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로버츠 트리오 내한 공연
2007.1.27 (토)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 전당
이 세계에서 나는 길치야. 문을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쏟아지는 낯선 음표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그 때마다 난 내가 품에 가진 단 하나의 나침반을 들고 여디가 어디쯤 인지를 목측해 봐.
한 알의 까만 콩나물 안에 갇혀 있던 무수한 음들을 대기 속으로 산산히 풀어내 버리는 듯한 저 해체의 느낌은 키스 자렛과 닮아있군.
하지만, 그처럼 어느 순간 인간계를 넘어 닿을 수 없는 영원의 세계 속으로 넘어가 버리는 듯한 고양감과는 다른 것 같아.
노력. 인간. 오랜 협업. 이해. 지적인 분석. 엄정하게 훈련된 방식을 통해 구사하는 자유로움.
그들은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자유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그에 반응하는 것은 내 머리가 아니라 내 몸.
체계와 맥락없는 머리의 서툰 안내 대신 지터벅과 블루스, 스윙과 쿠반 리듬을 기억하는 몸의 신경들이 나서서 길을 찾는 거지.
불완전한 몸의 측량은 때로 엉뚱한 곳에 이르게도 하지만, 내가 어디 있든 심연의 저 편에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음들은 낯설고도 아름다워.
해변에 부딪친 파도가 수 만 갈래 물거품으로 쓸려 나가듯, 원 위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파열된 음들이 다시 모여 감미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도저히 이 곡이 Embraceable You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 내 앞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는 느낌.
한 두 어 시간 진행된 이 공연을 해석하고 공부를 하자면, 최소한 몇 학기는 수업료를 내야 할 것 같지만.
피아노 + 베이스 + 드럼. 이 단촐한 조합에 예당의 무대는 너무 휑해서, 이런 공연을 이런 환경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제서야 제 흥을 찾은 듯한 연주자들이 신나게 연주한 마지막 앵콜곡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에서 그 거리는 완전히 좁혀지고 말았다.
멋진 것에 아낌없이,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했던 시간….아, 근데 너무 짧다. 이런 건 완전 폭식하구 싶으당!

싸인에는 서툰 손.

단촐한 멤버 싸인. 1,000원 짜리 프로그램은 광고 투성이로 실망스러웠지만, 마커스 로버츠가 직접 쓴 프로그램 노트에서 극적 반전이 있었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인생과 맞서기 위해 그리고 승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주장하기 위해 우리는 블루스를 찾아 나서지요…”

대략 이런 분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