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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 Snow

눈은 차디찬 바람에 움직일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마음을 그냥 덮어버린다.
어디로 갈 수 없다면, 그냥 잠시 덮어두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눈 덮인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은 봄을 그리고 있다.
분명 온다…

탄천

매일의 출근길, 눈은 새 세상을 그렸다.

정자

매일의 일터, 눈 앞에 펼쳐진 눈 세상이 먼 곳을 동경하게 만든다.

신림

이렇게 깨끗한 이 동네의 모습이 너무 새롭다.

양재

서울의 한 복판에서 벌어지기 힘든 풍경들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2일 (목)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9시 45분 KE773 인천공항 출발
12시 20분 하코다테 공항 도착 ~짠.

JR 홋카이도 노선도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rmap/route_map.pdf

하코다테 in/out으로 정하고 JR트레인으로 삿포로를 오가며 오는 길에 노보리베츠 찍어주는 일정
삿포로에 비해 비행기 표 값이 반이다.

하코다테 역 트윈클 프라자에서 교환한
JR홋카이도 프리패스 3일권.

14,000엔 프리패스로 기간내 홋카이도 열차를 무한정 탈 수 있어 일본인들도 부러워하는 패스랜다.
하코다테 -> 삿포로 편도만 해도 8,000엔이라니 확실히 가격 메리트는 있다능.
5박 6일의 다소 긴 일정으로 여기저기 찍어주고픈 이들에게는 확실한 솔루션이다.

에끼벤 하나 사고 허겁지겁 13:29분 특급 Hokuto 11호 탑승.

철로를 따라 창 밖으로는 눈벌판과 함께 푸른 북해도의 겨울 바다가 펼쳐지고…

하코다테->삿포로 이동시
SEA VIEW는 우측 이므로 열차 예약할 때 right side, sea view를 원한다고 하면
그쪽 좌석을 잡아 준다.

열차 여행의 로망, 에끼벤~
에끼벤은 일본 열차에서 파는 도시락인데, 역별로 특색있는 지역 특산물을 담뿍 담아
열차 여행의 맛을 더해주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역에서 사도 되고, 열차 안에서 JR언니들이 판매도 함.

백만불 짜리 풍경을 바라보며 하코다테 해산물 모듬 도시락 냠냠~~
입안에 가득 퍼져나가는 짭쪼름한 바다의 맛. 넘 싱싱….햐이 좋아라.

우유, 푸딩, 치즈, 아이스크림…각종 유제품으로 손꼽히는 북해도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빼놓을 수 없다.
기차안에서 바로 구매! 눈물만이 흐른다…
북해도 어딜가나 아이스크림 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삿포로역에 도착하니 5시~ 해가 빨리 지는 북해도의 겨울 특성상 벌써 도시는 캄캄하고.


스스키노의 상징 니카 건물~

삿포로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 거리의 스스키노 그린1 호텔까지 카트끌고 이동.
삿포로 역< ->스스키노 걸어서 한 15~20분이면 커버 가능. 삿포로는 걸어서 관광하기 좋은 작은 도시다.

짐만 대충 넣고 관광객 본능으로 길을 나서
첫 번째 만난 테레비 타워.


삿포로 야경 -_-a
거금 800인가를 들여 올라가봤더만, 왜 이리 좁고 낮고 별 볼 일 없는지.
철지난 일루미네이션도 썰렁하기 그지 없고. 대실망!


옆에 붙은 숍에는 테레비 타워 응용 상품들이 가득.
별 것 아닌 것도 별 거로 만드는 이들의 포장술에 다시 한 번 혀를 찬다.
그래도 중요한 건 펀더멘털이라규…소심하게 쭝얼.

왜 이리 재미가 없는지
지도도 안 보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본다. 아..별 거 없어.
꿈에 그리던 삿포로가 왜 모냥이냐.


타누키코지
오도리 공원 남쪽으로 가로로 뻗은 아케이드 형태 상점가.
눈이 많은 삿포로에는 이렇게 지하도로와 아케이드가 발달해 있다.

으슥한 밤에 내 발길이 머문 곳은 당근… 타누키코지 6가에 위치한
살사바~ HABANA


쿠바 매니아인 KAJI군이 운영하고 있다.
입구부터 현란한 색채의 쿠바 느낌이 물씬~


일본 살사바 답게
바 가득히 쿠바의 악기와 민속품, 술, CD가 가득했다.
얘들은 이런 거 모아 놓는 게 낙이잖아.


빠질 수 없는 체의 초상화가 여기 저기 걸려있고


벽에도 빼곡~

정작 이 날은 2월에 열릴 < 삿포로 쿠바 영화제> 준비 모임이 열리는 날이라
다들 진지한 회의모드로, 리더도 없이 나 혼자 미친 여자처럼 춤을 출 수는 없었다. T_T
간만에 국제적으로 실력 발휘 좀 해 볼라 했더만~!

이 집에서 자랑하는 모히토라도 한 잔 걸치고 오려 했으나…쩝.
주말에는 파티가 있으므로 홈피에서 스케줄 확인하시고

HABANA 홈페이지
http://homepage.mac.com/salsacubana/habana.html

삿포로의 또 다른 살사바 El Mango~ 못가봤지만.
http://homepage2.nifty.com/salsa-viva/

어쨌든 얘네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몹씨 진지하다.
그리고 그 관심을 다시 컨텐츠화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살사바를 열고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그 춤이 시작된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 배경이 되는 문화적 산출물을 집요하게 모으고, 포장하고 노출하고
다시 영화제와 같은 문화 축제로 이어 자국의 문화와 연결시키려고 한다.

이 작은 바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Golf Bar라구? 솔깃~
일본의 골프바를 체험해보자. 2층으로 고고씽~

한 면에는 야구 타석
다른 한 면에는 스크린 골프 타석이 배치되어 있고
한 쪽 구석에 바가 열려있는 오픈형 스포츠 바였다.

이렇게 옆에 붙은 바에서 칵테일 한 잔씩 시켜 놓고
스크린 골프를 즐기신다.

가격은 우리와는 달리 시간당 계산인데,
5시 59분까지는 시간당 1,200엔에, 10분 추가마다 200엔.
6시부터는 시간당 6,000엔, 10분 추가마다 1,000엔으로 대폭 올라간다.
4명이 칠 경우 1시간에 1인당 1,500엔 꼴.
빨리 치면 이익인데, 루틴에 좀 기신 분들은 지대로 민폐겠다.

한쪽에서는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스크린 골프처럼 투수가 직접 피칭을 하는 시뮬레이션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타석을 고를 때부터 공 스피드에 따라 투수를 선정하는 시스템


해당 타석에서 잘 친 사람들은 이렇게 사진도 찍고 랭킹을 남겨준다.

한 번 휘둘러 보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고 다시 밤거리로~


삿포로의 밤


술 가게 디스플레이~
왠지 앤디 워홀도 떠올리게 하는 게 너무 유혹적이다. 참지 못해 들어가서 한 병 충동구매!!
이노무 술욕심…


라멘 요초코


작은 라멘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삿포로의 유명한 라멘골목이다.

만류라멘과 게야키를 염두에 두고 간 나는 가벼이 PASS

잘 차려진 식당 분위기에 빈 테이블도 간간히 있는 만류라멘을 지나쳐
게야키를 찾아가 본다.


제법 줄을 서 있는데다
다닥다닥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왠지 클래식한 일본 라멘집 분위기.
결정적으로 택시 한 대가 와서 서는데, 일본 아주머니 두 분이 내리셔서 라멘줄에 합류하신다.
올커니~ 바로 여기당! 한 20분 대기 후 입장.


미소라멘 베이스에 마늘 토핑이 첨가된 마늘 라멘
극찬이 자자한 게야키 라멘~ 기대를 가지고 시식을 해 보았으나.
이게 왠일이니. 바로 물리고 싶은, 느끼함의 극치여.

많은 블로거들이 너무 맛있다고들 칭찬하셔서 기대가 많았으나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아, 2/3를 남겼다. 찬 물만 벌컥벌컥~


우울한 마음으로 라멘집을 나서니
때마침 거리는 녹아내린 눈으로 철벅철벅~

설국, 눈의 고장, 삿포로의 로망도 함께 녹아내리는 듯. T_T
더구나 북해도의 강추위에 대비,
가장 두꺼운 코트에 털스웨터 모자, 목도리, 장갑 2개, 방수 털장화로 무장한 나!
옷 안에 땀이 차서 쉰 내가 올라온다….OTL

에혀~~ 왜 이러냐. 이번 여행.
10년 여행 구력에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난 여행도 없건만.
첫 날부터 이렇게 깝~깝..한 여행도 첨이다.

하코다테 공항 도착에서부터, 버스, 패스 교환, 에끼벤, 열차, 아이스크림, 숙소과 라멘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상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이 되는데
가슴 속에는 허전함이 밀려온다.

이러려고 왔나?
사진으로 봤던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했던 것을 먹고
일정표에 짜여진 그걸 실행하려고
….그러려고 왔나?

서울에서 하코다테, 다시 삿포로까지 피곤한 나는
고민한다. 호텔로 …아니면??

사토리를 찾아가 보자.
Rock Bar SATORI.

유명한 삿포로의 카레수프집 피칸테(Picante.jp) 주인장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발견.

피칸테의 주인은
33년 전의 추억. 집세 16000엔짜리 작은 다다미방이 붙어있는 건물에서
70년대의 락을 살았던 이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아직도 스스키노에서 사토리라는 가게를 하고 있다고 했다.


ゆっくりだった時間の流れ。いろんな事がたくさんあった。不安だった。夢もあった。小さな光があったような気がする。
いつまでも元気でSATORIをやっていてほしい。
気が向いた時に合いにいくからね、牧野ちゃん。ありがとう。
느렸던 시간의 흐름.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있었다. 불안했다. 꿈도 있었다. 작은 빛이 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SATORI를 하고 있으면 좋겠다.
기분이 내켰을 때에 맞으러 가니까요, 마키노.고마워요.

피칸테 쥔장님 블로그 旅の途中・・・(여행의 도중에서)
http://blog.goo.ne.jp/office-voyage/e/bf784d7a8123030017ae80b3107511a8
(번역 by 인조이재팬 번역기)

그 포스트가 좋아, 사토리를 가고 싶었다.
록으로 청춘을 살고도 모자라,
여전히 삿포로 한 귀퉁이에서 락바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SATORI 홈페이지
http://www.satori.ws

일본어는 한 마디도 못하고,
못 읽는 내가 친절한 삿포로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사토리로 왔다.

배도 부르고, 너무 피곤하고, 지치고, 덩달아 맘도 우울했는데.
삿포로 아이들의 친절함이 조금은 맘을 풀어준다. 영어는 못해도 푸근하게~
도쿄 애들은 이런 맛이 없다규! 너무 과하거나, 너무 쌩하거나.
삿포로는 로망의 대상이기 전에 촌이다~ 사람들 만나며 많이 느꼈다.


홈페이지에서 봤던 아방가르드한 부처상. 그리고 영업중이라는 한자.
영업 시작 시간이 10시 30분이라는 거. ㅋ
마감은 아침 5시다.

문 앞에서부터 알 수 없는 록 음악이 쿵쿵쿵쿵 들여온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히 들이미는데
사람은 안 뵈지만
흠~ 뭔가 따뜻하고 정겹고 오래 묵은 공간의 냄새. 야~ 잘 찾아왔다.

쥔장 츠토무(Tsutomu) 아저씨. 55세.
주름은 자글해도, 옷차림이니 행동이나, 말이니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졌다.
글고 50세 남자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귀여움의 포스가… ㅋ


술집이니 우선 술부터 한 잔 시키고. 이름은 없다.
유진이의 오스스메 리퀘스트에 대응하는 사토리 스페셜 칵테일.

술도 술이지만, 조거조거…크래커에 얹혀진 치즈T_T
기대도 안 했던 조 쬐그만 것들이 눈물나게 맛났다.


손님은 항 개두 없는데
아저씨는 영어가 거의 안 됀다.
나는 일본어가 거의 안 됀다.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울 수 있다.

밴드 뭐를 좋아하냐고 해서 …너무나 유명한 레드 제플린이요.
(나의 한계, 하지만 클래식의 힘! ㅋ)
그랬더니 바로 레드 제플린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신다.
로버트 플랜트, 멋진 guy 랜다.


츠토무 아저씨는 사토리를 처음 낸 것은 1985년,
그리고 이 자리에 낸 것은 1991년이랜다. 무려 24년의 역사를 가진 바다.

당시 사토리라는 밴드가 앨범을 냈고, 그게 좋아서 이름을 글케 붙인 거랜다.
그게 바로 이 판이다. 몇 트랙 들어봤는데 난해하다~
실험정신 충만한 청춘의 음악. 지금의 나에게는 쫌…^^;;


손짓 발짓, 전자 사전까지 동원되어 이야기를 나눈다.
음악, 가게, 사는 얘기들.

근데 너무 잼있당. 통하는 기운의 느껴짐이… 나도 한 때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나??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두 사람이 만드는 즐거운 분위기

중간에 다른 단골 아저씨가 한 분 오셔서 합류~
주인과 손님이 모두 마셔 마셔~ 채워지는 잔과 함께 밤이 깊어간다.


바 한 쪽은 츠토무 아저씨의 CRAFT 작업장.
왼쪽의 하얀 가죽이 저렇게 멋들어진 지갑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내가 찾아갔을 때에도 가죽 바느질에 손님 온 줄도 모르고 -_-a


눈이 많이 나쁘신 듯, 명함을 보여드리니 돋보기로 들여다 보신다.
아것도 아마 오랜 CRAFT 작업 때문은 아닌지.

게야키 라멘 맛있냐고 물으니, 난처한 표정.
갸우뚱 갸우뚱~ 게야키는 애드버타이즈먼트를 잘하지만…음음
게야키 라멘은 삿포로 라멘은 아니야. 맛있는 라멘집은 따로 있는데…(아쉽게도 더 이상 영어로 설명이 안된다 흑)

저 먼 한국서 여기 삿포로까지 왔는데,
눈은 녹고 날씨는 덥고 게야키 라멘은 열라 맛없고 투덜투덜 주절주절하는 사이
술잔들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위스키, 여러 종의 사케, 맥주도 한 병…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며, 여름에 다시 오랜다.
삿포로는 여름이 좋다며.
꼭 다시 찾아 오라고.
그때까지 영어를 배울 테니, 나보고는 일본어를 배우라고 하신다.

드라마 속 포장과는 달리 북해도는 여름이 더 좋은 곳이 아닐까.


불운한 삿포로 여행객을 위한, 프레젠또!

좁다란 공간이었지만
그 좁은 사토리에는
음악에 바친 청춘의 흔적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작은 몇 평의 공간이나마 온전히 자기 것인
나로서 살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지친 몸을 이끌고 문 두드리는 이가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공간.

20년이고 30년이고 쥔장의 숨결이 깃들어
밤마다 그 긴 세월을 목격한 가구며 소품이며 가전들이
깊은 눈으로 방문자들의 영혼을 들여다보며 지긋이 미소짓는 공간.

삿포로…I don’t know about it yet.
But 사토리 is Number ONE.

좋은 음악과 멋진 주인장. 맛있는 술과 열린 소통이 있기에.


작은 빛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SATORI를 하고 있으면 좋겠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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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삿포로를 놓치고 슬로우 보트에 오르다.

눈 떠보니 10시가 넘었다.

오늘의 일정은 삿포로 시내 관광과 삿포로 맥주 박물관(맥주 시음과 치즈/각종 안주 구매),
그리고 오타루! 달콤한 인생 불륜의 너무도 낭만적인 배경이었던 오타루 운하와 오르골 당.
JR 프리 패스로 오타루는 부담없이 찍을 수 있다.

일정은 그랬는데,
어제 도착하자마자 산 푸딩 한 텀 냠냠~하구 다시 호텔 침대에 쓰러진다.

홋카이도 한정판 < 사무라이 푸딩>
비몽사몽간에도 어찌나 맛있던지 …

이 후 한국에 있을 때 입도 안 댔던 푸딩을
여행 내내 입에 달고 다니다 못해, 한국까지 싸들고 왔다.

특히나 바닥에 잠긴 저 커피맛 액체…진한 우유맛 감도는 푸딩에 적셔 먹으면.. 캬~

그래도 잠은 깨지 않았다. -_-a

한참 자다보니
전화벨이 울린다.

방 청소(Room Clean)를 해야 하니 비워달랜다.
나중에 하라니까 안됀댄다.
시계를 보니 12시.

15분 때울 궁리에
질질 신발을 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이게 왠일인가.

비다~
촉촉한 비가 삿포로를 적시고 있었다.
우르릉 쾅쾅. 마음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고. ///
컨디션은 최악.

서울서 가져온 우산 하나 챙겨들고
점심겸 찍어놨던 근처 맛집을 향한다.
비도 오는데 따뜻하니~ 보글보글 게 샤브샤브 어때? 이렇게 스스로 맘을 달래면서.

스스키노 그린1호텔, 입지 가격 정말 짱이다.
3500엔에 한국으로 치면 명동 한 가운데 자리.
나가면 여행책에 나오는 왠만한 맛집들 다 10분 내 위치.
왠만한 시내 관광지 죄다 도보로 커버 가능

까칠한 한국 블로거, 카페인들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ex. 서울 와서도 그거 먹고 싶어 죽겠어요. 요즘 게 튀김덮밥이 꿈에 나와요~)
< 빙설의 문> 역시 불과 3분 거리에 있었다.

아마 이렇게 가깝지 않았다면
컨디션상 어디를 멀리 찾아가서 먹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열튼 찾아가 보니.

널찍한 다다미 방에 나홀로~
하긴 이런 것도 일본 여행의 묘미긴 하다.
혼자서 호화 일식 코스…한국에서는 돈있어도 꿈도 못 꿀.
(이상한 여자 취급받지 않을까?)

다른 방을 엿들어 보니
지긋하신 일본 중년 아줌마 계모임 분위기가 대세.

런치 스페셜 게 샤브샤브.

게다리가 참으로 싱싱~
삿포로는 게(카니)로 유명하다.
그래서 어디가나 커다란 게 간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90분에 몇 천엔 하는 게 부페가 있지만 시간제한 두고 먹는 건 딱 질색이라
가벼이 북해도 게 맛을 보고자 선택한 곳이 바로 빙설의 문, 효세츠노몬이다.

氷雪の門
http://www.hyousetsu.co.jp/

다 먹고 나면 샤브국으로 게살죽도 끓여줌.
기타 감자 그라탕과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나옴.

근데 맛있었냐고?
맛없었다.
육수 간이 맞지 않았고, 익혀보니 게 맛도 별 특이사항 없었다.
(며칠 전 먹고 왔던 신사동 부산집 꽃게범벅만 머리 속에 뭉게 뭉게~~)

아마도 너무 비몽사몽간에 입맛이 없는 상태에서 먹어서 그랬는지도.

이 집 원래 가격대비론 저~엉말 저렴(?!)한 2,100엔 짜리 런치 스페셜인데. (@.@)
이런 부담스런데 말고
차라리 그냥 길거리의 필꽂히는 허름한 아무 식당이나 무작정 들어가 봤으면 어떨까?
다음에 삿포로에 오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
너무 아쉬운 부분.

이렇게 하나 둘 씩
왠지 삿포로를 감쌌던 여러 신비로운 오라들이 조금씩 벗겨져 나가는 느낌.

겨우 밥을 우겨넣고 나오니
거리는 요런 식이다.

비는 추적추적
바람은 불어대지
스산한 거리에
서울서 가져온 우산은 우산살이 다 고장나서 바람에 엎어지고
컨디션은 나쁘고
피곤하고
새로산 장화는 따뜻하긴 하지만 걷기는 싫게 만들고
설사에다가 느글거리는 속에다
최악의 상황 속으로.


2월 5일부터 눈축제라는데,
팬시한 포스터만 붙여놓으면 머하냐고요. 정작 눈이 없는데.

너무 따뜻해서 다들 날씨가 Crazy한단다.
삿포로의 겨울에 눈이 온다니…세상이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Crazy라는 표현을 삿포로 주민 세 명에게서 들었다. Ridiculous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눈축제 관계자들은 걱정이 태산이고
눈이 없어 지금 축제를 위해 산에서 트럭으로 눈을 실어나르고 있단다.
쿠시로 습원지대는 물이 너무 따뜻해서 기포같은 게 올라와 뉴스에 나온단다.
지구 온난화는 여기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빅 프라블름!!

어쨌든 지쳐버린 나는
모든 일정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복귀.
가져온 D2로 < 신의 저울>보다가 스스륵 다시 잠.

……
……
……

눈 떠 보니 저녁 7시 -_-a
시계탑이랑 맥주 박물관, 오타루여 안녕~
이렇게 삿포로의 두번째 날이 지나가는가?

어둠이 내려앉은 호텔 침대서 멍때리다
삿포로 역으로 일단 나가본다.
일단 사람들 많고 반짝반짝이는 것들로 기분을 업시키기에는
백화점이 짱이라는 판단하에.


다이마루 백화점의 소문한 지하 식품관

7시 넘어서면 타임 서비스로 할인이 되어
맛있는 일본 백화점 음식들을 싸게 먹어볼 수 있다고들 했다.
그래서 여기서 도시락을 싸서 호텔 조식 대신 먹으면 좋다나 머라나.
(아 진짜 사전 정보 충만했다)


약간의 식량과 스트로베리 숏케익 구매.
기분이 좀 좋아지려나~

여기저기 숍들도 둘러보고…
근데 쓸 돈도 없지만
필요한 것도 없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그런게 별로 없어진 것 같다.
여하간 여기엔 없다.

그런 나에게는
이스타, 스텔라플레이스, 다이마루 등이 즐비한
쇼핑 천국 삿포로 역도 아무런 아트락숑(attraction)이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에 가서 찾을 수 있을까?

슬로우보트(SLOW BOAT)

재즈바다.
매일 매일 재즈 라이브가 연주되는.

빠른 시간의 흐름을
느긋이 가로질러가는 재즈 보트~

일본 전체에서도 손꼽힌다는 피아니스트
료 후쿠이(Ryo Hukui)씨가 직접 운영.
와이프 분은 샵을 보시고, 아저씨는 연주를 한다.

이 날은 료 후쿠이 트리오의 날

단렌즈의 한계로 세 분의 연주 장면 풀숏을 담지 못했으나..(흑)
멋드러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로 꽉 찼고
특히 나이드신 노인분들이 맥주 한 잔 놓고
진지하게 연주를 경청하시는 모습이 인상적.


어렸을 땐 아코디언을 하셨다는데
지금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라고~
일본 투어는 물론 세계 투어까지도.

얼마나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연주는 너무 좋았다~

특히 료 아저씨가 직접 작곡했다는 Mellow Dream…
긴 피아노 솔로 뒤에 이어지는 트리오 연주.
자유로우면서도 단단한 정신 세계가 느껴지는 곡이다.

슬로우보트 홈페이지
http://fweb.midi.co.jp/~slowboat/index.htm


동석했던 더그(Douglas) 아저씨.
동경 대학 아바리시 캠퍼스에서 영어를 가르치신단다.

뉴욕에서 잘~살다가
대학 때 일본으로 유학와 일본의 매력에 빠져 이후 30년 넘게 일본에서 사셨다는데.
동경에서 오래 살았지만
나이드니 시골이 좋다고 삿포로에서 몇 년 살다가
아예 북해도 최북단 아바리시로 넘어와 애들 가르치는 재미에 사신다고.

동네에서는 파란눈 미국인니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인이란다.
그 유명세가 피곤해 휴가는 삿포로에 와서 많이 보내신다고.

도시의 장점과 촌의 장점
삿포로는 그 두가지의 very nice compromise라고.
특히, 사람들이 인간적이어서 좋단다. 동경애들은 셀피쉬하구 기타 등등…

친절한 더그 아저씨는
벙어리 유진이의 즉석 통역사가 되어 주셔서
덕분에 사람들과 잘 놀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손님들 하나 둘 씩 돌아가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더그 아저씨와 놀던 나는 얼떨결에 금요일 연주 뒷풀이에 합류.

각자 사케 댓병과 안주를 손에 들고
하나 둘 씩 모여든 료 아저씨 지인들과 밴드 멤버들


I’m JR Man~!! 케이지 타카하시 아저씨.

JR 철도회사에 다니는데, 그 안에서도 JR 재즈 밴드를 하고 있단다.

한국말도 꽤 하셔서
내가 어제 JR을 타고 왔다니,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신다.


후끈 달아오른 유지니~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명씩 나와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다들 생긴 건 영락없는 원단 아저씨인데
연주를 시작하니…이게 왠일~ 다들 한 연주씩들 하신다. 헥.

카운터 보던 애교 넘치는 마유미양까지 연주에 합세.
알고 보니 모두 다 아티스트?!

조금 버벅대니 후쿠이 아저씨가 옆에서 연주를 돕는다.
아까 라이브때 드럼 치던 아저씨도 이 흥겨운 즉석 잼에 합류하고.

두꺼비 같이 웃기게 생긴 타마카와 켄이치로 아저씨
엄청 웃긴 아저씬데 (일단 마스크부터)
노래를 시작하니 @.@ 와오 …

“타마 베넷” (토니 베넷 패로디)이라고 별명을 불러드리니 껄껄껄~
Tama Sings라는 타이틀로 슬로우보트에서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갖는 프로 재즈 싱어다.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진
삿포로의 따뜻한 겨울밤이 얼큰하게 취해간다.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도 확 가시고~

한참 술이 거나하게 오갈 무렵
더그 아저씨를 부르더니 후쿠이 아저씨가 통역을 부탁한다.
내용은 이러했다.


“연주자로서 세상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잘 대해 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Good Time을 선사해 주었다.
그래서 나도 너에게 삿포로에서의 Good Time을 선사해 주고 싶다”

감동이~ *.*

“감사합니다. 후쿠이 아저씨.
저도 저희 나라에 오는 이들에게 아저씨가 저에게 해 주셨던 것처럼 똑같이 대해줄께요.
저도 그들에게 Good Time을 선사해 줄께요”


잊을 수 없는 Good Time을 선물해 주신 후쿠이 아저씨
다시 찾아갈 날을 기다린다.

사람들이 삿포로 여행 어떻냐고 물어 …그간의 슬픈 사정을 말씀드렸다.
게야키 라멘에 실망했고,
(다들 영 아니라는 표정들…타츠무 아저씨와 똑같은 반응)
다루마 징기스칸이나 먹으러 가야 겠다니 다들 동시다발로 고개를 저으며 만류한다.

다루마 징기스칸이 맛집은 아니라고. 더 맛있는 진짜 삿포로 징기스칸 집이 있다고.

헥~ 이런.
삿포로 자유 광객이라면 안 들리고 못 배길 최고 유명 징기스칸집이 아니라니.
현지인들의 시각은 또 다른가보다.

다루마는 애드버타이즈먼트를 잘하고, 아무나 막 받아주지만
다른 집이 있는데 거기는 아무나 다 어서옵셔~하지 않는다고.
고집과 정신을 가진 징기스칸집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놀래고 있으려니
이참에 다들 아예 그 집으로 가자고 일어선다.


얼떨결에 따라나선 유진이.

스스키노 중심부에서 2,3블록 더 간다. 그래봐야 한 10분?


바로 이 곳.

일단 들어가자 마자 모든 옷가지와 가방을 커다란 비닐 팩에 넣어 보관한다.
냄새를 막기 위함이다.


유명한 집에 가면 꼭 있는 이것.
나무로 만들어진 허름한 건물…오쎈틱한 식당 느낌.


주인아저씨
명성높은 고기집 주인장의 포오쓰~


고기 나왔다~
숙주부터 돌려 깔고…위에 한 점씩 양고기 얹어.
저녁도 못 먹는 유진이 헥헥 침 질질
이상하게 설사가 싹 사라졌다.


다들 모여 앉아 생맥주 한 잔과 함께 징기스칸 파티~
연신 대화와 웃음이 이어지고


이 분이 바로 후쿠이 아저씨 와이프
깊은 눈의 선량한 인상


맥주와 징기스칸은 찰떡 궁합~


가게만큼이나 개성적인 일하는 종업원 아저씨 ㅋ
첨엔 주인인 줄 알았다.


왠지 자꾸 생각나는 마스크 ㅋㅋ


여자 셋이만
정겨운 기념사진~


토요일 밤, 흔들리는 스스키노 거리.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굿바이를 외치고 돌아선다.

북해도 두 번째 밤이 깊어가고.

기다렸던 눈이 …이제서야 내리기 시작한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4일 (토)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위로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삿포로의 세째 날 아침

더 이상 볼 것이 있을까?
보고 싶은 것은?
혹은 꼭 봐야 하는 것은?

없다.

홋카이도 대학이니 초콜렛 박물관이니 예정했던 스케줄은 모두 취소

10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10시 30분 열차를 잡아타고 노보리베츠로 떠난다.
숙취로 머리가 무겁다.
차창 밖 새하얀 눈벌판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기고자 했으나….!!
그 백색 장관을 앞에두고도
뒷골이 땡기고 속이 울렁거려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한 상태로 이동.


노보리베츠,
일본 3대 온천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오리지널 온천 마을!!

풀릴 새 없는 여독과 연이은 과음으로 떡이 된 내 심신이 갈구하는 곳.

죽을똥 말똥 역사 코인라커에 짐을 맡기고 (이것도 300엔)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온천으로. 털레 털레~~

노보리베츠의 상징 도깨비 장승이 환영 인사를 한다.
이렇게 한 15분을 타고 가면, 노보리베츠 온천 마을.
내리지마자…코로 스며드는 퀘~~한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온천 예정인 다이이치타키모토관에
히가에리(당일치기) 온천 신청 후 백을 맡기고 지옥 계곡 산책으로 나선다.

당일치기 온천 무려 2,000엔.
소문난 온천이긴 하지만, 얼마나 대단하길래 흥!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일명, 지오쿠다니 입구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지름이 450m나 되는 절구 모양의 웅덩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 분 3000리터의 열탕이 솟아오르논 골짜기
http://www.noboribetsu.tv/facil/jigoku.html

일단은 매우 관광객스러운 기념 사진을 한 컷 찍어주고 난 다음
본격적인 지옥 계곡 산책에 나선다.


골짜기 곳곳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퀘퀘한 썩은 달걀 냄새가 (=유황냄새)가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굉장히 기분 나쁜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냄새를 맡으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며
오전 내내 나를 짓눌러서 숙취와 뒷골땡김 현상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점차 편안해지는 몸상태의 부름으로 킁킁대며 냄새를 쫓고…야성의 엘자인양~

어느새 기운생동을 되찾아
씩씩하게 산책길 = 위험천만한 얼음으로 뒤덮힌 계곡길을 날렵하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우짜든동 신선한 공기와 온 몸을 감싸는 좋은 기운….
나이들어가며 자연을 찾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눈 덮힌 사이로 펄펄 끓는 유황물이 흐르고…뜨뜻한 열기로 가득
산책로 곳곳에는 간헐천도 마련되어 있다.
마실 수도 없고 담글 수도 없어 별 효용은 없으나 신기했음.

오염없는 깨끗한 하늘


깨끗한 풍경에 마음이 씻겨내려가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어설픈 파노라마~^^V


눈도 펄펄 내리고
신나서 포즈를 취해보는데~!! 얼쑤


이럴루가!!!!!

커플부대의 만행은 여기서도 계속된다.

뒷쪽이 일본 커플부대, 앞쪽은 중국인 관광객 커플부대.
같은 버스 타고 오면서부터 예감이 불길했는데
산책길 내내 함께 이동하면서 히히 호호 온갖 닭살 행각들…윽
사이 좋게 서로 사진찍어 주고 더블 셀카.


혼자서 각도 안 나오는 셀카짓을 하고 있자니
중국인 커플부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자청을 한다.
나도 지지 않고 포~오즈를 취해본다. 우리는 강철의 쏠로부대자나~~~

노보리베츠 지옥 계속에서
일본 파견 인터내셔널 쏠로부대원의 고독한 외침T_T

지옥 계곡 투어를 마치고
얼릉 온천하러 고고씽~

다이이치타키모토관은 지옥 계곡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온천으로
겉에서 보면 현대식 호텔같지만 내부는 다다미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노보리베츠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깊은 온천 여관인데
증축을 거듭해 지금처럼 현대식으로 바뀌고 규모도 커졌다고.

겉으로만 볼 때는 그냥 온천 호텔같아 숙박은 별로였는데
그 유명하다는 온천에 입장한 순간.

헥. 정말 거대하다.

1500평의 대욕장에 서로 다른 7가지 온천 성분의 탕이 있어 일명 온천 메구리(순례)가 가능한 곳
각종 증기탕에 사우나에
욕장의 산쪽 면은 전체 통유리로 야외를 바라보며 실내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이럴 땐 얼른 홈피에서 펌질을

총 7개의 스파로 구성
Cure Spa, Healing Spa, Heat Spa, Panacea Spa, Demon Spa, Beauty Spa, Beautiful Skin Spa


다이이치타키모토관 홈페이지
http://www.takimotokan.co.jp/

하지만 그 뿐인가. 예상치도 않았던
야.외.온.천…!!!

하얀 눈에 덮힌 산자락을 바라보며 뜨거운 욕탕속에 몸을 담그니…
가슴 윗쪽은 차고
물에 담근 몸은 뜨겁고… 맑디 맑은 산기운을 온 몸 가득히
어머, 여기 천국인가봐.

2천엔 안 아까워.

사진으로 보기엔 너무 현대식 호텔로 보여
그다지 하루 묵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정작 온천을 하고 여유롭게 맥주도 마시고 편한 유카타 입고 여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여기서 하루 묶으며 여유롭게 온천하고, 저녁 바이킹(부페)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ㅋㅋ 하지만 난 여행 마지막 날 복안이 있지롱.

온천 3시간이 후다닥 – 사진이 없어 아쉽당.

나야 하코다테로 이동하는 스케줄이지만 삿포로에서는
하루 온천 + 왕복 셔틀 + 점심 식사 1일 패키지가 2500엔이니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다이이치타키모토관의 1일 입욕권
http://www.takimotokan.co.jp/plan/other/higaeri.html

대충 마무리 하고 다시 버스타고 노보리베츠 역으로~ 정말 고고씽의 하루구만.

어느덧 원기를 회복한 나, 본성이 드러나고 있다 ^^
노보리베츠는 곰 목장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입장료 2천엔이나 그 목장은 별 볼일 없다는 소문이 파다~
걍 곰 기념 사진으로 만족


JR 홋카이도 프리패스 여행자인데, 이 정도 기념샷은~~


다시 열차에 몸을 싣고 하코다테로

하코다테 도착하니 어언 9시.
눈발이 내린다.
나 홀로 카트를 끌고 한 15분 걸어 숙소 < 라비스타 호텔>로~
근데 이 동네 참 조용하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예상치 못했던 프레젠또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룸에서의 야경…


카메라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너무도 환상적인 야경!

가네모리 창고군과 하코다테 베이 에어리어, 하코다네 산과
책에서만 봤던 각종 관광지와 성당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야경

세상에…이런 경이로운 프레젠또가…

하지만 일단 밥부터~
점찍었던 쿠라이로 고고씽. 어찌나 좁은지 여기도 호텔에서 3분 거리다.


이렇게 테이블 중간에 긴 화로가 놓여져 있어
손님들마다 각자 자리에서 맛있게 구워먹는 구이집이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숯불을 피워주고.


가리비 치즈 구이부터~ 요이땅!
석쇠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버터가 녹으면서 가리비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쯤
생맥주와 함께….쓰러진다.


항구도시 하코다테는 오징어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오징어 맛을 봐야지~ 오징어 소면 추가요


간장 소스에 찍어서 소면처럼 후루룩. 녹는다 녹아요.


마지막으로
서빙보는 언니가 추천해 준 돼지꼬치구이.


꼬치를 구워 계란 푼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랜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맛은 말 그대로 숯불꼬치다.

난 이렇게 3개만 먹어도 배가 불러와 도저히…근데 배가 불렀기에 망정이지
맥주 한 잔에 이거 세 개 먹었는데 3천엔이 나와버린다.
배가 안 불렀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_-a


그런데, 내 옆자리에 앉았던 중국인 관광객 3명.
이들 정말 대단했다.
메뉴판을 보고 한 5개쯤 시키더니, 그 담에 또 다섯 개, 또 다섯 개…
구이 종류 대로 죄다, 탕에, 죽에, 사시미에, 비빔밥 비시무리한 거에, 쌀밥에, 생선 구이, 고기 구이, 쌈 비슷한 것 까지…
정말 끝도 없이 주문을 해서 먹어치운다. 대체 얼마가 나왔을까?

그야말로 경약스런 “대륙의 주문”…옆에 앉은 나 완전 기 죽고.


온천과 이동에 피곤했는지 맥주 한 잔에 알딸딸~


밖에 나와보니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눈이 아주 지대로 내리고 있었다.


밤의 창고군 …그 너머로 우리 호텔이 보이고.
숙소가 눈 앞에 보이니 안심이 되고.


외로운 에비스 연인의 벤치
내 마음이구료 힝~


한 11시 밖에 안되었는데, 거리는 죽은 듯 조용하다.
인적도 없고, 차도 정말 가끔씩만…
눈만 저 혼자 신나서 이 텅 빈 동네를 나리고 있다.


어디를 찍어도 내 발자국만.
여기 눈은 동글동글 입자가 분명하다. 녹지 않고 그대로 알알이 쌓이는 눈들.

조용하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왠지 모를 해방감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저기 발자국을 찍으며 싸돌아댕긴다.
야~~ 나, 북해도 왔다!!!

호텔 & 스파 리조트 라비스타, 맘에 쏙 드는 명품 호텔.
자란넷으로 예약, 1박 7천엔 (조식 불포함)

고동색 원목으로 쫙 깐 인테리어 하며
방과 가구들도 고급스럽고
복도 창에서 내다 보이는 풍경도 감탄스럽다.

하지만 이 날의 방점은
온천.

13층에 바다물을 끌어다 올린 야외 온천이 있다. 물론 실내 온천도.
하코다테 야경을 내려다 보면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스팀 사우나실
독탕, 공동탕이 구비된 야외 온천탕
어찌 형용이 안되네.

이럴 땐 또 그림을 퍼오자.
La Vista 페이지
http://www.hotespa.net/hotels/lahakodate/

노보리베츠의 온천과는 또 다른 모던한 온천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Two Thumbs Up!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휴식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심지어 여기도 view가 예술이다.

야외 온천 하고 편안한 라운지 체어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며 야경 감상이라…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월 25일 (일) Day 4 –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시시 눈을 떠 보니 침대 옆 창 밖으로 이런 풍경이~
감동 *.*

잠결에도 벅차올라, 카메라에 담아본다. 라비스타의 view는 백만불~
내 돈 내고 자는 호텔에 와서 고마운 느낌은 첨이다.


눈 덮힌 창고군(가네모리 아카렌가)과 메이지칸

손에 잡을 듯 가까운 하코다테 야마(하코다테 산)와 로프웨이, 각종 성당들
일단 눈으로 사전답사 완료~

좁은 줄은 알았지만, 그 많은 관광지가
이만큼 한 눈에 다 들어올 줄이라고는….
실제로도 하코다테 주요 관광지는 걸어서 반나절이면 모두 찍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옹기종기 붙어 있었다.

하코다테는 어떤 곳인가?

函館(함관), Hakodate

위치 일본 홋카이도
면적(㎢) 677.89
인구(명) 287,691 (2008)
인구밀도(명/㎢) 424 (2008)
홈페이지 http://www.city.hakodate.hokkaido.jp/

혼슈와 마주하는 홋카이도의 관문.
1854년 미-일 화친조약에 의하여 일본 최초의 개항장이 되어 홋카이도 제일의 도시로 발전

에도시대 이래 홋카이도의 행정중심지였는데,
1871년 행정청의 삿포로[札幌] 이전에 따라 행정기능은 상실하였으나 혼슈와의 연락항, 북양어업기지로서 발전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한 때 북해도 교역과 행정의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조용한 관광지로 역할을 바꾼 1일 함관 투어~
직접 찾아가 보자.

투어를 떠나기 전 우선 밥부터.
키쿠요 식당의 삼색동 셋트.

연어알, 성게알, 게살
맛보기 전에 눈으로 먼저 홀려버리는…
세 가지 색의 조화가 너무 예쁘다.

입안에서 톡톡 튀는 싱싱한 연어알의 맛과
깊은 바다내음 가득 담은 성게알. 그리고 북해도의 명물 게살.

키쿠요 식당은 하코다테 아침시장에서도 유명하다.
술프고 늦잠자느라 아침시장은 찍지도 못하고, 호텔 바로 옆 분점에서 해결.
관광객에게 라비스타 호텔은 입지도 최강이다.
문 열고 나가면 바로 가네모리 창고군, 메이지칸 등
하코다테 주요 관광지의 시작점이다.


가네모리 창고군 – 낮 vs 밤

단, 완전히 여행지로 특화된 곳이라
하코다테 보통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현지 사람들이 드나드는 허름한 꼬치구이집 하나 만날 수 없었으니까.


옛 무역 황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 다수,.

왼쪽은 타카타야 카헤(에도 후기 해상무역, 운송업자) 자료관
오른쪽 건물의 굴뚝이 일본 최초의 굴뚝이래나 머래나…


나를 슬프게한 북해도 라멘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


낮의 창고군
예전 교역이 발달했던 시절,
창고로 쓰였던 벽돌 건물이 개조, 대형 쇼핑센터로 변신했고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하코다테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풍미했던 한 시절의 역사가 스민 곳
낡고 오래된 것이 세월의 흐름에 발맞추어 변신하여
새로운 쓸모를 찾은 모습이 기분좋다.

아무도 없이 펑펑 눈만 쌓이던 어제 밤의 풍경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창고군 잠깐 쇼핑
이것 저것 많지만 …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오직 …술!

북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이 잔뜩 쌓여있는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이번 하코다테 여행에서 발견한
새로운 술의 세계는…바로 과실주!

일본 과실주의 향연…포장도 예쁘고, 맛도 예쁘고
부담스럽지 않은 도수와 유치하지 않은 달콤함이 어우러져
나 홀로 한 잔 하기에 너무나 짱이다.

한국에 가져오려고 2~3병 샀다가
방에서 홀짝거리며 여행 중 다 마셔 버림 -_-a


삿포로 부터 모든 쇼핑 센터에서 한 번씩 찍었던
너무나 업어오고 싶었던 오토코야마 준마이 다이긴죠

오토코야마는 북해도 중부 아사하키와 지역의 술 브랜드로
그 중에서도 오토코야마 준마이 다이긴죠는
세계 주류 콩쿨에서 32년간 금메달을 지켜온 북해도 최고의 명주로 꼽힌다.
5천엔 정도 하는데, 한국 오면 E마트에서 15만원에 판다는 술

하지만 가격 보다도 과연 이 후덜덜 가격의 사케를 딸 배포가 있느냐에서 심히 걸렸다.
언제 먹을지도 모를 명주 대신 따기 쉬운 북해도 한정판 오토코야마로 대체 구매했다.

오토코야마 홈페이지
http://www.otokoyama.com/


치즈 케익으로 유명한 스내플

진한 북해도 치즈맛이 입안에 가득했지만~~ 박스 구매는 패스!!
나에겐 뎀비표 치즈케익이 있기 땜시롱

삿포로 오가는 열차에서 스내플 쇼핑백 든 사람들 여러 명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번은 맛보아야 할 하코다테 대표 간식 중 하나~!
낱개로 1개만 구매해서 냠냠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코다테 투어
해변도로를 따라 무작정 걷는 것이 기본 코스의 출발이다.

새하얀 눈으로 덮힌 하코다테 거리
한없이 걸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
10분도 못 미처 언덕처럼 생긴 각종 슬로프들을 만나게 된다.


해변 도로쪽으로 연결된 슬로프(slope)들.
이중 모토이자카에서 슬로프를 올라
다시 온쪽으로 돌아 가다보면 관광지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굳이 찾아 다닐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만나지니까.


모토이자카의 표지판
구공회당, 모토마치 공원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죄다 200m 내외~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설렁설렁 산보다니기 좋은 하코다테


예쁜 간판~ 뭐하는 곳인지는 도통
특히 관광지라도 영어가 잘 쓰이지 않는 북해도에서
눈뜬 봉사, 까막눈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후의 관광 코스들
각 스팟에 대한 상세 내용은 검색해서 보시면 된다.
그냥 찍고 왔다는 데 의의를 두며.

단 두 가지.
첫 째, 이 놈들 문화적으로 정말 막 받아줬다는 느낌.

동네 곳곳에서 보이는 다양한 서양식 문물의 흔적 외에도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 성요한 교회, 러시아 정교회인 하리스토스 정교회,
프랑스 선교사가 지은 카톨릭 교회인 모토마치 교회
하코다테 교회 3총사가 불과 몇 십 미터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건축 양식도 다르고, 종교 배경도 다른 이런 건물들이
서울 한 복판 막 지어졌다면 조선 시대 양반들은 뭐라 했을까.

쇄국이니 위정척사니로 꽁꽁 문을 닫아걸던 시절에
그들은 이렇게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다 받아내고 있다.

그래서 얻은 것과 그래서 잃은 것이 있겠지만.

또 하나.
가이드북에나 웹사이트서 그럴 듯하게 포장된 이런 관광지들,
가 보면 정말 별 거 없다.

덩그라니 규모도 없는 건물 하나
그런데 그걸 마케팅적으로 너무나 잘 포장해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이에 비하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펀더멘털은 너무나 훌륭한데 말이다.


우짜든동 즐겁게


때로는 그윽(?)하게~모토마치 공원


관광 스팟들 보다
이런 스팟들을 연결하는 동네가 더 이쁘다.
눈이 소복소복


슬로프 중 제일 유명한 하치만자카
바다로 이어지는 전경이 멋있어 다들 한 방씩 찍어주는 곳.
나라고 별 수 있나~~ 기념으로 남겨본다.


설설설 걷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그 유명한 하코다테 야경을 보기 위해 로프웨이 타러 가는 길
잠깐 얼은 몸을 녹이려 카페에 들린다.

아이스크림은 북해도에서는 자꾸 자꾸 먹게 되는 아이템


슬로프를 타고 하코다테 산으로~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 야경

과연…장관이었다.


얼핏 보면 한반도 처럼 허리가 잘록~
넋놓고 보게 된다.

저 불빛 하나 하나에 담긴 사람들의 삶도
저렇게 반짝였으면 좋겠다.


후다닥 내려와서
일찌감치 찜해 둔 저녁을 먹으러 가본다.

여기가 어디게~~

럭키 삐에로의 차이니즈 치킨 버거
하코다테 들리면 죄다 들리는 유명한 햄버거집

300엔 정도로 가격도 싸서 한 끼 해결에 무난하다.

그 유명한 모스 버거도 입에 안 댄 내가
최초로 시식한 일본 햄버거.

스탬프를 찍어야죠~
나에게 행운을 불러다 줄 럭키 스탬프

일본에서는 이렇게 가는 곳마다 스탬프를 찍어
다녀온 히스토리를 남기는 것이 여행의 기본이다.

또 하나 하코다테의 유명 먹거리인 하세가와 스토어의 야끼도리 벤또.
하세가와 스토어는 편의점인데 이 즉석 꼬치 벤또로 더 유명하다.

야끼도리는 닭을 의미하는데 이 야끼도리에는 돼지가 쓰인단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변형이라는 해석.
하코다테 출신 일본 그룹 GRAY가 어느 TV프로그램에 나와 선전하 이후로
완전 유명해진 하코다테의 명물 벤또

3가지 소스 중 하나를 고르는데 난 소금구이가 젤로 맛났다~
먹구 싶다 꿀꺽~

잘 먹고 배 두드리며 마지막 기념샷
하코다테 개항 150주년 기념
확실히 그들은 …빨랐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기고자 했다.

다시 털레 털레 창고군으로
하도 자주 들락날락해 감흥이 사라지려 한다


담쟁이 덩쿨을 건물 벽에 납작 다림질 해 놓은 듯한
독특한 장식…인상적


호텔로 돌아오는 길
푸딩들을 빼놓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푸딩, 푸딩하고 있더라.

욕심껏 죄다 사들여(이 이후로도 계속) 다 못 먹고 서울까지 가져옴ㅋ

그리고 호텔에 와서
삿포로 맥주와 딸기주 한 잔~
안주는 편의점에서 산 팩에 담긴 게 살
꿀맛이다

그리고 밤새 이어지는 야간 스파도

호강한다.
그 동안 고생 많았으니
마음껏 누리렴

그래야 또 뛰어가지~ :-)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6~27일 (월~화) Day 5,6 : 유노가와 프린스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새로이 맞은 하루
(늦잠으로 이미 하루의 중반을 넘긴 -_-)

무조건 시작은 밥이다


이지사이 라멘
관광객들에게는 젤로 유명한 라멘집이다.


하코다테의 또 다른 유명 먹거리인 시오라멘(소금라멘)
실망스러웠던 북해도 라멘의 실추된 명예를 살려줄 것인가.

조금은 회복했다. 깔끔한 국물, 그래도 짰다.
먹고 나서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짐


도로를 가로지르는 전차
사실 하코다테 너무 좁아서 나처럼 걷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교통 수단 이용할 일이 없지만
괜히 분위기만으로 한 번 쯤 타볼만하다


요금은 거리제인데
사람들이 탈 때마다 이렇게 사람별로 탄 곳과 요금이 입력된다.

여기서는 젤 오래 탄 사람이 250엔 내야 하는 거리인거고…
그런데 어떻게 탄 사람과 그 사람이 내야할 요금을 매칭하는지. 미스테리했었다.


내가 내린 곳은 야치가시라 종점


하코다테의 땅끝
다치마치미사키(立待岬)를 찾아가는 길이다.

하코다테 시내를 제외하면
고류카쿠 공원이나 외국인 묘지, 트라피누스 수도원, 다치마치미사키 등이 투어 물망에 오르는데
느낌상 가 보나마다 다들 그냥 그럴 거고
난 그냥 탁 트인 풍경이나 봤으면 했다.

전차에서 내려 한 15분 걸어가는데
도중에 일본인 묘지가 있어 묘~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묘지 앞 메마른 꽃

단애절벽의 절경을 바라보며 죽음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곳

시도 때도 없이
까악까악 울어대는 까마귀들의 음산한 사운드도 이 정취와 매우 잘 어울린다.

마치 늘어선 귀신들의 하고픈 말을 대신하는 듯한 -_-a


드디어 도착한 다치마치미사키
역시나 별 건 없지만
탁 트인 절경이 마음을 뻥~ 뚫어준다. 자연의 힘이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서울을 떠올린다.
이 바다는 거기까지 이어져 있겠지.


오징어 따라하기~


잊지 못할 추억


다치마치미사키를 내려와
바로 이어진 작은 어촌으로~


인적이 너무 드물어 쓸쓸하기까지 한 동네
자동차과 집들이 죄다 도시락 모양을 한 동네

하지만 건물들을 보면 모락모락 사람의 온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어느새 내 표정도 편안해지고..


구경을 마친 후
너무나 맛있는 하코다테 우유와 스내플 치즈케익의 환상 컴비네이션


호텔까지 오는 길은 전차 안 타고
동네 마실 기분으로 찬찬히 산보로 걸어와 본다.
눈이 펄펄펄 내리기 시작하는데
동네 사람들은 죄다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키더라.


게 판매점이 눈에 띄지만 넘흐 비싸
다리 4개 쯤 묶어놓고 3천엔씩 하니…이거 원.
귀한 털게는 더 비싸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눈발이 거세진다.
고작 4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어둑해질 뿐이고

일찍 지는 해는 겨울 북해도 여행의 변수다.
그만큼 밖에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는 거니까.

호텔에 맡긴 짐을 찾아
다시 전차를 타고 하코다테 근처 유노가와 온천으로 이동
한 20분 걸린 듯


유노가와 프린스~!
북해도의 마지막 밤을 럭셔리하게 장식해 줄
온천 호텔이다.

야외 온천은 물론
다다미 방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

관광객들 보다는 일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니
잘 선택했다 싶었다.

그런데 온천보다 더 감동적인 서비스
카트 질질 끌고 오는 걸 보고
길가까지 나와 짐 들어 주는 거 하며
추위에 호텔 찾아온 투숙객들을 위한 따뜻한 웰컴 드링크
짐 받아주는 거 하며
방안에 갖춰진 꼼꼼한 시설들

옷만 해도
실내복, 실외복, 방안 온천 후 걸칠 목욕 가운 (너무 너무 포근해서 훔쳐오고 싶을 정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목욕용품들
다다미 방에 셋팅되어 있는 차와 과자
온천을 하고 나서 야경을 보며 바로 잠쉬 쉴 수 있는 베란다 공간의 구성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단순 럭셔리를 압도하는 배려였다.
한국에서는 돈으로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종류의 서비스 정신이었다.

가자마자 온천부터
눈 덮힌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야외 온천하는 기분~말로 표현이 잘 안된다.

온천 후 편안한 유카다 입은 채 식당으로 직행
환상적인 디너 부페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나 즉석으로 무한정 구워주는 게살과 가리비,
질 좋은 북해도산 스테이크


하나 하나 너무 맛있다
박당 12,000엔 선으로 투숙료는 부담이 되지만
룸 온천은 물로 이런 환상적인 디너 부페와 아침 조식 부페까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감수할 만 하다.


특히나 게~~
어찌나 속이 꽉 차고 살들이 통통한지

게 다리 몇 개 묶어놓고 몇 천엔씩 받던데
게만 푸짐하게 먹어도 숙박비가 꽤 빠진다.


디저트까지…
커피가 너무 맛나서 두 잔이나 먹는 바람에 밤에 잠이 안왔다능;;;

열튼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먹었던 것 같다.


정작 방안의 온천과 시설을 찍었어야 했는데
배부르고 쇼핑한 과실주 먹고 온천에 푹 빠져 인증샷 확보를 까맣게 잊었다.


다시 홈피에서 슬쩍~

하지만 그 밤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방에 딸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온천에서
맛있는 술 한 병 놓고, 눈 내리는 밤하늘과 야경을 바라보며
보슬보슬 내리는 눈을 맞으며 데일 듯 뜨거운 온천물 속에 몸을 담그던 기분

유노가와 프린스 홈페이지
http://nagisatei.info/

아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
난 뭘 찾으러 온 게 아니다.
비우러 온거다.

다 버리고 도망친 자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잠시 흉내나마 내 보고 싶었던 거다.

배려왕자 유노가와 프린스
라 비스타와 함께 잊지 못할 호텔이 될 것이다.

돈 많이 벌어서 다시 와 보고 싶다.
어디도 가지 않고 하루 종일 호텔에 틀여박혀 온천만 하고 싶다.
온천하고 다다미 방에서 좀 자고
뒹굴뒹굴 하다가 또 온천하고 그러고 부페 먹고
방에 와서 또 술 먹으며 온천하고.

꿈결같은 시간

이젠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
여전히 눈이 내린다.
여기가 북해도임을 각인시키려 하는 듯이.


북해도에서 마지막으로 산 패주
유노가와 프린스의 기념품 샵에서 샀는데
프라이스 태그가 반 가격으로 붙혀진 틈을 타 얼씨구나 사 왔다.
지들 잘 못이니 어쩔 수 있어
판매원이 유어 럭키, 라더라.
작은 에피소드고 세이브한 돈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어쩐지 나는 이것이 하코다테가 준 마지막 선물같았다.
환율도 높은데 와 줘서 고맙다는.


하코다테 공항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나를 기다리는 비행기
자~~~ 출발
다시 제자리로 고고씽


눈 덮힌 북해도
온통 화이트


서서히 멀어져간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의 끝은 그저 아쉬움이다.


바다와 산, 구름과 하늘이 하나 된 풍경
이 또한 떠나는 이를 위한 감동의 프레젠또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 곳, 한국.

눈보러 북해도 갔더만
삿포로엔 비만 오고
정작 한국에는 눈이 펑펑 왔다더라.

매운 것이 너무 X100만큼 고파 바로 놀부 부대 찌게를 찾았다.
고작 6천원짜리(불과 400엔) 부대찌게를 허겁지겁 먹으며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있으랴~~
이렇게 맛있는 걸 가까우 두고 내가 대체 그 먼데까지 가서 뭘 찾으러 갔나 싶었다.

행복의 파랑새도 가까운 곳에 있다지만
맛있는 파랑새로 바로 여기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을 섭섭치 않게 해 준 북해도 과자들
모두 다 사오는 이시야의 하얀연인(시로이고비히토), 마르세이 샌드, 로이스의 포테이토 쵸코칩


한 개씩 간단히 깨먹기 좋은 소포장 안주들


그리고 내 식량, 내 사랑~~

북해도의 5박 6일
사람과 물과 눈의 온기를 마음에 담아
추억을 가득 담은 나는
조금은 기운이 나는 내가 되어
조금 더 씩씩하게 살 수 있으리라.

이제야 새로운 한 해, 2009년이 비로소 시작된 느낌이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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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7] 크리스마스 즈음의 풍경들

2003-2007
남겨두고 싶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즈음의 추억들.


그 해, 여의도에는 안개가


어둑해지는 이브의 퇴근길,
짙게 깔린 안개 속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예쁘게 빛난던 가로등 불빛들을 잊지 못한다.

그 때 내 마음도.


그 해, 신림동에는 눈.


퍼붓는 눈 사이를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새벽이 가는 줄도 모르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어디로 보내고 싶었던걸까. 그렇게 열심히 찍어서.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 대개봉했던 영화
무엇이었을까?


그 해 크리스마스엔
이 영화가 잘 어울렸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보내는 것이
좋았던 해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저 멀리서 날아온 문자 하나가 그 어떤 별보다 더 크게 마음에서 빛났었다.


어설픈 트리 장식이 반짝이는 광화문 어느 지하 맥주바에서
조금 센치한 웃음을 지었던 해도 있다.


Love Love Love 가득한 도시에서


무언가가 시작되는 파티가 열렸던 적도 있다.
지금보다 젊었고, 시작이었고, 모두 다 함께였다.
그래서 행복했다.
한켠에선 보글보글 와인이 끓고 있었고, 오뎅탕도 데워먹고, 솜씨 부린 까나페며 치즈들이 일품이었지.
예쁜 꽃이 심어진 플라스틱 화분을 들고 와서 자랑했었어.
지금 모두 다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떤 해엔 이런 적도 있었군.
블로그라는 것이 생기고, 블로거가 되고, 블로기어워드라는 것도 생기고, 거기에 심사위원도 하고
정말 옛날 얘기같다.


연인들의 해변, 그 끝에서 천사를 만났던 해도 있다.
일본 오다이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Let It Snow가 흘러나오고
어둠 속에서 춤을 추었던 해도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음악은 흘러나오고


남과 여들은 열심히 스텝을 맞춘다.


섹시 루돌프…당신의 썰매를 끌어드리겠어요~


압구정동의 어느 술집에서 진창 술을 마신 적도.


한 면을 가득 채운 판들 앞에서
다이아나 크롤의 A Case of You를 신청해 들으며
과연 내가 이 책을 마칠 수 있을까? 부들부들 떨었던 해도 있었다.


도시 한 가운데 전구의 숲


검은 하늘을 밝히고


연인들의 마음을 밝히고


텅 빈 주말 건물을 밝히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올해는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정자동 카페거리


내 모습을 담아둔다.


책상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구도 걸었다.


행복했던 그 때가 나에겐 크리스마스였다.

잊고 싶지 않은,
행복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

Categories기타 (셀프, 가족..)포토 아카이브

[2007년 12월 14일] 함박눈 펑펑…깊은 밤, 에그자일

ex•ile
[또는 an exile] 국외 추방, 유형(流刑), 유배;망명, 국외 방랑, 유랑, 이향(離鄕)


하필이면 이런 간판이다.


참 재주도 많아
이런 걸 다 만들어내.


그것도 꼭
찾아올 엄두조차 잘 안 나는 이런 동네에.


어떻게 해서든
어떤 짜투리를 모아 비벼대서든
모닥불을 피우고야 만다.


그 사람이 만든 공간 속에는
그 사람의 꿈이 담겨 있다
공간 속에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읽는 재미.

이야기했던 많은 것들
하고 싶었던 일들
지금 창문에 부딪쳐 녹아내리는 눈처럼 허무한 열망들


꺼져가는 장작을 뒤집으면
다시 확~하고 불길이 솟듯
차라리 미련 없이 꺼져 버리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색하게나마…부지깽이를 들고 열심히 뒤집어 보듯
아직 남아있는 따스한 온기
그래,
그래도 꿈은 그런 것.


낮에 오면 좋을까.
햇빛이 가득히 들어올까.
왠지, 부끄러울 것 같다.
이런 통유리를 뚫고 여과없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면.
그래서 내 속이 다 투영되어 도망갈 곳도 숨길 곳도 없어지면.


폐허에 남은 흔적

만들고 찾고 쓰고 찍고 남기고 선택하고 넣고 섞고 따르고 마시고 피우고 끼고 먹고 붙이고 끈다.
그 모든 것들이 불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 돌들을 부딪치던 저 원시의 행위들 같아
이 풍경이 따스하다.
뭔가 애써…………애써서.


그 속에 내가 있다.


웃긴 나
웃음이 약이라고 했었다.
믿지 않아.
약이기 때문이 아니야.
그저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지.
1/15s ISO 320


창 밖에는 눈


눈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마음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날개 달은 전구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


어둔 거리에
날개 달은 빛들이 나른다.


오래 오래


언제 그칠까?


낯선 거리


눈과 빛과 밤이 뒤섞인 환상적인 이 거리를 걷는다.
좋은거다. 아무 뜻은 없지만
남는 것 따윈 없지만
좋다는 기분이 마음에 흘러 잠깐의 온기를 전해주고 가는 밤.


그래.
파란불이었으면 했지만


하지만 결국 한치 앞도 뵈지 않는 길을
신호등도 없이 질주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택시 뒷좌석에 파묻혀
이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것

지친 몸을 기울여 볼까?
누군가의 어깨가 있어 꺾인 꽃송이처럼 힘없이 떨군 내 고개를 받쳐줄까?

흩날리는 봄날의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눈 내렸던 밤.
그 깊고 깊은 밤 속을 전력으로 달려본 날이 있다.

Categories포토 아카이브행사 스케치

[2007년 11월] 케냐에서 온 미녀 Lucy, Oh…Beauty!

11월
아직 제대로 겨울은 아닌지라 완전 무장도 못하게 하고
축제로 쳐주기조차 민망한 빼빼로 데이 정도를 제외하면 제대로 기분낼 껀수도 없으며
불 꺼진 방구들처럼 등짝에 써늘한 기운만 불어넣으며 마음을 시리게 하는 11월.

뜨셨다 찼다, 눈오다 비오다
덩달아 마음까지 갈피를 못 잡았던 11월의 끝자락에
저 멀리 케냐에서 미녀 한 분이 날라와 색다른 종류의 온기를 전해 주셨다.


94년 11월 생 루시(Lucy Muthoni Irungu)


루시 만날 준비
뎀비도 탐내는 예쁘고 앙징맞은 것들로 가득가득~


이렇게 우체국 택배 박스에 넣어


포장지로 위에만 살짝 덮었다.
급구매한 포장지가 기럭지가 살짝 부족해서.

꽤나 신경쓴 듯 하지만
실체를 까발리자면
정작 당사자인 게으른 유진이를 제외한 주변인들이 힘을 합쳐 해 주신 준비

예리한 눈썰미로 이렇게 앙징맞고 아기자기한 종합 선물 셋트 구매 대행 해 주시고
정리해 주시고, 포장해 주시고, 데리고 내려가 주시고
언제나 그렇듯이 난 주로 돈과 마음의 준비만..T_T (부끄)
허지만 오거나이징도 능력 중 하나라 본다.
그리고 뻔뻔해져서 행복해지는 것도! ^^


트리 아래서 루시 만날 기대감에 부푼 선물꾸러미
34개의 꾸러미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케냐의 슬럼가에서 우여곡절끝에 만들어진 어린이 합창단 지라니 합창단
거기 서른 네 명의 아이들.
그 중 나는 루시와 매칭되었다.


어찌나 예쁘던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영어도 쏼라쏼라…유창하니.
키는 제일 작은데
따뜻한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나대지 않는 기품있는 태도에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구나.
Class…라는 것은 존재한다.


팔 완전 길다
그래서일까 춤추는 동작도 멋지고.


미모가 딸려서 이거 원 한편으로 속상하다.
루시 옆에 계신 저 아주머니 누구셔???


시상에…13살짜리 여자애의 미모를 질투하는 나는
누가 뭐래도 분명 여자다. – -;;


꽃분홍 볼펜…보자마자 애기처럼 너무 좋아하더니
선뜻 줄을 풀어 목에 걸어본다.
좋은 안목은 행복을 가져다 준다.


노래하는 루시
쪽팔림을 무릅쓰고 루시짱을 외쳤소~
…혹시 이런 게 나를 그토록 부담스럽게만 했던 부모의 마음?? —;;

공연을 찍어봤습니다. 허접 디카 버전…언제나 그렇듯 협찬 유튜브


도라지 이색 케냐 버전
유진이의 경망스런 웃음소리와 환호성 …본인조차 당황스럽다.


하쿠나 마차차…라연킹 떠올리게 하는 케냐 노래
율동 상당 발랄하고 춤추는 애들의 리듬감이 틀리다. 이 분야에서는 월등한 DNA


짧은 감동 공연 마치고 루시는 택배박스 들고 다시 버스로~

내 부덕한 탓에 루시 손에 택배박스를 들게 했으니…
나의 이 눈 먼 탐욕에 가슴을 쳤다.
구매 대행자가 선물을 넣어갈 가방까지 제대로 골라 왔는데
그 가방이 너무 예쁜 나머지………….그만 중간에서 내가 쌥~
미친 거다. T_T 어찌나 후회되던지. 가방이 좋으면 얼마나 좋다구….
다시 사면 될 것을. 섬섬옥수 루시 손에 저 따위 허접시런 택배 박스나 들리구..
미안 루시.

다시 한 번 새겼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을.

후회는 다 못 가졌을 때가 아니라
다 주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는 걸.


차기 미스 케냐 후보.
명함에 이메일까지 적어 손에 쥐어 주었지만
아마 몇 년 있다 보그지나 미스 유니버스 시상식에서나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예쁜 아이가
루시~루시~하고 부르자 와라락 달려와 아무 거리낌없이 품에 안길 때
무지 어색하고 이상한 기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누군가 가진 것에 대한
막연한 가상 체험.

이런 종류의 체험은 나만의 안전한 진공 세계에 파열을 일으키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을 일깨운다.
별로다.

하지만, 성장은 늘 별로인 기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거기서 시작해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 자신만의 노하우.
그렇게 또 무언가가 시작된 느낌이다.
…전쟁?

이런 느낌과 무관하게 루시는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버스 타러 가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손 흔들던 모습.
내내 옆에 팔을 두르고 떨어지지 않던 그 팔의 따스함.
11월에 크리스마스는 훈훈했다.


지라니 합창단 홈페이지
12월 4일 양재 횃불회관에서 공연이 있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시간이 될 듯.

네이버 지식쇼핑 가격 비교 < 지라니 합창단>

Categories기타 (셀프, 가족..)포토 아카이브

[2007년 11월] 가로수길의 가을 – 歡送

아, 이래서 이 길의 이름이 가로수길이었구나.

이 길에 참 많이 왔고
이 길 소개도 많이 했고
이 길에 대해 얘기도 많이 했건만.
가로수길이 이래서 가로수길이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디로 시선을 던져도 눈에 걸리는 가득한 노란색들과
부츠 끝에서 느껴지는 바삭거림
어느새 코트 깃에 붙어 딸려온 은행잎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구수한 은행똥냄새
오감으로 알았다.

11월,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짧은! 이별을 위해 총총히 나선 가로수길에는
제철 맞은 은행나무들이 떨구어 낸 노오란 잎들이 햇살과 함께 내 마음에 쏟아졌다.


빼곡히 가로수길 양 옆을 채운 가로수들.


빌딩에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볕 환히 쏟아지는 높은 하늘을 가리고


쓸모없는 휴지조각처럼 한 귀퉁이를 차지하면서


쓸어내도 쓸어내도 지치지않고
어느새 또 그 자리를 수북히 채우네


빨간 꽃신 신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아직 푸릇한 연두기를 내비치는…꼭 바랜 청춘같기도.
무엇은 끝나고, 또 무엇은 시작되는지.


긴 세월을 버티며 기어이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아, 마음이여.
너와 나를 가를 수 없이 얽혀버린 인연.


사람이 예쁘고 정돈된 공간을 만들고 찾는 이유는
삶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가로수길 최고 본좌 블룸앤구떼는 성황리 영업중

“언니, 이거 너무 잘되는거 아냐?”
“당연하지! 맛있으니까!” “이 동네 이만한데 없어, 얘! 어디 가지 말구 여깄어!”
러블리 러블리 언니들.

언니들이 힘들여 만들어 놓은 너무 예쁜 여기에 앉아 하얀 눈 내리는 거 보구 싶당…
뜨거운 다즐링에 산딸기 케이크 먹음서.

이 길에 낙엽대신 흰 눈이 쌓이면, 난 또 어떤 마음으로 이 풍경을 보고 있을까.


grandmother의 졸린 눈 벽화를 사이에 두고
한 놈은 노래졌고, 한 놈은 여전히 푸릇.
같은 종족, 같은 공간…그런데도 왜 니들은 서로 틀린거니.
영원히 미스테리할 발육상태의 비밀.


뭔가 앙증맞은 일탈을 꿈꾸게 하는 예쁜 숍들 가득


쇼윈도우에 예쁜 아이템들이 옹기종기 언니들을 유혹하고


사람과 동네는 서로 닮아간다니깐요.

홍대나 압구리와 다른 스탈리쉬 언니들이 시시때때로 출몰합니다.
단, 이 동네 전반적으로 심하게 여탕이라는 거. 난, 불만.


어찌보면, 소멸의 과정


그 소멸에 저항하며 우리는 애써 기록을 남긴다.
참 별난 데까지도.
어짜피 스러질 것을.


생명과 소멸의 공존……꽤 어울려.

아름답다.
서로 탓하지 않으니.


그리하여 그 인연, 어느 누추한 곳에 떨어지든


함께 이 공간을 호흡했던 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 장의 추억으로나마.

함께 걸었던 가로수길과 그 모든 길들이
언제나 그랬듯 내 영혼에 힘을 줄 수 있도록.

다시 웃으며 이 길을 함께 걸을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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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유진이의 일곱 번째 태국 여행기 : 안녕, 내 사랑

일곱 번 째 태국 – 2005. 8 Sunday ~31 Tuesday

동경은 배우고 누리는 곳
방콕은 내가 사랑하는 곳

바로 실망했으면서도 다섯 번 줄기차게 찍으며 일본이, 동경이 좋아진다 좋아졌다…
나이가 드니 역시 좋은 게 좋은 거고, 좋은 걸 누릴 줄 알게 되어가는 구나.. 생각했지만
방콕에 와 보니, 아 여기는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인생에서 배우는 것도 좋고 누리는 것도 좋지만
사랑하는 것이 젤로 좋구나.
남자가 아니라 한 도시를 통해 느낀다.

# 태국에서 머리올리기


처음 와 본 수완나폼 공항.
어색했다.
거대하고 깔끔해서. 내가 좋아하는 태국의 냄새가 안 나서.


처음 와 본 골프장
파타야 근처 크리스탈베이 CC


골프장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이 넓디 넓은 데 쬐그만 구멍 하나 뚫어놓구 공 넣는 거.
왜 굳이 그런 걸 해야 하는지, 잘 이해는 안되는 전제였다.


골프는 마음을 볼 수 있는 경기라는데.
쎈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도
물 앞에서는 꼭 한 두 클럽씩 길게 잡아야 생각한 거리만큼 나간다.
스윙은 그만큼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드러낸다.
욕망과 두려움을.
그런 점은 좋았다.
물론 클럽에 공이 맞는 경우에만. –;;


하체만 박세리
4일간 5번의 라운딩.
그래도 Par~도 한 번 했다는 거. 보기도 몇 번.
파 3 홀에서는 원 온도 시켰고, 드라이버로 나름 장타도 날려봤고
우드로 공을 저 멀리 띄워보기도 했다.

겨우 비행기값을 모아 모아 한 번씩 다녀 갔던 이 곳에서
이젠 이런 걸 하고 있네~
좀 먹구 살만해졌다구,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피를 나눈 친구와 멀어진 느낌.


그래서였을까?
낡은 썽테우에 홀로 실려
떠나면서야 오히려 편해지던 마음.

신기한 골프 체험.

# Chaotic Khaosan Night, that I LOVE

방콕으로 향해가는 두 어시간 버스 속에서야 비로소
내 자신으로 돌아가는 느낌.


카오산의 밤이다.


참말 정신없어진 곳.
그래도 무질서 속에서 불꽃처럼 이는 생기에
마음이 환해지는 곳.


라이브 클럽들이 많아졌다.
저 위에 옥상 라이브 클럽.
밤마다 노랫소리와 박수 소리, 사람들의 함성이 흘러나와 나를 유혹했다.


노래부르는 아이들
그냥 메인 로드만 걸어다녀도 볼 거리, 할 거리가 가득하다.
아쉬운 점은
나와 친한 길거리 화가 친구들이 죄다 메인 로드에서 쫓겨났다는 거.
예전에는 상점들이 밤이면 문을 닫아 그 앞에서 좌판을 깔 수 있었는데
이젠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상점들로 바뀌어
더 이상 그림을 놓고 팔 데가 없어졌단다.


내가 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라이브다.

예전에는 카오산에 이런 게 별로 없어서
라이브 들으려면 시내 나가야 했는데
이제 카오산은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만족시켜주는 원스톱 솔루션이 되어버렸다.
마사지, 라이브, 쇼핑, 레스토랑, 숙식 …..에 이르기까지
꽤 고급의 솔루션들이 들어차있다.


내가 죽쳤던 바는 < 사바이 사바이>
태국말로 easy easy 라는 뜻이라고 한다.


동남아틱 하게 생겨주셨지만
기가 막힌 기타와 노래를 들려주었던 친구.
라이브 끝나고 길거리 배회하다 우연히 마주쳤다.
룸피니 공원 근처의 Ad Maker에서도 연주를 한다는데, 일정이 꼬여서 못 들으러갔다.


대신 사바이에서의 다른 공연 한 장면~
록 밴드인데 ..음 역시 좋다.
걸걸한 목소리의 칼잇수마 리드싱어 오빠는
너무도 진부한 유진이의 신청곡 It’s my Life도 불러주셨다~


흐흐흐
손에 힘줄 잡히는 거 봐.
4일 동안 골프에 매진한 결과다.
지금은 뭐…다 풀려버렸지만.

# Original Painting on Khaosan Rd.

그리고 꼭 들려야만 하는 이 곳.


버드네 가게 Original Painting
세 친구가 합작을 해서 낸 가게라고했다.
바로 조 게스트하우스 뒷골목이다.
익숙한 친구들의 그림이 이젠 제법 그럴 듯한 shop에 전시되어 있다.

아직 20대였던 시절 맨 처음 버드를 만났을 때
맨 처음 버드가 지금 보다 훨씬 못하는 영어로 나에게 떠듬떠듬 했던 말.
I want to be an artist.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씩 버드에게 묻는다.
– Are you an artist now?
그의 대답은
– I don’t know.

이번엔 이렇게 물었다.
– So, what’s your dream?
그의 대답은
– Now, I just want to protect my shop.
세월이 흘러…이제 넌 지키고 싶은 걸 만들었구나.

그에게 질문하지만 결국 늘 난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늘 내가 갈 길을 생각하게 한다.


이름 좋다~
Fake가 아닌 Original.


그래두, 얘들 노는 건 3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왜 이리 똑 같냐.
저눔의 장기말야.

# 밤 새 노는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


룸피니 공원 근처 야시장
너른 비어 가든에서 끝내주는 라이브를 들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귀에 익은 팝들을 타고난 탤런트의 춤과 음악으로
별 재창조에의 집착도 없이 쉽게쉽게 들려주는 전형적인 동남아스탈 라이브.
대단한 예술성도 아니건만…난 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참을 수 없이 가볍고 명랑한 세계관이 너무 좋다.
예술에의 집착 없이 마구 샘솟는 탤런트가 좋다.


방콕 라이브바의 아쉬운 점은 대개 2시면 끝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찾아간 방쿤폼(Bangkunpom)
카오산에서 뚝뚝이를 타고 한 10분쯤 가면 된다.
외국인 하나 없이 진짜 태국 애들이 와서 밤 새 술 먹고 노는 곳.
그래서 허접하지만, 또 그래서 오리지널하다.


술도 먹고 당구도 치고 가라오케도 부르는데.
따로 룸이 있는 게 아니라 넓은 홀의 여기저기에 모니터가 달려있고
예약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명씩 노래를 부른다. 너와 내가 따로 없는 오픈형 홀방식이다.
아무도 눈치 안 보고 혼자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다른 애들은 즐겁게 듣는다.

ROSO의 자이쌍마를 신청했더니 애들이 신기해 하더군. 어떻게 아냐고. ㅋ
다들 함께 따라불렀다~ 물론 나는 자이쌍마~ 그 부분만.

들어봅시다. 로소의 명곡 자이쌍마.# 방콕의 스케치


낡은 가판의 비디오 테이프


버스나 전철에 노란 옷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엔 무슨 아시안 게임 단체 자원 봉사자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국왕의 생일을 기념해 매 주 월요일 그리고 가급적 다른 날도 노란옷을 많이 입는단다.
대단하신 저 royalty.


백화점 매장에도 노란 옷들이 그득그득.
엘르 매장이라는 거. –;;


대규모 쇼핑 센터 씨암 파라곤 지하의 레스토랑
튀긴게를 곁들인 쏨땀
원래 누들은 없었는데 특별 주문해서 맛있게도 얌얌~


결과는 늘..
너무너무 맛있는 거였다. 음음.


이런 데서 혼자 밥먹는 거 너무 익숙하다.
좋은 현상일까?
한국에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왠지 어색하다.
아니면 내 나라이기 때문?

# 카오산의 낮과 밤

다시 카오산으로


개난장판 BrickBar
형용 불가. 그냥 개판이라고 보면 된다.
마구 춤추고 노래하고 정신없다.


일탈 직전의 여인
논스모커의 겉멋샷 —;;;


개난장판 조금 맛보기
라이브에서는 특히 집시 바이올린 같은 거 하는 애가 인상적

또 다른 모습의 낮의 카오산
제법 깔끔하신!


버드 그림이 걸려 있는
카오산 뒷골목의 인도식 라니 레스토랑
밥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여전히 그리는 버드
나는 여전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할까?


MAMA always makes the BEST FOOD


드러워 보이지만


맛은 최고
태국에서의 last but best meal.


밤마다 웃으며 맥주를 서빙해 주었던 사바이 사바이의 친구들
멀끔하신 오른쪽 분이 탄군
꽁지머리 액, 수더분하고 붙임성 좋은 니.

그리고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잔뜩 맥주를 마시고 퉁퉁 얼굴이 뿔어버린 나.


그래도 오고야 마는….
떠나야 할 시간

비행기 타지 말아버릴까. 수없이 생각했다.


tax refund도 받고 해서 바트화가 꽤 남았는데
면세점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고 그대로 들고 왔다.
바트화를 남겨와야만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거라는 약속같은 거라도 받아두고 싶었다. 나 자신에게서라도.

정신없고 힘들고 마구 꼬여버린 일정.
최악이었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빠른 시일내 꼭 다시 와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일곱 번 째 방콕행.

살면서 몇 번이나 더 여길 오게 될까?
어떻게 너를 끊을 수 있을까.

내 사랑.

옛날 태국 여행기들

[2003년 6월] 5번째 태국 여행

[2005년 5월] 유진이의 여섯 번째 태국 여행기 : Same Same Different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005년 5월] 유진이의 여섯 번째 태국 여행기 : Same Same Different

여섯 번 째 태국 – 2005. 6. 4 Saturday ~6.10 Friday

또 왔다.
비행기 문을 나가자 확 다가오는 뜨거운 열기
이국적인 열대의 향.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나를 맨 처음 반겨주는
저 낯설고도 반가운 형이상학(?!) 문자들.

# 팟퐁 – 다시 이 거리에

호텔문을 나서 팟퐁으로 직행한다.
팁탑에서 밥을 먹고, 라디오 시티에 가기 위해서.

한 2주? 매일 새벽마다 여기서 밥을 먹었던 적이 있더란다.
메뉴를 고를 줄 몰라 옆에 서 있던 무표정한 땅달보 웨이터 아저씨에게
어설프게 recommend만 외쳤었지.
그때마다 그 아저씨 군말도 없이, 주저도 없이
메뉴판 어느 한 줄을 지목했었다.

그 카리스마 압도되어 난 아무런 토도 달지 못하고
네네~하는 눈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기다렸지.
그 다음 아저씨가 들고온 음식은 언제나 최고였어.
아저씨는 매일 다른 메뉴를 지목해 주었고
매일 새벽 반복되는 그 무언의 공감대 때문에 난 하루도 여길 거를 수가 없었어.
많이 돌아다녔고, 음악과 싱하에 잔뜩 취해있었고, 마음은 들떠 있었어.
그런 기분이라면 무엇을 줘도 맛있게 먹었겠지만,
아저씨가 골라준 메뉴들은 한번도 빗나가지 않고
그런 내 기분을 몇 배쯤 업시켜 주었지.

꼭 그 때가 나의 어린 시절같다.

그래, 그리 대단한 식당은 아냐.
내 마음을 쑥 자라게 했던 시간들과 함께 했던…나에겐 눈물과 웃음의 팁탑.


이 동네는 여전하구나.
밤을 밝히는 제멋대로 걸려있는 형광등…


요상스런 문자와


더 요상스런 언니들


그리고 변함없는 라디오 시티
엘비스, 탐 존스, 보스 밴드까지


왜 이 곳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걸까.

스무 살 후반 내 마음을 훌쩍 자라게 해 버린 이 곳,
이 동네 속으로, 다시 왔다.

눈물을 거두고 웃음도 지우고
아무 것에도 설레어 하지 않는 이런 재미없는 모양으로 다시 와버렸네.

# 나의 첫 번째 방콕 탈출 : 코사멧 핫 프라케우 – RELAX

여섯 번째 만에 처음이다. 태국에서의 탈방콕!
걍, 쉬고 싶었다.

코사멧 가는길


시작은 에카마이


에카마이에서 반페로


반페에서 배타고 코사멧으로


코사멧에서 핫프라케우로
핫프라케우는 White Sand Beach, 하얀 모래비치라는 뜻이란다.


썽테우도 안타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
아저씨 전신 문신의 포스가…그런데 만드시는 솜길은 섬세하기만 하다.

핫프라케우에 도착하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꽉 잠근 틈새까지 스며들어 트렁크안까지 수북히 쌓이는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모래와


무지개

숙소도 정하지 않고 그대로 백사장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게 했던 무지개.
고맙다는 느낌이었다.
마음을 찌르는, 이런 식의 환영. :-)

숙소를 잡자마자 주저없이 벗어(?!) 제치고 물 속으로 풍덩~
별로인 수영 솜씨지만 그래도 헤엄은 좀 쳐지더라.
낮동안 햇볕을 가득 머금고 따땃한 온기를 전해주는 물 속에서
굳은 마음도 스르륵 풀여가가는 것을 느끼고

기분 이빠이 좋아져서 머리도 홱 따고
해변 맛사지도 받았다.

수영 하다가 백사장으로 나와 쉬고 있으면
돗자리 하나씩 든 아줌마들이 “맛사~ 맛사~”하고 외치고들 다니신다.
그러다 눈맞으면 바로 그 자리에 돗자리 까는데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 위에 쭉 펴고 누웠다가 끝나면 지갑에서 한 200 바트 꺼내 쥐어드리는 거다.

코사멧표 즉석 해변 오일 마사지의 가장 놀라운 점이라면
백사장에서 날라온 미세한 모래 입자들이 오일과 섞여
뭔가 말할 수 없이 까끌까끌 야시시한 100% 샌드 스크럽 오르가즘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해질녘 저 멀리 석양이 내리고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 불어와 몸을 간지르는데
철석 철석 파도소리는 귀에서 그치지 않고.
아무리 고급이라도 도저히 스파라던가 이런 데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경지.

몸의 회복이 마음의 평화를 부르는가.
해변에 쭉 뻗어버린 그 행복한 가수면 상태에서…체험했다.
뭔가 조금씩 돌아와서 채워지는 느낌.

그때 난 돗자리 위에 누운 게 아니었다.
쓰러진 거였다.
간신히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와서.


코사멧 해변의 밤.
저 먼 코리아에서부터 혼자 여기까지 찾아 기어들어온
솔로부대 여행자를 위한 차려진 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만
그래도 무작정 이 대열에 끼어 본다.
사랑해 마지않는 싱하와 어설픈(!!!) 씨푸드…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밤바다.


솔로부대원들의 만행은 여기서도 계속되지만

난 거기에 눈길을 주거나 질투를 할 새도 없었다.
그 때 난 알모도바르라는 남잔지 여잔지에 푹 빠져 있었거든.


해변의 아침

대략 2km쯤 되어 보이는 이 기다란 해변의 아침 산책.
한국만 뜨면 몇 배는 심해지는 선천적 야행성 기질에 있어 유일하게 예외였던 이 곳.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버릴 만큼 아름다운 코스였다.


ㅋㅋ


완전 어울려X3 …ㅋㅋㅋ


해변의 연인

코사멧은 연인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틀동안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는 나뿐이다.


하지만 그런 저런 사정을 따질 필요는 없다.
이런 햇빛 찬란한 여유 앞에서~


Relax…


편안해 보여.
이 동네에선 개들마저 죄다 퍼지고

수영하다 들어와서 책읽다
책읽다 또 가서 수영하다
이것만 반복해도 더할 수 없이 행복하지만.


그래도 드러나는 관광 본색!
스쿠버라는 일정을 우겨 넣어본다.


다이버 유진


스쿠버를 하고 말겠노라는 유진이의 땡깡에 어쩔 수 없이 착출된 세 남자
정말 표정에서부터, 돈때문에 마지 못해 이러고 있다는 강한 불만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이의 첫 번째 스쿠버는 성공~!!
무려 수심 10m까지…

어두운 바다 속에 펼쳐진 신기한 세상 보면서
음 그래 사무실의 네모칸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입증.

하지만 스쿠버 끝나고 튜브에 몸을 맡긴 채
해맑은 초록빛 바다에 둥실둥실 떠서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이 더 감동적이었다.
전갈자리 유진이는 물이 좋다~

# 다시 방콕 : 몸과 입과 귀의 쾌락

그렇게 이박삼일 분의 도끼 자루를 부식시킨 후..다시 방콕으로 오는 길


꽉꽉 막힌 월탯 앞 사거리 교통도 여전하고


화려한 도시 뒷편, 태국 사람들의 비루한 삶도 여전하고


대형 광고판 속에서 그들의 욕망을 관음하는 나도 여전하다.
태국 남자의 로망이란 이런 걸까?


비잉 스파 (Being Spa)
연못 주변으로 스파룸이 빙 둘러져 있다


장장 다섯 시간 반짜리 스파.
내 언제 이런 호사 누려보랴


태국이기 가능한 일


이런 또 다른 스파도

맛있는 것도 빼 놓을 수 없지.


랏차다 쏘이 12(씹썽), 랏차다 스윗 호텔에서 쫌만 걸어가면 보이는 꾸앙 씨푸드
분위기는 실외 포장마찬데, 관광객이 아니라 진짜 방콕사람들 와서 외식하고 가는 데란다.


핫 팬 오이스터…T_T (생각만 해도 눈물이..)
입안에서 톡톡 씹히는 탱글탱글 살아있는 굴 속살들…


한국식 사이비 똠얌쿵 말구…지대로 스파이시한 원단 똠얌쿵~


이것도 한국식 뿌팟 뽕 커리 아닌 제대로 뿅가리~
이 집의 대표메뉴.
토실토실한 게 살들과 오묘한 소스의 만남…직접 가서 먹기 전에는 상상 불허.
윽윽…….


메뉴 하나하나 이루 말할 수 없이 너무너무 맛있는 것이다!


이제는 가이드 라이프 접으시고
방콕의 유수 필드를 주름잡는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신 나락님.
연락을 드리건 안 드리건 언제나 마음 속으로 의지하고 있는
유진이의 듬직한 방콕의 기둥서방(?????)님 ^^;;

이런 맛있는 음식은 물론
언제나 유진이가 그릇된 환락의 길로 빠지지 않을까 불철주야 모니터링
늘,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여행 사진에서 패턴화 되어버린 …유진이가 쓸고간 테이블


방콕가면 한 번은 꼭 들리는 아눅사왈리의 색소폰(SAXOPHONE)
변함없이 좋은 음악. 쿨한 친구들.
Aron Jazz Band.
몇 명은 남아있어 반가웠다.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이 가득가득
방콕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모든 것이 변한다는데…언젠가는 몸이 느끼는 이 쾌락마저도 변할까?
아마도 그때는 방콕이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리라.

# 다시 카오산 : Same Same Different


그리고 카오산


이게 머야~
너무 변해 있었다. 속상할 만큼.


60바트 짜리 칵테일 수레는 그나마 애교

정신없고 복잡하고 돈만 밝히는 비싼 카오산.
이제 드디어 카오산을 뜰 때가 된걸까.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예고도 없이 찾아간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래는 버드와


그림은 변해도, 여전히 변치않는 버드의 소들


이 거리를 지키는 친구들.
그리고 저 놈의 장기.

다시 조금씩 되찾는다.
아직 나에겐 카오산에 다시 와야할 이유.
변해도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
그 변하지 않은 것들이 변해가는 것들에마저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는 것.


북적거리는 것도 잠시


함께 모여 있는 것도 잠시


결국 모두들 흩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 정신없는 카오산에서도.

이제 나 역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 안녕, 스타벅스 카오산


현란한 전광판


그 골목 사이 꼭꼭 숨어있는 스타벅스 카오산

동경에서 버드 만났을 때
꼭 와보리라 결심했었던,
동경 한 가운데서 방콕을 너무도 많이 그리워하게 만들었던 스타벅스 카오산


Room….
스타벅스라는 게 태국에선 이럴 수도 있다.
쾌락에 관한한 탁월한 DNA


2층 전시실.

버드, 여기 언젠가 너의 그림을 전시하겠다고 했었잖아.
그 날은 언제 올까.
그 때 내가 여기 올 수 있을까.

어라.
어느 새 마음은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을 묻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이란 것.
다른 질문을 하게 해 준것만으로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 답을 상상하게 해 준 시간만으로도.

그리고……이 것.


내내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정신없이 줄을 치고 별표를 치면서
페이지들이 넘어가고
가슴은 쿵쾅쿵쾅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태국에서
난 처음으로 태국보다 더 황홀한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처음으로 방콕에서 방콕보다 더 좋은 게 생겼다.

그 날의 메모
센티멘탈 대폭발~!
이 정도면 감성은 뭐 20대 못지 않다 –;;;

이 책을 스무살에 읽었다면 이 책은 내 인생의 바이블이 되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운명의 수퍼 에잇을 찾았을 것이다. 카뮈보다도 겐지보다도 난 알모도바르 캠프에서 청춘의 밤을 보냈을 것이다.

이젠 너무 늦었다…나는 눈물이 날 것도 같고, 웃음이 날 것도 같다. 수퍼 에잇이 없다. 나는 아직 8mm도 완성을 못했다. 주말은 너무 피곤하다. 대신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본다. 그가 내게 화장을 해 줬으면 좋겠다. 금발 가발을 뒤집어 쓰고. 입술엔 초록색 립스틱을 칠하고, 새빨간 누나가 되어 그에게 팔베게를 해 주고, 그가 지어낸 거짓말을 들으며 온 밤을 깔깔거리고 싶다. 짓무른 웃음이 빛을 막아내는, 밤이 지나도 아침이 오지 않는 그런 길고 긴 밤을.

집에 오자마자 알모도씨의 DVD를 다 사고
그의 전작을 감상하고, 리뷰를 쓰겠노라고 결심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대신 난 아주 오랫동안 동굴에 틀여박혀 책을 써야만 했다.

그래도 그때 그 여행이 있어
책을 쓰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고
알모도바르씨에 한껏 삘이 받아
뭔가를 해보겠다는 열정도 되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제까지나 나에게 태국은 그대로 일거라 생각했는데
달라진 것을 더 많이 느꼈고
그래도 여전히 같은 것들이 남아 있어서
다시 변해버린 것들에 적응하며, 새로운 기쁨을 찾았던 시간.

덫에 걸려 넘어진 듯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순간,
종교를 찾듯 본능으로 기어갔던 2005년 태국의 스케치다.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007.4]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3 – 2007. 4 29 Sunday ~5.1 Tuesday

한 점에 서면 다른 두 점을 다 볼 수 있어 좋은
트라이앵글.

어떤 쪽으로든 갈 수 있지만 결국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빙빙 제자리를 돌게하는 난감한 도형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5) – 모리 미술관 :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늦은 밤 고대하던 록본기 힐스에 도착했는데~
까딱까딱하던 배터리님이 드디어 수명을 다하시…남기신 것이라곤 달랑 이거 한 장.

하루 종일 쇼핑할 것 먹을 것으로 가득 찬 록본기 힐스를 돌아 보셨군요.
돈을 쓰고 배도 부르고 혀도 만족하고 양 손에 쇼핑백 가득하네요.

하지만 또 다시 어둠이 내려
마음은 보잘 것 없는 사냥꾼이 되어 오갈데 없이 헤메인다면

바로 지금이예요.
천국으로 더 가까이 가야할 시간.

360도로 둘러싼 통유리 환상적인 도쿄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는 모리타워 전망대.
홈페이지

그 앞에서 서면
아무리 예상했다 하더라도 그 예상을 넘어서는 전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거기 조그맣게 불밝힌 도쿄타워가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그 순간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당신 마음에 가장 깊이 박힌, 바로 그 사람이다.

숨기고 숨겼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만드는 그 곳,
아무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모리 전망대.

그리고…한 층만 더 총총히 올라가면 바로 이어지는
280m 높이 맨 꼭대기 층…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모리 미술관.

밤 10시까지도 열어주시는 센스까지…좋았다!
(휴일은 12시까지라는데…이거 완전 딱 내 취향)
공중에 발을 디디고 < 일본의 웃음전>을 보라.

놀라웠다. 그 규모와 기획력.

반은 일본 미술에서 찾은 미소라는 모티브
The Smile in Japanese Art : From the Jomon period to the Early Twentieth Century

나머지 반은 컨템포러리 미술에서의 웃음의 해석
All about Laughter : Humor in comtemporary art


포스터에서는 과거 쪽을 모던하고 추상적으로,
현대 미술을 오히려 고색창연하게…거꾸로 시각화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전력을 다해 흡수해 봤지만
봐도 봐도 끝이 없어 그 무차별 융단 폭격식 컬렉션 앞에
디스크와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느끼며 백기 펄럭~

컨텐츠에 관련한 한 정점을 경험한 기분.

사진은 못 찍었어도 잊지 않겠다.
그 수 많은 작품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놓여있었는지.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6) – 국립 신미술관 : 정공의 아우라

마지막 코스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국립 신미술관
근데 저기, 건물 휜 것 좀 봐.
예사롭지 않지?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모네전과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내가 매표소 앞에서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가 내게 다가오시더니
알 수 없는 일본어 한 마디를 하시며 내 손에 뭔가를 쥐어주고 총총히 사라지시는 거였다.

표였다.

처음엔 표인지도 몰랐다. 그냥 무슨 찌라시 같은 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대조해 보니 모네전 말고 또 하나 그거 포스터랑 똑같이 생긴 걸 보고 혹시 표인가 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는데 나중에 전시실 입구에서 표를 내니 들여보내주는 걸 보고 표인줄 알았다.
무슨 전시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시작부터 떡하니 걸려있는 만 레이
이어 팔자에 없는 피카소, 샤갈, 모딜리아니까지…
나중에 한국와서 물어보니 < 퐁피두의 이방인전>이란다.

교과서에서나 봤던 명작들 죄다 직접 봤다.
사진으로 찍어 놓은 그림과 진짜 그림은 참 많이 다르더라.
이런 거 자꾸 보면 책으로 그림 보기 싫어지겠더라.

어쨌든 이런 훌륭한 거 보게 해 주신 할머니,
고맙습니당!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저한테 하신 그 한마디가 무슨 말이었는지 아직도 궁금하지만요.

내 돈 주고 표 사서 본 전시회는 모네전이다.
전혀 우습게 볼 수 있거나 진부하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니었다.
초콜렛이니 일본의 웃음이니 하는 것과도 차원이 달랐다.
정공의 아우라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세 가지다.

1) 컬렉션
어떻게 저걸 다 모았냔 말이다.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주요 모네 작품은 싹쓸이한 듯.
이런걸 가능하게 하는 돈과 네트워크의 힘…대단하다.

2) 구성/기획력
마네의 전 작품을 시간 순이 아닌 주제별로 묶어 각 전시실에 배치한다.
주제라 해도 단순히 꽃이나 물과 같은 오브제나 내용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작품별 속성으로 구분했다.
modernity/composition/rhythm/synthesis …예를 들면 이런 식.

그런데 재미있는 건 메인 전시실 옆에는 작은 서브 전시실이다.
듣도 보도 못한, 모네와 무관한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들이 놓여져 있다.
뭐하는 애들이냐고?
모네의 그런 작품 속성이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애들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바로 그 조그만 방들이
이 전시회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었다.

3) 내셔널리즘??!

전시의 맨 마지막 섹션은 이를테면 < 모네와 일본> 아니 < 일본과 모네>다.
모네가 얼마나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지, 일본의 인사들이 모네의 예술활동을 얼마나 극진히 지원했는지
모네의 작품 세계에서 일본이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이른바 모네에게서 찾은 Japonism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별론데 …이런 별로인 주장에 강력한 힘을 싣는 것은
바로 컨텐츠다.

특별히 주장을 하지 않아도 떡하니 온갖 구체적인 물증들을 가져다 벽에 붙여 놓으니
눈으로 보는 한은 반박하기 힘들다.

네트워크와 돈을 쏟아부어 모네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해 정신못차리게 해 놓은 다음
결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 위대하신 모네님을 후원한 일본의 존재감.

그렇게 뒷통수 한 대 맞은 느낌으로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여기에도 역시나.

뽐뿌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열리는 지갑을 겨냥한
‘이것’들이 있다!
너무도 적합한 타이밍.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모네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이것들.

나는 늘 ‘기획’이라는 것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좋게 보면 있는 걸 잘 구성해서 부가가치 만드는 거고
어떻게 보면 이거 참 인위적인 거다.

그래서 이런 걸 한참 보다보면
놀라고 감탄하고 경외심이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작은 샘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것을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기획같은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하지만 신국립 미술관에서 가장 아트스러운 것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닐까.

햇빛 눈부신 날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날은 비가 왔지만.

모네가 가도 또 어떤 괴물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겠지.

< 이 날의 메모>
방대한 컬렉션 – 돈과 세계 수준 네트워크
디지털 컨버전스 – 미래 성장 동력
상품화 – 생활과 아트의 만남. 둘 사이 매개는 돈
내셔널리즘 – 서양지향주의와 자국우월주의의 절묘한 공존

# 마침내 키스 자렛 – 동경에 온 이유

2007년 4월 30일 월요일.

신주쿠로 더 깊숙히 들어가 본다.
츠타야니 츠나하치니 무지니 딸기모찌니
동경은 맛있고 배부르고 섬세한 것들로 가득찬 산타클로스 보따리다.


일본애들 주제곡 : 딸기가 좋아~


식사는 신주쿠의 명물 츠나하치에서
유명한 덴뿌라 전문점이다


바로 테이블 앞에서 튀겨 주는데


하나도 안 느끼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강츄!

여행은 끝나가는데 더 어디를 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원래 내 마음은 두 가지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난 한 가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 한가지 때문에 고작 두 달만에 다시 동경에 온 거고.

바로 이것
우에노 동경 문화 센터.

…이것!

결국 왔구나. 여기
그렇게 또 일생의 소원 하나에 줄을 그었다.
그것이 바로 나이가 먹는다는 것의 최소한의 의의겠지.

첫 번째 파트에 네 곡

두 번째 파트에 네 곡

앙코르 두 곡

이 중에 아는 거라곤 고작 My funny valentine, Come rain or come shine, When I fall in love 세 곡 뿐. T_T

첫 세션보다 두 번째 세션이 더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독특(?)한 공연 문화때문이다.
첫 세션 끝나고 인터미션 20분 줬는데 이게 왠일인가.

맥주, 샴페인, 와인…죄다 나와서 모두들 술을 마셔대는 것이었다. 청중들 거의 모두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덕분에 나도 과감히 비루 한 잔…그리고 또 한 잔에 완전 알딸딸 해져서
두 번째 세션은 그냥 꼭 꿈결같았다.
동경이 아니라 뉴욕의 어디, 같았다.

내 청춘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수많은 밤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수많은 낮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키스 자렛씨.

이렇게 당신을 만났네요.

그 때 나를 매혹시켰던 자기 혼자서 바닥으로 침잠해가는 독보적인 광기의 솔로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최고급의 세련된 사운드.
아저씨 셋이서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음의 미로.
너무 깊다. 깊고 깊어서 이대로 빠져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냥 그대로 계속해서 가야할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잔상이 아른거리면, 내 주위가 다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 내가 왜 여기에 있지…난 거기로 가야 하는데.

밤이 깊어가고
순수한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내 앞에 놓여있다.

가끔씩 머리를 휘저으며 물어본다.
정말 네가 이걸 봤냐고.

# 감동 혹은 눈물

그 다음 날은 돌아오는 날이었다.


사진에 한 병이 빠져서 아쉽다. 글렌피딕.
술만 일곱 병 싸들고 왔으니 카트는 무슨 피라미드 돌덩이같이… –;;

하지만 지난 4월 내 일본 여행은 그 카트보다 훨씬 더 무겁게 꽉꽉 채워진 여행이었다.
많은 것이 마음에 담겨 버렸다.


6개의 전시와


3개의 컨서트

하지만 마음에 더 깊이 남는 것은


말없는 이 두 편의 풍경.

< 대정전의 밤에>를 트렁크에 집어 넣었던 그 순간부터
흐릿한 전기불마저 끊어진 밤을 관통해 내 가슴을 밀물처럼 채워줄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이렇게 네 개의 밤에 걸쳐 물처럼 스며들어 마음의 어긋난 부정교합을 맞춰주었다.

내가 간절히 기다렸던 건 키스자렛이 아니었나 보다.
감동. 감동. 그리고 눈물.
그리고 너무도 예기치 않은 순간, 그것을 만났다.
치유..그리고 결심

하지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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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유진이의 다섯 번째 일본 여행기

[2007.4] 5th 일본 여행 (1) – 청춘의 밤 (day 1,2)
[2007.4] 5th 일본 여행 (2) – 록본기의 밤 (day 3)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 4,5)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007.4] 5th 일본 여행 (2) – 록본기의 밤

Day3 – 2007. 4 29 Sunday

일요일은 보는(to see) 날!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1) – 후지 필름 박물관, 무언가를 정의하는 방식

지금,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록본기다.

그 중에서도 아트 트라이앵글.
록본기의 3개 지역 (모리타운, 미드타운, 국립 신미술관)을 엮는 도보 10분 내의 미술관 투어 코스.
북퍼스트의 life 관련 잡지들도 죄다 아트 트라이앵글을 집중 조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록본기 4a 출구.

미드타운과 국립신미술관의 방문객 유치 경쟁 뜨겁다.

신미술관? 흥~ 이거 좀 고리타분 구린 거 아냐.
(라는 말도 안되는 콧방귀를 뀌면서)

그리고 주저없이 미드타운으로 향하다 중간에 발견한 또 하나.
< 후지 사진 박물관>

미드타운 바로 옆 건물이다.

프로 사진작가 200인전.
이건 약과다.

프로아닌 사진작가는 10,000인이 모였으니까.
여하튼 늘 놀라는 바이지만, 이네들의 커버리지/카테고리 정신은 대단도 하시.

프로건 아마건 모두들 자신의 방식으로 photo is를 정의한다.
말이 아니라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해.
사진이란 무얼까.
그것은 말로 블라블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진 그 자체로.

그럼 나도 그냥 입닥치고 봐주겠다.
너희들이 정의한 사진이 뭔지.


누구에겐가 사진은 아이들


누구에겐가는 시간


커뮤니케이션


희망?

모두들 각자 나름대로 정의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진을 찍게 하면서

새로운 사진을 정의하게 하면서.

# 미드타운 – 미래형 복합 공간

새로 개장한 미드타운 입구

최첨단의 쇼핑, 인테리어, 전자제품, 레저, 예술, 주거, 공원의 복합체

인터넷 게시판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신기한 거 다 모여있더라.
이런 게…최첨단인가?

개들을 위한 특급 애견숍까지

I’m Korean girl in Tokyo…Oh, oh I’m alien. I’m a real alien.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놓여진 느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미드타운 공원 초록 풀밭에 앉아서 맛있게 냠냠했던 도시락~
세 종류의 다른 밥이 너무 맛났었다! 햇살은 반짝반짝 빛나고 일요일이고 나는 동경에 있고…

밥 앞에서는 미래인지 현재인지 과거인지 따위는 중요치 않아!
살아있다는 현실감만이 배불리~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2) – 선토리 미술관 : 과거 현재 미래의 퓨전


일본 미술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모종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선토리 미술관

멋지구리~

전시 자체는 매우 익숙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미술관을 나오는 순간

과거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날라온 것일까?
출구와 연결된 숍에는 전시에서 봤던 익숙한 모티브를 응용한 제품들이 가득 놓여져 있다.

재해석의 힘은 강력하다.
사람들의 지갑을 열어, 고가의 상품들을 팔아치울 만큼

상품으로 재해석된 일본 고대 미술의 향연
난 전시보다 오히려 이 숍에서 더 일본을 느낀다.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3) – 21_21 Design Place : 나르는 상상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를 필두로 일본의 잘나가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의 모였다는
컨셉부터 색다른 디자인 플레이스 21_21

미드타운 조금 옆에 바로 붙어있다.
굉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매우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공간이라는 느낌.

오픈 기념전의 주제는 초.콜.렛.
젊은 작가들이 초콜렛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쏟아냈다.

사람들 꽤 많이 와서 보더라.
물론 내가 무시했던 국립신미술관의 < 모네전>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물론 전혀 무시할 만하지 않았지만.

초콜렛 곽으로 쌓은 기둥, 초콜렛 포장 금박지 은박지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과 의상,
초콜렛 소품들, 초콜렛을 만드는 사람들, 초콜렛 느낌이 나는 장난감들…

은박지에 쌓인 새까만 현대인의 쾌락이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
전시실 벽면을 채우고 있는 카카오 농장의 노동자들의 시선이 상당 부담스럽다.
이런 불편함마저 의도된 것이겠지만.

in search of an inspiration…


구엽당~!


아이디어 번뜩이는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컬렉션.

전시실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 위쪽으로는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되어
벌거벗은 두 남녀의 초콜렛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테크놀로지. 그리고 이로 인해 가능해지는 인터랙션.
기존의 예술이 지독히도 결합하고 싶어하는
지금 일본이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장르

백반바지와 백구두의 매치.
역시나 일본 오빠들 예사롭지 않다.

여기서도 예술은 커머스와 만난다.

바로 옆 미드타운의 이세이 미야케 매장 Please Please에서는
초콜렛 컨셉으로 매장을 꾸미고, 전시의 핵심 컨셉을 옷으로 만들어 하여 팔고 있다.

커머스와 아트의 부적절하지 않은 만남

여하간 징한 것들!

컨텐츠를 구성하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에 관심 충만한 유진이의 머리 속은
휭휭 날라간다. 배우자 배워!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4) – 샤넬 : 스타일리쉬 왕국


스타일의 왕님.


황금빛 찬란한 샤넬 왕국이시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라. 또 다른 감각의 제국이 펼쳐지리니.
상상 초월하는 압도적인 인테리어의 성전 앞에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여기에 들어온 순간 시간도 공간도 휘발되어 버린다.
도쿄도 뉴욕도 밀라도 아닌…여긴 그저 시간도 옷매무새를 고치고 지나간다는 샤넬의 궁.


백성들이여~ 그대들에게 잠깐의 황홀한 휴식을 선사하리니.
이 어두운 궁으로 빨려들어와 스타일의 아편에 취해보라.

RESTIR Mid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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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유진이의 다섯 번째 일본 여행기

[2007.4] 5th 일본 여행 (1) – 청춘의 밤 (day 1,2)
[2007.4] 5th 일본 여행 (2) – 록본기의 밤 (day 3)
[2007.4]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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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 5th 일본 여행 (1) – 청춘의 밤

Day1 – 2007. 4 27 Friday

다시 나리타
17.2도.

12.1도, 24.5도, 10.9도…그리고 오늘은 그 사이 어딘가의 17.2도.
아직은 춥다. 하지만… 금방 따스해지겠지.
신주쿠로 가면. 그 높은 빌딩들 뒷편 어느 골목길을 걷다보면.

# 신주쿠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레이지가 아코를 데리고 갔던 병원이 있을 니시 신주쿠를 거쳐
일본 라멘 대회 1등 했다는 전설의 라멘 먹으러 멘야 무사시로.

소문대로 줄 서진 않았고, 맛도 그랬다.
멘야 무사시 앞에 매운 라멘집이 있던데 거기가 맛났을 듯.

이런 옛날 니뽕스러운 포스터들이 벽면에 잔뜩 붙어있고

뻘건 유니폼 입은 영계 오빠들이 단체 기합을 넣으며 라멘을 내 주는 색다른 정취 정도랄까.

정작 기대했던 라멘은 국물이 너무 강하고 느끼했다.

그래도 기념은 해야지~ 일본에서의 첫 끼.

그날 오후 내내 신주쿠 한 바퀴를 긴 반지름으로 빙~ 돌아오며
처음 왔을 때 그토록 실망했던 쇠락의 신주쿠, 아무리 걸어도 절대 잡히지 않는 이 거대한 미로가
내 마음에 조금씩 친숙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갈 데 없는 잡초들의 거리, 하지만 잡초의 억센 뿌리들이 뒤엉켜 절대 무너지지 않을…신주쿠.
난 이 복잡함과 막돼먹음과 쉽게 곁을 내 주지 않는 쎈 기운에 매료된다.

# 첫 날은 치에 아야도 – 수다쟁이 왕언니

작정하고 보고 들으러 온 여행.
(절대 마시고 퍼질러 노래하고 대책없이 헤매다니려는 게 아니었는디!)
치에 아야도 언니의 콘서트로 문을 연다. 짠~

우에노에 자리한 도쿄 문화 센터~
키스 자렛씨 보러 월요일에 한 번 더 와야 할.

꽉 찬 관객들. 그런데 역시 중장년층이 많았다.

무대 위에는 그랜드 피아노 하나 뿐.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모두 음미할 줄 알게 된 큰언니같은 치에 아야도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키스 자렛 콘서트 하기 3일 전에 언니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빙고’를 외치며 일본 여행 스케줄을 확정지었다.
언니의 노래는 특히나 봄밤에 딱이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뿜어나는 향기가 마음 깊은 속까지 자욱해져
잊고 싶은 아픈 추억까지도 아름답게 물들일 때,
언니의 노래는 ‘살아있는 게 얼마나 좋으니?’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역시나 언니의 노래는 그랬다.
예의 그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Everything must change~”라며 첫 곡을 시작할 때~
아, 그렇구나. 모든 것이 바뀌어가는구나. 그렇게 바뀌고 바뀌어 나는 여기에까지 와 있구나.
가슴의 갈피로 멜로디들이 스며들어, 참 행복했다.

대부분 재즈 스탠다드 넘버였고, 내가 듣고 싶었던 돈나도키모는 안 불러 섭섭했다.

하지만 중간에 반주하러 나온 오빠가 예뻤다는 것으로 봐 주련다.
십 몇년을 함께 노래한 오빠라던가.

일본인들은 함께 오래한 무엇을 참 소중히 여기는구나.
새로움보다는 그 함께 한 시간에 보다 가치를 두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둘이 함께 부르던 ‘tenderly’
그 녹아내릴 듯한 감미로움 속에서

“저는 연습보다는 라이브가 좋아요.
무대에서는 여러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을 가깝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언니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 맞는 거 같다. 최소한 무대 위에서는 그랬다.
함께 하고 박수 쳐 주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통해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감사하는 …매우 상식적인 사람.

# 밤의 하라주쿠 – Tender is the Night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던 하라주쿠에 너무 늦게 왔다.
소문난 크레페도, 벼룩시장과 예쁜 옷들, 특이한 너희들, 주말마다 열린다는 코스프레 아이들도…모두 다 보고 싶었는데

하라주쿠의 밤은 너무 일찍 막을 내린다.
Live, Love, Eat ….
(하지만 10시 전에…응? –> 이거 너무 시시하잖아. 그래도 청춘은 밤! 아니냐고)

벽화만 남은 닫힌 셔터들 사이를 또 다시 걸어본다.

문 닫을 준비하는 크레페 상점과

이거 내 이상형(?!) 잭 블랙 맞어? 반가운 마음에 찰칵찰칵~

그리고 또 걷는다. 요요기를 거쳐 신주쿠로
샤방샤방샤방…~참으로 오랫만에 이렇게 걸어본다.

철부지처럼 향긋한 밤의 냄새에 제멋대로 이끌려 다니며 만난 무수한 골목들,

요요기역 근처, 무작정 들어가 보고 싶은 좁다란 술집들을 거쳐…실제로 내가 술 마실 그 곳까지.
그래도 눈을 떠 보면 어쨌든 내 침대다.
언제나 주장하듯이, 아무리 마셔도 집은 찾아 간다는 거.

그래도 아침은 나보러 눈을 떠 보라고 한다.
술 먹으러 가야지~ 그러면서.

Day2 – 2007. 4 28 Saturday

에비스 역에서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로 가는 길.
실내에 편리한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진 제대로 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이런 멋진 건물들 사이를 지나며 한참을 헤매야 할 수도 있다.

나중에 보니 후카츠 에리양과 츠츠미 신이치씨가 나오는
일드 < 사랑의 힘(戀ノチカラ, 2002)>의 배경이 되는 건물이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밤새 광고 시안을 만들고 새벽녘에 저 건물을 빠져나오던 그들.
저 옥상에는 아직도 멋진 라운지 체어가 있어서 맥주를 마시며 작은 파티를 열 수 있는 걸까.

어번한 도쿄를 보고 잡어 떠난 길.
하지만 삿뽀로 비어 박물관 표지판에 붙들리면,
그런 어번한 풍경조차 알콜기에 흔들거리는 퇴폐적인 풍경으로 변할 수 있다.

#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 황홀한 맥주의 맛

아무런 정보 없이 찾아간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서 자석처럼 끌려들어간 삿뽀로 비어 박물관.
어색하게도 홀에서는 피아노 컨서트가 열리는 가운데…
(술과 음악이라…그리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다)

그네들 답게 맥주에 관한 사료, 문헌, 사진, 역사, 광고, 맥주 제조 과정, 도구,
맥주에 얽힌 에피소드를 주제로 한 3D 입체 영상까지…
맥주에 관한 모든 것을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총망라 스토리텔링
일본의 컨텐츠 구성 능력에 다시금 놀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박물관의 핵심이라고 하면

역시나 맷주 그 자체가 아닌가!
‘컨텐츠’로 할 수 있는 맥주에 관한 모든 뽐뿌질, 그리고 귀결하게 되는 종착지는 Tasting Room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바로 이 절묘한 타이밍의 예술이, 알고 보니 전형적인 일본식 상술(?!)이었다.
나중에 미술관 투어에서 보다 생생히 밝혀지지만 말이다!

그래도 난, 잠시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생각했다.

네 종류의 대표 맥주 테이스팅.
하지만 저 중간의 안주에 주목하자.
유진이를 일본 여행객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삿뽀로 비어 크래커와 비어 치즈. 내가 맛 본 최고의 맥주 안주다!
별 것 아닌 크래커일 뿐이지만….어쩌면 저렇게 맥주와 잘 어울릴 수가.

이렇게, 유진이의 favorite는 Yebisu – The Black으로 밝혀졌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은은한 캬라멜 맛. 음……..

매우 일본답게, 이런 분도 계셨다는 거.
삿뽀로 비어 박물관에 기린 모자 쓰고 와서 무슨 고시공부하듯 맥주맛을 음미하고
빽빽한 낡은 노트에 메모하고, 카탈로그 찾아서 성분 대조하고.

하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강조하고픈 것은

바로 이겁니다. 비극은 3봉지 밖에 안 사왔다는 거.
그래서 일본 가는 지인들마나 바지가랭이 붙잡고 애원해야 한다는 거.
삿뽀로 비어 크래커 한 박스만 사다달라고. T_T

※ 주의 : 이 크래커의 특징은 걍 크래커만 먹으면 아무 것도 아닌
그저 약간 씁쓸한 크래커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
혹은 와인이나 소주나 위스키와 먹어봤자 이게 뭐지 싶다는 거.
하지만 맥주! 맥주와 곁들였을 때만 마리아쥬 대 폭발 한다는 거……..

# 커피 전문점 베르데 – 토요일 오후의 오아시스

에비스에서 다이칸야마 넘어가는 길.
일본 가서 많이들 거치는 도보 코스라고 들었다. 물론 나도 가고 싶었지. 다이칸야마.

하지만 거기까지 못 가게 된 건 중간에 발견한 간판 하나 때문이야.

베르데.
Verde.
초록.

창 너머로 가스 렌지에 커피물들이 퐁퐁퐁~ 끓어오르고 있었다.
따스한 불빛아래
로렐라이처럼 지친 여행자를 유혹면서~

자석처럼 그 작은 찻집으로 끌려 들어간다.
다이칸야마 따윈 어떻게 되도 좋아. 꼭 와플스에 가서 와플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게 그 작은 베르데가 나를 불렀다.
그냥 지나쳐 가려는 나를 정말로 부르는 것 같았어.
그때 너처럼.

커피프린스처럼 꽃미남들이 줄 서있는 곳은 아니지만
포스 넘치는 바리스타 아저씨.
헝겁으로 된 도구를 이용해 뭔가 내내 제대로 인 듯한 드립의 내공을 보여주신다.
손님들에게마다 모두.

그렇게 몇 년을, 혹은 몇 십년을. 지치지도 않고 드립만을…
그게 내가 일본에서 가장 즐기는 점, 그리고 가장 질려하는 점.

나에게도 어떤 종류의 커피를 원하는 지 복잡한 옵션들을 묻는다.
줄기차게 ‘오스스메’로 통과~

이 이상한 이웃들.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중년의 아줌마…전혀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들이
하나 둘 씩 베르데의 가게문을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하고 서로를 반기고
오픈 카운터 주변에 모여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내가 본 일본의 특징은 오픈 키친, 오픈 카운터.
호스트 혹은 호스티스가 그 중심에서 음식을 서빙하며 대화를 주도한다.
만담가처럼 혹은 뚜쟁이처럼.
일본의 가게들에서는 어디서나 작은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그 중심에 chef 혹은 barista들이 있다.
단순한 요리 솜씨 가지고만은 이룰 수 없는 경지.

그들에게 말은 우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무엇’일까.

그와 무관하게 커피맛은 heaven이다.
난 그냥 여기에 주저 앉아 커피맛에, 그리고 혼내를 숨긴 이웃들의 다정한 풍경에 취해 본다.
저녁이 내리고, 영원한 청춘의 거리 시부야가 나를 부를 때 까지

베르데에 취해서…깜빡 졸다가
허겁지겁 전철타고 시부야로.
내가 향해간 곳은……

시부야 B.Y.G
백양 메리야쓰 아님.

# 시부야 – 라이브와 술과 노래…청춘의 밤

키스 자렛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찾아보니 이상하게도 봐줄 것들이 충만했어.
BYG도 클럽 쿼트로도, 7th Floor도, 블루노트에도. 아카사카 B 플랫HUB, 라이브하우스 Friday도

동경 라이브하우스 정보
http://bro-a.mods.jp/livehouse/livehouse/tokyo.html

하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한 대로 다 채워지지는 않는지
그래도 꼭! 이라고 생각한 것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몇몇들 것 외에는 찾아지질 않았어.

그 중에 B.Y.G는 ‘그래도 꼭!’이라고 생각한 것 중의 하나.
시부야에 있는 쬐끄만, 그러나 꽤 그쪽에서는 알아주는 듯한 라이브 바다.

카운터 주변은 CD와 LP 판들, 공연일정으로 꽉 채워져 있고.

오늘 토요일 밤에는
내가 지난 번 신주쿠 재즈 페스티벌 때 확 빠져들었던 타쿠 아저씨가 이끄는 캔사스 시티 밴드(Kansas City Band)의 새판 < 大人の事情>의 쇼케이스 공연이 있었다.

새로운 음악은 지난 번 것들보다는 어둡고 복잡했지만
어른의 사정이란 결국 그런 것일 테니까.
< 모이스처가 스루스루> 등 지난 번 노래들도 함께 불러줘서 2시간 동안 흠뻑 만끽했다.

화장실에도 빽빽하니 공연 스케줄

새파란 젊은 애들이 이런 곳에 빽빽하게 모여 음악을 즐긴다.

역시나 일본답게 혼자 온 사람들 많았고, 혼자 온 여자들도 많았다.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참 이상한 동네.
그 이상함은 금방 편안함으로 바뀌어 나는 이후로 내내 동경의 나홀로 모드를 그리워하게 된다.

내 옆에 앉은 언니는 혼자서 2시간 내내 뻑뻑 줄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마셔대며 밴드를 즐기시더라.
꽃미남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아저씨 밴드지만 그래도 all 남성 밴드라는 잇점 때문일까.

나이드니 본 것을 다시 보는 것이 그저 좋아지는 이 현상은 어쩌나 싶을 만큼
단 한 번의 인연에 이리 마음을 뺏기니 어쩌나 싶을 만큼
그저 좋기만 했던 시간.

그 다음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시부야의 밤과…술!
바야흐로 사케가 등장할 시간.

은장금 언냐의 일본 체험기가 왜 그리 생생히 떠오르던지
끌려가듯 전철 아래 일본말 잔뜩 써진 주점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는 나.

잠재의식이란 이리도
무섭다.

그 다음 찾아간 와라와라. 일본 대중적인 체인 술집이다.
오코노미야키와 감자 튀김, 볶음밥, 맥주…야밤에 참 배불리 자알도 먹었다.

술 먹었으면 노래를 불러야지.
분홍 종이꽃 찰랑찰랑 걸려 있는 시부야의 노래방을 구경시켜 줄께.
알로하~

일본 노래는 영어 캡션이 없고
에릭 클랩턴을 불러도 이런 그림이 나와 사람 황당하게 하더라.

Do I look all right? And I’ll say yes.

조금 취해서 시부야와 신주쿠의 골목들을 빙빙 싸돌아다니기도 했던
레온 보러 간다고 가부키초의 광고판들을 훑고 다니긴 했던
wonderful tonight.

깊어도 더 깊어도
시부야의 밤은 왜 이리 비슷한가.
청춘의 밤은.

쌩스,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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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유진이의 다섯 번째 일본 여행기

[2007.4] 5th 일본 여행 (1) – 청춘의 밤 (day 1,2)
[2007.4] 5th 일본 여행 (2) – 록본기의 밤 (day 3)
[2007.4]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 4)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007.2] 4th 일본 여행 (3) – 도쿄의 밤을 걷다… (Day 3,4)

Day3 – 2007. 2. 18 Sunday

술먹은 다음 날, 비오는 도쿄의 일요일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빙고~ 뒹굴링!

# 비내리는 도쿄…안식이 찾아든다.

비를 좋아한다. 단, 회사 안 가도 될 때만.
비가 오면 나는 내 방을 온종일 굴러다닌다. 그 똑같은 짓을 여기까지 와서도 또 한다.

3만명 넘게 참가한다는 도쿄 마라톤 구경이고 뭐고
아이 좋아라~ 하면서 따땃한 코다치 안에 착 달라 붙는다.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를 읽으며.
아 미적지근…진짜 내 취향 아니야.
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야금야금 요시다 슈이치를 읽고 있고
그렇게 계속해서 일본에 오고 있다.

근데 좋아진 것 같다. 여기.

설이라고 민박집에서 만들어주신 스페샬 ‘떡국’
편의점에서 후다닥 떡국이랑 완자사다 국물도 제대로 안 내고 만드신 것 같은데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이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 건가요?
한 살을 더 먹지 않으려면 떡국을 먹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나름 심각한 질문에…주인장님은 황당해 하시고..
감사합니다!
유진이는 맛있는 거 먹여주신 고마움은 절대 잊지 않아요. 특히나 손수 제작일 경우 더더욱.

유진이가 3일간 묵었던 와라와라 민박.

너무 훌륭합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내가 들어간 날,
숙박이 모두 캔슬되서 한 층을 죄다 독채로 썼다는 전설이,,,

싼 데다, 인터넷, 전화 다 무료로 편하게 쓸 수 있고
주인장님께서 친절하게 여행에 대한 조언도 해 주시고
뜨끈뜨근한 물이 콸콸 나오구, 화장실에는 비대도 있고…한 마디로 강추!
지하철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 좀 시끄럽지만, 피곤하니 거의 들리지 않는데다
심지어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했다.
다가와 멀어지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니까. 그게 바로 여행이니까.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흔적을 많이 남겨놓았네요.
저는 혼자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 통에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밤마다 여행자들끼리 모여 술 한 잔 마시며 파티 여는 분위기.
동경에 좋은 숙소 많겠지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민박집은 많지 않겠죠? 감사히 잘 묵었습니다.
(떡국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헤헤)

# 록본기 나잇

비가 그치자…록본기로 출동!
거리와 바를 휘젓고 다니며 녹본기를 느껴본다.

출출할 때 간식은 1946년 부터 빵가게를 했다는 Almond라는 가게의 대표 메뉴 슈크림!
대표인지는 어떻게 아냐구?
스미마셍에 이어 유진이가 가장 많이 쓰는 일본어 “오스스메”
일본에서 정말 유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한 마디면, 진짜 많은 것들이 나이스하게 해결된다.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때문일까? 불륜의 느낌이 물씬.
< 아담이 눈뜰 때>에서 장정일의 63빌딩 묘사가 떠올르려고 한다…뭉게뭉게, 옛끼!

다들 Crazy 모드셨던 클럽.
동경 남자들 …어울려 놀 때도 확실히 한국애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런 차이들을 짚어가는 것이 참 재밌다.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삶을 느끼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동경 디즈니랜드나, 지브리 스튜디오나 뭐 이런 것들 보다는.

# 밤의 시부야 – Life is beautiful

동경의 밤을 느끼려면 시부야로 가야한다.
버라이어티 그 자체인 낮의 시부야도 좋지만,
고즈넉한 밤의 시부야는 가슴에 하얀 보름달 같은 것이 둥실~ 떠오르게 한다.

시부야 밤은 죄다 공사중!
도로공사, 건물 공사, 간판 공사, 디스플레이 교체…온갖 공사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퇴폐나 쾌락의 렌즈를 들이대기에는 너무도 건설적인 시부야 밤.

경찰들도 요소요소 잘 배치되어 있어
위험하다는 느낌은 별로?! (이럴 때만 겁이 없어지는 이상한 유진이)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곳곳에 24시
혹은 지하철 첫 차가 다니는 5시까지 영업하는 업소들이 많다.

심지어 옷가게까지도…야간 쇼핑의 즐거움도 살짜쿵~

하지만 이 동네의 밤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유령처럼 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그리고 여기서도 그 세력을 드러낸 커플부대원들.

모두 다 핸드폰을 생명줄처럼 붙잡고 잇다.

커다란 건물에 혼자 남은 아이도.

24시간 옷가게의 점원 오빠도.

어디론가 닿고 싶은 마음들이 캄캄한 밤을 전파로 떠돈다.


문 닫은 파르코

비온 뒤, 누군가 내팽개치고간 우산도 있고
물기가 다 빠지지 않아 가로등에 비쳐 반들거리는 낮은 계단들도 있고
사람이 다가가면 저절로 불이 켜지는 친절한 가게 조명들도 있다.
Closed 표지판 뒤로 쓸쓸히 조명받는 가게 안 디스플레이
휘황하게 불 밝힌 스타벅스
시부야의 작은 골목들을 한 걸음 한 걸음 샤방샤방 짚어본다.
밤은 깊어만 간다.

난 야밤에 엄한데 싸돌아다니는 게 왜 이리 좋을까
서울에서도 방콕에서도 도쿄에서도 하코네에서도….
장소만 바뀌었을 뿐, 늘 나는 똑같은 걸 되풀이 하고 있다.

언제나 방에 누워서 멀뚱멀뚱 있다가 이건 아니지, 하며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 타고 미지의 그곳을 향해 달려 가는 순간이 있다.
정녕 집시의 후손이더냐~~ Heck!

걸었으니 배고프고, 배고프면 먹어야지.
언뜻 보기에도 괜찮은, 새벽 3시 반에도 사람들 버글버글한 라멘집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계란이 대인기라고 하는데,
과연~ 깨보면 반숙이라는 것이 반전 포인트! (일본말로는 써 있나? 난 까막눈이므로)

국물에 담궈진 종이처럼 얇게 저민 돼지고기는 샤브샤브급이다.

짠 라멘 먹고 났더니 이젠 술 한잔 땡겨
가까운 칵테일 바로 직행!

우~ 온갖 종류의 술들을 보라! 다시 한 번 일본인의 카테고리와 수집 정신!
얼핏 세 보니 그 작은 바에 술만 한 200종이 있더라.
듣도보도 못한 술이 즐비하며…잭 다니엘같은 유명한 술이라도 버전별,년도별로 따로 갖추고 있으니.

인상적이었던 바텐 언니와 오빠.


(어쩌다 보니 가로로 찍었다 ..돌리려면?? –;;)

참으로 이해는 안 가지만….언니는 밤새도록 얼음을 깬다. 뭔가 칵테일에 필요한 것이겠으나
1시간 동안 쉼없이 얼음을 깬다. 이건 거의 얼음조각 작품 제작의 수준이다.

투덜거리지도 않고 그냥 열심히 깬다.끝도 없이 깬다.
무슨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같다.
기계가 해 줘야 할 일 같은데,,, 설마 이걸 매일 밤마다?

바텐 오빠는 제조가 예술이다.
스무 살이나 됐을까 싶은 뽀송뽀송한 외관인데, (나이 물어보니 시크릿이랜다..짜식!)
칵테일 제조만 들어가면 거의 작두타는 무당의 수준으로 몰입해서 격하게 흔들어 대는 탓에
앞에선 나마저 숙연해질 정도다.
중요한 건 손님들이 칵테일 시킬 때마다 매 번 그런다는 거.

이런게 장인정신인가?
장인정신이란 매일 매일 똑같은 그 지겨운 걸 지루해 하지도 않고
끝도 없이 반복할 수 있는 능력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그 결과로서의 맛은? 황홀하다.
걍 시간 떼우기로 들어갔다가 1시간만에 칵테일만 세 잔 마시고 나왔다는.
마지막에는 “걍 오빠가 만들어 주고 싶은 거 해주세요~” 그랬더만 (=>번역 “칵테일 오스스메~”)
잠시 고민하다 이것저것 섞더니 턱하고 한 잔을 내놓으며 제목을 읊는다.

“Life is Beautiful”

그래,,,이거였다.
이번 동경 여행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
입 안에서는 신 맛과 달콤함이 복잡 미묘하게 뒤섞인 톡 쏘는 쾌감이 쓸고 지나간다.

# 시부야 야간 청춘 학교 – 하교하는 아이들

5시가 되자 어디서 숨어 있다 나왔는지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아이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한 곳을 향해 줄지어 걸어가기 시작한다.

밤을 노닐다 첫 차를 타고 집으로 하교하려는 시부야 야간학교 학생들.

시부야 역이 빠글빠글!

점심시간 을지로의 넥타이 부대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것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사람 풍경~

다들 조금은 피곤한 모양~ 그래도 시부야 간지는 살아있다!


야간학교 하교길에서 기념 한 컷~

다른 역에서는 거의 사람들이 타지 않다가
신주쿠에서 몇몇 아이들이 내리고 또 타는데
역시나 신주쿠에서 탄 애들은 스타일이 좀 떨어지고,
이상하게도 담요나 배낭 등 …뭔가 정처없는 북대기들을 하나씩 들쳐메고 있었다.

이 애들의 하루는 또 어찌 흘러갈까?
또 1년은, 5년은, 10년은…
시부야 청춘 학교는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삶을 열어줄까?

그와 무관하게 뱅기시간이 빠듯한 유진이는 급짐을 싸서 공항으로 출발~
ANA를 타고 갔다 ANA를 타고 왔다.

ANA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단어인가.
분홍 앞치마를 두른 그 발그레한 볼의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얼마나 예뻤던가.
그 영롱한 빛은 사라졌어도…난 아직 아무 대책도 계획도 없이 혼자서
한국을 떠나 방콕이란 낯선 도시로 향했던 그 첫 순간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그 때,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꿈처럼 펼쳐졌던 그 처음이 너무 깊어서
무슨 일이 펼쳐질 지 모른다는 그 대책없는 설레임에 중독되어
난 아직도 여행이라면 계획을 할 줄 모른다.

버릇 나빠졌어, 인정. 하지만 내 탓이 아니다.
항상 내가 바랬던 것 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것을 주어 벅차게 했던 저 위의 탓이다!!
(떠넘기기~^^V)

이번에도 마찬가지.
내가 바랬던 모든 것들과 …
꿈꾸었으되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까지도 모두 채워진 여행.

이젠 내가 바텐더가 되어
깊고 오묘한 맛의 칵테일 한 잔 멋지게 믹스해서 세상에 대접하고프다.
그래도…당신의 혀는 아직 이 맛을 느낄 수 있지 않냐고.

Life is Beautiful.
그 아름다움의 힘으로 한 발만 더 내딛어 보자고.

네 번째 일본, ‘비로소’ 아름다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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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유진이의 네 번째 일본 여행기

1. 좋은 것은 좋게 즐긴다~ (Day 1,2)
2. 인생을 살 맛나게 해 주는 것들 …풀패키지! (Day 2)
3. 도쿄의 밤을 걷다… (Day 3,4)

Categories유진이의 여행기포토 아카이브

[2007.2] 4th 일본 여행 (2) – 인생을 살 맛나게 해 주는 것들 …풀패키지! (Day 2)

Day 2 – 2007. 2. 17 Saturday

음악, 노래, 춤, 술, 웃음, 맛있는 거…
풀 패키지로 하루에 몽땅, 대체 저 위의 여행 플래너는 어떤 분이신거야?

좀 나눠서 주시라구요!
터널 아니면 천국, 나이드니 왔다갔다하기 힘들어요!

# 신주쿠 재즈 페스티벌 – 내가 찾아내는 것은 늘 같다.


신주쿠 재즈 페스티벌

토요일 오후, 신주쿠 문화센터는 재즈의 물결로 가득하다.

입장을 하니 일단 로비에서부터 기분 확 산다. 계속되는 신나는 합창 공연.
가슴이 콩닥콩닥… 어, 이 느낌 제대론대!

지하에서는 캔사스 시티 밴드(Kansas City Band)의 공연이 시작되고 있다.
밴드 싱어이자 리더 타쿠 시모다 아저씨.

만담으로 좌중을 웃기고, 음악으로 한 번 더 악- 소리 나게 만드는 전천후 엔터테이너.
일본말이라고는 스미마셍이 고작인 나이건만, 한 마디 못 알아 들어도 너무 재밌다.
소울이란 그런 것.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캔사스 시티밴드 공식 홈페이지


타쿠 아저씨와 한 컷~

자리를 떠나기 싫지만, 거의 의무감에 가깝게 다른 층으로 올라가 보는데
2층에서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껏 촤르르 차려입으신 할머니 세 분이
젊은 아해들의 반주에 맞추어 부르시는
봄 날 흩날리는 복사꽃처럼 곱디 고운 ‘베싸메무초’와 ‘리버오브노리턴’
왠지 가슴 뿌듯하고 기분 좋았던 공연.

이어 3층, 4층…제대로 꾸며진 공연장따위 없다.

그저 문화센터의 교실 칸칸히, 밴드 하나씩 자리잡고 쏟아내듯이 연주하는 것 뿐.

머리 희끗희끗하신 노인분들부터 젊은 애들까지,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공연에 몰입하고 즐기는 풍경.

아마 이것만으로도 이번 일본에 온 이유로는 충분하다.
음악 속에 흠뻑 젖어 넘칠듯 찰랑거린다~

와세다 대학 동기생들로 구성된 뉴올리언스 재스 하운즈 (ニューオリンズ ジャズハウンズ) 밴드

기가막힌 연주를 보여준 모키주키 유시 (클라리넷) 군은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전공은 경제학. 이코노믹스…라며 머리를 쥐어뜯는 시늉을 한다.
너무 귀여웠다는! ,, 이것들 정말.

트럼본 곰돌군과도 한 컷

아사쿠사의 재즈바 HUB의 뉴올리언스 재스 하운즈 스케줄

밴드들에게 10분 전 알리미 역할을 하는 스태프 유세키 코바야시군도
클라리넷 연주자다. 전공은 정치학.
소울푸드 카페 연주를 보며 정말 잘하는 거라고 엑셀런트를 반복하며 몇 번씩 감탄을 한다.
특히나 색소폰 부시는 유타카 유미수키씨의 박력있는 연주!
캔사스 시티 밴드의 타쿠 아저씨와 다른 연주자들도 와서 한참을 공연을 보고 가더라.

Soul Food Cafe (Since 1995)

지난 번 한국에 왔을 때도 본 적이 있어
소울 푸드 카페는 이번이 두 번째다. 나수코 후루카와는 그 때도 이렇게 한 컷 남겼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만났던 거리의 아티스트 아이들.
동경의 한복판 신주쿠 문화센터에서 만난 재즈 뮤지션들.

어디가나 그런 애들이랑 놀고 있다.
방콕만 좋고 동경이 싫었던 게 아니고,
난 어디서든 그저 ‘그러한’ 종류의 것들을 좋아하고 있을 뿐이다.
오픈 마인드, 크리에이티브, 순수. 몰입, 재능과 재미, 웃으며 농담 따먹기~ 등등…

바스끼아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제니퍼 클레멘트가 쓴
Widow Basquiat라는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장은 언제는 약을 했어요. 절대로 그만두지 않았죠.
유럽이나 일본 혹은 다른 어떤 새로운 곳을 가서도
그는 거기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원하는 것을 어디서 사야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마치 레이다라도 달고 있는 것 같았죠.

Widow Basquiat

나도 그렇다. 어느새인가 보면 늘 그런 곳에 와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 요코하마 모토하치 – 때늦은 발렌타인 파티, 소셜 라이프 만끽~

접기 싫은 이 시간을 중간에서 자르고
멀리서 바라 보기만 했던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너 요코하마로 날라간다.

일본 여행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요코하마 모토하치에서 펼쳐진
때늦은 St. Valentine day’s Party.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하이스쿨 동기 동창생들이 주축이 되어
수 십년 째 그야말로 ‘소셜 라이프’를 함께 해 오고 계시다.
나는 2004년 코시고에 The Fish and Jazz Festival에서 만나
워커씨네 집에서 함께 한 파티가 인연이 되어
이번에도 감사히 초대를 받았다.

덕분에 머나먼 이역 만리 타국땅에서 팔자에 없는(T_T) 초콜렛 선물도 받고.

맛있는 프렌치 뷔페도 잔뜩~ 넥스트도어(Nextdoor)라는 이름의 식당을 통째로 빌렸는데
요코하마의 유럽이라는 트렌디 스트릿 모토하치에서도 손꼽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역시 동창생 분이 하셔서 시세보다 값싸게 접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루 말 할 수 없이 맛있었던 디저트.
성분은? 생크림, 아이스크림, 직접 구운 바삭 쿠키 그리고 마약, 최음제, 뽕 등등이 아닐까.
(얼마나 맛있게 먹었으면, 나 먹는 걸 물끄러미 보시더니 한 접시 더 가져다 주셨다…^^;;)

오늘 발렌타인 파티의 드레스 코드는 ‘레드’ !
나이드신 중년의 아저씨들도 모두
빨간 장미를 꽂거나 빨간 하트 무늬가 잔잔히 박힌 와이셔츠등으로
딱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한껏 멋스럽게 차리고 오셔서 격의없이 재미나게 놀았다.
참 멋있었다! 소셜 라이프란 이런 것이다…싶을 만큼.

다행히 나는 새빨간 바지를 입고 갔으므로 드레스 코드에 상당 부합했다고나 할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사는 재미를 늘려가는 것도
나이들면서 꼭 갖추어야 할 인프라 중의 하나같다.
뭐하면서 어떻게 밥벌어먹고 살까 만큼…
앞으로 뭐하고 놀면서 재미나게 살까?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유진이는 정신 못 차리고 헤롱거리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늦도록 먹고 마시고 논다.
내가 봐도 이런 거 너무 잘하는 나!

달콤한 와인과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구 뒤섞어 마시며.
좋다, 좋다, 좋다,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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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돌아와 동네 선술집에서 전골에 사케 한 잔을 더 걸쳤는데
카메라를 안 들고 가 사진은 없지만~
일본 사케는 또 다른 천국이다.

사케 먹구 것두 부족해 유통기한 지난(?) 꼬냑까지 찾아 먹구 한참 쑈쑈쑈를 하다가
눈 떠보니 숙소에서 쟈켓이랑 양말이랑 머리띠랑 그대로 착용한 채 얌전히 이불에 돌돌 말려있었다는.

술기운에 눈은 제대로 안 떠지지만
귓가엔 쿵쿵…숙소 옆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창문에 툭툭 부딪치는 빗소리.
어둑어둑한 방 안-

도쿄의 일요일, 도시는 따스한 봄비로 촉촉히 젖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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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유진이의 네 번째 일본 여행기

1. 좋은 것은 좋게 즐긴다~ (Day 1,2)
2. 인생을 살 맛나게 해 주는 것들 …풀패키지! (Day 2)
3. 도쿄의 밤을 걷다… (Day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