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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의 현재와 미래 : 아직 멀었다..

모질라의 ASA Dotzler(이하 아사)씨의 ‘파이어폭스의 현재와 미래’라는 강의를 들었다. 아마도 리눅스 컨퍼런스에서도 같은 내용을 발표하셨을 것 같다. 나는 앞으로의 변화하는 웹시장에서 브라우저가 어떤 역할을 할지,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브라우저와 어떤 전략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 지 이런 부분이 궁금했는데, 내용은 파폭의 역사와 1.5버전의 특징, 앞으로의 뉴버전 런칭 계획 등으로 포인트가 좀 달랐다.

Q&A 시간에 내가 했던 질문은 두 가지.

1) 우선 구글 브라우저.

구글이 모질라를 산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 모질라 코퍼레이션은 구글이 사고도 남지만, 구글 파운데이션의 결과물은 그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라는 것. 구글이 별도의 구글 브라우저를 런칭할 거란 내용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브라우저 서비스는 매우 힘든 것이라고. 모질라만 해도 6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구글이 모질라의 개발자를 고용했다는 사실은 맞다고 한다. 약 7,8명? 놀라운 것은 아사씨가 확인해 준 것 처럼, 그들이 구글에서도 구글 월급 받으면서도 여전히 모질라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사씨 말처럼 구글이 모질라/파이어폭스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새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브라우저’(혹은 지브라우저 : GBrowser)에 대한 이 수많은 예측과 루머들은 다 무엇일까? 제일 많은 화제를 뿌린 건 코트케(kotteke)군의 다음 포스트다.

The Google Browser (posted August 24, 2004 at 11:36 pm)

: 구글의 신뢰도 있는 브랜드와 막강한 유저 채널을 활용한 모질라 기반의 구글 브라우저 배포. 지메일, 블로깅, 검색 등이 빌트인 된 구글 툴바의 업그레이드 판. 점차 웹베이스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역할로 포지셔닝 해 가고 있는 구글.

한참 옛날 포스트인데 찾아 보니 구글 CEO 에릭 슈미트씨가 작년 10월 24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웹사이트를 인터넷 포털로 확장해 MS나 야후와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던 기사가 있다. 브라우저 전쟁에 뛰어들 용의가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원본 못 찾음)

⊙ ‘Google Browser’에 대한 [구글 검색 결과 보기]

⊙ ‘구글 브라우저’에 대한 [네이버 검색 결과 보기]

정작 이걸 못 봤었군. 그렇다고 말처럼 구글이 브라우저 전쟁에 뛰어들지 않은 것 같지는 않고, 모질라/파폭을 위시한 비IE 라인 구축하고 이를 전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직접 하는 것보다 더 무섭게 하는 것 같다.

최근의 구글은 애드센스 가입자 중 파폭+구글 툴바 다운로드 사용자에게 1달러씩 지불하는 레퍼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구글은 오페라도 지원한다. 지난 9월부터 여지껏 카피당 39달러 주고 써야했던 오페라를 오페라-구글 검색 스폰서쉽 계약으로 무료 다운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존과 이베이와의 계약도 같이 있는 듯. 오페라의 시장 점유율은 약 1%. 소문이지만 모질라는 이런 구글과의 검색 스폰서쉽 프로그램으로 연간 3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6천 4백만 다운로드 넘어섰다고 봤을 때, 1개의 브라우저 다운로드 당 0.5 달러 정도.)

열튼 구글은 IE에 대항할 수 있는 똘똘한 넘들이라면 누구든 적극 키워주는 분위기다. 무엇이든 기반이 되는 것이 중요한 법인데, 브라우저야 말로 인터넷 서비스의 궁극의 기반이 아닌가. 그 밑에 컴퓨터 OS가 있지만, 어쩐지 요새는 컴퓨터 부팅하고 나면, 브라우저 띄우는 것 빼고 데스크탑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업무할 때 오피스 정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브라우저 켜는 거고 대부분의 일을 브라우저 위에서 한다. 그러니 웹 OS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브라우저는 웹 OS의 OS가 아닌가. =.=

2) ‘플록(flock)’에 대해

웹2.0 소셜 브라우저로 한창 뜬 ‘플록(flock)‘에 대해 물어봤다. 스킨이 완전 이쁜데다가, 딜리셔스 북마크, RSS리더, 블로깅 툴 등이 통합되어 있어서 지난 번 웹 2.0 컨퍼런스에서부터 엄청난 기대와 관심을 모았는데, 써보니 역시 이쁘고 좋았다. 하지만 모질라 커뮤니티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코드 베이스(아래 코멘트를 참조하세요)로 새로운 브라우저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 우려가 많았다.

이런 걸 그쪽의 전문 용어로 포킹(forking)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역시 아래 코멘트 참조)플록 쪽에서는 곧 모질라 커뮤니티와 공생하며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발표했다. 그것만으로는 진화가 안 되었던 것 같고. 아사씨도 돌려돌려 말했지만, 플록의 접근 방식이 불만인 듯 했다. 완결된 제품으로서의 모질라가 아니라, 다른 브라우저/기능이 그 위에 얹힐 수 있는 브라우저 플랫폼으로서의 모질라를 얘기해 봤지만, 그것은 익스텐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플록이 영 틀린 것 같지 않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플록 같은 시도 대 환영이다. 내가 많이 쓰는 서비스들도 잘 모아져 있고. 어짜피 많은 사람들이 쓰지는 않겠지만,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성공이든 실패든 이 시도로 인해 앞으로 데스크탑과 인터넷 서비스가 어떻게 상호 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또 하나의 상상이 구현된 거 아닌가. 그리고 플록 자체도 오픈 소스 기반이다. 혼란한 세상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어쨌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 저것 다 가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한다. 단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애 쓰는 수 밖에 없다. 세상은 혼란투성이다!! (내용 급선회) 다 부질업셔!!! (허무한 결론 ㅋㅋ)

하지만 역시 중요한 문제는

파폭 만으로는 쓸 수 가 없다는 거다. 옥션의 상품 설명도 안 보이고, 포털 서비스도 많이 깨진다. 레이아웃이 조금 어긋나는 건 감수하겠지만,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같은 공인 인증서 걸려있는 데서는 완전 쥐약이다. 이렇게 행사되는 절대 권력의 액티브 X 앞에서는 사용자의 브라우저 선택권이나 MS 독점 운운의 논의는 깨갱할 수 밖에 없다. 나도 파폭 쓰고 있고, 탭브라우징도 하고, 라이브 북마크도 쓰고, 세이진지 사껜지로 RSS도 읽고, 그리스 몽키에 북 뷰로(Book Burro) 같은 거 깔아놓고 괜히 아마존 같은 데서 가격 비교도 뜨게 해 놓고 등등 부산을 떨었지만, 파폭만 열어놓으면 뭔가 깨름직한 마음 한 쪽의 불안함은 무엇일까. 브라우저를 타고 막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하는데, 중간 중간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암초들때문이다.

bookburro.jpg
북뷰로 : 설치하고 아마존의 책 페이지에 들어가면 해당 책에 대해 자동으로 각 사이트별로 가격 비교 해 준다.

나도 모르게 은행 잔고 확인하러 갔다, 아차 이거 파폭이지 하고 IE켜서 다시 들어가고. 쇼핑할 때 결제도 안되고, 증권 사이트 로깅도 안된다. 음악 듣기 플레이어 같은 것도 불안하고, 지도 보기나 빠른 길찾기도 불가함이다. 아사씨는 파폭이 자기 엄마나 할머니도 쓸 수 있는 핵심 기능에 집중한 심플하고 강력한 브라우저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쇼핑 안되고 인터넷 뱅킹 안되고 지도도 못 보는 브라우저를 엄마나 할머니보고 쓰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파폭은 절대로 한국 시장에서 크리티컬 매스에게 채택될 수가 없다. 아무리 기능, 표준, 유저빌리티, 심플리시티가 뛰어나다 해도 경쟁력 제로라고 생각한다. 쓸 수가 없는 걸….서비스가 커버가 안되는 절뚝이 브라우저. 결국엔 어디에선가는 IE를 띄워야 하는 걸.

하지만 이 문제를 물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것은 모질라 가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그들이 만든 문제도 아니고,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모질라가 잘못해서 페이지 레이아웃이 깨지고 절뚝이가 된 게 아니라, 웹표준으로 코딩이 안되서 그런 것인 것을. 애초에 시스템 자체가 IE가 아니면 다른 어떤 브라우저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걸. 파폭이 아니라 파폭이 할아버님이나 오페라 고조모님이 오셔도 안되게끔.

그럼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해야 하나? 개별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파폭 지원을 위해 그 복잡다단한 인증이나 보안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나? 왜?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몇 안되는 파폭 유저를 위해 그 구조를 다 뜯어고친다? 몇 푼이나 더 벌자구? 이런 일이야말로 국가에서 주도해야 하는 일인가? 잘 모르겠다. 여지껏 국가적으로 주도된 이런 일 중에서 성공 사례를 못 봐가지구. (내가 못 봤다는 거지, 없다는 건 아니구) 외국 애기들은 자기들끼리 이런 사이트 만들어 놓고 운동(movement) 개념으로 하기도 하더라. 또 이런 것도.

하지만 걔들은 공인 인증서 있어야 결제할 수 있는 거 아닐 거잖아. 페이팔이 파폭 지원하잖아…파폭으로 아마존에서 뭐든지 살 수 있고, 구글 맵도 파폭에서 잘만 보이고. 그러니까 ‘많이 쓰기만’ 하면 되는 거지, 우리처럼 여지껏 만들어 놓은 것까지 다 뜯어 고쳐야 하는 건 아닐거잖아.

MS가 OS에 IE를 끼워 파는 걸 문제 삼지만, 정작 IE가 아니면 절대로 쓸 수 없는, 혹은 쓰기 무지 불편한 서비스가 그득 널려있는 현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IE를 OS에서 떼어놓은들, IE가 아니면 그 좋은 인터넷 서비스들이 다 무용지물인데 머 어쩌자고…게다가 앞으로 IE는 더 잘 하려고만 할텐데. 표준에서 퍼포먼스까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