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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뮤직 천국과 지옥

#천국

지난 몇 년간을 써 온 네이버 뮤직 앱은 아직도 어디로 가야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려나…들어갈 때마다 헤매다만 나왔는데, 애플 뮤직은 딱 하루 쓰고 났더니 쓰기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인, 세상 단 하나 뿐인 나만의 앱으로 변신해 버렸다.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

들어도 들어도 좋은 음악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하루에도 여러 번 깜짝 깜짝 놀래면서 요런 보물들을 못 만나고 찾아 헤맨 지난 시간 내 인생이 아깝기만 했다. 담당자들도 애쓰고 있겠고, 톱100과는 교집합이 없는 독특한 내 음악 취향때문이기도 하겠지만은 어쨌든 그렇게 됐다. 지난 일주일 신세계를 경험하며, 음악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내 인생에서도 뭔가 이렇게 딱 맞는 채널을 못 찾고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새로운 차원의 의구심으로 발전될 정도였으니.

늙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감수성이 메말라서, 더 이상 내 마음이 음악같은 건 원하지 않게 된 거라고. 아니었다.오밤중에 일어나 미친듯이 쿵쿵거리며 춤을 추기도 했고, 이불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음악으로 밤을 세우고 아침을 맞는 것도, 어둠 속에서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보는 것도, 아이폰6를 거꾸로 들고 끝도 없이 클릭질을 하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저 난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래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선 이렇게 나를 위한 음악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어.

덕분에 극도의 수면부족과 시력감퇴, 노안 등등 부작용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난 애플 뮤직과의 연애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 오프라인으로 듣기>로 차 안에서 간밤에 받아놓은 수 백 여곡을 랜덤 플레이 하고, 귀에다 이어폰을 달고 살며 하루에도 여러 번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음악 퀄리티에 자뻑을 했다. 뜬금없이 DJ가 되고 싶기도 했다. 이 좋은 음악들을 혼자 듣기가 아까웠다. 세상의 문 하나가 새로 활짝 열린 느낌이었다.

#지옥

어제 저녁, 한국 앱 하나 받으려고 로그아웃하고 한국 계정으로 들어가려다 보니 한국 계정도 로그인이 안되고, 애플 뮤직을 썼던 미국 계정도 로그인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 졸지에 iOS 미아가 되어 vpn 앱을 받고 등등 난리를 치다가 결국 수십 번 트라이 끝에 간신히 미국 계정으로 로그인하긴 했는데…. 그것도 사실 참 요상한 일이다. 안될려면 끝까지 안 돼야지…왜 수십번 하다보니까 들어가 지냐고. 수십 번을 그러고 있는 나도 웃기지만. 절박하고 궁지에 몰리면 사람은 그런 일이 하나도 웃기지 않고 다 하게 된다.

열튼 천신만고끝에 로그인을 했는데 !!! 두근두근 뮤직 앱에 들어갔더니 그동안 담아놨던 모든 음악이 날라가 버린 것이다. 일주일동안 밤새워 만든 리스트와 받아놓은 곡들이 싹 다. 그 음악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우린 이제 시작일 뿐인데.

충격과 공포였다. 결론적으로는 무수한 검색질과 잔머리 끝에 아이클라우드의 애플 뮤직 라이브러리를 on시키자 리스트들이 돌아왔지만, 나로선 알 수 없는 ‘병합’과 ‘ 대체’라는 옵션의 기로에서 ‘병합’을 선택한 결과 결국 제일 많은 곡을 담아뒀던 제일 소중한 리스트는 날라갔고, 파일 다운로드는 모두 다 새로 해야 했다.

덕분에 음악 제목 A부터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으며 음악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 C까지 마쳤고 이건 하면 그냥 언젠가는 끝나는 종류의 일이다. 최소한 만나자마자 이별같은 어이없는 상실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리스트를 다시 다운로드를 받는다 해도 언제 이 리스트가 날아갈지, 음원의 접근이 언제 막힐지, 언제 다시 계정이 튕겨나갈지는 알 수 없다.

음악에 있어서 난 집을 찾았고, 여기가 끝(이자 많은 것들의 시작)이라고 감을 잡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국인이 아닌 내가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와 애플 뮤직을 듣는다는 것. 그것은 근사한 최고급 남의 집에 부실한 계약 관계로 몰래 들어와 얹혀 사는 난민이라는 의미였다. 내가 아무리 여기서 진심의 아이러브유를 외치며 열심히 채우고 꾸며도, 언제 쫓겨날 지 모른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집, 닫혀버린 문 앞에서 내 처지를 실감했다.

하지만, 난 지금 무슨 노래 가사가 지목한 바로 그 시점이다. 멈출 수가 없었어~~ 그땐~~ 아무리 그래도 다시 네이버 뮤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시 파일들을 받기 시작한다. 이어폰과 스피커도 새로 알아보고 있다. Vifa 코펜하겐이 맘에 딱 차는데, 가격이 하늘에 매달려 있다. Vifa를 보고 나니, B&O도, B&W, Boss도 다 눈에 안 들어온다. 돌아와 보면 난 그냥 에어플레이 되는 Tivoli model one이 필요한 것일 뿐인데, 그런 건 또 없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 애플 카플레이는 어떻게 다는 걸까. 난 정말루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고 기가 막힌 음악의 성이라도 쌓을 기세다.

한국 앱스토어에만 있는 앱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존에 한국 계정으로 받은 앱들 업뎃은 어떡하지? 기기가 초기화되거나 OS를 업그레이드를 하면 어떻게 되려나…폭풍 검색이 답해 주지 않는 문제들. 애플 뮤직을 지키려면 난 계속 이 낯선 계정 안에만 갇혀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내딛지 못하고.

그런데도 계속해서 음원들을 받고 리스트를 추가한다. 모든 게 한 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헛수고가 될지도 모를 일을 밤을 세워가며 또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멈출 수가 없다.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것을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난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예프게니 키신 내한공연 – Mission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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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神을 만났다. 두 번째 만남.

클래식은 문외한이지만 그냥 보고, 직접 듣고 싶었다. 발레는 몰라도 강수진의 움직임을, 토슈즈를 신고 사뿐히 뛰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처럼. 그저 그 뿐이었다. 쇼팽이든 스크리아빈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그게 뭐든, 그건 한 인간이 자기 생의 거의 모든 것을 바친 결과물이니까. 이런 관점의 관람객에게, 퍼포먼스의 소소한 부침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승부나 대면이라기 보다는, 받아야 할 감동은 모두 미리 채웠고 남은 것은 인증정도인 좀 재미없는, 전폭적으로 치우친 태도니까^^;;

결혼도 하지 않고, 콩쿨도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과 6살에 만난 스승 칸토를 제외하면 거의 누구와도 접하지 않는 격리된 삶이라고 한다. 난 지극한 기계적 성실함이 자아내는, 오그라드는 감수성이 배제된 무심한 열정에 매혹된다. 그저 손가락이 망치인양 쳐두드리듯이 연주한 키신의 라깜빠넬라가 나에게는 최고인 이유다.

윤디리가 그렇게 좋다고들 한다. 그 빠른 속도에도 전혀 손상되지 않는 서정성이 놀랍다고들 한다. 막귀인 나에게도 느껴지는 선명한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연주는 너무 달았다. 너무도 섬세하고, 정교했고, 감정이 많았다. 그래서 내 미천한 개취로는 도저히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시드니 심포니의 지휘자로 등극한 아쉬케나지의 끼워팔기같은 느낌이었던 키신과의 첫 번째 만남. 아쉬케나지의 라흐마니노프로 젊음의 짧은 한 때를 누렸던 나에게는 뭔가 헛헛한 만남이었고, 메인 연주 한 곡으로 만난 키신은 두고두고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키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놀랐던 것은 내가 열광했던 그 키신이 아니었다는 것. 풍요롭고 서정충만하고. 내가 피상적으로 이해한 기계적, 구도자적, 자폐적 연주가 전혀 아니었다. 당근!!! 그런 어마어마한 천재, 대가가 이런 문외한의 이해 영역에 머물러 있을 리가.

그런데도 감동스럽더라. 전혀 알거나 범접할 수 없는 순정의 알고리즘을, 수식 자체는 아니라더라도 최소한 그 최초의 발상이나 아이디어, 세계관을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주는 누구처럼. 대가는 그렇더라. 첨 듣는 스크리아빈이 이렇게 마음을 흔들줄이야. 난해할 거라 지레 짐작했었는데, 그저 아름다웠다. 물론, 내내 내가 보고 듣고자 했던 것은 기계적 성실함뿐이었지만.

어쨌든 이리하여, 내가 가장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세 명의 아티스트를 모두 영접했다. 인생의 중요한 미션을 간신히 마친 느낌? ㅎㅎ 키스 자렛, 강수진, 키신. 모두 K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신은 10대, 키스 자렛과 강수진은 20대 초반에 만났다. 세 사람에게는 모두 대번에 사로잡혔었다. 그 때는 그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주 머나먼 꿈이었다. 그들을 너무나 먼 세계에서 왔고, 그들을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는 상상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다른 세상의 도장이 찍혀져 밀봉된 음반과 영상 속에서만 간신히 접선할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들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고작 돈 얼마를 내고 이룰 수 있는 쉬운 꿈이 아니었는데, 살다보니 그렇게도 될 날도 맞이하고 있다.

그냥 살면서 한 번쯤 이들 세 사람을 내 눈, 내 귀로 듣고 봤으니 어느 정도는 됐다 싶으다. 에릭 클랩튼 포함하면 네 명~

올해는 강수진을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고. 자렛 옹과 키신은 몇 번은 더 올 것 같구. 쫌 넓혀보면, 약간 다른 기분으로 곤잘로 루발까바 정도? (요새 모하심??) 달달마왕 곤잘로님은 반드시 남자와 함께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교과서적인 구상 정도만. 마이클 잭슨은 갔고, 김현식 유재하도 갔으니 별로 욕심나는 인간도 없다. 문명진 또 볼 거구, 장국영은 갔고.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쳇 베이커… 근데 죽은 사람들만 그리워하고 있기엔 너무 좋은 봄날이다.

방에 음악을 틀어놔야겠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음악을.

키스 날리는 키신 ~ 걷는거 땀닦는거 웃는 거 인사하는 거. 피아노 치는 거 빼고 죄다 어색어색. 그래서 더 좋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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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진 콘서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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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8.15(금) 연세대 백양홀

오로지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파서 나선 백만년 만의 신촌행.
정작 콘서트는 문가수를 내세운 소속사 DH 엔터테인먼트 패밀리의 종합선물셋트였다.

덕분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허니 패밀리는 물론
디기리, 에이텐션, 일레븐, 스페이스 카우보이 등 이름도 성도 몰랐던 노관심 가수들을 줄창 보고 왔다.

문가수는 가뭄에 콩나듯 가끔씩만 등장해 분위기 쎄웠을 뿐.
심지어 불후의 명곡 출전곡만 부르고, 개인 앨범에서는 딱 한 곡밖에 안 불러주는 극악의 셋리스트.

표를 살 때부터 우려했던 사태가, 더 심각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근데 그게 뭐랄까. 나쁘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몸 잘 쓰고, 에너지 충만한 남자(애)들이 떼로 나와 있는대로 끼를 부려 대는데
그냥 보는 내내 되게 흐뭇하고, 좋았다.

첨에는 팔짱 딱 끼고 엄마 미소 지으며 지긋이 내려 보다가,
어느 순간 ‘아직 이럴 땐 아닐지도 몰라!’자리를 박차고 방방 뛰며 고성인지 괴성인지 모를 것을 질러댔던
제법, 여름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뜨겁다 주장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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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진은 정말 노래를 잘한다.

박진영이 미국에서 음반작업할 때, 유튜브의 “One Last Cry”를 본 브라이언 맥나잇이
문명진이 누구길래 내 노래를 그렇게 잘하느냐고 물었다던 그 문명진이다.

진성과 가성을 마구 넘나드는 초절정 고난이도의 테크닉에
한 R&B 커뮤니티에서 과연 이 노래가 라이브로 가능한가 라는 논란이 벌어졌다는 노래 < 잠 못 드는 밤에>

팬카페에서 누군가 연습실 도촬한 동영상을 봤는데,
그냥 PC 앞에서 무성의하게 흥얼대던 < 잠 못 드는 밤에>가 떼깔좋게 녹음된 CD같아서 아찔했었다.

흑인 소울 쩐다는데, 난 모르겠고 그냥 한없이 가슴으로 다가왔던 소리.
살아있는 한국 가수 중에서는, 임재범 이 후 처음으로 직접 노래하는 소리가 듣고 싶었졌던 가수였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꼭 목소리만으로 완성되는 것만은 아닌 듯
꼬박꼬박 챙겨보게 된 불명의 편곡이나 과거 앨범의 수록곡을 들어보면,
가수의 역량 외적인 것들과 그의 펀더멘털의 수준차가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까웠다.

좋은 환경, 일류들이랑 작업해서 작품 좀 만들어 보지~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번 최고로 살아보지 끌끌대며 오지랩퍼성 안타까움을 갖기도 했지만
콘서트를 보고 나니, 그들은 가족이고, 떼어놓을 수 없이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좀 더 소중한 쪽을 선택한 것일뿐. 그 선택이 가슴이 쪼개질 만큼 어려운 일일지라도.
꽉 쥐었던 손을 풀고, 닿지 못할 먼 곳으로 풍선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이 지나면 내가 선택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지.

어둠 속에 한 쪽 표정을 감춘 반쪽 달이 환히 비추는 불금의 신촌.
찾지 않은 세월에 비해 많이 바뀌지도 않았건만, 이 동네는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가수인지 누구인지의 선택에는 꽤나 납득이 되는 쫀득쫀득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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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 하는 문가수. 다음 단독 콘서트 때 지대로 한 번 다시 봅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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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비와의 듀엣 SLOW JAM. 듀엣도 좋았지만, 화요비양이 솔로로 부른 My Funny Valentine도 듀금이었음. 허스키한 중저음 보이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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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게스트 울랄라 세션. <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정말 분위기 터져나갈듯. 여기 콘서트도 꼭 한 번 방문이 필요함. 기 받으러 ㅋㅋㅋ

All The Things You Are

All The Things You Are

브래드 맬다우, 멕코이 타이너, 몽크, 리코니츠 등등 여러 분들의 연주로 들어봤고, 혹시나 해서 랜덤 플레이 해 놓고 눈감고 들어봤는데도. 역시나 키스자렛 옹의 연주가 젤로 좋다.

자렛 트리오의
앨범의 연주는 거두절미, 시작하자 마자 바로 서설없이 본론으로 파고 들어가 황야를 펼쳐놓는다. 길들여지지 앟은 종마가 황량하고 거친 벌판을 뛰어넘어, 세상에 끝에 이르러 너의 모든 것을 찾아 오겠다는 식이다. 말은 한달음에 지평선 넘어가고 바로 음악 끝! 남은 것은 모험의 시작이다. 원곡이 주는 막연하고 아련한 바램은 질주하는 연주로 인해 매우 적극적인 행동으로 전이된다.

You are the promise kiss of spring time
that makes the lonely winter seem long…
////////////////////
Someday, my happy arms will hold you
And Some day, I’ll know that moment divine
When all the things your are mine

그런데, 유튜브에서 Tribute보다 더 멋진 연주를 발견. 대박!

업로드 2009년6월. 이런 것이 세기의 연주가 아닐까. 완전히 해체되고 조각조각난 부스러기를 이어붙인 All The Things You Are. 곡 해석도 남다르지만, 이런 음악적 비전을 구현해낸 키스 옹의 테크닉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게리 피콕, 잭 디조넷과의 협연도 끝내준다. 특히 드럼이 아주 그냥~ 4’40″ 잭디조넷의 드럼 솔로를 지켜보며 매우 만족스럽고 이거다라는 듯한 자렛옹 표정. 아무 것도 거시기할 것 없는 우주적 충만만으로 가득한 표정. 무엇인가를 조론, 조론한 눈빛으로 바라본 지가 ….언제였더라. 지난 키스자렛 공연때;;정도.

하지만, 대척점의 오스카 페터슨옹의 연주도 좋다. 모두를 공감하고 즐겁게 만드는 거리낌 없는 에너지와 현란한 스윙감에는 어떤 토도 달 수가 없다. 그 앞에서는 무거운 사색이나 정리되지 않은 깊이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 즐겁고 화려한 음악이 펼쳐지고 있는데 말이다. 뭐 볼 것도 없이, 닥치고 해피엔딩의 기운이다. 이미 all the things you are 피아노 옆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연주 끝나고 같이 한 잔 하러 가려고.

그리고 내가 요즘 무지 아끼는 행크 존스 할배. 과한 거 싹 빼고 딱 거기까지를 풀어내어 주시는 최고의 BGM. 초집중하는 감상용은 아니지만, 재즈 스탠다드가 필요한 많은 상황들과 참 결합하기 좋은 음악. 단박함의 세련된 경지…뭐 그래. 꼭 All the things you are가 내 것이 안되면 또 어떠리…이렇게 있다면 봄바람에 불어오는 키스처럼 내게 오겠지…지금은 장마라는 게 함정이지만.

거장들의 음악 속에서 사소한 내 현실을 잠시 잊어본다. 이런 날도 있는거지 모. All the things you are mine. 이런 날도 올거고.

Keith Jarrett – Gary Peacock – Jack DeJohnette : 30 – 3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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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19(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30년을 함께 했다는 3명의 남자를 3번째 만났다. 해가 진 뒤에도 아직 하늘에 남아 있는, 어스름한 빛의 잔영 같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골라 주신 음악도 한결같이 곱고 편안했다. Pt2의 두 번째 곡 “Ballad of the Sad Young Men” 예의 Pt2의 붉은 셔츠를 입으시고, 너무나 익숙한 쾰른 앨범 자켓의 그 포즈 …피아노 앞에 고개를, 온 몸을, 온 마음을 숙이고 있는 대로 웅크려, 깊은 어딘가를 홀로 들어가 끌어올린 첫 음을 건반 위에 짚어내셨을 때 온 몸에 흐르는 전율. 그리고 천천히 자렛 옹의 흔들리는 등짝을 따라 흐르던 선율은 슬픔이기도 했고, 기도이기도 했다. Shenandoah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느낌. 진심으로 이 공연에 감사한다. 이 한 곡 만으로도.

생각해 보니, 늘 그랬네. 티켓 값이 싼 것도 아닌데, 항상 고맙다는 기분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무슨 망언인가 싶지만. 그 분들의 공연에선 늘 내가 을 내지는 병, 정, 무가 된 듯한 기분. 돈 내도 안 팔면 못 사는 독점적 공급자이므로. 뭐든 갖다 바칠테니, 그냥 살아만 계셔다오 그리고 계속 가끔 들러서 연주 들려주세요 굽신굽신 이런 식이 되어 버린다.

Pt1의 마지막 곡. 세 영감님들에게서 들어보지 못했던 스타일이었다. 엇박자로 뚱따뚱따, 음의 전개도 이국적이고…스탠다드 넘버가 아니라, 어느 남미에서 온 선율처럼 같았는데, 셋리스트 보니 I didn’t know what time it was란다. 참 좋았다. 오래된 우물에서 전에 맛보지 못했던 차고 신선한 물이 흘러나와 익숙했던 풍경에 새롭게 눈뜨게 해 주는 것 같은.

4번째 앵콜곡, Straight, No Chaser. 옛다 이거 먹고 떨어져라??? 안 가고 보채는 아이에게 줄까 말까 감춰놓은 제일 맛있는 초코바를 던져주시듯(ㅠ), 맨 끝에서 있는대로 실력 발휘를 해 주셨다. 네네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맛나요 맛나. 이제 집에 갈께요. 아는 곡이 거의 없었는데, 따다다다~ 따다다다~따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와 몹씨 반가웠다. 운전하며 오는 길 내내 흥얼흥얼~

언제나 앵콜로 빠뜨리시지 않는 When I Fall in Love. 수 없이 들었는데도, 집중 복습 기간이었던 지난 주에만도 Whisper Not과 Blue Note 버전을 번갈아가며 4~5번은 들은 것 같은데도, 그래도 이번의 연주는 같지않고 또 새롭다는 것에 놀란다. 익숙한 선율 속에서, 음들이 여기 저기 예측할 수 없이 일탈했다 자리잡기를 반복하는 몇 분을 귀로 따라가며 그것이 마치 지나온 삶의 궤적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 음악과 함께 한 시간들이 떠올라 뭉클뭉클했다.

솔로까지 네 번의 공연을 봤는데, 그 중에서 이번이 자렛옹의 손가락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였다. 사실 나에게 오늘의 최고의 볼거리는 자렛옹의 손가락 그 자체였다. 우주를 떠돌던 그 많은 음악에 최종적으로 음이라는 물리적 형체를 부여한 그 손가락들.

그 오른손의 손가락이 건반이라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경이로운 모습을 목격했다. 자렛 옹의 손가락이 건반에 닿을 때 마다 내 귀에 자렛 옹이 선택한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망치로 내리쳐 정확히 겨냥한 그 자리에 말뚝을 박듯이 손가락으로 건반을 찍어 누르는 것도 모자라, 내리친 지점을 다시 한 번 힘주어 좌우로 흔드는 타건에 압도되었다. 마치 음악이라는 지평에 어렵사리 내린 음을 다시 한 번 단단히 고정이라도 하려는 듯이. 이렇게 만들어진 음은 곧바로 휘발되지 않고, 제 역할을 한 후에도 길고 긴 잔음으로 남아 뒤이은 음들과 겹치고 공명하며 소리의 입체감과 깊이를 만들어 낸다.

피아니시모로 들리는 여린 음들을 치실 때 오히려 등근육을 잔뜩 긴장시켜 손가락 끝까지 힘을 전한 채, 한 치의 더함도 덜함도 없는 정량의 소리를 내기 위해, 알을 품은 어미새처럼 너무나 조심스레 건반을 아래로 밀어내는 손가락의 움직임. 작고 여리지만 그토록 소중한 음 하나가 태어나는 경이로운 생명 탄생의 순간을 지켜보는 듯한 순간들이었다.

때로는 손등을 피아노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때로는 둥그렇게 말아 세우기도 하시고, 때로는 깃털처럼 가볍게 쓸어내리시기도 하고, 고개를 최대한 오른쪽으로 돌려 몸을 비비 꼬아 스핀을 먹이듯 건반을 두드리시기도 하고, 머리부터 허리까지 대각선을 만든 후 어깨선에서 잔뜩 팔을 뻗쳐 그 끝에서 건반을 두드리시기도 하고, 오른발 왼발로 번갈아 장단을 맞추시고 그것도 모자라 엉덩이를 들어 흔들거리는 몸의 리듬을 건반에 실어내시기도 하고…

지난 네 번의 공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 순간도 그냥 지나쳐 보내는 음은 없었다. 모든 행동은 한 음 한 음에 모두 생명을 부여하려는 한 인간의 몸짓이었다. 오늘 자렛 옹은 몇 개의 음을 치셨을까? 몇 천 개? 몇 만 개? 어쨌든 자렛 옹은 그 수 만큼의 음에 진실한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연주의 행태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에 있어서도 자렛 옹의 연주는 피아노와의 섹스가 맞다. 인정, 땅땅땅. 정확히는, 피아노를 매개로 한 음악과의 접신이겠지만. 그래서일까? 아무리 봐도, 이렇게 가까이서 HD급으로 봐도 자렛 옹 나이 대비 넘 심하게 섹시하심. 누가 섹시함과 생산 능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문 좀 써봐…자렛 옹을 샘플로 해서.

참, 또 하나의 대박!!! 중간에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피아노 현을 두드리시거나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조율에??) 자렛 옹이 어수선하게 무대 뒤를 왔다갔다 하시고 했는데, 그러다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주 시작 전 선글래스를 벗어서 피아노에 올려 놓으셨다. 덕분에 선글래스로 가려지지 않은 자렛 옹의 오르가즘 쌩얼을 눈 앞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레어템. 한 마디로, 색계에서 양조위의 그 표정에 못지 않다. 돌이켜 보는 것 만으로도, 심박수 급상승*.*;; 광클질에 비싼 표 앞자리 득템한 보람이 팍팍팍-

좌석 덕분에 작정하고 자렛 옹에 집중한 덕에 나머지 두 옹께는 대놓고 소홀했다. 어쩐지 연주 구성에서도 자렛옹의 비중은 더 높아진 것 같다. 드럼, 베이스 솔로가 이렇게 드물었나 싶었다. 원래 그랬나? 특히, 잭 디조넷의 드럼에서 뭔가 빠진 것 같다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다 아니고, 그저 내가 이제서야 트리오의 연주를 제대로 듣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다.

트리오에서 *표정*을 담당하고 계신 피콕 옹. 얼굴에 간간히 떠오르던 미소가 푸근했다. 드럼 셋트에 가려 디조넷 옹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자렛 옹은 워낙 나홀로 심취가 취미이신지라, 피콕 옹의 미소가 양 쪽을 접착제처럼 이어 주어, 트리오를 완성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처음 (사진으로) 뵐 때와도 비교도 안 돼게 쪼그라드셨지만….그러고 보니, 피콕 옹에게 푸근하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날이 왔네. 예전에 사진으로만 접할 때는 독수리처럼 매섭고 날카로운 눈매로만 기억했는데. 다시금, 세월이란.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장면. 베이스 독주에서 피콕 옹이 음을 좀 다르게 비틀어 연주하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오우~”하는 탄성으로 화답했던 자렛옹. 관객 대다수가 놓쳐버렸을 미묘한 변화를 30년 지기 협연자는 간파했고, 80대 노연주자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사심없는 찬사를 날린 것이다.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서로를 감탄시킬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기억하는 이번 연주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순간이다. 첫 번째는 마지막 커튼콜 때 세 분이 부둥켜 안으시던 모습. 30년을 같이 보내고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분들이 벅차게 서로를 얼싸 안는 모습은 그저 감동이었고, 우리의 박수와 환호성이 그 트리거가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일본에서는 이제 더 이상 트리오 활동을 하지 않으신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고 했다. 앵콜이 죄송스러울 정도로 연로하신 두 분을 보며 (자렛 옹은 열외~) 그럴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아니, 이미 지났다는 것을 알겠는데도 여전히 이 트리오에게 안녕을 고하기가 아쉽기만 하다.

자렛 옹의 연주를 실제로 보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은 풀었고…오늘 공연 보다가 그만 새로운 소원이 생겨버렸다. 이 소원은 못 이룰 것이 백퍼 확실하다. 그래도 이미 소원이란 것이 되어 마음 속에 자리잡아 버렸으니 어떡하지? 자렛 옹이 푹 숙인 쾰른 포즈로 연주할 때 자렛 옹 귀에 들리는 소리로 연주를 듣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거기서 자렛 옹이 듣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어쩜 나는 반밖에 혹은 반의 반밖에 못 듣고 있는 지도 모른다. 거기 가야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다. 어찌하면 이 소원을 풀 수 있을까. 구마모토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시속 260km의 신칸센 상-하행 열차가 스쳐지나가는 광경이라도 지켜봐야 하려나.

아름다운 꿈에서 깬 것 같은 느낌. 그날처럼 달빛이 쏟아지는 광화문을 하염없이 걷고 싶었다. 봄밤 속으로 걸어들어가, 간만에 선선해진 봄바람에 치마도 날리고, 자렛옹 만나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싶었지만, 현실은 네비 언니의 말씀에 복종하며 최적이 아닌 듯한 의심스러운 경로를 따라 얌전히 귀가. 간만에 블로그 쓰며, Tribute의 Ballad of the Sad Young Men과 이어지는 All the Things We are, Blue Note의 Lament 등 오늘 연주곡들 무진장 리피트. 지난 세월 참 많이도 들었는데, 그런데도 이제서야 비로소 이 트리오에 조금은 귀가 트이게 된 것 같다.

하지만, 2013년 한국의 5월. 희망이 소진되어 힐링으로 떡칠한 가면극같은 현실 속에서 이런 순수의 결정체를 듣고 있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 그간의 자렛 옹 공연 감상기

2011.6.2 Keith Jarrett Solo Concert in Seoul
http://youzin.com/blog/?p=2956
꿈에 그리던 솔로 공연!!! 이 날의 한 줄 요약 ‘소용돌이치는 까만 하늘에서 고흐의 별들이 마구 떨어지는 것만 같은 황홀한 밤’. 터져 나오는 기침 때문에 무진장 고생했지만…5번이나 앵콜 받아주신 자렛 옹과의 교감도 너무 좋았고, 자렛 옹도 한국 팬들의 광적인 반응에 매우 즐거워하셨다는 후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공연 끝나고 많이 많이 걸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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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8 Keith Jarrett – Gary Peacock – Jack DeJohnette 첫 내한 공연
http://youzin.com/blog/?p=2045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봤던 감동적인 무대. 그들의 등장에 왜 이리 시큰해 지던지. 광적인 한국 팬들의 반응에 즐거워하시던 세 할배…공연장에서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많이 만나서, 더욱 즐거웠고…끝나고 을지로에 진출해 마신 한 잔의 술과 함께 했던 이들과의 열혈 간증 타임이 기억에 남는 날.

2007.5.6 Keith Jarrett – Gary Peacock – Jack DeJohnette 일본 도쿄 우에노 동경 문화센터 공연
http://www.youzin.com/photo/?p=26
한국에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일본으로 날라가 본 첫 번째 트리오 공연. 인터미션때 와인까지 한 잔 마시고 알딸딸해 져서~ 두 배로 꿈결같았던 시간. 술기운에 동영상 촬영까 감행. 지금 생각해 보면, 남의 나라에까지 가서 지대로 민폐. 부끄부끄…그래도 영상에 찍힌 God Bless the Child의 도입부를 지금도 간간히 들으며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Questions in a World of Blue


Twin Peaks : Fire walk with me (1992)

David Lynch /Angelo Badalamenti/ Sheryl Lee/ Julee Curise

Moment. of. Truth.

Music Shower

Music shower. 넘치는 음악의 세례. 대낮에 쏟아지는 햇빛같은 음악들을 마음에 들이붓는다. 소리는 소독약인양 묵혀놓은 상처를 뜨겁게 하고, 아프게 한다. 하지만, 결국 열감에 부풀어올라 하늘거리던 예민한 촉수들은 쏟아지는 양기의 폭주에 꺾여 가라앉고 만다. 발산일지 발광일지 여하간 자기 안의 쌓인 것을 최대치로 내뿜는 공연들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꽥꽥거리며 따라부르고, 박수치고, 라이브가 이어질 때마다 쾌감의 그래프는 꺽일 줄 모르고 치고 올라간다.

돌아오는 택시 안, 도심의 밤풍경들이 차창밖으로 지나가고 난 수렴과 발산의 밸런스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 1주일, 지난 1달, 지난 1년, 지난 3년의 사이클로 끊어. 내 안에 고여있던 것들과 세상에 쏟아낸 것들의 밸런스가 어긋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이유들이 여름 날 창가에 맺힌 물방울처럼 천천히 흐려지는 슬픈 과정에 대하여.

확실히,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그래야 했던 이유들도 있었기에. 그러니까, 나 자신을 탓하지는 않기로 한다. 그런 나를, 지나치며 나뭇가지 잠깐 흔들어 보듯 던져진 말들도 잊기로 한다. 그리고, 그러저러한 힘을 모아 일단 살아남을 것.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수렴과 발산을 밸런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택시 옆 자리는 비어있고, 문자가 온다. “보름달 보여?” 아니. 난 인제 그런 거 안 봐. 짧고도 달았던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거짓말.

Keith Jarrett Solo in Seoul – 기침

2011.6.2 (Thu) 대단한 공연이었다! 근데 자렛옹이 인간에서 신의 경지로 넘어가는 동안, 나 역시 인간의 신체적 물리적 한계와 싸투를 벌여야 했다! 이번 주 내내 감기몸살로 기침 콜록콜록. 그렇잖아두 Radiance 북클릿에 관객이 박수를 안 치는 건 gift지만, 기침은 그렇지 않다는 자렛옹의 글을 읽고, 심장이 쪼그라는 거 같아서 물통도 가져가고, 감기약도 점심, 오후, 저녁 3회…것두 특별히 기침 가라앉히는 걸로 지어먹었는데.

왠걸. 첫 곡 시작하고 3분 지나자마자 갑자기 저 폐부 깊숙한 곳에서 한 점, 간질간질한 것이 스멀스멀 타고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가슴에서 목…마침내 입으로 튀어 나오려 한다. 터져나오는 기침을 애써 참는데, 나도 오늘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게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참았던 작은 기침이 점점 더 눈덩이처럼 부풀어올라, 이젠 한 번 했다간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소리의, 최소 30초, 최대 몇 분 정도는 지속되는 대박 기침으로 키스 자렛 공연 역사에 길이길이 새겨질 것만 같았다.

자렛옹의 피아노 소리만이 교교히 흐르는 이 조용한 공연장에. 게다가 이번 공연 실황 레코딩한다고 여기저기 마이크들이 장난 아니게 배치되어 있는 가운데…

이 와중에 나의 커다랗고 긴 기침소리가 울려펴진다고 생각하니, 머리 띵하고, 등골에 식은 땀 흐르고, 거의 공포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정말 이거 내가 15년 가까이 목놓아 기다린 공연 맞아? 도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너무나 초현실적인 기분에 휩싸이며. 신이시여, 제발 이 기침을 멈추어주소서. 기도가 절로 나오는데 결국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기침의 반격에 결국 난 내 손으로 내 입을 막은 채 등을 들썩이고 콧바람을 흥흥 거리며 입에 밴드붙인 간질 환자처럼 온 몸을 떨며 몰아치는 기침 기운을 조금씩 발산해야 했다. 비상시 대비해 가져온 물통을 만지작 거려 보지만, 물을 마셨을 때 기침이 가라앉는다고 걸 검증하고 온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머리를 스치며, 오히려 이 강력한 기침 기운에 들이킨 생수마저 시원스레 뿜어내는 아찔한 상황만이 상상되는 것이었다.

결국 물도 못 마시고, 어깨만 들썩들썩 흥흥거리며 …#1을 보내고 나니, 그제서야 간신히 기침이 잦아든다. 이후에도, 전반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6, 후반 #2에서 기침의 습격은 나로 하여금 인간 한계을 시험하게 만들었다.

기침. 키스 자렛의 천상의 연주조차도 이 사소한 기침 앞에선 맥을 못 추는 것이었다. 더 웃긴 건, 한 편 그래도 음악이 아름다운 건 느껴져 고통이 몇 배가 되었다는 사실. 한걸음 한걸음 지옥불 즈려 밟고 가는데 하늘에서는 천상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지옥불과 나팔소리가 거의 등가로 나를 덮치는데, 고문과 애무를 동시에 받는 기분.

유난히 기침 소리 많은 공연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공연 시작 전에 ‘에라 지금 해 두자’의 식으로 너도 나도 기침을 해대는데, 거의 폐병 환자들 모아놓은 것 같았다. 이 연쇄 기침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고…공연 중간에도 여기 저기 작은 기침 소리들. 서울은 독감이 유행 중인가보다. 하필이면 이 때…그런데 놀라온 건 자렛옹. 그 예민하고 까칠하기로 소문난 자렛옹이 기침소리, 2번이나 울려퍼진 핸드폰 소리, 심지어 카메라 플래쉬에도 아랑곳 없이 신경질 하나 안 부리고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셨다는 것. 마치, 오늘 밤만은 그런 건 문제삼지 않으시겠다는 듯이~

공연 후기는 여러 분들의 트위터에 잘 나와 있더라. 더 붙일 말은 없고^^, 모아만 놓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것. 기침의 무서움. 기침을 참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인간으로서 정말 가능하기 힘든 일 중의 하나인 듯 하다. 그래도 나 오늘, 그 대단한 일을 해냈다! ㅠㅠ 내가 요즘 이런 일, 쫌 잘 해내는 듯~ 좋은걸까?

ps.근데 Storify 임베드 왜 이리 쓸데없는 공백이 많이 생길까? 간만에 졸린 관계로 일단 냅두어둠…


그래도 사진 한 장. 할아버지가 왜 이리 멋지구리~ 숙소가 워커힐 호텔이란 썰이 있던데, 하마틈 사생택시 부를 뻔. >_< keith jarrett-1-7

Ready

keith jarrett-1

CD

Facing You (1971)
Solo Concerts – Bremen/Lausanne (1973)
The Koln Concert (1975)
Staircase (1976)
Sun Bear Concert (1976)
Concert (Bregenz) (1981)
Paris Concert (1988)
Vienna Concert (1991)
La Scala (1995)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1998)
Radiance (2002)
The Carnegie Hall Concert (2006)
Testament (2008)

DVD
Solo Tribute The 100th Performance in Japan (1987)

87년 도쿄 선토리홀 실황 Dark Intervals를 이번에도 결국 못 들었다. 그래도, 그거 한 장 빼고 오르간 등 기타 악기랑 클래식 연주 빼고 피아노 솔로는 다시 다 들었다. CD 23장, DVD 1장. 1971년부터 2008년까지 37년간 이루어진 한 인간의 여정을 단 몇 주의 청음으로 단박에 품어낼 수 있으랴만은. 나에게도 이 음반들을 끼고 산 징글징글한 15년이라는 시간, 그리고 내가 그의 음악을 대했던 순간들의 밀도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 들었다. 무언가 밝히고 이해하려 애쓴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온전히 대상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처음에는 서울 솔로 콘서트에 대한 예습이었다. 어떤 계열의 음들이 펼쳐질까? 길이는 어떨까? 로잔느같은 미친 64분이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20분 정도는? Radiance쪽일까? 혹시 La Scala같은 대박이 터지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 너무 기대는 말아야지 등등. 조급하게 CD들을 뒤적거렸고, 그 속에서 키스 자렛 본인조차도 내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건반에 손가락을 얹고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답에 대한 힌트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주가 흘러나오면 질문은 흩어지고 그저 음악이 있을 뿐이었다. 폭우 속에서 총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펄떡이며 울부짖는 짐승의 몸부림과 연이어 부조리하게 떠오르는 구원같은 천상의 무지개. 불길한 밤의 정글과 눈부신 아침의 빛. 하얀 달빛 아래서 규칙적으로 파열되는 파도. 감각할 수 있는 높이와 깊이가 최대치로 확장되고, 그리고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수렴된다. 치장된 예쁜 것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그 자체여서 아름다운 것.

아주 오랫만에 몇 주간 그가 즉흥으로 쏟아내는 비정형의 음표들을 따라가며 함께 아팠고, 뒤척였고, 불안했고, 침잠했고, 또 결국엔 아름다움으로 정화되기를 반복했다. 그의 음악은 비껴가지도, 장식하지도 않는다. 무저갱의 바닥을 그냥 자기 몸으로 파 들어간다. 이런 행위가 어느 순간 비상하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런 순간이 오고, 그때는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털어지고 비워진다. 견디는 시간의 문제일 뿐, 부작용 없는 가장 확실한 정공의 치유. 그래서, 이번 전곡 감상은 귀가 아니라 몸으로 ‘들어낸’ 것 같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음악을 들었고, 앞으로도 다른 여러 음악들을 듣겠지만 내가 음악이란 것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체험의 최대치, 그 끝은 여기일 것 같다. 다른 가능성을 닫겠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그래. 궁금한 것들도 없어졌다. 내일 밤, 내가 할 일은 그저 백지로 나를 열고 그가 채널이 되어 전달할 음들을 받아들이는 것 뿐. 그 음들이 어떠한 높이와 길이를 가졌든 상관없다. 난 들을 테니까. 그것이 내 인생의 간절한 소망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요. 이제 된 것 같아. I’m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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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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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의 재발견과 함께 요즘 너무나 애정하게 된 티볼리에
다락에 쳐박아 뒀던 구식 소니 CDP를 물려
내 방과 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오디오 시스템을 완성했다!

세월의 뒤안길에 숨은 고수 둘이 만나 멋지게 하이파이브하고 나만을 위한 절창을 뽑아주는 느낌이랄까?

컨텐츠도 이에 질세라 Suzuki Isao Trio – Blow Up
디바이스의 콤비네이션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5번 연속 재생 ㅋㅋ
아방하고 엣지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멜로우하게 마구마구 녹아내려주는 이 스따~일이 넘흐넘흐 좋은 거시다. (이건 어디 병신체? ㅋ)
다른 CD도 틀어봤지만, 아무래도 오늘 분위기는 120% 스즈키 이사오. 아침부터 밤까지 이 이상의 선곡은 없다.

ps. 때로 어떤 사람을 향한 마음이 마음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무런 표현이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을 때
내가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저 이 또한 그토록 무수하고 진부한 ‘나에 관한’ 것일 뿐인걸까?

고마워하고 있다…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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