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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ugust, 2010

쌍수 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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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수 뎀비, 피카추 포스.

golf in jeju

언젠가는 제주에서 골프를 쳐 보고 싶었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짰던 적도 있다.

사무실에 앉아 메모지에 검정색 볼펜으로 바다를 그리는 것 같은 그런 계획이었다.
눈이 시리게 파랗고 아름다운, 이 세상에 없는 바다…

그때 그 메모지는 휴지통행이 됐지만,
삶은 또 나를 이끌어 좋은 이들과 제주의 멋진 골프장에서 공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좁다란 내륙의 골프장과는 사뭇 다른 탁 트인 풍광.

물론, 골프장이 좋은거랑 타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말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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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영 CC

# 싸이프러스 CC

# 레이크힐스 CC

오기 전 날 엄청나게 한라산 소주를 들이 붓고 쓰러지는 바람에
이 중 제일 명문인 레이크 힐스에서는 정작 공을 못 쳤다.

골프장 화장실 변기 부여잡고 오바이트만 계속 하다
로비에 널부러져 잠을 잤다.

늘 나는 사람이 북적북적한 골프장 로비만 봤는데
모두들 티업하러 떠난 오후의 골프장 로비가 그토록 한적하고 평화로운지 처음 깨달았다.
푹신한 소파에 누워 참으로 달게 잘 수 있었다-_-
그리구, 사우나 하구 쓰레빠 달달 끌고 샤방샤방 골프장 여기 저기 산책다녔다.

의외로 꽤 괜찮았던 기억. 그래도 담번에 꼭 레이크힐스에서 쳐 보고 싶다.

그때는 서방님 옆에 끼고~~~ 우히히히 -_-;;; T_T -_-;;;

이번엔 엘베다!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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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엘베를 탔는데, 눌렀던 층은 선택이 안 되어 있고, 층표시등은 5층에 고정된 채 기계는 지멋대로 위 아래를 오르락 내리락

엘베탑승시간 6:45, 엘베탈출시간 6:55…10분간 안전바 잡고 공포에 떨었음. 나와서 어지럼증과 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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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며칠 전에는 회사 복도에서 화장실가려고 우회전하다 남자사람들 3중 추돌.

맨 뒤에 분이 우리 CTO님이었다는 -_- 체감으론 거의 벤츠 박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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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은 뭘까? 주말에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누군가는 풋옵션이란 걸 걸겠다며 항공사를 알려달라고. (아쉽게도 비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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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저 위의 몇몇 인간들이 나를 체스판 위에 올려 놓고 내기라도 하면서 낄낄대며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음.

설명 불가능(roughly)한 상황의 연속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divide & conquer의 합리적 자세로

애써 과학적 입증 하거나 상식의 연장선에서 각개격파 납득하려 노력하기는 커녕

운명론에서 음모이론으로 망상만 진화 중….아니면 종교에 의지. 욥기라도 읽어볼까. 뭐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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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하지만…

비온 뒤, 탄천

아주 잠깐, 물기 머금은 가을의 얼굴을 봤다.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곧장 따가운 햇살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벌써 1년….

One Summer Night

무기력하고 착잡면서도 묘하게 흥분되는….2010년 여름 밤. 나중에라도 기억날 것 같다. 이 어수선함.

2010 PGA 챔피언쉽 : 골프는 잔인하다…

오늘은 관람기를 빙자한 한풀이..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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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연습장 가서 볼을 좀 치고 왔다. 그렇게 잘 맞던 아이언 샷이 삑사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볼 자국은 죄다 토(toe)에 몰려 있고 당췌 당겨지질 않는다. 볼이 스윗스팟에 맞았을 때의 손맛은 앵간한 애로함에 못지 않은 짜릿함이다. 하지만 반대로 볼이 삑사리를 나기 시작했을 때 손끝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불쾌함이란…공 한 번 치고 나면 그냥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정도 힘이 빠진다.

처음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궁리도 해 보았으나 이도 저도 안되어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징창의 나락을 빠져버렸다. 아무리 띄엄띄엄했다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아무리 골프가 인내, 자기와의 싸움 ..어쩌구리 저쩌구리 해도 내가 무슨 3개월차 초보도 아니고, 그동안 골프에 들인 시간, 노력, 공이 얼마인데 이런 결과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새로 산 아이언을 그냥 부러뜨리려 버리고 싶었다.

이건 연습를 하는 건지, 분을 푸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망연자실 무의미한 화풀이 샷만 휘두르다, 집으로 와서….또 올해의 마지막 PGA 메이저, PGA 챔피언쉽 중계를 본다.

2R 두 홀 연속으로 세컨샷을 러프로 보낸 타이거 우즈가 드라이버로 티박스를 후려친다. 그걸로도 분이 안 풀려, 걸어나오며 페어웨이를 계속 내려친다. (얼마나 드라이버가 미웠으면 T_T) 숏퍼트를 놓치더니 가만히 홀을 돌아나온 볼을 쳐다보며 얼음이 되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쯤까지나 가능했던 것일까? 3R에서는 아예 모든 걸 체념(?!) 한 듯한 분위기였다. 표정은 그냥 석고상이 되어 있었고.

73타 최악의 성적으로 FR을 마친 타이거는 FR 백 나인에서 단 한 번도 페어웨이를 맞추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이번 경기가 열린 위스콘신, 위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서 페어웨이를 못 맞춘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러프가 아니라 대부분 해저드성 러프고, 러프가 아니라 갈대밭이라 표현해야 적합하다. 9개의 홀에서 9번의 벌을 받으며, 타이거 우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골프는 잔인하다.

29세 닉 와트니는 3R에서 신들린 경기를 펼쳤다. 누구 말대로 ‘그 분이 오신 듯’ 그냥 치면 올라가고, 그냥 치면 붙는다. 가까이 못 붙여도, 그린을 놓쳐 숏게임으로 간신히 올려도 난해한 라이의 롱퍼팅이 쏙쏙 들어가더라. 6언더 66타를 치고, 3타차 선두로 챔피언 조에서 시작한 닉 와트니의 우승을 점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떠 TV를 켜니…뭐 이런 일이 다 있어. 리더 보드에 아예 사라졌다. 81타. 9오버. 이건 뭐 아마추어도 아니고. 똑 같은 코스에서 전날보다 15타를 더 치고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18홀을 마치고 모자를 벗는 닉 와트니의 표정은…그야말로 그냥 사색이었다. 얼빠진 표정, 넋이 나간 듯한 눈….골프는 잔인하다.

FR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11언더 단독 선두에 오른 더스틴 존슨. 18번 홀에서 파만 잡아도 우승 확정이다. 그런데, 이런. 티샷을 완전히 갤러리 한 가운데로 보내버렸네. 거기서도 굿샷~ 너무나 잘 맞춘 샷에 갤러리가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런데 점차 사색이 되어가는 갤러리들의 표정 변화. 아아 이런, 너무 잘 맞은 나머지 그린을 넘겨 버렸다. 넘긴 자리는 모래가 가득한 해저드성 러프. 하지만, 그 어려운 위치에서도 가까스로 샷으로 깃대에 가까이 붙여가며 침착하게 보기 성공!

갤러리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나오고, 이런 극적인 과정 끝에 연장에 가는가 싶었다. 왠걸, 심판이 경기를 끝내고 연장을 준비하는 더스틴 존슨을 불러 뭐라뭐라 떠든다.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정말 살짝 클럽 페이스가 지면에 닿았는데…알고 보니 거기가 벙커였다는 거다. 벙커에서 지면에 클럽 페이스가 닿으면 2벌타. 결국 트리플로 5위로 경기 마감. 꼭 짚어 벙커라기에도 참 거시기한 불분명한 위치였는데, 거기도 클럽이 닿은 면은 모래로 덮혀있어 벙커는 벙커였다. 그 아슬아슬한 과정을 모두 뚫고 우승을 향해 가려는 순간, 정말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의 실수가 그 앞을 가로막는다. 더스틴 존슨의 인터뷰 “전 그냥, 갤러리들이 밟아놓은 오물 덩어리(a piece of dirt) 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새로 코스 디자인을 하며 추가된 1,200개가 넘는 벙커 중 하나였다. 골프는 잔인하다.

기대를 모았던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은 컷탈락을 했고(협찬사인 르꼬끄에서는 이벤트까지 하던데..), 간간히 화면에 비췬 최경주는 원래도 까맸지만, 거의 흑인이 되어 있었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탔더라. 왠지 짠했다. 잘했던(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노승렬은 3R 본인을 제외하고 유일한 10대로 초청받은 로리 맥길로이와 한 조에서 만났다. 신들린 맥길로이가 67타 5언더를 치는 동안, 간신히 이븐에 그쳤고 화면에 열라 맥길로이를 비추는 동안 승렬이는 병풍 노릇만 했다. 하지만, 그랬던 맥길로이도 FR 18번홀에서 정말 5cm도 안되는 차이로 버디를 놓쳐 연장에 가지 못했다. 갤러리들을 모두 일어서 이 10대의 선전에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어린 주근깨 소년의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하기야, 지난 번 마스터즈 이 후 TV화면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안소니 김과 일본의 골프 천재 이시카와 료도 있다. 1R, 2R 모두 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을 했으니, 뭐…걍 그렇단 얘기다. 한 때, 포스트 타이거 우즈로 주목받던 두 선수가 아니었나? ‘세대 교체’라는 지금 PGA의 화두는 그들에게 더 큰 압박일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거두어진 자리, 암전 속에서 자기와의 혈투를 거듭하고 있을 그들. 골프는 잔인하다….

그러니, 그러니까 말이다.

유진이따위의 아이언 샷이 좀 안 맞는 것은 별 일도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그래도 잔인하다. 너무 잔인하다.

나 이런 사람이야

생에 첫 차 산 지 2시간만에 고속도로 사고로 폐차시킨 기막힌 스토리는 이미 한 번 썼고. (여기)

그러니까 그 후의 소소한 사건사고들, 긁고 긁히고 각종 보험처리는 초보운전자의 애교로 넘어가 보자.

하지만, 그러니까…잘 설명이 안 되는 이런 사건.

지난 주.

브리시티 오픈 FR이 벌어지던…한국 시간으로는 지지난 주 일욜 자정 즈음.

재미없는 앞 뒤 상황 생략하고, 신림1동 달동네 급경사 S자 골목길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안 잡혀 한 편의 액션 영화를 찍었다. 물론 그 앞에 사이드를 올리고 한참이나 주행했고, 급경사 꼭대기서 후진을 하겠다면 삐질삐질 온갖 삽질을 했던 상황이 있긴 했다. 사이드가 올라가 있음을 알고 내린 순간, 차는 급경사 골목길을 초스핖으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브레이크는 딱딱하게 굳어 전혀 듣지 않았다. 본슈프리머시, 인셉션 등에서 관람만 한 자동차 추격신을 내가 찍고 있었다.

초능력의 존재를 알게됐다. 아주 작은 각도의 커브에도 30km이하로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핸들을 꺾는 초보운전자인 내가 생과 사의 기로에 서니 그 초내리막 S자 경사길에서 신들린 조향을 하더라.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훌륭한 깨달음이다. 하지만, 왜 이딴 식으로 알게 되어야만 하는 걸까. 브레이크 없이 급경사를 그저 무기력하게 굴러만 가는 차 안에서.

언덕길 올라오는 커플의 놀란 표정이 쉭하고 지나가는 순간, 쿠궁 쿵쿵쿵….길가에 세워진 차를 들이받고도 내 차는 미친 듯 달리기만 한다. 바보 유진이는 듣지도 않는 브레이크만 밟고 있고…(설마 액셀을 잘못 밟았다고 하지마. 그랬으면 이거 못 쓰고 있을테니)곧 T자 막다른 길이 나오는데, 아무리 초능력이라도 이 속도로 90도 꺾을 수는 없겠지.

그런데 희한하지? 그 순간, 회사 선배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내 귀에 들려왔다.

“유진씨, 유진씨.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 안 들으면 어떡할거예요?”

첫 차 사고 내고, 그 담에 서해 대교 사고 난 뒤 하도 불안해하자 회사 선배가 점심 먹으며 그런 상황에서 어떡하겠냐고 교육차 말해준 거였다. 사실은 브레이크 안 들으면, 이 아니라 다른 상황이었는데 그 순간 나에겐 그렇게 들렸다. 어쨌든 그러면 기어를 D3같은데 내리고 …천천히 갓길로 가라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그 소리가 들리며, 그래 브레이크는 안 듣는다. 그리고 곧 막다른 T자 골목이 나온다.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옆을 봐야 한다. 순간, 사이드를 올리고 기어를 맨 아래로 내렸다가 P로 바꾼다. 차가 섰다. T자 골목 몇 미터 앞에서.

차가 멈춘 순간, 핸들에 고개를 묻고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그냥 집에 왔다.

방에 쓰러졌고.

30분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뎀비님의 명령에 따라 사고 현장을 다시 방문한다.

내가 친 차는 하필이면 택시였고, 오른쪽 측면에 모두 다 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쪽 벽에 차가 부딪쳐 왼쪽 측면까지 모두 나갔다더라.

전화를 받고 달려나온 택시 기사님은 내가 낸 사고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여자가 차로 치어서 차가 이렇게 부서질 리는 없다며. 빨리 사고 친 놈 데리고 오라고. 어디 술먹고 쓰러져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데려오라고. 아니라고 죄송하다고 내가 그랬다고 비는데…아저씨 믿지 않고. 다음 날 우리 집까지 찾아와 난리쳤다.

흑…

그 뒤처리는 되게 재미없다. 하지만, 훌륭하신 삼성화재님 덕에 처리가 되었다. 할증에 재할증에 엄청 보험료가 오르긴 하겠지만, 머 ..그랬다. 심하게 다치고 그런 건 없으니까. 물론 맘이 다친 것도 엑스레이로 볼 수 있다면, 어땠을런진 모르겠지만.

강호의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썰들이 제기됐지만, 그 때 왜 브레이크가 안 들었는지는 아무도 설명 못하고. 시동이 꺼졌으면 핸들이 안 들었을 거고, 사이드 때문이라기엔 사이드는 뒷바퀴만 관련있는 거라 브레이크랑 아무 상관없는 거라며. 공장을 아무라 닥달해도 브레이크 시동 엔진 다 아무 이상 없다는데. 전문가가 급시동, 급브레이크 밟아가며 시운전을 몇 십 킬로를 해도 차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을 유진이차 X파일.

근데 이것도 끝이 아니라는 거.

공장에서 차 나온 담날. 그냥 멍하니 세워만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일요일에 약속이 생겼다. 운전 하지말라며 후배가 픽업하러 온다는데, 이 놈의 후배님이 전날 술먹고 쓰러져 연락 두절된 거다. 전화 10번 넘게 하다 열받아, 그냥 내가 운전하고 간다 cbcb하면서..차를 몰고 나갔다. 뭐, 예상보다는 할 만 했다.

그런데 이번엔 기름이 떨어졌네. 보이는 제일 가까운 주유소로 들어간다.

제길슨. 셀프 주유소. 짜증 송송. 하지만, 어짜피 들어온 거, 또 이리저리 차선 바꿔가며 다른 주유소 찾아가는 것도 일이라 이 참에 배워보기로.

이것도 예상보다 안 어렵네. 오케…룰루랄라 사당 사거리 고가도로 진입하는데.

어, 차가 안 나가. 엑셀을 밟아도 털털털…속도가 점차 줄고. 이거 왜 이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식은 땀이 삐질삐질 흐르기 시작한다. 일요일 새벽, 차들은 엄청난 속도로 내 옆을 지나치며 빵빵대고.

내리막을 이용 겨우 고가도로 빠져나오는데, 길 한 가운데 그냥 차가 선다…남은 힘 모아 겨우 갓길에 댔다.

이제는 친숙해진 나의 친구, 애니콜 긴급 출동을 부른다. 역시 이 친구는 전문가다.. 주유소 갔다가 그랬다니..바로 진단나온다.

“경유 넣으셨죠?”

하…………………………………………….

렉카에 실려가는 차를 보며…이게 당췌 무슨 일인가 싶다.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차를 다시 공장으로 보내야만 하는 나의 마음 그 누가 알리오. 게다가 주유 사고는 보험처리도 안 된다네. 하하, 상반기 보너스여 이렇게 너를 보낸다. 안녕!

주변의 각종 조언들.

처음 사고엔 큰 액땜했다. 두 번째 사고도 액땜 제대로 했네. 세 번째도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겠지. 앞으론 좋은 일만 생길거야. 그랬던 사람들이 오늘은 …걍 차 팔랜다.

차를 바꾸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새 차를 바꾸고, 그러고도 또 사고가 나면 그때는 진짜 차를 팔아라. 미신의 진화? ㅋ

운전에 대한 방법이나 기계적인 부분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썰도 있다.

너무 급한 것 같다며, 차분한 음악듣기 및 명상의 시간을 매일 가져보라는 조언.

굿을 하랜다. 나름 S대 컴공과 출신, 원단 공돌이 scientific thinking이 체화된 선배님께서.

후배는 용한 점쟁이를 알아봐 준댄다. 부적을 쓰잰다.

이제는 기사를 채용하는 것이 싸게 먹힐 것 같다는 주장도 있다.

책을 쓰라는 후배들도 있다. 초보 운전자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상황들! 근데, 내가 겪은 상황들이 뭐랄까…아주 일반화 될 수 있는 상황들도 아니잖니.

요즘 라디오 사연 경품이 짭짤하다며…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보라고 한다. 여기 저기 보내면 수리비는 나올 거라며.

그중에서도 차를 팔지는 말고 일단 그냥 주차장에 세워만 둬 보라는 조언이 젤 대책없다. 그렇다면 나는 주차비를 내기 위해서 차를 샀단 말인가!

나를 매우 잘 아는 두 선배는 우연히도 동일한 진단을 했다. 이게 모두 남자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며. 그렇다고 언 넘을 소개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 타임, 홍상수의 명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대사 한 줄. 세상의 모든 비극은 제 짝을 만나지 못한 비극이라고. 요즘 내가 하루에 열 번도 더 떠올리는…홍상수의 힘. 확실히 거장이다.

하지만, 이것도 끝이 아니네.

그리고 또 오늘 차를 받아서, 집으로 왔다가 골목길에서 주차를 하며 이리저리 방향을 틀다가 동네 대형 화분을 받으며 바로 바꾼지 며칠 안 되는 새 범퍼와 휀다를 쫙~ 긁었다. 뭐 이 정도야. 하지만, 이거 좀 그렇잖아. 불과 40분 전에 공장에서 나온 차를 말이야. 상대적으로 큰 사고도 아니었지만 뭔가..왠지 꽤 절망스러웠다.

어찌하리오.

이 밤, DJ DOC 띄웁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나 내 인생 첫 차 산 지 두 시간만에 고속도로 사고로 폐차시킨 사람이야. 언덕길 급경사에서 브레이크 안 잡혀 택시 한 대 부서먹은 사람이야. 휘발유 대신 경유 넣어서 고가도로에서 차 세운 사람이야. 공장에서 차 받은 다음 날 다시 공장 보낸 사람이야. 공장 갓 나온 따끈따끈한 차 40분 만에 다시 긁은 사람이야.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피해~~ 알았으면 뛰어. 그것도 아니면 어찌하리오.

속상해 미칠 것 같다…는 것 보다는 걍 짚히는 것이 없지는 않아서, 정말로 항복하고 싶어지는 유혹.

하지만 끝내 정신을 차리고, 어금니 꽉 깨물고 오늘도 살아서 하루를 마감.

I Will Survive. 나니까, 손발 다 써도 안되면 깨물어버리는 나니까…근데 있자나. 인젠 늙어서 깨물면 이빨이 아퍼. 마음은 더 아프고.

이어서 듣습니다. DJ DOC “오늘 밤” 나 오늘 밤, 사랑하는 그대가 더 달콤한 꿈을 꾸게 해 줄래~ 그래. 이런 밤 꿈만은 달콤하기를. 나타나줄래?

ps.후기
그리고 오늘 아침, 주차할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차 가지고 출근하는데…고속도로에서 만난 미친 *폭풍우* 바로 몇 미터 앞도 안 보이고, 옆에 큰 차들은 물벼락을 뿌리며 지나가고, 시속 40km도 못 밟고 벌벌벌. 투모로우, 2012, 해운대, 퍼펙트 스톰 등등의 영화가 눈 앞에 펼쳐지는 가운데. 출근하니 뒷자리 수석님 왈 “이러다 카레이서 되는 거 아냐?”

에혀~………………

조금 늦은 브리티시 오픈 후기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디오픈의 아쉬움이 싹 날라갈 만큼 자연과의 도전, 코스와의 대결이었던
LPGA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선수들의 절정의 샷감각 보다는 거대한 자연앞에서 나약해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색달랐다! 혼자서 피식피식.

‘쟤들도 인간맞구만~ㅋㅋ’

그 정점은 비바람 몰아치던 2R. 그들의 플레이는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라운딩하다가 접하는 상황들 속에 신의 경지에 오른 그들이 있더라.

베키 브리워튼은 산에서 산으로 보내기 신공을 펼쳤고,
폴라 크리머는 산에서 치다가 삑사리 내고 간신히 페어웨이로 들어와 어이없는 우드 탑볼, 일명 띠리릭 샷을 쳤다.
압권은 한 홀에서 10자를 그린 카트리나 매튜. 파4 13번 홀에서 러프라고 하기도 뭐한 갈대밭에 들어가 헛스윙 2번에 2타를 까먹고.
100돌이 들이야 너도 나도 “연습 스윙 한 거지?” 하고 넘어갈 일이
그들에게는 타수 하나로 기록되어 무려 한 홀에서 6오버.
작년 브리티시 오픈의 신들린 샷들은 대체 어디로…디펜딩 챔피언이 81타를 치고 컷오프.

이번 컷이 5오버였으니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컷을 통과한 지애도 3R에서 파4 11번홀에서 4오버…전체 스코어가 아니라 무려 한 홀에서. 그러니까 양파를 했다는 거다.
LPGA에서, 그리고 지애에게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얼마나 인간적인 플레이인가.
그러니까 그런 걸로도 구경거리가 되었다.

마지막날 챙 야니의 눈물도 그랬다.
메이저만 두 번을 먹고도 퍼터를 들며 씩 하고 웃고 말던 챙 야니군이 캐디품에 안겨 한참이나 훌쩍 훌쩍. 흑흑흑…

18홀 내내 드라이버 에이밍도 자신이 없어 몇 번씩 다시 셋업을 하고, 숏퍼트도 자신이 없어 주저했다.
입스가 온 듯한…뭔가 완전히 빠져나간 듯한 플레이.
다행히 넘어준 선수가 없어 우승컵을 들긴 했지만, 그 네 시간 매 홀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까?

그들도 인간이었다. 탑볼도 치고, B2B(bunker to bunker)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훌쩍이기도 하는.
신의 경지에 오른 그들이 그럴지인데, 인간류에서도 저~ 하층인 나야 대체 어떠랴.

하지만, 때론 너무 억울하다. 챙 야니군이 울 때, 나도 울었고…그 기막힌 스토리는 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