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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July, 2007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 – 사랑은 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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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olver – 요즘 누가 표절했다던데. 잘은 모르지만. 이거 나오면 가슴이 뛰는 것 만은, 맞아.

사랑과 신은 같다. 이 둘은 모두 가장 용감한 종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 칼 구스타프 융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이라니.
지극히 낭만로맨틱한 제목을 배반하는 하드코어한 이 이야기의 전모를 눈치채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딱히 식스센스가 발달해 있지 않더라도, 드라마가 스스로 발가벗고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같은 결정적인 단서들을 여기저기 친절하게 뿌려주니까.
그렇게 맛이 있다못해 완전히 중독되서 회사일이며 인간관계며 기타 등등 모두를 내팽개치게 만드는 약바른 빵조각을 따라가서 도달하게 되는 곳은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력한 에고로 맞서는 두 오빠의 황량한 마음의 풍경이다.
한 쪽은 파멸시키기 위해, 또 다른 한 쪽은 구해내기 위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은 스토리의 반전이 아니라,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뒤틀린 운명에 맞장뜨는 두 남자의 심리전.
너무나 드라이하다. 21세기의 하드보일드라면…이런 것일까?

이 역시 빤한 사랑 타령이다.사랑이 부재한 현실계에서 사랑을 바라고 구원을 갈구하다 추방당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아이난떼 이와나이)를 읊조리다 결국 사랑 앞에 무릎을 꿇는 역설의 증빙이고
아프고…뜨겁고 슬펐던 기억을 눈치채일 때 버럭 화를 낼만큼 오히려 알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의 고백.
어떤 불운에 의해,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게 되어버린 무언가를 절실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원래대로 되돌리고자 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이다.

오니짱(오빠)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에 대한 무제한의 희생으로, 그녀를 구원함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원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또 하나의 오니짱은 스스로 신이 됨으로써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낙원 위에 칼리귤라같은 폭군으로 군림하고자 한다.
걷고 숨쉬고 느끼고 자신을 갈구하는 타인을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뜨처럼 제멋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이지만
지상에서 원하는 사랑을 찾지 못해 신이 되고자 정교하게 납땜질한 이카루스의 날개를 달고 검은 태양을 향해 직진했던 남자는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찰나의 낙원을 맛본 후, 스스로 신의 왕관을 내려놓고 가장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으로 새장 밖으로 나와 날개를 떨구고 추락한다.
비로소 눈을 뜬 채로…자신의 생에 내려오지 않았던 축복의 별이 한없이 쏟아지는 밤하늘 속에서.

25년의 시차를 둔 두 개의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데칼코마니처럼 접혀진 두 남자의 운명,
그리고 그 두 남자가 바라보는 같은 꼭지점에 서 있는 하나의 유코.

이 가련한 영혼들에 평화를-

저급한 욕망이든 정신적인 애정이든, 경험상 사랑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힘이다. 사랑은 인간사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 중 하나이다. 사랑을 “신적神的”이라고 이해한다면 매우 적절하다. 예부터 정신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을 “신”이라 불렀기 때문에. 신을 믿든 믿지 않든, 놀라워하든 저주하든 간에 “신神”이란 단어는 늘 우리 잎에서 튀어나온다. 언제 어디서든 정신적으로 가장 강력한 것을 우리는 “신”과 같은 어떤 것이라고 부른다. 이때 신은 인간과 대립하며, 명확히 구분된다. 물론 신이나 인간은 모두 사랑을 공유한다.

- 칼 구스타프 융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는 사랑이 혹은, 신이 필요하다. 다가오지 않으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 과정이 아무리 지독하다 할지라도. 그 댓가가 아무리 부조리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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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역사상 길이 남길 명 클로스업이 아닐까 한다. ^^

난 왠지 모르지만. 당신이랑 같이 있음 슬퍼져. 내가 사실은…너무 외로웠었다는 걸 기억하게 해 줘. 이상하지?

-유코-

ps.
그런데!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까지 모두 짓밟아 버리는 이 지독한 결론 중에서도 증말 마음에 안 드는 것.
칸짱. 이치방(첫 번째)이 되어야 한다고. 여자니까, 누군가의 이치방이 되어야 한다고 해 놓고…어떻게 그럴 수가!!
평생을 함께 옆에서 지켜주고 심지어 이자도 없이 돈도 꿔 준 코토코상을 두고
팔팔한 젊은 애 하나 나타났다고 냉큼 마음 속으로 들어오라고.
바다처럼 넓고 담요처럼 따뜻해도 영계 앞에선 소용 없었다.
으흑…코토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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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임에 뎀비 曰 : 그래, 왠지 저런 아줌마한테 공감이 팍팍 돼지? –> 그래, 된다 왜!! T_T)

나한테는 신이 없다
누구도 아무것도 이 손에 전해주지 않았다
얼어붙은 몸을 감싸는 담요도 없었고
고독한 마음을 안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게 내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신이 된거야

그러면 뭐든지 생각하는대로 돼
그것이.. 유일하게
세상이 내 생각대로 되는 수단이다
기다리면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아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
별도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넣을거야
보상 따윈 필요없어 사랑 따윈 필요없어
나는 내방식으로
나만의 힘으로써 손에 넣을거야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 처럼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료-

맨유 코리아 투어 2007 ~ 클래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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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20 (금) 상암구장 오후 8시
맨유 vs 서울 FC – 4:0 맨유 승!

착하고 고운 마음씨를 가지고 열심히 살다보면 (?!)
불과 경기 5시간 전에 맨유 코리아 투어의 VIP석이 확보되었다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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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의 상암이었고, 오랫만의 축구 경기였는데
초록 잔디 위로 쏟아지는 새하얀 조명과 사람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 금요일 밤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사람의 기분이란…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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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기승전결을 거꾸로 뒤집은 결전승기의 구조, 전반 20분에 모든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집중된 특이한 전개였다.
골도 그 때 다 났고(4개 중 3개), 무엇보다 호날도와 루니가 신나서 뛰었기 때문에.

그래서 가장 피 본 케이스라면 바로 딱 30분을 늦어버린 울 선배들이다.

살인적인 교통 혼잡으로 저 먼데다 차 세워놓고 20분을 뛰어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와보니
3점 나 있지 몇 분 보다 후반되니 호날도와 루니 교체되어 나가 버리지
그야말로 메롱~이라는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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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젤 많은 볼거리를 만들어 준 날도군. 수훈상도 받구~ 모자 갸꾸로 쓰고 기분 좋은가 보다.

쓰리스 브라더스(긱스, 스콜스, 스미스)가 몸 풀러 나오니 언니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지붕을 뚫고 하늘을 찔렀는데
정작 활약은 걍 그랬다. 긱스씨가 몇 번 기회를 만들었지만, 그라운드 왼편을 날던 그 옛날 ‘레전드’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다.
스콜스씨는 성격 나왔고, 언제봐도 포지션 참 애매한 스미스군은 정말 못했고.

그 외에는 도당췌 뭘 봐야 할지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가끔씩 전광판에 비치는 지성군의 얼굴만이 유일한 기쁨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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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시상식이 끝난 후였다.
맨유에선 후반에 투입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다시 몸을 풀더라.
쓰리스 브라더스는 코치님 지도 하에 런닝을 했고 (노땅 긱스고 스콜스고 예외없이)
다른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가볍게 공차기를 하던데,
사후 관리가 중요한 것을 알고 시스템화한 니들이 진짜 프로다~ 도장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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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니들 맨날 이러냐? EPL이나 챔스선 경기 끝나면 바로 중계 끊으니까 잘 모르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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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회장님 계신 박스 바로 앞에서 봤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이나 시상이 진행되는 경기장을 내려다 보고 계시더라.

내 돈 내고 봤으면 상당히 아까웠을 경기다. 역시 경기의 맛은 승부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다.
하지만 애초에 승리를 욕심내기 힘들 정도로 객관적인 클래스 차이가 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클래스 자체를 부정하거나 막무가내의 과욕을 품는 것 말고, 어떤 멋진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내가 서울 FC의 젊은 친구들에게서 보고 싶었던 모습은 뭐였을까?
그런 종류의 명백한 클래스의 차이 앞에서 나는 또 어떤가.
바로 그것이 공을 둥글다는 결론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 본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 거짓말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愛なんていらねぇよ, 夏,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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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의 아코…하지만 모든 것이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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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레이지…나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아.

LAST 1을 제외하고 매 편 시작에 흐르는 ‘Life’

교차되는 두 사람의 얼굴.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환한 빛 속에서 레이지를 향해 미소짓는 아코.
천천히 눈을 떠 보지만….아코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눈길을 돌려버리는 어둠 속의 레이지.

떠돌던 레이지의 시선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아코를 ‘발견’했을 때
아.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그런 표정.
오랫 동안 단단히 쌓아왔던 벽이 허물어질 때의 불안감, 절박함이 번지는 레이지의 표정.

그 파열된 마음의 진동이 전해져
2002년 여름의 이야기.
진짜 레이지의 생일 7월 19일을 전후에 두고 일어나는 여름의 이야기에 7월의 두번째 주말을 뜨겁게 버닝했다.

여름.
땡볕과 길게 이어지는 휴가와 높은 기온이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의 어떤 작용들이 ‘성장’을 부르는 계절.
밤을 노니며 긴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얌전한 고양이들조차 부뚜막에 올라 각종 사건사고를 만드는 이 계절은
사랑 따윈 필요없다는 거짓 주장을 파기하기에 참으로 적절한 계절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아코의 주변은 포장은 예쁘지만 악취을 풍기는 거짓말 투성이.
드라마는 온갖 거짓들이 드러나고 사실이 밝혀지는 칙칙한 과정을 따라가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 사실을 넘어 진심이 공유되는 순간에 피어난다.

그중 절정의 거짓말은 ‘사랑따윈 필요없어’라는 아코와 레이지의 독백.
허공에 부딪치며 떠돌던 독백이 서로의 마음에 공명되는 순간, 두 개의 마음이 합쳐지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만든 이 단단한 거짓말에 틈이 생겨 균열이 가고,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위태로운 과정이다.
그 과정은 자신의 영혼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존재의 불안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아코와 레이지는 농약같은 그런 독한 거짓말까지 영혼에 쳐가면서도 삶을 지키는 강한 사람들이다.
그 힘으로, 보이지 않은 채라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온 힘을 다해 향해간다. 한 줄기 빛을 향해.
그래서 좋았다.

사랑을 하고 싶다거나 받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1년이고 2년이고 10년이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일 것이다.
거부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간절히 바라게 되어 버린다.
그 순간이 오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다른 아무런 방법이 없다.
오히려 결심 같은 것으로 불러올 수 없는 대단한 행운이 필요한 것 뿐.
레이지가 피우던 Lucky Strike 같은.
결국 단세포 동물처럼 내내 ‘빛’을 향해 기어가는 거였다.

그 모순의 극한을 가부키초 넘버 원 호스트 레이지가 너무나도 멋드러지게 까발려줘서
즐거웠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레이지같은 남자가, 페라가모를 마구 구겨 신고
구찌표 백양 메리야쓰를 휘날리며 신주쿠를 누비는 레이지 같은 남자가 백기 펄럭 항복할 정도라면
누구든 부담없이 “사랑따윈 필요없어~”라고 멋지게 읊어볼 수 있다. 어짜피 하나마나한 소리이므로. ^^;;

그렇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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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의 아코…눈을 감아도 모든 것이 환히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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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의 레이지 – 이 남자, 기껏 웃는다는 게 이렇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좋다~~~ 걍 좋다.

그리고 몇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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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베르크나 바르톡 같았던 와타베 아츠로의 연기. 어긋나며 어긋나며…만들어지는 감정의 골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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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내내 뎀비는 “언니, 저런 남자한테 맘 뺏기면 안돼!!!” 이따위다. 대체…우리 집에서 낭만은 어디에 T_T

스쿠프(Scoop) : 나의 25번째 우디 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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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 (Scoop, 2006)

허리 굽은 오래된 연인이 내게 다가와 농담을 건넨다. 참 오랜만이다. 이런 옛날식 그대로의 그의 농담.

달팽이의 등에 굽이치는 나선형의 무늬처럼 긴 세월 돌고 돌아 결국 한 점으로 수렴되는 같은 패턴.
정말 내용이 참을 수 없이 신선해서인지, 이제는 예측가능한 그 익숙한 무늬가 반가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달빛같은 모니터 불빛이 환히 어둠을 비추는 초여름 밤, 나는 낄낄대며 기꺼이 폭소로 그에게 화답한다.

많이 늙었네요. 하지만 당신, 여전히 나를 웃게 하는군요. 맨 처음 “브로드웨이를 쏴라”때 처럼. 그 작은 화면 속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낯선 실험따위 하지 않아도 좋아. 맨 처음으로 돌아가기가 더 힘든 것 아닌가요. 모든 것이 그 맨 처음의 새로운 반복이 아니던가요.

신경쇠약과 열등감에 시달려도 웃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모든 인생의 비극이란 결국 한 발만 떨어져서 보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 한 편의 코메디라 했다. 그래서 그건 그저 웃고말 일이지 대단히 심각을 떨 별 일은 아닌 거라고. 그렇게 웃음으로써 얻게 되는 안도감과 웃을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했다. 그 세계관으로 난 여전히 모든 것에 낄낄댄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웃기라도 하지 않고 대체 무엇으로.

그랬던 그가 금발머리 여기자의 ‘아빠’를 사칭한 어리숙한 광대로 돌아왔다. 오색 고깔 모자 씌워 셰익스피어 어느 비극의 막간에 끼워넣으면 딱 좋을 그런 모양새로.

이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웃음거리의 소재로 삼고 있다. 죽음의 배를 타고 가다 사람들을 모아 마술재주를 피운다.
지난 몇 십년간 반복했던 익숙한 농담의 틀에 자신의 죽음을 대입한다. 70이 넘은 노장이 피우는 익숙한 재주를 바라보는 옅은 서글픔의 그늘 속에서 나는 또 웃는다. 폭소를 터트린다. 그것이 우디가 나에게 가르쳐준 극복의 방식. 그가 나에게 원했을 반응.

기껏 영국 찬가를 부르나 했더니 마무리는 거쉰이다. 그조차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한참이나 알모도바르에 빠져있던 내가 간만에 우디 알렌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매치포인트, 맨하탄 미스테리, 앨리스, 범죄와 비행, 또 다른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나의 25번째 우디알렌.

내가 맨 처음 인터넷을 접했던 날, 사무실의 컴퓨터의 넷스케이프가 열어 준 야후닷컴에서 맨 처음 찾았던 단어 ‘Woody Allen’

< 내가 본 우디 알렌 영화들>

  • 돈을 갖고 튀어라
  •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
  • 애니홀
  • 스타더스트 메모리스
  • 젤리그
  • 브로드웨이 대니로즈
  • 카이로의 붉은 장미
  • 한나와 그 자매들
  • 라디오 데이즈
  • 또 다른 여인
  • 뉴욕 스토리 (3/3)
  • 범죄와 비행
  • 앨리스
  • 부부일기
  • 맨하탄 살인사건
  • 브로드웨이를 쏴라
  • 마이티 아프로디테
  • 에브리원 세즈 알러뷰
  • 디스트럭팅 해리
  • 셀러브리티
  • 스몰타임 크룩스
  • 할리우드 엔딩
  • 애니씽 엘스
  • 매치포인트
  • 스쿠프

그리고 그가 출연한 영화 몇 편

  • 결혼 기념일 (Scenes from a Mall)
  • 션샤인 보이

…이것 뿐인가? 흠.

과음을 하는 이유?

# 오늘 아침 – MSN

“아 참 그런데…키보드의 책껍데기는 정과장님의 소행이신가요?”

“전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껍데기 있잖아요….왜 그 책에 둘러쌓여져 있는. 책 길이의 1/5 쯤 되는거.”

“전문용어로는 ‘띠지’라고 합니다만.” (물론, 전문용어가 아니다.)

“네. 맞아요. 띠지! 그런데 출근해 보니 키보드 위에 그 띠지가 한 장 놓여져 있는 거예요. 거기엔 이런 말이…
남녀들이 과음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서로를 사랑하기를 원하기 때문이고 그 사랑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찔립니다!!”

“책제목도 없고…그냥 17,000원짜리 소설이예요. 찔리시죠? 왠지 정과장님이 떠올랐습니다.”

“전 아니고, 소설도 아닐겁니다. 한국에서 소설 한 권에다가 17,000원을 붙여서 팔아 먹긴 힘들거든요. 아마도 제 추측으로는 과장님이 사랑하시는 H대리님의 소행일 듯 싶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만…저는 그 분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ㅋ”

“그렇담 S과장의 소행은 아닐까요? 술이라고 하니 왠지 떠오르는…S과장.”

“아마 아닐겁니다. S과장과 책은…왠지 거리가 멀거든요.”

“그런데 대체…어떤 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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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후 – 추적

‘검색’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을 활용해 어떤 책인지 찾아냈다. 물론 저 띠지의 키워드로는 안 찾아진다. 가격으로도 물론. 찾게 해 준 매개체는 띠지 뒤에 붙어있던 ISBN. 역시나 메타데이터는 소중한 것이여~

그런데 실망했다. 고작해야 저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저런 멋진 문장을 착출했단 말이냐. 이건 마치 어린 날 귀가 닳도록 들었던 시시한 어른들의 결론에 백기 펄럭~ 끄덕끄덕 숙이고 들어가기 위해서 그 길고 긴 방황의 세월을 보내야하는 청춘의 운명과도 같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신비주의가 짱이다! (그리하여, 책 제목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미지의 책 한 권이 가져다 준 미풍같은 설레임은 매일 매일 똑같은 네모반듯 오피스 라이프에 작은 점 하나를 찍어줬다. 그 점에서는 옅지만 신비한 광채가 새어나와 닫힌 문 저 건너편을 상상해 보게 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꼭 저 건너편이 그 광채에 걸맞는 빛나는 그 무엇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또, 굳이 내가 닫힌 문을 열고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나를 매혹시킨 한 작은 존재와 존재가 속한 실제 세계와의 상관관계나 타당성을 검증해 봐야할 필요도 없다.

잠시나마 저 건너 편을 상상하면서, 내 마음이 흔들렸던 그 시간만이 중요하다.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있어서, 눈을 반짝이며 해야 할 일을 접어두고 수수께끼에 마음을 쏟았다는 사실이 기분좋다. 어짜피 5분 후면 난 다시 여기로 돌아와 있을 테지만 그래도 이 ’5분의 일탈’로 인해 나는 이런 중대(?!)한 결론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과음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을 원하기 때문이고, 그 ####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의 알콜기는 길 위에서 섭취되고 길 위에서 내 몸을 빠져나간다. 술을 마시면 모든 것이 흔들거리지만 그 속에는 가끔씩 아주 또렷히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들이 있다. 찰칵찰칵 열심히 찍는다. 하지만 카메라 안에는 필름이 없다. 술을 깨면 그것들은 우수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다. 술을 먹어도 술을 깨도 똑같이 절실한 것…그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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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 상황임. 특정 인물의 책상과 무관함. –;

빗속에 치킨 냄새

다시 비가 거세지는 걸 보니 기상청에서는 장마가 그친다고 했을까?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내가 할 일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할 일에 대해서는 생각이 안 나고
비에 섞인 치킨 냄새만이 솔솔 창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치킨 치킨 매운 치킨…
블로그 쓰면서 다시 창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검토해 봐도,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진짜로 치킨 냄새다.
튀김옷에 잘게 저민 청양 고추를 버무린 매운 치킨과 고기로 속을 꽉꽉 채운 고추 튀김.
지글지글 기름 냄새로 충만한 뜨거운 김과 매운기가 화악~코를 덥치는!

지난 주에만 두 번을 먹었건만, 가장 최근에 먹은 지 24시간이 겨우 지난 것 같은데
천둥과 번개와 점점 더 심해지는 빗속을 뚫고 뛰쳐 나가 택시 잡아 타게 만들고 싶은 이 악마여~
참아야 하느니라………..T_T

으윽. 이 사태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

그 날도 밤이었다. 나는 결국 택시를 탔지. 하지만 그래서 배울 수 있었어. 택시는 그럴 때 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오늘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그리고 그러고 난 다음 조속한 시일 내 매운 치킨 먹으러 가야겠다.
너무 배부르지 않게.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와야지. 그 날은 맑았으면.

special thanks to 세상에서 제일로 똑똑하고 멋진 영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