇게 가장 희망적인 순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은 사래들림같은 것이 덮쳐오는 거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순간에 뚱보신부가 들어와 목을 비틀어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아니었다. 나쁜 교육에서의 그 비극이 뒤집혔다. 정말 해냈네요. 감독님. 그 사람을 문 앞에서 보내고, 약을 끊고, 현대 의학으로 육체의 겁박에 이겨냈어요. 그리고 페네로페 크루즈가 그 순간을 완성시켰다.

구원은 사랑으로부터…
사랑하는 그 사람들으로부터.

아 이 뻔하디 뻔한 결론을…
알모도바르에게서……………….

오스카

기생충 신드롬에 소름돋으면서도, 외국어 영화상 후보의 한 칸을 차지했다 조용히 지나간 < 페인 앤 글로리>가 내내 가슴이 남았있었다. 한 시대 앞서 오스카란 로컬에 그 누구보다 가장 사적인 것으로 인터내셔널의 아스팔트를 깔았던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부탁했었다. 다시 뜨거워져 달라고 그렇게 어처구니 없고 광기어린 알모도바르로 돌아가 달라고. 그게 아니었다. 삶의 날 것을 있는 그대로…식어버린 육체는 식어버린 그대로 스크린 위에 바치는 것이 알모도바르였다.

오스카의 최대 유행어를 조금 응용해 본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알모도바르, 당신 삶을 산 채로 도려내 스크린 위에 바친 사람. 뜨겁디 뜨겁던 아름다운 젊은 육체 뿐만 아니라 거의 사체가 되어버린, 그래서 이젠 김도 더 이상 나지 않는 노인 냄새 진동하는 육체조차 날 것 그대로 영화의 제단에 올려놓은 사람.이 보다 더한 사의 경지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감독님에 대한 나의 애정의 오해를 바로잡는다. 그저 대책없이 날뛰어서가 아니었다고. 그의 체온이 아니라 가공하지 않음을 사랑한 거라고.

각자의 온도로 뜨거웠던 세 영화가 이렇게 하나로 만났다. 누구도 데이게 하지 못할 미적지근한 온도로…그 사람에게조차 하룻밤을 허락하지 않고 문 앞에서 그냥 돌려보낼 정도로. 하지만, 격하게 부둥켜 침대 위를 뒹구는 것보다 더 깊어진 마음으로. 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 초상화 뒤에 쓰여진 편지가 도착하듯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알모보바르의 영화가 나에게 도착했다.

내 인생의 오스카를 당신에게 드립니다.

CategoriesDiary

2019 recap – into the storm

2018 recap
http://youzin.com/blog/?p=5171

1월
Gero y Marta Bootcamp/Workshop

2월
Alex Alberola Masterclass
Chris y Mar workshop

3월
BSBF Primavera – Pablo y Raquel bootcamp/workshop

5월
Korea Salsa and Bachata Congress – Michelle Morales Mambo bootcamp
Luis y Andrea Master class

6월
Cristian y Gabriella/ Berra y Laura masterclsss/workshop

7월
JeJu Latin Culture Fesetival workshop – Gero y Marta

9월
Korea Bachata Festival workshop – M.Angeles/ Frank y Gatica

10월
Sabacon – Pablito Mambo bootcamp

11월

Korea Latin Carnival workshop – Delia Madera/ Artia
Alien Ramirez mambo/afro cuban workshop

12월

Cristian y Gabriella bootcamp/masterclass/workshop
Inwoo Mambo bootcamp/workshop

Special Thanks to
세계적인 인스 못지 않은 한국의 스승님들

Son Nari y Garion
Gatz y Ja
Borah
Quebeck y Annie

많이 배우고 즐겼던 또 한 해~
쌓이는 스펙 만큼 멋진 소셜러가 되길.

2020 또 달리쟈 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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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Moive/TV

휴먼푸가 – 광주를 위한 제사

극단 뛰다 < 휴먼 푸가>
https://www.facebook.com/tuida.page/

푸가

휴먼 푸가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이 반복될까 궁금했다. 궁금증을 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장부터 바로 배우들이 몸으로 그려내기 시작하는 기호들.

무대에서 전개되는 상황과 호응하지 않고 독립된 언어로 반복되는 이 몸짓의 기호는 미스테리 서클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이런 형식과 내용의 이격은 처음엔 혼란을 주지만, 반복의 횟수가 늘어날 수록 괴리는 점차 좁혀지고, 마침내 기호는 극 전체를 관통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절실하게 발신하는 형식적 매개로 작동한다. 기호가 가진 추상화의 기제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건과 영향, 몸과 영혼의 경계를 허물며.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변하지 않는 것을 이용하는 것처럼, 같은 기호 위에 얹혀지는 각자의 다른 이야기들은 같은 광주 위에서 그 광주가 비틀어 놓은 각자의 다른 삶의 구체성을 노래한다. 같음과 같지만 같지 않음을. 각자의 생의 파편이 층층히 쌓여가는 불연속면 위에서 기호들은 때로는 격하게 파동치기도 하고 때로는 얌전히 누그러지기도 한다. 마치 멜로디는 최소화하고 리듬으로만 진행되는 원시의 음악처럼. 이 몸의 노래는 아직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 광주을 이고 가며 부르는 두 시간의 만가로 들린다. 이 길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배우

이 형식 안에서 배우는 표현의 적극적 주체라기 보다는 도구처럼 쓰인다. 대사는 감정을 뺀 기계적인 톤으로 발화되고, 상황의 재현이나 감정의 전달, 배우 면면의 개성은 억제되어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리듬이다. 대사의 높낮이와 속도, 몸으로 그리는 괘적의 베리에이션.

배우들은 일정한 형식적 아웃풋으로 엄격히 제한된 기계같다. 원작의 문장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실어나르는 대사는 육신을 잃은 망자의 한을 읊는 빙의된 영매의 소리처럼 들렸다. 대사를 말이라기 보다는 소리에 가까운 것으로 만드는 이 형식의 통제는 실제로 존재했던 그 시간의 비극성과 그 비극성을 오롯이 옮기고자 사투했던 작가의 문장을 다시 극으로 옮기는 단계에서 더 이상 가공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 혹은 그럴 수 없다는 포기로 읽힌다. 이렇게 배우들은 연기를 내려놓고 자신의 몸을 오롯이 극에 내어주었다. 제의에 바쳐진 육신으로써. 이것이 배우로서 광주에 바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공간

이런 공기 속에서 나도 자연스럽게 스토리에의 몰입이나 감상적 설득보다 제의에 참여한 엄숙함으로 극을 대하게 되었다. 관객과 무대가 서로 마주보는 대신, 관객석을 좌우로 나누고 그 사이에 들어앉은 무대는 이런 동참의 아우라를 짙게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이 무대를 훌쩍 뛰어 넘어 극장 전체를 넘나들고,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씬이 만들어진다. 배우들의 연기가 서로 합주할 때도 있지만, 동떨어진 어떤 배우의 씬은 떼어 놓고 봐도 흥미롭다. 두 셋을 묶어 볼 수도 있고, 전체의 그림을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관객은 시야를 줌인/줌아웃해 무대의 곳곳을 탐색하며 극의 큐레이터가 되어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게다가 봐야할 것은 무대와 배우만이 아니다. 극이 진행되는 시야에 강제되는 것은 객석의 나머지 반을 채운 반대편 관객들. 그들의 반응과 시선이 진행 중인 극에 걸쳐져 나의 경험을 간섭한다. 나는 여기를 보고 있는데 저 사람은 딴 데를 보고 있네. 저 사람은 이미 울고 있군. 종종 컨닝과 동요로 이어지는 이 간섭 현상은 가상 상황으로 분리된 극에 집중하는 대신 내가 지금 여기에 참여 중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함께 있지만 각자 다른 것을 보는 경험. 너와 나는 같은 것을 보면서도 또 얼마나 다른가.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함께 여기에 있다. 광주를 위한 시간에.

전체 무대의 맨 뒷편엔 병풍같은 벽이 놓여 있다. 산 자의 막다른 골목. 죽은 자는 넘지 못하는 경계. 죽은 자와 산 자의 공간을 나누는 무대의 시그니처. 그 앞에서 제의가 진행되고, 관객들은 옆에 둘러서서 함께 이를 지켜본다. 배우들은 그 병풍에 몸을 던져 그림을 새긴다. 산 자와 죽은 자,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자를 가른 폭력의 순간을. 그 병풍의 뒤에는 분명 광주의 관이 놓여있을 것이다.

오브제
이 제의에는 다양한 오브제가 등장한다. 화장의 결과물같은 밀가루가 산 자 위에 뿌려지고, 산 자를 둘러싼 유리병들은 위태롭게 쓰러지고, 기록될 수 없는 기록을 담으려던 카세트테이프들은 무너지고, 폐기된 증언의 책들은 펼쳐졌다 지워진다. 마침내 빨래줄에는 소리없는 비명의 상복들이 펄럭인다. 통렬한 비극의 증언이지만, 한편으로는 눈이 번쩍 뜨이는 흥미진진한 소재의 활용이다. 씬에서 오브제들이 등장할 때마다 흥미로운 퀴즈가 던져진 느낌이었다. 탐정이 추리를 하듯 그 용도를 상상했다. 그리고 그 오브제들의 역할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 나의 뻔한 추리를 넘어선 창의적인 변신에 감탄했다.

이 책을 다룬 어느 팟캐스트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들었을 때, 난 이 책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장의 참혹함에 언어의 한계를 느꼈고, 내내 벌받는 느낌으로 썼다는 작가의 언어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 휴먼 푸가>를 통해 비로소 < 소년이 간다>를 그리고 그 너머의 광주를 에둘러 만났다. 극이라는 것이 가진 본질적인 유희성 덕분에. 오브제는 이 유희성을 극대화했고, 이 극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감정, ‘재미’를 선사했다. 죄책감이 들 정도로 달콤한. 가장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조차 즐거이(?!) 만날 수 있게 만드는 뛰다 스타일의 완성형. 완전히 외면했을 지도 모르는 어떤 것을 직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만드는 유희의 힘.

뛰다
뛰다의 연극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어떤 경지에 올랐음을 느낀다. 뛰다는 항상 유희와 난장이었고, 소리와 몸의 서사였다. 나에게는 투머치 하다고 느껴졌던 구간을 지나 어느덧 정점에 이른 것 같다. 최소한의 것을 남겨 제련한 세련된 화술. 두말할 나위 없는 푸가였다. 푸가는 이 연극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뛰다의 제목으로도 어울릴 듯 하다. 이 뛰다 스타일이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나 어떤 결과물을 만들지 궁금하다. 가끔이라도 연극을 봐야겠다. 아니 뛰다를. 뛰다의 푸가를.

그 전에 우선 광주. 내년에 40주기가 되는 광주. 아직 광주 하나도 보내지 못했는데, 죄없는 자에게 내려꽂히는 폭력과 뜬눈으로 보내는 밤들은 계속해서 쌓여가기만 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골프장에서 호쾌한 굿샷을 날리고, 홍콩에서는 광주의 데자뷔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 이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무엇의 장례식을 치루어야 하는가.

CategoriesDiary

丹双歌

丹双之交 晩秋佳景
世稱閑心 自稱詩心

단풍과 쌍화차가 서로 벗하여 어우러지니
만추의 절경을 이루는구나.

세상은 이를 한가한 마음이라 하나
나는 스스로 시인의 마음이라 하네.

(생애 첫 한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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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쇼날 유니베르시티…

CategoriesDiary

2006년 가을

싸이월드가 닫히기 직전 극적으로 출토된
13년 전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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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Diary

서초 2019.10.05

지난 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나도 요령이 생겨서 예당 말고 최대한 집회 가까운 골목에 차를 대고
카메라까지 데리구 참석.

집회 진행이 정말 별로였다. 연설과 공연…그러자고 온게 아닌데.
우리들의 뭉쳐진 목소리가 대검찰청을 향해야 하지 않겠냐고.

애기들이 많이 보이더라. 뭐 안다고 검찰 개혁을 외칠까. 20년 후엔 너희들에게 부탁할께.
대학생들, 20대는 여전히 많이 안 보인다. 정말로 이 사태에서 느낀 상실감 때문일까…미안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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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도 많이 오셨더라. 남부순환 예술의 전당쪽 라인은 한 차선이 모두 관광 버스로 도배되어 있었음.

집회 끝나고 버스로 상경하시는 분들께 환호성을 보내니, 내 앞에 걸어가시던 할머니가 “우리도 지방에서 왔는데~” 그러신다.
“어디서 오셨어요?” 그랬더니 “거제” 그러고는 옆에 할아버지랑 같이 씩씩하게 걸어 나가신다.

어이쿠. 밥이라도 한 끼 사 드리고 싶은 마음. 토요일 저녁 잠깐 시간 낸 서울 사람은 그냥 깨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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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의 또 한 번의 중요한 순간.

CategoriesMoive/TV

#WhySoSerious It’s not so 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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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꿈과 세상의 혐오를 부르는 정신 질환을 동시에 가진 광대 전문 알바 호아킨 피닉스는 매번 놀림 당하고 시달리고 맞아 터지고 총까지 떠넘김 당해 억울하게 직업까지 뺏긴 후, 지하철에서 자신을 놀리고 구타하는 월가의 재수없는 부유층 세 명을 살해한다. 살인의 동력으로 그는 삶의 새로운 전기를 맞고, 꿈에 그리던 주류의 무대에 다가가게 되는 기회도 잡는다. 하지만 맞닥뜨린 과거는 엄마의 환각이며 달콤한 현재는 자신의 환각임을 깨달은 후, 그동안 성심성의껏 돌봐왔던 엄마와 자신을 조롱한 동료를 죽이고, 평생 동경해 왔던 대상을 생중계 방송 도중 처단한다.

한편, 그의 이 모든 행각은 사회 현상으로 전이되어 평범(?) 사회 부적응 또라이는 예의없는 부정한 세상에 맞서는 광기어린 히어로로 등극하고, 환각 속의 수퍼파월은 현실이 된다. 앞으로 벌어질 긴 이야기의 시작…

영화는 이해받지 못한 정신질환이 광기로 전이되는 과정, 그 광기가 사회현상과 만나 영웅의 탄생으로 폭발하는 또 다른 축으로 나뉜다. 그 첫 번째 분기점이 자기 방어로 촉발된 살인인데, 고담 시티의 억울한 중생들은 이게 우발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사고는 임계치를 넘은 고담시티 중생들의 억하심정과 조응하며 전대미문 정신질환 안티 히어로의 탄생을 이룩하는데, 이건 마치 헐리웃 로맨스의 여주 남주가 어쩌다 눈맞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수준의 절묘한 세렌디피티다.

폭도들과 또라이, 특혜를 받은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 세상을 바꾸려는 자와 정신없이 떠밀려 가는 자…더 이상 떠밀릴 곳도 없는 자. 웃기고 싶지만 웃는 병에 걸려 웃길 수 없는 자…너무 많이 본 듯한 이 설정에서 뭘 느껴야 할 지 모르겠다. 650억을 들였다는 이 영화가 도시의 쓰레기들의 반란을 그리는 아이러니? 슬픔과 광기의 경계를 허문 명배우의 연기에 대한 찬사?

쓰레기도 치우지 않으면 사회적 위협이 된다는 메시지를 강변하는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라니. 장르의 오락도 예술의 메시지도 아닌 애매함에 어디에 방점을 두고 봐야 할 지 좀 헤맸다. 재미든 철학이든 분위기든은 별로 상관없다. 무엇으로든 날 이겨주길 바라며 보는 게 영화 아닌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 플랫했던 이야기. 연기의 놀라움과 연기의 깊이만 남았던 결말. 취약한 개연성의 위험한 이야기가 천재적인 연기를 만나 찬사도 비난도 찝찝한 기형이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것을 해 버린 남자. 호아킨 피닉스.

근데 어쩌면 서울 탓인지도 모르겠다.멀쩡한 인간이 정신병자가 되어도 1도 이상하지 않는 이 난장판의 요지경 현실이 스크린 속 고담시티를 이겨버린 것일지도. 경찰 버스 지붕에 올라가 운집한 몇 백만 명 앞에서 문재인 간첩을 외치던 서초의 그 분이 인생 연기를 했다는 호아킨 피닉스보다 더 조커스러웠는지도…

#WhySoSerious 이 영화에 묻고 싶은 말. 웃기고 싶다고 하지 말고 정말 웃겨 줄 수는 없었던 거니….슬랩스틱에 터져나오는 원초적 폭소를 등골 서늘한 불쾌감으로 바꾸는 전위적인 모먼트가 조커가 아니겠냐고.

CategoriesTravel

My 2nd SF (1) 2019.5.27

지난 5월의 기록을 이제서야…ㅎㅎ
워드프레스, 맥, iOS, 구글 포토스와 관련된 여러 사정이 있는데 이하 생략.
최첨단 분야 종사자인데 어떤 때 나를 보면 원시인같음. ㅠ

암튼 현대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 중이고, 사진 올리는 파이프라인을 잘 만들어서
엄청 쳐 올려델테다. 남는 건 기록 뿐 이더라구.사건이든 경험이든 생각이든.

과거는 기록하구, 미래는 비저닝하구.
방향을 정해서 걸어가고, 지나온 길의 기록은 열심히 남기겠다는 결심의 일환으로
남겨보는 지난 두 번째 SF의 기록.

To the China Town

별 기대 없이 산타클라라 출장에 붙여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샌프란 냄새라도 맡고 가자는 정도의 기대.

하지만 막상 도착한 SF.
내리자마자 역내를 도배한 mazon Go 광고와
로봇 카페 Cafe X, 여기 저기 방치된 Jump Bike
Scoot도 Bike 서비스를 시작했구나.

그래 이런 곳이었지. 샌 프란시스코.
캐리어를 끌고 숙소까지 돌아본다.

SF 공항을 떠나는 여행객이 떠넘기다시피 쥐어준
바트 승차권을 충전해 도착한 Montgomery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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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컨퍼런스 데모가 아니라 현실 광고로 집행되고 있는 도시.
어딘가를 따로 찾아 갈 필요가 없는
이 도시의 곳곳의 오퍼레이션을 경험하고 관찰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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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 별도의 태블릿으로 받는다.
지난 5월에 보고 왔는데 비슷한 시스템이 벌써 한국에 들어왔더라는.

근데 관광객을 위한 건지 실제 SF인들을 위한 건지는 아리송하다.
로봇의 깨방정 호객 행위와 커피 메이킹은 볼거리가 되지만
커피의 앞뒤에 놓인 문화는 결여된 느낌.

자판기와 바리스타 사이에서 이 녀석은 어디쯤 자리를 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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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마주치케 되는 블루 보틀.
줄을 안 서도 되는 한적함에 이 곳이 어딘 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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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한 숨도 못 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본다.
어따피 일정도 게획도 따로 없다.

차이나타운에 잡은 딱 하룻밤용 게스트하우스가 그렇게 서둘러 찾아가야 할 의지가 솟게 하는 곳도 아니고.
설렁설렁 그냥 관광객 아니고 마치 보통 SF사람인 양, 자리잡고 느긋하게 달달한 아이스라떼를 홀짝거린다.
창 밖의 풍경에 멍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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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차지한 노트북족은 만국 공통인가. 동네 카페 느낌이 물씬.
창문 너머 맞은편 Target 로고가 다시 한 번 이 곳이 어딘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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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보틀에서 바라본 풍경.
맞은 편엔 아까 본 로봇카페 팝업 스토어가 서 있고
점프 바이크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서 있고. 샌프란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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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바이크보다 좀 더 진한 레드 색상의 스쿳 바이크.
아무 데나 버려놔도 쉽게 찾아 내 픽업할 수 있는 강렬한 색감들이
이 도시의 시그니처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괜히 라임이랑 점프 바이크 앱 켜서 주변을 스캐닝해 보기도 한다.
우버 콜 옵션을 살펴보기도 한다.

우버는 요금제 시스템이 바뀌었고,
점프 바이크는 파킹 존도 만들고
충전과 픽업에 클라우드 소싱 방식을 도입했고
라임은 영업 안하나. 바뀐 것도 있고, 재밌어진 것도 있다.

자유방임의 자유로운 무질서 안에서 체계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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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역에서 광고로 봤던 Amazon Go.
이따 다시 찾아올 곳인데 다시 찾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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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API. Your App.
API 광고를 단 버스가 다니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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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프리웨이트인의 심장을 흔든 Equinox.
무슨 그리스 성전같은 느낌이라 여기서 운동하면 여신될 것 같은 착각.
It’s not fitness. It’s life라는 문구도 심히 취향저격.

구글 맵스 찾아보니 영업 쩌는 초호화 회원제 클럽이라는데
그래도 한 번 이런 곳에서 열스쿼트 해 보고 싶구나. 하루 밖에 허락되지 않은 SF라 침만 흘리고 왔다.
냄새만 맡는다는 컨셉이 너무나 충실 ㅋㅋ 열심히 맡아야지 킁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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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을 뒤지는 SF의 부랑자들.
SF의 반은 길거리 라이프인 듯.

겨울과 비가 없ㅂ는 세계 최고의 날씨와
부동산 정책 실패, 극심한 빈부격차가 부른 현상.

출장 다녀오자 마자 기생충을 봤는데
SF에서 살아있는 기생충 라이프를 눈으로 목격한 직후라 더욱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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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우버러/구글러가 창업했다는 의료 컨시어저 서비스 Forward.
넷플릭스같은 정액제로 애플 스토어같은 의료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역시 냄새만 킁킁…다 들어가 보고 체험해 보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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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차이나타운까지 쫄래쫄래 넘어가서 AirBnB로 잡은 게하를 찾아내긴 했으나
숙박에 대해서는 사진도 언급도 생략한다. AirBnB 믿지 말자 백 만번 외쳤는데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
진짜 이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에 걸맞는 숙박 시설을 잡자. 아무리 하루 스쳐가는 거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짐만 살짝 던져주고.
SF 냄새맡기 콘티뉴.

Amazon Go부터 찾아가 본다. 무인쇼핑을 경험하고 싶었는데
길찾기에서 좌절. 기술 체험이 아니라 Amazon Go 찾기 미션이 되어버림

아까 오다가 분명히 봤는데 다시 찾아가기가 정교하게 짜놓은 도시 미로 격파하기 느낌이었다.

2D map과 GPS, 현재 위치의 헤딩에 의지해서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어딘가를 찾아가는 어려움을 뚫고
아뭏튼 찾긴 찾았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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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가 아닌 제품 감사 나온 QA 담당자로 빙의해서
제대로 작동하나 아닌가만 테스트 하다 나왔다.

물건 빼서 장바구니에 넣고
앱 켜서 업데이트가 되나 안되나 언제 되나 확인하고
다시 물건 제자리에 갖다 놓고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거기까지 가서 뭔 짓인지 ㅋㅋ 근데 정말 잘 되서 기술은 인정.

근데, 뭐랄까 그것 밖에 재미를 못 느낄 만큼
제품들은 별로 안 땡겼다.

주로 편의점 역할과 인근 직장인들의 간단한 한끼 간편식/도시락
을 공략하는 듯 했는데
나에겐 그다지 썩 맛있지도, 싸지도, 버라이어티하지도 않아 보여서 말이다.
무인 결제의 편리함만 머천다이징에 밀리더라.
오감의 결핍도 푸드 쇼핑에는 마이너스였다. 한국 이마트식 시식대에 너무 익숙한 탓일까.

그래서 그냥 다들 사오는 Amazon Go 초콜렛이랑 쇼핑백,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 들고 왔다.
매출 늘고 매장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던데, 이 역시 자판기와 편의점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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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적응 안되는 Unisex Restroom -_-

게다가 이 동네의 화장실 칸막이는 죄다 허술하다.
칸막이의 틈도 넓고 바닥도 뻥 뚫려있어서 뭔가 확 트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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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Bike Parking Zone도 들려서 냄새 맡아 보는데.
뭔가 여기의 죽돌이 죽순이 패거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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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앱을 리플레시하다가 뭔가 발견되면 바이크를 마치 제 것인양 타고 출동하고
조금 있으면 다시 여기로 모이는 것이는데.

아무리 봐도 일반 사용자 같지 않고
상당히 숙력된 점프 바이크 전문가 커뮤니티 같은데 말이다.
이들은 뭘 하는 걸까 추리 추리~ 해보지만 아는 게 없어서
이번에 새로 본 점프 바이크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앵벌이 하는 애들일까. 정도 밖에는…
(배터리가 다 된 바이크를 충전존까지 실어다 주면 얼마씩 적립해 준다)

아뭏튼 점프 바이크 시스템에 뭔가 2차 에코 시스템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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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스러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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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에 가서 괜히 AR 앱들도 실행 해보고 …
다 해봤던 거지만 유니언 스퀘어 애플 스토어에서 실행해 보니 더 멋있어 보이는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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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스 정류장의 맵과 안내 시스템은 이런 식이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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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의 마지막 여정을 위해 우버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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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Midway.

작년 Tech + Art Festival때 찾았던 곳이다.
많은 영감을 받을 줄 알았는데, 미국의 로컬 문화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만 배우게 됐던.
작디 작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한없이 인디한 작은 조각이었는데 그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문화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 집결적인 한국 문화, 그 안에 있어서 뭔가를 한 듯한 우리네와는 상반된 그들의 만의 리그가 매우 생경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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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투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타투 문화의 역사와 주요 아티스트의 작품, 타투 계열별 분류를 꼼꼼히.
이런 게 중요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여전히 나에겐 참으로 변방으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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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타투때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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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elop.
Ryuichi Sakamoto – Async 청음회.

Spatial Immersive Audio를 추구하는 집단 Envelop SF(https://www.envelop.us/envelop-sf)에서
Midway 한 켠에 스페이셜 오디오 청음실을 갖추어 정기적으로 음감회를 갖는데
마침 그게 나의 레이다에 포착되 거였다.
8시 타임은 마감되어 10시 타임으로 북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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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연장인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찾았지만
정작 나를 감동시킨 건 류이치.

이런 공간에 열 서너 명이 둘어 앉아 스피커와 어둠/빛에 둘러쌓여 음악을 듣는다.
Asycn의 첫 트랙 andata가 흘러나오는데..
Immersive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꼬박 36시간을 거의 못 자고 어둠 속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60분 넘게 들었는데
졸 수가 없었다.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귀기울여 들었다.

근데 물론 참가자 중 반 쯤은 아예 숙면에 빠져드시고
후반부엔 음악과 참가자들의 코고는 소리가 믹스되어 ㅋㅋ 뭔가 웃긴 분위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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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복귀
마이타이의 원조라는 집을 찾아가서 원조 마이타이 몇 잔 드링킹

SF 냄새맡기 투어의 멋진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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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미국의 현대와 중국의 과거가 한 씬에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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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Bruce를 만났다. May Bruce be with me.
그의 고향 San Francisc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