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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Decemb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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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1박 2일

떠나려고 했는데, 미리 떠난 선배가 있어서 차려놓은 밥상에 밥숟가락 얹듯 합류했다.

홍천이래서, 고속버스 1시간 거리로 당일치기 여행으로 예상했는데
동서울에서 최종 확인한 시외버스 3시간 거리의 상남.
최종 목적지는 거기에서도 40여분 차를 타고 더 들어가는 홍천 내면 살둔산장이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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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이 깊은 산중…불빛만이 깜박이고.
밥 먹으러 차 타고 산 넘어 30여분을 달린다.
송어회와 능이불백, 그리고 맑고 단 강원도 山 소주 몇 병으로 떼운 저녁.

산장에는 아무도 없고, 우리 일행 뿐.
나무로 불을 떼우느라, 선배들은 시간마다 마음 졸이며 왔다리 갔다리~

배상면주가 공장에서 사온 오매라퍽을 깼는데,
꼬냑도 아닌 것이 전통주도 아닌 것이 애매하게 달달한 것이 맛났다.

취하다 먹다 깨다 이야기하다.
새벽 4시에 비몽사몽 돼지고기 김치구이에 햇반을 데워 먹으며
우리가 겪은 일들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앞뒤없는 썰을 풀어내는 하루밤.

하기싫은 말, 하고 싶은 말…문득문득 북받쳐 오르는 감정들.
이겼다면 안 해도 됐을 고민과 모색들이 밤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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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시 팅팅 일어나 창호지 문 열어보니
밖은 온통 눈밭이다.

달디 단 오지의 찬 공기가 폐안으로 밀려들어오고…
밤새 뗀 나무덕에 바닥은 등짝은 설설 끓어
보양 황토방 숯가마 분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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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 사이로 아침 햇살…나무 군불 태우는 연기
밤새 창틈 사이로 나무 태우는 냄새가 기분 좋았다. 맡고 있으면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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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 눈 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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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엔 고드름…갑자기 추워진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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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둔산장. 30년된 통나무 황토집. 사찰, 일본식 건축, 전통 귀틀집의 형태가 혼합된 건축물로
한국의 100대 살고싶은 집에 선정되기도 했다나. < 시인의 오지 기행> 첫 장에 소개되기도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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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윤두선(전 대학산악인연맹 회장)씨가 백담사에서 기거하다 우연히 살둔마을을 들른 후
살둔에서 살고 싶어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근처에는 유일하게 북쪽으로 흐른다는 내린천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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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둔 동네에는 사람들. 아침부터 장작 패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쫙쫙 장작 가르는 소리가 고요한 산골 마을의 차가운 공기를 가른다.
나무패는 남자라니…쫌 멋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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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강아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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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와 칼. 나무패는 기구들. 크게 나무를 잘라 하루에 한 두 번만 불을 넣어주면 끄떡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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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로 한겹 둘러놓은 살둔 마을의 겨울나기. 이 황량한 곳에서 어떻게 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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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뒤로하고, 아침 먹으러 출발. 그런데 식당 대신 구룡령 정상으로. 해발 101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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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 에서 바라보는 겹겹의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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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누구의 오름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산세…

겨울산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참 오랜만에 본다.

근데 망원으로 풍경찍으려니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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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 매달린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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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가는 길. 유진이는 차를 멈추고 열심히 진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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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다 보니 배고픔에 가까운 산장에서 모두부와 더덕정식, 산채정식, 굴비 정식 섞어먹고.
동동주도 한 잔~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며 찾아간 곳은 양양의 < 휴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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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바다가 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세로 바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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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즐겁게 포즈를 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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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추억이 될 닭살V를 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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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깊은 생각에 추운 줄도 모르고, 꼼짝도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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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파도는 몰아친다. 무섭게 달려와 파도를 내리치고 잔결로 해변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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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진득한 우유 크림같다.
커피 위를 덮은 생크림처럼 바다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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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거센 파도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기가 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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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말이 터진다. 새하얀 포말이 산산히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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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아…이건 주진우의 말인데.
주진우 어디로 갔으려나. 정말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제는 파도를 타는 대신, 파도를 맞는 대신, 파도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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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로운 해변에 닿을 때까지 열심히 배를 저어 새로운 세상으로 가야 한다.
저쪽 해변…조용하고 아무도 모르는 그런 해변에 닿을 때까지.
부디 거기서 편안하길 바란다. 조용히…뭘 하려고 하는 대신 편히 쉴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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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할께요.
휴휴암에서는 나는 기도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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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겨울 바다와 맞서고 난 후,,, 따뜻한 커피 한 잔.
카페 <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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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셨던 원조고독지기는 돌아가시고,
사모님이 카페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계신다.
살아계실 때는 오디오에 관심이 많으셔서, 직접 오디오를 제작하여 틀어놓곤 하셨다고 한다.

어쨌든 이런 마음으로 카페를 만드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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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오밀조밀 예쁘게 꾸며져있고, 홀리데이 같은 옛날 팝송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시간을 거슬러 저 먼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간 느낌. 응답하라, 그 시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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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예쁜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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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을 잃은 겨울 선풍기도 제법 무시당하지 않고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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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이 직접 내려주신 커피…내내 추위에 달달 떨었는데
뜨근한 커피 한 잔이 목으로 스스륵 넘어갔다. 꾸벅꾸벅 졸음이 왔지만…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선배들 사진이라 못 올리는 게 좀 아쉬운데 그래도 한 두개만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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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의 대결 ! 한진사 장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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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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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보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가려 하고 있었다.
난 어쩐지 다 보내버린 기분이지만.

2012.12.8 광화문 스케치

여긴 내 고향이다.
그냥 ‘서울’쯤으로 테두리쳐진 막연한 도시명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

고향을 전라도, 경상도라 할 수 없듯이 나도 내 고향이라고 하면
서울이 아니라 광화문이라고 해야 한다.

본적은 신문로 1가. 이 동네는 내 놀이터였다.
동화면세점이 들어선 국제극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그렇게 놀았다.
가끔은 아빠와 친한 동네 아저씨들이 뒷문으로 극장에 들여보내 주곤 하셨다. ET도 그렇게 봤었다.

그래봤자, 이제는 신림동에 생활의 터를 잡고
신림동과 분당을 쳇바퀴처럼 오가는 라이프가 틀에 박혔는데.

최근 몇 년, 별 연고없는 내 고향 동네를 찍어야 할 일이 부쩍 많았다.
다들 겪어낸 일들이다.

오늘, 오래 간만에 광화문을 향하며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집회를 시작할 땐 가을이었는데, 국회에서 11월쯤 국회에서 FTA 날치기 통과가 됐고, 힘든 겨울이 되었다.

너무 추워서 오리털 잠바안에 다시 두툼한 털조끼를 껴입고 다녔었다. 배낭에 방석과 촛불을 들고.
집회를 마치고 나면 온 몸이 얼고, 턱까지 덜덜덜 떨렸었다.
선배가 차끌고 데리러 와서, 대성집 도가니탕을 먹으러 갔던 기억. 뜨근한 국물이 죽여줬는데.
근데, 나 그때 이미 고기 안 먹고 있을땐데…음. 국물만 먹었나? 알쏭달쏭…어쨌든 궁물은 너무..눈물찔끔나게. ㅋㅋ

다들 그렇게 애썼는데, 건진 게 없다.
미국 소고기, FTA, 봉도사 구속… 어떤 것도 막지 못했다. 심지어 4.11 새누리당 과반도 막지 못했다.

망설였다. 갈까…말까…

패배주의때문이 아니다. 이런 행위들의 무용론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보는 경기는 꼭 져. 그러니까, 오늘은 보지 않겠어.
왜냐하면,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니까. 그동안 다 졌더라도 오늘만은 꼭 이겨야 하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에 스스로 설득당해, 차마 경기장안에 들어서지 못하는 절박한 아스날빠의 심정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갔다.

2002년 12월. 신림동에서 만났던 노무현이라는 뜨거웠던 사람.
오늘이 시큰했던 그 날의 기억과 하나로 겹쳐지길 바라면서.

참으로 조심스레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내 고향 광화문으로 갔다.

오늘이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까? 제발…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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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앞. 이른시간 부터 꽉 채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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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조국 교수님의 지원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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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에 돌아가는 노란 바람개비. 시대의 칼바람도 참 매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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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허들링. 춥지만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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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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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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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것들, 기쁜 기억으로 남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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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분식 포장마차마다 그득그득.
다들 추웠던 게다. 춥지 않아서, 버틴 건 아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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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바가 유난히 뜨셔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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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서 이어지고 있는 쌍차 농성장. 뜨끔한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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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삶이 있다. 어떤 삶일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 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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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
하얀 눈 대신, 기쁜 소식들이 펑펑 쏟아지는 크리스마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잔뜩 가져다 풀어놔주시는 크리스마스. 요즘 서울 시장님처럼.

그래서 힘들었던 마음들을 다 덮어줬으면 좋겠다. 하얀 이불이 되어 따스하게 감싸줬으면 좋겠다.
추웠던 5년의 겨울을 버틴 사람들이 더 이상 춥지 않도록.

떨리는 마음으로 19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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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북큐슈 여행

주말을 낀 가벼운 제주 여행을 알아보던 나.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신을 차려보니 김포가 아닌 인천 공항에 와 있었고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어디에 붙어있는 지조차 몰랐던.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들고 있었다.

공부할 시간도 없었지만, 굳이 계획을 많이 짜지도 않았다.

3년 전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 때문인데.

꼼꼼히 검색하고, 비교와 고심끝에 숙소를 정하고, 맛집과 스팟을 연결하는 경로를 시간 단위로 엑셀에 입력하고,
심지어 구글 스트리트 뷰를 이용해 모의주행 급으로 진행 노선을 실사 확인했던 나머지
정작 삿포로에 도착했을 때 여행에 대한 감흥이 푹 꺼져버렸던 기억.

뭐야. 사진으로 본 것을 눈으로 보고, 짜여져 있는 경로를 실행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냐.

백설의 장관 대신 눈 녹은 구정물이 신발창 아래 질척거리던 거리와 그 때 그 기분이 절묘하게 어울렸었다.
결국 인쇄해 온 엑셀을 던져 버리고서야, 비로소 ‘旅行’ 나그네로 쏘다닐 수 있었음이다.
일정으로부터의 해방! 1달간 리소스를 투입한 계획로부터의 독립선언 ~ -_-;;

이번엔 가볍게 갔다. 캐리어도 없이, 쬐끄만 등산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일본 입국할 때 세관 직원이 수하물 찾는 거 잊어버린 아니냐고 묻는 것을, 쿨하게 미소지으며 패스.
하지만 정해진 건, 겨우 잡은 숙소와 산큐 북큐슈 패스 뿐. 일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가 불안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주던 사람들.
꽉 조인 렌즈로 찍어낸 듯, 한 점 티없이 맑았던 모모치 해변과 말도 안 통하는 아이의 손에 이끌려 간 동네 크레페 가게.
황량한 들판 너머로 해가 밀려가던 세노모토 고원, 힘차게 뛰던 비현실적인 말과 폐허가 된 horse cafe…

만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만나게 될 때의 유쾌함.
나를 위해서 뭔가가 미리 계획되어 있다고 느낄 때 온몸으로 발산되는 근자감.

한국에 돌아오고, SD카드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정말, 참 좋았다! -_-;;
돌연 상황은 호러로 변신하고, 그 고장난 SD 카드에서 간신히 구해낸 몇 컷들. 완전 소중.
죄다 뒤죽박죽이 되어 정리하느라 애먹었음.

[2012.11] 큐슈 여행 (1) 후쿠오카

[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

[2012.11] 큐슈 여행 (3) 세노모토 고원/쿠로가와

[2012.11] 큐슈 여행 (4) 후쿠오카 다이묘

[2012.11] 큐슈 여행 (1) 후쿠오카

1년 만의 인천공항…이유는 묻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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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공항 -> 하카타 역까지 직행 버스 타고 고고씽. 일루미네이션이 가득했다.

준비한 것이라곤 달랑 숙소까지의 약도를 캡쳐해 아이폰에 담아온 사진 한 장.
참 대책 없었지만, 공항에서 같은 처지의 혼자 여행 온 언니를 만났고, 심지어 숙소도 비슷한 곳에 있다.

길잡이 역할을 해 준 언니의 숙소에서는 혼자 여행 온 28세 아가씨를 만난다.
세 여자는 반가움에 저녁의 후쿠오카를 함께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술을 마신다.

블로그 따위에는 소개되지 않는, 후쿠오카 사람들의 작지만 정감가는 선술집에서.
계란과 감자를 섞어 튀겨낸 이름모를 하지만 맛좋은 튀김 안주에 삿포로 드래프트를 기울이며.

두 분의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빈 맥주잔이 쌓이고, 감정이 교배되며 자가 폭로의 수위가 높아지며 점차 혼미한 여행자들의 밤.

물론, 아침은 또 다른 세계입니다만. 그런 밤도 있기 마련.
감정적 원나잇 스탠드라고 해야 할까나. 이후 전개되는 양상도 비슷하고 말이다.

다음 날 눈을 뜨고 우동 한 그릇으로 해장하고
아무 계획이 없는바, 무작정 제일 만만한 버스센터로 가 보니, 후쿠오카 그린 버스라는 것이 있댄다.
후쿠오카에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요 스팟을 도는 순환버스. 심지어 산큐 패스로 탑승 가능.

아싸. 나처럼 준비없는 여행자에겐 딱이다.
아무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제일 먼, 맨 마지막 정거장까지 고고씽하는 걸로. 거기가 바로 모모치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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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티끌없는 환상적인 날씨. 솔솔 불어오는 바람. 마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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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아오키. 16살.
대략 해변까지 가는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손을 잡아 끌고 근처를 가이드해 준다.
펼쳐진 해변이 너무 좋아 둘이 손잡고 함께 깡총깡총 뛰어 다니며
근처에서 제일 맛있다는 크레페 가게에 가서 생딸기 크레페도 냠냠하고.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어른(?)이 어린 학생의 시간을 이렇게 잡아먹어도 되나 싶어
이래도 되냐 자꾸 물어도, 공부하러 도서관 왔는데 레스또 타임(rest time)이라며 오케이 오케이만 연발.
심지어 자기가 아는 한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켜 준다.
졸지에 후쿠오카 사시는 알 수 없는 젊은 한국 남자분과 어색한 통화까지…

아 네…한국 분이세요? 뭐 도와드릴 거 없나요? 아 네..그냥 아오키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해줄래요?
영어에 잘 못하는 처음 보는 일본인과 영어로 말하는 것보다 더 어색했던 모국어 대화. -_-

서울 인구의 1/10 수준. 크기는 반.
큐슈에서 제일 큰 도시라고 해도, 시골 냄새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후쿠오카였다.

어디서나 길을 물어보면, 대부분 도착지 혹은 근처까지 데리고 가 준다.
그렇게 하는 당연한 것인듯, 너무 자연스럽다.

뭐 이런 인간들이 있나.
나란 사람, 고작 이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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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리 공원

아오키와 헤어져 이리저리 쏘다니다 또 길을 잃자마자
어떤 외진 버스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해 남/녀 커플이 있길래,
그린버스맵에서 본 만만한 오호리 공원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었는데…이게 왠걸. 자기들도 거기 가는 길이라며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오늘 자기들이 가이드가 되어 주겠단다.

그닥 도움의 손길같은 걸 바라는 눈빛을 쏜 건 아니었는데.
나도 눈치가 있지, 여기까지 와서 남의 데이트 방해꾼이 되고 싶지는 않은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이미 나를 데리고 다닐 작정일 뿐이었던거고
그렇게 이끌리다시피 도착한 오호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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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다소 복잡하지만 가는 길에 신사 구경.
그들이 원래 가기로 했던 오호리 공원 옆 후쿠오카 미술관에 끌려(?!) 가
진짜 미이라!!와 세계에서 제일 긴 ‘사자의 서’도 보고…
후쿠오카에 와서 이런 걸 보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오호리 공원 별다방에서 커휘도 받아다 공원에 늘어져 홀짝 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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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날. 얼굴에 와닿았던 딱 좋은 가을 오후의 공기.
여유로운 공원의 풍경들.

여행책자 보고 잠깐 들른 여행자가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이 되어 산책나온 듯한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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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y와 타카코.
두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농담들.

다행히 둘 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 영어로 무리없는 소통 가능.

나중에 알고보니 두 사람, 오늘이 첫 데이트였단다.
야후 재팬에서 프로필을 보고 채팅하며 알게 된 사이라나.

카카코는 다른 도시에 살다 2달 전에 후쿠오카에 왔고,
지미는 미국에서 자원봉사일을 하다가, 도쿄를 거쳐 고향인 후쿠오카로 돌아온 후쿠오카 사나이.
도쿄가 싫었다고 했다.

몇 번이나 너희들의 데이트에 방해하기 싫다고 했지만,
그들은 정말로 괜찮다고 답한다. 더 이상 반론할 수 없는, 정말로 괜찮은 표정으로

그리고 이제 후쿠오카에 친구와 free room이 있으니, 언제든 놀라오라고.

그래서 너희들도 서울로 놀러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환영한다고.
하지만, 우리집엔 프리룸이 없다고. 가족들이 그런 거 싫어라한다고.
나는 서울 여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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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리 공원에서 슬렁슬렁 걸어 시내로 나오는 길.
여는 사람 사는 동네와 다를 바 없는 풍경들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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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성터를 거쳐…텐진방향으로. 점점 시내의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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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 자신들의 데이트 코스를 포기하고
내가 막차를 타야 할 하카타 역까지 와서 버스 올 때까지 남는 시간을 이용해 small party를 하자고 한다.
오코노미야키와 맥주 한 잔. 조촐한 접대였지만, 따뜻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어쩐지 후쿠오카가 훅 가까워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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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헤어지고 난 하카타 버스 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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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에 있으면 이동이 참 편하다.
시내 관광이든 큐슈의 다른 지방이든, 어디로든 나를 데려갈 버스를 쉽게 탈 수 있다.

게다가 나에게는 비장의 북큐슈 산큐패스 3일권(북큐슈에서 거의 모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이 있지 않은가.
후쿠오카 시내 투어 버스인 그린 버스에서 북큐슈 횡단 버스, 공항버스까지 3일 동안 정말 알차게 잘 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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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40분…나의 목적지로 가는 마지막 버스에 몸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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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 속 큐수 고속도로를 달려 유후인 도착! 9시 조금 넘은 밤.

여기서도 결국 버스 기사 아저씨가 숙소에 연락해 주고,
픽업을 연결해 주어 간신히 늦은 시간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밤이 되어 꽤 쌀쌀해진 날씨.
난 덜덜덜 떨고 있었는데, 기사 아저씨는 더 얇은 유니폼을 입고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픽업 차량을 함께 기다려주셨다.

이건 무슨 야밤의 흑기사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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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9시에 인적이 끊겨버린 유후인의 밤.
사람은 끊겼지만, 하늘에서는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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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유후인인가? 프로모션 광고에 보면, 일본 20대 아가씨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온천지라는.
아마 그녀들도 밤에 여길 왔다면, 그닥 투표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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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도착한 온천도시는 적막 그 자체.
이름만 많이 들어본 유후인은 어둠의 베일 뒤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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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온천장에서 바라본 창문 밖 풍경.

뜨거운 온천장에 몸을 담그고 나니
버라이어티했던 하루의 기억이 온천물의 뜨거운 김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문을 여니, 가을 밤 시골의 차고 맑은 공기가 훅하고 밀려들어오고.
아 좋다. 진짜…너무 괜찮은 거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공기, 최상의 콤보.

그만큼 괜찮은 하루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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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의 마무리에 꼭 필요한 것. 로손표 감자튀김과 함께.

그리고 약간의 하루키. 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막 자기들끼리 하는 거지?

두 번째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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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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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토토로의 마을 유후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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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었던 아먀보우시 료칸(由布院 山ぼうし)
온천은 쿠로가와에서 방점을 찍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싼 가격의 적당한 방을 대충 잡았는데
온천도 있고, 1인실도 있고 해서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한 침대방과 온천.
역에선 걸어서 5분 거리. 바로 유후인 입구인 B-Speak 맞은 편.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란넷의 도움으로 적절한 가격에 방들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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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의 상징같은..누구나 찍어오는 빨갱이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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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예상했던 유후인의 예쁜 가게와 풍경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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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꾸밈 하는 일본 특성대로 참 잘 꾸며놨다.
딱 여자들 취향.

하지만, 굳이 꼭 여기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들을 모아다
작은 시골 마을을 무수히 사람들이 흘러 들어오는 각광받는 관광지로 재탄생하게 한 뒷단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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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동네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소품과 어쩌구 저쩌구..진짜 세상의 온갖 잡스런 것들을 다 모아놓은 듯한.

크지도 않은데 이 동네 한바퀴 돌고 나면,
가전 제품 빼고 신혼 살림 살이 풀셋과 한 달치 식량 마련이 가능할 듯.

얼마나 맛난 것들을 많이 팔던지.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는 한국 이마트에서 갈고닦은 범상치 없는 시식 신공을 발휘해
유후인 맛보기에 주력했다.

일본식 쿠키야 대략 경험과 감이 있기 때문에 그렇구나=맛있구나 했지만
유후인의 반찬들은 진짜 눈돌아..아니 혀돌아가 가게 만들더라.

우엉이나 연근 조림, 이름을 알 수 없는(까막눈 ㅠ) 정체불명의 무침과 젓갈들.
동네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의 것들을 예쁘게 유후인 스티커붙여 소포장해 놓았는데
사르륵 특유의 감칠맛 나는 일본 조미료 맛이 혀를 우롱?? 한다.

배낭족만 아니었다면, 싹 쓸어왔겠지만 내가 가진 것은 아주 작은 뒷동산용 배낭 하나 뿐.
대신 끼니를 걸러도 될만큼의 시식으로 풍족하게 배를 치우고..응??

파삭파삭 기름진 유후인 러스크도 기억난다.
물론 누구나 먹는다는 금상 받은 금상 고로케도 먹었다. 2개 먹었다. 쩝쩝…생각만 해도 침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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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속 마을. 크리스마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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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지루하게 엄마가 빨리 쿠키를 고르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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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고 맛집 도는 ‘아가씨 여행’이란 것이 있단다.
딱 그 ‘아가씨 여행’이 어울린다고…라고 포장하고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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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네 주민은 다르다.
예쁜 가게에 눈이 쏠리지 않고,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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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긴린코 호수.

가는 길 곳곳에 긴린코 호수 가는 길 팻말이 어찌난 다양하게 고급스럽게 붙어있던지.
어느 대단한 곳을 향해 가는 듯,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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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체는 보라매 공원 호수와 견줄 만 하다.
백조인지 오리인지 포동포동한 것들이 아주 가까이서 거닌다는 것 외에 ..그다지 큰 감흥은 없다.

이걸 관광지로 만들어낸 포장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알맹이가 없어. 하지만, 포장이 바로 당신의 펀더멘털이라면?
전날 밤 읽은 하루키 단편 소설에서 여자는 이런 류의 대사를 막 날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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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유후인이 좋았다.
이런 유후인.

포장의 한 껍질을 벗기면, 바로 뒤편에서부터 펼쳐지는 유후인.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을 받았을 시골 시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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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도 담도 없이 이어진 포장지 바로 뒤에 붙어있는 집들.
문 앞까지, 마음만 먹으면 집안에라도 들어갈 수 있을 듯한 시골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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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뭔가를 말리고 마당들.
내리쬐는 적당한 볕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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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에 매달아 놓은 광주리에선
표고버섯이 볕을 받으며 익어간다. 집에서 반찬해 먹을 듯한 양.
이 집의 저녁 식탁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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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빛을 받으며 건조되는 신선한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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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양파만 말리란 법 있나.
구멍난 양말, 발가락 양말들이 귀여웠다. 색감도 참 이뻤고.

저걸 신고 다니며 뭘 하시나? 멋으로 신는 양말은 아니었다. 노동이 느껴지는 양말.
긴 시간 밭에서 땀내며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양말이라고 멋대로 추측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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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조리개가 있는 풍경. 이 집엔 물주는 것이 사람이 산다. 당연한 것을 ㅋㅋ
그 당연함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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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쁜 시골마을이 포장지 뒤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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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유후인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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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는 관광객이 아니라
시골 마을 방문자로 유후인을 다시 보러 오고 싶다.

어디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골 마을, 유후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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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큐슈 여행 (3) 세노모토 고원/쿠로가와

큐슈 횡단 버스. 벳부에서 구마모토까지, 큐슈 주요 거점을 잇는 횡단버스.
10호차까지 하루에 10대가 있는데, 벳부발 / 구마모토 발로 나뉘어 루트당 5대씩이 달린다.

그 사이로 유후인, 쿠로가와, 아소 등 주요 거점들을 찍기 때문에 여행지 이동에 편리하다.
아소산에서는 90분 휴식하는 편도 있어, 잠깐 로프웨이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유후인을 떠나며 큐슈 횡단 버스에 몸을 싣는다. 숙소인 쿠로가와로 가기 위해서다.
그저 나는 일본에 왔으니 ‘료칸’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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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눈 앞에 막 이런 게 펼쳐진다.
말로만 듣던 ‘고원’이라는 지형이다.

해발 6~700m 되는 산꼭대기 높이에 펼쳐진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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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오다노이케 小田の池 에서 10분간 쉬고 가는데
거기에 아소 쿠주 국립 공원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그냥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 차 타고 갈까 하다
그냥 탔는데 지나가며 보니 그 높은데 엄청나게 큰 호수? 두 개가 자리잡고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야마시타 호수와 오다 호수.
해발 770m에 자리잡은 천연호수라는데…버스 차창에 매달려 멀어져 가는 호수를 보며 후회했다.
내려서 보고갈 걸…하고.

그리고 들판을 뛰놀던 말 한마리.

카메라를 들 새도 없이 지나치고 말았지만.
고원의 들판을 힘차게 뛰던 말 한마리의 비현실적인 풍경도 지나쳐갔다.

대체 여긴 어떤 곳이지? 전혀 알지 못했던,
그저 쿠로가와로 가는 경유지였던 이 곳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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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내 그 마음 접지 못하고 산아이 휴게소에서 무작정 내리고 만다.

원래 계획은 빨리 쿠로가와로 들어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는 것이었는데
펼쳐진 고원의 풍경에 마음을 홀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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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만큼 산을 타고 올라면, 늘 산악 지형이었는데…
정말 반은 정신을 놓은 것 처럼 무작정 헤치고 다닌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는 중인지, 들판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채.
그저 다음 버스 시간까지 70분의 시간만을 정해둔 채.

알고보니 여기는 해발 965m의 세노모토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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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해가 밀려가는 시간.
아무도 없이 나 혼자…이 공간 속을 헤매고 있었다. 아무 목적도 없이.

사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이 내게 준 특별한 느낌이 비한다면.
내가 해야 할 여행, 내가 좋아하는 여행, 내게 필요한 시간이 어떤 것인지 오리엔테이션해 줬다고 할까.

지난 1년 꽤 오랫동안 여행을 잊고…아니 참고 살았다.

그 이유를 정리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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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이어지지 않아도 좋았던 곳.
그냥 이런 풍경을 따라 한없이 걷고 싶었다.
70분 후에 버스가 떠나더라도, 나는 여기에 남아. 어디론가 계속 가고 싶었다.
그렇게 가다 보면 뭐가 나오고, 그래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뭐 그런 말도 안돼는 생각이 충만해지는.

여행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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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의 아이. 혼자서 낙엽을 흩뿌리며 놀고 있었다.
외롭지 않을까. 하지만, 외로운 건 그 아이를 보는 나의 시선일 뿐이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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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이를 오토바이로 유유히.
어느 높이쯤에서 와서, 어느 높이쯤으로 가고 있는 걸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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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이런 표지판.
알고보니 구마모토는 말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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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을 따라가면 폐허가 된 말 카페가 나온다.
제목만 봐선, 잠시 머물며 말타기 체험도 하고 차도 한 잔 마시며 쉬어가는 곳이었던 듯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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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니 늘어진 안장과 허물어진 탁자며 가구들.
누군가 직접 그린 듯한 캔버스 속의 말은 푸른 들판에서 고고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감히…” 마친 이런 느낌으로.

그리고 사인. J.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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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U씨가 사는 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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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선 물이 졸졸.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누군가 살고 있다기엔 너무나 폐허인 이 곳에 생활의 냄새라니.

누구일까.
한 때는 번창했을 이 곳이 이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
그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고 있을지 모를 사람.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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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시간은 8시 53분에 멈춰져 있다.
누군가 땡을 외쳐, 멈춰진 시간의 마법을 풀어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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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휴게소로 내려오니 고원을 찾은 연인.
이 높이에서도 커플들의 테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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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쿠로가와로. 불과 10분 여 거리다.

도착하니, 산중턱의 온천 마을은 이미 캄캄하다. 내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두 사람.
예약해 둔 료칸을 찾아갈 방법이 막막한데, 같이 내리신 마을 분이 친절하게 마중나온 차에 나를 태워
친절하게 여관 앞에 내려주신다. 정말…이번 여행, 난 천사들의 합창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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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가와는 그야말로 전통 온천 마을이다. 유후인과는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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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와후료칸 미사토의 온천. 유황천의 원천수가 나오는 집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온천물이 뽀오얀 고기국물 색을 띈다. 온천을 하고 나오면 피부는 스베스베.

짐을 풀자마자 바로 온천 한 판 땡겨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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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쯤 체크인했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닌데,
료칸의 시간은 정말 빨리빨리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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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 시스템이 다 비슷하지만,
일단 방에 들어가면 전담 언니(?)가 간단한 웰컴 드링크, 쿠키를 내어주고
저녁 식사 시간을 어레인지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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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온천을 즐기고 들어가면, 딱 그 시간에 내 방에서 식사가 준비된다.
서빙 받으며 즐기는 가이세키 코스.

요리 자체도 워낙에 맛이 있지만,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고, 버스에 실려와 온천 하고 먹는 저녁 식사가
더 없이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만…
이 동네서 유명하다는 말고기의 유혹에 빠져 말고기 육회를 우걱우걱.

이것저것 첨가 고기며 국물까지 아예 끊지는 못했지만,
나름 덩어리 고기는 피하는 비덩섭생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1년 만에 처음 깼다. 심지어 육회로다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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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나면, 또 온천이다.

원래 쿠로가와는 ‘뉴토테가타(入湯手形)’가 유명하다.
가격은 천엔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자기가 묵는 료칸외 다른 료칸의 온천 3곳을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온천 자유이용권.

이걸 사서 심야 온천 투어를 감행해 보려고 했으나 이거 왠걸.
뉴토테가타는 밤 8:30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밥먹고 나니 벌써 그 시간인걸.

다음 날은 9시 30분 버스타고 하카타로 나가야 되고.
쩝. 속상해 하고 있으니, 여관 주인 아저씨가 선물이라며 자유이용권 1매를 주신다. 프리라는 걸 강조하시며.

그걸로 다음날 료사이라는 온천호텔에 가서 좀 더 럭셔리한 온천을 했다.

어쨌든 또 온천. 욘센. 온천. 욘센.

배낭에 싸온 컵사케와 맥주를 늘어놓고, 방을 뒹굴며 하루키를 보다가 욘센하고.
쿠로가와 밤마실 한 번 나갔다 와서 또 욘센하고.

료칸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간다. 쫌 놀았는데, 그냥 12시… ㅠㅠㅠ

억울해. 료칸은 무조건 3시 체크인 시간에 맞춰야 한다. 그 시간에 들어와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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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듯한 별빛 아래, 쿠로가와의 밤은 깊은 정적.
산책 한 번 나갔다가 귀곡 산장을 찍었다.

그래도 어느 선술집은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온천장의 또 하루를 돌린 이들을 맞이한다.
나 역시 방에서 맥주와 사케 한 잔. 그리고 푹신한 요 위에서 깊은 잠.

료칸에서 제일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요와 이불.
갓 빨아 말린 두툼하고 빠빳한 요 위를 온천물에 달궈진 몸으로 뒹구르르 뒹구르르….
천국인가 싶더니, 어느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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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온천 마을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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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방샤방 아침 산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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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지만 밤과는 다른 부산함의 기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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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침에도 또 욘센을 하고…밥을 먹는다.
가볍지만 맛난. 두부 버섯 샤브샤브와 샐러드. 우메보시와 된장국. 톳같은 것…전형적인 재패니즈 브랙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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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은 저녁과는 달리 식당에서.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고, 상마다 방번호가 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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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아침을 먹고 나서 또 욘센으로 고고씽.
주인 아저씨의 프리 온천 티켓을 들고 근처 료사이 료칸으로. 정말 이런 게 사는거다? ㅋ 설마.

하지만, 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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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동네 한 바퀴.

간절한 바램은 어디나 있다. 이 작은 온천 마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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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 살며, 관광지를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
내가 회사를 다니듯. 그 회사가 누군가에게는 관람의 대상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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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가와. 짧아서 아쉬웠다.
6시에 들어와서 다음날 9시까지. 그리 짧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 짧았다.

언젠가 풀코스로, 긴 1박 2일 혹은 짧은 2박 3일로 다시 한 번 천천히 느긋히 누리고픈 곳.

안녕, 쿠로가와!
나는 다시 후쿠오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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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큐슈 여행 (4) 후쿠오카 다이묘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다이묘.
공항가기 전에 잠깐 찍고 왔다.

후쿠오카의 최고 다운타운인 텐진에서도 개성있는 셀렉트 샵들과 카페들이 모여있는 곳.
서울로 치면 약간 가로수길 같은 분위기랄까.

아 맞다. 가로수길은 이제 이런 분위기 아니지. 예엣날 가로수길로 수정.
지금은 어디라고 해야 할까. 상수동 외곽쯤이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요즘 젊은 것들은 어디 모여 꿈과 낭만을 피워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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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며 손글씨가 간판부터, 벽장식까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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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다니는 조카를 데려다가 카페 인테리어를 시킬 수도 있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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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까지 세워놓고, 가게의 공지판을 오랜 시간 꼼꼼히 들여다 보는 신중함.
잘은 모르겠다만, 설마 지금 하려는 것이 점심 식사를 위한 메뉴 분석은 아니겠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데, 일본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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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옷차림의 오빠며 언니들.
그런데,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좀 한산한 분위기.

그 외에도 일본이란 곳은 전체적으로 겉에서 보기엔 고요한 정적의 느낌이 있다.
정작 들어가 보면, 끼리끼리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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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와 클럽들, 가게들…주말에 와 보면 꽤나 흥청거리는 그림일 것 같다.
일본식의 흥청거림이란 어떤걸까. 밖에서 보면 단정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삼사오오 바글거리는…반전의 흥청거림??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들어가 보면 꽤 사람들이 많은 경우가 꽤 있어서 놀랬다.
조용함으로 한 겹 말아놓은 듯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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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줄을 서 사 가는 모찌집이 있길래, 냉큼 종류별로 모찌를 사 서울까지 가지고 왔다.
줄을 서는 집에는 이유가 있더라. 겉이 팥소고 안에 밥을 들어간 모찌, 밤과 고구마가 소와 함께 들어간 모찌 등..,
모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집 모찌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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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좋았던 날씨.
후쿠오카 공항.

참 진짜 다 좋았다. 누군가 나를 위해 계속해서 뭔가를 내려보내주는 것 같았다.
SD카드가 공장났다는 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좋은 사진들이 많았는데, 복구를 못하고 복구된 것도 화질이 확 낮아져…속상했다.
사진보다 여행이 중요한 건 맞는데, 그래도 사진을 보면 더 잘 기억할 수 있으니까.

SD카드라는 취약하기 그지없는 물건에 내 추억을 몽땅 걸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이없기도 하고.

그래도 건진 것들이 이만큼이나 된다. 물컵이 물이 1/5잔이나 채워져 있지 않은가.
이만큼이면 목이 말라 죽지는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ㅋㅋㅋ

무엇보다 여행심이 다시 솟아났다는 것. 그리고 후쿠오카에 대한 발견.
왜가 없이, 뭘 많이 따지지 않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타나 보여준 다정함. 싱기했다. 체감적으론 거의 외계인들의 출몰 수준.

그리고 함께 해 준 하루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딱 그 타임에 나에게 내려보내진 책이었다.

다음 여행은 어디가 될까.

기대된다. 나도 모르는 다음 여행과 매번 여행마다 따르는 신기한 일들이. 외계인들과의 만남이.

여행의 모든 순간은 그날로 되돌아가 수렴되지만, 나는 이렇게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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