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닷컴 » 2005 » March

Archive for March, 2005

미스터 히치 : 코치가 있나요?

hitch.jpg
Mr. 히치 –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Hitch, 2005)

예전에 선배(남자)가 그런 코치를 해 준 적이 있다.
남자를 사로잡기 위한 몇 가지 방법. 한 4개쯤 있었는데 다 잊어먹고 2개만 기억하고 있다.

첫째는 그것이 무엇이든 남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끝까지 절대로 주지 말라고.
가지고 있을 수 있는한 최대한 미루다가, 정말 마지막이 되어서야 쥐어주라고.

둘째는 남자가 이름을 부르면, 절대로 바로 뒤돌아 대답하지 말라고.
잠시 포즈를 취한 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느리게 ‘네~’하고 대답하라고.

그 말을 듣고 우리끼리 서로 이름을 불러보며 천천히 대답하는 연습을 하며 웃고 그랬다. 그래봤자, 그 후로 우리들은 무수히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내어주고, 이름을 부르면 재깍 ‘네~’하고 되돌아보며 꼬리치고 달려갔지만. 코치는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 특별 부록 : Breakup Girl의 데이트 코치법 (이별에서 데이트까지~~)^^

전체 포스트 읽기

달콤한 인생 : 왜 나에게 묻는 거죠?

ladolcevita.jpg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그는 계속해서 묻는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죠? 하지만 맞은편의 대답은 거울에 튕겨진 형상처럼 뒤집혀 돌아온다. 넌 왜 그랬지? 그는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바람도 나무도 아닌 자신의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임을. 그는 모두를 향해 복수의 총알을 퍼부어 대지만, 결국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향해 헛된 펀치를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는 여러 번의 기회가 온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 돌이킬 수 있었던 기회. 하지만 그는 거부한다. 오만의 경지까지 이른 자기확신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충실함의 샴쌍둥이가 이 모든 비극의 시작. 그저 안도감으로 쪽팔림조차 접고 눈물만 철철 흘리던 앞에서 급작스럽게 보스가 등을 돌릴 때, 그가 던져진 곳은 존재의 뿌리를 생매장 시키는 혼돈의 구덩이이었다.

손오공의 관처럼 옥죄는 화두를 품고, 그는 면벽수도 대신 총을 택한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푸는 대신 끝을 보기로 하고,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생매장 당했던 것 처럼, 다시금 그저 허우적대며 끝을 보자고 쏘아댄다. 냉랭한 표정으로 덫에 걸린 짐승의 본능적인 공황을 감추며.

그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소모적인 방식으로 네 벽의 불가해와 맞선다. 존재를 지켜왔던 충실함은 파멸을 향해서도 똑같이 발휘되어, 그처럼 충실하게 영문모를 복수의 끝으로 치닫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선 정말 ‘영화처럼’ 모두를 남김없이 넘어뜨리지만, 승리도 해답도 취하지 못한 채 이 비극의 줄기와는 별 관계가 없는 또라이 킬러 하나에게 허무하게 처치된다.

하지만 이 비극성은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묻혀 제 향을 뿜어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뭐랄까..영화의 두 축을 복수와 화두로 보았는데, 시소의 한 축에 있던 화두 쪽에 제 무게가 실리지 못해, 갸우뚱하고 기운 것 같다. 다가오지 않는 멜로에 닭살스러움을 느끼듯 오버된 잔혹함과 떼죽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죽이면서도 ‘가치’를 따져 물었던 파고의 코헨쓰를 떠올렸다.

요새 영화들 보면 누가누가 더 잔혹한가, 누가누가 더 또라이인가 시합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킬 빌도 봤고, 올드 보이도 봤는데 이런 피잔치는 아무리 더 간다해도 데자뷔다. 그의 혼란과 화두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으면 어땠을까. 중심점을 옮겨 아슬아슬 균형을 맞게하는 깃털 하나만큼의 미묘함으로.

올드보이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그러더라. 말조심하자. 달콤한 인생을 보고 나선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여자야, 함부로 웃지 마라. 그 웃음이 메마른 남자의 가슴에 꽂힐 때, 그 뒤의 피비린내는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아니란다.

한순간의 달콤함의 댓가로 너무 비싼 값을 치루어야 했던 남자. 그래도 그 순간엔 웃었다. 인생엔 그런 순간도 있긴하다만…It’s just bittersweet. 어리석음의 댓가에 대한 섬뜩한 우화.

봄날 마지막 회 : 친구와 나의 봄날토크

유진 : 봄날 끝났어…흑흑흑

친구 : 어떻게 됐니? 반전이 뭐였어?

유진 : 반전은 없다얌. 섭이랑 연결되는데, 끝에 정은이 전화 예절이 상당 문제가 있어버려. 호가 섭이 왔다가 전화하는데 대답도 안하고 뛰쳐나가버려. 대체 머냐.

친구 :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냐. 하나의 상징으로 봐야지. 처음에 정은이랑 섭이라 한 판 울고 사랑에 빠지는데, 그럼 그거는 말이 되냐. 억지스럽지.

유진 : 야 그래두 “고마워요 은호씨. 나 행복하게 살께요.” 이런 한 마디 못해주냐. 멀람. 왕짜증이얌. 할튼 열라 재미없게 끝나써!

친구 : 어휴 저 냄비근성. 좋으면 끝까지 좋아야지.

유진 : 야 그럼 재미가 있다가 재미가 없어졌는데, 계속 재밌다고 해야되냐? 근데, 인터넷 보면 나는 완죤 양반이야. 네이버 드라마 게시판 보믄 봄날로 시작해 개날로 끝났다 부터 TV를 뿌시고 싶었다, 역겹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여자를 싫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까지 완죤 뒤집어졌어. 야, TV가 진짜 이런거냐. 네티즌 겁나서 드라마 작가하겠냐.

친구 :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있는 좋은 여자…그게 정은이였잖아. 그런데 막판에 그게 조금 삐끗하니까 사람들이 화가 나버린거 아닐까. 정은이는 어떻게 보면 한국 남자들의 이상적인 여자관이지. 작가는 그걸 깰려고 했던 것 같아.

유진 : 너무 고상하다야. 내 생각엔 정은이랑 섭이랑 연결된 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다만 그 과정이 설득력이 없고 지지부진하니까 짜증이 나버린 것이지…

친구 : 그럼 어떡하냐. 20회는 채워야 되는데.

유진 : 14부까지로 딱 자르던가. 섭이 술집 애인이 좀 더 쎄게 해주던가 그랬으면 훨 나았을 것 같은데. 피아노는 안 그랬거덩. 마지막 1분 1초까지 얼마나 흥미진진 감동의 물결이었는데… 으으 억관.

아, 뒷심이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가.

여튼 이렇게 봄날은 끝이 났다. 하지만 진짜 봄날은 이제야 조금씩 꽃샘추위 사이로 푸릇하게 움트려 한다.

“난,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어~~~”

언제나 이맘때의 나의 외마디. 허지만 준비따위가 어딨냐. 그냥 그 속에 있는 거지.

추울 땐 어깨를 펴는거야.

간만에 만난 선배와 화기애매하게 김치찜에 소주 한 잔 걸치고 나왔더니, 지나간 겨울이 다시 와 있다.
어깨에 힘을 주고 잔뜩 웅크린 채 2차갈 집을 찾아 종종걸음을 하는데
갑작 선배가 던지는 싸늘한 한마디.

“어깨 좀 펴. 추울 땐 어깨를 펴는 거야. 힘도 빼고. 그래야 훨씬 덜 추워. 배포도 생기고.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더 추워!”

찌리릿…….

쩝! 그러고 보니 내 모습이 좀 찌질스럽긴했다.
그렇다고 그 찰나의 타이밍을 않 놓치고 꼭, 그것도 그리 생까는 모드로 찌르는 동물적 순발력이 얄밉기도 했지만-_-;;;
(얄밉고 부럽고)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정말 어깨를 펴 보니, 훨씬 덜 춥다. 잔뜩 굳은 몸도 편안해지고.
사실 보기에도 그게 훨씬 낫겠지. 심지어 기분도 더 좋아지는걸.

추울 땐 어깨를 펴자. 이제 봄이지만, 봄이 와도 추운 날 있을테니
그런 날엔 선배의 말을 기억해야지. 실은 그 얄미움때문에라도 더더욱 (아, 자세 진짜 나이스하다)

황석영, 오래된 정원

old_garden.jpg

별 차이는 없었답니다.
시간을 길게 보는 쪽과 시간이 별로 없다고 보는 쪽의 갈림길이었지.

전체 포스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