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르게 사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재미자 스트레스다.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영 딴 걸 보고, 딴 말을 한다. 그냥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일까지 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거야 당연한 현상이고, 바로 그런 때 어떻게 할 지가 그 사람을 정의하겠지…
여러 분들 발표하는 것 듣다가 골이 아파, 잠깐 브레이크 타임에 교정을 둘러봤다…교정도 아름다웠지만, 교정을 채운 아이들이 더욱 예뻤다. 가득가득 젊은 애들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흐뭇해져서, 막 흘러내렸다. 턱받이라도 둘러야 할만큼. 왠지 회사에서 왠지 많이 본 듯해, 내 자리 주변에도 드글드글해 그다지 낯설지도 않은… ㅋㅋ 물론, 그들의 매우 프레시한 버전. 하지만 유형화하자면, 확실히 빼도박도 못할 그 계열.
심지어 KTX 타고 대전역 도착해서 왠지 뒷좌석 아해들에게 확고한 촉이 와, 아무 고민없이 다가가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목도리 둘둘 두르고 뿔테 안경 내려쓴 왠 부시시한 이상한 여자가 다짜고짜 신상을 물어보는데도 범생들답게 “네~”그런다. 정말이지 가치판단이라곤 한 올도 섞이지 않은, 주어진 질문에 대한 fact의 기술로서.
결과적으로, 예쁜 석사 애기들 차타고 룰루랄라 세미나 건물 바로 앞까지 편하게 실려 왔다. 심지어, 재밌는 얘기 많이 해 주셔서 저희가 고마웠다고 꾸벅 인사까지 하고 간다…ㅋㅋ 아고 착하고 이쁜 것들. 진짜 시간되면 밥이라도 맛난 거 먹여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팀 우양 생각도 나고. 저 자식도 저럴 텐데…여자는 저러면 안되는데 싶기도 했고.(너나 잘하라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이오 및 뇌 공학’ 전공이래는데, 한 친구는 뇌파를 연구해서 뇌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일을 하고, 또 한 친구는 인간은 너무 복잡해서, 무슨 지렁이같은 단순한 구조 생물을 정해서 얘의 신경을 모두 분석하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댄다. 끝이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푹 쉬면서, “이러다 지렁이랑 결혼하는 거 아닐까요?” 지렁이도 그렇게 어려운데, 지렁이에서 인간까지는 또 언제 올라 올라고. 하지만, 이런 과학자들 덕분에 인간의 이해의 지평은 넓어지고 있다. 지렁이 한 번 꿈틀하는 만큼씩 미미하게나마.
“제가 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세상을 너무 몰라서요…기획자가 모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죽도록 연구한 거 쏙 빼다가, 팔 수 있게 만드는 거요.”
그나저나 이 순간 아줌마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운 상상의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그 차 타고, 전산학과 앞에 서지 않고 걍 떠나는 거다. 난 세미나고 뭐고 다 접고, 그 친구들은 연구실 땡땡이 치고 단풍놀이나 가자며…교정말고 너르디 너른 이 세상의 단풍놀이. 하반기 성과고 지렁이의 신경이고 뭐고 깨끗히 잊어먹고.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이투마마 참조~ 정말 대책 없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ㅋㅋ 뭐 이렇게라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어짜피 내 인생에 남자도 없는데 말이지. (요즘 나만의 유행어)
애시당초 나와는 매우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쩐지 익숙해져버렸다. KTX에서 두 아이를 봤을 때, 뭔가 여지도 없고,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세상만사를 죄다 노멀라이즈해서 0과 1의 조합으로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그 공학의 아우라가 너무 친숙했다. 너무 다르고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익숙해지기만 했다니…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간과 환경이 빚어낸 이 기묘한 ‘이질적 친밀감’.
하지만, 좋은 징조인지도 몰라. 양이 질을 좌우하기도 하니까. 친하게 지내다보면,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렇게 몰라지게 되는 것을 보면. 지금은 겉핥기의 이해 수준이라고 해도. 너와 내가 너무 달라 생산성이야 좀 떨어진다고 해도, 그 겹침의 영역에서 뭔가 나올 것 같으니까. 뭔가 새로운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