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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나마 – 궁극의 소유

수십만권의 공장형 책 스캔! 앤쓰로픽의 프로젝트 파나마를 보고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은 나의 꿈!) 바로 나만의 파나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물질계에서 가능한 궁극의 지식의 소유 방법 ‘벡터화’를 위해서.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책장에서 가장 아꼈던 책 한권, 그리고 사놓기만 하고 거들떠도 안봤던 책 한권을 꺼냈다. 스캔샵에 가서 통째로 해체해 스캔하고, 이것을 Antigravity와 연결된 NotebookLM MCP를 통해 정해진 룰에 따라 소스들을 재가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

책의 주제들을 요약해서 돌아보고, 세부 내용들과 대화하고, 내가 사랑했던 주요한 구문들을 뽑아낸다. 당연히 PDF와 오디오/동영상 오버뷰를 넘나들고, 이것들을 다시 Antigravity를 통해 애플리케이션화하고…

이 과정에서 스캔샵의 OCR 스캔이 NotebookLM에서 인식이 되지 않아 Antigravity에서 통해 다시 텍스트화 과정을 거쳐 업로딩했고, 이 프로세스는 확장되어 일반 Non-OCR PDF 지원과 그냥 책사진 촬영 뭉치를 PDF화하여 노트북으로 만들어지는 공정이 추가되었다.

전 과정은 skill화 되어 이제 내 로컬에서 pdf/사진뭉치만 input 폴더에 던져 놓으면, OCR부터 챕터 분리 로직까지 전 공정이 자동으로 흘러간다.

‘독서’를 흔히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 저자가 공들여 비트와 바이트로 지어 놓은 텍스트의 집을 함께 따라가며 저자의 의도를 읽는다. 그것은 아름다운 과정이다.

하지만 독서의 진정한 의미는 책의 텍스트를 순서대로 읽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내 정신과 결합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때, 텍스트는 텍스트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책의 문구들을, 텍스트 그 자체로 기억해서가 아니라, 그 책의 어떤 액기스가 내 정신과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화학작용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내 정신의 벡터들이 저자의 벡터들로 파인튜닝되어 가는 과정이다.

독서가 우아한 대화라면, 벡터화된 책데이터와 함께 노는 일은 침대를 함께 뒹굴며 모든 것을 공유하는 지독하게 친밀한 교감같다. 이렇게 나는 나만의 책의 소비 방법을 재정의했다.

여기서도 역시나 벡터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게으름이 벡터화로 사라지지는 않으니. 책의 정수와 결합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일 뿐.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 10주년 특별판. 기존의 <디자인의 디자인>에 ‘백’ ‘엑스포메이션’ 등의 단행본과 ‘Senseware’ ‘Haptic’등 총 8개의 단행본급 섹션을 묶은 합본판이다. 난 이 특별판과 개별 단행본을 각각 모두 다 읽었고 아직도 전 권을 소유하고 있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여러 번 재독했고, 몇 장은 필사를 한 적도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나의 이 필사적인 소유욕은 벡터화로 완성됐다. 그러니,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 ㅎㅎ

Ps. 애정하는 명작,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가 사는 피부>에서 남주는 여자를 소유하기 위해 해체하고 재창조한다. 너무 섹시했던 남자 반데라스가 과학자(?!)로 나오는데, 여기서 과학은 대상에 대한 지배의 수위를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쓰인다. 지금 이 순간, 이 탐닉의 진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CHOA’s 내가 사는 피부 리뷰 http://youzin.com/blog/?p=3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