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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스토킹은 마음의 공터에 따뜻한 집을 짓고, 간절했던 꿈은 회복불가능한 트라우마의 먹이감으로 던져진다. 어디까지가 행복이었고, 어디부터가 불행이었을까. 난 어디쯤에서 경계를 넘은걸까.
왜 그때 되돌아가지 못했을까.
이게 질문거리가 돼? 이걸 어떻게 모를 수 있는 거야.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너무나 뻔한 질문이, 미궁의 난제가 되어 마음을 떠돈다. 그 무지가 마음 아프다.
정주영은 공중에 돈이 떠다니는 게 보인다고 했다고 한다. 결핍의 시그널 또한 그토록 선명하다. 타겟을 찾는 이들을 강력한 자력으로 끌어당긴다.
부재를 파고드는 따뜻한 손길은 모든 사기의 시작점이다. 문제는 그것이 정확히 사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넌 특별해. You’re special.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희망을 품게 하고. 어두운 인생에 밝을 빛을 비추고, 그것을 따라가게 만든다. 그리고 꿈꾸었던 웨딩 마치가 울려펴져야할 순간 도끼를 들고 나와 머리를 내리친다. 사랑과 정확하게 같은 테크트리, 그리고 다른 결말.
그래도 그 행복감에 중독된 영혼은 아픈 줄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계속 그 빛을 따라간다. 빛이 꺼지면 드리우는 캄캄함을 견딜 수 없어서. 하지만 왜 다 벗어난 지금까지도 나를 망가뜨린 그 집을 그리워하는 걸까. 인생에 참 뭐가 없다.
스토킹 스릴러물인줄 알았더니 결핍을 파고든 그루밍의 상흔을 그린 이야기. 그 상흔에 계속 중독되어 스토킹과도 동거하는 이야기. 기어이 빠져나온 거기로 다시 기어들어가는 이야기.
하지만 솔직해질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교훈따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드라마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교훈. (이 교훈을 활용할 날같은 건 오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