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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1 minute

가진 패 다 까고 도박판에 선 사람의 어리석음 같지만
그 말을 들었기에
방에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했던 어떤 게임을 떠올렸다.
다 걸었고 진심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실상은 지기 위해 설계했고
복구 불가능한 패배를 위해 끝까지 가야 했던 게임.

그 끝에서야 겨우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오랫동안 듣기 두려워했던 팩폭이었지만
그 소리는 맑은 여름 날 오후에 울려퍼지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투명했고 명료했다.
달콤하게 귀를 간지럽히는 수많은 헛소리들과는 달리.

종소리를 듣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비로소 끝에 왔다는 걸.

이 장면의 BGM이 좋다.
겜블링의 긴장감보다는 미리 예감한 패배의 기운이 전해진다.
지기 위해서 설계한 게임일지라도
지는 건 여전히 슬프니까.

어제까지는 제일 좋아했던 1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장만옥, 장국영이 아니라 유가령이 보였다.

상황파악 정확히 하면서 괴롭지만 합리적으로 다음 단계로 선택해 나가며
“난 매를 먼저 맞아어”라고 똑 부러지게 정리한 리진보다는
온갖 잔머리 굴려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빠져나가버린 사랑을 찾아
캄캄한 무지 속에서 발버둥치며 아무도 없는 필리핀까지 와버린 루루의 천진한 발악이
더 진하고 찬란한 향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못 가진 걸
동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