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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foveon ! 클라스

방치된 dp3m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고
어댑터며 케이블 모두 행방불명 상태였다.

하지만 툭툭 초아스타일로 대충만 먼지를 털어내고
어느 구석에 쳐박힌 악세서리들을 찾아
이 녀석을 깨워냈을 때
그저 오래 잠들어 있었을 뿐 이 녀석은 여전히 괴물이었고
아주 오랫만에 결과물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

라이카를 만난 이후로 아무 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 녀석 만큼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공포의 외인구단.

여전히 한 컷 한 컷 프리뷰와 보정이 필름 현상 인화급
작렬하는 노이즈와 색틀어짐, 안맞는 AF,
느려터진 저장 속도, 거지같은 인터페이스…측거점은 달랑 9개

규정하기 힘든 뭔지 모를 심쿵 말고는
모든 게 개판인 너를 그래도 나는 쥐고 있어야겠다.

네가 뭘 만들어 낼지
아직 난 궁금하거든.

아직 난 너를
10프로도 못 쓴거 같아.

네가 만나야 하는 순간을
찾아내야만 해.
그 순간은 어디엔가 있을거고
그 순간이 오면 너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할거야.
심지어 라이카로도.

햇볕 아래서 샤프한 조형과
컬러가 넘쳐 흐르는

my personal mission.

올 봄에는 포베온과 좀 더 썸을 타봐야겠다.
결과물을 뽑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너무 그지같아서
골치는 좀 아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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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Diary

논 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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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눈 쉬 녹음을 아쉬워하지 않고
그 아래 여린 숨결 쌔근대는 초록을 반김.

다가올 계절의 가슴뛰는 사건들을 기다림.
당신과 나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CategoriesMoive/TV

인 디 아일 (In the Aisles) – 통로에서의 삶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3712

내일이 와도 그 다음 날이 와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을 실감할 때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생활인으로서의 대안은 영화를 본 뒤의 내 몫인 거다. 그건 세상에 널렸다.

—–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 세워진 대형 마트는 독일 통일과 함께 인간을 삶을 수직 수평으로 교차된 규격 안에 가둔 자본 권력의 공간이다. 침침한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도 바하와 요한 슈트라우스가 흘러 퍼지고 감정과 연대가 뿌리내린다. 하지만, 온갖 상품들이 빽빽이 들어찬 비좁은 통로와 그 안을 채운 희박한 산소,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는 오늘, 어디에도 닿지 않을 내일 속에서 삶은 곧 끊어질 필라멘트의 전구 마냥 위태롭게 깜박거린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채로.

가끔은 지게차의 선반이라도 들어올려 뚫어보려 하지만, 해산물 코너 ‘바다’속의 물고기처럼 튀쳐 올라 봤자, 15분의 휴식을 취해 봤자, 철망 앞에서 벌판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태워 봤자 결국 돌아오게 되는 곳은 이 숨막히는 격자의 공간.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생명을 잃고 생물에서 상품으로 바뀔 때 뿐. 브루노는 자신이 적시한 바로 이 방법으로 통로를 떠난다. 옷소매깃에 사이로 온 몸에 그려진 과거를 감춘 크리스티앙은 브루노의 지게차를 바톤터치 받고 통로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이렇게 감옥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살아보려 했던 그는 또 다른 감옥 안에 갇힌다. In the aisles.

한 남자는 떠나고 또 한 남자는 시작하는 짧은 그 사이의 이야기. 누군가에 의해 새로 시작되어도 바뀌지 않을 삶에 관한 이야기. 오래된 직딩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영화다. 닭장의 또 하루를 반복하기 위해 자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 깊은 잠을 자는 사람들 말이다. 이것이 독일 영화다 싶은 적막강산의 아우라를 견디기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눈물이 나왔다. 트럭을 몰고 벌판을 달리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꿈을 가지고 사람들의 삶을 바꿀 무언가를 이루어 보기 위해 달렸던 시간들. 독일 통일이 되어서 무엇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승계된 고용 안정 속에서 영혼없이 in the aisles을 뺑뺑이 돌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라이센스씩이나 따야 올라탈 수 있는 그 대단하신 지게차를 몰고 다닌다 해도 말이다.

지게차의 선반이 내려지는 소리에서 듣는 가짜 바다 사운드를 설마 희망이라고, 닭장의 삶에 내린 한 줄기 빛이라고, 추운 어깨를 보듬는 따스함이라고 우길 순 없다. 이 따위 왜곡 너머에 영화를 가득 채운 진짜 고독이 내린다. 좁디 좁은 통로 틈새에서 지게차가 선반을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닿을 수 없는 바다를 꿈꾸는 불능의 고독. 그건 마트를 둘러싸고 펼쳐진 어스름한 벌판의 풍경처럼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내가 잘 아는 어느 순간같았다.

ps. OST 짱. OST 타이밍 더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