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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 여행의 순간들

Day 1 – 강릉 영진해변

비바람의 콜라보로
제대로 찐하게 만났던 첫 날의 바다.

아무도 없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성애자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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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차로 830km – 내키는대로 5박 6일 강원도 여행

코로나 터지고 첫 여행.
그리고 첫 자차여행.

맨날 스페인, 남미나 가고 싶었지
멀지도 않은 강원도가 이리도 좋았고나.

한때 카디즈in 그라나다out 안달루시아 종단 여행을 계획하며
렌트카 한 대 몰고 가고 싶은 대로, 맘가는 대로
가고 싶은 딱 그만큼만
마음껏 달려보는 그런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강원도에서 이뤘다.

교통사고의 트라우마에 여전히 떨렸지만
아무도 없는 강원도의 국도 구석구석을
첩첩산중 사이 굽이진 내린천을 끼고 돌며
나홀로 달리는 순간은
완전한 힐링이었다.

네비에 갬성핫플들을 찍고 갔지만
결국 이르게 되는 곳은
계획에도 없던, 알지도 못했던
어떤 낯선 바다.

결국 갈림길에서 핸들을 돌려 가게 되는 곳은
더 깊은 숲.

숲과 바다의
그 공기, 그 빛깔, 그 소리, 그 감촉.
아무리 애써도 담을 수 없었지만

내 몸은 기억하겠지.

830km를 달리며 누빈
그 순간들을 이렇게 일기로 남겨본다.
움직이는 동영상 일기로.

나를 치유했던 그 순간들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여행코스]

* Day 1 00:00
신림동 출발 – 영진해변 행파이브

* Day 2 00:47
영진해변 – 초당순두부 – 송정 – 버드나무 브루어리 – 카멜브레드 – 탐앤탐스 CGV – 강문해변 – 순긋해변 – 서피비치 – 영진해변 행파이브

* Day 3 02:43
영진해별 – 도깨비 해변 – 도깨비시장 – 복사꽃 마을 – 삼교리옛날동치미막국수 – 양양 소소한 이야기 – 갯마을 해수욕장 – 소소한 이야기

* Day 4 06:49
하조대 일출 – 곰배령 – 진동 산채가 – 오대산 별장 – 삼봉 자연휴양림 – 오대산 별장

* Day 5 09:32
오대산 별장 – 오대산국립공원 내면탐방지원안내센터 – 두로령 – 수월산방

* Day6 13:17
수월산방 – 치악산참숯가마 – 집

[들렸던 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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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파이브 https://www.instagram.com/hang.5ive/
영진해변 http://naver.me/x7vBMice
버드나무 브루어리 http://naver.me/FcagmVUE
카멜브레드 http://naver.me/GeW4mfZL
강문해변 http://naver.me/GeW4mfZL
순긋해변 http://naver.me/FgivZnbS
영화 도깨비 촬영지 http://naver.me/FQaITDb1
도깨비 시장 http://naver.me/5dxynSCy
복사꽃 마을 http://naver.me/5dxynSCy
삼교리옛날동치미막국수 http://naver.me/F4NtJZNr
소소한 이야기 http://naver.me/xgaT7kvf
곰배령 http://naver.me/xdIk7Uu8
진동 산채가 http://naver.me/GeW69VSy
오대산 별장 http://naver.me/FT0a7jON
삼봉 자연휴양림 http://naver.me/xQONcuxu
오대산국립공원 내면탐방지원안내센터 http://naver.me/52lZrjZw
두로령 http://naver.me/xevKMGpO
수월산방 http://naver.me/FLBKWcf0
치악산 참숯가마 http://naver.me/5OnGnO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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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2nd SF (1) 2019.5.27

지난 5월의 기록을 이제서야…ㅎㅎ
워드프레스, 맥, iOS, 구글 포토스와 관련된 여러 사정이 있는데 이하 생략.
최첨단 분야 종사자인데 어떤 때 나를 보면 원시인같음. ㅠ

암튼 현대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 중이고, 사진 올리는 파이프라인을 잘 만들어서
엄청 쳐 올려델테다. 남는 건 기록 뿐 이더라구.사건이든 경험이든 생각이든.

과거는 기록하구, 미래는 비저닝하구.
방향을 정해서 걸어가고, 지나온 길의 기록은 열심히 남기겠다는 결심의 일환으로
남겨보는 지난 두 번째 SF의 기록.

To the China Town

별 기대 없이 산타클라라 출장에 붙여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샌프란 냄새라도 맡고 가자는 정도의 기대.

하지만 막상 도착한 SF.
내리자마자 역내를 도배한 mazon Go 광고와
로봇 카페 Cafe X, 여기 저기 방치된 Jump Bike
Scoot도 Bike 서비스를 시작했구나.

그래 이런 곳이었지. 샌 프란시스코.
캐리어를 끌고 숙소까지 돌아본다.

SF 공항을 떠나는 여행객이 떠넘기다시피 쥐어준
바트 승차권을 충전해 도착한 Montgomery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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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컨퍼런스 데모가 아니라 현실 광고로 집행되고 있는 도시.
어딘가를 따로 찾아 갈 필요가 없는
이 도시의 곳곳의 오퍼레이션을 경험하고 관찰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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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 별도의 태블릿으로 받는다.
지난 5월에 보고 왔는데 비슷한 시스템이 벌써 한국에 들어왔더라는.

근데 관광객을 위한 건지 실제 SF인들을 위한 건지는 아리송하다.
로봇의 깨방정 호객 행위와 커피 메이킹은 볼거리가 되지만
커피의 앞뒤에 놓인 문화는 결여된 느낌.

자판기와 바리스타 사이에서 이 녀석은 어디쯤 자리를 잡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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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마주치케 되는 블루 보틀.
줄을 안 서도 되는 한적함에 이 곳이 어딘 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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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한 숨도 못 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본다.
어따피 일정도 게획도 따로 없다.

차이나타운에 잡은 딱 하룻밤용 게스트하우스가 그렇게 서둘러 찾아가야 할 의지가 솟게 하는 곳도 아니고.
설렁설렁 그냥 관광객 아니고 마치 보통 SF사람인 양, 자리잡고 느긋하게 달달한 아이스라떼를 홀짝거린다.
창 밖의 풍경에 멍때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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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차지한 노트북족은 만국 공통인가. 동네 카페 느낌이 물씬.
창문 너머 맞은편 Target 로고가 다시 한 번 이 곳이 어딘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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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보틀에서 바라본 풍경.
맞은 편엔 아까 본 로봇카페 팝업 스토어가 서 있고
점프 바이크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서 있고. 샌프란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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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바이크보다 좀 더 진한 레드 색상의 스쿳 바이크.
아무 데나 버려놔도 쉽게 찾아 내 픽업할 수 있는 강렬한 색감들이
이 도시의 시그니처처럼 곳곳에 박혀있다.

괜히 라임이랑 점프 바이크 앱 켜서 주변을 스캐닝해 보기도 한다.
우버 콜 옵션을 살펴보기도 한다.

우버는 요금제 시스템이 바뀌었고,
점프 바이크는 파킹 존도 만들고
충전과 픽업에 클라우드 소싱 방식을 도입했고
라임은 영업 안하나. 바뀐 것도 있고, 재밌어진 것도 있다.

자유방임의 자유로운 무질서 안에서 체계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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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역에서 광고로 봤던 Amazon Go.
이따 다시 찾아올 곳인데 다시 찾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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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API. Your App.
API 광고를 단 버스가 다니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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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inox

우우~ 프리웨이트인의 심장을 흔든 Equinox.
무슨 그리스 성전같은 느낌이라 여기서 운동하면 여신될 것 같은 착각.
It’s not fitness. It’s life라는 문구도 심히 취향저격.

구글 맵스 찾아보니 영업 쩌는 초호화 회원제 클럽이라는데
그래도 한 번 이런 곳에서 열스쿼트 해 보고 싶구나. 하루 밖에 허락되지 않은 SF라 침만 흘리고 왔다.
냄새만 맡는다는 컨셉이 너무나 충실 ㅋㅋ 열심히 맡아야지 킁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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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을 뒤지는 SF의 부랑자들.
SF의 반은 길거리 라이프인 듯.

겨울과 비가 없ㅂ는 세계 최고의 날씨와
부동산 정책 실패, 극심한 빈부격차가 부른 현상.

출장 다녀오자 마자 기생충을 봤는데
SF에서 살아있는 기생충 라이프를 눈으로 목격한 직후라 더욱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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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우버러/구글러가 창업했다는 의료 컨시어저 서비스 Forward.
넷플릭스같은 정액제로 애플 스토어같은 의료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역시 냄새만 킁킁…다 들어가 보고 체험해 보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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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차이나타운까지 쫄래쫄래 넘어가서 AirBnB로 잡은 게하를 찾아내긴 했으나
숙박에 대해서는 사진도 언급도 생략한다. AirBnB 믿지 말자 백 만번 외쳤는데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
진짜 이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나이에 걸맞는 숙박 시설을 잡자. 아무리 하루 스쳐가는 거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짐만 살짝 던져주고.
SF 냄새맡기 콘티뉴.

Amazon Go부터 찾아가 본다. 무인쇼핑을 경험하고 싶었는데
길찾기에서 좌절. 기술 체험이 아니라 Amazon Go 찾기 미션이 되어버림

아까 오다가 분명히 봤는데 다시 찾아가기가 정교하게 짜놓은 도시 미로 격파하기 느낌이었다.

2D map과 GPS, 현재 위치의 헤딩에 의지해서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은 어딘가를 찾아가는 어려움을 뚫고
아뭏튼 찾긴 찾았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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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가 아닌 제품 감사 나온 QA 담당자로 빙의해서
제대로 작동하나 아닌가만 테스트 하다 나왔다.

물건 빼서 장바구니에 넣고
앱 켜서 업데이트가 되나 안되나 언제 되나 확인하고
다시 물건 제자리에 갖다 놓고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거기까지 가서 뭔 짓인지 ㅋㅋ 근데 정말 잘 되서 기술은 인정.

근데, 뭐랄까 그것 밖에 재미를 못 느낄 만큼
제품들은 별로 안 땡겼다.

주로 편의점 역할과 인근 직장인들의 간단한 한끼 간편식/도시락
을 공략하는 듯 했는데
나에겐 그다지 썩 맛있지도, 싸지도, 버라이어티하지도 않아 보여서 말이다.
무인 결제의 편리함만 머천다이징에 밀리더라.
오감의 결핍도 푸드 쇼핑에는 마이너스였다. 한국 이마트식 시식대에 너무 익숙한 탓일까.

그래서 그냥 다들 사오는 Amazon Go 초콜렛이랑 쇼핑백,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 들고 왔다.
매출 늘고 매장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던데, 이 역시 자판기와 편의점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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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적응 안되는 Unisex Restroom -_-

게다가 이 동네의 화장실 칸막이는 죄다 허술하다.
칸막이의 틈도 넓고 바닥도 뻥 뚫려있어서 뭔가 확 트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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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Bike Parking Zone도 들려서 냄새 맡아 보는데.
뭔가 여기의 죽돌이 죽순이 패거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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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앱을 리플레시하다가 뭔가 발견되면 바이크를 마치 제 것인양 타고 출동하고
조금 있으면 다시 여기로 모이는 것이는데.

아무리 봐도 일반 사용자 같지 않고
상당히 숙력된 점프 바이크 전문가 커뮤니티 같은데 말이다.
이들은 뭘 하는 걸까 추리 추리~ 해보지만 아는 게 없어서
이번에 새로 본 점프 바이크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앵벌이 하는 애들일까. 정도 밖에는…
(배터리가 다 된 바이크를 충전존까지 실어다 주면 얼마씩 적립해 준다)

아뭏튼 점프 바이크 시스템에 뭔가 2차 에코 시스템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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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스러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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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스토어에 가서 괜히 AR 앱들도 실행 해보고 …
다 해봤던 거지만 유니언 스퀘어 애플 스토어에서 실행해 보니 더 멋있어 보이는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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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스 정류장의 맵과 안내 시스템은 이런 식이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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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의 마지막 여정을 위해 우버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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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Midway.

작년 Tech + Art Festival때 찾았던 곳이다.
많은 영감을 받을 줄 알았는데, 미국의 로컬 문화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만 배우게 됐던.
작디 작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한없이 인디한 작은 조각이었는데 그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문화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중앙 집결적인 한국 문화, 그 안에 있어서 뭔가를 한 듯한 우리네와는 상반된 그들의 만의 리그가 매우 생경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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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투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타투 문화의 역사와 주요 아티스트의 작품, 타투 계열별 분류를 꼼꼼히.
이런 게 중요하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여전히 나에겐 참으로 변방으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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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타투때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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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elop.
Ryuichi Sakamoto – Async 청음회.

Spatial Immersive Audio를 추구하는 집단 Envelop SF(https://www.envelop.us/envelop-sf)에서
Midway 한 켠에 스페이셜 오디오 청음실을 갖추어 정기적으로 음감회를 갖는데
마침 그게 나의 레이다에 포착되 거였다.
8시 타임은 마감되어 10시 타임으로 북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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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연장인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찾았지만
정작 나를 감동시킨 건 류이치.

이런 공간에 열 서너 명이 둘어 앉아 스피커와 어둠/빛에 둘러쌓여 음악을 듣는다.
Asycn의 첫 트랙 andata가 흘러나오는데..
Immersive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꼬박 36시간을 거의 못 자고 어둠 속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60분 넘게 들었는데
졸 수가 없었다.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귀기울여 들었다.

근데 물론 참가자 중 반 쯤은 아예 숙면에 빠져드시고
후반부엔 음악과 참가자들의 코고는 소리가 믹스되어 ㅋㅋ 뭔가 웃긴 분위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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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복귀
마이타이의 원조라는 집을 찾아가서 원조 마이타이 몇 잔 드링킹

SF 냄새맡기 투어의 멋진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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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미국의 현대와 중국의 과거가 한 씬에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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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Bruce를 만났다. May Bruce be with me.
그의 고향 San Francisc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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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2nd SF (2) 2019.5.28

다시 밝은 샌프란의 두 째 날.

그리고 샌프란 영영 떠나는 날 ㅠ

찍을까 말까 그리 망설였는데, 막상 와 보니 한 한 달 머물면서
냄새만 맡지 말고 깊이 들여다 보면서 푹 빠져 체험하고 싶은 동네다.

게하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빠삐용 모드로 탈출해
Breakfast in China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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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용 레스토랑보다는 그냥 여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평범한 로컬 레스토랑에서 덤플링 누들숲 냠냠.

맛이는 없어서 그냥 국물만 슝슝. 어제 밤에 마신 마오타이도 다 안 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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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오드리 햅번이 되어 여기 저기를
설렁설렁 마실다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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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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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도 거의 못 자고 개피곤쩔어
폰카로 구도도 안 맞추고 설렁설렁 찍어도
그림이 되는구나.

라이카를 잊게 해 줬던 캘리포니아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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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중국 할배/할매들의 포커판 천국.

어디든 비슷한 거구나. 도림천의 윷놀이든 신림동의 화투판이든 보라매 공원의 장기판이든.

다만 날씨가 좋아도 너어어무 좋다는 거.
이 좋은 날씨에 이 너른 곳에서 다 같이 모여 포커치며 보내는 노년의 삶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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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Sunshine filter

이렇게 차이나타운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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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우버를 3번이나 놓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캐리어를 들고 바트타고 향한 Mission.

그 거대 캐리어를 들고 미시온을 훑다니.
아무리 미시온이 핫플이라지만 참 나도 징한 년이다.

사진은 없지만 무척 거대 캐리어였음.
고난의 행군이었는데 미션 본능으로 해내고 말았음

Mission은 IT갑부들과 멕시칸들이 혼재하는
SF 최고 핫플이라고 들었다.

팔랑귀가 혹해서 이 구역을 훑으며
Mission에서 꼭 해야 할 list 벽돌깨기 미션 돌입.

1. Tartine Bakery

일단 찾아가기 쉽지 않았음. 복잡한 데 있진 않은데
Mission st.에서 땡볕에 (그 좋은 SF 햇볓도 상황에 따라 그냥 짜증나는 땡볕이 된다능)
거대 캐리어를 끌고 몇 블록을 걷고 또 걸어 갔기가 난해했고
그리고 지도에는 있는데 그냥 딱 봐선 도저히 어딨는지 못 찾겠더라.

문득 어제 Amazon Go 미로 찾기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확실히 이 동네는 겉에서 잘 보이게 포인트 주는 법이 없다.
밖에서 보면 있는 듯 마는 듯…간판도 험블하고 잘 봐야 보이는 정도.
핫플이라면서 동네도 한적하고.

근데 딱 들어가보면 분위기 반전.
겹겹이 줄 서 있고, 그득그득 꽉 차 있고.

거리는 부랑자들에게
실내에 또 하나의 Indoor world가 펼쳐진다고 ‘추정’되는
SF의 특징을 본다.

설국 열차,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내가 만약 SF를 다시 간다면, 그리고 그 동네의 이너서클을 알게 된다면
난 아무리 이 아름다운 도시를 훑고 다녀도 캐치하기 힘든
굳게 닫힌 철문과 가드 뒤에 존재하는
indoor world를 체험하고 파헤쳐 보고 싶다.

진짜 SF는 그 안에 있을 것만 같거든.
거길 가야 SF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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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타르틴 베이커리의 인도어는 이렇게 세이프.

한국에도 있는 걸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싶었지만
그래도 Mission에서 꼭 찍어줘야 할 것만 같은 곳.

음악과 인테리어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미쿡애들은 이렇게 큰 액자들을 무심한 듯 덕지덕지 걸어놓는 걸 좋아하나봄.
인테리어도 딱딱 맞추기 보단 대충 테이블 의자들 갖다놓은 느낌.
음악은 정체불명의 앰비언트 계열이었는데
Midway가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암튼 한국 사진과 비교해 보니 분위기가 많이 달랐음.
한국이 잘 인테리어한 깨끗하고 모던한 베이커리 느낌인데
여기는 케이크 갤러리 같기도 하고, 동네 빵집 느낌이 확실히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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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포스터 보니 베이커리만 파는 게 아니라
저녁 시간대는 문화 행사도 하고 그러나 보아요.

나에겐 버거운 거대 사이즈였는데
미쿡 사람들 흰 접시에 타르트나 케이크 받아와서 앉은 자리에서 포크로 푹푹 떠서
1인 1타르트 앉은 자리에서 몇 스푼에 원 킬 하는 거 보고 좀 질렸다.

난 욕심껏 다섯 피스(!!!) 샀는데 레몬 타르트인지 하나만 3일 먹음…
맛있는 데 너무 찐한 맛.
먹다 지쳐 다 못 먹고 한국으로 가져옴. 촌스러운 사람인가 봄.

바깥 테이블도 있었는데 역시나 부랑자 분들이
사람들이 남기고 간 타르트 케이크를 집어다 테이블에 앉아서 드시고는 하더라.
이젠 SF에서는 놀랍지도 않은 일.
더군다가 얼마나 패셔너블들 하신지. 레이어드 룩이라고 해야 되나. 내 츄리닝룩보단 백만배 세련되심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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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대형 마트 (이름 까묵)에서 발견한 브리 치즈.
브리엔과 브리 치즈..귀욥

암튼 여기서 눈돌아가서 엄청 food shopping을 한 나머지
거대 캐리어가 더더더 거대 캐리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쇼핑 백 몇 개가 더 얹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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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명물이라는 Bi-rite Icecream.
흐규…다들 투썸즈업에 마지 않는 SF 잇템인데
3일간 제대로 못 잔 지친 내 몸뚱아리에는 너무 맛이 강했다.

입에 안 맞아 거의 다 배림ㅠ

다시 가서 좋은 상태에서 제대로 트라이 해보고 픔.
하지만 암튼 찍긴 찍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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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건너 보였던 Dolores Park
잠시나마 잔디밭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지만
초거대 캐리어와 쇼핑백들과 과다 도보로 떡실신된 나에게는
저 한 블록이 부산행 장거리더라.

그래도 해보려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Mission의 마지막 미션을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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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려운 일을
드디어 해내고 만다.

부자 동네 Mission은
멕시코 음식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부유층/저층 믹스가 SF의 특징인건지.

어디선가 구글링한 Mission에서 해야 할 일 #1에 꼽힌 부리또 시식.
멕시코 레스토랑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눈에 띄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직진.
더 이상 걸을 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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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한 그대서 뭔가 더 제대로 인 듯한 부리또 집이다.
가공되지 않은 로컬 음식 추구자였나? 나말이야. 흠.
부리또와 타코 재료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거침없이 재료들을 썰고 볶고, 척척 말아주는 선이 굵은 집.

비싸지도 않았음 10불 좀 넘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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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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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무슨 부리또가 사람 팔뚝만한 사이즈로 나오는지.
터져나오는 라이스와 속재료좀 봐.
나 그냥 이 비주얼에 질려서 네 등분으로 작게 짤라달라고 사정사정한 거
한 조각도 못 먹고 다 놓고 나옴.

맛은 멕시코 아줌마가 해 준 것 같은 투박 소박 정겨운 맛이었던 것 같아.
사이즈에 질려서 제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받자 마자 빨리 여길 나가서 산타 클라라의 편안한 호텔로 가서 뻗고 싶은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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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렇게 SF는 안녕했지만
Missions completed in Mission

초스피드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열라 무거웠던 거대 캐리어와 함께
Mission 주요 포인트는 다 찍었다. 이런 한국인 스피릿, 이젠 배려야겠다; 몸 생각도 하쟈…

암튼 우버가 왔길래 남은 부리또 버려놓고 후다닥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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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Avatar Hotel.
크고 화려한 호텔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미쿡 좋은 호텔 가면 난 모든 게 다 너무 커서 힘들거든.
침대도 의자도 테이블도 세면대도…

게다가 야외를 면해있는 이 테라스/마당 구조도 참 좋았음.
넓고 시설 좋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공간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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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와인 한 잔 땡기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보이차 끓여먹고
탕에 들어가 뜨거운 물 속에서 힐링하고 나니
그제서야 3일간 못 만났던 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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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맛있었던 한국 컵라면, 컵밥.
완소 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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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때 난
여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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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in San Jose

어느덧 며칠의 시간은 흘러흘러…AWE 2019 잘 보고.

가열찼던 출장 기록은 여기에.

* AWE 2019 참관기 – Potential of a point
https://www.naverlabs.com/storyDetail/137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 그대로 보내기 아쉬워 잠깐 마실 나간 San Jose downtown
San Patricios

가게는 요렇게 생겨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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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데킬라 시음이 주 목적이어서
자리에 앉아마자 데킬리 추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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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 바텐더 어린이가 본인의 비주얼만큼이나
넘나 센스있게 추천해 줘서
야금야금 추가하다가 무려 5종의 데킬라 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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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도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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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베스트는 아래 저 녀석.

그 담날 뱅기 시간도 바쁜 나를
주류 전문점 찾아 우버타고 산호세 삼만리 하게 만든 장본인
휴우…무슨 데킬라에서 허브향 나고 막 그래.
숙성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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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te Leguas. Leguas는 높이 단위인데…7 레구아스라는 뜻이겠지.
잊을 수 없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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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호세 밤 거리 풍경은 서울이랑 다를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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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량의 데킬라에 취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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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게이바에도 들어가 보고
그냥 춤추는 난장판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거 비슷한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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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어서 금방 나와서 길거리 핫도그 시식
맛있는데 엄츙 매웠다. 세상에…
다시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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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쿡의 짧은 여정은 막바지에.
Niantic AR director…똑띠하더라.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잘 듣고.

이제는 집에 갈 시간. 어제 맛본 천국의 데킬라를 찾아 삼만리 돌입.
일단 만만한 월마트를 30분 걸어서 찾아가보니
술의 종류가 안습 ㅠ 차라리 한국 주류전문점이 나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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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걷고 또 걸어서 리큐어 샵에 갔는데
(지도에서 보면 짧은 거리지만 걷고 나니 40분 소요..)
그냥 술파는 술집이었고.

그래도 오며가며 이런 흔히 보기 힘든 캘리포니아의 보통 풍경을 접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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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긴 그냥 술집이었더. Liquors shop은 제품이 아니라 술집이라는 거 ㅠㅠ
암튼 한 두어 시간 헤맨 듯 하다. 왜 이런 시련이 나에게…가 아니라.
술에 대한 욕망과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그냥 가면 있겠지라는 방만함의 조합으로
늘 피곤한 인생이다.

그래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어서 어리버리한 나에게 마트 아저씨가 대형 주류 전문점을 알려주시니
이름하여 Total Wine.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서 내가 찾는 Siete Leguas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도 확인해 주신다.

우버타고 막히는 금요일 산호세 시내를 뚫고 Total Wine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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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천국. 헤븐.
진짜 딱 그 단어가 떠오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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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게를 삽으로 통째로 떠서 서울에 가져가고 싶었다.
작은 이마트 수준인데 온통 술이다.
캘리포니아 와인 천국이고 데낄라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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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도 끝에서 저 복도 끝까지 죄다 캘리포니아 까쇼고.
피노만 또 한 복도 꽉이고. 미친 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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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데낄라. 여기부터 사진에 안나온 저어기 까지 다 데낄라.
행복한 비명과 다 고를 수 없음에 대한 슬픔의 탄성이 동시에 터져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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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과도 같은 초이스 시간을 거쳐 심혈을 거듭해 최종 셀렉된 녀석들.
택스까지 내고 한국에 들여와서 시음결과 대대대대대대만족.

아읔 동동다리야.
진짜 거대 캐리어에 얘들까지 실어오느라 팔다리 빠질 뻔.
왜 그랬냐고 물으신다면 난 그냥 이렇게 살래라고 답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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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산호세 컴퓨터 박물관에서 치뤄졌던
실리콘 밸리 한국 IT 종사자 모임 K-Night.

듣긴 들었는데 무리한 일정이었다.
데니스 홍 박사님의 열정적인 강의조차 귀에 안 들어오더라. 쓰러지기 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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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SF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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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a In LAOS

광복날 빈둥거리다 우연히 발굴한

CHOA in LAOS 몇 점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어느 가을날.
라오스 총각 바이크에 매달려 1900고지 넘어 5시간 쌩쌩 달렸었다~

푸시산 정상이랑 꽝시폭포도 찍고.


살인적인 라오스 햇빛 막느라 패션은 테러지만,

그저 신나기만 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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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요기 찍었던 장소 ~ 루앙프라방
베스트컷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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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루앙에서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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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in Luang Pravang
루앙프라방 베이커리 본점에서 아침 먹으며 지난 8일을 회고중.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인생은 선택이고 무수한 가능성의 연속이며, 무엇보다 좋은 선택(=나를 믿고 마음을 따르는 선택)이
더 많은 좋은 일들을 불러들인다는 걸 깨닫게된 여행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옥판사 축제의 중심 비엔티엔으로 날라갑니다.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던 라오스 여행,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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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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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from 라오스

한 달이 지났어. 가득했던 ‘라오스’가 이제서야 비로소 잦아들어. 서울의 공기가 더 이상 싸늘하게 느껴지지 않고, 도시의 소음에 적막함이라는 수식이 떨어져 나갔어. 몸과 마음이 둘 다 비로소 원래 자리로 돌아왔네. 한 달 만에야. 9일의 라오스 여행이 끝난 순간부터 시작된, 그 자체로 짧지 않은 여정이었어. 갈 때는 고작 몇 시간의 비행이었는데, 돌아오는 데는 한 달이 넘게 걸렸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떠나는 일도 비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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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의 여행이였어. 16년 전 떠났던 첫 번째 태국 여행에 비견할 만 했지. 전혀 기대도 정보도 없이 간 라오스. 전 날까지 DEVIEW하고 정신줄 끊긴 상태에서 다음 날 아침 허겁지겁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야말로 비행기표와 카메라만 들고 떠난 여행이었어. 숙소도 교통도 액티비티도 아무 정보도 사전 예약도 없이 그 흔한 가이드북 하나 안 들고. 참으로 패기있는 나다. ㅋㅋㅋ

게다가 이 좋은 한국의 가을 날씨를 두고 우기에 살을 태우는 무더위라는 라오스 배낭 여행을. 도당체 지금 당신이 그런 여행을 할 나이인가. 내 인생 마지막 헝그리 여행이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럭셔리한 휴양 컨셉이리…동남아는 또 왠말이더냐. 파리, 바르셀로나, 피렌체 등등은 대체 언제 갈텐가. 순간의 돌발 선택에 방향없는 짜증을 내며 나조차 종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출발. 게다가, 표를 잘 못 끊어 하루에 서울-인천-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2번을 경유하며 4번의 입출국 수속;; 동남아 4개국을 순방하는 황당한 시작이었지.

하지만, 왓타이 공항에 내려 노련?하게 택시를 피해, 한참을 걸어나와 뚝뚝을 흥정해 잡아타고 비엔티엔 밤거리로 들어가는 순간, 쉴새없이 철커덩 거리는 뚝뚝의 승차감, 훅하고 몰려드는 무겁고 뜨끈한 공기와 이에 반응해 바로 이마와 등에 맺히기 시작하는 송글송글한 땀, 높아지는 몸과 마음의 온도, 덮치듯 밀려오는 시끄러운 엔진들의 소음, 코를 찌르는 싸구려 가솔린 냄새, 작은 오토바이에 2~3명씩 뒤엉켜 탄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정.

아, 처음 닿은 공간에서 원류에 합쳐진 듯한 편안함이 밀려왔어. 와야할 곳에 제대로 찾아 왔다는 걸 온 몸이 느끼는거야. 야! 이건 당첨이다. 대충 찍었는데 로또를 맞은거야. 행운이란 이런 것이다.

9일 내내 늘 웃고 있었어. 상황을 살피며 뺨의 근육을 뒤틀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그런 거 말고. 마음을 내려놓고 멍하니 있으면 심장에서부터, 호흡에서부터 퍼져나와 혈관을 타고 온몸을 흘러 입가에 까지 다다르는 그런 웃음. 감염된 거다. 라오스 바이러스에. 없음이 있음이 되어버린 내가, 그것이 내공이라 믿었던 내가, 있음과 없음의 경계를 가르지 않는 무개념 사람들 속에서 무장해제 된거야. 그래봐야 고작 9일. 라오스의 백 만분의 일도 못 봤을테고, 내가 본 것의 천 분의 일도 못 찍었고, 찍은 것 중엔 십 분의 일도 못 건졌지만 < 이상한 라오스 나라의 정초아> 앨범은 잊지 못할 장면들로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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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라오스의 귀요미들
* 애나 어른이나 착 달라 붙어, 서로를 끔찍히 돌보는 모습들
*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공동체 속에서 행복한 사람들
* 경계를 가르지 않으므로, 희박해보였는 소유의 개념
* 어디가든 한 컵 가득히 따라 권해 주던 Beer Lao
* 올라가야할 목적지를 특정하지 않은 이들이 가진 여유
* 차원이 다른 흥의 신세계 Okpansa
* easy come, easy go 뜨거운 나라 사람들의 심하게 쿨한 태도

난 말이야. 이게 진짜 럭셔리 여행이라고 생각해. 생각을 해봤어. 내가 보고 느낀 것, 내 감정에 생긴 일들, 주고 받았던 웃음들, 그 웃음이 내 마음에 한 일들…이런 걸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그건 도저히 가능하지가 않아. 바꿀 수가 없어. 몇 백만원? 몇 천만원? 몇 억?? 난 너무 많이 받고 왔다. 아름다운 것들을, 진짜인 것들을. 내 감정이 목말라하던 것들을.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가 않은 여행이었어.

하지만 왜? 왜 이렇게까지. 지난 한 달간 여러 각도에서 생각의 쿼리를 던져봤어. 여행 기간 중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생겼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를 여러 번 떠올렸어. 난 계속 걸었고, 걸어가다 보면 누군가를 만났고, 어떤 일이 생겼어. 그 순간에 나에게 필요한 것을 가진 사람이, 내가 해야 할 경험을 하게 해줬어.

하지만 더 신기한 건 떠남이었어. 그들은 제 역할을 하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거야. 아냐, 그들이 떠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계속 그렇게 끊임없이 걷고 있을 뿐이었던가. 그렇게 또 조금 걸어가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다른 사람이 나타났고 다른 일들이 생겼어. 그런 일들이 9일 동안 매일 매 순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 봐.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건너 이름모를 마을로 건너가. 거기선 마을 축제가 펼쳐지고, 신나게 춤을 춰. 자기 집에 놀러오라는 라오스 애기들을 따라 가, 쓰러져 가는 촌동네 집에서 11명의 형제 자매가 같이 사는 집에서 비어 라오를 대접받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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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털털털 해 지는 해 지는 시골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오면, 이번엔 시골길 한 구석 평상에 자리를 펼쳐놓은 옆 동네 사람들이 나를 불러세워. 맥주 한 잔 하고 가라고. 거기선 또 알딸딸해져서 스무살짜리 라오스 청년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다. 아이고 의미없다고? 근데 그 뜬금없음이, 그 기분이, 그 분위기가, 그 편안함이 ‘어떤’ 다른 의미를 만든다는 걸 짧은 글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네. 고백에 취해서가 아니야. 그 따위 즉발적인 고백이 난무하고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웃음 속에 잦아드는 그런 세상이 좋았으.

예술 초짜가 루브르에 들어 서면 이런 느낌일까. 쏟아지는 경험량에 압도되고 쫓아가기 바빠 생각은 저 뒤에 제껴놓았지. 들고간 신형철의 <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비행기에 내려선 한 줄도 읽지 못했어. 눈 앞의 현실을 프로세싱하느라 그런 섬세하고 복잡한 사고를 따라갈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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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비엥 폐활주로

낡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바라본 쏟아질듯한 방비엥 폐활주로의 별들이 마음에 가득해서, 최고급 세공품같은 신형철의 문장이건만 펼쳐볼 틈이 없었다구. 내 속에 아직도 이런 게 있었나 싶은, 순해지고 착해지고 빛이 나던 마음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아. 한 달이 지났으니까. 마음이 빛이 생기를 잃어가고, 나는 그냥 내 나이의 대한민국 직딩으로 돌아오는 거지. 천천히 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

그러면서 느낀 것 하나. 유교사상이란 게 아직도 얼마나 이 나라에 지배적인가. 여긴 내 집이니까 조금 더 막 던져 보자면, 유교가 얼마나 이 나라를, 내 삶을 망쳐버렸냐 하는 거야.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예의와 체면, 서열과 편가르기, 윤리 도덕, 사대, 효도, 남존여비, 상명하복, 가부장 따위들이 세련된 사회 규범으로 정제를 거듭해 왔지. 그 레가시에 매몰되어 남의 눈치보고, 경계 짓고, 가진 자의 기득권을 유지시켜주느라 정작 인간이 가진 본연의 순연함, 순수함, 인간이 타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들을 잃어버린거야.

그런 벽들이 없으니까, 사람과 사람이 저렇게 거리낌없이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가 있구나. 어린애와 청년과 아줌마와 할아버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농담따먹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구나. 가장 아름다움 춤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은 사람이 움직임이다.

펙킹오더를 따지지 않는 남자와 남자가 어울리는 건 참 멋진 그림이구나. 난 거대 건물에 끝도 없이 전시된 인류 최고의 예술품에 감상하듯 거리의, 거리에서 동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출물하는 다른 종의 인간들에게 감동하고 또 감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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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경에는 복잡한 규칙 대신 스킨쉽이 있어. 라오스에서 단 한 번도 유모차를 본 적이 없어. 비싸서 못 쓰는건가? 심지어 포대기도 몇 번 못봤어. 그냥 어른들이 애기들을 쌩으로 안거나 엎고 다녀. 그 밀착감이라니. 인간의 따뜻한 체온을 무한정 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참 다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 애들이 또 다른 더 어린 애기들한테 그 온기를 거리낌없이 나누어 주는 거야. 내가 봤던 너무 놀랍고 예뻤던 그림들….

게다가 내 아이, 네 애기 이런 경계도 희박해. 애들을 동네에서 다들 같이 봐. 그리고 눈 앞의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아는 척 하고, 안고, 이뻐해.

물론 애기 자체는 한국도 이쁘지. 작은 모양과 갓 피어나 자리잡은 눈코입들. 근데 라오스에선 그냥 애기들이 애기들처럼 막 자유롭게 뛰어노니까 그게 좋았던 거야. 우리나라에서 어린애들은 늘 부모 옆에서 보호와 감시를 받잖아. 사유지에 속한 귀한 소유물로서. 근데 그 경계를 벗어나 마음껏 뛰노는 애기들은 진짜 예뻐. 소유가 아닌 존재가 뿜어내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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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것과 네 것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 비로소 라오스가 공산주의 국가라는 걸 떠올리게 됐어. 심지어 그것도 모르고 왔어;; 아 이런. 그런데 사는 걸 보니 미리 알고 오지 않았어도 냄새로 맡을 수 있었어. 공산주의란 게 아주아주 조금은 이런 게 아닐까. 그래서 이런 걸 지킬 수 있는 토대가 된건가. 그렇담 마르크스님에게 약간은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그냥 따라 주던 비어라오를 이해할 수 있었어. 왜 누구나 그냥 지나가는 나에게 이런 걸 베풀지? 왜 나한테 공짜 술을 먹으라고 하지? 왜 어디서나 같이 합석하라고 하지? 왜 집에 놀러오라고 하지? 왜 자고 가라고 하지? 아니…왜 이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아니, 그런 거겠지. 이렇게 위험스러운 행동과 제안들이라니!! 내 직업의 80%는 이유를 찾는 일인데, 이 사람들에게서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그건 그들과 많이 다른, 출발부터 다르게 시작하고 다르게 만들어진 나라에서 태어나고 길러진 나의 프레임이었어. 그리고, 반복되는 제안과 호의들 그리고 그 결과와 그 과정에서의 나의 경험의 총체가 점점 내가 가진 프레임을 내려놓게 만들었어.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는 뭔가 다른 프레임이 있다. 그건 내가 가진 것과는 다르다. 그제서야 나 역시 웃을 수 있었어. 아무 이유없이 말이야. 사람이 사람에게 웃는 그 순간이 좋아서.

라오스가 좋았던 거? 난 예의와 도덕을 벗어던진 인간의 민낯의 아름다움을 본 거야. 관념에 훼손되지 않은 본연의 아름다움. 옥판사 전국 보트 대회 결승전 국가 최대 행사에서 북치는 남자가 북에 엎드려 자더라. 그런데도 아무도 안 깨워. 자기 차례 되니까 또 부시시 일어나 북치더라. 읏흥. 이럴 수도 있네. 어여쁜 처자가 길을 걷다 노인네가 들고가던 짐보따리 떨어뜨리니까 상황을 살피다 얼른 뛰어가 도와.

야~~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윗사람을 공경하지 않아도 되고,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니 저렇게 젊은이와 아줌마, 노인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즐겁게 농담따먹기 하면서 재미나게 수다떠는 구나. 세상 일이 이렇게 돌아갈 수도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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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어디서나, 도시든 시골이든 골목골목 모여앉을 한 평만 있으면 복붓이라도 한 듯 펼쳐지는 똑같은 모습이지만, 그건 도대체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풍경. 우린 다 끼리끼리지 않아. 비슷한 나이, 계급, 또 다시 그 안에서도 비슷한 높이들끼리 편갈라서 놀지 않아? 잘 생기고 예쁜 애들끼리, 비슷하게 사는 아줌마들끼리 …파편들의 사회. 서로가 서로에게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서로 할퀴어 대고. 기실 예의란 것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애정에서 시발되는 것인데, 그 이유는 없어지고 지켜야할 규칙만 남아 사슬처럼, 그물처럼 일상을 옥죄는 거지.

조선이 건국하며 새로운 권력의 이념적 깃발이 필요해서 들여온 유교라는 사상에 물들기 전의 고려는 굉장히 활기차고 개방적인 나라가 아니었느냔 말이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는 남녀상열지사도 분분하고 만두 가게도, 절도, 우물도 흥하고. 외교도 활발하고. 중국을 대국으로 모시지 않고 자존감도 가지고. 그걸 학교 때는 국가, 민간, 종교의 총체적 부패라고 배웠지. 물론, 뭐 이건 좀 더 상세한 역사적 지식과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긴 해. 근데 고려에서 조선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금으로 왔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계속 해보게 되는 거지. 뭔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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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는 환경의 차이도 있을거야. 일년 내내 상온이라 돈없어도 어디서든 등붙이고 자면 되고. 공동체가 발달되서 아무리 못 벌어도 굶지는 않을 수 있고. 스님들께 음식바치는 탁발도 결국 스님들이 공양받은 음식들을 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기 위한 사회 안전망, 재분배 메카니즘인거지. 공산주의라 사유의 개념의 희박하고, 종교는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다들 그 종교에 깊이 의탁하고. 무엇보다 모든 걸 결정하는 DNA부터가 다르잖아. 그런 세상과 우리 나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잠깐 보고 남의 나라 이렇쿵 저렇쿵도 옳지 않아. 잘 알지도 못함서~~ 사람사는 데가 다 거기서 거기지. 진짜 그렇기만 하겠어!! 달의 반대편도 그렇기만 하겠냐고. 힝 => 이건 머리의 소리.

그래도 어쩐지 라오스는 그런 것 같아. 일단 난 라오스가 너무너무 좋아. 정작 난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살 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그렇게 살고 싶으다 ㅠ) => 이건 마음의 소리 ㅎㅎㅎ

이런 걸 궁싯거리며 지난 한 달을 보냈고, 계속해서 겹쳐지던 두 개의 그림 중 한 쪽을 달래고 지워가며 아주 천천히 난 원래의 내 삶으로 돌아오게 된 거지. 짧지 않은 여정이었어. 여행이 끝나고도, 여행은 계속되기만 했지. 너를 사랑하고 돌아왔던 길도 꼭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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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제일 마음에 남는 사진

쓰고 나니 또 다시 그리워진다. 그 뜨거웠고 신기했고 설레였던 시간들.
다시 가야 하겠지.
가게 될 거다.
그게 몇 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또 가게 될 거야.
아직은 더 헝그리하게 다녀 보자. 배낭을 짊어지고, 카메라를 메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인간들을 만나보자.
다른 삶에 시선을 돌려보자. 더 넓혀보자. 이번엔 꽝시, 블루라군따윈 다 치우고 오롯이 삶을, 사람을 만나보자.
그리고 내가 세운 이 허접한 라오스에 관한 가설들을 실험하고 검증해보자.
다음 번엔 오토바이도 몰 수 있을까?? 내게 던지는 작고도 위험한 질문 ㅎㅎㅎ

끝으로 신.

Thank you, god. 그 어떤 여행 책자나 가이드, 트립 어드바이저 인터넷 서칭 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해 주신 분. 당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나는 모르지만, 난 저 위에 있는 당신의 존재를 믿고, 당신이 나를 위해 내려준 그 넘치는 것들을 기꺼이 받고 감사합니다. And I will follow your calling, again and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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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화천여행

쓰나미 업무도, 알람머신 스마트폰도, 심장을 찢어 놓는 매일의 뉴스도, 세상에 대한 오갈 곳 없는 분노도 모두 끊었던 1박 2일의 블랙아웃. 스위치를 껐다 켜는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단절을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 것을 얻었던 시간. 화천은 그러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몇 겹을 벗겨내고 원래의 질을 드러낸 듯한 공기와 물. 한 점의 이물질도 섞이지 않은 어둠.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던 별들. 담요로 몸을 두르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을 향해 깊은 숨을 토해냈다. 가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이 춤 비스무레한 것을 추며 어둠 속으로 아득히 날라 갔다. 꽤나 들이 부었던 알콜의 기운도.

아침에 눈을 뜨고, 펜션 창을 여니 이런 풍경
깜깜한 밤에 구불구불 산길 타고 올라와서 전혀 몰랐다. 이런 첩첩 산중이었다뉘;;

물론 그래봤자다. 얼마나 가겠나. 1박 2일 체험 타인의 삶의 현장에서 구한 힐링이란 것이. 하지만, 이렇게 긴급 대피하듯 도망쳐 나와 찍은 쉼표 하나가 간절했던 타이밍. 함께 했던 벗과, 환대해 준 벗에게 감사~ 근데, 이런 짧은 동행조차 십 수년 만에 가까스로 한 번이라니. 친구 맞어???-_-;

화천은 혜란이가 몸담고 있는 연극집단 뛰다(Tuida.com)가 5년전 터를 잡은 곳. 화천군이 10년간 무료로 내 준 폐교는 사무실과 연습실이 되었고, 거기에 극장과 제작실, 게스트하우스와 거주 공간, 텃밭 등 점점 살이 붙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강원도의 선명한 햇살 아래 하얀 이불 빨래가 널려 있었고, 화천에서 태어난 뛰다 멤버들의 2세들이 꺄르르거리며 뛰어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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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소박한 점심


본관 – 뛰다의 대표작 < 하륵 이야기>


뛰다의 주요 레퍼토리로 장식한 본관 입구


사무실 옆 작업실. place of making things.


잘 정리된 작업 재료와 도구들~ 와우


뛰다의 가장 최근 작품 < 바후차라마타>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 인도극단과의 합작품이라고. 못봐서 아쉽~


연습실 칠판 – 이런 상황들을 가지고 연습을 하나보다~~


고품격 황토 연습실~ 연습실의 황토벽은 멤버들이 직접 발랐다고.


희랍스타일 야외 극장도 제법 폼을 갖췄다.


운동장에 심은 계수나무. 크도 두터운 나무로 자랄 때까지 뛰다의 역사와 함께 하길~


처음 만난 혜란이 동생. 학교때부터 구제불능 문제아, 트러블 메이커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젠 누나의 조언으로 무대제작의 길을 뛰어들어 아주 잘 해나가고 있단다. 오호 놀~라~워~라. 작업의 포스는 이미 장인~~


운동장 한 켠에서는 좋은 볕에 이불 말리고


뛰다 화천 1세대 나모양. 어떻게 커나갈지 기대되는.


연출가 부부 요섭~ 주야씨 댁에서 담소 나누시는 두 대학동기 여사님들.
둘 다 있다. 심지어 하나는 상당한 차이의 연하다. 짱나!!! ㅋㅋㅋ
이렇게 사택?? 제공도 되는 훌륭한 뛰다~


텃밭도 만들었다. 작게 시작했지만, 어쨌든 직접 길러 먹어볼 요량이란다.
예술을 하려면 결국엔 삶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을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실천하고 있는 그들!
근데 나모가 심어서 삐뚤삐뚤 자라고 있다는 건 귀여운 함정~


뛰다 제작실. 무대장치들? 같은 거 직접 만드는 모양이다. 능력자들!
이 옆엔 제법 잘 지은 극장도 있었다. 원래 한옥 학교?같은 것이었다는데 극장으로 개조했다고.
참 열심히도 많은 것들을 이뤄가고 있다.


명배우 재영씨의 오후 과업은 제초작업. 예생일치라면, 이 또한 예술의 일부이려니~~
이렇게 모든 걸 직접 자기 손으로 만들고 지켜 나간다는 거. 참 멋지구리~

그런데, 오래 간만에 만난 이들은 점점 더 생활인이라기보다는 구도자로 깊어진 느낌?

뛰다를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엔 혜란이의 안내로
화천으로 귀촌한 조각가 이정인, 생태화가 이재은 작가(보리 출판사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셨던) 부부가 운영하는 갤러리와 작업실에 놀러갔다~


이정인님 기본적으로 가구 작업을 하시는데. 책상이며 의자의 퀄리티가 ㅎㄷㄷㄷㄷㄷ
가구에 아무 관심없는 최여사가조차 돈 벌어서 하나 업어가고 싶다는 발언을 할 정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만졌을 때의 기분좋은 느낌이란! 읗ㅎㅎㅎㅎ


예기치 못한 힐링은 너무나 공들여 잘 만들어진 물건의 결에서도 왔다.


하지만, 그냥 유능한 기술자 목수에 그치지 않으시고
나무를 활용해 예술의 경지에 이르셨다. 화천의 나무에 화천을 담아내고 계셨다.


나뒹구는 죽은 나무들에 색과 뜻을 입혀 화천을 흐르는 물고기로 새롭게 태어나게 하심 ^^


자투리 나무들을 모아 ~ 작품명은 ‘잡어’ 가운데 등에선 빛이 퍼져나온다.
그래서 굳이 ‘잡어구이’라 불러보았다. 술땡기라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 여기에 화천의 주요 랜드마크를 그려넣어,
죽은 나무에 화천을 담으셨다. 곧, 뛰다도 넣어주신단다~~


불치병 진단을 받으셨다는 데 화천에 내려와 완치되었다는 이정인 작가님.
옆에 Gallery 1 표식 나무도 화천에서 폐쇄된 다리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작가의 작업실. 페인팅 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주로 그림을 담당하는 이재은 작가님의 작업실일듯


남편이 주요 소재가 되는 작업이라~ 남편이 이런 데도 쓸모가 있구나.


목수의 작업실 탐방 ~ 비밀 공간을 흔쾌히 열어주셨다!
뭔가를 만드는 사람의 공간은 늘 살아있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비어있을 때 조차도.


나와서 한 컷


작업실 바로 앞 화천 율대 정류장 – 지나는 사람도 버스도 거의 없는 외진 이 곳에, 작가는 이렇게 공을 들여놨다.


이웃집 문패도 작가님 선물이라고~ 안에서는 옥분 여사님과 그 친구분이 담소중였다.


혜란이가 거주중인 신아 아파트. 아파트에서 중세 수도원의 스멜이~~


그리고 동네 한바퀴


화천 애기들


해질 무렵 화천천

많은 얘기와 웃음 속에 보냈던 시간. 친구의 환대와 뭔가를 만들고 바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았다! 호르몬의 이상이 야기한 나의 불치병도 잠시나마 호전되었다.

물론, 난 다시 숨가쁜 도시의 정글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 내가 선택한 혹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까를 묻는 나의 실험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별도 뜨지 않는 하늘 아래서 도시의 더러운 공기를 휘감고, 너와 나에게 무심한 이 이방인적 관계 속에서, 너가 없는 이 세상에서도 그래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즐겁지 않아도 살고 즐겁더라도 여기서 멈추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가를 묻고 또 물을 것이다.

이번 여행으로 느낀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삶을 일구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나를 설득한 것은, 어디냐의 장소가 아니라 꿈꾸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지닌 방향과 태도. 그러니, 화천의 그들도, 도시의 나들도 ~ 누구든 어디서든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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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7(일) 제주여행 DAY 4 – final

  • 애월 한담 산책로
  • 방주교회
  • 오름
  • 다랑쉬 마을
  • 오설록 티하우스
  • 메종 블뢰
  • 봄날의 아침

    햇빛을 받으면 더욱 예뻐지는
    알록달록 기분 좋아지는 색깔들.

    쥔장님의 감각이다.

    애월애담 산책로 시작점이자,
    너른 서쪽 바다를 앞마당에 낀 별 다섯개 최적의 입지.

    봄날의 시그니처 거대 커피잔.
    “당신의 봄날은 봄날에서부터”

    일어나자마자 설렁설렁 카메라 끼고
    서해를 낀 애월한담 산책로를 걸어본다.

    애월은 워낙 유명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
    하지만, 애월~ 곽지해수욕장으로 이어진 1.5 km의 산책로를 더욱 강추.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한 정취.

    특히, 인적드문 아침에는 더욱
    어제밤에 봄날 파티에 이어 숙소 선택의 탁월함에 스스로 뿌듯~

    왼쪽은 악어바위
    ‘바다에서 악어를 보았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되겠지’

    오른쪽은 붉은 고래
    ‘나는 보름에 한 번 붉은 고래를 만나는 사치를 즐긴다’

    아침 공기 마시며, 천천히 해가 뜨는 걸 느끼며
    잘 가꾸어질 길을 조용조용 걸으며
    빠듯했던 지난 4일의 여정을 돌아본다.

    나같은 늦잠형 인간에게 아침 산책/산행이란 게 정말 생뚱맞은 행위이지만
    4일을 반복하다 보니 그것도 익숙해진 듯~

    인간이란 동물의 싱기로움. 결국 적응하고 만다.
    있는 것에도, 없는 것에도.

    어느새 여명에 잠겨있던 에머랄드 빛 바다가 제 색을 드러내고.

    숙소로 귀환.
    갓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쏠로부대도 있고.

    게하의 숙소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집단 취침제.
    2층 침대로 배정을 받으면 오르락 내리락이 더 귀찮아지고.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써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하룻밤 숙박비 2~2.5만에 더 무엇을 바라리오.
    게다가 여행자들과의 만남~
    11시가 되면 대부분은 강제 소등이므로, 잡생각으로 늦은밤까지 뒤척일 필요도 없음.

    조식을 위해 봄날 카페로 모여든 어제밤 맥주 파티의 동지들.

    크로크무슈 + 아메리카노 한잔.
    별 돈 드는 재료 추가 없이도, ‘크로크 무슈’라고 하니
    그냥 식빵 샌드위치 보다는 훨씬 있어보인다.

    쥔장님이 디자인 출신이라는 데, 이런 감각이 곳곳에 배어있다.
    울 회사 디자이너들고 생각나고 ㅋㅋ

    밥 먹고, 어제 맥파의 동지들이자 귀요미 퍼레이드
    쥔들은 사진 찾아가세용~~ ㅋㅋㅋ

    우우 ~대 반전. 어제의 쭈글이 모태쏠로님께서
    아침빛을 받아 이렇게 대변신하셨다!!!

    이렇게 멋지신데 대체 왜 쏠로임???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그냥 ㅋㅋㅋ

    제주 여행 베스트 컷. 그냥 이모 미소 지어진다.
    바탕화면에 깔아놓을까 고민.

    귀요미들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타이어를 굴려 오늘의 행선지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차키 시동 걸어놓고 한참을 멍하니~ ㅋㅋㅋ

    사실 오늘은 딱히 가고 싶은데도 없는데

    일단 첫날 SUM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방주교회
    같이 묵은 분께 그렇게나 좋다고 꼭 들어보라는 강추를 받았었다.

    영혼없는 인증.

    그냥 그랬다. 건물 멋진데, 뭐 어쩌라고.
    다음 일정이 안 떠올라 한참을 차 안에서 고민 고민.

    부근의 아는 여행지라곤 오설록 티하우스밖에 없는데,
    너무 가기 싫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네비를 찍고 간다.

    방주 교회에 가면 누구나 찍는 반영샷

    가기 싫은 곳이 목적지 여서일까.
    자꾸 네비가 시키지 않은 곳으로 막 삐져나가서 헤매고 댕김.

    대나무숲이 마음을 끄는 마을이 있어 차세우고 돌아다니다 보니
    <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역시 4.3 항쟁의 아픈 기억이 새겨진 곳이고.

    어디가나 무덤과 4.3의 흔적들…

    신나게 뻥 뚫린 도로를 쌩쌩 달리다
    드넓은 차밭도 만나, 차를 멈춘다.

    오호라, 이것이 제주의 녹차밭이구랴.

    차 밭 옆에 ‘남송악(남소로기)’ 오름 표지판이 보인다.
    아싸 ~ 오설록 가기 싫은데, 오름이나 하나 더 올라 보자규.
    며칠간 단련된 튼튼해진 다리 덕에 오름만 나오면 반갑다.

    339m 의 낮은 오름.
    마침 아무도 없었고
    오르는 길은 그냥 평범한 동네 뒷산. (대신 소똥 잔뜩)

    하지만 올라보니 또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에서 이어진 도로를 질주해서
    내가 왔다구!!

    그리고 문제의 오설록티하우스~

    녹차아이스크림과 녹차과자 인증!
    끝!!

    그냥 녹차 박물관이었음.

    오설록 옆에 있는 이니스프리 체험관.
    각종 제주 한정판 화장품도 있었고, 수제 비누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지만,
    나의 목적은 건조한 손에 핸드크림 샘플 바르고 가기였기때문에 찍고만 왔다.

    붕붕붕~ 곽지 해수욕장 해녀의 집으로 이동.
    마침 모든 재료가 다 떨어짐;;

    비주얼 좋으시고, 단정하시고, 친절하신 쥔장님께 사정사정해
    남은 밥과 재료를 모아 성게 미역국 득템!!

    마침 그날이 1박 2일에서 요 식당이 출연하는 날이라고 했다.
    시간 맞으면 같이 보고 가시라는데, 나야 뭐 비행기 시작이 정해져 있어.

    이래뵈도, 1박2일 출연자들이 먹은 유명한 성게 미역국~~~

    그리고 나의 마지막 제주 코스 메종블뢰로~
    곽지 해수욕장에서 무진장 가깝다.
    사진 카페를 겸한 여행자들의 휴식과 사진 치유의 공간.

    공간의 모토는
    여행과 치유.

    사진작가/사진 치유사인 이겸님과
    그의 아내이자 예전 메종 편집장이신 임진미님이 만드신 공간.

    제주 한옥 두 채를 개조해 한 채는 카페로,
    또 한 채는 사진 교육 공간으로 쓰고 계셨다.

    특히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 제주도 여행학교>라는 것을 열어
    사진 공부도 하고, 글쓰기 공부도 하고, 제주의 숨은 곳을 기록하는 멋진 프로젝트를 열고 계신다.

    사진 공간이래서 솔깃했었고.
    무엇보다 중산간 사진전을 한다고 해서 꼭 보고싶었다.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땐 사진전은 이미 종료. 쩝.

    메종블뢰의 마스코트 무카

    창틈으로 내리는 석양을 받고 노는 무카는 그냥 예술.

    진한 예가체프 더치 한잔.
    그리고 옆집에서 직접 길렀다는 키위 한 접시.

    너무나 편한 공간이었다.
    평상에 앉아, 느긋하게 중산간 마을 전시를 카탈로그나마 감상.

    손수 꾸민 예쁜 공간.

    지친 여행자를 포근한 미소로 맞아주신 임진미 님과 무카의 순간.

    이거슨 평화.

    사랑방처럼 손님을 맞는 이겸 작가님.
    아쉽게도 10월 말로 카페는 종료. 장기 렌트하우스로 변신한다고 한다.

    이런 집에서 한 두달 살다보면
    맘이 해변가 돌맹이들처럼 동글동글해질 것만 같다.

    별 말 나누지 않아도 너무나 편안했던 시간.
    평화의 순간.

    이렇게 마지막 여정지에서 힐링을 가득 받고.

    세상이 또 내가 온통 금빛으로 물드는 시간.
    애월항에서 넋놓고 노을놀이하다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제주의 석양을 바라보며, 서울로.

    안녕 제주!

    서울로 오는 길, 세상은 어두워지고 마음은 차올랐다.
    오길 잘했다. 늘 오기 전에는 가기 싫은데, 끝나고 나서는 이런 기분이다.

    조용한 풍경들. 우연한 만남들. 걸었던 길들. 달렸던 길들.
    삶의 가능성이 쫙 ~ 하고 넓혀진 기분이었다. 여행자의 착시일 뿐이라도 그땐 그랬다.

    한번도 듣지않았던 내 폰의 음악.
    김포에 내려 처음으로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틀어본다.
    키스 자렛의 ‘ My Back Pages’ 리피트 리피트 리피트.

    키스 자렛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여행을 끝낸 자의 가슴이
    한 없이 부풀어 오른다.

    편안한 호흡
    깊어진 숨.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은 꼭 필요하다.
    자주는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꼭 마련해 주어야겠다. ^^

    유진이의 2013 가을 제주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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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26(토) 제주 여행 DAY 3

    • 지미봉
    • 하도리 (카페 하도/ Gary Knights)
    • 하도 철새 도래지
    • 월정리
    • 와흘리 (4.3 항쟁 희생자 위령탑)
    • 봄날 게스트 하우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이런 곳이다.
    바다를 코 앞에 둔 < 별방 게스트하우스>

    그러니까 어제 밤에 난, 이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을 해 왔던 것이다. ㄷ ㄷ ㄷ ㄷ ㄷ ㄷ

    원래 선택한 게스트하우스처럼 독특한 문화나 관계랄 것은 없었지만
    2박 3일의 여정에 지친 여행자에게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었던 곳.
    넓고 아늑한 샤워실, 너른 침대의 1층. (이틀 연속 이층 침대의 2층에서 취침;;), 팡팡 터지는 와이파이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어쩌면 밤마다의 술판과 시도때도 없는 뉴 피플들과의 만남이 다소 피곤하기도 했던
    고립, 휴식, 안락. 딱 그런 게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이렇게 좌충우돌의 가운데 딱 필요한 것이 딱 필요한 시점에 내게 내려지는
    누군가의 선물같은 체험을 난 여행 중에 시시때때로 만난다.
    고맙고도 당연한 일이다.

    아침 동네 마실. 개새끼는 늑대마냥 울어대고.

    말들은 우아하게 풀을 뜯는다.

    아침마실은 올레 21코스이기도한 지미봉 등반으로 이어진다.
    여행 내내 참으로 징하게도 올라댔다. 덕분에 다리가 얼마나 튼튼해졌던지. (과거형)

    여기도 무덤. 제주는 어디가나 무덤을 만난다.
    무덤과 길과 밭이 경계없이 늘어선 풍경도 이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는 되지 않는다.
    죽음을 생활의 터전으로 끼고 사는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
    사무실 옆 공터가 동료의 무덤이라면?
    뭔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풍경.

    서서히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는 돌담너머의 초록이들.

    그렇게 40여분을 오른 지미봉 정상. 와우. 멋졌다.
    역시 카메라는 잡아낼 수 없지만.

    왼쪽에 보이는 것이 우도,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일출봉.
    우도와 성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미봉.

    물과 땅과 빛이 하나된 장관이 펼쳐짐.
    와아~ 이런 것인가. 아침부터 기분이 탁 트인다.

    제주 땅끝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지미봉은 하도리 해변 솟은 동부지역의 대표 오름 중 하나.
    제주 여행에서 오른, 나의 여섯 번째 오름이다.

    충만한 감동을 가슴에 안고
    슬슬슬 기어내려와 게하에서 차려준 조식 먹고 (토스트, 계란 후라이, 수프)
    하도로 간다.

    혹시나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그녀를 만나기 전, 먼저 만난 그 남자.

    Gary Knights.
    http://www.garyknightphotography.com

    좁은 마을 하도리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딱 봐도 포스 철철 넘치며 나 예술가요~라고 붙여놓은 듯한 외쿡 남자 사람.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photojournalist.

    아리랑 TV에서 초청해,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
    게리 나이츠와 제주 여러 마을을 돌며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는 컨셉이라고 한다.

    다른 것도 아닌 포토그래퍼라니 호기심이 발동해
    어디 다녀왔냐, 주로 뭐 찍냐, 카메라는 뭐냐 등등등 게리 나이츠에게 물어본다.
    예전에는 저널류 (전쟁, 다큐멘터리 사진 같은 것) 많이 찍었지만, 더 이상 그런 것을 찍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것을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하도리에서도 마을의 해녀를 만날 예정이라고.

    관광지는 싫어서, 그냥 중산간 마을들을 돌고 왔다고 했다.
    어디냐고 굳이 물어보니, 와흘리란다. 4.3 항쟁 관련된 곳이라고.
    대략 6시간 후 이날 오후, 나 역시 그 마을에 가 있게 된다. 그 마을에서 지는 해를 보게 된다.

    당황스럽게도 촬영팀들이 나와 외쿡남자의 대화 장면을 찍어 갔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여행자와 대화하는 컨셉)
    부디 편집되기를;;

    대가의 촬영

    쪼르르 따라가 대가가 촬영한 지점에서 대가가 촬영한 피사체와 대가의 구도를 따라찍어봄이요.
    작품성? 어때?!

    게리씨의 카메라는 캐논이었다. 오막삼에 L렌즈 모시기 쯤이었겠지? 잘 봐둘걸.
    괴니 그런거 궁금.

    게리씨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그녀를 만나러 간다.

    카페 하도.

    부시시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문을 열어 준 그녀가 꾸민 공간은 작지만 아름다웠다.
    제주에서 많은 아름다운 공간을 만났지만, 그녀의 공간에는 그녀만의 색깔이 묻어 있었다.
    그 공간의 공기에도 그 색깔은 묻어났고, 그 공간에 흐르던 음악들에도 그 색깔은 비쳐났다.

    손수 수놓은 글귀.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아마 그녀 마음 속의 글귀인가 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머무름 없이 만날 수 있나.
    그렇게 각자의 액자 속에 나란히 닫혀 있는 두 사람. 평화로웠고, 조화로웠다.
    평화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카페 하도의 시그니처 공간. 음반이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운 햇살이 가득 드는 테이블.

    곳곳에 스민 그녀의 취향. 자기만의 감각의 제국을 만들어 놓았다.
    누군가를 참 깊이도 사로잡았을 그녀의 아름다움.

    근데 게리 나이츠씨도 그 향기에 이끌렸나?
    어느새 아리랑TV 촬영팀도 카페 하도로~

    마당의 테이블에서 또 이야기들을 나눈다.
    게리씨에게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기 말을 하기 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참으로 귀기울여 성의껏 듣는다는 점이었다.

    카메라 맨에게도 너는 회사 소속이냐 혼자 일하냐.
    회사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너는 어떤 것에 보람을 느끼느냐.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냐 등등등.

    인간과 타인의 삶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어찌 그것없이 예술을 하겠나.

    마당의 대화와 별개로 카페 안에서는 여자들의 대화가 오가고.
    게다가 카페 쥔장님이 ‘절친’으로 소개한 수상한 연예인도 만났다.

    수상한 그녀의 음악을 틀어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음악이 흐르고, 시간이 흐른다.

    수상한 그녀가 건네 준 선물은 그녀가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 셋이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앨범 속지로도 쓰고, 엽서로도 만들었다는 거다.

    거 참으로 출중한 능력자들이 즐비한 대한민국이다. 옥희의 영화에서였지. 요즘은 전국민이 사진작가라고.
    참으로 명언이다.
    진짜 이건 어디가서 사진이 취미라고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가는 곳마다 사방팔방에서 사진 능력자들 출몰.

    심지어 세계적인 사진 작가까지 만나고. 깨갱~ 전 그냥 카메라가 찍어요;;

    카페 하도를 빠져나와 만난 카페 하도 옆 집 아저씨.

    태어나서 평생을 하도에서 산 하도 토박이라고 하셨다. 4.3항쟁때 부모님 다 잃고 외조모 손에 컸다.
    하도라면 구석구석 모두 다 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문제 안 일으키고 산다고 했다.
    문제를 안 일으킨다는 것은 어버이 날이나 마을 잔치에 돈도 조금씩 내놓고 일손도 돕고 하는 그런 것.

    하기야, 제주엔 심히 촌구석에 너무도 이질적인 공간들이 문득문득 박혀있다.
    그것이 여행자에겐 낯선 매력이었지만 주민들에게는 자신의 공간을 위협하는 외지인들의 침투였을 것이다.

    문제 안 일으키고 산다. 는 것은 섞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섞이겠나. 담장 하나 사이로 카페 하도와 하도 토박이가.
    하지만 그렇게 수면에 낀 얇은 기름층처럼
    외지의 이질적인 것들이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공존의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뒷집은 사람이 빈 폐가다.

    누군가 살았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연고, 화장수, 다이어리와 알약. 살뜰해서 더욱 짠한, 버려진 삶의 흔적들.

    이렇게 토박이인 사람, 외지인인 사람, 버려고 떠난 사람의 공간이
    삼각 편대를 이루는 수상한 마을, 하도라는 곳이다.

    동네 앞 하도 철새 도래지로~ 왜 이리 보고싶었는지.

    광각이라 못잡아서 그러는데, 저기 날파리떼 같은 거 저거 다 철새임.
    찬란한 철세떼의 움직임을 광각이는 요렇게 밖에 못잡아 그런 거임 ㅠㅠ

    한 시간여 나 혼자만의 철새 도래지 산책.
    아늑한 느낌. 되게 포근했다. 오름과는 또 다르게.
    이름은 모르지만, 참으로 다양한 작은 생명체들이 군락을 이루어 생활하는 은밀한 곳.
    그곳에 나는 한낱 침입자였겠지만 생명들이 살아있고,
    (내가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생명들이 만족하며 사는 공간에서 퍼져나오는 포근함에 걷는 내내가 휴식이었다.

    그 소리와 그 빛과 그 바람을… ㅠㅠ
    하지만 나에겐 탄천이 있다!!!! 불끈.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생명의 풍경이란 얼마나 충만한가.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인간이라는 게 함정;;

    잠시 백마부인이 되어볼까라는 망상을;;

    한참을 걷고 나니 배고프다. 수상한 그녀에게 추천받은 석다원으로 붕붕붕.
    다시 한 번 렌트카 조으다 조으다 조으다!! 아무때나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거. 이런 걸 이 나이 되서야 ㅠㅠ

    김대중 대통령도 들고 가셨다는, 바로 고 전주에는 틴탑도 와서 먹었다는
    석다원 성게 칼국수 대령이오~~

    후르륵 후르륵 왜 이리 맛나나요.
    정말 맛있는 건 혼자 먹어도 정말 맛난다는 거, 이런 깊이있는 진실을 커플들은 모르겠지. ㅋㅋㅋ ㅠㅠㅠ

    바로 느이들같은 커플들말야!!!
    다음 행선지 월정리. 요즘 핫하다는 동부 beach.
    그 옛날 가로수길 러시를 떠올리게 하는 곳.

    월정리에 가면 누구나 찍어오는 의자샷. 나도 찍었다. 왔으니까요.
    인디삘이 개성넘치는 카페들이 그닥 흥미롭지 않았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고, 내 나이는 충분히 그럴 나이다.
    그런데 그런 장식들을 빼면, 그닥 여기 와야할 이유가 무언가 생각하게 되는 월정리였다.

    애정행각 셀카의 그럴싸한 배경이 필요한 커플이 아니고서야 말입니다!!!!
    (월정리 디스 아님. 그냥 토해내봄)

    월정리는 지금 이래.
    사방이 공사중. 벌써 아쉽다.

    월정리의 냥아, 너도 아쉽냐. 나도 아쉽다.
    그래도 잘 살자.

    차는 와흘리를 향한다. 활기 넘치는 중산간 마을.
    하도 중산간 지역을 헤매고 다니다 보니, 이제 최소한 중산간의 도로는 꽤나 익숙하다. 지리말고 그냥 지형만;;
    어쩐지 친숙하고 마음이 편해져. 언덕을 타고 능선을 돌아 운전하는 재미에 폭 빠져.

    불타는 토요일 해질녘, 나홀로 와흘리 산책합니다.
    유난히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았던 여행이었다. 와흘리도 그랬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조용한 토요일 오후였다. 신림동의 이 시간대도 그렇다.
    번쩍거리는 사거리 말고 잠들어 있듯 숨죽인 뒷동네, 뒷골목들.
    주말 오후, 거길 거니는 게 좋다.

    집과 밭의 경계도 없고

    길가와 마당의 경계도 없고

    그저 구멍 숭숭 뚫린 낮은 돌담

    동네 길가엔 귤이 그냥 막 자라고 있다. 맞은편은 무덤이다.
    길가에서 귤을 따 먹는다. 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살아있는 것을 죽어 있는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한다.

    다 익지 않아 퍼런끼 있는 귤이었는데도, 달고 맛났다. 이건 삶의 맛일까, 죽음의 맛일까.

    마을 어귀의 4.3 항쟁 희생자 위령탑.
    이걸로 억울한 죽음의 한이 풀어지겠나. 산 사람들의 자기 위로겠지요.

    이렇게 어디서나 만났던 4.3 항쟁. 결국 서울 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지슬 다운로드. 돈내고;;

    와흘리에서 내가 한 건 별 게 없다.
    그냥 텅 빈 마을 쏘다니고, 남의 집 구경하고, 귤 따먹고;;
    근데 그런 시간이 난 제일 그립다.

    어둠이 내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게스트하우스, 애월의 봄날로 향한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는 긴 주행. 중간에 시내는 막히기도 했지만
    결국엔 도착했다.

    봄날에서는 매일 밤 단돈 만원에 무제한 맥주 파티를 한다.
    당근 동참!

    어쩌다, 정말 우연히 요런 새파란 젊은이들(27세~31세) 사이에 끼어앉아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에 대해 듣게 되는 소중한 현장 체험을 하게 된다. ㅋㅋㅋㅋ

    뭐가 고민이고, 어디서 여자를 만나고, 어떻게 꼬시는지.
    텔레비전에서는 뭘 보고, 음악은 어디서 뭘 듣는지. 결혼관, 이성관. 살고 싶은 인생의 모습.
    밤사가 왜 그토록 그들을 미치게 만드는지. 마녀 사냥이 왜 이리 재밌는지.

    31세 남자가 27세 남자에게 건네는 진지한 인생 충고를
    나도 조용히 귀담아 듣는다.

    다 조으다. ㅋㅋㅋ

    여자를 한 번도 못 사귀어 봤다는 27세 남자애 이야기도 듣는다.
    내 눈엔 넘 이뻐 보였는데.

    얼마나 깊었는지도 헤아릴 수 없는
    은혜로운 밤이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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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25(금) 제주 여행 DAY 2

    • 모닝~ 아부오름
    • 김영갑 갤러리
    • 성산부근 해변도로
    • 용눈이 오름
    • 아끈다랑쉬오름
    • 별방 게스트하우스

    밍기적의 아침

    아침부터 개와 노닐고 계신 쥔장오빠님.

    써니허니게스트하우스는 자칭 상남자 두형제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 사실이 숙박지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함구.

    상남자들의 마당답게, 각종 운동기구들 즐비.

    그러나 정작 내부 시설은, 어찌나 알차게 구비해 놓았는지.
    종류별 샴푸에 여성 청결제, 옷갈아입을 때 쓸 샤워실 발받침에, 렌즈 세척액까지
    상남자들 속에 결고운 상여자가 살고 있는지
    세심돋는 배려들로 푸근해지는 써니허니였다.

    이른 아침부터 만화 삼매경

    나는 아침오름 투어에 참가!
    매일 숙박객들과 다양한 오름으로 투어를 가는 것이 써니허니의 특징이다.

    오름이 땡기지만, 혼자 오르긴 뻘쭘한 분들.
    혼자 여행에 프로그램이 다소 취약한 분들
    제주는 게스트하우스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잘 찾아보면, 숙박지 선택만으로 참으로 알찬 시간들을 보낼 수가 있다.

    하룻밤 자고 마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취향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다 같이 오른다.

    유명한 연풍연가 나무. 고소영 장동건…아 까마득.
    부디 생겨라.

    사진도 찍고

    사진도 찍히고

    이 분이 게스트하우스 쥔장오빠님. 아까 개와 놀던 그 분의 형님~
    좋은 추억거리 되라고, 열심히 사진도 찍어주신다.

    정말 훌륭한 게스트하우스.

    덕분에 나도 몇 컷

    SONY DSC

    아부오름 정상에서

    SONY DSC

    이른 아침부터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으신 정초아 작가님

    정상에서 다시 화산 분화구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오름 분화구 놀이~

    SONY DSC

    분화구에서 올라오는 길.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안녕 아부오름~ 제주여행 세번째 오름은
    이렇게 하룻밤을 같이 보낸 어린 칭구들과 함께.

    돌아오니 조식 타임!!

    흑임자 죽과 챠우더 수프.
    어제 내내 쌀알을 못 씹었던 나에게 저 흑임자 죽에 박힌 쫄깃쫄깃한 밥알들은 신의 은총이었다.
    밤새 썰고 갈고 한 감자와 각종 야채를 넣은 수프는 또 어찌나 맛나던지.

    어느 호텔에 견주어도 경쟁력!

    벽면을 가득 채운 추억들~

    모닝 오름투어와 조식의 분주함을 마치고
    다시 밍기적 모드로 널부러진 밍기적~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 역시 여기서 한없이 게으른 하루를 밍기적 거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선다. 오늘 꼭 가야할 곳이 있었으니까.

    안녕 써니 허니!

    아자~~ 뻥뚫린 제주의 길.
    길 양 옆으로는 대자연이 펼쳐져 있고~
    이차선이라지만, 반대편에서 차 한대 올때까지 두 차선이 모두 내 차선.

    미친듯이 밟아 달려갈 때
    아 요런 거이 운전하는 맛인감.

    그전까지 나에게 운전은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혹은 주행을 통한 인격 수련 혹은 기싸움 내공 증진의 수단.

    그런데 제주를 달리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드라이브를 하는지 처음으로 이해했다고나 할까.

    가끔 이런 풍경을 만나면 무작정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찰칵찰칵.

    콩다듬는 제주 아지매랑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렇게 놀멍주차멍찍으멍 달려간 곳.

    입장권도 그의 사진이다.

    ‘어머니 젖가슴같은 오름과 소리쳐 울 때가 더 아름다운 제주바다’에 꽂혀
    제주에 대한 지독한 열병을 앓다, 급기야 제주도로 내려와 15년 간 제주를 찍어
    수만 컷의 제주 사진을 남긴.

    가끔 서울에서 전시도 했다지만, 당시엔 그다지 알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돈이 생기면 필름,인화지부터 사고, 제주를 담기에만 몰입했던.
    루게릭병에 걸려 세상을 뜰 때까지도.

    구름 언덕.
    용눈이 오름과 함께 수없이 찾았다던.
    한 장소를 이리 다채로운 빛으로 찍어내셨다.

    …….
    숨막히는 시간.
    하루는 24시간이라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저녁으로 단시 몇 시간.
    그 황홀의 순간을 잡아내기 위한 한 남자의 외롭고 기나긴 집념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이나 판단 또한 멈추고
    나 역시 침묵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지금 사진 속에서 침묵하듯이.

    한 생을 건 열정에 압도된 묵직한 공기의 갤러리에서 나오니
    밖은 화창한 제주의 가을이다. 볕도 곱고, 하늘은 청명했다.

    예쁜 정원에 앉아
    오름 세 개 올랐으니 그만하면 됐지.
    이제 우도나 관광지 투어나 좀 해 볼까 하던 나는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어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한다.

    좀 더 보고싶다. 오름도, 제주의 속살도.
    표끊고 울타리에 들어가야 하는 그런 곳들이 답답했던 참이다.

    김영갑 갤러리는 내 여행지의 방향을 반대로 되돌려 놓았다.

    어디론가 떠나보자~ 렌트카야!
    제주 속으로 들어가보자아~ 어디든 말고 그냥 제주로.

    그렇게 닿은 어느 해안가 마을

    이런 엽서같은 풍경.
    누가 나 사진 찍으라고 셋팅해 놓은 듯~

    저 멀리 성산 일출봉도 보이고요.

    해안도로 따라 달려갑니다.
    그러고 보니 배고파. 갈치죠림!!내 칼취죠림!!!내 놓으세요!!!
    성산 어느 식당에 들어가 무작정 갈치조림을 외친다.
    2인분 소짜가 4만원. 주방 아줌마랑 쇼부쳐서 뚝배기에 반만 끓여 2만원에 딜. 짜응ㅇ!!!!

    츄르르르르….제주와서 브런치에, 이탤리언에 요상한 것들만 섭취했는데
    이제서야 지대로 제주의 맛.
    방사능 걱정이 얼핏 스쳐가기도 전에.

    흠냥.

    그리고 다시 떠나는 길.

    누가 나에게 제주의 특징을 하나만 꼽으라면 ‘경계없음’이라 하겠다.
    일차선같은 이차선. 곳곳에 보이는 길가의 무덤, 걷다보고 어느 집 안마당.
    길과 마당,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몹시 희박해 보이는 제주.

    나 이런 제주 도로 넘 조아! 사랑해! 운전 막 하고 싶어.

    아무데나 차 세워놓고 사진도 찍어보고.

    미친 바람에 미친듯이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보니까 알모도바르의 귀향(Volver) 생각났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청춘은 걷는다.
    니들은 니들대로, 나는 나대로 걷고 달리며 제주를 만난다.

    그렇게 찾아간 용눈이 오름.
    김영갑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한 곳이었다고 한다. 구름 언덕과 함께.

    요 보드라운 곡선을 보니, 왜 젖가슴이라는 표현이 나왔는지 알겠다.
    근데 요건 엄마 아니고 소녀네;;

    그림자 둘이 오름을 오름.
    어제 써니허니에서 만났던 여행객 한 분을 우연히 용눈이에서 만나 같이 오른다.
    우연한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여행이다.

    사진은 이뭐병. 눈앞에 펼쳐졌던 건 이 느낌이 아니야.

    날려갈 듯이 불어대던 바람.
    하와이 이후, 내 인생 최대의 바람. 몸이 절로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
    언덕도 아닌 산도 아니었던 그 굽이진 곡면.
    끝없이 펼쳐졌던 사면의 풍경. 에혀 말을 말자. 이걸론 택도 없음. 이게 뭐임;;;!!

    젤로 맘에 드는 사진 ↓↓↓↓
    두 손 맞잡고 용눈이를 달리던 모녀~

    다들 카메라 짊어지고 와서
    김영갑 놀이 중.

    나는 그냥 소박한 NEX5n에 Contax G21.
    수동 렌즈인데 F8.0 확 쪼여놓고 대충 막 찍어댐.

    해질녘 눈부셨던 억새 장관

    딱 봐도 토백이 진사들이 떼로 모여서 정신없이 찍어대길래, 바로 옆자리 딱 달라붙어 찍었다.
    “아저씨, 제주 분이시죠?”
    “응”
    “아저씨, 억새사진 찍을 때 노출은 어떻게 줘야 해요?”
    “몇 스탑 오버해야지.”

    즉석 사진강좌도 받아 찍은, 검증된 view라는 거! ㅋㅋㅋ

    그렇게 좋았던 용눈이 오름에서 내려오는데.
    마침 SBS 주말드라마 < 결혼의 여신> 촬영팀을 만난다.
    마지막 회 촬영 중이라던데, 그 드라마 안 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남상미는 못 보고 허겁지겁 달려간 아끈다랑쉬오름.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으로 가고 싶었지만,
    역시나 나답게 주차해 놓고 반대 방향으로 들어, 다랑쉬 오름 맞은편의 조그만 아끈다랑쉬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다랑쉬 오름 옆에 낑겨선 미니다랑쉬오름이랄까.

    실수였지만 해질 무렵이라, 어짜피 다랑쉬오름을 다 오를 수도 없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다행이었긴했다.

    노을 억새 장관.
    억새는 원없이 봤던 거 같다. 어찌나 싫증쟁이신지, 억새 감흥도 금새 휘발 ㅋ
    어떻게 영갑느님은 15년간 제주만 찍으셨을까. 바닥이 없는 일을 파고드는 모든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다.

    빠질 수 없는 인증!
    바람이여 오라~~~ 제주도 쪼매 와바라.

    억새밭 여인

    돌다 돌다 해 저물고.

    탱자탱자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놀다가
    해가 저물자말자 급격한 속도로 어두워짐 & 오름 정상에 아무도 없음.
    아름다운 오름 풍경이 갑자기 으스스해졌다.
    어둠이 내리는 속도를 돌파하기 위해, 있는 힘껏 뛰어 내려옴.

    이틀 연속 강행군에 종아리에 알이 박혔는데
    뛰면 힘차게 잘 뛰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말이다.

    그렇게 내 두 다리로 뛰어 제주의 속살을 정말 아주 조금은 들여다 보았다.
    중산간. 제주의 속살.

    나의 다섯 번째 오름, 아끈다랑쉬 오름을 내려오자
    본격적으로 밤이 내리기 시작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의 빛으로 밝히지 못하는 제주의 검디 검은 밤이.
    꽁꽁 뭉쳐놓은 찰흙같은 밤.

    그런데 이게 왠 일. 간신히 찾아간 게스트하우트에선
    예약 오류로 인해 숙박 거부를 당하고. ㅠ (물론 사전 예약은 했고)

    근처의 게하에 전화를 돌려 보지만 오늘은 금요일 밤.
    앵간한 데들은 모두 만실이다.
    천신만고끝에 간신히 섭외한 별방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길.

    사방은 칠흙같이 어둡고,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미친듯이 바람은 불어제끼는데
    차의 헤드라이트로는 밝혀지지도 않는 겹겹의 어둠을 뚫고 여행자는 오늘 어깨 누일 곳을 찾아 간다.
    오로지 네비님만을 따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리고, 주변에 식당도 마트도 아무 것도 없다는 그 곳에 도착해
    밤 9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이런 저녁상을 받게 된다.

    참고로 왼쪽 접시위의 빵 비스무레 한 것은 어제 밤에 웅스키친에서 먹다 싸온
    흙돼지 샌드위치 남은 조각.

    사진에 못 담은 맥주 한 캔.

    눈물나게 맛났다. ㅠㅠㅠ
    긴 하루였다.

    쳐묵 쳐묵.
    그리고 쓰러질 듯이,
    취 to the 침!

    고질적인 불면증이 제주에서만은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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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23(수)~24(목) 제주 여행 DAY 0, DAY 1

    DAY 0, DAY 1 일정

    • 도착
    • 자매국수
    • SUM 게스트하우스
    • 4.3 평화공원
    • 절물 자연휴양지(절물오름/ 장생의 숲길)
    • 거문오름
    • 비자림
    •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

    특별 휴가에 급 결정한 제주행.

    역시 나답게 출발 비행기 놓치고. (7시대 올림픽 대로 그렇게 막힐 줄이야;;; -> 당연하자나!!!)
    앞뒤로 꽉 막혀있는 공항 버스에서 다른 비행기 부킹한다고 항공사 있는대로 전화걸며 난리치고.

    진, 이스타, 제주, 대한, 아시아나 수요일 심야 항공 모두 풀 북킹이라며 거절당하고.
    눈앞이 캄캄한 채로 공항 도착.

    정작 이스타 항공 막비행기 연착되서 비행기 출발전.
    정말 친절하고 센스있는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9:46 느즈막히 제주 도착.

    ♥ 사랑해요 이스타 항공 ♥ ;;;
    ♥ 이렇게 살지 말자 정초아 ♥

    고심끝에 한 내 인생 첫 번째 렌트카 여행.

    첨 몰아보는 남의 차, 낯선 지리에 겁부터 먹었지만. 선택은 탁월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 풀고, 방사람들이랑 인사나누고, 바로 자매국수로 쏩니다! 붕붕붕…

    제주 국수 거리. 버스로는 못가는 곳, 못 가는 시간.
    하지만 사람은 바글바글바글.

    흡. 저 비주얼!! 면발과 괴기에 몬 짓을 가했는지 여하튼 부드럼이 상상 초월.
    입안에서 그냥 녹아버림. 씹을 필요가 없어.

    고기less life를 살다가 DEVIEW하면서 무너졌는데
    제주 여행에서 아주 와장창 고기 life로 돌아옴.

    거의 여행객보다는 현지분들 많아 보였다.
    국수집이라기 보다는 막걸리, 쇠주 등에 한 잔 걸치는 술집 분위기.

    첫 날 묵은 SUM 게스트 하우스.
    늦은 도착이라 공항 근처로 잡았는데 역시 탁월한 선택.

    약간 모텔 삘 예상했으나, 왠걸.
    도착하니 통유리 너머로 카오산 못지 않은, 아니 지금 카오산에서는 사라져버린
    그 옛날 카오산서 봤던 배낭 여행자들의 허브 분위기가 물씬.

    삼삼 오오 로비에 둘러앉아, 그날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로나 추천 여행지도 공유하고.

    여럿명이 같이 묵는 게스트 하우스.

    이층 침대라 불편하기도 했고
    아침식사 역시 오픈 주방에서 토스트를 굽고, 계란을 부치고
    내려진 커피와 과일을 꺼내 먹는 등 셀프로 해결.
    호텔 조식과는 전혀 달랐지만.

    혼자 여행온 20대, 30대, 40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여자들이 모여
    각자의 여행온 사연과 삶의 스토리를 나누는 재미.

    하룻밤에 끝날 인연일 뿐이지만,
    그 하룻밤만큼은 알 수 없는 미지인에게 맘을 활짝 열고 웃음과 눈물을 나누는 요상한 순간.
    럭셔리 오성급 호텔따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여자들 talk을 통해 얻은 여행 정보를 가지고 붕붕붕 절물로 향하는데.
    문득 눈길을 끄는 4.3 평화의 공원.
    뭔가가 눈길 끌어? 그럼 핸들 돌려! 뭐 이런 식으로 4박 5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렇데 도착한 곳은 공원도 아닌 묘지. 아니 시신이 묻히지 않았으니 묘지라고 할 수도 없다.

    choa

    시신조차 수습을 못한 안타까운 생명들께 이름 석자로나마 안식을 드리는 곳.
    날은 비올듯 흐리고 까마귀는 까악까악 울어대는데.

    4.3 항쟁 따위 줄 놓은 내 정신의 어느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을리 만무하지만
    참 이상도 하여라. 4박 5일 어디를 가든 결국 만나게 되는 4.3의 자취.

    그렇게 이름으로만 남은 위령비 사이를 거니는 것으로
    그리고, 향 하나 피워놓고 잠시 묵념 올리는 것으로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생뚱맞은 여행의 시작을 되돌려 다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울창한 삼나무 숲이 나를 맞이한다.

    choa-2

    절물오름 정상.
    때마침 아무도 오르는 이 없어, 오름을 나홀로 오름;;
    흐린 날씨 덕에 주변 경관은 내 눈에 안차 오름

    오르는 길은 그냥 동네 뒷동산 오르는 기분이었는데.

    choa-3

    내려오는 길에 그만 길을 잃고 만다.
    아무도 없어 헤매고만 있는데, 우연히 마

    그닥 넓지도 않은 절물오름에서 매우 나답게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저 멀리 어떤 커플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 간신히 따라가 붙잡고 길을 묻는데.

    커플의 이 남자. 백퍼 내가 아는 사람인거다. 근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 연고, 노는 동네 다 맞춰봐도 공통점이 없고
    게다가, 이 남자는 전혀 나를 모른다고 잡아뗀다. 여자는 옆에서 수상한 눈길로 째려봐주시고(당연히;;)

    나중에서야, 멋적게 “저, < 짝>에 출현했어요.”

    그런다. 짝! SBS 짝. 그렇다 101~102회 노총각 노처녀 스페셜의 남자 5호.
    <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애청하며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던.
    종교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어머님의 반대때문에 첫사랑과의 결혼에 실패했다던.
    첫번째 여자 몇 호한테 갔다가, 변심하고 다른 여자로 갈아타고 애잔한 이벤트까지 벌였지만 결국 실패한.

    zzak

    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짝덕. 짝 매니아.
    줄줄줄 이 사람의 내력을 읊자 본인도 놀래고, 여친도 놀랜다.
    여자분과는 소개팅 인연인데, 만난지 얼마 안되는 듯.

    덕분에 짝덕으로서 그동안 궁금했던, 짝 뒷 얘기와 비화들을 자세히 듣고, 출연 섭외까지 받았음 ^^V ;;;;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하산 스피드가 절묘하게 겹치고,
    마침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약 30여분간 아름다운 절물 장생의 숲길을 막 짝이 된 커플의 염장 투샷을 바라보며 내려와야 했다는;;;

    거 참, 아헿헿한 절물 오름의 기억.

    하산길 절물 인증!

    그리고 황급히 거문 오름으로 이동.
    그 쉬운 거문 오름 입구를 못찾아 헤매다, 낯선 건물을 발견.

    길찾기 일환으로 문 열고 들어선 순간 화들짝.
    황량한 거문 오름 입구에 이런 예쁜 공간이라니.

    신기했다! 마치 마법의 문이 열린듯한…

    가구를 만드는 공방이었는데, 순수 제주분들이시란다.
    가구를 제작해 팔기도 하고, 워크샵도 여시고. 옆에는 카페와 편의점도 하나 채려놓으시고.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삶의 모습.
    예기치 않게 이런 걸 만나게 되는 재미. 여행이다!

    거문 오름은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1일 400명의 정예인원(?!)만 탐방할 수 있고
    100%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제주 여행시 위시 NO 1. 가장 가보고 싶었던 거문 오름이지만
    예약 경쟁율료 높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예약 페이지 리프레시 중 문득 딱 2자리가 빈 것을 발견! 극적으로 예약 성공.

    음식물 반입도 안되고, 자연을 훼손할 수 있는 우산, 스틱도 금지.
    탐방 출입증을 목에 걸고 오름 시작!

    오름! 이런 것이 말로만 듣던 오름인가.
    절물 오름과는 너무나 달랐다.

    자연이 깊숙히 숨겨놓은 비밀의 수풀을 찾아가는 듯한 기분좋은 헤매임!

    오름을 오르고 내리는 내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마치 원시의 자연의 그대로 펼쳐진 듯한
    오름의 풍광에 마음은 보름달마냥 부풀어 오름~ ㅎㅎㅎ

    거문오름은 돌과 흙이 유난히 검은빛이라 검은 오름이라는 썰,
    그리고 숲이 빽빽하게 우겨져서 그렇다는 썰이 있다고 한다.

    검은오름> 거문오름으로 자연스럽게 정착.

    약 두시간 반의 분화구 코스를 돌고 하산.

    제주만의 독특한 곶자왈 지형도 체험하고
    일본군이 숨어지냈던 동굴도 보고
    수많은 이름 모르는 나무와 식물들도 보고. 비록 까막눈이라 뭐가 뭔지 였지만.

    * 참고 : 곶차왈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이다.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방언이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내려 오는 길에 오름 해설사분께서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신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헐 급 울컥!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좋았음.

    생각은 점점 비워지고
    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 마음의 때깔로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느낀다.

    다음 찾은 곳은 비자림.
    계획따윈 없었지만, 남는 시간에 맞춰 암데나 찍고 거침없이 붕붕붕~
    렌트카의 필요성을 이 나이되어서 알았슴네다. ㅠㅠㅠ

    비자림. 비자나무 숲. 산책길로 유명한 곳이다.
    비오는 날 아침에 오면 좋다는데, 나는 그냥 해질녘에 방문.

    일단 인증.

    여행 공식 샷. 여행 때마다 요 포즈로 한 컷씩은 찍게 된다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산책로.
    거문오름의 격한 감동과는 다른 편안함에 젖어들 무렵.

    그런데 점점 모랄까.
    예상하지 못았던 아우라에 휩싸이게 된다.

    나무! 비자 오라버니들의 기세!!
    장난이 아니다.

    그냥 산책로라기엔 나무들의 기세가 너무도 위풍당당.
    박력있게 뻗쳐오른 가지들. 수 백년을 버텨낸 소리없는 내공.
    샤방샤방 사뿐사뿐 산책로라기엔 좌우로 빽빽히 펼쳐진 그 위세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비자림에서도 발견되는 곶자왈.

    마치 억센 손으로 바위를 움켜쥐듯. 이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겠다며…
    생명이 내리지 못할 곳에 뿌리를 내리고야 만 강한 생명력에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나도 보이고 너도 보이고
    이런 세상을 살아내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수 백년의 세월을 버텨년 굵은 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버티며 그 기세를 내세우는 곳.
    인간이 들어와 경계를 치고, 그 사이에 작은 오솔길을 내고, 몇 천원의 입장료를 받기 전까지

    비자림 역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그들의 나와바리였을 것이다.
    거대한 야생의 숲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길 하나 냈다고, 이 활기와 박력을 ‘산책로’라는 프레임에 가두어 버리다니.

    참으로 인간은 재밌는 존재라는 생각.
    본질이 아닌 용도 중심의 개념화.

    나에게 비자림은 올망종망 느낌있는 산책로가 아니라.
    수 백년을 버텨낸 거대한 존재들이 차원이 다른 내공을 견주는 원시의 장이었다.
    잠시 침입한 나 따위는 감히 고개를 들이밀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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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날은 저물어 오고.
    오늘의 숙박은 송당리의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

    날 저물어 송당리 도착.

    실은 아침먹고 제대로 밥을 챙기지 못했는데.
    참으로 제주 갈치 조림나 전복뚝배기 같은 제주스럽고 칼칼한 저녁이 먹고 싶었는데.

    이 동네, 식당도 몇 개 없고 그나마 모두 문닫고, 원래 여는 데도 아줌마 마실 가셨다고 밥이 안된다고.
    어쩔 수 없이,,, 정말 가고 싶지 않았던 웅스키친.

    제주까지 와서 왠 이태리 레스토랑이냐.

    그런데, 정말 이런 데 있을 법하지 않은 …
    가로수길 어디쯤에서 삽으로 퍼다가 뚝하고 내려놓은 것 같은 마술같은 식당.

    문을 연 순간 또 다시 매직~매직매직~

    송당리를 걸어보면, 정말 이 분위기 아니다.
    그냥 시골 촌마을.

    나처럼 혼자 밥먹으러 온 여행객.
    그리고 입장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스탭과 다른 테이블의 지인에게 인사하는 인근 제주 분들.

    누가 이 촌구석에서 이런 데 와서 밥먹을까 했는데
    어느덧 테이블은 full!

    흑돼지 샌드위치에 하우스 와인까지 한잔 곁들여~ 헐.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참으로 맛났다.
    동네 슈퍼(진짜 조그만 시골 마을 슈퍼)도 한참 걸어가야 하는 이 동네에서 와인이라니…
    집에서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맛이 났다.

    그저 감사만을 올리며, bottle 한 병까지 따로 구매해서
    귀한 보물인양 소중히 품고 게스트하우스로 귀 to the 환!

    요런 따끈~한 정경이 나를 맞이한다.
    하루 분의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 시간.

    특히나,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는 숙박 공간과 별도로
    < 밍기적>이라는 별도 쉼공간을 만들어 수백권의 책(주로 만화)로 가득히 채워놓았다.

    밍기적 한 구석은 키친인데, 간식들과 커피 등등이 구비되어 있고
    자유롭게 먹고 자유롭게 기부하는 진정한 오픈 키친.

    밥도 채려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사진도 보고, PC도 쓰고….만화도 보고!!!
    우왕. 이거 정말 환타스틱한 여행의 마무리가 아닌감요.

    달고 작고 예쁜 오아시스.

    내가 사온 와인 한 병에, 또 우연히 다른 여행자분이 와인 한병을 반입해 오셔서
    오늘의 술자리 컨셉은 와인파티. 누군가가 시내에서 사온 귀한 제과점 빵에.

    신나고 잼있는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싸장님 오빠야도 기분이 좋은지 ~ “야간 오름 투어 갈 사람~~~”
    이 시각. 10시 반. 제주의 밤바람은 차가웠지만, 열 명쯤이 우르르 손을 든다.

    붕붕붕 봉고 타고 아부 오름으로 야간 투어~
    조그만 후라쉬 들고, 소똥 피해 조심조심, 길인지 뭔지 알 수도 없는 산길을 올라 도착한 정상.

    사진으로 찍지 못했지만 하늘에 가득한 별들.
    북쪽 하늘에 선명히 박혀있던 W. 저거이 그 옛날 학교때 배웠던 카시오페이아인감.

    다들 소리치고, 감동하고, 뛰어다니고 …바람이야 불거나 말거나
    청춘의 밤이 깊어간다.

    청춘이 아닌 난 그들의 청춘에 살짝 무임승차.
    제주도 여행이 점점 젊은이들 기빨기 회춘 프로젝트로 변질;;

    ㅇ으허허….여행! 이거다.

    그리고 지 멋대로 밍기적거리며 깊어가는
    제주도의 두번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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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1박 2일

    떠나려고 했는데, 미리 떠난 선배가 있어서 차려놓은 밥상에 밥숟가락 얹듯 합류했다.

    홍천이래서, 고속버스 1시간 거리로 당일치기 여행으로 예상했는데
    동서울에서 최종 확인한 시외버스 3시간 거리의 상남.
    최종 목적지는 거기에서도 40여분 차를 타고 더 들어가는 홍천 내면 살둔산장이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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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이 깊은 산중…불빛만이 깜박이고.
    밥 먹으러 차 타고 산 넘어 30여분을 달린다.
    송어회와 능이불백, 그리고 맑고 단 강원도 山 소주 몇 병으로 떼운 저녁.

    산장에는 아무도 없고, 우리 일행 뿐.
    나무로 불을 떼우느라, 선배들은 시간마다 마음 졸이며 왔다리 갔다리~

    배상면주가 공장에서 사온 오매라퍽을 깼는데,
    꼬냑도 아닌 것이 전통주도 아닌 것이 애매하게 달달한 것이 맛났다.

    취하다 먹다 깨다 이야기하다.
    새벽 4시에 비몽사몽 돼지고기 김치구이에 햇반을 데워 먹으며
    우리가 겪은 일들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앞뒤없는 썰을 풀어내는 하루밤.

    하기싫은 말, 하고 싶은 말…문득문득 북받쳐 오르는 감정들.
    이겼다면 안 해도 됐을 고민과 모색들이 밤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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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시 팅팅 일어나 창호지 문 열어보니
    밖은 온통 눈밭이다.

    달디 단 오지의 찬 공기가 폐안으로 밀려들어오고…
    밤새 뗀 나무덕에 바닥은 등짝은 설설 끓어
    보양 황토방 숯가마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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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틀 사이로 아침 햇살…나무 군불 태우는 연기
    밤새 창틈 사이로 나무 태우는 냄새가 기분 좋았다. 맡고 있으면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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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 눈 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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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마엔 고드름…갑자기 추워진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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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둔산장. 30년된 통나무 황토집. 사찰, 일본식 건축, 전통 귀틀집의 형태가 혼합된 건축물로
    한국의 100대 살고싶은 집에 선정되기도 했다나. < 시인의 오지 기행> 첫 장에 소개되기도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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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윤두선(전 대학산악인연맹 회장)씨가 백담사에서 기거하다 우연히 살둔마을을 들른 후
    살둔에서 살고 싶어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근처에는 유일하게 북쪽으로 흐른다는 내린천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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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둔 동네에는 사람들. 아침부터 장작 패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쫙쫙 장작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산골 마을의 차가운 공기를 가른다.
    나무패는 남자라니…쫌 멋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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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강아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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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끼와 칼. 나무패는 기구들. 크게 나무를 잘라 하루에 한 두 번만 불을 넣어주면 끄떡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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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로 한겹 둘러놓은 살둔 마을의 겨울나기. 이 황량한 곳에서 어떻게 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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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증을 뒤로하고, 아침 먹으러 출발. 그런데 식당 대신 구룡령 정상으로. 해발 101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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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1,000m 에서 바라보는 겹겹의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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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누구의 오름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산세…

    겨울산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참 오랜만에 본다.

    근데 망원으로 풍경찍으려니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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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탈에 매달린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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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 가는 길. 유진이는 차를 멈추고 열심히 진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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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찍다 보니 배고픔에 가까운 산장에서 모두부와 더덕정식, 산채정식, 굴비 정식 섞어먹고.
    동동주도 한 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며 찾아간 곳은 양양의 < 휴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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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바다가 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세로 바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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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즐겁게 포즈를 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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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추억이 될 닭살V를 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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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깊은 생각에 추운 줄도 모르고, 꼼짝도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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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거나 말거나 파도는 몰아친다. 무섭게 달려와 파도를 내리치고 잔결로 해변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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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진득한 우유 크림같다.
    커피 위를 덮은 생크림처럼 바다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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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거센 파도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기가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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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말이 터진다. 새하얀 포말이 산산히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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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아…이건 주진우의 말인데.
    주진우 어디로 갔으려나. 정말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제는 파도를 타는 대신, 파도를 맞는 대신, 파도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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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새로운 해변에 닿을 때까지 열심히 배를 저어 새로운 세상으로 가야 한다.
    저쪽 해변…조용하고 아무도 모르는 그런 해변에 닿을 때까지.
    부디 거기서 편안하길 바란다. 조용히…뭘 하려고 하는 대신 편히 쉴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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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할께요.
    휴휴암에서는 나는 기도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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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겨울 바다와 맞서고 난 후,,, 따뜻한 커피 한 잔.
    카페 <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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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셨던 원조고독지기는 돌아가시고,
    사모님이 카페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계신다.
    살아계실 때는 오디오에 관심이 많으셔서, 직접 오디오를 제작하여 틀어놓곤 하셨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마음으로 카페를 만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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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 오밀조밀 예쁘게 꾸며져있고, 홀리데이 같은 옛날 팝송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시간을 거슬러 저 먼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간 느낌. 응답하라, 그 시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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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자기 예쁜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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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용을 잃은 겨울 선풍기도 제법 무시당하지 않고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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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내내 추위에 달달 떨었는데
    뜨근한 커피 한 잔이 목으로 스스륵 넘어갔다. 꾸벅꾸벅 졸음이 왔지만…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선배들 사진이라 못 올리는 게 좀 아쉬운데 그래도 한 두개만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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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사의 대결 ! 한진사 장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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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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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와보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가려 하고 있었다.
    난 어쩐지 다 보내버린 기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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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 북큐슈 여행

    주말을 낀 가벼운 제주 여행을 알아보던 나.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신을 차려보니 김포가 아닌 인천 공항에 와 있었고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어디에 붙어있는 지조차 몰랐던.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들고 있었다.

    공부할 시간도 없었지만, 굳이 계획을 많이 짜지도 않았다.

    3년 전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 때문인데.

    꼼꼼히 검색하고, 비교와 고심끝에 숙소를 정하고, 맛집과 스팟을 연결하는 경로를 시간 단위로 엑셀에 입력하고,
    심지어 구글 스트리트 뷰를 이용해 모의주행 급으로 진행 노선을 실사 확인했던 나머지
    정작 삿포로에 도착했을 때 여행에 대한 감흥이 푹 꺼져버렸던 기억.

    뭐야. 사진으로 본 것을 눈으로 보고, 짜여져 있는 경로를 실행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냐.

    백설의 장관 대신 눈 녹은 구정물이 신발창 아래 질척거리던 거리와 그 때 그 기분이 절묘하게 어울렸었다.
    결국 인쇄해 온 엑셀을 던져 버리고서야, 비로소 ‘旅行’ 나그네로 쏘다닐 수 있었음이다.
    일정으로부터의 해방! 1달간 리소스를 투입한 계획로부터의 독립선언 ~ -_-;;

    이번엔 가볍게 갔다. 캐리어도 없이, 쬐끄만 등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일본 입국할 때 세관 직원이 수하물 찾는 거 잊어버린 아니냐고 묻는 것을, 쿨하게 미소지으며 패스.
    하지만 정해진 건, 겨우 잡은 숙소와 산큐 북큐슈 패스 뿐. 일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불안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주던 사람들.
    꽉 조인 렌즈로 찍어낸 듯, 한 점 티없이 맑았던 모모치 해변과 말도 안 통하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간 동네 크레페 가게.
    황량한 들판 너머로 해가 밀려가던 세노모토 고원, 힘차게 뛰던 비현실적인 말과 폐허가 된 horse cafe…

    만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만나게 될 때의 유쾌함.
    나를 위해서 뭔가가 미리 계획되어 있다고 느낄 때 온몸으로 발산되는 근자감.

    한국에 돌아오고, SD카드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참 좋았다! -_-;;
    돌연 상황은 호러로 변신하고, 그 고장난 SD 카드에서 간신히 구해낸 몇 컷들. 완전 소중.
    죄다 뒤죽박죽이 되어 정리하느라 애먹었음.

    [2012.11] 큐슈 여행 (1) 후쿠오카

    [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

    [2012.11] 큐슈 여행 (3) 세노모토 고원/쿠로가와

    [2012.11] 큐슈 여행 (4) 후쿠오카 다이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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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 큐슈 여행 (1) 후쿠오카

    1년 만의 인천공항…이유는 묻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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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공항 -> 하카타 역까지 직행 버스 타고 고고씽. 일루미네이션이 가득했다.

    준비한 것이라곤 달랑 숙소까지의 약도를 캡쳐해 아이폰에 담아온 사진 한 장.
    참 대책 없었지만, 공항에서 같은 처지의 혼자 여행 온 언니를 만났고, 심지어 숙소도 비슷한 곳에 있다.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언니의 숙소에서는 혼자 여행 온 28세 아가씨를 만난다.
    세 여자는 반가움에 저녁의 후쿠오카를 함께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술을 마신다.

    블로그 따위에는 소개되지 않는, 후쿠오카 사람들의 작지만 정감가는 선술집에서.
    계란과 감자를 섞어 튀겨낸 이름모를 하지만 맛좋은 튀김 안주에 삿포로 드래프트를 기울이며.

    두 분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빈 맥주잔이 쌓이고, 감정이 교배되며 자가 폭로의 수위가 높아지며 점차 혼미한 여행자들의 밤.

    물론, 아침은 또 다른 세계입니다만. 그런 밤도 있기 마련.
    감정적 원나잇 스탠드라고 해야 할까나. 이후 전개되는 양상도 비슷하고 말이다.

    다음 날 눈을 뜨고 우동 한 그릇으로 해장하고
    아무 계획이 없는바, 무작정 제일 만만한 버스센터로 가 보니, 후쿠오카 그린 버스라는 것이 있댄다.
    후쿠오카에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요 스팟을 도는 순환버스. 심지어 산큐 패스로 탑승 가능.

    아싸. 나처럼 준비없는 여행자에겐 딱이다.
    아무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제일 먼, 맨 마지막 정거장까지 고고씽하는 걸로. 거기가 바로 모모치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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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점 티끌없는 환상적인 날씨. 솔솔 불어오는 바람. 마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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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미 아오키. 16살.
    대략 해변까지 가는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손을 잡아 끌고 근처를 가이드해 준다.
    펼쳐진 해변이 너무 좋아 둘이 손잡고 함께 깡총깡총 뛰어 다니며
    근처에서 제일 맛있다는 크레페 가게에 가서 생딸기 크레페도 냠냠하고.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어른(?)이 어린 학생의 시간을 이렇게 잡아먹어도 되나 싶어
    이래도 되냐 자꾸 물어도, 공부하러 도서관 왔는데 레스또 타임(rest time)이라며 오케이 오케이만 연발.
    심지어 자기가 아는 한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켜 준다.
    졸지에 후쿠오카 사시는 알 수 없는 젊은 한국 남자분과 어색한 통화까지…

    아 네…한국 분이세요? 뭐 도와드릴 거 없나요? 아 네..그냥 아오키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해줄래요?
    영어에 잘 못하는 처음 보는 일본인과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더 어색했던 모국어 대화. -_-

    서울 인구의 1/10 수준. 크기는 반.
    큐슈에서 제일 큰 도시라고 해도, 시골 냄새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후쿠오카였다.

    어디서나 길을 물어보면, 대부분 도착지 혹은 근처까지 데리고 가 준다.
    그렇게 하는 당연한 것인듯, 너무 자연스럽다.

    뭐 이런 인간들이 있나.
    나란 사람, 고작 이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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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리 공원

    아오키와 헤어져 이리저리 쏘다니다 또 길을 잃자마자
    어떤 외진 버스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해 남/녀 커플이 있길래,
    그린버스맵에서 본 만만한 오호리 공원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었는데…이게 왠걸. 자기들도 거기 가는 길이라며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오늘 자기들이 가이드가 되어 주겠단다.

    그닥 도움의 손길같은 걸 바라는 눈빛을 쏜 건 아니었는데.
    나도 눈치가 있지, 여기까지 와서 남의 데이트 방해꾼이 되고 싶지는 않은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이미 나를 데리고 다닐 작정일 뿐이었던거고
    그렇게 이끌리다시피 도착한 오호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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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관계가 다소 복잡하지만 가는 길에 신사 구경.
    그들이 원래 가기로 했던 오호리 공원 옆 후쿠오카 미술관에 끌려(?!) 가
    진짜 미이라!!와 세계에서 제일 긴 ‘사자의 서’도 보고…
    후쿠오카에 와서 이런 걸 보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오호리 공원 별다방에서 커휘도 받아다 공원에 늘어져 홀짝 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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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았던 날. 얼굴에 와닿았던 딱 좋은 가을 오후의 공기.
    여유로운 공원의 풍경들.

    여행책자 보고 잠깐 들른 여행자가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이 되어 산책나온 듯한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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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my와 타카코.
    두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농담들.

    다행히 둘 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 영어로 무리없는 소통 가능.

    나중에 알고보니 두 사람, 오늘이 첫 데이트였단다.
    야후 재팬에서 프로필을 보고 채팅하며 알게 된 사이라나.

    카카코는 다른 도시에 살다 2달 전에 후쿠오카에 왔고,
    지미는 미국에서 자원봉사일을 하다가, 도쿄를 거쳐 고향인 후쿠오카로 돌아온 후쿠오카 사나이.
    도쿄가 싫었다고 했다.

    몇 번이나 너희들의 데이트에 방해하기 싫다고 했지만,
    그들은 정말로 괜찮다고 답한다. 더 이상 반론할 수 없는, 정말로 괜찮은 표정으로

    그리고 이제 후쿠오카에 친구와 free room이 있으니, 언제든 놀라오라고.

    그래서 너희들도 서울로 놀러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환영한다고.
    하지만, 우리집엔 프리룸이 없다고. 가족들이 그런 거 싫어라한다고.
    나는 서울 여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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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리 공원에서 슬렁슬렁 걸어 시내로 나오는 길.
    여는 사람 사는 동네와 다를 바 없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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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성터를 거쳐…텐진방향으로. 점점 시내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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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두 사람, 자신들의 데이트 코스를 포기하고
    내가 막차를 타야 할 하카타 역까지 와서 버스 올 때까지 남는 시간을 이용해 small party를 하자고 한다.
    오코노미야키와 맥주 한 잔. 조촐한 접대였지만, 따뜻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어쩐지 후쿠오카가 훅 가까워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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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과 헤어지고 난 하카타 버스 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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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카타에 있으면 이동이 참 편하다.
    시내 관광이든 큐슈의 다른 지방이든, 어디로든 나를 데려갈 버스를 쉽게 탈 수 있다.

    게다가 나에게는 비장의 북큐슈 산큐패스 3일권(북큐슈에서 거의 모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이 있지 않은가.
    후쿠오카 시내 투어 버스인 그린 버스에서 북큐슈 횡단 버스, 공항버스까지 3일 동안 정말 알차게 잘 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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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6:40분…나의 목적지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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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어둠 속 큐수 고속도로를 달려 유후인 도착! 9시 조금 넘은 밤.

    여기서도 결국 버스 기사 아저씨가 숙소에 연락해 주고,
    픽업을 연결해 주어 간신히 늦은 시간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밤이 되어 꽤 쌀쌀해진 날씨.
    난 덜덜덜 떨고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더 얇은 유니폼을 입고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픽업 차량을 함께 기다려주셨다.

    이건 무슨 야밤의 흑기사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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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9시에 인적이 끊겨버린 유후인의 밤.
    사람은 끊겼지만, 하늘에서는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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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유후인인가? 프로모션 광고에 보면, 일본 20대 아가씨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온천지라는.
    아마 그녀들도 밤에 여길 왔다면, 그닥 투표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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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도착한 온천도시는 적막 그 자체.
    이름만 많이 들어본 유후인은 어둠의 베일 뒤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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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온천장에서 바라본 창문 밖 풍경.

    뜨거운 온천장에 몸을 담그고 나니
    버라이어티했던 하루의 기억이 온천물의 뜨거운 김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문을 여니, 가을 밤 시골의 차고 맑은 공기가 훅하고 밀려들어오고.
    아 좋다. 진짜…너무 괜찮은 거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공기, 최상의 콤보.

    그만큼 괜찮은 하루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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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날의 마무리에 꼭 필요한 것. 로손표 감자튀김과 함께.

    그리고 약간의 하루키. 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막 자기들끼리 하는 거지?

    두 번째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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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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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후인, 토토로의 마을 유후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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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묵었던 아먀보우시 료칸(由布院 山ぼうし)
    온천은 쿠로가와에서 방점을 찍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싼 가격의 적당한 방을 대충 잡았는데
    온천도 있고, 1인실도 있고 해서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한 침대방과 온천.
    역에선 걸어서 5분 거리. 바로 유후인 입구인 B-Speak 맞은 편.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란넷의 도움으로 적절한 가격에 방들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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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후인의 상징같은..누구나 찍어오는 빨갱이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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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예상했던 유후인의 예쁜 가게와 풍경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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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꾸밈 하는 일본 특성대로 참 잘 꾸며놨다.
    딱 여자들 취향.

    하지만, 굳이 꼭 여기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들을 모아다
    작은 시골 마을을 무수히 사람들이 흘러 들어오는 각광받는 관광지로 재탄생하게 한 뒷단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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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은 동네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소품과 어쩌구 저쩌구..진짜 세상의 온갖 잡스런 것들을 다 모아놓은 듯한.

    크지도 않은데 이 동네 한바퀴 돌고 나면,
    가전 제품 빼고 신혼 살림 살이 풀셋과 한 달치 식량 마련이 가능할 듯.

    얼마나 맛난 것들을 많이 팔던지.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는 한국 이마트에서 갈고닦은 범상치 없는 시식 신공을 발휘해
    유후인 맛보기에 주력했다.

    일본식 쿠키야 대략 경험과 감이 있기 때문에 그렇구나=맛있구나 했지만
    유후인의 반찬들은 진짜 눈돌아..아니 혀돌아가 가게 만들더라.

    우엉이나 연근 조림, 이름을 알 수 없는(까막눈 ㅠ) 정체불명의 무침과 젓갈들.
    동네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의 것들을 예쁘게 유후인 스티커붙여 소포장해 놓았는데
    사르륵 특유의 감칠맛 나는 일본 조미료 맛이 혀를 우롱?? 한다.

    배낭족만 아니었다면, 싹 쓸어왔겠지만 내가 가진 것은 아주 작은 뒷동산용 배낭 하나 뿐.
    대신 끼니를 걸러도 될만큼의 시식으로 풍족하게 배를 치우고..응??

    파삭파삭 기름진 유후인 러스크도 기억난다.
    물론 누구나 먹는다는 금상 받은 금상 고로케도 먹었다. 2개 먹었다. 쩝쩝…생각만 해도 침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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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속 마을. 크리스마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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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지루하게 엄마가 빨리 쿠키를 고르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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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하고 맛집 도는 ‘아가씨 여행’이란 것이 있단다.
    딱 그 ‘아가씨 여행’이 어울린다고…라고 포장하고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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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동네 주민은 다르다.
    예쁜 가게에 눈이 쏠리지 않고,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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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긴린코 호수.

    가는 길 곳곳에 긴린코 호수 가는 길 팻말이 어찌난 다양하게 고급스럽게 붙어있던지.
    어느 대단한 곳을 향해 가는 듯,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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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체는 보라매 공원 호수와 견줄 만 하다.
    백조인지 오리인지 포동포동한 것들이 아주 가까이서 거닌다는 것 외에 ..그다지 큰 감흥은 없다.

    이걸 관광지로 만들어낸 포장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알맹이가 없어. 하지만, 포장이 바로 당신의 펀더멘털이라면?
    전날 밤 읽은 하루키 단편 소설에서 여자는 이런 류의 대사를 막 날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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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난 유후인이 좋았다.
    이런 유후인.

    포장의 한 껍질을 벗기면, 바로 뒤편에서부터 펼쳐지는 유후인.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을 받았을 시골 시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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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도 담도 없이 이어진 포장지 바로 뒤에 붙어있는 집들.
    문 앞까지, 마음만 먹으면 집안에라도 들어갈 수 있을 듯한 시골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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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뭔가를 말리고 마당들.
    내리쬐는 적당한 볕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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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둥에 매달아 놓은 광주리에선
    표고버섯이 볕을 받으며 익어간다. 집에서 반찬해 먹을 듯한 양.
    이 집의 저녁 식탁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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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빛을 받으며 건조되는 신선한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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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 양파만 말리란 법 있나.
    구멍난 양말, 발가락 양말들이 귀여웠다. 색감도 참 이뻤고.

    저걸 신고 다니며 뭘 하시나? 멋으로 신는 양말은 아니었다. 노동이 느껴지는 양말.
    긴 시간 밭에서 땀내며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양말이라고 멋대로 추측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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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조리개가 있는 풍경. 이 집엔 물주는 것이 사람이 산다. 당연한 것을 ㅋㅋ
    그 당연함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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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예쁜 시골마을이 포장지 뒤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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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유후인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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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 사는 관광객이 아니라
    시골 마을 방문자로 유후인을 다시 보러 오고 싶다.

    어디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골 마을, 유후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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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 큐슈 여행 (3) 세노모토 고원/쿠로가와

    큐슈 횡단 버스. 벳부에서 구마모토까지, 큐슈 주요 거점을 잇는 횡단버스.
    10호차까지 하루에 10대가 있는데, 벳부발 / 구마모토 발로 나뉘어 루트당 5대씩이 달린다.

    그 사이로 유후인, 쿠로가와, 아소 등 주요 거점들을 찍기 때문에 여행지 이동에 편리하다.
    아소산에서는 90분 휴식하는 편도 있어, 잠깐 로프웨이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유후인을 떠나며 큐슈 횡단 버스에 몸을 싣는다. 숙소인 쿠로가와로 가기 위해서다.
    그저 나는 일본에 왔으니 ‘료칸’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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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가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눈 앞에 막 이런 게 펼쳐진다.
    말로만 듣던 ‘고원’이라는 지형이다.

    해발 6~700m 되는 산꼭대기 높이에 펼쳐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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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가 오다노이케 小田の池 에서 10분간 쉬고 가는데
    거기에 아소 쿠주 국립 공원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그냥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 차 타고 갈까 하다
    그냥 탔는데 지나가며 보니 그 높은데 엄청나게 큰 호수? 두 개가 자리잡고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야마시타 호수와 오다 호수.
    해발 770m에 자리잡은 천연호수라는데…버스 차창에 매달려 멀어져 가는 호수를 보며 후회했다.
    내려서 보고갈 걸…하고.

    그리고 들판을 뛰놀던 말 한마리.

    카메라를 들 새도 없이 지나치고 말았지만.
    고원의 들판을 힘차게 뛰던 말 한마리의 비현실적인 풍경도 지나쳐갔다.

    대체 여긴 어떤 곳이지? 전혀 알지 못했던,
    그저 쿠로가와로 가는 경유지였던 이 곳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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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끝내 그 마음 접지 못하고 산아이 휴게소에서 무작정 내리고 만다.

    원래 계획은 빨리 쿠로가와로 들어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는 것이었는데
    펼쳐진 고원의 풍경에 마음을 홀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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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이만큼 산을 타고 올라면, 늘 산악 지형이었는데…
    정말 반은 정신을 놓은 것 처럼 무작정 헤치고 다닌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 중인지, 들판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채.
    그저 다음 버스 시간까지 70분의 시간만을 정해둔 채.

    알고보니 여기는 해발 965m의 세노모토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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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해가 밀려가는 시간.
    아무도 없이 나 혼자…이 공간 속을 헤매고 있었다. 아무 목적도 없이.

    사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 준 특별한 느낌이 비한다면.
    내가 해야 할 여행, 내가 좋아하는 여행, 내게 필요한 시간이 어떤 것인지 오리엔테이션해 줬다고 할까.

    지난 1년 꽤 오랫동안 여행을 잊고…아니 참고 살았다.

    그 이유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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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론가 이어지지 않아도 좋았던 곳.
    그냥 이런 풍경을 따라 한없이 걷고 싶었다.
    70분 후에 버스가 떠나더라도, 나는 여기에 남아. 어디론가 계속 가고 싶었다.
    그렇게 가다 보면 뭐가 나오고,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뭐 그런 말도 안돼는 생각이 충만해지는.

    여행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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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원의 아이. 혼자서 낙엽을 흩뿌리며 놀고 있었다.
    외롭지 않을까. 하지만, 외로운 건 그 아이를 보는 나의 시선일 뿐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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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높이를 오토바이로 유유히.
    어느 높이쯤에서 와서, 어느 높이쯤으로 가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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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이런 표지판.
    알고보니 구마모토는 말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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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판을 따라가면 폐허가 된 말 카페가 나온다.
    제목만 봐선, 잠시 머물며 말타기 체험도 하고 차도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곳이었던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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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 보니 늘어진 안장과 허물어진 탁자며 가구들.
    누군가 직접 그린 듯한 캔버스 속의 말은 푸른 들판에서 고고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감히…” 마친 이런 느낌으로.

    그리고 사인. J.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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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NU씨가 사는 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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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선 물이 졸졸.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누군가 살고 있다기엔 너무나 폐허인 이 곳에 생활의 냄새라니.

    누구일까.
    한 때는 번창했을 이 곳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
    그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고 있을지 모를 사람.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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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간의 시간은 8시 53분에 멈춰져 있다.
    누군가 땡을 외쳐, 멈춰진 시간의 마법을 풀어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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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휴게소로 내려오니 고원을 찾은 연인.
    이 높이에서도 커플들의 테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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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를 타고 쿠로가와로. 불과 10분 여 거리다.

    도착하니, 산중턱의 온천 마을은 이미 캄캄하다. 내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두 사람.
    예약해 둔 료칸을 찾아갈 방법이 막막한데, 같이 내리신 마을 분이 친절하게 마중나온 차에 나를 태워
    친절하게 여관 앞에 내려주신다. 정말…이번 여행, 난 천사들의 합창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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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가와는 그야말로 전통 온천 마을이다. 유후인과는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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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묵은 와후료칸 미사토의 온천. 유황천의 원천수가 나오는 집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온천물이 뽀오얀 고기국물 색을 띈다. 온천을 하고 나오면 피부는 스베스베.

    짐을 풀자마자 바로 온천 한 판 땡겨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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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쯤 체크인했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닌데,
    료칸의 시간은 정말 빨리빨리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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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칸 시스템이 다 비슷하지만,
    일단 방에 들어가면 전담 언니(?)가 간단한 웰컴 드링크, 쿠키를 내어주고
    저녁 식사 시간을 어레인지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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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당히 온천을 즐기고 들어가면, 딱 그 시간에 내 방에서 식사가 준비된다.
    서빙 받으며 즐기는 가이세키 코스.

    요리 자체도 워낙에 맛이 있지만,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고, 버스에 실려와 온천 하고 먹는 저녁 식사가
    더 없이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만…
    이 동네서 유명하다는 말고기의 유혹에 빠져 말고기 육회를 우걱우걱.

    이것저것 첨가 고기며 국물까지 아예 끊지는 못했지만,
    나름 덩어리 고기는 피하는 비덩섭생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1년 만에 처음 깼다. 심지어 육회로다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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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고 나면, 또 온천이다.

    원래 쿠로가와는 ‘뉴토테가타(入湯手形)’가 유명하다.
    가격은 천엔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기가 묵는 료칸외 다른 료칸의 온천 3곳을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온천 자유이용권.

    이걸 사서 심야 온천 투어를 감행해 보려고 했으나 이거 왠걸.
    뉴토테가타는 밤 8:30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밥먹고 나니 벌써 그 시간인걸.

    다음 날은 9시 30분 버스타고 하카타로 나가야 되고.
    쩝. 속상해 하고 있으니, 여관 주인 아저씨가 선물이라며 자유이용권 1매를 주신다. 프리라는 걸 강조하시며.

    그걸로 다음날 료사이라는 온천호텔에 가서 좀 더 럭셔리한 온천을 했다.

    어쨌든 또 온천. 욘센. 온천. 욘센.

    배낭에 싸온 컵사케와 맥주를 늘어놓고, 방을 뒹굴며 하루키를 보다가 욘센하고.
    쿠로가와 밤마실 한 번 나갔다 와서 또 욘센하고.

    료칸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간다. 쫌 놀았는데, 그냥 12시… ㅠㅠㅠ

    억울해. 료칸은 무조건 3시 체크인 시간에 맞춰야 한다. 그 시간에 들어와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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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질 듯한 별빛 아래, 쿠로가와의 밤은 깊은 정적.
    산책 한 번 나갔다가 귀곡 산장을 찍었다.

    그래도 어느 선술집은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온천장의 또 하루를 돌린 이들을 맞이한다.
    나 역시 방에서 맥주와 사케 한 잔. 그리고 푹신한 요 위에서 깊은 잠.

    료칸에서 제일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요와 이불.
    갓 빨아 말린 두툼하고 빠빳한 요 위를 온천물에 달궈진 몸으로 뒹구르르 뒹구르르….
    천국인가 싶더니, 어느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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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온천 마을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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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방샤방 아침 산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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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하지만 밤과는 다른 부산함의 기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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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아침에도 또 욘센을 하고…밥을 먹는다.
    가볍지만 맛난. 두부 버섯 샤브샤브와 샐러드. 우메보시와 된장국. 톳같은 것…전형적인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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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은 저녁과는 달리 식당에서.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고, 상마다 방번호가 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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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아침을 먹고 나서 또 욘센으로 고고씽.
    주인 아저씨의 프리 온천 티켓을 들고 근처 료사이 료칸으로. 정말 이런 게 사는거다? ㅋ 설마.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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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 전 동네 한 바퀴.

    간절한 바램은 어디나 있다. 이 작은 온천 마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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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에 살며, 관광지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
    내가 회사를 다니듯. 그 회사가 누군가에게는 관람의 대상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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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가와. 짧아서 아쉬웠다.
    6시에 들어와서 다음날 9시까지. 그리 짧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 짧았다.

    언젠가 풀코스로, 긴 1박 2일 혹은 짧은 2박 3일로 다시 한 번 천천히 느긋히 누리고픈 곳.

    안녕, 쿠로가와!
    나는 다시 후쿠오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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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 큐슈 여행 (4) 후쿠오카 다이묘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다이묘.
    공항가기 전에 잠깐 찍고 왔다.

    후쿠오카의 최고 다운타운인 텐진에서도 개성있는 셀렉트 샵들과 카페들이 모여있는 곳.
    서울로 치면 약간 가로수길 같은 분위기랄까.

    아 맞다. 가로수길은 이제 이런 분위기 아니지. 예엣날 가로수길로 수정.
    지금은 어디라고 해야 할까. 상수동 외곽쯤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요즘 젊은 것들은 어디 모여 꿈과 낭만을 피워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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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며 손글씨가 간판부터, 벽장식까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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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다니는 조카를 데려다가 카페 인테리어를 시킬 수도 있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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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까지 세워놓고, 가게의 공지판을 오랜 시간 꼼꼼히 들여다 보는 신중함.
    잘은 모르겠다만, 설마 지금 하려는 것이 점심 식사를 위한 메뉴 분석은 아니겠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데, 일본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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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있는 옷차림의 오빠며 언니들.
    그런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좀 한산한 분위기.

    그 외에도 일본이란 곳은 전체적으로 겉에서 보기엔 고요한 정적의 느낌이 있다.
    정작 들어가 보면, 끼리끼리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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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바와 클럽들, 가게들…주말에 와 보면 꽤나 흥청거리는 그림일 것 같다.
    일본식의 흥청거림이란 어떤걸까. 밖에서 보면 단정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삼사오오 바글거리는…반전의 흥청거림??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들어가 보면 꽤 사람들이 많은 경우가 꽤 있어서 놀랬다.
    조용함으로 한 겹 말아놓은 듯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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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줄을 서 사 가는 모찌집이 있길래, 냉큼 종류별로 모찌를 사 서울까지 가지고 왔다.
    줄을 서는 집에는 이유가 있더라. 겉이 팥소고 안에 밥을 들어간 모찌, 밤과 고구마가 소와 함께 들어간 모찌 등..,
    모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집 모찌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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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좋았던 날씨.
    후쿠오카 공항.

    참 진짜 다 좋았다. 누군가 나를 위해 계속해서 뭔가를 내려보내주는 것 같았다.
    SD카드가 공장났다는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좋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복구를 못하고 복구된 것도 화질이 확 낮아져…속상했다.
    사진보다 여행이 중요한 건 맞는데, 그래도 사진을 보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으니까.

    SD카드라는 취약하기 그지없는 물건에 내 추억을 몽땅 걸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이없기도 하고.

    그래도 건진 것들이 이만큼이나 된다. 물컵이 물이 1/5잔이나 채워져 있지 않은가.
    이만큼이면 목이 말라 죽지는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ㅋㅋㅋ

    무엇보다 여행심이 다시 솟아났다는 것. 그리고 후쿠오카에 대한 발견.
    왜가 없이, 뭘 많이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타나 보여준 다정함. 싱기했다. 체감적으론 거의 외계인들의 출몰 수준.

    그리고 함께 해 준 하루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딱 그 타임에 나에게 내려보내진 책이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가 될까.

    기대된다. 나도 모르는 다음 여행과 매번 여행마다 따르는 신기한 일들이. 외계인들과의 만남이.

    여행의 모든 순간은 그날로 되돌아가 수렴되지만, 나는 이렇게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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