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아침

햇빛을 받으면 더욱 예뻐지는
알록달록 기분 좋아지는 색깔들.
쥔장님의 감각이다.
애월애담 산책로 시작점이자,
너른 서쪽 바다를 앞마당에 낀 별 다섯개 최적의 입지.

봄날의 시그니처 거대 커피잔.
“당신의 봄날은 봄날에서부터”

일어나자마자 설렁설렁 카메라 끼고
서해를 낀 애월한담 산책로를 걸어본다.

애월은 워낙 유명한 해안 드라이브 코스.
하지만, 애월~ 곽지해수욕장으로 이어진 1.5 km의 산책로를 더욱 강추.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한 정취.
특히, 인적드문 아침에는 더욱
어제밤에 봄날 파티에 이어 숙소 선택의 탁월함에 스스로 뿌듯~


왼쪽은 악어바위
‘바다에서 악어를 보았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되겠지’
오른쪽은 붉은 고래
‘나는 보름에 한 번 붉은 고래를 만나는 사치를 즐긴다’

아침 공기 마시며, 천천히 해가 뜨는 걸 느끼며
잘 가꾸어질 길을 조용조용 걸으며
빠듯했던 지난 4일의 여정을 돌아본다.
나같은 늦잠형 인간에게 아침 산책/산행이란 게 정말 생뚱맞은 행위이지만
4일을 반복하다 보니 그것도 익숙해진 듯~
인간이란 동물의 싱기로움. 결국 적응하고 만다.
있는 것에도, 없는 것에도.

어느새 여명에 잠겨있던 에머랄드 빛 바다가 제 색을 드러내고.

숙소로 귀환.
갓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쏠로부대도 있고.

게하의 숙소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집단 취침제.
2층 침대로 배정을 받으면 오르락 내리락이 더 귀찮아지고.
화장실, 샤워실을 같이 써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하룻밤 숙박비 2~2.5만에 더 무엇을 바라리오.
게다가 여행자들과의 만남~
11시가 되면 대부분은 강제 소등이므로, 잡생각으로 늦은밤까지 뒤척일 필요도 없음.

조식을 위해 봄날 카페로 모여든 어제밤 맥주 파티의 동지들.

크로크무슈 + 아메리카노 한잔.
별 돈 드는 재료 추가 없이도, ‘크로크 무슈’라고 하니
그냥 식빵 샌드위치 보다는 훨씬 있어보인다.
쥔장님이 디자인 출신이라는 데, 이런 감각이 곳곳에 배어있다.
울 회사 디자이너들고 생각나고 ㅋㅋ
밥 먹고, 어제 맥파의 동지들이자 귀요미 퍼레이드
쥔들은 사진 찾아가세용~~ ㅋㅋㅋ



우우 ~대 반전. 어제의 쭈글이 모태쏠로님께서
아침빛을 받아 이렇게 대변신하셨다!!!
이렇게 멋지신데 대체 왜 쏠로임???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그냥 ㅋㅋㅋ

제주 여행 베스트 컷. 그냥 이모 미소 지어진다.
바탕화면에 깔아놓을까 고민.
귀요미들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타이어를 굴려 오늘의 행선지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차키 시동 걸어놓고 한참을 멍하니~ ㅋㅋㅋ
사실 오늘은 딱히 가고 싶은데도 없는데
일단 첫날 SUM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방주교회
같이 묵은 분께 그렇게나 좋다고 꼭 들어보라는 강추를 받았었다.

영혼없는 인증.
그냥 그랬다. 건물 멋진데, 뭐 어쩌라고.
다음 일정이 안 떠올라 한참을 차 안에서 고민 고민.
부근의 아는 여행지라곤 오설록 티하우스밖에 없는데,
너무 가기 싫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네비를 찍고 간다.

방주 교회에 가면 누구나 찍는 반영샷

가기 싫은 곳이 목적지 여서일까.
자꾸 네비가 시키지 않은 곳으로 막 삐져나가서 헤매고 댕김.
대나무숲이 마음을 끄는 마을이 있어 차세우고 돌아다니다 보니
<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역시 4.3 항쟁의 아픈 기억이 새겨진 곳이고.
어디가나 무덤과 4.3의 흔적들…
신나게 뻥 뚫린 도로를 쌩쌩 달리다
드넓은 차밭도 만나, 차를 멈춘다.

오호라, 이것이 제주의 녹차밭이구랴.
차 밭 옆에 ‘남송악(남소로기)’ 오름 표지판이 보인다.
아싸 ~ 오설록 가기 싫은데, 오름이나 하나 더 올라 보자규.
며칠간 단련된 튼튼해진 다리 덕에 오름만 나오면 반갑다.

339m 의 낮은 오름.
마침 아무도 없었고
오르는 길은 그냥 평범한 동네 뒷산. (대신 소똥 잔뜩)
하지만 올라보니 또 이런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에서 이어진 도로를 질주해서
내가 왔다구!!
그리고 문제의 오설록티하우스~

녹차아이스크림과 녹차과자 인증!
끝!!
그냥 녹차 박물관이었음.

오설록 옆에 있는 이니스프리 체험관.
각종 제주 한정판 화장품도 있었고, 수제 비누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지만,
나의 목적은 건조한 손에 핸드크림 샘플 바르고 가기였기때문에 찍고만 왔다.

붕붕붕~ 곽지 해수욕장 해녀의 집으로 이동.
마침 모든 재료가 다 떨어짐;;
비주얼 좋으시고, 단정하시고, 친절하신 쥔장님께 사정사정해
남은 밥과 재료를 모아 성게 미역국 득템!!

마침 그날이 1박 2일에서 요 식당이 출연하는 날이라고 했다.
시간 맞으면 같이 보고 가시라는데, 나야 뭐 비행기 시작이 정해져 있어.
이래뵈도, 1박2일 출연자들이 먹은 유명한 성게 미역국~~~

그리고 나의 마지막 제주 코스 메종블뢰로~
곽지 해수욕장에서 무진장 가깝다.
사진 카페를 겸한 여행자들의 휴식과 사진 치유의 공간.

공간의 모토는
여행과 치유.
사진작가/사진 치유사인 이겸님과
그의 아내이자 예전 메종 편집장이신 임진미님이 만드신 공간.
제주 한옥 두 채를 개조해 한 채는 카페로,
또 한 채는 사진 교육 공간으로 쓰고 계셨다.
특히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 제주도 여행학교>라는 것을 열어
사진 공부도 하고, 글쓰기 공부도 하고, 제주의 숨은 곳을 기록하는 멋진 프로젝트를 열고 계신다.
사진 공간이래서 솔깃했었고.
무엇보다 중산간 사진전을 한다고 해서 꼭 보고싶었다.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땐 사진전은 이미 종료. 쩝.

메종블뢰의 마스코트 무카

창틈으로 내리는 석양을 받고 노는 무카는 그냥 예술.

진한 예가체프 더치 한잔.
그리고 옆집에서 직접 길렀다는 키위 한 접시.
너무나 편한 공간이었다.
평상에 앉아, 느긋하게 중산간 마을 전시를 카탈로그나마 감상.

손수 꾸민 예쁜 공간.

지친 여행자를 포근한 미소로 맞아주신 임진미 님과 무카의 순간.

이거슨 평화.

사랑방처럼 손님을 맞는 이겸 작가님.
아쉽게도 10월 말로 카페는 종료. 장기 렌트하우스로 변신한다고 한다.
이런 집에서 한 두달 살다보면
맘이 해변가 돌맹이들처럼 동글동글해질 것만 같다.

별 말 나누지 않아도 너무나 편안했던 시간.
평화의 순간.

이렇게 마지막 여정지에서 힐링을 가득 받고.

세상이 또 내가 온통 금빛으로 물드는 시간.
애월항에서 넋놓고 노을놀이하다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제주의 석양을 바라보며, 서울로.
안녕 제주!
서울로 오는 길, 세상은 어두워지고 마음은 차올랐다.
오길 잘했다. 늘 오기 전에는 가기 싫은데, 끝나고 나서는 이런 기분이다.
조용한 풍경들. 우연한 만남들. 걸었던 길들. 달렸던 길들.
삶의 가능성이 쫙 ~ 하고 넓혀진 기분이었다. 여행자의 착시일 뿐이라도 그땐 그랬다.
한번도 듣지않았던 내 폰의 음악.
김포에 내려 처음으로 이어폰을 꺼내 음악을 틀어본다.
키스 자렛의 ‘ My Back Pages’ 리피트 리피트 리피트.
키스 자렛의 피아노 선율을 따라
여행을 끝낸 자의 가슴이
한 없이 부풀어 오른다.
편안한 호흡
깊어진 숨.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은 꼭 필요하다.
자주는 못해도, 가끔씩이라도 꼭 마련해 주어야겠다. ^^
유진이의 2013 가을 제주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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