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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October, 2007

김연수의 문장에서 <열대병>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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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병 (Tropical Malady, 2004)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출연 :반롭 롬노이, 사크다 카에부아디, Udom Promma

이야기는 남양군도의 외딴 섬에 고립돼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서양 여자의 입체 누드사진을 들여다보는 한 젊은 병사의 심리에 대한 추측에서 시작됐다. 그 입체 누드사진은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환상을 그에게 보여줬을 거라면서, 나는 고립된 사람들에게 현실이 한순간 뒤흔들리면서 그보다 더 생생한 환상이 나타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제아무리 견고하다 해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감각이 바뀌면서 현실이 무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기 마련인데, 이를 두고 십자가의 성 요한은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불렀다. 모든 성인(聖人)들은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해 그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는데, 이는 현실이 오직 감각을 통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하지만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을 경험한 그 다음 순간, 모든 성인들은 감각적 현실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지 깨닫게 된다. 현실이 감각적으로만 성립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모든 게 덧없을 뿐이라는 허무주의에 빠져야 할 텐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더욱더 그 감각적인 생생함을 즐기게 되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므로 그 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최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42p

켕이 정글에서 보낸 그 밤도 존재의 가장 어두운 밤이 아니었을까?
그 밤의 감각적 생생함을 저 멀리 화면 너머로나마 느낄 수 있어 강렬했던 영화 < 열대병>


삽입곡 คำในใจ (straight- kumnaijai) by fashion show.

[2007년 8월] 유진이의 일곱 번째 태국 여행기 : 안녕, 내 사랑

네가 없는 곳에서 너를 찾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항상 그곳에서만 너를 찾고 있어.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너를 찾는 이 과정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것도 괜찮지 않아?

이 세상에 내 의지만으로는 끊을 수 없는 것도
하나쯤 있다는 거.

[2007년 8월] 유진이의 일곱 번째 태국 여행기 : 안녕, 내 사랑

* special thanks to 홍구오빠 for this book and more.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 <행복> – 가장 공감가는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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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자리서 보던 커플.
끝나고 나갈 때, 여자가 남자의 팔을 툭 치며 하는 말,

“봤지?”

시계가 걸려있지 않은 극장이나 백화점처럼
그런 곳에서 한 시절을 보내며, 가짜라도 잠시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올까?
망가진 내 몸이 그 허름한 먼지투성이 정류장에 떨궈지면
너는 나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거기 오래된 우리상회 평상에 운명처럼 앉아있을테냐.
그럴 가능성만큼이나 믿어지지 않는 디테일들로 가득해서 불편했고
그 불편함만큼이나 그럴 가능성을 전혀 믿고 있지 않음을 확인해 안도하게 했던,
신파 일보직전의 인생 막장 교훈극

삽입곡 < 나는 다시 들을 것을 믿습니다>
Je Crois Entendre Encore
Je veux le croire, aussi.

건어물女의 스크린 남성편력 : 하비에르 바르뎀, 그 남자의 하체수난기

필드 나갈 형편이 못 되는 목마른 골퍼들이 좁은 방 스크린 앞에 모여
광활한 필드를 상상하며 스윙을 휘두르듯
바짝바짝 메말라 버린 가슴의 30대 건어물女 역시 스크린 앞에 앉아
저 먼 지평선을 너머로부터 다가오는 한 남자를 꿈꾸며 귀찮은 연애를 대신한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있을랑가는 모르것지만
여하튼 그 첫 번째 남자,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 그리고 그 남자의 하체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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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으로 쩍쩍 갈라진 사막 바닥을 붉은 망토로 쓸어 내리며
반바지를 걸친 스물 두 살의 남자가 투우 연습을 하고 있다.
“난 최고의 투우사가 될거야”
하지만 이 순간 카메라가 클로즈업 하는 것은 터질 듯 탱탱한, 그의 두 다리 사이.
자전거를 끌며 소 역할을 해 주던 친구는 무심히 대꾸한다.
“넌 이걸로 더 유명해 질거야.”

이 남자는 정말로 유명해진다. 유명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하지만 맨 처음 그를 훑었던 카메라의 시선처럼
영화 속 광고판 역시 이 남자의 젊은 야심대신, 유난히 발달한 멋드러진 턱관절 대신
얼굴도 이름도 없는 그의 거대한 하체만을 클로즈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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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 tu interior, hay un sanson
당신의 내면에 삼손이 있다.

황폐하고 뜨거운 사막 가운데 우뚝 솟아있던 거대한 광고판처럼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남기며
말이나 스타일보다는 직관으로 파고드는 남자.

결국 그는 자신의 소원대로 투우사가 된다.
좀 더 정확히는 망또 대신 하체를 흔들며, 소 대신 여자들을 잡는 투녀사(?)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같은 매춘부를 사랑하는 아빠와 아들,
여자를 아들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아들의 여자에게 붙인 남자를 탐욕하게 되는 엄마,
애인의 아이를 임신하고서 지고 지순하게 그와의 결혼을 꿈꾸다, 육체의 유혹에 못 이겨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관능적인 젊은 처자,
한 점의 어색함도 없이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의무인양 딸의 애인에게 탐스런 가슴을 내밀고 환타지를 부추키는 엄마 등.

몇 나오지도 않은 인물들 간에 종잡을 수 없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짝짓기의 중심에도 그의 하체가 있다.
콩가루의 진수를 보여주는 내용과는 달리 화면 가득히 흐르던 서정적인 주제곡이 마음에 촉촉히 젖어 들었던 하몽 하몽(Jamon Jam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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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건 여자건 난 스페인 배우들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정말 여자 같고, 남자들은 정말 남자 같다.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다른 그 무엇보다 ‘남자’라는 느낌을 확 뿜어내는 스페인 종마.

처음부터 ‘색골’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던 이 남자를 처음 만났던 영화는 라이브 프레쉬(Carne Tremula)
여기서 그는 부자집 초날라리 기집애 하나를 구하려다,
‘하필이면’ 그 국보급 하체에 총에 맞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는 의협심 강한 형사로 나온다.
결국 남성성의 이면의 얼굴은 ‘남자다움’이 아니던가. 또 다른 의미에서 여자를 구원하는.

영화는 몇 년 후로 넘어가 불구가 되어 휠체어 장애인 농구 경기에서 맹활약하는 그를 보여준다.
팀이 승리를 거두자 축배의 샴페인을 터트리며 기뻐하고,
그 초날라리 부자집 딸은 더 이상 우아할 수 없는 요조숙녀 현모양처로 180도 변신해 그의 옆에서 기쁨을 함께 한다.
심지어 그는 휠체어를 탄 채로도 아무 문제 없이 반토막난 높이에서 아내와 열렬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장애라는 불운이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생의 진정한 사랑과 기쁨으로 화학변화했다고 섣불리 결론 내린다면
그것은 우리의 알모도바르씨를 띄엄띄엄 보는 행위일 것이다.

결국 그렇게 생의 대변신을 겪었던 여자는 자신을 집요하게 갈구하는 신체 튼실한 다른 영계남과의 하룻밤에 홀라당 넘어간다.
그리고 아침에 들어와서 남편한테 한다는 말이 이거다.
“밤새 했어요. 너무 좋아서…울었어요.”
순도 100%의 솔직함이 사랑하는 이를 산산조각 내는 직격탄으로 돌변하는 이 결론에는 어떤 윤리적 합리화도 없다.
그냥 휠체어 탄 놈만 억울하다. 바로 이것이 그토록 욕먹는 본능지상주의 알모도바르식.
나를 홀딱 빠지게 했던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내가 본 첫 번째 알모도바르다.

그러한 이중, 삼중고를 겪어냈던 그의 하체에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마비가 걸렸다.
오픈 유어 아이즈란 굉장한 영화로 동갑내기의 자존심을 자극했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씨 인사이드(Mar Adentro)
이 영화에서는 오프닝부터 아예 침대다.
온갖 여자들을 홀렸던 그 침대에서 이제 그는 여자들 시중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무기력한 전신마비 노친네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설정 탓에 영화는 내내 각종 베드신(??)을 펼쳐 보이며 ‘자신의 생명을 종료할 권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지만
그보다 난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대해 다시금 눈뜨게 되었다.
평생을 침대에 묶어있어야 하는 대머리 중년 남자가…얼마만큼 매력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육체가 아닌 attitude에서 발산되는 매력. 그러나 이 매력의 근원에도 변치 않은 중량의 그의 남성 호르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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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씨 인사이드에서 바르뎀 연기의 절정은 온 몸으로 발광되어야 할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고작 입으로 나불거릴 수 밖에 없을 때의 절망감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집에 가는 언니를 꼬시려 흙먼지를 날리며 야마하 600을 타고 그 길을 수 십 번 왕복해도,
휠체어에 앉아 골대를 향해 슛을 쏴도, 무기력하게 전신마비로 묶여있는 침대에서도
이퀄라이저의 바늘을 끝까지 치솟게 하게 하는 그 안의 에너지 레벨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수난 일로였던 그의 하체의 역사와는 달리 이제 하비에르 바르뎀은
그저 튼실한 스페인판 변강쇠에서 스크린 속에 우뚝 서 깊은 눈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돈내고 영화표까지 사서 극장에 들어간 내가 스크린 속 그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 속 그의 시선이 나를 관통해, 세상만사 귀찮은 건어물女에게까지도 짜릿함이라는 잊혀진 그 무엇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그의 하체가 수난을 거듭할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더욱 복잡다단하게 심연으로 켜켜이 그 층위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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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다리는 그의 다음 영화는
간만에 제대로 코헨 형제의 분위기를 기대하게 하는 깐느 본선 출품작 No Country For Old Man
이제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간 제목 미정의 우디 알렌 감독님의 Spanish Project
그리고 감독님은 별 느낌 없는 마이클 뉴엘이지만 원작이 마르께스 대왕님이신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다.

감독 라인업 너무나 쟁쟁하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감독들은 죄다 낙점을 해 버린
이 배우를 내가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머 꼭 이 남자의 남성적 매력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

하몽하몽의 한 장면

페넬로페 크루즈 : 우리 그냥 친구해요.
하비에르 바담 :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섹스 뿐이야.

이것이, 바로 남자와 여자다.

뮤지컬 라이온킹 ~ 라이온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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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 (Lion King) @ 잠실 샤롯데 극장 (2007. 10.7)

우모자 때도 그랬지만
역시 동물이나 자연은 내 취향이 아니야…

회심의 무대와 동물 변장 아이디어들에는 별 감흥 없었고
아무리 무파사라도 엄숙주의는 질색이었으며
굶기지 않겠다는 약속에 스카삼촌을 따르는 하이에나들을 당근 응원하면서
아역이라도 무대 위에서 트레이닝 되지 않은 움직임을 보는 것은,,,아무래도 너무 괴로운 일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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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시무시한 결과를… –;;

공연은 재미없고 라이온퀸 놀이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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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보며 못한 몰입을 왜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