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 대호단양CC 골프 여행 1박 2일
# 골프
불면증 + 피로 + 감기몸살 기침과의 전쟁. 주변에서 극구 뜯어말리던 여행. 극저조 컨디션에서 제 샷이 나올리 없는건데. 핑계, 아니 더 할 수 없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했다. 굿샷 배드샷이 아니라, 18 X 18 중에 단 한 번의 스윙도 ‘내거다’ 싶은 게 없는 게 문제라 주장하며. 진 건 정신이다. 저 지경의 몸을 돌보거나 배려하지 않고, 1박 2일 줄기차게 지 주장만 하며, 몸을 몰아세우다니. 아직 이 수준입니다ㅠ 더욱 정진해야죠~
라운딩 내내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많이들 정신력 강조하지만, 정신이 정말 몸에 대해서 얼마나 지배력을 가지는 걸까. 정신을 차린다고 아무리 다잡아보아도, 그런 척을 하고, 미라클식의 자기 암시를 해 봐도, 몸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골프는 참 솔직한 본연의 상태를 드러내어 보여준다. 마음에 대해서든, 몸에 대해서든. 때로는 너무 잔인한 솔직.

근데 희한하게 퍼팅이 잘 붙어서, 대략 봄시즌 핸디는 방어했음. 100개 언저리 -_-;; 타수는 고정이고 대략 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퍼팅이 돌아가며 하나씩 무너지고 막아주는 형국. 근데 어짜피, 가을되면 다 모인다. 단, 불면증 잡고 컨디션 돌아온다는 가정하에. 어쩌면 스윙 연습보다 병원부터 가야하는 거 아닐까.
# 캐디
캐디가 꽃미남이면 거리를 잘 못 불러주거나, 퍼팅 라이를 안 봐줘도 라운딩이 훈훈하다. 퍼터 커버 벗길까요? 네에~ 다 벗겨주세요. (다들 입을 모아) 저두요 저두요. 아줌마 맞나보다 ㅠㅠ (반전) 다음날 보니 그 아이가 카드에 내 이름을 ‘정유자’라고 기록해 놓았다. 설마 나를 정유자라고 생각했던 거니? 난, 난 정유자가 아니야~ 찾아가서 바로잡고 싶었다. ㅋ 오해가 싫다. 하지만, 어떤 오해는 바로잡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우리 란딩했어요~ 제법 ㅋ 길거리에서 소녀시대 Kissing You 나오자 지나가던 아저씨 남자애들 입을 모아 Kissing you oh my love~ 떼창하던 거…욕하지 않아요. 월드IT쇼 같을 때, 3D 체험장이라고 소녀시대 뮤비 앞에서 정줄놓고 므흣한 표정으로 심취하던 남성분들. 가슴으로 이해합니다.

# 퍼블릭
대호단양 CC는 예전 단양 오스타를 대호 건설이 인수해 붙인 이름이다. 단양 오스타 시절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좀 짧긴 했지만 코스 관리도 괜찮고, 내 수준에 맞는 아기자기한 모험도 있는 참 괜찮은 골프장이었다. 반면, 대호단양 정말 꽝이다. 페어웨이에 제대로 잔디가 붙어있는 꼴을 보기가 힘들다. 1박 2일 단체 여행이라 넘어가지만, 170Km 달려서 찾아갈 메리트 있는 골프장은 아니다. 특소세 감면도 없어졌구. 걍 동네 주민용 퍼블릭으로 자리잡은 듯.

중앙에 커다란 분수 호수를 둘러싸고 18홀 조성. 얼핏 보면 괜찮다. 처음 왔을 때, 또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골프장도 바뀌고, 나도 바뀌고, 동반자도 바뀌고. 이젠 그 때로 다시 올 수 없다. “우…모든 것이 변해가네”
# MT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놀고, 얘기하고, 농담하고, 술 취하고, 노래하고, 싸우고, 내기하고, 쓰러져 자고….간만에 MT기분. 다들 나이들었다고 이젠 다들 기차대신 자차 끌고 와서, 삼겹살 대신 한우 먹고, 족구 대신 골프 치지만. 그래도 사람 노는 거,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돈 있거나 없거나, 다들 외로워서 또 함께 하는 거 비슷하다.

골프장에서 좀 먼 곳에 잡아 강원도와 충청도를 넘나들며, 깡 시골 풍경 속을 헤쳐다님. 좀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다.

# 스마트폰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스마트폰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정말 그랬다. 이 *당연한* 사실을 IT업계 종사자이며, 모바일과 밥줄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내가 새삼 느껴야 했던 이유는 정작 내가 아직 피처폰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간만에 나 빼고 모두 스마트폰 쓰는 이들과 36시간을 꼬박 붙어지내다 보니, 스마트폰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깊게 밀착되어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그러니까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끔식 느끼는 일말의 어색함 따위는 무의미하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틈 날 때마다 타임라인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이동할 때마다 포퀘 체크인을 하고, 찍은 사진은 즉석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위터에 포스팅된다. 란딩 중간에 @KBO_Scores로 실시간 야구 스코어를 확인하고, 심야 술판에선 노래방 어플을 다운 받아 노래를 한다. 노래방 어플에 없는 노래는 가사 어플로 커버하고, 각자의 아이튠즈에 보관한 음악을 돌아가며 하나씩 틀어주고, 네이버 앱이나 SoundHound로 음악 인식을 해 괜찮은 노래를 찜하거나, 범프로 노래를 폰2폰 전송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찜한 동영상을 보여주면, 한쪽에선 메모앱에 노트를 하고, 두산과 LG의 2000년 이후 관중수에 대해 싸우다가 즉석에서 웹검색으로 인증에 들어간다. 특히 T맵. ‘T탭을 믿슙니까?”믿슙니다~’ 아무리 희한한 길을 안내해도 T맵만을 따르리오. 운전 달인의 경지에 오른 운전병 출신조차 맹신하는 T맵이 없었다면 연휴 고속도로에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빠져나왔을까.
저마다 액정을 들여다 보며,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태로 대화를 하는 술자리. 그런데도, 대화는 잘 이어진다. 네트워크의 업데이트가 대화의 소재로 훌륭하고 활용되고, 네트워크의 컨텐츠가 우리에게 함께 할 ‘놀거리’를 만들어준다. 누군가의 약간 지루한 장광설이 이어질 때 네트워크는 잠깐 예의있게 도피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효용으로 이 정도 깊이 침투해 있다면, 같이 있는 사람이 잠깐 내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한다든가, 술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 등에 더 이상 아쉬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눈물이 나려한다…왜지 ㅠ) 바뀐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랑 있을 때는, 나만 바라봐”는 주장은 무의미하고, 새로운 콤포넌트로 조합된 새로운 매너의 커뮤니케이션을…받아들여야만 한다. 하는 건가? 그 옛날 사람들이 TV라는 매체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그 TV가 거실에서 각자의 방으로 옮겨지게 되었을 때처럼. 그 때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따로 또 같이’. 한 번에 하나의 공간, 하나의 소속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은 깨졌다. 내가 너랑 있다고 너랑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지. 너랑 있으면서 또 팔로워들과도 같이 있을 수 있는거야. 오프라인과 각자의 네트워크로 파편화된 새로운 존재 방식에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겠지. 난 여전히 따로 뭐 할 게 많지는 않은데 말이야.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런가. 나도 스마트폰 사서, 트윗질 하고, 포퀘 찍고, 인스타그램 하면 달라질까? 인생의 실시간 로깅과 세상에 대한 업데이트에 좀 더 투자해야 하는 걸까. 왜? MY SCREEN이 필요해서? 다들 자신의 스크린을 바라볼 때, 나도 들여다 볼 나만의 세상이 필요하니까? 숨겨둔 애인 하나쯤 있어줘야 하는 것 처럼, 나에게도 내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런거지?
창가로 비쳐들어오는 봄 날의 따스한 햇살 속에 눈을 감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너와 나의 잠깐의 포즈에, 방금 전 네가 한 말을 마음으로 음미하고 싶을 때…순간 달라진 표정의 너의 기분을 나도 느끼고 싶을 때…수 많은 식당 중 이 집을 고른 너의 취향. 그 취향을 만든 너의 인생에 관심이 생길 때…그 시간을 잘라 나 역시 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볼까? 그러면 더 충만해질까. 아니, 최소한 뒤떨어지지는 않게 되는 걸까.
정말 소중한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 그렇게 빛이 바래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나에게는 아이폰이 있다. 로딩이 버벅일 만큼 많은 앱들이 깔려 있다. 하지만, 개통하지 않은 나에겐 3G가 유일한 네트워크 Off 스위치인 것을. 있으면 막 쓰게 될 것 같아, 아예 없었으면 싶은 것. 3G. 연결된 느낌은 끊어진 느낌만큼이나 불편하다. On and off…Off and on…나 왠지 조선시대 사람 된 것 같다. 쪽지고 비녀꼽고 버선 신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스마트폰 하나 없을 뿐인데 말이지.
어쨌든 스마트폰과 함께 참으로 스마트했던 1박 2일 골프여행. 힘들었지만, 흐뭇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