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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December, 2008

안녕, 2008

웰빙이 아닌 BEING, 잘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지난 1년만도 충분히 지긋지긋했는데, 내년에 더 심해진댄다. 남대문이나 태워먹구, 엄한 운하 삽질에, 대기업 상납은 계속되고, 오갈 데 없는 서민 경제에 목도리가 왠 말이냐. 아 속 터져…홧병이 쌓여 무기력으로 진행 중. 뉴스 펼쳐보며 분통 터트리는 것도 이젠 지친다. 겨우 1년 만에.

도망갈 곳은 스포츠였다. 드라마와 영화, 공연 등 픽션의 세계는 멀어졌고, 대신 가공되지 않은 스포츠의 세계가 다가왔다. 축구와 격투기는 덜 봤고, 골프는 엄청 많이 봤다. 주말은 골프를 치거나, 스크린을 하거나, 골프 연습을 하거나, 골프 중계를 보거나로 지나갔다. 올해의 이어베스트는 10월 5일(일) 충주 그랜드 CC – 105개. 내가 밟았던 인도어, 파3, 퍼블릭, 정규홀들아~ 내년에는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 열튼 새해엔 더욱 파릇파릇해져라.

올해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업무 청탁을 받은 해이기도 했다. 회사가 회사다보니, 온갖 친척, 친구, 지인들에게서 문의와 요구 사항이 쏟아진다. 게시 중단 같은 가벼운 이슈에서부터 데이터 등록, 담당자 확인, 집안 해외 여행 섭외, 제휴나 마케팅 제안, 구인구직, 메일 서비스 확인, 해괴한 펀딩 요구(?!), 촛불시위 해명까지 별별 요청, 질문을 다 받았다. 대부분은 전사 대외 프로세스로 돌렸고 원칙상 불가한 것들은 정중히 돌려보냈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물론 했지. 지인들아, 인제 새해엔 요청 좀 그만요. 나 도깨비 방망이 아니야.

일에서는 새로운 전기를 찾았다. 새로운 조직, 새로운 업무 속으로 나를 밀어넣고, 아주 오래간만에 ‘적응’을 강요해 봤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주는 신선함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시간. 만족한다.

술은 좀 덜 먹었다. 알콜 지수가 피크를 쳤던 2007년 대비인데, 여전히 와인과 정종 사이에서 밤마다 꼴짝쇼를 펼치기는 한다.

야심차게 계획했던 운전 면허은 올해도 못땄다. 유가 상승과 경제 한파의 이중고로 다시 한 번 좌절. 운전대 잡을 날이 오긴 올까? 그러고 보니 운전도 못하는 내가 그렇게 골프를 치러다닌 것도 대단했다. 여기서 올킬 한 건~ 새벽 6시에 캐디백, 보스톤 백 메고 용인행 버스 탄 여자 나말고 또 있었을까? ㅋ

여행은 많이 간 건지, 조금 간 건지 모르겠다. 해외 여행은 골프로 1월에 중국, 6월에 일본. 그리고 없다. 국내 여행도 대부분 골프를 끼고 가서 발로 걷고 새로운 환경을 흡수하는 여행의 고적한 맛은 느끼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분명 골프는 많은 것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환희의 편차는 여전히 컸다. 이것은 아마도 시간과 무관한 나의 특성일까? 내년에는 그 격차가 조금은 줄어들었음 한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단순해지는 법을 조금은 더 배웠다. 새해엔 더 단순해졌으면 한다. 나의 에너지는 점점 더 내 안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엔 지애가 많은 기쁨을 주리라. 년말께는 경제가 나아지겠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리고 셋팅해 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도. 끊고 싶은 탁한 중독도. 잘 되었음 한다. 성장하고 싶다. 비록 그 말 속에 ‘노쇠’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다.

행복해지는 건 새해에도 오롯이 내 몫이다. 끝으로 지인들에게 한 마디 “각자 각자 잘 살자~!” 얼굴은 자주 못 봐도, 그대들의 존재가 나의 힘이요.

서른 즈음에 출몰한 이 괴상한 여자애들 – 사랑니와 홍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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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특이한 걸 보면 “신기하다” “기발하다” “그 근원을 더 파헤쳐 보고 싶다” 등등 보다는 “쩝이다” “왜 저러냐” “거기까지~” 이런 반응이 먼저다. 연로의 동반자이신 귀차니즘. 에너지가 딸려서 그렇다. 굳이 필수불가결한 의식주와 일상의 안위에 기여하지 않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연달아 두 편의 특이한 영화를 보면서 이런 나의 경향을 더욱 확실히 인정했다. 김정은의 사랑니공효진의 미스 홍당무. 영화 이름 앞에 여배우들을 붙여도 충분할 만큼 이 두 편은 그녀들의 영화다. 서른의 김정은은 학원 수학 선생이고, 스물 아홉 공효진은 러시아어 가르치다 부당하게 업글(?)된 학교 영어 선생님. 일단 나이 및 학원을 배경으로 한 활동무대 상당히 유사하다.

그녀들의 유일무이한 관심사, 사랑에서는 어떤가? 정은은 같은 반 첫사랑과 꼭 닮은 열 일곱살 짜리 고딩 학원생을, 효진은 이제는 세월이 흘러 같은 학교 동료 선생이 되었으나, 과거 고3 수학여행을 인솔했던 ex담임 선생님을 사랑한다. 정은은 이가 아프고, 효진은 얼굴이 빨개진다. 둘 다 병원을 찾지만 병의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나란히 놓고 보니 둘이는 막가파 배틀 중인 것 같다. 김정은이 좀 나긋나긋하게 맛간 여자 계열로 격하다면, 공효진은 대놓고 막장 왕따 엽기녀 컨셉을 불태운다. 김정은은 심한 나이차의 청소년을, 공효진은 같은 학교 유부남 선생을 사랑하는데, 영화가 이런 사회적 금기의 삼팔선에서 오락가락하는 ‘안타깝고 아스라한’/'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과정이겠거니,,,요런 나의 하찮은 기대감은 영화 시작 5분 만에 박살이 났다. 금기에 대해 조마조마하는 건 영화 보는 나밖에 없고, 정작 영화 속 주인공들은 이런 금기 따위는 발에 낀 때 취급도 안 하고 훌쩍 선을 넘어 어디론가 가버린다. 아주 낯설고 기괴한 곳으로. 따라가기 힘들었다. 정신에도 체력이 있나보다. 심력이 딸려 걍 중간까지 가다 말았다. 내가 미처 따라잡지 못한 먼 곳에서 그녀들은 알을 깨고 나오듯 호된 열병을 치르고 성장을 했다고 한다. 뭔가를 발견했다고도 한다. 그 순간이 감동이었는지 미소였는지 도중에 가다 만 나는 모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십대를 보내고 나면, 이런 이상한 여자들이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녀들보다 한참을 더 나이 먹어버린 난 그냥 그런 덜떨어진 생각 속에 남겨졌고…

어쨌든 괴상한 그녀들이 30대의 기점에서 도착하게 되는 정류장은 “현실인식”이다. 다행이다. 과정은 못 따라갔지만, 이 결론에서 내 눈높이의 상식은 끝에 조금 간신히 영화와 도킹했다. 거기서 그녀들은 비로소 그토록 애닲았던 첫사랑이 마음 속에 간직했던 모습과 다르게 변해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나에게 매일 전화하고 싶지 않았던 당신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새출발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 29-30은 성장에 어울리는 나이다. 아니 성장이 강제되는 나이라고 해야겠다. 25-26에 이미 조루해 사랑이니 인생이니를 다 알아 남의 속을 꿰뚫어 보는 꿍한 표정 짓는 것도 어색하지만, 34-35가 되어서도 똥, 된장을 구분 못해 마냥 퇘퇘 거리고만 있는 것도 한심하다. 그 사이에는 분명히 뭔가가 있다. 29-30의 여자들은 그 강을 건너며, 전에 없던 낯선 풍랑과 씁쓸함을 겪게된다. 그리고, 더 이상 젊지 않은 상태에서 많이 늙지는 않은 상태로 변화해간다. 어깨에 주렁 주렁 매달린 한 짐의 ‘현실 인식’과 함께. 그 과정은 지친다. 아홉수라는 것도 결국 그런 필연적 과정을 일반화한 개념이 아닐까.

그 힘든 걸 거쳐낸 그녀들에게 축하를. 서른의 딱지는 고달픈 20대를 잘 보낸 그녀들에게 붙여진 훈장이다. 그 훈장을 달고 다시 새로운 길을 떠나겠지. 현실을 흡수한 힘으로 보다 현명하고 의연해지길. 그리고…좀 평범해지고, 괴상한 사랑들에 빠지지들 말길. 쓸 것도 아니면서, 시트콤 소재만 늘리지 말고들 쫌…!!!!

ps. 사랑니, 미스 홍당무를 비롯 연애의 목적, 번지 점프를 하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 생날선생 등등 어쩌다 대한민국 학교/학원 선생님이 비정상 캐릭터 전담 직업군이 되어 버렸는지. 만만한 게 선생인가? 쩝.

클스마스도 서러워 죽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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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 -_-;;;;;;

점심시간, 때 아닌 뭥미적 상황. 다들 나보다는 낫죠? 행복하세요. 메리 클스마스-

어제 오늘 그리고 – 동시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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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서울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버스 창 위에 매달린 시계는 10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버스 안에 흐르는 유승준의 목소리는 프로그램의 클로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처럼 와 닿지 않았다면, 기사 아저씨가 저렇게 승객들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따라부르지도 않았을 거고, 그 보다 먼저 흥얼거리고 있던 나와 합창을 하게 되지도 않았겠지. 그래서 이 노래에 등장하는 주어는 “우리”인가보다. 일상의 쳇바퀴를 돌리느라 정신없지만, 가끔씩 돌아보며 이거 뭥미? 하고 반문할 정도의 정신을 간신히 놓지 않고 있는 우리 모두. 이 노래가 경계 지어 준 동그라미 안은 또 하루의 대한민국을 살아낸 피곤한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그 안에서 각자 감상에 젖어 오늘 내가 찾은 것, 잃은 것, 버린 것을 더듬는다. 결론은 노래의 멜로디처럼 쿵짝쿵짝 흥겹고도 처량맞다. 다들 그렇댄다. 길 떠나고 방황하는 거, 대단한 사람들만 하는 거 아니랜다. 우리 모두 같이 떠나가고 있댄다.

‘나만의’ 특수한 고민은 대충 뭉개진 ‘우리’속에서 휘발된다. 너나 나나 다 그렇대니 어쩔 수 없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동시대성의 진통제를 맞고 오늘 밤 나는 편안히 잠들 수 있겠다. 뭉개지는 터널 불빛들이 눈 속으로 쏟아진다.

어제 오늘 그리고
http://blog.naver.com/xellloss/20038797786
하진영 작사, 조용필 작곡, 조용필 노래 – 유승준 리메이크

바람소리처럼 멀리 사라져갈 인생길
우린 무슨 사랑 어떤 사랑 했나
텅빈 가슴속에 가득 채울것을 찾아서
우린 정처없이 떠나가고 있네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사람아
우린 모두 같이 떠나가고 있구나
끝없이 시작된 방랑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나는 울었네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응용) 개발자가 멋있어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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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멋있어 보일 때 ~ 이삭햄치즈 /김민지…문닫아…/폭풍 후진 대박이긔
http://blog.naver.com/outofmind28/70032503753

♥ 생생한 그림 자료와 함께 ㅋㅋㅋㅋ
http://blog.naver.com/simjeony/10028296456

이거 보고 엄청 뿜다가 퍼드득…
(응용) 개.발.자.가.멋.있.어.보.일.때

# 공부 열심히 한 티가 날 때

유진 : (그림까지 캡쳐해 가며) 이렇게 되어야 하고 저렇게 되어야 하는데 요딴 식으로 나오고 있어 문제거든요. 그래서 요딴 식으로 (다른 그림 사례 캡쳐) 되어야 할 것 같은데….구구절절 블라블라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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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식으로 말할 때

뭐 해달라고 했는데, 수식으로 답할 때~ 그것도 별 거 아니라는 듯이ㅋ 특히나 겸손하게 (아윽, 좀 더 잘난 척 해도 된다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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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계산을 어찌 5분만에 퀵서비스로…그냥 아유~ 콱 깨물어 줄까보다…
특히 그 수식에 루트가 있고 또 그 속에 분수가 들어가고, 여기에 알파(α) 베타까지 추가되면…그건 완전 하악하악.

# 전문 용어 쓸 때

유진 : 이거 데이터 분포가 너무 퍼져 있어서..어쩌구 저쩌구…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고쳐주세요. (장장 20줄 + 화면 캡쳐)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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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활화
평활화
평활아~~~ 평활아`~~ 애타게 불러 본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그 이름 너무도 신비롭군화…
*.*
눈동자는 미지의 아스트랄 세계로 뿅뿅뿅

# 깊이 생각에 빠져들어서, 불가능해 보이는 걸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때

(침착하게…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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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는
논리적으로는
논리적으로는
아아 …뒷통수에서는 신비로운 무지개빛 논리의 오라 분출~

# 복잡한 얘기 간단하게 정리할 때

1.
유진 : 어쩌구 저쩌구 해서 이게 이럴 경우에는 이렇게 되어야 하고 ..저럴 경우에는 저렇게 되어야 하는데, 저렇게 될 경우에는 이렇게 해야 하고…블라블라

(답장)
아,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죠? ^^

if 어쩌구 저쩌구 하면
a->b
else
c->d

아이, 이거 증말 너무 깔끔하자나..T_T

2.
유진 : 그게 데이터에서 ##를 뽑아서 ..고리를 만들어가지구 어쩌구리 저쩌구리 ..근데 괜찮아 보이네요. 근데 이게 저거랑 비슷한 건가 다른 건가? 이런 부분에서는 비슷하고 조런 부분에서는 다르고…조금 헷갈리기도 하는데…

(답장)
인터페이스는 비슷하지만, Facet search의 그래프 버전이네요^^

완벽한 한 줄 요약~ 끝.

# 기타

- 모니터 여러 개 펼쳐 놓은 중에 하나는 검은 바탕에 수많은 암호글자들이 매트릭스처럼 번쩍거리면서 올라가고, 노트북은 길게 펼쳐서 세워 고정해 놓고. 옆에는 두꺼운 빨간 표지에 노란 제목, 사람 사진 박혀있는 책들 여러 권 쌓여있고… 가늘게 실눈 뜨고 타자 연습하는 속도로 키보드 두드리며 코딩하고 있을 때. 옆에 연습장에는 여러 도형들 연결해서 그려놓았는데, “### 과장님~” 불러도 집중해서 못 듣고 … 꺄윽 ♥. ♥

- 기획서 훑어보자마자 뭔 소린지 딱 알아먹을 때. 왠지 선수의 느낌~ 거부할 수 없어…

- “밤을 새서라도 꼭 내일 오후 #시까지는 맞춰놓겠습니다T_T” 뒤에 눈물 표시 긔엽긔엽 ..아 능력만 되면 누나가 코딩을 대신해주고 싶군화…

- 윈도우 새로 포맷해줄 때…그냥 막막…멋있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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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역시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달랐다. 그들 세상 속에 있을 때 그들은 멋져 보인다. *물론 일반인의 세상에서 그들은 좀 이상해 보인다* 넘개벽(넘을수 없는 개발자의 벽)으로 좌절하게 할 때도 많다. 하지만 구현 가능한 메카니즘에 기반한 그들만의 “명석성의 세계”는 훔쳐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 우아함의 절정은 W3C의 스펙 문서들이 아닐까?

어쨌든 이것을 흉내라도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나의 현실 -_-;;힘들다…

ps. 혹시나 이 메일을 쓰신 분들이 보신다면, 오해 없기를~ 흑심은 No NO, 긔냥 멋있게 *보기*만 한다는 거^^

Diana Krall – 내 주량은 너 한 박스

다이애나 크롤은 내가 제일 처음 좋아하게 된 여자 재즈 가수야. 난 빌리 홀리데이나 사라본 같은 사람들도 잘 몰랐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좋은 줄은 몰랐지. 다이애나 크롤은 처음으로 여자가 부른 재즈가 좋다는 걸 알게 해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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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 3개를 들었어. 표지를 보고 노래 좀 하고 미모로 승부하는 하늘하늘한 금발머리 미녀 가수 정도로만 생각했지. 자기가 부른 노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중에서도 제일 안 어울리는 ‘I’ve got you under my skin‘이 제일 좋았어. 난 귀에 들린 소리가 아니라 눈에 보인 그림에 속고 있었던 거야.

I’d sacrifice anything come what might
For the sake of having you near
In spite of a warning voice that comes in the night
And repeats in my ears

Don’t you know you fool, you never can win
Use your mentality, step up to reality.

시체놀이하고 있는 나른한 봄날 일요일 오후에 방안 가득 흐르는 그런 가사들은 햇볕에 뒤섞여 정신을 몽롱하게 했어. 한참을 듣다 보면 볕은 가시고, 창은 어두워졌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보면, 슬퍼하고 있었던가? 나 역시도 늘 그렇게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았던 탓이야.

그녀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난 달콤한 미녀 재즈 싱어와의 조우를 기대했어. 예술의 전당은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진 사람들로 꽉 차 있었지. 공짜로 얻은 R석, 분에 넘치는 앞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렸어. 마침내 그녀가 등장했지. 저런. 바지였어. 그녀는 전혀 전혀 금발 미녀가 아니었어. 가창력을 자랑하듯 질러대지도 않았고, 기교를 과시하며 꺾지도 않았어. 무심하게 건반을 두드리며, 묵직하게 가라앉은 허스키한 보이스로 차가운 포스를 뿜어냈어. 가끔씩 관객을 바라볼 때 그 파란 눈은 독수리처럼 날카로웠어. 내 옆에 앉은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속삭였어. “강한 여자야…” 난 질투가 났던 것 같아.

타협하거나 알랑거릴 여지가 안 보이는 여자였어. 세션이나 무대 메이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연주하고 공연을 이끌어 가는 독립된 존재. 그때부터 그녀의 노래는 그 전과는 전혀 다르게 들렸어.

…….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이 노래를 들어. 왜 그런 노래 있잖아.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았고, 다시 들어도 질리지 않고 더욱 좋아지는 노래. 수 없이 들었는데도, 신청곡을 틀어 주는 바 같은 데 가면 또 다시 메모지에 제목을 적게 되는 노래. 그런데, 잘 안 틀어줘. 틀어준다 해도 분위기 깬다고 사람들 싫어하고 금방 짤리고ㅋㅋ 그래서 술 취해 집에 오는 길에 혼자서 흥얼거리고 있어. 마구잡이로 개사를 해 가며. 그래도 그때 내 마음은 노래와 비슷해서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을 거야.

A Case of You
http://blog.naver.com/hwaitoto/35144968

만화 주인공 같은 너를 그려…푸른 TV 불빛을 받으며…두 번씩 그리지. 너는 내 피 속에 성스러운 와인처럼 흘러. 너무 쓰고, 너무 달아.
난 너를 한 박스라도 마실 수 있어. 그리고도 비틀거리지 않고 내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어….

난 너를 한 박스라도 마실 수 있어..달링.

한 호흡 뒤에 이 ‘~달링’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 들을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 한 박스씩 너를 마시지 않아? 그리고 두 발로 버티고 꼿꼿이 서. 쓰러지지 않고 이 어두운 밤거리를 걸어 오늘도 집에 잘 왔어, 달링.

김훈 <바다의 기별> – 근무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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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나무| 2008.11.17

김훈 선생님의 신작 에세이집을 읽었다. 글의 배경이 언제든, 문장의 계절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검은 겨울 밤을 가르며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처럼 살벌하고 준엄한 문장들이 가득했다. 그 문장들은 실체와 말 사이의 구천을 떠돌며, 그 어느 쪽에도 안착하지 못한 독한 아귀들 같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꼭 이렇게 무겁고, 무서운 일이어야만 하는지 숨이 막혀왔다.

하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흘러나온다. “하여간 사내들이란…”

어쩐지 김 훈 선생님은 고집 센 어린 남자애 같다. 그 치열한 사유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성숙한 어른이라는 느낌이라는 들지 않는다. 일부러 성을 내고, 일부러 까칠하고, 일부런 쎈 척 어른의 흉내를 내는 똑똑한 어린애 같다는 혐의가 든다. 온갖 폼 잡고 사람들 모아놓고 근엄한 표정으로 공자왈 맹자왈 하다가도, 뒤로 가서는 장난스런 눈빛으로 배시시 농도 건네고 언니들의 추파에 응수도 하며 낄낄거릴 것만 같다. 그러다가 금새 옷섭을 여미고 단정해지기 놀이에 심취하고.

어느 날 술 마시는 자리에서 내 친구들에게 여러 소방장비들의 기능과 작동방식을 열거하면서, 그 기능 하나하나가 어떻게 인간의 생명과 연결되는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도심을 질주하는 소방차가 어째서 아름다운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내 친구들은 별 감동이 없었다. 술 마시는 자리에서 왜 불 끄는 얘기를 하느냐고 나를 나무라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실망했고, 친구들이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해서 답답했다.

< 바다의 기별> 중 –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75p

술자리에서 혼자 들떠 열변을 토하다, 자기 말 안 들어준다고 삐쳐버리는 남자. ㅋ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 분을 두 번 뵈었다. 두 번 다 1:1이었다. 그렇다고 소개팅은 아니고ㅎㅎ. 그런데, 정작 ‘한국 문학의 벼락 같은 축복’이자 동시에 ‘벼락 같은 베스트셀러’였던 그 분의 책은 이번에야 처음으로 보았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도 새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와 문장과의 거리, 그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헛된 열망, fact에의 집착, 과학적인 글쓰기, 조사의 어려움, 몸으로 밀고 나가는 세계, 단독자, 밥벌이의 중요성과 지겨움, 보편성과 개별성…이미 신문 기사나 인터뷰를 통해 반복했서 접했던 레퍼토리들이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독대해 직렬연결로 전달받아 더 선명하게 각인됐고. 다른 책들은 어떨까? 결국 그것들 역시 다른 대상에 투영된 같은 세계의 응용일 것이다. 개별적이자 단독적이며 구체성을 띈 fact에 기반한 응용.

어쨌든 나로서는 문학보다는 어떻게 살아야/살아남아야 할까가 더 고민이다. 그런데, 구구절절한 책 속 문장보다는 그 분 작업실 칠판에 적혀져 있던 몇 줄의 근무 수칙이 번쩍~와 닿는다. 같은 근로자로서의 연대감이 너무너무 살갑다. 그래. 근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근무 수칙을 지켜야 한다. 2009년에는 새해의 결심 대신 새해의 근무 수칙을 만들어 봐야겠다. 어렵고 혼란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단순하고 명징한 근무 수칙을. 또 한 해가 바짝바짝 끝을 죄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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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근무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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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퓨터를 다룰 수가 없지만, 컴퓨터로 그을 쓸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없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연필로 글을 쓸 때, 어깨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작동되는 내 몸의 힘이 원고지 위에 펼쳐지면서 문장은 하나씩 태어난다. 살아있는 몸의 육체감, 육체의 현재성이 없이는 나는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 글은 육체가 아니지만, 글쓰기는 온전한 육체노동인 것이다.

< 바다의 기별> 중 – ‘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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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나는 이런 문장을 이순신 장군의 < 난중일기>에서 읽었습니다. 거기 보면 그 분이 군인이기 때문에 사실에 정확하게 입각한 군인의 언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인이 아니면 쓸 수가 없는 문장입니다. …(중략)

저는 장군님께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분이 돌아가신 날이 되면 꼭 노량에 가서 소주 한 병을 놓고 절을 하고 돌아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노량은 남해도 입구인데, 아주 경치가 좋습니다.거기 이락사(李落詞)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이순신이 바다로 떨어져 죽은 사당인데, 그 이름도 참 이순신답죠. 아무런 수사학이 없고 떨어질 ‘락’자를 써서 이가 떨어진 바다라는 뜻이죠. 난 전국 사당 이름 중에서 이락사가 제일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가 죽은 바다다. 이런 단순성이 온갖 슬픔보다 더 거대한 슬픔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저는 요즘 이런 명석성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습니다.

< 바다의 기별> 중 – ‘회상’ 141~1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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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2000년 7월에 풍륜을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 바다의 기별> 중 – ‘자전거 여행’ 서문 1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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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A다’라고 말하면 분명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하나마나한 말입니다. 사람이 입을 벌려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사전이라는 것은 동어반복의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이 동어반복의 지옥을 벗어나서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모습을 직접 포착하고 그것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문학과 자연과학의 목적은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바다의 기별> 중 – ‘말과 사물’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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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에는 종교나 내세나 구원이나 피안이나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고, 오직 이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만 나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득도하지 못한 중생만 저의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소설로 쓸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좁은 것이죠. 득도하지 못한 중생 얘기만 쓰는 아주 협소한 영역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 인간의 안쪽에서만, 인간의 언어만을 붙들고 살아야 되니까. 그런 협소한 자리의 부자유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안에서만 한 줄 한 줄의 글을 쓰다가 때가 되면 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 바다의 기별> 중 – ‘말과 사물’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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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분위기?! -_-;; 쪽팔리당… 그래도 가문의 영광^.^V

야후 해고 매뉴얼 PPT – 기밀없는 세상

실리콘밸리의 가십을 다루는 Vallewag에 야후 해고 매뉴얼이 공개됐다. 매니저급들에게 배포된 해고 통보 및 사후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Yahoo’s secret layoff doublespeak revealed!

http://valleywag.com/5106184/yahoos-secret-layoff-doublespeak-reve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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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하게 정의된 대사와 행동, 상황별 대응과 Do’s and Dont’s에 동종 업계 평범 직딩은 괜실히 가슴이 금즉해진다. “왜 나입니까?(why Me?)라는 질문에 답하려 하지 말라- Heck! 제일 궁금할 질문을…

해고된 직원들도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수 많은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기야 1,500명이니 별별 사연들이 다 있겠지. 미국 사람들은 당일 통보받자마자, 정보 못 빼돌리게 경호원 감시하에 박스에 개인 물품 담아서 쿨하게 집으로 간다고 들었는데, 인간이기에 느끼는 배신감과 좌절은 어디나 비슷한가보다.

무엇보다 Yahoo! Confidential – Do Not Forward라는 태그가 아헿헿하다. 제리 양의 전사 메일은 테크크런치까지 올랐다. 부적절한 표현들과 원래 그분 스탈이긴 하지만, 공식 메일에 소문자만 쓴 것까지 구설수다. 추락한 야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 과정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말들이 많이 들린다….그런데 왜 내가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까. 야후의 해고에 아주 큰 관심도 없던 나이건만.

요즘 인터넷에는 별 말이 다 돌고, 별 게 다 공개가 된다. 심지어 아는 몇 사람들끼리 모여서 쉬는 시간에 할 만한 이야기들까지 웹으로 다 올라오니, 어디 그런 게 있다고 하면 솔깃해져서 따라가 보게는 되지만 뒷맛은 영 별로다. 남는 건 계륵처럼 처치 곤란한 선입견뿐.

“인포메이션의 시대에는 인포메이션만 많이 가지면 승리한다. 그것은 위험해요. 인류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얄팍한 것이 아니라고. 정보의 많고 적음으로 결정나는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지.”

리영희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이다.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거지 정보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리라. 훌륭한 지식인은 못되도 쓸만한 필터정도는 가지고 살고 싶은데. 요즘같은 정보 (공해)의 시대에는, 뭘 더 몰라서, 뭘 더 안 들어서, 뭘 더 못 봐서 얻게 되는 소중한 것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정보의 말단’내지는 ‘정보의 동굴’이라는 별명 및 실제 그에 따르는 불이익까지 감수하거나 필요없는 것은 애초에 안 접하게 되는 럭키한 환경이 안 받쳐준다면, 결국 관건은 well-filtering이다. 어수선한 세상을 걸러내는 성능 좋은 필터 하나, 어디서 공동구매 안 하나?

노래하듯이 햄릿(Hamlet Cantabile) : 희극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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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이 햄릿 – 극단 뛰다.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정말 그렇더라. 식은땀 줄줄 나는 고민도 친구의 눈으로 보면 지지리 궁상이나 속터지는 우유부단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조금만 떨어져 봤더니, 그 대단하신 햄릿이도 익살과 농담 넘치는 한 판의 희극이더라. 꿈결같은 하룻 밤의 난장이더라. 아 위대하신 ‘거리두기’의 힘이여…

막간에 등장해 꿍~한 분위기나 환기시키던 하찮은 광대들이 죽은 넋 달래 저승으로 보내는 장례쟁이(일종의 보람상조??)로 나서 극을 이끌어간다. 감히 왕자님 친필 일기장까지 꺼내들고 짛고 까불며 죽음으로 이르는 심각한 비극의 과정을 제 3자의 놀이로 낱낱이 재현한다. 그걸 네 명의 광대가 다한다. 지난 10여년의 세월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 < 뛰다>의 시그니처, 인형과 소품의 힘을 빌어. 이제는 여기에 노래가 더해졌다. 정신을 쏙 빼어놓을만치 환상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이야기를 보는 ‘입장’이다.

“넌 너무 생각이 너무 많아.” => 저 새끼 왜 저래. 속 터져 진짜. 말만 열라 많구. 아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살던가, 아니면 가서 확 질러버리던가. 아마도 이게 그냥 평범한 우리같은 사람들이 햄릿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반응 아닐까? 어렵지 않고 폼잡지 않아 딱 와닿는 이 눈높이 해석이 좋았다. 그걸 너무 신나게 속시원히 말해줘서 좋았다.

응용해 보자면…

맥베드 => 왜 그러구 사니? 아둥바둥 해봤자 한 세상인디.
로미오와 줄리엣 => 쯧쯧 애들이 아직 어려서…
리어왕 => 님하~~귀에 들리는 말이 전부는 아니삼~~ 나이값 좀…

비극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이란게 있을까? 유체이탈하듯 저 멀리 떨어져서 괴로운 나를 남인양 바라보며 낄낄대며 웃기라도 할 수 밖에. 삶이란 너무 중요한 것이어서, 늘 진지하게만 말할 대상은 아니라고 오스카 와일드님도 말씀하셨지 않은가.비극의 삶을 살아남는 또 하나의 생존전략.

한 장면 한 장면 너무나 공들인 티가 나서, 같이 본 친구는 그러더라. “저러다 인생 그냥 가겠다.” 그냥 연극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극장 안과 밖의 구분없이 떼지어(?!) 살며, 수 년을 반복해서 만들고 고치고 발전시킨 결과물. 오리지낼리티는 온 인생, 추상적인 의미의 인생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하루 하루, 매 순간 순간을 바쳐 쥐어짜낸 액기스다. 그 진한 액기스를 받아마시고 나니 메마른 정서나마 잠시 회춘하는 듯 했다. 이를 위해 쉼없이 계속 뛰어주는 모든 뛰다님들께 감사를.

유진이가 본 뛰다의 첫 공연 – 또채비 놀음놀이

http://www.youzin.com/blog/?p=248

황혜란양. 어릴 땐 타고난 배우였지만, 어느새 훌륭한 배우가 되었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곧 인간 문화재로 지정받을듯 ㅋ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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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가로수길 < 블룸앤구떼>

ps. 왠만하면 구찮아서 문화생활 생략하고 살며, 뮤지컬이니 영화니 뭘 바도 시큰둥한데 간만에 오감이 쫑긋서는 체험을 했답니다. 끝나서 아쉽네요. 다시 하면 꼭 보세요~~

세 편의 한국 영화 – 민망 vs 난감 vs 고문

미인도 – 민망

미인도에는 미인이 없다. 납득할만한 스토리나 오감자극 쇼킹 육체도. ‘연기 거탑’에 몸 바친 두 여배우를 보며 제 자리 못 찾은 노력이 얼마나 민망한 결과를 낳는지 확인했다. 안 어울려도 열심히는 하더라. 근데, 중요한 문제는 How 이전에 What이다. 자기에게 어울리고 잘하는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닌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내 자리는 여기 맞나? 늘 고민하게 되는 내 삶의 FAQ(Frequently Agonized Question).

김영호님, 분노, 욕정, 인내, 질투, 자의식, 패배감 모두 하나의 표정으로 소화해 내신 그대를 한국의 스티븐 시걸로 임명합니다. 조선 최고의 천재 화가가 어찌 무대뽀 강간남으로…조상님들께 민망하다. 쩝. 눈빛이 살아있지 않던, 또 다른 남자배우 한 분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고,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눈빛, 그런 것을 본 지가 꽤 오래 되었다.

보는 내내 많이, 크게 웃었다. 어이없고 민망해서 그런 거지만, 아드레날린 분비 효과로 본전치기는 했다고 위로해본다.

아내가 결혼했다 – 난감

“결혼이 꼭 이래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결혼이 어떠한 제도여야 한다보다, 결혼에 대해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나로서는 난감한 질문이다. To marry or not to marry.. NO, that is not my question. Does he exist or not. That IS THE QUESTION.

“모두가 다 똑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남들과 엇비슷하게 사는 흉내를 내는 것조차 버거운 내가 황금같은 주말에 돈 내가며 받아야 할 질문이라기에 또한 난감하다.

관습에의 도발보다는,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들에 대해 조금씩 물러서가는=>결국 스스로 무너져가는 한 사내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것만큼은 다들 그렇잖아. 남자건 여자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우아하게 깃발을 꽂다 점점 이것만은 안된다 저것만은 지키자고 악다구니를 쓴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주춤주춤 조금씩 밀리면서, 정신차려보면 알 수 없는 곳에 가 있게 되는 것이지. 내가, 혹은 나만은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런 곳. 때로는 모든 상상을 초월한 곳. 영화 속 김주혁처럼. 그래서 인생의 지평이 넓어지기도 하고, 산 채로 지옥을 실감하게도 된다. 그래도 저기는 좀 심했다ㅋ 그런데, 보긴 그래도 막상 가보면 그렇게 극악무도한 저주의 불구덩이는 아니랜다. 정말 그런 듯도. 다들 사는 거 봐봐. 그게 위대한 인간의 적응력인지, 합리화 능력인지 종종 난감.

그 놈과 베개를 나누어 베는 남자. 왜 저자가 저 지경에까지 이르러야만 했냐?를 곰곰 생각해 보면, 역시 그녀 없이 살 수 없어서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도발의 탈을 쓴 신파일까? 관습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건가? 그것이 누군가에겐 고문 행위일지라도? 고통스러워도 참으면 똘레랑스인가? 못참으면 미친 개고. 쩝…너무 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막 받아주는 ‘똘레랑스’는 난감하다.

이래야 한다’도 ‘무엇이 좋다’도 아닌 난감한 영화들이 있다. 대신, 생을 박피한 듯한 날 것의 리얼리티를 가치 판단이라는 양념으로 재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그런 난감한 영화들이 내게 주는 보상이었다. 거기에 새로운 경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그 보상이 없어서 좀 그랬다. ‘난감’이상이 느껴지지 않아서.

순정만화 – 고문

그래도 위 두 편이 순정만화보다는 나았다. 민망, 난감이 고문보다는 낫잖아.

영화에 집중하기에 너무 좋은 가운데 줄, 정 가운데 자리라 뛰쳐나올 수 없어 많이 괴로웠다. 극장 좌석의 머피 법칙.

강풀의 < 순정만화>는 명작이다. 2004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쏠로부대’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던 그 때, 회당 평균 페이지뷰 200만 댓글 50만이 넘었다는 < 순정만화>의 염장은 적들이 투하한 초강력 핵폭탄이었다. 창 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렸던 날에는 더욱 더. 그 날 두 주먹 불끈쥐고 외쳤던 구호를 간만에 다시 외쳐본다. “우리는 강~철~의 쏠로부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