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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유일하게 허심탄회한 게이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료스케는 류타에 대해 말한다. “좋은데, 뭐랄까 아쉬워. 어떤 선을 넘지 않는 것 같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하는 평가가 그러하듯,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 더 적절한 말이다.

탑 매거진 에디터로 명품을 두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또 한 사람은 피곤에 지쳐 낮과 밤으로 질나쁜 노동에 소모된다. 섹스하고, 생활비 주고, 고급 옷도 주고, 차도 사주고, 어머니의 병원도 함께 갔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사랑을 산다는, 그 전제를 넘어 가지는 않았다. 기브&테이크 에고이스트적 최선은 늘 맑은 웃음을 웃는 류타가 지옥으로 떨어져 가는 걸 구해내지 못한다.

그토록 사랑했다면, 그렇게 벼랑끝으로 내몰지 만들지 말았어야지. 10만엔은 제한하지 말았어야지. 밤에 일하러 나가게 하지 말았어야지. 그 드높은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고 있지 만은 말았어야지. 남의 일은, 영화 속의 일은 이렇게나 쉽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질책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본다. “난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라는 고백처럼 정말로 사랑을 몰랐던 무지한 인간이 상실의 고통 끝에 너무 늦게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 지점에서부터 료스케는 마치 거울 치료처럼 영화의 전반전을 거꾸로 하나씨 뒤집어간다. 높은 펜트하우스에서 내려와 허름한 바닥층에서 맞지 않는 목욕 가운을 받고, 맛있는 커피와 비싼 술 대신 류타의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이런 데칼코마니 같은 설정들 속에서 그는 비로소 에고이스트의 프레임 밖으로 걸어나와 한 인간의 손을 같은 공간 속에서 맞잡을 수 있게 된다. 타인을 구하려 했는데 결국 나를 구한 거였다는 그런 설정.

사랑을 잃고 나서야 모든 걸 다 내어주는 법을 배워가는 남자.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 사람을 잃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애초에 잃을 거리가 없는 게 더 어울리는 남자였는데, 삶은 그에게 진짜를 발견하는 저주일지 축복일지 모를 것을 내렸다. Discover…이 앞에 여전히 마음이 무너진다.

그 둘이 둘 다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굉장히 수위가 높은데, 그런 장면들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를 이렇게 실감나게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특히, 주인공 료스케 맡은 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 가끔씩 그들의 표정을 알 수 없어 잠깐씩 영화를 멈추고 머리로 생각해 봤지만, 역시 알 수 없었다.

대신, 류타의 방에서 자게 된 료스케가 발견한 트레이닝 결과지를 보고 아주 직관적으로 눈물이 터져 버렸다. 지옥 속에서도 놓지 않은 그 일상적 성실함. 매일매일 그 대단치도 않은, 아무도 신경쓰지도 않는 일을 열심히 반복하는 사람들. 같은 이유로 월E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