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닷컴 » 2010 » November

Archive for November, 2010

시크 폐인의 하루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ep1 연하남

가로수길 예쁜 카페에서 참한 연하남(걍 아는 동생이지만, 설정상 연하男이라 치자) 만나 저녁 먹기로 함.
분당-> 가로수길 가는 내내 PMP로 시크 3화 비느 왕자 구간 집중 반복 학습.

카페 문 여니, 왠 오징어가 앉아 있음. 나름 가로수길인데 카페는 왜 이리 허름하고. 초현실적 상황에 급패닉. 여긴 어디야~~ 난 누구고.
BGM. 듀스 < 우리는>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
.
# ep2 업무 문의 전화

(전화벨 띠리링)

후배 : 차장님, 그간 너무 적조했죠? 잘 지내셨어요?
나 : 아니, 나 요새 잠을 통 못자고 있어. 밤에 잠이 안 와.
후배 : 왜요? 왜요? 늙어서 그래~~ 어디 아프세요?
나 : 아니, 밤마다 비느 왕자 찬양하느라고.
.
.
.

# ep3 역량 진단 오픈

(진단 오픈 후 후배와의 메신저 대화)

후배 : 우헤헤헤헤헤 나는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
나 : 지극히 정상이구만
후배 : 동료자 1 이 누군지 밝혀야겠어요. 누굴까? 누굴까?
나 : 내가 그쪽한테 그런 질문이나 받아야할 사람으로 보이나?
후배 : 네 차장님 (__)(–) 죄송해요. 제가 무례를 흐흐흑
나 : 너 의료보험은 들었지?
후배 :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퍽~~퍽퍽)

모든 대화의 시크화

.
.
.
# ep4 티타임

주간회의 끝난 4층 카페,
비느왕자 전도에 몰두하고 있는 나에게 다들 이젠 쫌 그만하라며.

나 : (벌떡 일어나서 90도 각도로 인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
.

# ep5 복습

침질질, 시크 복습에 넋나간 모습 뎀비님 도촬

sik

연평도 사태로 세상도 맘도 흉흉한데…난 틈만 나면 시크에 빠져, 이러구 있다.
정신차려 보면 늘…….”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연말 번지수 못찾는 잉여심은 이렇게 달나라로-

치유적 밥상

mont

차를 가지고 한 일이라고는 주구장창히 사고낸 것 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차 키홀더를 선물로 주셨다.

퍼즐 조각처럼 마음의 휑한 구석에 착 달라붙는 어여쁜 물건 하나가, 사고의 트라우마를 위로한다.

주렁주렁 밥상을 흉내내어 차려본다. 이 또한 마음에 젖먹이는 치유적 밥상이려니. 감사합니다, 오늘의 밥상.

“치유적 밥상 또한 그렇습니다. 치유적 밥상이란 엄마가 기억하는 ‘어린 나’를 살뜰히 배려하고 보듬어 주는 밥상입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돈이 많아진다고, 입맛이 변한다고 그런 밥상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밥상을 마주하는 일은 그 자체로 치유이며 밥상을 누군가에게 마련해주는 모든 이는 치유자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밥상은 치유적입니다. 원래 밥상이란 것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애초에 무언가 잘못된 것입니다. 밥상의 치유적 힘이 얼마나 센지 경험해본 이들은 다 압니다. 치유밥상 사진전은 홀가분갤러리에서 12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모든 밥상에는 꽃이 핀다 – 마인드프리즘 이명수 대표님

그 가을의 끝

사진 024

안개 속에서 풍경은 비로소 잠들었다. 소멸에 대한 거부의 몸짓도, 스러짐에 대한 반발로서의 불타는 현란함도 모두 안개의 마취에 버둥거림을 멈추고, 얌전히 사지를 뻗었다. 그 결과로 남겨진, 시체처럼 널부러진 창백한 풍경의 배를 두 개의 자전가 바퀴가 갈랐다. 마지막, 일지도 몰라. 언제나 그렇듯, 아닐 지도 모르지만. 절박한 심정이 조금은 있었다.

성산 – 양화 – 서강 – 마포 – 원효 – 한강 – 동작 – 반포 – 한남 – 동호 – 성수 – 영동 – 청담

한강다리 13개 찍고 왕복 70km 안개 속 라이딩,,,안개에 홀려, 그저 몸아 더욱 더 괴로워라, 마음이 깽판치지 못하게.

====

창밖에는 천둥 번개. 가을의 종언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라이딩도 라운딩도 이로써 ‘쫑’. 더 추워지겠지. 겨울이 오겠지. 겨울엔 무엇으로 몸을 고문할까. 이 긴긴 겨울을 어떻게 해야 하지. 작년처럼 길고 추운 겨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사지가 얼어붙는다. 몸이 얼어붙으면 마음만 미쳐 날뛰고, 그건 별로 좋지 않은데. 이 ‘좋지않음’에 대한 솔루션이 없다.

그래도 오늘은 달렸다. 달릴 수 있었다. 일단, 오늘은 그것만 생각한 채 잠들자. 그 안개와…안개 속에서 펼쳐졌던 풍경들. 내일 눈을 뜨면, 세상은 젖어있는 대신 희디 흰 눈으로 덮혀있을 지도 몰라. 어제 가득했던 안개가 네 꿈 속 풍경일 뿐이라고 속삭이며. 차라리 그래준다면. 그만큼 깊은 겨울 속으로, 무기력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겨울의 한 가운데 속으로 점프해 갈 수만 있다면. 거기로까지 가는 과정이, 고통스럽다.

교정의 단풍놀이

autumn-1-4

autumn-1-7

autumn-1-21

autumn-1-25

autumn-1-10

autumn-1-11

autumn-1-24

autumn-1-28

다르게 사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재미자 스트레스다.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영 딴 걸 보고, 딴 말을 한다. 그냥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같이 일까지 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거야 당연한 현상이고, 바로 그런 때 어떻게 할 지가 그 사람을 정의하겠지…

여러 분들 발표하는 것 듣다가 골이 아파, 잠깐 브레이크 타임에 교정을 둘러봤다…교정도 아름다웠지만, 교정을 채운 아이들이 더욱 예뻤다. 가득가득 젊은 애들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흐뭇해져서, 막 흘러내렸다. 턱받이라도 둘러야 할만큼. 왠지 회사에서 왠지 많이 본 듯해, 내 자리 주변에도 드글드글해 그다지 낯설지도 않은… ㅋㅋ 물론, 그들의 매우 프레시한 버전. 하지만 유형화하자면, 확실히 빼도박도 못할 그 계열.

심지어 KTX 타고 대전역 도착해서 왠지 뒷좌석 아해들에게 확고한 촉이 와, 아무 고민없이 다가가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목도리 둘둘 두르고 뿔테 안경 내려쓴 왠 부시시한 이상한 여자가 다짜고짜 신상을 물어보는데도 범생들답게 “네~”그런다. 정말이지 가치판단이라곤 한 올도 섞이지 않은, 주어진 질문에 대한 fact의 기술로서.

결과적으로, 예쁜 석사 애기들 차타고 룰루랄라 세미나 건물 바로 앞까지 편하게 실려 왔다. 심지어, 재밌는 얘기 많이 해 주셔서 저희가 고마웠다고 꾸벅 인사까지 하고 간다…ㅋㅋ 아고 착하고 이쁜 것들. 진짜 시간되면 밥이라도 맛난 거 먹여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팀 우양 생각도 나고. 저 자식도 저럴 텐데…여자는 저러면 안되는데 싶기도 했고.(너나 잘하라는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이오 및 뇌 공학’ 전공이래는데, 한 친구는 뇌파를 연구해서 뇌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일을 하고, 또 한 친구는 인간은 너무 복잡해서, 무슨 지렁이같은 단순한 구조 생물을 정해서 얘의 신경을 모두 분석하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댄다. 끝이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푹 쉬면서, “이러다 지렁이랑 결혼하는 거 아닐까요?” 지렁이도 그렇게 어려운데, 지렁이에서 인간까지는 또 언제 올라 올라고. 하지만, 이런 과학자들 덕분에 인간의 이해의 지평은 넓어지고 있다. 지렁이 한 번 꿈틀하는 만큼씩 미미하게나마.

“제가 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세상을 너무 몰라서요…기획자가 모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이 죽도록 연구한 거 쏙 빼다가, 팔 수 있게 만드는 거요.”

그나저나 이 순간 아줌마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운 상상의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그 차 타고, 전산학과 앞에 서지 않고 걍 떠나는 거다. 난 세미나고 뭐고 다 접고, 그 친구들은 연구실 땡땡이 치고 단풍놀이나 가자며…교정말고 너르디 너른 이 세상의 단풍놀이. 하반기 성과고 지렁이의 신경이고 뭐고 깨끗히 잊어먹고.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이투마마 참조~ 정말 대책 없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ㅋㅋ 뭐 이렇게라도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어짜피 내 인생에 남자도 없는데 말이지. (요즘 나만의 유행어)

애시당초 나와는 매우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쩐지 익숙해져버렸다. KTX에서 두 아이를 봤을 때, 뭔가 여지도 없고,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세상만사를 죄다 노멀라이즈해서 0과 1의 조합으로 보고 있을 것만 같은 그 공학의 아우라가 너무 친숙했다. 너무 다르고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익숙해지기만 했다니…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간과 환경이 빚어낸 이 기묘한 ‘이질적 친밀감’.

하지만, 좋은 징조인지도 몰라. 양이 질을 좌우하기도 하니까. 친하게 지내다보면, 이해하게 될지도 몰라.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렇게 몰라지게 되는 것을 보면. 지금은 겉핥기의 이해 수준이라고 해도. 너와 내가 너무 달라 생산성이야 좀 떨어진다고 해도, 그 겹침의 영역에서 뭔가 나올 것 같으니까. 뭔가 새로운 세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