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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ugust, 2013

굿바이 써머

스크린샷 2013-08-24 오전 12.26.21

“출근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공식적인 여름의 마지막 날이니까…”

사 놓고도 몇 년간 입지 못했던, 연식과 TPO에 심히 부적합한 불량 반바지에 허벅지를 우겨넣고선 거울 앞에서 중얼거린다. 여름에 작별을 고하는 2013 마지막 공식 여름 착장이다. 안녕, 여름.

인생의 또 한 계절이 지나가는데, 이깟 반바지쯤이 뭐 대수란 말인가. 올 여름의 광폭한 전횡을 돌이켜 보면, 이 정도의 어필은 오히려 미약한 것이다 등등. 금요일이고, 회의도 외부 미팅도 없다는 이유따위 대봤자 합리화는 커녕 여전히 멋적기만해 끌어다 붙인 생뚱맞은 이유지만,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듯한 차림으로 하루를 마친 후, 선선한 바람 속에 석양이 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여름의 노래가 뚝하고 끊겨버린 듯한 기분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처럼 서랍 속에 내내 잠들어 있던 불량 반바지는,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변곡점이 감지된 순간 쿨하게 작별 인사를 선빵 날리는 시크함? 야박함??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정리하지 못한 옷장은 아직 여름으로 가득하지만 말이다.

문명진 콘서트 후기

dance (1 of 1)-2

2013.8.15(금) 연세대 백양홀

오로지 문명진이라는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파서 나선 백만년 만의 신촌행.
정작 콘서트는 문가수를 내세운 소속사 DH 엔터테인먼트 패밀리의 종합선물셋트였다.

덕분에 어느 정도 예상했던 허니 패밀리는 물론
디기리, 에이텐션, 일레븐, 스페이스 카우보이 등 이름도 성도 몰랐던 노관심 가수들을 줄창 보고 왔다.

문가수는 가뭄에 콩나듯 가끔씩만 등장해 분위기 쎄웠을 뿐.
심지어 불후의 명곡 출전곡만 부르고, 개인 앨범에서는 딱 한 곡밖에 안 불러주는 극악의 셋리스트.

표를 살 때부터 우려했던 사태가, 더 심각하게 발생했던 것이다.

근데 그게 뭐랄까. 나쁘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몸 잘 쓰고, 에너지 충만한 남자(애)들이 떼로 나와 있는대로 끼를 부려 대는데
그냥 보는 내내 되게 흐뭇하고, 좋았다.

첨에는 팔짱 딱 끼고 엄마 미소 지으며 지긋이 내려 보다가,
어느 순간 ‘아직 이럴 땐 아닐지도 몰라!’자리를 박차고 방방 뛰며 고성인지 괴성인지 모를 것을 질러댔던
제법, 여름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뜨겁다 주장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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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진은 정말 노래를 잘한다.

박진영이 미국에서 음반작업할 때, 유튜브의 “One Last Cry”를 본 브라이언 맥나잇이
문명진이 누구길래 내 노래를 그렇게 잘하느냐고 물었다던 그 문명진이다.

진성과 가성을 마구 넘나드는 초절정 고난이도의 테크닉에
한 R&B 커뮤니티에서 과연 이 노래가 라이브로 가능한가 라는 논란이 벌어졌다는 노래 < 잠 못 드는 밤에>

팬카페에서 누군가 연습실 도촬한 동영상을 봤는데,
그냥 PC 앞에서 무성의하게 흥얼대던 < 잠 못 드는 밤에>가 떼깔좋게 녹음된 CD같아서 아찔했었다.

흑인 소울 쩐다는데, 난 모르겠고 그냥 한없이 가슴으로 다가왔던 소리.
살아있는 한국 가수 중에서는, 임재범 이 후 처음으로 직접 노래하는 소리가 듣고 싶었졌던 가수였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꼭 목소리만으로 완성되는 것만은 아닌 듯
꼬박꼬박 챙겨보게 된 불명의 편곡이나 과거 앨범의 수록곡을 들어보면,
가수의 역량 외적인 것들과 그의 펀더멘털의 수준차가 너무 큰 것 같아 안타까웠다.

좋은 환경, 일류들이랑 작업해서 작품 좀 만들어 보지~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번 최고로 살아보지 끌끌대며 오지랩퍼성 안타까움을 갖기도 했지만
콘서트를 보고 나니, 그들은 가족이고, 떼어놓을 수 없이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다.

좀 더 소중한 쪽을 선택한 것일뿐. 그 선택이 가슴이 쪼개질 만큼 어려운 일일지라도.
꽉 쥐었던 손을 풀고, 닿지 못할 먼 곳으로 풍선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이 지나면 내가 선택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지.

어둠 속에 한 쪽 표정을 감춘 반쪽 달이 환히 비추는 불금의 신촌.
찾지 않은 세월에 비해 많이 바뀌지도 않았건만, 이 동네는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가수인지 누구인지의 선택에는 꽤나 납득이 되는 쫀득쫀득한 밤이었다.

dance (1 of 1)-6

노래 잘 하는 문가수. 다음 단독 콘서트 때 지대로 한 번 다시 봅세당~

dance (1 of 1)-5

화요비와의 듀엣 SLOW JAM. 듀엣도 좋았지만, 화요비양이 솔로로 부른 My Funny Valentine도 듀금이었음. 허스키한 중저음 보이스 캬~

dance (1 of 1)

대박 게스트 울랄라 세션. <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정말 분위기 터져나갈듯. 여기 콘서트도 꼭 한 번 방문이 필요함. 기 받으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