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이 영화를 ‘뱅크시 영화’로 찾기에, ‘아니예요. 뱅크시가 나오긴 하지만, 뱅크시 영화는 아니라구요. 뱅크시보다 더한 놈이 나오긴 하죠. 반전이 아주 오묘해요’라는 요지로 답변했다. 물론, 감독 크레딧에 뱅크시가 올라가지만…
한 마디로, as-is 내 올해의 영화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Funny As Hell’ 뉴요커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았다.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전개도 결론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막판 반전 쎄게 한 방- 아,,,이거였구나.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가 있는 거였구나. 알쏭달쏭한 제목을 확 꽂아준다.
백남준 선생이 봤다면 아주 좋아했을 것 같은 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증거나 자료를 이야기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84년 백남준이 고국에 와서 선언한 “예술은 사기다”에 대한 빼도박도 못할 그리고 빼어난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니까. 예술이 사기가 되는 실제 과정을 매우 희귀하고도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정밀 포착하여. 백선생의 또 다른 선언. “나에게 예술이란 돈이 벌리는 것” 그런 것이다. 조금 특이한 무늬의 500달러짜리 아디다스 운동화를 4,000달러에 튀겨 파는 것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예술적 수완’이 바로 ‘예술’ 그 자체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흔히 쓰이는 Value-add 능력이다. 티몬의 ‘사업적 판단’이 업계에서 오래 사업하신 분들에게 남긴 상대적 박탈감의 실체이기도 하다.

선배 사무실에 걸려있던 데미안 허스트 Opium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랬었다. 그저 색깔 물방울 몇 개 찍어놓은 것일 뿐인데…저 가격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저 그림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예술이란 이해의 깊이에 가격표를 매겨놓은 것일까. 저 그림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 사물이었다. 그리고, 그 세계의 단면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나아가, 모든 ‘가격표’의 세계에 대해서도. 그리고, 소위 ‘진성’주의자들이 가격표를 높게 붙여 팔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에 대해 가지는 불편함과 부러움의 양가감정을 멋드러지게 표현해냄으로써, 역으로 ‘진짜 예술’이란 것에 대해서조차 대놓고 편들지 않는 오묘한 입장을 견지한다.
난, 명백한 가짜 예술의 폭로같은 촌스러운 주장보다는 이런 ‘경계선의 스탠스’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띠에리. 오덕의 끝을 달리는 캐릭터들은 늘 흥미롭다. 그들은 자신의 집착과 열정으로 범인의 상식을 뛰어넘음으로써, 선과 악의 경계까지도 허물어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띠에리의 변신을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는 ‘진짜’의 편이므로…거의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기 전까지.
그는 희대의 오덕질로 ‘진성’ 뱃지를 획득했지만, 예술을 통해 ‘사이비’ 뱃지를 새로 달았다. 더할 수 없이 진성이자 동시에 막장 사이비인 띠에리라는 오묘한 캐릭터는 영화의 화룡점정이다.
끝으로 직업병일까? ‘촬영주의’라는 기상천외한 컨셉트의 산물인 방 가득 제멋대로 쌓여있는 비디오 테이프들을 볼 때, 왠지 마음이 무거워지며 ‘구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여기서 구글은 정리 안됀 빅데이터를 눈뜨고 못 볼 뿐만 아니라, 금광묻힌 신천지를 발견한 듯 마음 한 구석에 환호성을 울리며 온갖 기술력을 동원해 미친 데이터를 더욱 광적으로 정리하고야 마는 이들을 대표한다. 이미지 매칭, 보이스 딕테이션, 얼굴 인식, 사물인식, OCR 총동원해 메타 데이터를 뽑고 유의미하게 정리해 내는 과정을 아주 잠깐 상상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