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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September, 2003

영매(靈媒),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mudang.jpg22살에 죽은 아들이 영매의 몸을 빌어 꺼이꺼이 통곡으로 세상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내가 혼이란 말여…내가 혼이라는 게 말이여…어쩌다가 나 날아가야돼…
보고 싶은 것도 많고…하고 싶은 것도 많고… 너희는 살았으니까만은
난 억울해요..섭섭해요..
내 아버지 나하고 같이 묻어놔줘요…내 아버지하고…”

이승을 떠나는 서러움은 저토록 깊은가. 정말로 그런가?
…나도 저렇게 서러울까?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 소재가 새롭든가 기존의 소재를 해석하는 시각이 새롭든가.

영화는 두 가지 점에서 모두 흡족하지 않다. 소재면에서 보면 그나마 ‘영매’라고 했으니까 조금이나마 매력이 있었지, 포스터의 영문 표기 그대로 ‘Mudang’이라고 했다면 아마 관객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그만큼 무당은 많이 봐온 소재다. 영화는 작가의 주관이나 시선을 가급적 배제하고 “~ 했다고 한다”는 식의 문장을 반복하며, 이 진부한 소재의 언저리를 빙빙 돈다. 너무 fact를 따라가기만 한다는 느낌이다. ‘기록’이라는 측면의 사료적 가치로서 인정하기엔 드라마가 너무 많이 개입되었고, 드라마를 이어가며 보기엔 각각의 내용들 간 일관성이 떨어진다. 너무 오래 찍었고, 너무 많은 것을 찍었고, 결정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영매는 의외의 지점에서 대박을 터트린다. 죽은 아들이 영매의 몸을 빌어 가족과 이별하는 장면같은 것.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슬픔과 해 보고 싶은 많은 것을 놔두고 이승을 떠나야 하는 어린 영혼의 서러움이 곡소리와 함께 스크린을 가득 메울 때, 전혀 가공, 연출되지 않은 다큐의 호소력은 정점에 이르러 관객들의 감정을 영화의 저 상황 속에 함께하게 한다. 이 때 머리는 완전히 판단 중지다. 다큐적 완성도야 어떻건 말건간에 나 역시 숨이 가쁘도록 헉헉헉 흐느끼며 무진장 눈물을 빼고 나왔다.

이렇듯 영화는 치열한 문제 의식이나 논리적/드라마적 완결성 대신, 그 소재에 깊이 천착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몇몇 빛나는 수확들을 보여준다. 참 감독이 수고 및 고생 많이 한 것 같다. 박기복이란 분. 잘은 모르지만, 아주 순수하거나 고집 센 사람일 것 같다는…써니 언니한테 자문을 구했더라면 훨씬 더 결과가 나아졌을텐데… (언니라면 아주 잔인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몇몇 포인트들을 잘라냈을 거야) 나오면서 그런 생각 쬐끔 해봤다. ^______^

언제나, ‘죽어 있다’라는 상태가 두려웠던 것은 아니다.
그 상태란 상상 속에서조차 어떤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나라는 존재의 무화일지도 모르고 이승의 업을 벗어던진 가벼운 영혼으로서의 나일지도 모른다. 뭔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쪽이든 한 가지, 그 상태는 아주 편안할 거라고 믿어왔다.

두려움은 언제나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넘어가는 변화 과정, transformation 에 대한 것이었다.

손목을 끊는다든지,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린다든지, 교통사고나 암이 개입한다든지, 여튼 괴로운 건 여기서 저기로 가는 데 끼어있는 거추장스러운 중간 과정이다. 몸 어딘가에 붙은 버튼 하나를 클릭하는 것 정도만으로 저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죽음이 이만큼 인간을 압박하진 않으리라. 그리고 그 버튼이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었다…

그런데 저 22살짜리 영혼의 서러움은….아무리 편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그는 죽는 과정이 아니라, 죽음 그 자체가 서러워 울고 있다. 이승을 떠나기 싫어 발버둥치고 있다. 그게 새삼스런 충격이었다.

어떻게 내 주변에는 죽음은 두렵지 않으며, 이 생에 아무런 미련 없다는 인간들 투성이다. 정작 살고 싶다고, 살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노라고, 살아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애원했던 이들은 무력하게 이 생을 뜨는데, 생에 미련없단 인간들은 여전히 눈부실 듯 푸른 하늘 아래서 오늘 하루를 잘~~ 누리고 있다. 두고 보라고? 에잇, 꿀밤 부터 먼저 한 대 맞아랏!!

Unbearable, again

‘시지프의 신화’를 다시 읽는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해야 한다고 까뮈씨는 끝을 맺는다.
시지프가 반복하는 여러 단계 중에서, 난 지금 돌이 다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그 시점에 와 있다.
희망없는 노동의 공허함 속에서 난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은 산을 내려가고 있다.
지긋지긋하다.

논리적이긴 쉽지만, 끝까지 논리적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긋지긋하다는 판단까지는, 매우 논리적으로 흘러오지만
지긋지긋하므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대목에서부터는 논리적 결론 대신 육체의 삶에 대한 애착이 먼저 발동한다.

까뮈씨는 내 책상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 쳐들고 웃고 계신다.
온 몸에 퍼져 있는 혈관을 타고 흘러 심장으로 전해지는 지옥을 실감하며,
나도 그에게 씨익 쪼개준다.

“Hey man, yo. Everything’s ok.”

행복한 유진이를 상상해야 한다.

camus.jpg

낯선 곳에서 ‘..그’와 마주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듯, 급작스럽게 떨어진 프로젝트.
난생 처음으로 클라이언트의 RFP(제안 요청서)에서 ‘블로그’란 단어를 접하다.

숨겨놨던 애인을 지극히 오피셜한 업무상 미팅에서 만난 것처럼 반갑고도 낯설어
한참을 야릇한 미소만 지으며 깊어진 눈으로 들여다 보았다.

너 왜 여깄니.
뭐 하러 왔니?..

“상부의 지시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유진양의 숨겨놨던 애인만은 꼭 구현해야 한다고 합니다!”

(잠시 침묵)

“그런데 정유진씨, 당신의 숨겨놨던 애인이란 대체 뭡니까?”

“넷? 아 네. 제 숨겨놨던 애인은…그 자식은 그러니까….주절주절주절……
(생각해 보니, 그 자식에 대해 떠들 수 있는게 열나 없군. 숨겨논 애인 맞어???)
….그리하여 몇 가지 안을 만들어 따로 제안드리겠습니다!!” -_-;;

정말로 블로그가 인기긴 인기인 모양이다.
유진이의 밥벌이 현장에까지도 ‘..그’가 침투한 것을 보면.

그런데 제안은 어떻게 하지?
몇 가지 엉뚱한 상상들이 화이트보드를 날라다닌다.

네이트온 : 무료 SMS에서 전문 메신저로?

nateon.jpg

메신저를 끊고 산 지 꽤 되었지만, 문자를 보내기 위해 네이트온만은 가끔 접속을 한다. 네이트온으로 대화를 한 것은, 깔고 나서 시험삼아 동생 뎀비와 심심풀이 땅콩 까먹기를 한 정도. 마우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이트 보드 기능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에게 네이트온은 메신저가 아닌 SMS 어플리케이션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네이트온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2일 정식버전 발표를 하더니, 접속할 때마다 무섭게 업글 패치들을 보내고 있고,패치들이 하나 깔릴 때마다 확확 달라진 얼굴을 들이민다.

접속 시, 부가 창을 띄워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었고 나도 모르게 ‘주소록에 있는 네이트온 친구’를 자동 리스팅 하고 온라인 친구와 주소록 친구를 분리하여 이제는 무료 SMS 서비스가 아닌 제대로 ‘메신저’로서도 한 번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안 써봤는데, 싸이월드와의 연동도 대폭 강화했단다.

“네이트온을 통해 친구로 등록된 상대방의 ‘미니홈피’에 새로운 사진이나 글이 올라오면 쪽지를 이용해 알려주며, 싸이월드에서 친구로 등록된 회원들을 네이트온으로 한번의 클릭만으로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는 기능도 도입했다.” Inews24 기사 발췌 2003.9.22

지난 번 강의 때 학생들에게 많이 쓰는 사이트를 물었을 때, 네이트 내지는 네이트온이라고 대답한 학생도 몇 있었다.
왜 MSN을 안 쓰냐고 했더니, 네이트에서 연결해 쓰면 된다나?

나도 시험삼아 한 번 접속을 해 봤더니 MSN으로 로그인 하는 것 보다 네이트온으로 로그인 하는 것이 훨씬 잘 된다.
(내 컴에서는 MSN 접속이 무척 난해하다. 한 10번쯤 시도하면 1번 될까말까…메신저를 끊게 만든 작은 이유 중 하나)
그리고 채팅 환경도 좋다. 팍팍한 MSN보다 이쁘잖아…
그림들이 많고 유저 인터페이스가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확실히 젊은 층을 겨냥한 친근한 느낌의 감성적인 그래픽들이다.
참, 그 옛날 ICQ에서 많이 써먹었던 대화 저장 기능도 반가웠다.

하기야 난 MSN도 업그레이드를 안 해서, 요새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른다.
플러스팩인가 뭐 그런거 있던데 그건 좋은건가?

짱양은 ‘네이트온 넘 재밌당…^^’이라는 닉을 달아놨던데 뭐가 그리 재밌더냐? 좀 알려다오.

지난 번 MSN 메신저가 타 메신저와의 연결을 차단하고,
국내 업체에게는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허용하겠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돈 내란 뜻)
아마도 네이트온이 메신저로서의 정착할 수 있을 지는 가능성은 이 MSN과의 연동에 달려있을 것 같다.

아무리 네이트온이 좋다해도, 당분간 네이트온만의 라이브한 메신저 커뮤니티를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
대신 차별화된 채팅 환경으로 유저의 충성도를 붙잡고, 이런 유저들을 다시 네이트닷컴이나 싸이월드로 연계시키면서
네이트온의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거다.
그걸 ‘어떻게’ 하려는 건지, 지금 매일 계속되는 네이트온의 업그레이드 패치들은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네이트닷컴의 성장 가능성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사이트의 만들어진 모양새는 좀 머리 아프지만..)
이에 네이트온이라는 메신저 기반의 비즈니스 인프라까지 얹혀진다면
네이트로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까지 썼으면 과연 뭘 할 수 있는지 줄줄이 나열해 보아야 하건만, 귀차니즘과 스케줄 압박 때문에 이만…^^
Anyway, 네이트온 요새 참 눈길을 끄는 서비스 중의 하나다.

네이트온 이용자는 설치자 기준으로 900만명, 월간 이용자는 540만명(8월 코리안클릭 발표)

그런데, 매직엔은 지금 뭐 하고 계시나…

어떤 날의 기록

인사동에서 신림동까지 걸어왔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

여전히 종로에는 살찐 쥐들이 뛰어다니고
서울역 지하도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루 분의 잠을 묻는다.
보수 공사 중인 한강대교는 꽤나 흔들리더군.
루시드 폴이 못 견디게 듣고 싶었고…

누군가가 그어 놓은 선을 넘는다는 것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어.
그냥 내 마음이 따르는 자연스런 내가 되는 것.
이 외에 아무런 대안은 없어.

해가 진다

sunset.jpg

렌즈에 지문과 먼지가 잔뜩 묻어있는 IXY 300이 잡아낸 저녁 하늘.
너무도 멋진 하늘이었는데…

나 때문에 지쳐버린 익시군.
이만큼이라도 힘을 내 주어 고마워.

생각해 보니 이런 적도 있었구나.
그때 난….

[구인] 저와 같이 일할 똘똘한 웹기획 서브 구합니다.

제가 새로 맡은 사이트를 함께 작업할 서브 기획자를 찾고 있습니다.
대형 종합 온라인 컨텐츠 유료화 사이트이구요.
큰 작업이고 쉽지 않겠지만, 브랜드 네임상 커리어 개발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2개월 정도 수습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서로의 조건이 맞으면 입사의 형태로
계속적으로 사이트를 운영 및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상황이구요.

또 대단하진 않지만, 제가 가진 웹기획에 대한 노하우나 생각들을 함께 나누면서
즐겁게 (하지만 프로답게^^) 일하려고 해요.

웹기획 경력 1년 내외를 원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높더라도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배워가며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원해 주세요.

또 주변에 감각있는 친구들 놀고 있으면 소개 및 추천도 좀 해 주시구요.^^

-도큐멘테이션 능력 (파워포인트 능숙. 스토리보드 작업 정확히 빨리빨리 가능자)
-웹기획에 대한 기본 이해와 감각
-똘똘함과 성실함. 일에 대한 열정.
-커뮤니케이션 능력, 책임감 등
-온라인 컨텐츠 비즈니스에 관심있으면 더 좋구요. 유료화 사이트 구축 경험도 환영입니다.
생각해 보니, 웹을 좋아하고 많이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네요.

  • 보내실 곳 : youzin@youzin.com
  • 보내실 것 : 이력서, 자기 소개서 (경력 위주 간단히), 전에 기획일 하며 작업하셨던 스토리보드나 기획서, 플로우챠트 등 각종 도큐멘테이션 자료
  • 접수 기간 : 22일~26일
    (그런데 생각 있으면 가급적 빨리 보내주세요.
    먼저 검토해서 좋은 친구 찾으면 바로 찜들어가서 작업 시작하려고 해요.)

참 페이는 경력과 스펙에 따라 추후 조정하게 됩니다.
(희망 급여 수준을 미리 적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아마 고생되면서도 재밌을 거예요. 저도 그런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들어왔거든요.
최선을 다해 해 볼 생각이고,
저만큼의 아니, 그 이상가는 열의를 가지고 제 이 굳어가는 머리에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으며 따라와 줄 수 있는
그런 좋은 후배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궁금한 것도 물어보세요. 메일로요. ^^

맨유 대 아스날. 0:0 무승부 !!

와하하핫. 세상에 이런 일도.
경기 종료 30초를 남겨두고 ‘one of the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반니스텔루이가 PK를 실축했네요.

맨유 라디오로 중계 듣다가 하도 아나운서가 “Ruud got the goal~~~” 하면서 흥분을 하길래
벌써 골 들어간 줄 알고 허탈하게 천장쳐다보다가
문자 중계에서 골포스트 맞고 튕겨져 나왔다는 거 확인하고 야밤에 혼자 방을 팔짝팔짝 뛰어다녔네요.

0:0의 상황,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골이었다는 점에서 지난 번 앙리의 PK의 실축보다 더 치명적이군요.
이제 루드는 아스날 팬들에게는 영웅이네요. 하하.

직접 경기를 볼 방법은 없었지만, 여러 다른 소스들로 실시간 들어온 정보들을 종합해 볼 때
거의 용쟁호투, 용호상박에 필적하는 치열한 격전이었던 듯 하네요.

맨유에서는 C.호나우두에 올인하는 분위기 였던 것 같고, 오늘도 앙리의 활약은 잘 안 보인 것 같습니다. 흠.
한편, 아스날로선 비에이라가 퇴장당하고, 융베리, 베르캄프, 콜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피해 막심한 경기였습니다.
다음 경기에 비에이라가 못 나오게 된다는 점이 특히 걸리네요. (시어러가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그러나 아스날이란 팀의 기묘함이란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전혀 예상밖의 퍼포먼스를 낸다는 점입니다.
마치 당연히 이겨야 할 팀, 이겨야 할 상황에서 오방 깨지듯이.
바로 제가 아스날을 좋아하는 이유죠.
충분히 호재인 상황도 순식간에 악재로 만들고, 오히려 악재인 상황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는 유진이의 개성을 반영하는 듯 해서요.^^
(아스날도 전갈자리의 AB형일거야 ㅋㅋ)

어쨌든 오늘 아스날이 이기기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어제부터 잠을 못 이루며 속쓰림과 울렁거림을 겪었네요.
사적인 의미까지 부여하면스리…더더욱 오바해서.

무조건 이길거라고 믿긴 했지만, 이긴다 아니면 진다 두 가지 상황 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면 지구 밑바닥으로 꺼져버린다. 이기면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나쁜 기분이란 모두 사라진다…흑백논리에만 사로잡혀서 혼자 비장해 했는데, 무승부란 제 3의 결과를 보며 인생에 또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어요.

무엇을 놓치고 있으며, 무엇을 성급하게 재단해 버렸는지..

굉장한 실력을 갖추었지만 항상 어떤 쪽으로든 예상을 깨버리는 이 거너스들이 또 어떤 괴팍한 결과로 놀라게 해 줄지
앞으로의 경기들이 더더욱 기대되는 밤입니다.

방탄승 (Bulletproof Monk)

재밌는 제목. 방탄복을 입은 스님이란 뜻인가?
법복 아래 방탄복을 받쳐입은 주윤발 스님의 활약상?
그렇게 잠정 결론 내리고, 영화 내내 방탄복이 어디에 어떻게 등장하는지 기대했다.
제목에까지 쓰일 정도면 중요한 소재아니냐고..

그런데 내가 틀렸다.
방탄승이란 방탄복을 입은 스님이 아니라 방탄이 ‘되는’ 스님이라는 뜻이었다.
그걸 마지막 장면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엄한 주황색 조끼만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완전 헛다리. 후후…

윤발옵을 보기 위해 영화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다. 무수한 주위의 친구들이 중, 고교 시절 윤발옵의 칼있수마에 빠져 정신 못차렸지만, 이상하게도 난 한번도 윤발옵에 뿅가본 적이 없다. 나의 애정은 늘 섬약한 꺼거(국영)에게 바쳐져 있었다. 그저 심정적으로 조금은 헝클어진 한 주를 보내, 머리 속을 텅 비워버릴 수 있는 화끈하고 이색적인 무언가를 바랬을 뿐이다. 게다가 조폭마누라2, 캐러비안의 해적들, 오 브라더스를 선택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요새 진짜 볼 영화 없다) 그렇다면 방탄승으로 변신한 윤발옵의 느끼 카리스마에 잠시 취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리라.

..라는 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마치 세 번째에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아사코처럼, 이 영화 속의 주윤발은 안 보는 편이 나았다. 전혀 맥락을 찾을 수 없는 웃음에 되도 않는 영어 대사를 애써 주워넘기며 스승 앞에 굽실굽실하는 첫 장면부터 왜 이리도 껄렁한 것인지. 꼭 바람 든 나이트 삐끼 같다. 주윤발은 그때 그 주윤발이건만, 운명적인 허무함을 내뿜던 그의 웃음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후까시에도 진정성이란 게 있는 법인데, 그저 기계적으로 과거에 통했던 것을 우려내며 지탱할 수 밖에 없는 나이먹음에 대한 상념이 밀려왔다.

zoo1.jpg
이런 적도 있었다.. ㅠ.ㅠ

주윤발이 쌀은 나에겐 식구라고 읊어대며 엎어진 볶음밥을 모아 우걱우걱 줏어먹었을 때, 세상 모든 게 다 우습다는 듯이 성냥 개비를 씹어댔을 때, 그 눈빛엔 거친 비아냥거림과 함께 상대방을 압도하는 심연이 있었다. 후까시건 칼있수마건 사람의 가슴을 쿵~하고 내려앉게 만드는 것은 그 심연의 깊이다. 흉내내기는 원숭이의 몫이건만, 윤발옵. 왜 그렇게 망가진거야…

아스날과 나

2003.9.19 MBC ESPN 19:30~21:30

아스날.

하이베리 홈 구장에서
크레스포도 비에리도 레코바도 없는 인터밀란에 3:0으로 깨지다. (챔피언스 리그)

정말 불가사의 할 정도로 안 풀리는 경기군.
저렇게까지 열심히 뛰어 놓고도.

앙리군은 심지어 PK 실축.
처음 본다. 저러는 거.

일요일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한 판이 기다리고 있다.
부디 이겨줘. please please please

안 그러면…
지구 밑바닥으로 푹 꺼져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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