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기가 얼마나 힘든건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솔직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칸에서 상도 받을 수 있다. 우는 게 얼마나 레어한 거냐면, 한 남자가 인터뷰 중에 엉엉 울었다는 것만으로 기사가 쫙 깔린다.
Canne. 김기덕 감독 Canal Plus 인터뷰.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는 못 봤지만, 볼 때마다 줄기차게도 ‘구원’이었다. 그토록 간절히 구원을 갈구했던 남자가 운다. 백발 성성한 아저씨가, 엄마 손 놓친 어린애처럼 엉엉 운다. 쳐다 보는 사람 신경 하나 안 쓰고, 부르던 ‘아리랑’도 다 부르지 못하고.
김기덕의 영화는 불편하게 한다. 사람 사는 꼴에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는데, 대부분 덮어놓거나 (이만해도 양반) 심지어 나쁜 거라며 욕하고 비하하고 단죄하는 것을 떡하니 끄집어내니까. 하지만, 그냥 그런 일들보다 더한 일들도 세상에는 벌어지므로, 그보다 더 가학 피학인 관계도 지천하므로, 그 보다 더 부담스러운 행각들도 벌어지므로, 어쩔 수 없지. 그런 것들이 있어서 있다고 하는 걸 뭘 어떻게 해?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런 심정이 되고 만다.
이번에 운 것도 그렇다. 다 큰 한국 남자가, 그것도 상도 많이 받은 저명하신 영화 감독씩이나 되는 분께서 어디 칸 나가서, 전 세계에 송출될 방송에 나와 인터뷰중에 울어? 쪽팔리게. 그것도 무방비로 하나도 안 멋지게. 임재범이 ‘여러분’ 부를 때 멋스럽게도 아니고. 이거 한국 남자에 대한 심각한 명예 훼손이 아냐? 정말이지 불편한 장면이다. 날 것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불편함.
하지만, 늘 이상했었다. 왜 다 큰 남자들은 이렇게 울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괴로워 하면서들.
영화는 사적인 것일까? 공적인 것일까? 둘 다일 거다.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영화 보는 쾌감의 극대치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균형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자본의 논리는 영화를 사적 성취가 아닌 (나에겐 다소 재미없는) 공장의 산출물로 개조한지 오래다.
자기 방어와 포장은 공적 세계의 에티켓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존재하게 한 자본에 대한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에티켓 따위 무시하고, 정 반대편의 사적 세계로 초월해갔다. (미움받을 수 밖에) 그리고, 각종 찌라시 정보를 종합해 봤을 때, 그는 그 세계의 끝에서 ‘전무후무한’ 영화 하나를 만든 것 같다. 맛집과 스위트홈과 오늘의 멋진 하루로 가득한 타임라인. 부정적 단면조차 위트있는 문구로 가다듬은 후에나 포스팅 할 수 있고, 블로그 사진 한 장 올리는데도 포토샵과 라룸이 필수인 자기 과시, 자기 포장의 세상에서, 연약하고 상처받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인가. 아니, 그게 대체 영화로서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건가.
예를 들어, 유진이는 과연 독자도 거의 없다시피하며 늘 자기 자신이 메인 클라이언트인 추억의 로깅장이라 주장하는 유진닷컴에서나마 100% 솔직할 수 있는가. 슬플 때 내 블로그에서 엉엉 울 수 있는가? Oh, No…아무리 숨어 있어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의미가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영화 행사 한 가운데서 엉엉 울어버린 김기덕에 삘받아 발언해 보자면,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구원’을 바랄 때라고 답할 수 밖에. 이 지점에서, 나는 김기덕을 만난다. 그래서, 김기덕의 도전이 몹시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 결과가 무책임한 자의식의 과잉일지 아니면, 구원에 한 걸음 다가가는 신세계의 발견일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작정하고 남들 보여주겠다고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한 인간이 카메라(타인의 시선) 앞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김기덕의 ‘아리랑’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남의 실명까지 밝혀가며 극단적으로 ‘솔직해 진다’는 것이 구원이나 치유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그게 흥미를 배가시키며 동시에 진정성을 망쳐버리는 속된 뒷담화와 뭐가 그리 다르다는 건지. 곰곰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내가 나 자신에게 조작하고 있는 어떤 림보 상태에 킥을 강요하는 대단히 불편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까야되나? 덮어야 되나? 고민된다.
개봉도 안 하고 심지어 국내 판권조차 팔리지 않은(누가 살지??) 영화에 대해 벌써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다니, 역시 대~단하신 김기덕 감독님ㅋ 거칠고 소박하지만 날 것이어서 레어하고 강렬한 존재들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