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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 여행의 순간들

Day 1 – 강릉 영진해변

비바람의 콜라보로
제대로 찐하게 만났던 첫 날의 바다.

아무도 없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성애자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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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Google I/O 2021의 detailed street map.
WWDC 2021의 detailed 3D map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하는 지도의 진화와
지도를 그리다 지도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본업도 잊고 한참을 들여다 본다.
저 쉐이프와 도로 네트워크, POI들. 우아한 카르토…

현실 공간이라는 미쳐 날뛰는 더러운 야수를 길들이고 박제해
사람들의 손바닥 안에 정제된 미니어처로 펼쳐놓는 일.

대동여지도가 이렇게 슬플 일인가.
지도여…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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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입장

입장은 나의 삶에서 다져온 철학이라는 알고리즘에 개별 사건이 인풋으로 들어가 나온 아웃풋이다.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이라는 말처럼 데이터가 왜곡되거나 부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고,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도 처리가 부실하면 결과는 취약하다.

그런 입장은 힘을 가질 수 없어서, 타인을 설득하긴 커녕 나 하나를 지키기도 힘들다.

좋은 알고리즘이란 결국 그 사람의 삶의 경험의 총체를 학습한 결과가 정제된 수식이고, 최신의 데이터가 더해진 새로운 학습을 통해 엔진의 최신성을 유지보수하지 않으면 그 엔진은 금방 낡은 것이 된다.

문제는, 인생의 오랜 시간에 걸쳐 뽑아낸 엑기스 알고리즘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검증된 알고리즘은 패턴화되어 어떤 데이터를 넣어도 단순한 결과를 밷어낸다. 예측 가능한 엔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옳아, 이것은 옳아. 어떤 상황에서도 난 피해보지 않을거야. 나는 그것을 이미 내 삶으로 검증했어. 라는 식의 알고리즘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적 인사이트를 압도한다.

한편, 너무나 압도적인 이벤트는 그 알고리즘 자체를 보정하기도 한다. 사건의 개별성이 기존 알고리즘의 로직을 무너뜨린다.

이런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상호보완적 충돌속에서 우리는 각자 어떤 입장의 지점에 도착한다. 그 입장의 클러스터들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곳을 정하고 다른 클러스터와 구분된다.

나의 혼란, 나의 입장

피해와 가해가 옳고 그름과 곧바로 정렬되지 않아 오는 혼란. 그 속에서 입장을 가질 수 없었다. 엔진이 고장났고 데이터 접근은 한계가 명확했다. 사건의 현장에서 이리저리 튄 파편들을 크롤해 거대한 심연같은 블랙박스 안으로 들어가려 애쓴다. 그걸 넘어야 저 사건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안은 블랙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데이터가 너무 많았다. 시간과 관계 속에서 쌓인 여러 데이터들이 각자의 말을 쏟아냈다. 놀랍게도 그 모든 데이터 포인트들이 오늘의 이 사건과 연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지독한 소음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짧은 선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사건의 흐름이 17년의 추세선으로 각이 잡힌다. 그게 유령의 선일까, 아니면 실제하는 것일까?

난 아무 것도 모르는데, 모든 것이 너무 명료하다. 어둠 속의 형체가 나에겐 또렷한 스케치처럼 선명해져 간다. 이것은 사실일까 뇌피셜일까. 아무 것도 모른다는 좌뇌무리와 다 알겠다는 우뇌무리가 맞붙어 머리 속은 전쟁통이다.

입장이 되기전 불분명하게 공기중을 떠다니는 먼지같은 입자들이 내 숨을 틀어막는다. 터지지 않는 울음과 울분의 감옥. 제발 이 모순을 잦아들게 할 새로운 현실이 찾아들길 기다리는 초조한 낮과 밤들.

지옥에서 벗어나기

어느 날 밤 나는 문득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선을 생각한다. 그들이 넘은 선과 선 넘은 그들을 단죄할 방법이 아니라 내가 넘지 말아야 할 나의 선을.

내 삶은 남의 일에 소모될 수 없다.
남의 일 같지 않지만 오늘의 나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형식을 갖춘다. 고인을 보내는 내 방식의 제의.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의 빙의한 작은 굿 속에서 방언을 흉내낸다. 이게 효과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애초에 제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형식으로 구원받는 스킬

여기까지다. 뭔가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위안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복잡하고 자잘한 일들에 마음쓰지 않기로 한다. 어디로 가고 있었나? 거기로 가야 한다.

발생한 감정은 존재하는 것이고, 무시할 수 없다. 그 감정은 어디론가를 향한다. 그게 내 안으로 향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형식이라는 매듭, 형식이라는 메시지로 외부에 발신한다.

이번 일과 과정이 내 삶에 어떤 기준점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