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닷컴 » 2011 » February

Archive for February, 2011

LPGA 개막전 – 혼다 타일랜드 오픈

쩡야니 돌풍이 LPGA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가 관전 포인트였다. 2011년 2대회 연속 우승으로 문을 연 쩡야니군. 연승 행진은 이번 주까지 이어졌다. 작년에 미야자또 아이가 승수를 챙겨나갈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정말 강해졌다’….

2R까지만해도 유로피언 리그보다는 풍부한 LPGA의 선수풀은 올해도 혼자 앞서가는 독주 스타를 허용하지 않는 듯 했다. 1R에서 김인경 프로가 노보기 9언더로 치고 나갈 때 까지만해도, 쩡야니군은 3타 뒤진 66타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1R 김인경 프로의 성적은 예외적이다. 2,3,FR의 최저타 평균이 67타니까. 즉, 이번 대회에서 66타보다 낮은 타수를 기록한 것은 김인경 프로가 유일하다.

쩡야니양은 68.25타를 쳤다. 하지만, 66타 2개, 70타 1개, 71타 1개의 평균이다. 그러니까, 무난~하게 4언더씩 친 게 아니라, 1, 2언더도 치고 6언더도 치고해서 우승한거다. 특히 FR에서 다시 6개 줄여, 66타를 쳤다. 2R까지 선두를 못 지켰는데, 무서운 뒷심이고, 쩡야니 플레이가 재미있는 이유다. 좀 뒤쳐져 있어도, FR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

좀 억울한 것도 있다. 3R에서 미쉘위와 김인경이 한 조로 쳤는데, 견제하다 서로 까먹는 플레이양상이 됐다. 88년(인경), 89년(미쉘위) 비슷한 나이의 두 선수가 같이 쳤는데, 미쉘 위는 키(-_-)와 거리에서 인경을 압도했고, 인경은 정교한 어프로치로 미쉘 위 기를 죽였다. 둘다 비슷하게 71타, 72타 기록했는데, 이것도 전반에 두 선수 서로 같이 죽 쑤다 후반에서 겨우 만회한 타수다. 결국 이게 FR에서 쩡야니가 마음편히 앞서갈 수 있는 빌미를 줬다.

FR에서는 서양 vs 동양의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챔피언 조에서는 미쉘 위와 쩡야니가 붙었고, 그 다음 조에서는 폴라 크리머와 김인경이 붙었다.

조금 밀리긴 했지만,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미쉘 위와 맞장 뜨는 여자 선수 첨봤다. 하기야 늘 얘기하듯, 쩡 야니’군’이지만. 그래도 미쉘 위 드라이버 많이 안정됐더라. 피니쉬 끝까지 않하고 딱 콘트롤 해서 치는데, 예전같은 호쾌함은 없지만 대부분 페어웨이 적중을 했다. 폼이 좀 딱딱해진 느낌이지만, 좋은 징조인듯 하다. 문제는 퍼트였다.

골프는 기싸움이다. 특히, 기가 가장 많이 좌우하게 되는 부분이 퍼트일 거다. 퍼트는 강인한 근육이나 높은 운동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돈된 마음을 요구한다. 그리고, 프로에게 가장 열광하게 되는 부분도 바로 이 퍼팅이다. 결정적인 클러치 펏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챌 때 우리는 그를 진정한 ‘승부사’라고 인정하게 된다. 오늘 미쉘 위에게도 쩡야니를 따라잡을 결정적인 클러치 펏 기회가 몇 번 왔었다. 하지만, 살리지 못했다. 몇몇 펏은 완전히 그린을 잘 못 읽었다.

지난 3년간 미쉘 위가 좀 심하게 퍼팅 삽질하는 걸 여러번 봤다. 선천적인 퍼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마음이 딸리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아무리 드라이버가 많이 나가고, 스윙 폼이 훌륭하더라도 미쉘 위에게 열광까지는 할 수가 없는 거다. LPGA급이 되면 실력은 다들 종이 한장 차이, 비슷하다고 들었다. 우승을 한다는 것은 기회를 잡는 능력이라고 들었다. 그 능력은 마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쉘 위의 마음이 그만큼 단단해 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녀의 운동 능력은 이미 챔피언이니까.

폴라 크리머와 인경의 대결은 …인경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키가 한 30cm는 더 커보이는 폴라 크리머. 하지만, 드라이버 거리조차 인경과 비슷했다. 인경은 세컨샷부터가 일품이다. 특히, 그린을 놓쳐도 써드 샷에서 붙이는 숏게임 능력이 인상적이다. 폴라 크리머 공주, 잘 했지만 손가락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았다. 공주님 계열을 워낙 별로라 해서 인경의 선전이 반가웠다. 폴라 크리머 스윙을 보면, 굉장히 몸에 무리가 가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허리가 심하게 휜다. 저렇게 쳐서는 몇 살까지 골프할 수 있을까? 금방 허리 나갈 것 같은데.

잘했던 인경이 무너진 것은 17번 홀이었다. 그린 근처에서 인경의 장기인 써드샷 실패하는 것 까지 보여주고 광고가 끼었는데, 다시 현장으로 와 보니 6번째 샷을 같은 자리에서 하고 있었다. 띵~ 결국 좀 긴 채로 바꿔잡고 데 툭 치는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그린 오버. 결국 5오버, 퀸터플 보기를 기록했다. 아마추어 100돌이가 양파만 해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데, 프로가 양파를 넘는 퀸터플 보기를 했으니. 그것도 2타차 2위인 상황에서. 에..휴! 플랍샷이란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 당분간 절대로 띄우는 샷따윈 시도조차 못할 것 같다. 무서워서-_-;;

그렇다고 해도, 폴라 크리머 그렇게 싱글생글 웃으면서 홀아웃 할 수 있는건가. 지나치게 솔직한 건지, 그런게 미국 식인건지…얄미웠다!! 정이 안 간다고..췟

인경은 굉장한 또박이다. 모범생, 또박이, 노력파, 악바리, 똑순이…다 인경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지애와 동갑내기. 하지만, 지애와는 다른 로열 코스를 걸어왔다. 초딩때 골프 시작했고, 17살에 미국에 유학가서 US여자주니어 골프챔피언쉽에서 우승했고, 사상최초로 2부 투어 Q스쿨, 지옥의 LPGA Q스쿨에서 모두 1등했다. 한국선수가 LPGA Q스쿨에서 1등한 건 97년 박세리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마때부터 누릴 거 해야 할 거 다 한 선수다.

그런 인경이 퀸터플 보기를…본인 프로데뷔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저 독한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저런 비슷한 어프로치를 연습할지 상상이 된다. 5년 전 인터뷰에서 5년 뒷 1등 깃발 꽂고 절대 안 내려올 거라고 인터뷰했었다. 열일곱살 아이의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골프 머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인경이 넘어야 할 산은 이제부터가 아닐까. 인경은 이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 태극 낭자 모두들,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그 세계 속에는 또 뭔가 어려운 것이 있겠지.

그런 점에서 쩡야니. 복잡한 거 없다. 막 친다. 하체 리드로 골반을 쭉 뻗어주는 피니쉬로 폭발적인 거리를 만든다. 보기, 더블 보기 하고도 바로 버디로 리커버한다. 까맣게 탄 근육은 탄탄하게 빛나고, 표정은 늘 여유만만이다. 눈동자는 인형 눈처럼 새까맣게 반짝거리고, 잘 치고 나면 완전히 애기 웃음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한다.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생긴거 부터가 운동 선수, 타고난 체육과다. 왜 그런 애들 있잖아. 특별히 별 거 안 가르쳐도, 체육시간만 되면 날라다니며 좋아하는 애들. 우리 아이들이 잘 치고 못 치고에 연연하고, 샷 하나 하나에 전전긍긍 분발하며, 짜여진 스윙의 틀에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동안, 대만의 한 아이가 나타나 스윙은 몸으로 또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애…부진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지애는 다른 방향으로, 스윙 머쉰을 넘어서 있다. 그래서 지애를 좋아하는 거겠지. 많은 일을 겪었던 지애, 해맑은 쩡야니. 어떤 식으로든 ‘틀’을 벗어나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이 기대된다. 물론, ‘틀’의 대명사인 미쉘 위, 인경도 이 레이스에 가세할 전망. 결국 뭐가 이길까? 요런 포인트로 한껏 흥미로운 2011, LPGA 스타~~트!!


한창 중계 보고 있는데, 뎀비가 들어와선 한 마디 쿡~ 던지고 간다. “에휴…또 골프~~~~~ 저놈의 골프사랑. 저 짝사랑. 저 몇 년간의 짝사랑.” 잉잉잉…

만추

패키지 여행은 재미없다. 패키지 영화도 그렇다.

기대가 컸었다. 시크폐인, 주원앓이로 몇 달 살았지만, 현빈 때문이 아니다. 닿고 싶었던 건 김태용이었다. 휴가 나온 여자 죄수와 날탱이 제비족의 2박 3일 짧은 만남. 쫓기는 남자와 돌아가야 하는 여자. 여고괴담 2와 가족의 탄생같은 *놀라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너무 심하게 뻔한 이 설정에 어떤 마법을 걸어줄까가 관전 포인트였다. 드라이하게 말해서 그렇지, 설레였었다. 다시 강조. 현빈 때문 아니고!! 김태용 감수성과의 조우에.

결론적으로 난 이렇게 울부짖는다. 마안추~~마안추~~~만추야, 이 자슥아~~!!! 일단 난 이 영화가 김태용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 안개에 덮힌 시애틀, 더 오리무중인 두 사람의 만남. 그림 엽서같은 멋진 풍광. 현빈과 탕웨이. 어쩌구 저쩌구…영화보다 욕나왔다. 씨발. 돈 받고 아웃소싱만 해 준 거지 쓴 건 아닐꺼야…애써 진정하는데, 떡하니 엔딩에 Written and Directed by 김태용하고 뜬다. 납득도 안돼 집에 와서 찾아보는데, 역시!!! 영화사 사장이 제안한거고, 정황상 탕웨이도 영화사에서 물어온 것 같다. 현빈은 탕웨이 맞춰서 대충 끼워넣은 것 같고. 1년 전 현빈은 애매했을 테니. 둘이 해야 되니까 한국도 중국도 아닌 시애틀 같은 데로 갔어야겠지. 김태용은 열심히 구상했겠지만, 이미 정해진 셋팅이 워낙 타이트해서 운신의 폭이 없었을 거고.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로맨스 감정을 잘 못 푸는 것 같다. 어거지스럽구 무리구. 애초에 그거 해야 될 사람도 아니고. 아니, 그런 뻔한 거 정반대의 것을 해야 되는 감독 아닌가!! 그런 유니크한 재능을 왜 이런 패키지 영화에…낭비. 물론 여기까지 다 추측성 발언.

어쨌든 결과는 또 한 편의 ‘호우시절’이다. 요런 영화, 나는 ‘투어 로맨스’라고 분류하는데. 대충 여자 남자 둘이 우연히 만나서 여기 저기 싸돌아다니는 그런 영화. 로드 무비라고 하기엔 이동거리가 그다지 길지 않고 대략 테두리가 정해진 도시 단위의 공간 내에서 동선이 그려진다. 투어 로맨스의 좋은 예, 비포 선라이즈, 어떤 하루(흠) 나쁜 예, 호우시절, 만추. 우선 포인트는 남 녀의 치고 받기. 워낙 1:1 상황이라 둘의 호흡이 중요하고, 꼭 알콩달콩일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두 남녀사이에 흐르는 어떤 식으로든지의 ‘전류’가 극의 재미를 좌우한다. 그 다음 포인트는 스팟의 매력과 스팟에서 이루어지는 의외의, 하지만 이질적이지는 않은 이벤트. 좋은 예는 비포 선라이즈의 청음실이나 케이블카. 나쁜 예, 호우시절 댄스장(So..Cliche’), 만추의 판타지 무언극(생..뚱). 만추는 아무 것도 못 살린 것 같다.

그래, 저런 거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저런 거야. 엔딩씬 롱테이크가 좀 와 닿는 순간 탕웨이 오글거리는 독백. 기다림의 실재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긴 것 같아 촉촉히 젖어드는데, 대사에서 확 깼다. 그래, 이건 영화였지! 그렇게 강조해야 되나. 그냥 경계에 버려뒀으면 안돼는 거였니.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에 잠기듯, 영화 속에서 실재라는 꿈속으로 빠져들게…

색계를 못봤는데, 소문대로 탕웨이 대단했다. 뉴스에서 공항 입국이랑 기자 회견 사진 같은 거 보고 뭐야 얘 왜 이래 그랬는데, 영화 속에서는 180도 변신. 낮은 음성, 무표정 속에 뿜어내는 기가 장난이 아니다. 소박한 백지에서 잠들었던 용들이 꿈틀꿈틀 한 마리 두 마리씩 튀어나오는데 허걱. 백 마리는 본 것 같다. 반면, 현빈은 그저 안습. 도당췌 자기절제가 내면화된 성실 노력 매너남 현빈의 어디에 그런 나쁜 남자, 껄렁남 끌어낼 여지가 있단 말인가. 껄렁해 보이려 하면 할 수록, 껄렁해 보이려고 참 열심히 노력하는구나 이런 느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데 대사까지 영어로 할려니…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감정 라인이 전혀 안 잡힌다.

영화 보는 내내 장국영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다. 아비정전의 첫 장면, 단 한 씬만으로 여심을 뒤흔들어버리는 그런 나쁜 매력. 하기야 그건 장국영 한 사람밖에는 안 되는 거지만.

하지만, 어찌됐든 만추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극장 꽉꽉 차고. 최소 백만 정도만이라도 가주고. 그래야 김태용이 다음 작품을, 온전히 자기 것인 김태용표 뭔가를 만들지. 그 훌륭한 가족의 탄생이 겨우 20만 넘었다는데, 힘들었겠지. 아티스트에게 흥행은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하고봐야 하는 것이기에 T_T 하지만, 가족의 탄생은 소중한 영화인데. 김태용 감독도 그렇고. 임권택,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뭐 이런 뾰죽한 산맥들과는 다른 김태용만의 옹달샘이 있는 거다. 맑고 달고, 예민하고 적확하지만 신경질스럽지않은. 개런티받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감독이 아니잖아. 창작이 고통이 너무 힘들어 잠시 돌아간 길이겠지…그렇다고 믿고 싶다. 오늘은 죄다 추측성 발언. 유난히 타블로이드 돋는 밤이군요.

현빈군, 고마워. 이번 주말에만 10만 넘게 들었다는데. 그렇게 떠가지구 김태용 감독이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해줘서. 역시, 기특한 자식. (마무리는 알흠답게~)

전대미문의 가족을 탄생시킨 것처럼, 나를 놀라게 하고 전혀 다른 가능성에 기꺼이 끄덕이게 하는 김태용표 감수성을 기대한다. 예민하고 연약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 견고한 감수성을. 김태용 감독을 좋아해, 만추보고 열받았음. 애정이 깊어 뜻없는 열받음조차 기록에 남김. 이상!!

그림구경

그림 구경을 했다. 아니, 그림들이 걸리는 과정을.

걸리기 전의 그림은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그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그 벌어질 일들이 세심하게 선택한 공간의 그림들과 어울리기를 바란다.

그림을 걸 때는 그림을 구경할 것을 생각하지만, 정작 걸리고 나면 그림이 공간을 구경하게 된다. 아마 그 중 어떤 것들은 필연적으로 그림이 걸릴 때의 기대와 위배되는 일들이리라. 하지만, 그런 때 조차 이 그림들은 말없이 공간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이 무언의 목격자는 공간의 소용이 한계에 다다를 때, 말없이 함께 퇴장하게 될거다. 이 공간의 더께가 내려 앉아 그 전과는 다른 그림이 되어. 무엇을 본 그림들이 되어 있을까? 퇴장할 그림들의 표정이 궁금하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요즘 뭔가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걸 때보다 더 기쁜 마음으로 그림을 떼고 Exit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3
5
4
6
2
7
8

Gamification

MWC 2011의 문을 연 첫 번째 트랙은 App Planet Forum. 장장 오전 9시부터 오후 3:30분까지 이어지는 수퍼세션인데, 안가 봐서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단연 주목하게 되는 패널은 포스퀘어의 CEO 데니스 크로울리다. 그는 WMC에서 포스퀘어 성공 비결을 다음 4가지로 요약했다. API, 개인화(데이터를 활용한), 공유(4S 버튼 추가),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참여). 그리고 아마도 이번 MWC 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듯한 이런 말을 남긴다. “우리의 도전은 게임 메카닉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는 것입니다.(challenge is to change consumer behavior via game mechanics.)”

오호라~ 슬슬 넘겨보던 내 눈에 한 단어가 탁 와서 꽂힌다. 게이미피케이션. 이런 트렌드에 대해 뭐라고 딱 꼬집어 워딩을 못했는데(그저 ‘게임화’정도), 이런 말이 벌써 있었구나. 순간 팜빌, 마피아워즈 등 초특급 페이스북 소셜 앱들을 연달아 힛트시키며, 오히려 페이스북을 따먹을 지경이라는 말까지 돌았던 징가(zynga)의 CEO 마크 핀커스(Mark Puncus)가 몇 년전 블로그에 쓴 짧은 포스트가 떠오른다.

Web 3- 모든 세계는 게임이 될 것이다.

모든 웹 서비스는 결국 게임처럼 보이고 느껴지게 될 것이다. 사용자들은 ‘가장 재미있는’ 전자 상거래와 그런 종류의 사이트들에 끌리게 될 것이다. 게임성은 웹 콘텐츠와 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마크 핀커스 블로그 2009.6

게임회사 CEO인 마크 핀커스의 포스트가 게임에 대한 바이어스된 견해로 비춰질 수 있다면, 데니스의 발언은 서비스 기획자에게는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포스퀘어는 일반 서비스가 게임의 외피를 쓰고 매스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사례니까.

물론, 데니스씨가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본 몇 개의 인터뷰(와이어드, LA Times 등)에서도 그는 트위터나 페북과의 경쟁선에서 그들을 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줄기차게 포스퀘어의 게임 메카닉을 언급했었다. 물론 그 게임 메카닉이란 것에는 이미 그 옛날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닷지볼(dodgeball)’을 만들어 2005년 구글에 팔아먹고, 불과 2년 후 “구글에서의 경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며 독설을 퍼붓고 미련없이 구글을 떠나 절치부심한 내공의 엣센스가 담겨있다. 기억으로는 닷지볼은 초창기 모바일 SNS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 집중했을 뿐 그다지 게임성 같은 걸 띄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근데, 모바일 헌팅…hunting via mobile 이거 자체가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일수도? 흠 ..)

소셜 게임의 메카니즘은 매우 간단하다. 심지어 게임을 깔 줄도 모를 정도의 게임치인 유진이조차 푹 빠져서 즐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바로 그 간단함이 사람을 중독시킨다.

  • 게임 안에서 나만의 공간이나 아이덴티티가 주어진다.
  • 특정 미션을 수행 하면서, 포인트를 모으거나 등급을 높인다.
  •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미션을 수행하거나,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 친구들의 등급과 나의 등급이 계속해서 비교된다.

예를 들어, 카페월드(Café World)라는 게임 앱에서는 나만의 레스토랑을 꾸미고, 요리를 만들어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접한다. 요리를 만든다고 해서 복잡한 요리법을 익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레시피 북에서 원하는 요리를 골라 몇 번의 클릭(재료 손질, 요리)만 하면 요리가 시작된다. 친구들 중에 한 명을 골라 직원으로 지정하면, 완성된 요리를 손님에게 대접하고, 더 많은 손님을 접대할수록 포인트가 올라간다. 가끔씩 친구의 카페에 가서 일을 해 주기도 하고, 친구들 간에 완성된 요리나 카페 인테리어용 선물을 주고 받는다.

복잡한 애니메이션이나 완성도 높은 그래픽, 복잡한 활동이 지원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즐긴다는 것이 장점이다. 농장이나 레스토랑을 경영하기도 하고, 애완동물이나 물고기를 키운다. 마피아워스처럼 패를 나누어 싸움을 벌이는 게임도 있다. 경영이든 키우기든, 패싸움이든 몇 번의 클릭질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강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복잡한 설치과정도 필요 없고, 늘 내가 오고 가는 페북의 한 켠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표를 보니, 현재 스코어 페북 소셜 앱 1위가 징가의 시티빌인데, DAU(Daily Active Users)가 2천 만명이 넘는다. MAU(Monthly Active Users)는 1억 수준이다. 전체 페북 사용자를 6억으로 보면, 월간 지표기준 시티빌 하나만 해도 전체 페북 사용자의 1/6이 접속했다고 볼 수 있다. 헐~ (**MAU가 유니크 유저 기준인지 확인 필요 ㅋ)

어쨌든,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사용자와의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페북 게임앱의 방법론은 서비스 기획에도 시사점을 준다. 특히, 온라인 활동이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게임과 유사한 형태로 인터랙티브하게 컨텐츠나 기능을 소비하는 방식은 서비스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어린애들 생각하면 더 그렇다. 맨날 그 재미나고 수퍼 인터랙티브한 게임만 하고 큰 애들한테, 브라우징이나 검색, UCC 생산 같은 것이 재미가 있을까?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을 중단하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오히려 서비스가 게임의 형태를 띄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특히나, 필요에 의한 검색이 아니라 생산이든 입력이든, 평가든 뭔가 ‘하기를’ 요구하는 서비스라면 더더욱 말이다.

TED – Gaming can change the world

온라인 게임은 중독 현상을 유발시키며, 청소년의 미래를 해치고, 가정의 평화를 방해하는 주적으로 꼽힌다. 조금 심각한 정도에 이르면,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한 어두침침한 PC방에 틀어박혀 부시시한 모습으로 낮과 밤이 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초췌한 중독자가 되어 세상만사 모두 다 팽개친 폐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TED Talks 2010년 2월 강연에서 한 여성 게임 개발자는 게임으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제의 발표를 한다.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이 발표한 강연의 제목은 < 게임을 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Gaming can change the world)>. 그녀의 발표는 다소 비현실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매 주 게임을 하는 시간은 30억 시간에 이른다. 30억 시간을 기아, 가난, 환경 문제 등 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녀가 전개해 나가는 내용은 흥미롭다. 그녀의 발표에 따르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일명, WOW)는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의 시나리오 속에서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효과적인 협업과 생산성의 공간이라는 거다. 레벨별로 능력치에 맞는 미션이 제공되고,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하기 쉽고, 사람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적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내놓은 리포트에 의하면, 게임 문화가 발달한 국가의 평균 성인은 21세가 될 때까지 게임을 하면서 1만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 수치는 다음 2가지 면에서 흥미롭다는 주장이다. 첫째, 이 시간은 미국의 학생들이 5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과 일치한다. 어린아이가 숙달된 게이머로 성장하기 위해 학습하는 시간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을 배우는 시간과 비슷한 것이다. 둘째, 이 수치는 작가 말콤 맥도웰의 그의 저서 < 아웃라이어>에서 밝힌, 어떤 분야에서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일치한다. 말콤 맥도웰은 그의 책에서 어떤 분야에든 1만 시간을 연습하면,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만 시간동안 게이머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면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행동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소셜 스킬, 많은 일을 행복하게 수행하는 성실함에서 오는 생산성, 게임 시나리오의 신화적 스토리에 자신을 바치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단,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이라는 가상 현실 속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world
World Without Oil

그녀는 이 가상현실 잠재력을 실세계로 연결하기 위해 몇 가지 게임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있다. 2007년에 만든 석유 없는 세상(World Without Oil)은 석유가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한다. 게임에 가입을 하고, 현재 위치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의 석유 부족에 관한 실시간 뉴스를 제공한다. 얼마나 부족하고, 그것이 식량, 교통, 교육과 같은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게이머는 만약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블로그를 쓰거나, 비디오/사진 등을 포스팅하도록 유도한다. 2007년, 1,700명의 테스터를 대상으로 출시했고, 3년간 그들을 트래킹 했다.

아무도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혹은 의무감 때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흥미진진한 모험 상황 속에 빠져들게 하고, “지금 석유가 떨어져가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이건 멋진 이야기가 되고, 해쳐나가야 할 멋진 모험으로 바뀐다. 이 상황에 도전해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게 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들이 이 게임에서 배운 생활 방식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 다음 출시한 수퍼스트턱트(SuperStruct)라는 게임에서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 시간이 23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5명끼리 팀을 이뤄 인류를 구할 새로운 에너지와 식량, 사회체제 등을 발명해 보는 게임이다. 2010년 3월에 출시한 이보크(Evoke)라는 게임에서는 세상을 발전시킬 새로운 혁신 방법을 모색한다.

게이머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다는 것은 재미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게임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매 주 전 세계적으로 30억 시간이 게임에 소요되고 있으며, 그 중 몇 시간은 나의 혹은 나의 자녀나 남편, 동료의 시간일 것이다. 현재 전 세계 5억 명으로 추산되는 게이머의 수는 다음 세대에는 10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간이 게임에 소요하는 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좋아. 게임으로 좋은 일 하는 거 참 좋아. 하지만, 서비스는?

컨텐츠 유통 in 소셜 앱스

페북, 네이버, 네이트 모두 소셜 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좋은 취지들로 시작한 것이겠지만, 실상 탑 앱스는 죄다 게임이다. 소셜화다 뭐다에 휩쓸려 한 번씩 들여다 보지만, 배움돋는 벤치마킹은 커녕 그 안의 게임 앱에 빠져 시간만 왕창 쏟다 오기 일쑤다. 기획자의 스탠스로 앱을 접하는 나조차 이렇건만, 일반 사용자들은 대체 어떨까. SNS는 게이머의 수와 그들이 게임에 보내는 시간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주역 중의 하나다. 안 쓰던 것을 쓰게 하는 소셜 앱의 특성은 게임을 안 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더 많은 시간을 게임을 하며 보내게 하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참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이 속에서 몇 가지 게임의 포맷을 가지고 유의미한 컨텐츠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있는 것 같다. 소셜 앱 시장이 3~4년 이상 성숙한 미국에서도 이제야 겨우 움트는 시도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컨텐츠가 패키징되고 유통될 지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 시장이다. 시장이 바뀌었고, 시장에서 그들이 하는 일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제품이 유통되어야 하는 장소와 방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몇몇 앱들에서는 그런 시도의 연장에서, 게임과 컨텐츠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단계를 보여준다.

다같이 음악퀴 한 판~ 게임 + 음악 = 뮤직 챌린지

< 뮤직 챌린지(Music Challenge)>는 음악 퀴즈 형식을 띈 게임 앱이다. 음악을 듣고 노래 제목이나 가수명을 맞추는 게임으로, 단계별 점수에 따라 레벨 업 된다. 내 친구에게 도전을 해, 서로의 점수를 비교할 수도 있고 친구를 게임에 초대해서 즐길 수도 있다. 게임이 끝나면, 퀴즈에 나온 음악을 소개하고 구매로 연결한다. 내 음악 지식을 자랑하는 게임의 포맷을 띄고 있지만, 실제로 이 안에서 소비되는 것은 음악이며, 게임을 통해 보다 집중해서 음악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앱의 지표는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MAU 백 만 명에서 30만명 수준으로 1년 사이 대폭 하락), 그래도 이 앱이 뭘 하려고 했는지 공감할 수 있어서 가끔씩 들어가 해 보게 된다. ^^

music
뮤직 챌린지(Music Challenge)

음악은 SNS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데이터 중의 하나다. 한편, 퀴즈는 소셜 앱에서 가장 인기는 액티비티 중 하나다. 데이터와 액티비티의 만남. 사람들이 원하는 데이터와 소셜 액티비티가 만나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었다. 게다가 지인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퀴즈라는 액티비티와 결합될 수 있는 데이터는 영화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고, 텍스트가 될 수도 있다. 퀴즈는 단순히 보고, 듣는 것으로 활용되었던 음악 데이터에 기초적인 게임의 레이어를 얹어준다. 기저의 목표는 보다 ‘재미난 유통’ 그리고 ‘시간의 점유’지만.

히트할 음악을 찍어BoA요~ Hit or Not

그렇다면,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사람들이 듣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낯선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해서는 퀴즈보다 강력하게 사람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액티비티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숙제를 해결한 곳이 있다. 더비즈모(thebizmo)의 Hit or Not이라는 앱이다. 바로 더비즈모(thebizmo)라는 영국의 인터넷 음악 마케팅 벤처. SNS안에서 ‘트로이의 목마’를 보내, 그 안에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숨겨놓았다.

더비즈모가 2010년 2월 페이스북에 출시한 < 히트 오어 낫(Hit or Not)>은 사용자가 자신의 레코드사를 만들어, 음악의 사업성 평가 능력을 테스트하는 게임이다. 사용자가 음악 장르를 고르면, 해당 장르의 신인들의 음악이 플레이된다. 일종의 신인 뮤지션들의 쇼케이스장이다. 여기서 사용자들은 음악을 평가하고, 마음에 드는 뮤지션과 계약을 맺어 그들의 음악을 사고 팔 수 있다.

hot
히트 오어 낫(Hit or Not)

◎ 평가 – 음악의 시장성 평가
레코드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미래의 비욘세가 될 수 있는 재능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일일 것이다. < 히트 오어 낫>에서는 짧은 샘플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점수를 매긴다. 만약 이 점수가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한 점수와 비슷하다면, 히트곡 예측 지수가 올라가고 캐쉬도 받는다. 하지만, 무제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는 배터리 파워가 지급되고, 평가를 할 때마다 배터리가 소모된다. 방전된 배터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충전된다. 하지만, 기다리기 싫다면, 돈을 주고 HN(Hit or Not) 달러라는 가상 캐쉬를 구매해 바로 충전할 수도 있다.

◎ 계약 – 가상 음악 주식 시장
평가한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HN달러를 내고 구매할 수 있다. 현재 평가와 계약이 많이 되지 않은 음악은 값이 싸고, 인기 있는 음악은 값이 비싸다. 구매를 한 후 사람들의 평가가 좋아지고 계약 성사가 많이 이루어지며, 내가 계약한 음악의 가격도 더 높아진다. 예를 들어, 2011년 2월 음악 차트의 1위를 달리고 있는 J’Tique의 가수의 ‘Butterflies’는 음악은 거의 4천만 HN달러이른다. 물론, 인기없는 가수는 1 HN달러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음악을 발굴해 사전에 구매하고 인기를 얻었을 때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 내 레코드사를 키우는 방법이다.

여기서도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기를 끌만한 음악을 미리 예측하는 나의 안목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음악을 알리고 홍보해 사람들이 이 음악을 좋게 평가하고, 많이 구매하도록 하는 것까지도 중요해진다. 내 친구들에게 추천을 하거나, 내 페이스북 페이지에 포스팅을 해서 소셜 앱 바깥에 내가 계약한 음악을 알려, 주목받게 할 수 있다. 혹은, 가상의 DJ에게 HN달러로 뇌물을 주고, 내가 계약한 음악이 쇼케이스에 더 많이 등장하게 할 수도 있다.

◎ MP3 구매
구매를 통해 가상의 음반 시장은 실세계로 연결된다. 쇼케이스에서 스트리밍되는 되는 음악을 돈을 내고 바로 MP3를 구매할 수 있다.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일을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레코드 회사 사장이라면? 그래서 숨은 보물을 발견해 그 가치를 높여, 회사를 키우는 것이 내 역할이라면? 정말 음악에 집중해서 듣고 그 상품 가치를 판단하게 될 것같다. 심지어, 내가 계약한 음악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친구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에게 추천하면서 직접 그 음악을 마케팅하고 다니게 된다. 피상적 브라우저에서 주체적인 활동가로의 스탠스 변화가 gamificaiton의 요체다.

인디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들을려고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사람들은 게임만 한다. 그런데, 음악 위에 게임이라는 레이어를 얹어주자, 사람들은 그 음악을 열심히 들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서서 홍보까지 한다. 재미없는 것이 가상 세계 속에서 게임성을 더해 재미있어 졌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음악이나 낯설었던 뮤지션이나 음악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더비즈모는 뮤지션 대상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더비즈모 홈페이지의 뮤지션 마케팅 프로그램에서는 뮤지션들이 음악을 업로드하면, 이것을 블로그, 웹페이지 등 원하는 곳에서 자신의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위젯과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SNS에서 음악을 판매할 수 있는 커스텀 앱 제공을 포함, 소셜한 웹 환경에서 사용자를 만나고, 그들을 팬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팔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한다. < 히트 오어 낫> 쇼케이스에서의 음악 노출 역시 마케팅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다. 기본 프로그램은 무료지만, 아이튠즈나 아마존과 같은 대형사이트에서의 유통과 부가 기능을 포함한 비즈모 실버는 연 34.95달러로 제공된다. 또한, < 히트 오어 낫>에서의 MP3 판매를 포함한 모든 수익의 30%를 가져간다.

더비즈모는 소비자를 상품이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는 기존 풀(Pull)방식의 유통 대신, 상품을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밀어넣는 푸시(Push)방식의 유통을 실험하고 있다. < 히트 오어 낫>은 이러한 실험의 응용 중 하나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SNS라는 공간 안에서 게임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인디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나루토 질풍전 : 게임 + 애니메이션

2009년 말 페이스북에 출시된 < 나루토 질풍전(Naruto Shippuden Official!!)>앱은 인기 애니메이션인 나루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용한 롤 플레잉 게임이다. 미션 수행이나 기술 습득을 하고, 다른 사용자와 싸움을 벌이 승리하면 포인트를 얻게 되는데 포인트가 쌓이면 레벨을 올라간다. 친구들을 불러모아 팀을 구성하면, 더 많은 힘을 갖게 되고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싸움이라고 해서, 다이내믹한 결투를 벌이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정이 텍스트 기반과 클릭으로 이루어진다. 징가의 < 마피아 워즈>와 완전 똑같다. 이 앱이 출시된 목적만 빼고.

이 앱을 출시한 크런치롤은 2006년에 출시된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사이트다. 처음엔 무료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여러 컨텐츠 업체들의 라이센스를 획득해 영문 자막을 달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일부 컨텐츠를 보는 것은 무료지만, 한 달에 11.95달러의 유료 멤버쉽에 가입하면 크런치롤에서 소싱한 모든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광고없이 고화질로 볼 수 있다.

< 나루토 질풍전>은 바로 자사의 웹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게임 앱과는 다른 요소들이 앱 곳곳에 심어져 있다.

우선, < 나루토 질풍전>에서는 레벨업을 위한 게임 미션은 애니메이션에 포함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각 미션에는 관련된 애니메이션 동영상 보기 버튼이 제공된다. 메뉴에는 아예 < 나루토 보기>라는 메뉴가 제공되어 나루토 동영상으로 유도하고, 여기서 다시 크런치롤 사이트와 유료 멤버쉽 가입을 홍보한다. 동영상 안에는 광고가 포함되어 있어, 크런치롤의 기본 비즈니스 로직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게임 사용자은 게임의 보조재로 제공되는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통해 텍스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소셜 게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스킬이나 수행하는 미션의 실행 모습을 애니메이션 장면을 통해 확인하며, 게임의 ‘실재감’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naruto
나루토 질풍전(Naruto Shippuden Official!!)
: 앱 곳곳에 동영상 컨텐츠와 연결이 보인다. 이 컨텐츠를 통해 다시 유료 멤버쉽이나 회원 가입, 사이트 방문으로 연결된다.

알렉사를 클릭스트림을 확인해 보면, 페이스북을 통해 크런치롤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전체의 11.1%를 차지하고 있다. 15.7%를 보내고 있는 구글 트래픽에 이어 2위.

alexa

이런 시도들은 페북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아직 아주아주 초창기라고 보여지지만! 성공을 따지기에도 뭐하고, 다들 페북 안에서 도는 애들이야. 감안하더라도, 웹세상은 점점 게임이 되어갈 거고, 그러면서 점점 더 실세계를 넘어서는 하이퍼-인터랙션의 형태를 띌 거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나야 고작 비주얼드 유저지만, 요즘 게임과 게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은 무한 증식의 암세포처럼 인간의 삶을 파고들고 있다. 소셜 앱이다 모바일 앱이다 엄청 대단하게들 얘기하지만, 지표 까보면 결국 다들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만 점점 더 하게 만들고 있다. 애초에 게임 플랫폼도 아닌 것들조차 가세해 멋들어진 기치를 내걸고 보통 사람들에게 더 편하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뚫어주고 있는 거다.

이런 작금의 현실을 관찰하고 있노라며, 무력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대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컨텐츠와 기술을 사용자에게 도달시킬 수 있을까? 계속해서 쓰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하여, 생각은 ‘gamification’에 이른 것이다. 나만 이른 것은 아니기에, 이런 gamified 서비스는 앞으로 더 많이 목격하게 될 듯.

==
대략 여기까지. 발렌타인데이 기념, 삐뚤어지자는 심정으로 완전 주저리 주저리- 역시 발렌타인데이 저녁에는 책상 앞에 앉아 와인 한 잔 땡기며 구글 오빠과 함께 길게 길게 블로그 포스팅하는 것이 제 맛 아니겠음?! 엉?!!! T_T

불면증

nightrose

불타는 플랫폼

Audible에서 이북을 받아 듣고 있다. 덜컹거리는 셔틀에서 잠을 청할 때 그만이기 때문이다.

최근 듣고 있는 책은 ‘Switch’다. 칩/댄 히스의 전작 ‘Stick’을 재미있게 들었던 터라 주저없이 선택했다. 전에 못 본 독특한 사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서 와우~하게 한다. 실용적이라는 것을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행동으로까지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들의 책이 실용적이어서 좋다. 심오한 철학이나 어려운 얘기를 설파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 편재한 고정관념의 허들을 살짝 뛰어넘을 수 있게 도와준다. 통찰력이란 이런 식으로 써먹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은 눈높이 교육이 맘에 들었다.

Switch의 부제는 How to Change Things When Change Is Hard다. 크게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조직의 변화, 작게는 청소기를 가지러 가지 않고 꼼지락고 있는 나의 변화까지, 왜 변화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진짜로 변할 수 있는 지를 설명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Laziness라고 생각하는 것은 종종 exhaustion이라는 식의 통찰은 게으른 나에게 정말 큰 위안이 된다. 넌 괜찮아~라는 근거없는 격려가 아니라(이것도 중요하지만), 표면 아래의 진짜 이유를 정확히 진단해 주는 방식의 위로말이다.

어쨌든 요즘 한창 Switch를 듣고 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틀어놓고 셔틀에서 잘 자고 있는데~바로 어제 들었던 내용이 최근 화제가 되는 글과 싱크가 되어 신기했다. 바로 노키아 신임 CEO의 스티븐 엘롭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다. 그 메모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 시의적절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북해의 유전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어느날 밤 큰 폭발소리를 듣고 일어나보니, 플랫폼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있었습니다. 순식간에 그는 화염에 둘러싸였습니다. 연기와 열기 때문에 플랫폼 가장자리로 가기 위해 악전고투했습니다. 그가 가장자리에 도달하고 보니, 보이는 것이라곤 어둡고, 차갑고, 불길해보이는 대서양의 바닷물 뿐이었습니다.

화염이 그에게로 다가오자 그의 선택은 촉각을 다퉜습니다. 그는 플랫폼 위에 서서 타오르는 화염에 삼켜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30미터 아래의 차가운 물로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사내는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있으며,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는 결국 뛰어내렸습니다. 예상했듯 말이죠. 보통 상황이라면 사내는 절대 얼음물로 뛰어드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상황이 아닙니다. 그의 플랫폼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사내는 추락과 얼음물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가 구조된 뒤 그는 “불타는 플랫폼”이 그의 행동양식에 변화를 주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우리 또한 지금 “불타는 플랫폼”에 서있으며, 우리도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더보기 – 막상 찾으려니 이런 링크밖에-_-;;

그리고 그는 뒤이어 애플, 구글, 중국 저가 OEM 업체들을 언급하며 살벌한 경쟁 시장에서의 노키아의 변화를 촉구한다. 어느 분야에서나 1등이 내려앉는 과정은 더할 나위없이 흥미로운 볼거리인데, 최초의 非핀란드계 CEO라는 새로운 캐릭까지 등장해 ‘불타는 플랫폼’으로 헤드라인까지 옐로우하게 뽑아줬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Switch에서 언급된 것이 바로 이 ‘불타는 플랫폼’이다. 1998년에 실제로 발생했던 이 사건은, 이후 위기감과 압박감을 이용해 조직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클리쉐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이 예시를 선택한 스티븐 엘롭의 의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거다.

하지만, Switch의 저자들은 이 이야기를 silly metaphor라고 본다. 자, 우리 다 같이 저 찬물에 뛰어들어 미친듯이 일해봅시다! 이런 수준의 유치한 거란 거다. 데이빗 마멧이 쓴 ‘글렌게리 글렌로스’의 냉혹한 보스의 이야기가 같은 연장선에 놓인다. “세일즈 1등은 캐딜락, 2등은 포크셋트, 3등은…해고요!” 부정적 감정은 신속하고 단발적인 행동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조직에서 변화가 필요할 때는 이런 신속하고 단발적인 행동과는 관계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책은 그 다음 긍정적 감정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서 얘기하는데…그건 뭐 그렇다 치고. (아직 못 들어서;;)

노키아의 신임 대표씩이나 맡으면서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첫 번째 메시지에서 이미 닳아빠진 예시를 구구절절이 늘어놓았다는 것이 좀 그랬다. 내가 직원이라면, 별로 감동받지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그게 나온 지 1년이 넘도록 아직도 아마존 랭킹 100위 전후를 지키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서 대놓고 유치하다고 진단받은 거라면? 속속들이 가슴을 파고들지는 않더라도, 굳이 전문가들로부터 워킹하지 않는다고 분석된 메시지를. 게다가 뛰어든다는 그 바다가 요즘 한창 스산하다 소문난 윈도우의 바다라는;; 전망할 능력은 없지만.

언젠가 선배랑 했던 얘기도 떠올랐다. 어째 우리 회사는 잘 나가다가 내가 입사하자 마자부터 위기냐고 투덜댔더니 S전자 다니던 선배는 이미 자기네는 10년째 위기라며 연차딸리는 나를 깨갱하게 했다. 10년째 위기 10년 째 최고 실적 갱신. 최고의 자리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 그걸 성공의 비결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뻔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뭐 나 재미있으라고 회사를 경영하는 건 아니겠지만. 같은 위기라도 좀 새롭게 표현해 주면 안될까? 진부하지 않게. 정말 좀 위기감이 느껴지게 말이야.

그런 면에서 다 같이 127시간을 단체 관람했으면 어떨까? 아예 더 하드코어하게! 단순히 바다에 뛰어들까 말까 정도의 선택의 아니라 스스로 신체 포기하고, 뭐 한 쪽 잘라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데 살다보면 진짜 그런 순간 있다.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 거리가 뭐길래~

자야 되는데…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재방송을 또 보고 있다. 골프에 있어서 ‘거리’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FR 챔피언조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지애의 모습은 처음이다. 그 주목받는 미쉘 위나, 랭킹 1위 오초아와 경기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클럽 놓아 버리는 것 까지는 스윙 보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리고 뒤돌아서 클럽 떨구는 모습은 정말 낯설다. 바로 버디 노리기에는 아이언도 조금씩 멀고, 숏퍼팅까지 빗나간다. 왠만한 상황에서는 배시시 웃고 마는 지애인데, 잔뜩 굳어 있는 표정에서 어려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청 야니, 너무 강했다. 아니 이건 모 쫌…말이야. 일단 드라이버부터 26~28m씩 더 나가버리니.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머길래? 이런 질문 필요없다. 지애가 우드 잡을 때 야니는 아이언 잡고, 지애가 미들 아이언 잡을 때 야니는 웻지 잡고. 그러고도 더 멀게 붙일 수 있는 게 골프지만, 그리고 나서 깃대에 딱 붙이면 모…그냥 잘 이해가 되는 상식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웻지 잡고 더 멀리 보내 놓고 다음에 바로 버디 잡으면 이 비상식적 상황에는 참, 할 말이 없어진다. 3R 그 폭우 속에서 그린 적중률 100% 그냥 차돌같은 단단한 무결점 플레이였다.

거리가 짧을 수록, 다음 샷의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멋지게 날려버리는 게 신지애 플레이의 묘미였는데…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T_T 그런 날도 있는 법이라지만 걱정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애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멋진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주변에서 자꾸 거리 얘기를 하니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는 거리를 포기하고 정교함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누가 뭐라든 올해는 나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전장이 긴 코스에서 오히려 성적이 잘 나왔다. 롱 아이언보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더 정교하게 칠 자신이 있다. 우드로 볼을 그린에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멀리 보내는 것보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틀 연속 같이 플레이한 청 야니에게 3R, 4R 모두 같은 패턴으로 졌다. 거리에서 밀렸고, 밀린 거리를 커버할 정교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터뷰와 딱 반대되는 상황이다. 3R에서 89% 수준을 지켰던 레귤러 온이 4R에서는 55.6%로 떨어졌다. 3R에서는 2010 LPGA 지애 평균 GIR이 69%수준이었니, 확실히 밀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붙이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이게 지애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리’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말고!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어려운 일을 지애가 꼭 해내줬음싶다. 울 지애라면,,,지애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써놓고 보니 2등이 뭐 그렇게 못한 거라구 이렇게 안달복달인가 싶은데. 유로피언 탑랭커 150명 중에 2등 한거 아니야? 완전, 엄청 잘 한 거구만~

어쨌든 아직 LPGA 개막전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점에 이번 대회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를 제공한다. 신지애 vs 청 야니. 챔피언 조에서 다시 붙을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벌써 떨린다….

롤렉스 랭킹 1위, 세계에서 골프 제일 잘 치는 소녀 신지존마저 고민하는 거리.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뭘까? 매 샷 오락가락하는 백돌이에게는 안장없는 미친 말이지만, 그 미친 말이 길들여지면 천리길을 한숨에 내달을 수 있는 무적의 적토마가 된다는 것을 오늘 청 야니는 보여줬다. 단, 잘 길을 들였을 때만^^;;

그래서 나에게도 길들일만한 미친 말 한 마리가 있나? 없나? 한 번 보려고 올해 처음 연습장에 가서 공을 쳤는데. 이건 말 타령할 시점이 아니다. 어찌나 안 맞던지. 대체. 참. 정말…답이 없다. 고작 몇 시간 쳤다고 손바닥 살들 찢어져 집에 와 약 바르고 밴드 붙이는데. 언제 쳐서, 언제 다시 살 찢고 다시 붙여서 굳은 살 만들고, 언제 120개부터 시작해 다시 90대까지 내려온단 말인가. 언제 돈 벌어 골프장에 갖다 바치고, 미스샷과 스코어에 좌절하고 집에 오는 차안에서 골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하고…그 짓을 첨부터 다시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눈 앞이 캄캄한 저녁이었다. 그래도 봄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헤…

파괴된 사람들

작년에 < 파괴된 사나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이 영화가 주는 다른 헛점 불쾌함 등은 차치하더라도, 특히 ‘파괴’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피상적 접근에 매우 실망했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기대없이 본 영화 두 편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을 봤다.

브라더스 – And thereafter…

나탈리 포트만,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호감형 세 배우의 케미에 기대감이 있었다. 포스터를 보고 전쟁 상황에서의 젊은 부부, 형수와의 강렬한(?) 삼각관계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야기의 초점은 그런게 아니었다. 전쟁이 어떻게 한 인간의 영혼을 망가뜨리는지, 그것이 어느 정도로 회복이 안 되는지를 그려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또 하나의 구제불능 타락남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두 사람의 스탠스는 정 반대로 뒤바뀌지만, 어느 쪽에 있든 그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형제’라는 끈은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런 아이러니의 중심 축에 나탈리 포트만이 있다. 상실에 울부짖는 포텐 폭발식의 극적 표현이 아니라, 이 후의 일상을 견뎌가는 캐릭터로 그려진 그녀가 좋았다. 상실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 이후의 삶일테니까. 바퀴벌레처럼 밀려드는 하루 하루의 일상 말이다. 아이들이 억지를 부려도, 동생이 돕는답시고 부랑아들을 몰고 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그녀는 부서질 듯한 끝자락에서 결국 의연하다.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을테지만, 우는 대신 해야 할 몫을 감당하는 사람들을 모습은 영화에서든, 일상에서든 감동을 준다. 나탈리 포트만이 참 잘했다. 자기가 어떤 역을 하고 있고,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연기였다.

가족의 이야기지만, 영화는 당연한 혈연의 정을 강조하기 보다는, 결함도 있고 나약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애써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무서운 사실 앞에서 의연했던 그들은 결국 주저앉고 만다.

토비 맥과이어 “I can’t be there, sir. They can’t understand.”
이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

noone
일리야 레핀 <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러시아, 1884~1888

블랙스완 – Paranoia

세 편을 봤는데…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영화는 늘 힘겹게 한다. 그렇게 될 줄 알면서도 결국 보게 된다. 보고 나면…역시나 힘들다. 밤새 어둡고 깊은 꿈에 시달리고 난 후 처럼.

무대에 서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블랙 스완’은 ‘레슬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쇼를 보여주고 지켜보는 관객을 충족시켜야 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종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강박. 하지만, 레슬러의 미키 루크는 자신을 가둔 덫에서 빠져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의 삶과 연결시켜 볼 수 있었다. 레슬러는 아니지만, 늙어가고,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후회스럽고 고독하지만, 그래도 해가 뜨면 생활인으로 최선을 다하는 한 인간에 대해 공감했다. 그 끝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까지도.

그런데, 자구 노력의 개입 여지가 없이 저 높은 완벽의 경지만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의 강박이란 연결선 당췌 안 그어져서…그래도 영화는 충분히 음미했다. 테크닉적인 화면 실험이 완숙해져 이젠 그것만 튀지 않고 이야기에 녹아 들어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선사한다. 다음 날 밤, 괜시리 등골이 오싹해질만큼. 당연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 60년대 여배우들의 클래식한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내 취향은 ‘레퀴엠 포 어 드림’이다. ‘중독’의 황폐한 결말은, 중독을 자각하는 인간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으로보다는 처한 현실과 다가올 운명에 대한 눈돌리고픈 계시록으로 다가온다. 다들 무엇에든 조금씩은 중독되어 살지 않나. 어느 쪽으로든 이런 강렬한 체험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많지는 않아서, 그래도 나오면 보게 되나보다.

==

두 편 다 나탈리 포트만이 나오는 영화고, 예전에 좋아했던 배우들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사랑과 슬픔의 여로’에서 딸과 사랑에 빠지는 파탄적 매력남으로 분했던 샘 쉐퍼드가 브라더스의 아버지로, ‘한나와 그 자매들’의 자매 중 생기발랄 막내 바바라 허쉬가 나탈리 포트만의 엄마로 나온다. 오랫만에 뚝 끊어 보니, 왜 이리들 연로하셨는지. 다시금 세월이란.

또 한 가지. 브라더스는 내가 본 첫 번째 Netflix Instant 영화. 블랙스완은 …그냥 어떻게 저떻게 보게 된 영화. 디빅스 음음 -_-;; LG 스마트 7이 연결된 TV로는 ‘엘시스테마’를 봤고,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다큐멘터리 ‘셉템버 이슈’는 KTH Playy의 2개월 무료 정액권으로 PC-아이폰으로 이어봤다. 격랑의 한 가운데에 선 미디어 소비 환경의 as-is와 to-be를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실감할 수 있었던 연휴.

어!!

jy2-1-5

조카 지윤 + 홍숙진 여사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 이 어메이징한 남자들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마지막 파5 18홀, 70야드 지점에서 써드샷을 앞두고 있는 필 미켈슨이 그린 방향으로 걸어간다. 고개를 숙이고 뭔가 생각에 잠긴 채로.

그린은 해저드 바로 앞, 그린 앞에서 핀까지 여유공간은 2m나 될까말까. 장장 4일간 혈투를 벌인 선수들의 운명을 가르고, 갤러들의 심장을 말려버릴 드라마를 쓰겠다 작정한 핀 위치였다. 필 미켈슨은 해저드 옆구리에서 그린과 볼을 좌우로 돌아보다 옆으로 비껴선다. 그리곤, 같은 조의 헌터 메이헌이 세컨 샷을 마치자 이젠 천천히 그린 위로 걸어 올라온다. 뭘하려는거지? 혹시,,,넣겠다는건가? 저걸…다섯 시 반에 일어나 3시간 가까이 비몽사몽 경기를 지켜보던 내 눈이 갑자기 커진다.

소름돋는 순간이었다. 이미 경기를 마친 앞 조의 버바 왓슨이 극적인 내리막 롱퍼팅 버디로 2타를 앞서고 있는 상태. 드라이버가 오른쪽으로 비껴가 레이업을 한 미켈슨에게 이제 남아있는 기회라고는 샷이글 밖에 없다. 그러니까, 저기서 바로 넣어, 홀인원보다 확률이 낮다는 샷 이글을 해야 연장이라도 가는 거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그래서 이미 다들 경험으로 또 확률로, 버바 왓슨의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필 미켈슨만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의 승리를 예감하고 있는 수 천명의 갤러들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걸어올라와 직접 그린을 읽고 볼을 떨어뜨린 지점을 계산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의 위엄이라니…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린을 내려와서 캐디와 마지막 작전을 주고받은 다음, 뭔가를 지시를 한다. 이 말을 캐디는 그린으로 뛰어올라가 깃대를 잡고. 아니, 이건 또 뭐야. 쇼가 아니었어. 그냥 한 번 들여다 본게 아니었어. 정말로 포기하지 않았구나. 저 남자는 진심으로, 사력을 다해 넣으려고 하고 있다. 갤러들에게서 본능적인 박수가 터져 나오고, 캐디는 황급한 손짓으로 갤러들을 제지한다. 필드가 조용해지자, 이제 모든 것이 다 계산되었다는 듯 캐디의 위치를 흘낏 보고서는 연습 스윙도 없이 바로 툭~ 공은 해저드를 건너, 핀 바로 뒷쪽에 얕은 언덕에 떨어진다. 필 미켈슨이 계산했을 바로 그 위치다. 갤러리들의 격한 환호성…그리고 백스핀. 아,, 정말 아주 조금. 50cm 정도?였을까. 그 앞에서 거꾸로 구르던 공이 멈춘다. 결국 들어가지 않았지만, 정말로 들어갈 수도 있었던 샷. “필 미켈슨이 이런 샷을 준비했나요?” 흥분한 캐스터가 멘트하는 동안, 시계를 본 나는 정신없이 가방에 이것 저것 챙겨넣고 출근길에 나선다.

버바 왓슨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의 우승자가 된 순간의 스토리는 이렇다. 하지만, 내 마음의 위너는 필 미켈슨이다. 나 뿐만 아니라 경기를 본 많은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될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란 확실히 이런 아드레날린의 순간을 제공한다. 신선의 경지에 이른 스윙 기계가 아니라, 투지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사투를 보여준다. 출근길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기분좋은 흥분감…그래 저거야. 저런 거지.

이번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은 아주 재밌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건 2R이다.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타이거 우즈 살아나서 리더보드 치고 올라가지, 타이거 우즈랑 안소니 김이랑 한 조에서 치지, 안소니 김 하나도 안 지고 타이거에 맞장 뜨지, 존 댈리 가세해 들쭉 날쭉 그 옛날 미친(?!) 샷감 발휘하지(신기 어린 버디 치고, 그 다음엔 포퍼팅 하고 난리 난리), 조나단 베가스, 리키 파울로 영건들 펄펄 날지, 뒤에서는 필 미켈슨 따박따박 쫓아오지. 볼거리와 리더보드가 아주 제대로 현란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태극루키 강성훈군이 1R 노보기 이글 1개, 버디 6개 토털 8언더의 미친 스코어로 쟁쟁한 PGA 무대에서 단독 1위로 뛰쳐나와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2R, 3R에 걸쳐 거품 다 빠지고, 최종회에는 필 미켈슨, 버바 왓슨, 조나단 베가스 세 남자가 남았다. 버바 왓슨은 ‘거리’가 골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보여줬다. 세상 모든 골프치는 남자들이 그토록 목숨 거는 비거리. 하지만, 평균 316야드의 놀라운 평균 비거리 기록한 버바 왓슨은 정작 정확도 없이 장타만 치는 다소 저질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었다. “에이, 저 거리만 나는 무식한 놈” 뭐 좀 이런 느낌? ㅋ 실제로 4R 13번 홀에서 360야드 넘게 쳤을 때는 뭐랄까. 좀 징그럽고 인간같지 않았다. 그 전 최고 기록이 더스틴 존스가 친 330야드였다고 하는데, 이건 뭐 30야드를 더 보냈으니. 525야드 파 5에서 세컨샷을 웻지를 잡더라. 유진이는 5번을 쳐도 올릴까 말까한 거리를 말이다 T_T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를 극으로 밀어부쳤다. 4R 16번의 파 5에서는 그는 이글 2개, 버디 10개, 파 3개, 보기 1개를 쳐, 최종 스코어 16언더 중에서 13개를 파 5에서 줄였다. 그가 친 버디 20개 중에 반을 파 5에서 했다. 이건 작정하고 거리로 승부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승리를 확정한 것은 퍼팅이었다. 18번홀의 내리막 퍼팅. 그 퍼팅이 아니었다면, 필 미켈슨과 함께 연장으로 갔을 거고…승부는 재밌었겠지^^ 사람은 자기가 가진 하나로 뭐 하나를 이룬다. 그는 자신이 가진 ‘거리’로 승리를 만들어갔지만, 자신이 갖추지 못했던 ‘퍼팅’을 가지고 승리를 완성시켰다. 하나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하나를 넘어선다는 것…참 힘든 얘기다. 어쨌든 버바 왓슨 경기력 놀라웠고, 지킬 때 지키고 넣어야 할 때 넣는 1등이 해야 할 모든 플레이를 보여줬다.

조나단 베가스 역시 확실한 서브 플롯을 만들어줬다. 무명에 가까운 루키가 지난 주 밥 호프 클래식에서 우승했다는 뉴스 보고, 어떤 놈인가 했는데~ 베네수엘라 출신. 석유 생산 공장 근처에서 자라나 빗자루와 돌을 가지고 골프 시작했고, 석유 공장 직원용 9홀 코스에서 정식으로 골프를 배웠댄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엄청 골프를 탄압했다네. 부르주와 스포츠라고. 골프장도 6개나 폐쇄시키고. 그래서 홀홀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영어도 제대로 안 되던 아이가 우여곡절 끝에 드림을 이루었다는 영화같은 이야기. 우승하고 나서 대통령과 골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대차게 인터뷰했다지.

더 재밌는 건 조나단 베가스 우승하고 난 다음에 차베스 대통령이 골프는 적이 아니라며, 자신도 골프 꽤나 친다고 베가스 우승을 축하했다는 거다. 어쩐지, 나이와 경력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의 뚝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승부를 건 18번 홀 세컨샷이 결국 해저드에 퐁당하고 말았지만, 끝까지 볼을 향해 목놓아 컴온컴온을 외치는 혈기 왕성을 보여줬다. 제 2의 황제 자리를 노리는 꽃도령들 득실하건만, 정작 2011년 제일 처음 스타트를 끊은 건 베네수엘라에서 온 뚝남이었다. 나이키의 마케팅 구루들도 이 가능성을 알아봤는지, 이미 온통 나이키 마크로 도배가 되어있더라. 2011년, 매우 주목해야 할 선수.

타이거 역시 초유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가 열린 토리 파인즈에서 타이거는 5번이나 우승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성적은 44위. 토리 파인즈에서 타이거가 T10에 못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랜다. 그리고, 타이거가 프로에 입문한 후 최악의 첫 경기 성적이기도 하다. 요 며칠 타이거 우즈가 벙커샷하는 거 아주 원없이 봤다. 쳤다 하면 벙커로 들어가고, 심지어 벙커에서 탈출 안돼는 아주 인간적인(?!) 플레이도 보여줬다. 클럽 내던지는 것도 아주 다양한 버전으로 감상했다. 내리 찍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잡고 주저앉기도 하고…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타이거였다. 그 난장판을 치고, 파이널 끝나고 인터뷰하는데 매우 침착하게 우아하게 타이거스럽게 디펜드하더라. “I have some work to do. There’s no doubt about that.” 그는 상업적으로 100% 완성되어 있는 매력적인 킬러 상품이다. 심지어 이렇게 개판을 쳤을 때 조차도, 여전히 타이거가 보고 싶으니 말이다. 매력이란 있는 것, 아니면 없는 것 이랬지. 타이거에게는 확실히 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현재 교정중이라는 그의 샷이 언제 돌아오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필 미켈슨 한 사람이 남는다. 집요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런 의의 제기도 하나보다. “왜 세컨샷을 레이업 했는가?” 아무리 러프로 갔더라도, 18번 홀인데 승부를 걸고 올리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이다. 228야드라면 한 거리하시는 미켈슨 선생이라면 우드나 유틸로 충분히 올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닌가.

이에 대한 미켈슨 선생의 답은 명쾌하다. 하이브리드는 좀 짧아서 해저드로 갈 가능성이 높았고, 3번 우드는 런이 생겨 그린을 넘겨 오히려 더 까다로운 칩샷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는 거다. 그러니까, 버바 왓슨이 그 버디펏을 성공시킬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레이업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64도 웻지 거리를 남기는 것을 그 상황에서 이글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으로 봤기 때문에 그 거리를 남긴 거다.

그러니까 그는, 이 어메이징한 남자는 정말로 넣으려고 했던 거다. 세컨샷 레이업에서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