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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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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s24.com/24/Goods/11935043?Acode=101

경 축! 빰빠라라밤…

내가 쓴 한창민 작가의 <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리뷰가 YES24 주간 우수작에 선정이 되었당!
좋은 책을 읽고 그냥 느낀대로만 발로 끼적끼적 썼을 뿐인데, 이런 경사가 ㅋㅋㅋ (으쓱으쓱)

오랜 벗이 낸 멋진 책에 한 마디를 얹을 수 있고,
그 한 마디가 또 작지만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선순환의 주고받음이 기쁘고
상품으로 YES 24 상품권 3만원을 받아서 더 기쁘다.
글써서 돈 벌 때가 젤로 기분이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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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런 사진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진을 펼쳐놓고 편하게 얘기하는 듯 하지만, 섬세하게 세공한 듯 편집된 사진이며 말이며 작가가 뿜어내는 감각의 내공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그런데, 그 감각이 스마트폰이라는 열악한 사진 장비를 만나, 비루한 일상의 순간을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찰나의 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 드라마틱했다.

거창한 출사도, 고가의 장비도 없이, 그 흔한 라이트룸과 스트로보 하나 없이, 달랑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이런 멋진 순간들을 포착해 내다니. 대체 어떻게?!! 평소에 인스타그램에서 작가의 사진을 보며, 어떤 눈을 가졌기에, 무슨 비법을 숨기고 있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 비밀을 조금은 엿본 느낌이다. 하지만, 알아도 따라하지 못하는 게 전략이라 했던가. 비법을 전수를 받고 나니 오히려 숙제가 더욱 어려워진다.

옛날식 고무 다라에 놓인 흰 플라스틱 대야를 찍어놓고 ‘다라이_달아이’라고 이름 붙인 센스며, 낭창하게 흐드러진 장미를 여왕폐하라 부르며 제멋대로 사진 찍기를 허락받는 능청스러움, 철거를 앞둔 빈집을 다시 찾아 무력함과 덧없음에 비감을 느끼는 작가의 다채로운 성정에 매료된다.

콩국수에 방울토마토를 얹어 ‘콩국수_마우스’라며 찍어놓고 ‘국물까지 다 들이마시고 방울 토마토로 입가심을 하니 깔끔했다.’는 마무리에서 어느 무더운 여름날, 북촌을 쏘다니며 제 철의 맛과 멋을 누리는 느긋한 한량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SNS 예찬에 이르면 문득 시간을 뛰어 최첨단의 ‘지금’을 달리기도 한다.

풀떼기를 찍어놓고 대뜸 추사의 향조암란에 헌정한다거나 성탄 전야에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 흑인 남자에게서 에드워드 호퍼를 짚어내는 자유분방한 연상. 북촌의 평범한 담벼락과 배치한 오규원의 시와 소설가 윤후명, 영화감독 허진호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의 인연,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 사랑방 ‘평화만들기’의 유혜심 대표가 걸어둔 ‘각선_미인’을 틈만 나면 카페의 남자 손님들이 달라고 떼쓴다는 에피소드 등. 평범하다는 남자가 무심히 풀어놓는 이야기에는 전방위 문화 예술 코드가 숨가쁘게 쏟아진다. 그런데도,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나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범한 일상인으로 말한다. 힘주어 거창하거나 인상쓰며 심각하지 않다. 크롭된 사진의 화질에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래도 찍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달래는 수수한 낙관이나,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며 좀 더 배워야겠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대목에서 그와 내가 그렇게 다르지만도 않음을 실감한다. 우연히 찍힌 걸인과 다음에 만나면 소주 한 잔 걸치며 인생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에는 마음에 오래 배인 다정함이 묻어난다. 책 곳곳이 그렇다.

그렇게 다정하게 다가와 슬그머니 어깨를 두드리며 사진을 찍어보라고, 또 뽑아보라고 부추킨다. 예술가의 드높은 자의식이 아닌, 한 세상을 같이 살아 가는 동시대인의 언어로 꼬득인다. 우리, 거창하지 않게 ‘일상의 예술’을 해 보자고. 내 눈과 마음만 열어 두면, 날마다의 일상이 예술이 되고, 또 그 예술이 일상이 되는 거라고.

스마트폰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깃발을 꼽은 라이징 스타의 작품집으로 읽어도 재미있고, 스마트폰 사진찍기의 따라하기식 교본으로 활용해도 유용하고. 사진 쌩초보이자 똑딱이조차 거부했던 귀차니스트 중년 남자의 인생 후반 반전 스토리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피카소의 그림같은 정체불명의 입체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오래 옆에 두고, 그 중 하나씩을 뽑아 새로운 책으로 다시 독해해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이 책은 이태준의 < 무서록>, 김용준의 < 근원수필>을 잇는, 고전적 아취가 듬뿍 묻어나는 한 폭의 사진 수필로 읽힌다. 세상사는 멋과 풍류도 알고, 인간사의 이모저모를 꿰뚫어 보면서도 그저 껄껄껄 웃고 마는 눈 밝은 한 사내가 붓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난 대신 세상을 쳤다.

그 결과는 수묵의 담박함과는 거리가 먼, 세상 온갖 것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뛰노는 요지경 난장이지만, 스마트폰 하나로 세심히 풍경들을 건져올린 사내의 글과 그림에는 빠르고 거칠게 달려가는 요즘 세상에서 맡기 힘든 그윽한 난향이 풍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