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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결심

뜨거웠던 12월.

꼭 더운 나라에서 며칠을 보내고 와서가 아니라, 그 나라의 기후때문이 아니라
열정인지 욕심인지 모를 그놈의 것 때문에 징글맞게 혹사당한 몸과 마음때문에
그리고 이어진 후유증 때문에 정신 못차리게 타다타다 재가 되어버린 12월이었다.

덕분에 모든 게 쓰나미처럼 지나간 신정 연휴쯤에는 전쟁치르고 돌아온 군인처럼
내 방에 돌아와 쓰러져 자다 깨다 먹다만 반복했고
시달린 노구는 며칠 그런다고 정상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이만하면 충분히 쉬었다 싶어 잠깐 놀러도 나가봤지만,
물속인지 꿈속인지를 모를 곳을 헤매다 온 느낌 뿐.

지난 여름 제주에서 하고 싶은 거 양껏이 아니라 양을 넘치게 누린 댓가로
그렇게 혹독한 후유증을 치른 후
이제 다시는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것은 어려운 나이가 됐구나
실감하고 앞으론 그러지 말자 다짐했건만
또 다시, 더더욱 심하게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쉴 기회가 있었건만 또 다시 욕심부리고 (혹은 열정을 불태우고) 나니
남은 것은…

산산 조각난 생활리듬과 노안 노구, 늘어난 흰머리와 ㅠ
가출한 영혼. 멍때림 ㅠㅠ
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같은 경험.
인생의 뜨거운 한 순간.
뭐가 맞는걸까. 중간은 어딜까. 중간이 너무 어렵다…

어쨌든 그렇게 탱탱 부은 육신과 멍한 정신을 데리고 또 다시 출근.
괴롭다 힘들다 투덜거리면서도
일상의 리듬에 어거지로 몸을 꿰어 맞추어 며칠을 보내니
그래도 오늘은 조금씩 정신도 돌아오고 몸도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상태로 좀 전에 오랫만에 거울 속을 들여다봤는데.
지난 달보다 조금 더 풍화된 한 누이의 얼굴이 놓여있는 것이다.
어떤 샵에 가면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듣기도 하는 @_@

찬찬히 그 얼굴을 들여다 보니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났고
자연스럽게 새해의 결심이란 것이 떠올라서 이렇게 오랫만에 일기장을 펼치게 되었다.

이젠.
뭐 내일이고 뭐고 없다.
그냥 오늘, 지금 이 순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수 밖에.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살기로.

물론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결심들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많이 원하는 것들을 점점 가지기 힘들 거라는 명확한 실감앞에서
내일을 생각할 에너지도, 미리 끌어다 쓴 내일을 버틸 에너지도 부족한 상태의
헤부적거리며 지푸라기를 잡는 것과도 같은 결심과는 좀 다를 것이다.

그 지푸라기를 쥔 아귀에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모아볼까 …가 아니고
그냥 그럴 수 밖에 없다. 되든 안되든.

오늘 하루라도 기분좋게 웃으며 살기 위해서는.
적어놓는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