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SportsTravel

1박 2일 – 스마트 골프 여행편

6.4~5 대호단양CC 골프 여행 1박 2일

# 골프

불면증 + 피로 + 감기몸살 기침과의 전쟁. 주변에서 극구 뜯어말리던 여행. 극저조 컨디션에서 제 샷이 나올리 없는건데. 핑계, 아니 더 할 수 없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했다. 굿샷 배드샷이 아니라, 18 X 18 중에 단 한 번의 스윙도 ‘내거다’ 싶은 게 없는 게 문제라 주장하며. 진 건 정신이다. 저 지경의 몸을 돌보거나 배려하지 않고, 1박 2일 줄기차게 지 주장만 하며, 몸을 몰아세우다니. 아직 이 수준입니다ㅠ 더욱 정진해야죠~

라운딩 내내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많이들 정신력 강조하지만, 정신이 정말 몸에 대해서 얼마나 지배력을 가지는 걸까. 정신을 차린다고 아무리 다잡아보아도, 그런 척을 하고, 미라클식의 자기 암시를 해 봐도, 몸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골프는 참 솔직한 본연의 상태를 드러내어 보여준다. 마음에 대해서든, 몸에 대해서든. 때로는 너무 잔인한 솔직.

g

근데 희한하게 퍼팅이 잘 붙어서, 대략 봄시즌 핸디는 방어했음. 100개 언저리 -_-;; 타수는 고정이고 대략 드라이버, 아이언, 우드, 퍼팅이 돌아가며 하나씩 무너지고 막아주는 형국. 근데 어짜피, 가을되면 다 모인다. 단, 불면증 잡고 컨디션 돌아온다는 가정하에. 어쩌면 스윙 연습보다 병원부터 가야하는 거 아닐까.

# 캐디

캐디가 꽃미남이면 거리를 잘 못 불러주거나, 퍼팅 라이를 안 봐줘도 라운딩이 훈훈하다. 퍼터 커버 벗길까요? 네에~ 다 벗겨주세요. (다들 입을 모아) 저두요 저두요. 아줌마 맞나보다 ㅠㅠ (반전) 다음날 보니 그 아이가 카드에 내 이름을 ‘정유자’라고 기록해 놓았다. 설마 나를 정유자라고 생각했던 거니? 난, 난 정유자가 아니야~ 찾아가서 바로잡고 싶었다. ㅋ 오해가 싫다. 하지만, 어떤 오해는 바로잡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c

우리 란딩했어요~ 제법 ㅋ 길거리에서 소녀시대 Kissing You 나오자 지나가던 아저씨 남자애들 입을 모아 Kissing you oh my love~ 떼창하던 거…욕하지 않아요. 월드IT쇼 같을 때, 3D 체험장이라고 소녀시대 뮤비 앞에서 정줄놓고 므흣한 표정으로 심취하던 남성분들. 가슴으로 이해합니다.

c2

# 퍼블릭

대호단양 CC는 예전 단양 오스타를 대호 건설이 인수해 붙인 이름이다. 단양 오스타 시절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좀 짧긴 했지만 코스 관리도 괜찮고, 내 수준에 맞는 아기자기한 모험도 있는 참 괜찮은 골프장이었다. 반면, 대호단양 정말 꽝이다. 페어웨이에 제대로 잔디가 붙어있는 꼴을 보기가 힘들다. 1박 2일 단체 여행이라 넘어가지만, 170Km 달려서 찾아갈 메리트 있는 골프장은 아니다. 특소세 감면도 없어졌구. 걍 동네 주민용 퍼블릭으로 자리잡은 듯.

daeho

중앙에 커다란 분수 호수를 둘러싸고 18홀 조성. 얼핏 보면 괜찮다. 처음 왔을 때, 또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골프장도 바뀌고, 나도 바뀌고, 동반자도 바뀌고. 이젠 그 때로 다시 올 수 없다. “우…모든 것이 변해가네”

# MT

좋은 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놀고, 얘기하고, 농담하고, 술 취하고, 노래하고, 싸우고, 내기하고, 쓰러져 자고….간만에 MT기분. 다들 나이들었다고 이젠 다들 기차대신 자차 끌고 와서, 삼겹살 대신 한우 먹고, 족구 대신 골프 치지만. 그래도 사람 노는 거, 어릴 때나 지금이나, 돈 있거나 없거나, 다들 외로워서 또 함께 하는 거 비슷하다.

d

골프장에서 좀 먼 곳에 잡아 강원도와 충청도를 넘나들며, 깡 시골 풍경 속을 헤쳐다님. 좀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다.

p

# 스마트폰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스마트폰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정말 그랬다. 이 *당연한* 사실을 IT업계 종사자이며, 모바일과 밥줄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내가 새삼 느껴야 했던 이유는 정작 내가 아직 피처폰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간만에 나 빼고 모두 스마트폰 쓰는 이들과 36시간을 꼬박 붙어지내다 보니, 스마트폰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깊게 밀착되어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그러니까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끔식 느끼는 일말의 어색함 따위는 무의미하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srixon-28

틈 날 때마다 타임라인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이동할 때마다 포퀘 체크인을 하고, 찍은 사진은 즉석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위터에 포스팅된다. 란딩 중간에 @KBO_Scores로 실시간 야구 스코어를 확인하고, 심야 술판에선 노래방 어플을 다운 받아 노래를 한다. 노래방 어플에 없는 노래는 가사 어플로 커버하고, 각자의 아이튠즈에 보관한 음악을 돌아가며 하나씩 틀어주고, 네이버 앱이나 SoundHound로 음악 인식을 해 괜찮은 노래를 찜하거나, 범프로 노래를 폰2폰 전송하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찜한 동영상을 보여주면, 한쪽에선 메모앱에 노트를 하고, 두산과 LG의 2000년 이후 관중수에 대해 싸우다가 즉석에서 웹검색으로 인증에 들어간다. 특히 T맵. ‘T탭을 믿슙니까?”믿슙니다~’ 아무리 희한한 길을 안내해도 T맵만을 따르리오. 운전 달인의 경지에 오른 운전병 출신조차 맹신하는 T맵이 없었다면 연휴 고속도로에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빠져나왔을까.

저마다 액정을 들여다 보며,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태로 대화를 하는 술자리. 그런데도, 대화는 잘 이어진다. 네트워크의 업데이트가 대화의 소재로 훌륭하고 활용되고, 네트워크의 컨텐츠가 우리에게 함께 할 ‘놀거리’를 만들어준다. 누군가의 약간 지루한 장광설이 이어질 때 네트워크는 잠깐 예의있게 도피해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효용으로 이 정도 깊이 침투해 있다면, 같이 있는 사람이 잠깐 내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트위터 타임라인을 확인한다든가, 술자리에 모여서 각자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 등에 더 이상 아쉬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눈물이 나려한다…왜지 ㅠ) 바뀐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랑 있을 때는, 나만 바라봐”는 주장은 무의미하고, 새로운 콤포넌트로 조합된 새로운 매너의 커뮤니케이션을…받아들여야만 한다. 하는 건가? 그 옛날 사람들이 TV라는 매체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그 TV가 거실에서 각자의 방으로 옮겨지게 되었을 때처럼. 그 때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따로 또 같이’. 한 번에 하나의 공간, 하나의 소속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은 깨졌다. 내가 너랑 있다고 너랑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지. 너랑 있으면서 또 팔로워들과도 같이 있을 수 있는거야. 오프라인과 각자의 네트워크로 파편화된 새로운 존재 방식에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겠지. 난 여전히 따로 뭐 할 게 많지는 않은데 말이야. 스마트폰이 없어서 그런가. 나도 스마트폰 사서, 트윗질 하고, 포퀘 찍고, 인스타그램 하면 달라질까? 인생의 실시간 로깅과 세상에 대한 업데이트에 좀 더 투자해야 하는 걸까. 왜? MY SCREEN이 필요해서? 다들 자신의 스크린을 바라볼 때, 나도 들여다 볼 나만의 세상이 필요하니까? 숨겨둔 애인 하나쯤 있어줘야 하는 것 처럼, 나에게도 내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런거지?

창가로 비쳐들어오는 봄 날의 따스한 햇살 속에 눈을 감고 가만히 있고 싶을 때…너와 나의 잠깐의 포즈에, 방금 전 네가 한 말을 마음으로 음미하고 싶을 때…순간 달라진 표정의 너의 기분을 나도 느끼고 싶을 때…수 많은 식당 중 이 집을 고른 너의 취향. 그 취향을 만든 너의 인생에 관심이 생길 때…그 시간을 잘라 나 역시 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볼까? 그러면 더 충만해질까. 아니, 최소한 뒤떨어지지는 않게 되는 걸까.

정말 소중한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 그렇게 빛이 바래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나에게는 아이폰이 있다. 로딩이 버벅일 만큼 많은 앱들이 깔려 있다. 하지만, 개통하지 않은 나에겐 3G가 유일한 네트워크 Off 스위치인 것을. 있으면 막 쓰게 될 것 같아, 아예 없었으면 싶은 것. 3G. 연결된 느낌은 끊어진 느낌만큼이나 불편하다. On and off…Off and on…나 왠지 조선시대 사람 된 것 같다. 쪽지고 비녀꼽고 버선 신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스마트폰 하나 없을 뿐인데 말이지.

어쨌든 스마트폰과 함께 참으로 스마트했던 1박 2일 골프여행. 힘들었지만, 흐뭇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srixon-31

CategoriesSports

두 번째 라운딩 : 남여주 CC – Right on Track

겨울만 보내고 나면 겪어야 하는 봄의 불치병, 몸이 완전히 까먹어 버린 드라이버 스윙을 찾아서 난 지난 3,4월을 야심차게 새로 장만한 막대기(Viq Cl Drvier 2010, 11도, L-flex)하나 붙잡고 그렇게 울어야 했다.

원래 12.5도 A-flex를 쓰고 있었는데, 지난 가을 기준으로 탄도도 좀 낮추고 싶었고 좀 더 편하게 휘두르는 스윙을 하고 싶다는 욕망의 불꽃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버 바꾸고나서 스윙은 망해버렸고. 연습량이 태부족한 겨울이었고. 따로 전담 코치란 존재가 없기에, 아는 코치를 불러다 밥먹여가며 원포인트를 받기도 하고, 골프 카페 검색을 해 보기도 하고, 빈 스윙을 디립다 해보기도 했지만 새로 산 드라이버는 전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정점, 지난 번 SKY 72에서 겪은 드라이버 패닉에 완전히 질려서 …블로그에는 다소 희화해서 기술했지만, 실제론 파3 네 개 빼고 한 번도 드라이버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18홀 내내 헛스윙과 10m~100m 내외의 띠리릭을 반복하고 와서, 맘고생이 심했었다. 바로 그 주말에 잡힌 라운딩 일정을 바로 취소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캐디백을 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울만큼. 물론, 그 날은 음주 골프였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그것이 정말로 이유인지, 술이 깨면 제대로 칠 수 있는지 전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싼 그린피에 합리적인 시설로 부킹 당첨이 로또 당첨이라 알려진 남여주 CC, 첫 홀. 파4 티샷. 드라이버를 맞고 뻥~하고 파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쭉쭉 날아가는 공을 보면, 내 속이 다 뻥~ 뚫리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스코어는 106. 이게 모야~ 싶지만, 여전한 불면증에 날밤을 꼬박새고 30분 취침하고, 빨개진 눈 부라려가며 친 성적으로는 만족한다. 무엇보다 스코어랑 안 친한 봄이고, 겨우 두 번째 라운딩이니까. 드라이버만큼은 한 홀도 삑사리 안 냈으니까. 다른 것들은 앞으로 잘하면 되고, 이제는 제대로 노력할 수 있게 된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거 말고.

그러기 위해서, 일요일날 코치님 찾아가 렛슨받고, 어제 밤 11시까지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서 혼자 “팔이 아니라 몸!! 몸 전체 턴!!!” 주문을 외우며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란딩 전날 연습은 금기에 가깝지만, 그런 저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어제 내가 한 것은 스윙이 아니라 불안과 싸우는 연습이었는지도 모른다.

골프의 기본 중 기본, 당연히 맞아야 되는 드라이브를 맞춘 것일 뿐이지만, 당연한 것을 제대로 못할 때 근간이 흔들리는 불안감이 온다. 난이도 높은 기술적인 테크닉 구사하지 못하거나 그린을 미스해 투온 챈스를 놓쳤다든가 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정말 앞으로 이 짓을 놔야할 지도 모른다는 혼미한 정신 상태에 이르게 한다.

그리하여, 오늘 라운딩의 성과는 Right on Track. 일단 헤매지 말고 제대로 트랙 안에 들어와야, 시작할 수 있고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해 볼 만 하다!고 또 골프신은 그렇게 악마의 속삭임으로 내 귀를 간지럽힌다. 너무나 달콤하게…또 짜릿하게.

당연히 드라이버는 다시 무너질거고 세컨샷은 어이없을 거고, 어프로치는 탑핑이 날 거고, 내리막 퍼팅은 홀을 살짝 지나 한없이 굴러내려 갈거다. But, today ma driver was kissable…At least, that was possible. That’s enough for one day. :-)

nam1
드라이버…도라이방…차마 못 내놨던 12.5도를 드디어 장터에 매물로 내놓아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겠다.

nam2
헝그리 골퍼의 로망, 남여주 CC

nam3
파는 항개두 못했다. 보기만 8개. 쩝.

nam4
왠지 발걸음 씩씩해 보여~ 오늘은 정말 다 좋았다. 날씨도 함께 했던 사람들도.

CategoriesSports

올해 세 번째 라운딩 : All New Something

라스베가스 엔젤파크 GC, 하와이 와이켈리 CC에 이은 올해 3번째 라운딩 그리고 국내 첫 시즌 스타트. 스코어는 점점 내려가다 못해 바닥 뚫고 지하 벙커 팠음. 하지만 어쩐지 진정한 골퍼로 거듭 태어난 듯한 이 으쓱한 기분이란!

캘러웨이, 스릭슨, 핑 3개 커뮤니티 연합 자선 골프대회 (2011/4/23)

디리링 디리링 어디선가 진동이 울리는데, 한참 있다 정신차려보니 재킷 주머니의 핸드폰 울리는 소리. “언니, 집 앞인데 왜 안나와요??” 허걱. 문자와 부재중 전화 다수. 난 렌즈 낀 채로, 재킷까지 어제 입은 옷 그대로 가방까지 맨 채 이불위에 쓰러져 있었을 뿐이고.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좀 전에 엄마랑 인사한 기억이 난다. 엄마의 놀라는 얼굴도. “지금 들어오니??” 그때 시간 대략 아침 6시.

란딩 가방 하나도 안 싸놨는데, 술이 안 깨 온 집안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이거저거 닥치는대로 가방에 쑤셔넣고 …30분 후 간신히 출발. 후배님께는 백배사죄 ㅠ

골프장 화장실에서 렌즈 끼는데, 한 쪽을 끼고 보니 다른 한 쪽 분실. 약 15분간 스카이 72 화장실 바닥을 또한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어딘가 떨어진 오른쪽 렌즈 찾기. 사람도 없었지만, 술이 안 깨서 심지어 별로 부끄럽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걍 장님 골프로 가려고 왼쪽 눈에서 렌즈 뺐는데, 빼고 보니 렌즈 2개가 떨어진다. 한쪽 눈에 나도 모르게 렌즈 2개 끼기. 이거슨 진기명기…??

1홀, 나름 멋지게 티샷 드라이버를 휘두르는데…음. 분명히 스윙을 했는데, 공이 그냥 티위에 얌전히 놓여져 있네. 술은 안 깼지만, 착시도 아니었다. 공은 그냥 거기에 있었다. “히히히..” 근데 왜 웃음이 나지. 동반자분들은 벙찐 표정(이 여자 뭐야…??). 스코어는 Uncountable.

그래도, 술기운에 참으로 흥겨웠던 민폐초아. 흥겨움을 못 이겨 여러 조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사진도 참 많이 찍어줬는데, 죄다 어디에 맞췄는지 알 수 없는 당나라 포커스 ㅋ

문제는 후반 9홀. 술이 점차 깨면서 새록새록…세컨샷 하러 가다, 문득 떠오른 어제 밤 기억에 우드로 페어웨이를 내려치며 주저앉음. 사람들 놀래서 달려와 공 안 맞을 수도 있지, 왜 그러냐며. 나는 (속으로만) 공이 문제가 아니라며.

스카이 72랑 나랑은 궁합이 참 ~ 뷁스럽다. 지난 번 첫 차사고 내고 밤에 치러 간 데가 바로 스카이 72. 뭔가 사건사고와 연결되는 골프장이다. 술은 안 깼어도, 코스 관리 개판인 건 똑똑히 보이더라. 그린피만 미쳤지, 무슨 동남아 시골 골프장같애. 인제 여기 안 올래.

구래두 파 1개 했다 ㅠ 파당 만원, 버디 2만원 도네이숑해야 되는데, 달랑 만원 내기 참 뭐해서 최저가 2만원 도네이숑

골프 채널에도 출연하고~SBS 골프투데이 2011/5/2
golftoday
3개사 연합 도네이션 라운딩이라 화제가 좀 되었던 모양. 그러고 보니 벌써 2번째 골프 채널 출연! 첫번째는 신지애 프로와 함께~

여하튼 하도 Dog판을 쳐서 다시 채 잡을 엄두가 안난다. 올 시즌도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스타트! 걱정마라. 그래도, 가을에는 90대 간다. (ㅠㅠ..그러겠지, 설마? 응??)

sky72
‘그래도 흥겹게’란 그저 컨셉이랄까?

white-1-4
골프장의 광년이~ 다들 퍼팅 연습하는데 나 혼자 신나서 오묘~한 표정으로 잔디밭 뒹굴링(속바지 있음!!). 잘보면 잔디밭도 아니고 그냥 길바닥 주변-_-;;

자고로, 음주 골프 정도는 해 보고 그래야 진정한 골퍼라 할 수 있는 법! All New Something, 신선한 체험…이었다고 우겨만 본다.ㅠㅠ

CategoriesSports

LPGA 개막전 – 혼다 타일랜드 오픈

쩡야니 돌풍이 LPGA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가 관전 포인트였다. 2011년 2대회 연속 우승으로 문을 연 쩡야니군. 연승 행진은 이번 주까지 이어졌다. 작년에 미야자또 아이가 승수를 챙겨나갈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정말 강해졌다’….

2R까지만해도 유로피언 리그보다는 풍부한 LPGA의 선수풀은 올해도 혼자 앞서가는 독주 스타를 허용하지 않는 듯 했다. 1R에서 김인경 프로가 노보기 9언더로 치고 나갈 때 까지만해도, 쩡야니군은 3타 뒤진 66타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1R 김인경 프로의 성적은 예외적이다. 2,3,FR의 최저타 평균이 67타니까. 즉, 이번 대회에서 66타보다 낮은 타수를 기록한 것은 김인경 프로가 유일하다.

쩡야니양은 68.25타를 쳤다. 하지만, 66타 2개, 70타 1개, 71타 1개의 평균이다. 그러니까, 무난~하게 4언더씩 친 게 아니라, 1, 2언더도 치고 6언더도 치고해서 우승한거다. 특히 FR에서 다시 6개 줄여, 66타를 쳤다. 2R까지 선두를 못 지켰는데, 무서운 뒷심이고, 쩡야니 플레이가 재미있는 이유다. 좀 뒤쳐져 있어도, FR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

좀 억울한 것도 있다. 3R에서 미쉘위와 김인경이 한 조로 쳤는데, 견제하다 서로 까먹는 플레이양상이 됐다. 88년(인경), 89년(미쉘위) 비슷한 나이의 두 선수가 같이 쳤는데, 미쉘 위는 키(-_-)와 거리에서 인경을 압도했고, 인경은 정교한 어프로치로 미쉘 위 기를 죽였다. 둘다 비슷하게 71타, 72타 기록했는데, 이것도 전반에 두 선수 서로 같이 죽 쑤다 후반에서 겨우 만회한 타수다. 결국 이게 FR에서 쩡야니가 마음편히 앞서갈 수 있는 빌미를 줬다.

FR에서는 서양 vs 동양의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챔피언 조에서는 미쉘 위와 쩡야니가 붙었고, 그 다음 조에서는 폴라 크리머와 김인경이 붙었다.

조금 밀리긴 했지만, 드라이버 비거리에서 미쉘 위와 맞장 뜨는 여자 선수 첨봤다. 하기야 늘 얘기하듯, 쩡 야니’군’이지만. 그래도 미쉘 위 드라이버 많이 안정됐더라. 피니쉬 끝까지 않하고 딱 콘트롤 해서 치는데, 예전같은 호쾌함은 없지만 대부분 페어웨이 적중을 했다. 폼이 좀 딱딱해진 느낌이지만, 좋은 징조인듯 하다. 문제는 퍼트였다.

골프는 기싸움이다. 특히, 기가 가장 많이 좌우하게 되는 부분이 퍼트일 거다. 퍼트는 강인한 근육이나 높은 운동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돈된 마음을 요구한다. 그리고, 프로에게 가장 열광하게 되는 부분도 바로 이 퍼팅이다. 결정적인 클러치 펏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챌 때 우리는 그를 진정한 ‘승부사’라고 인정하게 된다. 오늘 미쉘 위에게도 쩡야니를 따라잡을 결정적인 클러치 펏 기회가 몇 번 왔었다. 하지만, 살리지 못했다. 몇몇 펏은 완전히 그린을 잘 못 읽었다.

지난 3년간 미쉘 위가 좀 심하게 퍼팅 삽질하는 걸 여러번 봤다. 선천적인 퍼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마음이 딸리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아무리 드라이버가 많이 나가고, 스윙 폼이 훌륭하더라도 미쉘 위에게 열광까지는 할 수가 없는 거다. LPGA급이 되면 실력은 다들 종이 한장 차이, 비슷하다고 들었다. 우승을 한다는 것은 기회를 잡는 능력이라고 들었다. 그 능력은 마음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쉘 위의 마음이 그만큼 단단해 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녀의 운동 능력은 이미 챔피언이니까.

폴라 크리머와 인경의 대결은 …인경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키가 한 30cm는 더 커보이는 폴라 크리머. 하지만, 드라이버 거리조차 인경과 비슷했다. 인경은 세컨샷부터가 일품이다. 특히, 그린을 놓쳐도 써드 샷에서 붙이는 숏게임 능력이 인상적이다. 폴라 크리머 공주, 잘 했지만 손가락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았다. 공주님 계열을 워낙 별로라 해서 인경의 선전이 반가웠다. 폴라 크리머 스윙을 보면, 굉장히 몸에 무리가 가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허리가 심하게 휜다. 저렇게 쳐서는 몇 살까지 골프할 수 있을까? 금방 허리 나갈 것 같은데.

잘했던 인경이 무너진 것은 17번 홀이었다. 그린 근처에서 인경의 장기인 써드샷 실패하는 것 까지 보여주고 광고가 끼었는데, 다시 현장으로 와 보니 6번째 샷을 같은 자리에서 하고 있었다. 띵~ 결국 좀 긴 채로 바꿔잡고 데 툭 치는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그린 오버. 결국 5오버, 퀸터플 보기를 기록했다. 아마추어 100돌이가 양파만 해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데, 프로가 양파를 넘는 퀸터플 보기를 했으니. 그것도 2타차 2위인 상황에서. 에..휴! 플랍샷이란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 당분간 절대로 띄우는 샷따윈 시도조차 못할 것 같다. 무서워서-_-;;

그렇다고 해도, 폴라 크리머 그렇게 싱글생글 웃으면서 홀아웃 할 수 있는건가. 지나치게 솔직한 건지, 그런게 미국 식인건지…얄미웠다!! 정이 안 간다고..췟

인경은 굉장한 또박이다. 모범생, 또박이, 노력파, 악바리, 똑순이…다 인경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지애와 동갑내기. 하지만, 지애와는 다른 로열 코스를 걸어왔다. 초딩때 골프 시작했고, 17살에 미국에 유학가서 US여자주니어 골프챔피언쉽에서 우승했고, 사상최초로 2부 투어 Q스쿨, 지옥의 LPGA Q스쿨에서 모두 1등했다. 한국선수가 LPGA Q스쿨에서 1등한 건 97년 박세리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마때부터 누릴 거 해야 할 거 다 한 선수다.

그런 인경이 퀸터플 보기를…본인 프로데뷔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저 독한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저런 비슷한 어프로치를 연습할지 상상이 된다. 5년 전 인터뷰에서 5년 뒷 1등 깃발 꽂고 절대 안 내려올 거라고 인터뷰했었다. 열일곱살 아이의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골프 머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인경이 넘어야 할 산은 이제부터가 아닐까. 인경은 이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 태극 낭자 모두들,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그 세계 속에는 또 뭔가 어려운 것이 있겠지.

그런 점에서 쩡야니. 복잡한 거 없다. 막 친다. 하체 리드로 골반을 쭉 뻗어주는 피니쉬로 폭발적인 거리를 만든다. 보기, 더블 보기 하고도 바로 버디로 리커버한다. 까맣게 탄 근육은 탄탄하게 빛나고, 표정은 늘 여유만만이다. 눈동자는 인형 눈처럼 새까맣게 반짝거리고, 잘 치고 나면 완전히 애기 웃음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한다.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생긴거 부터가 운동 선수, 타고난 체육과다. 왜 그런 애들 있잖아. 특별히 별 거 안 가르쳐도, 체육시간만 되면 날라다니며 좋아하는 애들. 우리 아이들이 잘 치고 못 치고에 연연하고, 샷 하나 하나에 전전긍긍 분발하며, 짜여진 스윙의 틀에서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는 동안, 대만의 한 아이가 나타나 스윙은 몸으로 또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애…부진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지애는 다른 방향으로, 스윙 머쉰을 넘어서 있다. 그래서 지애를 좋아하는 거겠지. 많은 일을 겪었던 지애, 해맑은 쩡야니. 어떤 식으로든 ‘틀’을 벗어나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이 기대된다. 물론, ‘틀’의 대명사인 미쉘 위, 인경도 이 레이스에 가세할 전망. 결국 뭐가 이길까? 요런 포인트로 한껏 흥미로운 2011, LPGA 스타~~트!!


한창 중계 보고 있는데, 뎀비가 들어와선 한 마디 쿡~ 던지고 간다. “에휴…또 골프~~~~~ 저놈의 골프사랑. 저 짝사랑. 저 몇 년간의 짝사랑.” 잉잉잉…

CategoriesSports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 거리가 뭐길래~

자야 되는데…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재방송을 또 보고 있다. 골프에 있어서 ‘거리’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FR 챔피언조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지애의 모습은 처음이다. 그 주목받는 미쉘 위나, 랭킹 1위 오초아와 경기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클럽 놓아 버리는 것 까지는 스윙 보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리고 뒤돌아서 클럽 떨구는 모습은 정말 낯설다. 바로 버디 노리기에는 아이언도 조금씩 멀고, 숏퍼팅까지 빗나간다. 왠만한 상황에서는 배시시 웃고 마는 지애인데, 잔뜩 굳어 있는 표정에서 어려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청 야니, 너무 강했다. 아니 이건 모 쫌…말이야. 일단 드라이버부터 26~28m씩 더 나가버리니.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머길래? 이런 질문 필요없다. 지애가 우드 잡을 때 야니는 아이언 잡고, 지애가 미들 아이언 잡을 때 야니는 웻지 잡고. 그러고도 더 멀게 붙일 수 있는 게 골프지만, 그리고 나서 깃대에 딱 붙이면 모…그냥 잘 이해가 되는 상식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웻지 잡고 더 멀리 보내 놓고 다음에 바로 버디 잡으면 이 비상식적 상황에는 참, 할 말이 없어진다. 3R 그 폭우 속에서 그린 적중률 100% 그냥 차돌같은 단단한 무결점 플레이였다.

거리가 짧을 수록, 다음 샷의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멋지게 날려버리는 게 신지애 플레이의 묘미였는데…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T_T 그런 날도 있는 법이라지만 걱정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애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멋진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주변에서 자꾸 거리 얘기를 하니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는 거리를 포기하고 정교함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누가 뭐라든 올해는 나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전장이 긴 코스에서 오히려 성적이 잘 나왔다. 롱 아이언보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더 정교하게 칠 자신이 있다. 우드로 볼을 그린에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멀리 보내는 것보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틀 연속 같이 플레이한 청 야니에게 3R, 4R 모두 같은 패턴으로 졌다. 거리에서 밀렸고, 밀린 거리를 커버할 정교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터뷰와 딱 반대되는 상황이다. 3R에서 89% 수준을 지켰던 레귤러 온이 4R에서는 55.6%로 떨어졌다. 3R에서는 2010 LPGA 지애 평균 GIR이 69%수준이었니, 확실히 밀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붙이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이게 지애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리’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말고!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어려운 일을 지애가 꼭 해내줬음싶다. 울 지애라면,,,지애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써놓고 보니 2등이 뭐 그렇게 못한 거라구 이렇게 안달복달인가 싶은데. 유로피언 탑랭커 150명 중에 2등 한거 아니야? 완전, 엄청 잘 한 거구만~

어쨌든 아직 LPGA 개막전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점에 이번 대회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를 제공한다. 신지애 vs 청 야니. 챔피언 조에서 다시 붙을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벌써 떨린다….

롤렉스 랭킹 1위, 세계에서 골프 제일 잘 치는 소녀 신지존마저 고민하는 거리.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뭘까? 매 샷 오락가락하는 백돌이에게는 안장없는 미친 말이지만, 그 미친 말이 길들여지면 천리길을 한숨에 내달을 수 있는 무적의 적토마가 된다는 것을 오늘 청 야니는 보여줬다. 단, 잘 길을 들였을 때만^^;;

그래서 나에게도 길들일만한 미친 말 한 마리가 있나? 없나? 한 번 보려고 올해 처음 연습장에 가서 공을 쳤는데. 이건 말 타령할 시점이 아니다. 어찌나 안 맞던지. 대체. 참. 정말…답이 없다. 고작 몇 시간 쳤다고 손바닥 살들 찢어져 집에 와 약 바르고 밴드 붙이는데. 언제 쳐서, 언제 다시 살 찢고 다시 붙여서 굳은 살 만들고, 언제 120개부터 시작해 다시 90대까지 내려온단 말인가. 언제 돈 벌어 골프장에 갖다 바치고, 미스샷과 스코어에 좌절하고 집에 오는 차안에서 골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하고…그 짓을 첨부터 다시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눈 앞이 캄캄한 저녁이었다. 그래도 봄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헤…

CategoriesSports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 이 어메이징한 남자들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마지막 파5 18홀, 70야드 지점에서 써드샷을 앞두고 있는 필 미켈슨이 그린 방향으로 걸어간다. 고개를 숙이고 뭔가 생각에 잠긴 채로.

그린은 해저드 바로 앞, 그린 앞에서 핀까지 여유공간은 2m나 될까말까. 장장 4일간 혈투를 벌인 선수들의 운명을 가르고, 갤러들의 심장을 말려버릴 드라마를 쓰겠다 작정한 핀 위치였다. 필 미켈슨은 해저드 옆구리에서 그린과 볼을 좌우로 돌아보다 옆으로 비껴선다. 그리곤, 같은 조의 헌터 메이헌이 세컨 샷을 마치자 이젠 천천히 그린 위로 걸어 올라온다. 뭘하려는거지? 혹시,,,넣겠다는건가? 저걸…다섯 시 반에 일어나 3시간 가까이 비몽사몽 경기를 지켜보던 내 눈이 갑자기 커진다.

소름돋는 순간이었다. 이미 경기를 마친 앞 조의 버바 왓슨이 극적인 내리막 롱퍼팅 버디로 2타를 앞서고 있는 상태. 드라이버가 오른쪽으로 비껴가 레이업을 한 미켈슨에게 이제 남아있는 기회라고는 샷이글 밖에 없다. 그러니까, 저기서 바로 넣어, 홀인원보다 확률이 낮다는 샷 이글을 해야 연장이라도 가는 거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그래서 이미 다들 경험으로 또 확률로, 버바 왓슨의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필 미켈슨만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의 승리를 예감하고 있는 수 천명의 갤러들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걸어올라와 직접 그린을 읽고 볼을 떨어뜨린 지점을 계산했다. 포기하지 않는 자의 위엄이라니…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린을 내려와서 캐디와 마지막 작전을 주고받은 다음, 뭔가를 지시를 한다. 이 말을 캐디는 그린으로 뛰어올라가 깃대를 잡고. 아니, 이건 또 뭐야. 쇼가 아니었어. 그냥 한 번 들여다 본게 아니었어. 정말로 포기하지 않았구나. 저 남자는 진심으로, 사력을 다해 넣으려고 하고 있다. 갤러들에게서 본능적인 박수가 터져 나오고, 캐디는 황급한 손짓으로 갤러들을 제지한다. 필드가 조용해지자, 이제 모든 것이 다 계산되었다는 듯 캐디의 위치를 흘낏 보고서는 연습 스윙도 없이 바로 툭~ 공은 해저드를 건너, 핀 바로 뒷쪽에 얕은 언덕에 떨어진다. 필 미켈슨이 계산했을 바로 그 위치다. 갤러리들의 격한 환호성…그리고 백스핀. 아,, 정말 아주 조금. 50cm 정도?였을까. 그 앞에서 거꾸로 구르던 공이 멈춘다. 결국 들어가지 않았지만, 정말로 들어갈 수도 있었던 샷. “필 미켈슨이 이런 샷을 준비했나요?” 흥분한 캐스터가 멘트하는 동안, 시계를 본 나는 정신없이 가방에 이것 저것 챙겨넣고 출근길에 나선다.

버바 왓슨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의 우승자가 된 순간의 스토리는 이렇다. 하지만, 내 마음의 위너는 필 미켈슨이다. 나 뿐만 아니라 경기를 본 많은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될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들이란 확실히 이런 아드레날린의 순간을 제공한다. 신선의 경지에 이른 스윙 기계가 아니라, 투지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사투를 보여준다. 출근길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기분좋은 흥분감…그래 저거야. 저런 거지.

이번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은 아주 재밌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건 2R이다.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었다. 타이거 우즈 살아나서 리더보드 치고 올라가지, 타이거 우즈랑 안소니 김이랑 한 조에서 치지, 안소니 김 하나도 안 지고 타이거에 맞장 뜨지, 존 댈리 가세해 들쭉 날쭉 그 옛날 미친(?!) 샷감 발휘하지(신기 어린 버디 치고, 그 다음엔 포퍼팅 하고 난리 난리), 조나단 베가스, 리키 파울로 영건들 펄펄 날지, 뒤에서는 필 미켈슨 따박따박 쫓아오지. 볼거리와 리더보드가 아주 제대로 현란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태극루키 강성훈군이 1R 노보기 이글 1개, 버디 6개 토털 8언더의 미친 스코어로 쟁쟁한 PGA 무대에서 단독 1위로 뛰쳐나와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2R, 3R에 걸쳐 거품 다 빠지고, 최종회에는 필 미켈슨, 버바 왓슨, 조나단 베가스 세 남자가 남았다. 버바 왓슨은 ‘거리’가 골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보여줬다. 세상 모든 골프치는 남자들이 그토록 목숨 거는 비거리. 하지만, 평균 316야드의 놀라운 평균 비거리 기록한 버바 왓슨은 정작 정확도 없이 장타만 치는 다소 저질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었다. “에이, 저 거리만 나는 무식한 놈” 뭐 좀 이런 느낌? ㅋ 실제로 4R 13번 홀에서 360야드 넘게 쳤을 때는 뭐랄까. 좀 징그럽고 인간같지 않았다. 그 전 최고 기록이 더스틴 존스가 친 330야드였다고 하는데, 이건 뭐 30야드를 더 보냈으니. 525야드 파 5에서 세컨샷을 웻지를 잡더라. 유진이는 5번을 쳐도 올릴까 말까한 거리를 말이다 T_T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를 극으로 밀어부쳤다. 4R 16번의 파 5에서는 그는 이글 2개, 버디 10개, 파 3개, 보기 1개를 쳐, 최종 스코어 16언더 중에서 13개를 파 5에서 줄였다. 그가 친 버디 20개 중에 반을 파 5에서 했다. 이건 작정하고 거리로 승부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승리를 확정한 것은 퍼팅이었다. 18번홀의 내리막 퍼팅. 그 퍼팅이 아니었다면, 필 미켈슨과 함께 연장으로 갔을 거고…승부는 재밌었겠지^^ 사람은 자기가 가진 하나로 뭐 하나를 이룬다. 그는 자신이 가진 ‘거리’로 승리를 만들어갔지만, 자신이 갖추지 못했던 ‘퍼팅’을 가지고 승리를 완성시켰다. 하나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하나를 넘어선다는 것…참 힘든 얘기다. 어쨌든 버바 왓슨 경기력 놀라웠고, 지킬 때 지키고 넣어야 할 때 넣는 1등이 해야 할 모든 플레이를 보여줬다.

조나단 베가스 역시 확실한 서브 플롯을 만들어줬다. 무명에 가까운 루키가 지난 주 밥 호프 클래식에서 우승했다는 뉴스 보고, 어떤 놈인가 했는데~ 베네수엘라 출신. 석유 생산 공장 근처에서 자라나 빗자루와 돌을 가지고 골프 시작했고, 석유 공장 직원용 9홀 코스에서 정식으로 골프를 배웠댄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엄청 골프를 탄압했다네. 부르주와 스포츠라고. 골프장도 6개나 폐쇄시키고. 그래서 홀홀단신 미국으로 건너와 ….영어도 제대로 안 되던 아이가 우여곡절 끝에 드림을 이루었다는 영화같은 이야기. 우승하고 나서 대통령과 골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대차게 인터뷰했다지.

더 재밌는 건 조나단 베가스 우승하고 난 다음에 차베스 대통령이 골프는 적이 아니라며, 자신도 골프 꽤나 친다고 베가스 우승을 축하했다는 거다. 어쩐지, 나이와 경력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의 뚝심이 예사롭지 않았다. 승부를 건 18번 홀 세컨샷이 결국 해저드에 퐁당하고 말았지만, 끝까지 볼을 향해 목놓아 컴온컴온을 외치는 혈기 왕성을 보여줬다. 제 2의 황제 자리를 노리는 꽃도령들 득실하건만, 정작 2011년 제일 처음 스타트를 끊은 건 베네수엘라에서 온 뚝남이었다. 나이키의 마케팅 구루들도 이 가능성을 알아봤는지, 이미 온통 나이키 마크로 도배가 되어있더라. 2011년, 매우 주목해야 할 선수.

타이거 역시 초유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가 열린 토리 파인즈에서 타이거는 5번이나 우승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성적은 44위. 토리 파인즈에서 타이거가 T10에 못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랜다. 그리고, 타이거가 프로에 입문한 후 최악의 첫 경기 성적이기도 하다. 요 며칠 타이거 우즈가 벙커샷하는 거 아주 원없이 봤다. 쳤다 하면 벙커로 들어가고, 심지어 벙커에서 탈출 안돼는 아주 인간적인(?!) 플레이도 보여줬다. 클럽 내던지는 것도 아주 다양한 버전으로 감상했다. 내리 찍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잡고 주저앉기도 하고…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타이거였다. 그 난장판을 치고, 파이널 끝나고 인터뷰하는데 매우 침착하게 우아하게 타이거스럽게 디펜드하더라. “I have some work to do. There’s no doubt about that.” 그는 상업적으로 100% 완성되어 있는 매력적인 킬러 상품이다. 심지어 이렇게 개판을 쳤을 때 조차도, 여전히 타이거가 보고 싶으니 말이다. 매력이란 있는 것, 아니면 없는 것 이랬지. 타이거에게는 확실히 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현재 교정중이라는 그의 샷이 언제 돌아오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필 미켈슨 한 사람이 남는다. 집요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런 의의 제기도 하나보다. “왜 세컨샷을 레이업 했는가?” 아무리 러프로 갔더라도, 18번 홀인데 승부를 걸고 올리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이다. 228야드라면 한 거리하시는 미켈슨 선생이라면 우드나 유틸로 충분히 올릴 수 있는 거리가 아닌가.

이에 대한 미켈슨 선생의 답은 명쾌하다. 하이브리드는 좀 짧아서 해저드로 갈 가능성이 높았고, 3번 우드는 런이 생겨 그린을 넘겨 오히려 더 까다로운 칩샷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는 거다. 그러니까, 버바 왓슨이 그 버디펏을 성공시킬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레이업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64도 웻지 거리를 남기는 것을 그 상황에서 이글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으로 봤기 때문에 그 거리를 남긴 거다.

그러니까 그는, 이 어메이징한 남자는 정말로 넣으려고 했던 거다. 세컨샷 레이업에서 이미.

CategoriesSports

샌델식 2010년 골프 결산

1.
산업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부도덕한 선수의 플레이를 용인해야 하는가?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보자. 누가 PGA에 출전할 자격을 가지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답한다. 최고의 골프 경기를 보여주는 이가 가져야 한다고. 정의는 능력에 따라, 우수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골프 경기의 경우 능력이란 골퍼의 플레이 실력이다. 만약 정의가 이 외의 도덕적 자격에 따라 차별 적용된다면 부당한 일이다.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을 놓고 어느 것이 뛰어난 지 견주는 일은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타이거 우즈의 평균 타수가 낮다는 사실보다 필 미켈슨이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위해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포기하면서까지 헌신했다는 사실이 더 나은가?”라는 물음은 말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요지는 PGA 출전권을 배분할 때 보다 도덕적인 사람을 골라서는 안되며, 최고의 플레이어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PGA 출전권을 최고의 플레이어에게 주어야 하는 가장 명백한 이유는 그럴 경우 최고의 플레이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중계를 보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유는 다르다. 출전권이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PGA의 존재 이유, 텔로스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골프계는 타이거 우즈를 통해 프로 골프 리그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텔로스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프로 리그는 유부남이면서 120명과 잤다는 한 인간의 모럴 해저드보다는 시청률과 입장권이 반토막나고, 대회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는 산업의 몰락을 더 두려워했고, 산업과 산업을 지탱하는 팬들은 1등의 부재를 단 6개월도 지탱하지 못했다.

따라서, 타이거 우즈에 대한 진짜 비난은 그가 그러한 자격을 부여받고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다는’는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 터져나왔고, 그동안의 모든 악재를 감내했던 질레트는 마침내 재계약 중단을 통보했다. 제대로 수염을 깎지 않고, 더부룩한 상태로 경기에 출전했을 때 타이거 우즈는 질레트 스폰의 텔로스를 깨트렸기 때문이다.

2.
2008년 LPGA 협회는 ‘효과적 영어 커뮤니케이션은 LPGA의 사업과 선수들의 성공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며 영어 사용 의무화 방침을 내세웠다. 심지어 협회가 요구하는 영어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투어 참가자격이 정지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출전 기회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어떤 국가의 선수가 다른 국가의 선수에 비해 우수하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 우수한 선수들에게 영어 사용 의무라도 강요해야 하는가? LPGA의 비즈니스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재능있는 선수를 가진 국가의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LGPA의 한국 선수의 활약은 여전히 눈부셨다. 2010년 12월 롤렉스 랭킹 기준 Top 500중 139명, Top 100중 36명, Top 10중 5명이 한국인이다. 나머지 둘은 아시아인인 일본의 미야자또 아이와 대만의 청 야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는 노르웨이의 수잔 페테르슨. 영어를 네이티브로 구사하는 미국 선수는 크리스티 커와 그나마 한국계인 미쉘 위 뿐이다.

롤스의 정의론을 되돌아보며 LPGA 협회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롤스는 강제로 평등을 달성하는 일을 능력 위주 시장사회를 대체할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그의 대안은 차등 원칙이다. 재능있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재능과 소질의 불공정한 분배를 바로잡는다. 재능 있는 (한국) 선수들을 격려해 그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게 하되,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거둬들인 대가는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가게 하라. 가장 우수한 선수에게 족쇄를 채우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경기하게 하라. 단, 우승은 그만의 것이 아니라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 준다. 이미, 지애와 나연이 KLPGA 챔피언쉽에서 모든 상금을 다 기부함으로써 실행했듯이.

3.
커트 보네거트의 단편 < 해리슨 버거론>을 패러디한 <2010 프로골프 리그 결산론>은 균등한 플레이에 대한 근심을 반유토피아로 묘사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는 2010년이었다. 모든 선수가 마침내 평등해졌다. (…)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치지 않았다. 더 가까이 핀에 붙이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더 낮은 타수를 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거나 우수하지 않았다.”

오초아의 돌연한 은퇴와 함께 마지막 여제가 떠난 자리, LPGA의 다승왕과 상금왕, 롤렉스 랭킹 1위는 각각 다른 선수들에게 분배되었다. 미야자또 아이는 5승으로 다승왕을 챙겼고, 상금왕은 180만 달러를 얻은 최나연에게 돌아갔다. 2010년 12월 현재 롤렉스 랭킹 1위는 642.3 포인트를 얻은 신지애다. 22개의 경기가 치뤄진 2010년 KLPGA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선수가 무려 8명. 이 중, 2009년의 트로이카로 꼽혔던, 서희경/김하늘/유소연의 이름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는 선수 중 하나로 꼽는 짐 퓨릭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PGA는 아예 끔찍했고, KPGA는 탑랭커들조차 스폰서를 구하기 힘든 존재감 결핍의 차디찬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춘추 전국 시대, 혹은 균등 플레이의 악몽.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참 재미없었던 한 해. 송희군은 결국 1승을 못 챙겼고, 난 95타의 라베를 깨지 못했다.

CategoriesSports

안개 속의 티샷

2010/9/25 글렌로스CC 8시 6분 티업

SDIM0001

SDIM0012

SDIM0013

그래요. 때로는 안개 속에서 더 똑바르게 칠 수 있어요.
.
.
.

SDIM0069

그래서 버디!

특이하게 버디 인증서도 발급해 준답니다.

내가 생각해도 완전 멋있게~~ 투온 에이프런에서 내리막 S자 칩인!

롱퍼팅 4개 쏙~. 드라이버 짱짱하게 ..그리고도 106개.

지난 번에 꼭 짚어 얘기한 굿샷 오잘공 즐비 버디까지치고 110개 한 형국-_-

그 포스트의 주장에 따르자면 이런 건 별로 안 반가워야 되는데

근데 간만에 버디잡으니 기분 완전 좋던대? ㅋㅋ (다시금 인간이란..)

다시 한 번, 잘 모으기!

모두 다 내 안에 있으니…
.
.
.
choa
photo by mipal, iphone4

CategoriesSports

Jiyai & Me

Jiyai & Me [동영상]

혹시나 기회되면 사진 한 장 같이 찍고 싶었는데, 이렇게 운좋게 한 프레임안에 잡혔어요.
울 지애와 함께 TV출연~~ ^^V

KLPGA 챔피언쉽, 딱 군대 간 첫사랑 애인 면회가는 대딩처럼 두근두근…88CC로 향했습니다.

18번홀 그린, 아직 선수들은 10번홀도 못 왔는데 갤러리들의 기다림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귀엽게 인터뷰하는 지애만 봤지만, 그런 지애를 좋아하지만
당근히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필드 위의 지애는 차가운 지존포스를 내뿜었습니다.

지애가 보여주는 해맑음의 바닥은 건조한 사막입니다.

그런 지애를 좋아합니다.

자기 펏만 마치면, 다른 선수가 펏을 하거나 말거나
쌩하니 다음 홀로 이동해 버리는 콧대 높은 KLPGA 왕고들 사이에서.
(물론, 몇명만…우리 KLPGA선수들 대부분 다 이쁘고 착하잖아요)

끝까지 동반자들의 펏을 지켜보고
심지어 지애의 펏이 끝나자 우르르 이동하는 갤러리들을 향해
“움직이지 마세요~” 목청껏 외치는 지애입니다.

캐디도 아닌 지애가. 경기 진행 요원도 아닌 세계 탑클래스 지애가
다음 펏을 하는 선수를 위해 갤러리들에게 자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갤러리들이 자신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내 머리 속에 남는 딱 한 순간입니다.

골프를 칠 때, 어때야 하는지.
골프를 볼 때, 어때야 하는지.

그 어떤 샷메이킹보다 중요한.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필요한 건 트로피니까요. 상금은 아빠랑도 얘기했는데 전액 기부하기로 했어요.
1억 4천만원…좋은 일에 쓰일 거예요.

지애 보러 雨中 구름떼 갤러리가 모였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였구요.
다들 지애 보러 온 거 맞죠? ^^

이렇게, 작년 11월 SKY72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이후
꼭 10개월 만에 지애를 다시 만났습니다.

작년엔 모자에 싸인도 받았는데^^V

음…그리구 미안했어요.
다음 번엔 지애말대로 카메라 대신 눈만 가져갈께요.
그러니까 꼭 다시 오세요^^

기다릴께요!

※ 지난 포스트 : 에비앙 마스터즈 2010 – 지존이 돌아왔다! – July 26, 2010

CategoriesSports

90대를 치는 방법 – No 굿샷, No 트리플

폭풍 뒤 파랗게 개인 높은 하늘, 선선한 바람
신이 내린 날씨에 중앙 CC에서 96개를 쳤다.

겨울이 길어 못치고, 버닝하느라 못치고
5월이 다 되어서야 채를 잡고
120개에서 시작해, 작년 가을 타수로 돌아오는 데 꼬박 반 년이 걸렸다.

심지어 한 골프 모임에서는 120개도 넘개 쳐
최저타상을 받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엇박자의 극치였다.
아이언이 맞으면, 드라이버가 안 맞고,
드라이버가 쫙쫙 나가면 아이언 쌩크가 돌아버리게 만드는
황당한 엇박자의 연속…

그리하여, 여름 후반의 내 머리 속에서는 단 한 개의 단어만 남았다.

“잘 모으기”

내 안에 이미 굿 샷 드라이버와 굿 샷 아이언, 나이스 온과 나이스 펏이 다 들어있다.

이젠 잘 모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모을 수 있을까.

twit
(하…이 순간 지애 트위터…뭔가 공감대!)

그런 숙제를 안고 나간
중앙CC에서의 샷은 정말 그저 그런 샷의 연속이었다.

드라이버가 쫙쫙 나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언이 제대로 맞아 날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전반 48, 후반 48 똑같이 쳤는데
전반에만 파 2개 하고, 후반에는 파가 아예 없다. 죄다 보기와 더블의 연속.

하지만 전후반 통틀어 트리플, 양파도 없었다.
그러니까 특별히 잘 친 홀도 없고, 특별히 망친 홀도 없었다는 것이다.

파 3에서 원온에 포퍼팅 (쓰리퍼팅도 아닌!)에 더블을 할 지언정
포온을 하고 어이없는 첫 퍼팅으로 홀컵을 한참 지나쳐 내리막 퍼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땡그랑~투펏으로 막았다.

드라이버는 많이 안 나갔지만, 대부분 페어웨이를 지켰고
딱 한 번 티샷 해저드에 빠졌지만, 어쨌든 벌타받고 써드샷에서 올려서 보기로 막았고.
딱 한 번 티샷 슬라이스가 났는데 우측 바위에 맞고 앞으로 튀어 최장타를 기록했다. ㅋ
파 5에서 티샷, 세컨, 써드까지 죄다 삑사리를 냈지만, 마지막 우드샷이 기가 막히게 맞아 4온을 해 보기를 쳤다.

굿샷도 없었지만, 미스샷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나마 어느 정도 전진했고
단 한 번도 벙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근근~~~히, 어찌저찌 트리플만은 막으며 18홀을 떼웠다고 할 수 있는 플레이에서
라베는 아니지만 올베(올해 베스트)를 했다.
물론, 나에겐 한 홀 한 홀 더블로 막는 것조차 피말리는 숨막히는 플레이였다.

돌아오는 길,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90대란 그냥 그저 그런,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이다.
큰 실수만 없어도, 벙커같은 데 빠지지만 않아도 보기 플레이 정도의 삶을 살 수 있구나.
사람들의 박수와 찬사를 받을 만한 굿샷, 나이스 샷, 오잘공을 치지 않아도
트리플, 양파만 하지 않으면, 함정에만 빠지지 않으면 남들 하는 만큼 비슷한 건 할 수 있구나.

롤러코스터같았던 삶…
싸인코싸인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끝나지 않는 탄젠트 곡선 같았던 날들을 생각해 봤다.
그것 대로 재미있었다. 많이 배웠다.
하지만, 96이라고 쓰여진 스코어카드를 쥔 이 순간, 안도한다.

버디를 잡고 110개를 치는 것 보다는
파 2개만 잡고 96개를 치는 게 더 좋다. ㅋ

나이도 있으니 이제 보기플레이 정도로는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참 재미없는 생각이기도 하구나.
.
.
.
choa
떡대만 LPGA ㅋㅋ 정/초/아/!

어쨌든 정규홀에서 96개 쳤으면, 모 올해 목표 타수는 달성했다 (치고~)
올 시즌 내 KPI는 타수가 아니다.

내 주변의 골프를 치는 지인들,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한 번씩 란딩을 나가 보고 싶다.

겨울나기를 위해 지방을 축적하듯, 그렇게 사람의 온기를 축적하고 싶다.
내 시간을, 마음을 골프를 통해 나누고 싶다.

세어 보면 몇 번 안 남은, 올 가을 주말
마음이 바빠진다.

CategoriesSports

아마추어의 룰, 프로의 룰

마치 스크린 부르듯, 후배의 급작스런 호출에 불려나간 란딩에서 올해 두번째 9자를 봤다.

캐디언니가 써 준 점수는 96. 카운팅 끝나고 호기롭게(?) 덧붙인다.

“나 96개 아니야. 올 보기 첫 홀에서 트리플. 그리고 파5 18번 홀에서 좀 긴 파 펏 놓친거…그게 어떻게 OK냐. 99개야 99개.”

OK는 낙장불입이라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당당하게 솔직담백한 제 타수를 주장한다.

그렇게 그 짧기로 유명한 더반에서 9자를 두 개나 봤다.

몇 번 못 나간 올해 란딩에서 아주 제대로 체면을 구겼던 드라이버가 80점 정도는 받아준 덕분이다. 연습그린에서 한 30분 집중 퍼팅 연습을 한 효과로 쓰리펏을 줄인 것도 한 몫했다. 숏게임은 한 50점. 비록 이젠 제법이라 자평했던 아이언에서 빵점 쇼크를 받긴 했지만 말이다.

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드라이버가 맞아 들어가더니, 어이없는 아이언 쌩크가 발목을 잡는다. 전혀 몸이 돌지 않는다. 하지만, 99를 주장하는 내 목소리에 어쩐지 자신감이 어려있다. 그래도 9자 아니냐…라는 의기양양의 발로다.

그리고 하루 남은 아쉬운 주말, KLPGA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 오픈 FR을 시청한다.

장수연. 고작 고 1, 17세 소녀가 어쩜 저렇게 다부지고 차분한가. 최근 KPLGA의 아마돌풍의 배경을 묻는 김하늘 인터뷰 대답처럼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아마추어라는…그 쟁쟁한 프로들로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자격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FR에서 김하늘, 김보경이라는 하늘같은 대선배와 붙어서도 전혀 흔들림 없었다. 참으로 의젓하고 꽉 찬 플레이였다.

그런데, 18홀을 마치고 샴페인 세례도 다 받은 다음 첫 우승의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려는 순간, 클레임이 들어온다. 그린을 놓친 15번 홀에서 캐디백을 플레이하는 앞 쪽 깃대 방향에 놓은 것이 문제다. 그것이 비록 의도가 없었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 플레이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수연이 어겼다는 골프규칙 8조2항 ‘플레이 선의 지시’에 대한 위반이란 무엇인가?

===============================================
8-2. 플레이 선의 지시 (Indicating Line of Play)

a. 퍼팅 그린 이외
퍼팅 그린 이외의 곳에서 플레이어는 누구로부터도 플레이 선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나 스트로크하는 동안에는 플레이 선 또는 홀을 넘어서 그 선의 연장선 위에나 그 선 가까이에 아무도 세워 두어서는 안 된다. 플레이 선을 지시하기 위하여 플레이어가 놓아두었거나 플레이어의 승인 하에 놓여진 마크는 스트로크하기 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결국, 장수연 어린이는 2벌타를 받고, 2타 뒤진 채 18홀 마감한 이정은5와 연장에 들어가 우승을 놓친다. 아마추어가 우승을 하면, 상금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KLPGA 퀄리파잉 스쿨(Q School)을 거치지 않고 투어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현재 KLPGA 등록선수는 정회원, 세미프로, 티칭프로 등을 모두 합해 1,471명. 이 가운데 120명만 올시즌 경기 출전권을 획득했고 우승한 선수는 29명뿐이라고 한다. KPGA 기준 1/3600의 경쟁, 사시도 이보다 어렵지 않을 거라는 지옥의 바늘 구멍 레이스를 스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마침 쏟아진 미친 폭우로 경기는 중단되었고, 코스 관리팀은 스폰지를 동원해 그린에 고인 물을 빨아들이고, 더 이상의 빗물 흡수를 막고자 비닐로 그린을 덮고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저 지난한 과정을 감수하고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 바로 골프의 룰이었던가.

음…

더 반에서의 내 플레이를 다시 돌려본다. repeat 버튼 꾹꾹-

===============================================
규칙 10-2. 스트로크 플레이 순서
a. 한 홀에서 가장 적은 스코어를 낸 경기자가 다음 티잉 그라운드에서 오너가 된다. 2번째로 적은 스코어를 낸 경기자가 그 다음에 플레이하며 이하 같은 순서대로 플레이한다.
===============================================

→ 지키는 듯 하다가 중간에 아무렇게나 친다. 오너임에도 그늘집에서 공수한 김밥 먹다가 “니가 먼저 쳐” “내가 먼처 칠께” 아름다운 양보들…죄다 벌타감이다.

===============================================
b. 홀의 플레이 도중
경기자들이 그 홀을 시작한 후에는 홀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볼을 먼저 플레이한다. 2개 이상의 볼이 홀에서 같은 거리에 있거나 홀로부터 거리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 먼저 플레이할 볼을 제비뽑기로 정하도록 한다.
===============================================

→ “제가 먼저 칠께요” 이런 말이라도 해 주면 다행이다. 걍 My way로 내 흐름따라 막 친다. 치는 쪽에서 앞에 누가 얼쩡거리면 “볼~~보세요 (원래는 fore~~라고 해야 한단다)”이게 전부다.

===============================================
15-3. 오구 (Wrong Ball)

b. 스트로크 플레이
경기자가 오구를 1회 이상 스트로크한 경우 그 경기자는 2벌타를 받는다. 경기자는 올바른 볼을 플레이하거나 규칙에 의한 처리를 하여 그 잘못을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자가 다음 티 잉 그라운드에서 스트로크하기 전에 그의 잘못을 시정하지 않거나 그 라운드의 마지막 홀에서는 퍼팅 그린을 떠나기 전 에 그의 잘못을 시정할 의사를 선언하지 않으면 경기자는 경기 실격이 된다.
===============================================

→ 파 5, 잘 맞은 볼을 세컨샷에서 우측 언덕을 보냈다 다시 벙커행. 근데 벙커에서 유틸로 친 볼이 지대로 온이 되어 4온 2펏 보기로 막았다. 앗싸, 그린에 가 보니 내 볼이 아니네. 에라이…저 언덕에서 바뀌었나봐. 걍 언니가 그거 치세요. 응~~ 걍 실격이었구나.

이런 거야 좀 드문 예였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슬그머니 배꼽이 나온걸 알면서도 다시 티꼽기 귀찮아서(또한 민폐인지라) 걍 티샷 고고씽 한다던가, 파 3에서 해저드 보내놓고 과감히 멀리건~~을 외쳐 원온 투펏으로 파를 지키고 환호성을 올렸다던가, 채 두 개 들고 가서 암 생각없이 옆에 놓고 쳤다던가, 해저드에 퐁당한 볼을 대충 그린 근처에 놓고 쳤다든가, “좋은 데 놓고 치세요~” 카트 도로에 놓인 볼을 한~~참 안쪽 거의 페어웨이 가까이 붙여 쳤다던가, 내 채가 맘에 안 들어 친구 채를 빌려 쳤다던가 그냥…한 홀 한 홀이 죄다 벌타고 실격감이다. 대충 받은 수 많은 OK들은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이러고서도 9자를 봤다고? 에이, 농담이겠죠 ^^;;;

100돌이라, 110순이라 그래요. 라고 항변한다면 그야말로 난 골프를 치는 게 아니라 걍 골프는 모르지만 연습이라도 해볼까 해서 필드에 나왔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꼴이 아닐까. 그렇다고 PDF로 270장에 달하는 골프 룰을 달달 외우고 다닐 수도 없겠다만 말이다. 어쩌면 골프를 치는 사람은 크게 100개 안쪽을 치는 사람과 바깥 쪽을 치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그 말도 썩 틀린 거 같지 않다. 기본 룰을 갖추고 100개 안쪽을 친다는 것. 연습이 아닌 골프 라이프는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드라이버, 롱게임, 숏게임, 퍼팅 모두 겨우 과락을 면하지 않아야 가능한 100파. 캐디 언니가 적어주는 100파 말고 말이다.

올해 안에 그런 100파를 할 수 있을 지는, 그럴 수 있기를 항상 바라지만.

다들 쉽게 “제대로 셌어?”라고 묻고, “응, 또박또박은 셌지”라고 답하지만, 정말 그런가 하고 그 상황을 오리지널로 돌려보면…글쎄.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니? 그 270 장에 하나도 안 위배될 수 있냐고. 그런 게 머리 아파 “골프는 즐기는 것” 심플하게 정리하고 가기도 하지만. 내 의지로 시작한 것도 아니나, 어쨌든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진지할 수 있는 기본 정도라도 갖추고 가고 싶은 게 솔직한 지금 내 바램이자 숙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PDF 270장을 숙지해야 하는데. 아이폰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도 고작 152장이었거늘…흑흑. 사는 거 힘들다.

.
.
.
.

백돌이의 룰과 프로의 룰은 서로 다른가? 우리는 같은 ‘골프’를 치고 있는 데 말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게, 골프이긴 한걸까

.
.
.
.

하지만,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은
준엄한 270장의 룰로 첩첩산중인 경기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은
아예 룰이 없는 경기라는 것.
.
.
.
.
그럼에도, 엄격하게 정의된 룰의 바운더리에 천착해
룰 따위 무시되는, 이 세상의 무수한 진짜 경기를 스스로 포기하게 될까봐
룰 없는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야생성을 아예 잃을까봐 한편으로 걱정한다는 것.
.
.
.
.

우승을 하고도 빙긋이 웃고 말 뿐,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수연 어린이는 경기 위원장으로부터 2벌타 확정 통지를 받고도 별다른 반론을 펼치지 않았다. 그냥 덤덤한 표정으로 스코어 카드의 숫자를 지우개로 지우고 파를 더블로 고쳐썼다. 하지만, 스코어 카드 수정을 완료하자 그때서야 아무 소리도 없이 수연 어린이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저 덤덤한 표정 속에 어떤 불안을 숨기고 있었는가…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구나.

기실 자기 잘못도 아닌 것을. 백을 매준 골프 대디, 제대로 캐디백 놓는 자리조차 숙지하지 못했던 미숙한 아마추어 캐디 아빠 탓이지만. 그래도, 책임은 선수가 진다. 그런게 골프고 인생이다.

이정민, 한효주, 장한나, 장수연….KLPGA 여자 선수들은 대개 다 이쁘다. 하지만, 이 상비군계 10대 어린이들은 정말이지 무섭도록 이쁘다. 이들이 있는 한, 앞으로 십 몇년 이상 KLPGA 재미없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내 중년의 즐거움을 책임질 무섭고 이쁜 10대들아, 화이팅!

CategoriesSports

golf in jeju

언젠가는 제주에서 골프를 쳐 보고 싶었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짰던 적도 있다.

사무실에 앉아 메모지에 검정색 볼펜으로 바다를 그리는 것 같은 그런 계획이었다.
눈이 시리게 파랗고 아름다운, 이 세상에 없는 바다…

그때 그 메모지는 휴지통행이 됐지만,
삶은 또 나를 이끌어 좋은 이들과 제주의 멋진 골프장에서 공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좁다란 내륙의 골프장과는 사뭇 다른 탁 트인 풍광.

물론, 골프장이 좋은거랑 타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말이다. -_-;;

=============

# 부영 CC

# 싸이프러스 CC

# 레이크힐스 CC

오기 전 날 엄청나게 한라산 소주를 들이 붓고 쓰러지는 바람에
이 중 제일 명문인 레이크 힐스에서는 정작 공을 못 쳤다.

골프장 화장실 변기 부여잡고 오바이트만 계속 하다
로비에 널부러져 잠을 잤다.

늘 나는 사람이 북적북적한 골프장 로비만 봤는데
모두들 티업하러 떠난 오후의 골프장 로비가 그토록 한적하고 평화로운지 처음 깨달았다.
푹신한 소파에 누워 참으로 달게 잘 수 있었다-_-
그리구, 사우나 하구 쓰레빠 달달 끌고 샤방샤방 골프장 여기 저기 산책다녔다.

의외로 꽤 괜찮았던 기억. 그래도 담번에 꼭 레이크힐스에서 쳐 보고 싶다.

그때는 서방님 옆에 끼고~~~ 우히히히 -_-;;; T_T -_-;;;

CategoriesSports

2010 PGA 챔피언쉽 : 골프는 잔인하다…

오늘은 관람기를 빙자한 한풀이..T_T

===============================

주말에 연습장 가서 볼을 좀 치고 왔다. 그렇게 잘 맞던 아이언 샷이 삑사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볼 자국은 죄다 토(toe)에 몰려 있고 당췌 당겨지질 않는다. 볼이 스윗스팟에 맞았을 때의 손맛은 앵간한 애로함에 못지 않은 짜릿함이다. 하지만 반대로 볼이 삑사리를 나기 시작했을 때 손끝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불쾌함이란…공 한 번 치고 나면 그냥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정도 힘이 빠진다.

처음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궁리도 해 보았으나 이도 저도 안되어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징창의 나락을 빠져버렸다. 아무리 띄엄띄엄했다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아무리 골프가 인내, 자기와의 싸움 ..어쩌구리 저쩌구리 해도 내가 무슨 3개월차 초보도 아니고, 그동안 골프에 들인 시간, 노력, 공이 얼마인데 이런 결과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새로 산 아이언을 그냥 부러뜨리려 버리고 싶었다.

이건 연습를 하는 건지, 분을 푸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망연자실 무의미한 화풀이 샷만 휘두르다, 집으로 와서….또 올해의 마지막 PGA 메이저, PGA 챔피언쉽 중계를 본다.

2R 두 홀 연속으로 세컨샷을 러프로 보낸 타이거 우즈가 드라이버로 티박스를 후려친다. 그걸로도 분이 안 풀려, 걸어나오며 페어웨이를 계속 내려친다. (얼마나 드라이버가 미웠으면 T_T) 숏퍼트를 놓치더니 가만히 홀을 돌아나온 볼을 쳐다보며 얼음이 되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쯤까지나 가능했던 것일까? 3R에서는 아예 모든 걸 체념(?!) 한 듯한 분위기였다. 표정은 그냥 석고상이 되어 있었고.

73타 최악의 성적으로 FR을 마친 타이거는 FR 백 나인에서 단 한 번도 페어웨이를 맞추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이번 경기가 열린 위스콘신, 위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서 페어웨이를 못 맞춘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러프가 아니라 대부분 해저드성 러프고, 러프가 아니라 갈대밭이라 표현해야 적합하다. 9개의 홀에서 9번의 벌을 받으며, 타이거 우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골프는 잔인하다.

29세 닉 와트니는 3R에서 신들린 경기를 펼쳤다. 누구 말대로 ‘그 분이 오신 듯’ 그냥 치면 올라가고, 그냥 치면 붙는다. 가까이 못 붙여도, 그린을 놓쳐 숏게임으로 간신히 올려도 난해한 라이의 롱퍼팅이 쏙쏙 들어가더라. 6언더 66타를 치고, 3타차 선두로 챔피언 조에서 시작한 닉 와트니의 우승을 점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떠 TV를 켜니…뭐 이런 일이 다 있어. 리더 보드에 아예 사라졌다. 81타. 9오버. 이건 뭐 아마추어도 아니고. 똑 같은 코스에서 전날보다 15타를 더 치고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18홀을 마치고 모자를 벗는 닉 와트니의 표정은…그야말로 그냥 사색이었다. 얼빠진 표정, 넋이 나간 듯한 눈….골프는 잔인하다.

FR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11언더 단독 선두에 오른 더스틴 존슨. 18번 홀에서 파만 잡아도 우승 확정이다. 그런데, 이런. 티샷을 완전히 갤러리 한 가운데로 보내버렸네. 거기서도 굿샷~ 너무나 잘 맞춘 샷에 갤러리가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런데 점차 사색이 되어가는 갤러리들의 표정 변화. 아아 이런, 너무 잘 맞은 나머지 그린을 넘겨 버렸다. 넘긴 자리는 모래가 가득한 해저드성 러프. 하지만, 그 어려운 위치에서도 가까스로 샷으로 깃대에 가까이 붙여가며 침착하게 보기 성공!

갤러리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나오고, 이런 극적인 과정 끝에 연장에 가는가 싶었다. 왠걸, 심판이 경기를 끝내고 연장을 준비하는 더스틴 존슨을 불러 뭐라뭐라 떠든다.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정말 살짝 클럽 페이스가 지면에 닿았는데…알고 보니 거기가 벙커였다는 거다. 벙커에서 지면에 클럽 페이스가 닿으면 2벌타. 결국 트리플로 5위로 경기 마감. 꼭 짚어 벙커라기에도 참 거시기한 불분명한 위치였는데, 거기도 클럽이 닿은 면은 모래로 덮혀있어 벙커는 벙커였다. 그 아슬아슬한 과정을 모두 뚫고 우승을 향해 가려는 순간, 정말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의 실수가 그 앞을 가로막는다. 더스틴 존슨의 인터뷰 “전 그냥, 갤러리들이 밟아놓은 오물 덩어리(a piece of dirt) 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새로 코스 디자인을 하며 추가된 1,200개가 넘는 벙커 중 하나였다. 골프는 잔인하다.

기대를 모았던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은 컷탈락을 했고(협찬사인 르꼬끄에서는 이벤트까지 하던데..), 간간히 화면에 비췬 최경주는 원래도 까맸지만, 거의 흑인이 되어 있었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탔더라. 왠지 짠했다. 잘했던(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노승렬은 3R 본인을 제외하고 유일한 10대로 초청받은 로리 맥길로이와 한 조에서 만났다. 신들린 맥길로이가 67타 5언더를 치는 동안, 간신히 이븐에 그쳤고 화면에 열라 맥길로이를 비추는 동안 승렬이는 병풍 노릇만 했다. 하지만, 그랬던 맥길로이도 FR 18번홀에서 정말 5cm도 안되는 차이로 버디를 놓쳐 연장에 가지 못했다. 갤러리들을 모두 일어서 이 10대의 선전에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어린 주근깨 소년의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하기야, 지난 번 마스터즈 이 후 TV화면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안소니 김과 일본의 골프 천재 이시카와 료도 있다. 1R, 2R 모두 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을 했으니, 뭐…걍 그렇단 얘기다. 한 때, 포스트 타이거 우즈로 주목받던 두 선수가 아니었나? ‘세대 교체’라는 지금 PGA의 화두는 그들에게 더 큰 압박일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거두어진 자리, 암전 속에서 자기와의 혈투를 거듭하고 있을 그들. 골프는 잔인하다….

그러니, 그러니까 말이다.

유진이따위의 아이언 샷이 좀 안 맞는 것은 별 일도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그래도 잔인하다. 너무 잔인하다.

CategoriesSports

조금 늦은 브리티시 오픈 후기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디오픈의 아쉬움이 싹 날라갈 만큼 자연과의 도전, 코스와의 대결이었던
LPGA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선수들의 절정의 샷감각 보다는 거대한 자연앞에서 나약해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색달랐다! 혼자서 피식피식.

‘쟤들도 인간맞구만~ㅋㅋ’

그 정점은 비바람 몰아치던 2R. 그들의 플레이는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라운딩하다가 접하는 상황들 속에 신의 경지에 오른 그들이 있더라.

베키 브리워튼은 산에서 산으로 보내기 신공을 펼쳤고,
폴라 크리머는 산에서 치다가 삑사리 내고 간신히 페어웨이로 들어와 어이없는 우드 탑볼, 일명 띠리릭 샷을 쳤다.
압권은 한 홀에서 10자를 그린 카트리나 매튜. 파4 13번 홀에서 러프라고 하기도 뭐한 갈대밭에 들어가 헛스윙 2번에 2타를 까먹고.
100돌이 들이야 너도 나도 “연습 스윙 한 거지?” 하고 넘어갈 일이
그들에게는 타수 하나로 기록되어 무려 한 홀에서 6오버.
작년 브리티시 오픈의 신들린 샷들은 대체 어디로…디펜딩 챔피언이 81타를 치고 컷오프.

이번 컷이 5오버였으니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컷을 통과한 지애도 3R에서 파4 11번홀에서 4오버…전체 스코어가 아니라 무려 한 홀에서. 그러니까 양파를 했다는 거다.
LPGA에서, 그리고 지애에게서는 더더욱 보기 힘든 얼마나 인간적인 플레이인가.
그러니까 그런 걸로도 구경거리가 되었다.

마지막날 챙 야니의 눈물도 그랬다.
메이저만 두 번을 먹고도 퍼터를 들며 씩 하고 웃고 말던 챙 야니군이 캐디품에 안겨 한참이나 훌쩍 훌쩍. 흑흑흑…

18홀 내내 드라이버 에이밍도 자신이 없어 몇 번씩 다시 셋업을 하고, 숏퍼트도 자신이 없어 주저했다.
입스가 온 듯한…뭔가 완전히 빠져나간 듯한 플레이.
다행히 넘어준 선수가 없어 우승컵을 들긴 했지만, 그 네 시간 매 홀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까?

그들도 인간이었다. 탑볼도 치고, B2B(bunker to bunker)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고, 훌쩍이기도 하는.
신의 경지에 오른 그들이 그럴지인데, 인간류에서도 저~ 하층인 나야 대체 어떠랴.

하지만, 때론 너무 억울하다. 챙 야니군이 울 때, 나도 울었고…그 기막힌 스토리는 좀 있다.

CategoriesSports

에비앙 마스터즈 2010 – 지존이 돌아왔다!

‘에비앙의 저주’는 과연 풀릴 것인가…

과연 누구에 의해…

jiyai

에비앙 마스터즈
총 상금 325만 달러, 제 5의 LPGA 메이저라 불리는 대회.

여름이 피크를 향해 달려갈 때 쯤,
프랑스알프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을 실어다주는 대회.

특히, 해저드가 가로놓인 파5 18번홀의 드라마가
유난히 많이 펼쳐지는 대회이기도 하다.

챔피언조가 아닌 많은 2위권 선수들이 18번 홀에서 이글이나 버디를 노리며
막판 반전이나 연장을 노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태극 낭자가 한 번도 우승을 못한 유일한 LPGA 대회.

게다가 작년에는 새벽까지 뜬 눈으로 지켜보다
챔피언조의 인경이 저주를 극복못한 채 어이없게 무너지고
뒤쫓던 미야자또 아이가 감격의 LPGA 첫 승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여야 했는데
(물론 미야자또 아이는 충분히 그런 댓가를, 훨씬 전에 받았어야 할 좋은 선수지만, 하필…T_T)

이런 안타까움을 모두 씻어내듯
긴 흥행 가뭄끝 단비처럼 흥미진진했던 에비앙 마스터즈.

장정, 선주, 지애…고만고만한 키작은, 그래서 반가운! 희망도 되는!
슈퍼 땅콩 3인방의 선전이 즐거웠다. (김미현 별명 잠깐 대여)

선주는 1R의 6언더, FR에서 7언더. 중간에 흔들렸지만, 참 잘했다~
1R 마지막 홀 롱퍼팅 이글은 졸던 나를 번쩍 깨어나 환호하게 했다.

간만에 언니 장정의 화이팅도 흐뭇했다.
싸부께서 정말 잘 치는 선수는 장정이라고 하신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작 내가 골프 본 이후로는 무릎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를 못했었다.
매서운 눈매, 왠지 길어보이는 우드를 들고 거침없이 휘두르는 모습에 역시나…했다.

하지만, 역시 백미는 지애가 합류한 FR 챔피언 조의 명승부.

3R은 못 봤지만,
2R에서 살살 따라오던 지애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결국 3R에서 2타차까지 따라붙었단다.
열튼 지애가 1~2R 에서 한 10위권 정도에만 이름을 올려도
그 경기는 기대감이 생긴다. 워낙 3,4R에 강하기 때문에…특히 뒤로 갈 수록 더.

해탈한 듯 여유로운 카리스마의 울지애와
전형적인 미국 선수의 야무짐을 보여줬던 프레셀의 기싸움.

드라이버 거리도 한 번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버디-파도 한 번씩 주거니 받거니 했던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프레셀과 지애의 대결은
‘명승부’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올해 모건 프레셀의 경기력이 워낙 향상됐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올해 스윙 코치 바꾸고, 비거리 늘고, 코스 공략 야무져졌다.
지난 5월 JLPGA 메이저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때 2R부터 한 번도 1위 안 놓치고 월등하게 우승하더라.
바로 그래서 잠시 주춤한 지애의 승부사 본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선수였던거다!
고맙습니다, 프레셀 여사님!! ^^

# 13번 홀 – 굿샷

프레셀이 송곳같은 세컨샷으로 공을 핀 근처에 붙인다.
지애가 10cm 바로 앞에 붙인다.
프레셀이 놓치며 가르쳐준 퍼팅라인을 따라, 지애가 침착하게 버.디!

13번 홀에서 13언더 동타를 만들었다.
1~2타차로 따라가던 지애가 공동선두를 만든다.

역시~ 지애!

굿샷은 잘 친 샷이 아니라
결정을 짓게 만드는 샷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의 진정한 굿샷~

# 14번 홀 – 갤러리

우드로 티샷하던 지애가 피니쉬를 다 못하고 뒤를 돌아다 본다.
백스윙 탑에서 들린 카메라 찍는 소리에 찌릿.
하지만, 안전하게 페어웨이 지키고…

이번에는 프레셀은 벙커에 빠진 세컨샷을 하다, 갤러리에게 버럭한다. S***! 소리까지…
그러고 나서 그 샷을 깃대 5cm 앞에 붙인다. 두바퀴만 더 굴렀으면, 깨끗한 샷 이글.
프레셀의 버럭에 뻘쭘했던 갤러리들이 환호성을 터트리고…
이런 게 프로다.

하지만, 난…화내지 않는 지애가 훨씬 훨씬 훠~얼씬 좋다~~

# 15번 홀 – 아쉬움

559야드 파 5, 해저드에 오르막, 참으로 어려운 홀.

드라이버를 망쳤는지, 우드로 올린 세번째 샷이 잘 올라가고.
두 선수 모두 아깝게 버디 miss.

# 16번 홀 – Attitude

프레셀 세컨샷 정말 잘 붙였다.
왠만하면 지애랑 붙어서 안 쫄 수가 없는데,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

하지만, 지애 바로 기냥 더 가까이 붙이고~

모건 프레셀의 펏이 홀 컵 바로 옆에 붙인다. ㅋ 프레셀 표정 짜증 밀려오고..퍼터 부러뜨릴 듯.

하지만 지애의 펏은 아예 홀컵을 한 바퀴 돌고 나온다. 헥.

어이없다는 듯…하지만 그래도 웃는 울지애.
이런 지애 너무 좋다 ♥

아마도…승부는 16번 홀 두 선수의 attitude에서 판가름 났던 것 아닐까.

# 17번 홀 – 강심장

지애의 티샷, 짧아서 한참 앞에 떨어지고
프레셀 티샷, 깃대 앞에 제대로 붙었다.

왠지 불안…여기서 승부가 갈리나. 섣부른 조바심.
게다가 지애의 퍼팅, 깃대를 넘어서 한 참 내려간다 -_-;;

하지만 프레셀 퍼팅 놓치지 마자 침작하게 파를 지키고.
씩 웃는 지애. 아유 이뻐라. 정말 …

꽤 부담가는 거리였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는 지애~~ 이럴 때 지키는 게 정말 프로!
정말 섣부르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불안감따위 쓰잘 데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걸…
그걸 하는 게 정말 대단! 정말 이쁨. 지애..울지애!

확실히 지애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 18번 홀 – 결정짓기

승부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이미 최나연과 알렉시스 톰슨이 13언더 동타로 경기를 마치고
공동선수로 선수를 기다리는 상태. 모두 파를 한다면 4명이 연장을 가게 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세컨샷도 지애와 프레셀 이렇게 똑같은 지점에 떨어지는지.
손에 땀을 쥔다는 것이 이런 건가.
이제 75야드를 남긴 써드샷, 퍼팅 약 2개의 샷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데…

프레셀, 역시나 잘 붙였다! 오늘 아이언샷감이 환상이신 프레셀 여사.
헥 88년생이 왠 여사? 잠자리 썬그라스에서 왠지 모를 여사 포스가…

지애 써드샷!! 아아아, 넘어간다…그린 놓치는 줄 알았는데
뒷프린지 맞고 백스핀 도르륵,,,깃대쪽으로 다시 붙는다. T_T
정말…심장마비 걸릴 듯.

악악악 지애 퍼팅이 먼저 홀컵으로 쏙~~
지애도 떨렸다는 듯, 자기 가슴을 콩 찍고.
난 혼자 방안에서 방방 뛰고! 소리지르고….구르고…

결국 더 가까이 붙이고도 부담감 이기지 못한 프레셀, 퍼팅 놓치고…다시 한 번 퍼터 쥐고 부르르.
그러거나 말거나

신.지.애. 우. 승!!!!!!!!!!!!

절친 선주가 뛰어나와 기념주를 뿌려준다.

지애! 역전퀸…파이널 퀸. 미소천사, 지존! Shin is GOD…

이것이 신지애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초반 부진에, 이어진 맹장수술에 맘고생 많았을 텐데…

너무나 오랜만에 접한 지애의 가장 지애스러운 경기.

jiyai_score

첫날 2언더, 둘째날 3언더, 셋째날 4언더, 넷째날 5언더로 합계 14언더
하루 지날 때마다 한 타씩 더 줄이는 무서운 멘탈
파이널 퀸다운 스코어카드를 만들었고.

보기는 전 라운드에서 2개 밖에~
지존 포스. 어쩔 어쩔~~

48만 달러의 우승 상금도 챙겼지만…

지긋지긋했던 ‘에비앙의 저주’도 풀렸지만..

더 중요한 건

지존 신지애가 돌아왔다는 것.

아이언 살짝 불안한 듯 했지만,
드라이버, 특히 우드가 너무 좋았고…아이언을 커버할 수 있는 퍼팅!
18번 홀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바로 퍼팅이었다.

돌아온 김에 담주 브리티시 오픈 우승까지 걍 고고씽~ ! 이 한 주를 또 기다림으로.

아, 너무 기쁜 밤이다.

지애는 진심으로 기쁘게 한다.

이어서 탱크 최경주 오라버니까지도..커플로 우승컵을 드시면 얼마나 좋을까나. !!

CategoriesSports

디오픈, 그 모든 흥행카드의 실종

골프의 월드컵, 세계 최고 메이저 150주년 기념 대회고
골프의 성지, 세인트루이스 올드코스에서 벌어졌고
이런 의미때문에 이혼 소송 중이라고 알려진 타이거가 그 모든 부담을 안고도 출전을 결정했으며
모든 잘나가는 클래식 탑랭커들이 모두 출전했으며
리키 파울로, 이시카와 료, 로이 맥길로이, 노승렬 등 싱싱한 영건들
한국 골프의 양대 산맥 최경주, 양용은을 비롯 울 김경태, 나상욱도 이 대열에 동참했으며
J골프는 전례없이 중계팀으로 바꿔가며
전라운드 생중계 (40시간 @.@)의 파격적인 편성을 시도했다.

덕분에 그 쟁쟁한 선수들이 호스트의 소개와 함께
티샷을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시간대도 매우 괜찮은 저녁 7시대부터
하루에 10시간씩 방안에 편안히 앉아 디오픈질을 할 수 있었으며,
남아공의 무명 루이 웨스트호이젠이라는 최대 이변의 드라마를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참으로 지루한 4일간의 40시간이었으며,
더욱 흥미진진해져야할 파이널 라운드로 갈 수록 더더욱 그러했다.

골프란 직접 하는 것에도 가공할만한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중계를 시청하는 것조차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디 오픈’ 챔피언십.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드레날린 솟구쳐 오르는 클라이맥스의 순간을 기대했지만.
골프는 그런 천박한 드라마가 아니라
끝없는 인내의 순간순간임을.

다시금 골프 앞에 무릎꿇으며
이번 디오픈에서 사라졌던 몇 가지를 짚어본다.

드라마의 실종

로리 맥길로이, 첫날 63타 1위 (메이저 최소타 타이)
존 댈리, 첫날 66타 공동 3위
타이거 우즈, 첫날 67타 공동 5위
양용은, 첫날 67타 공동 5위

여기까지만 봤을 땐, 좀 재밌을 것 같더만
로이 맥길로이군 일찌감치 2R 80타(-_-;;)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필두로
2R에서 모두들 흔들흔들

무빙데이에서는
이미 타이거니 필미켈슨이니 우승권에서 저~만치 멀어져있었으며
중계자들은 웨스트호이젠인지 우스티젠인지 그냥 잠깐 잘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이 남아공 남자의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심지어 파이널에서의 중계는
웨스트호이젠은 이미 4타차로 저만치 선두.
여유만만한 안정적 플레이.

그나마 4타차로 따라붙어 기대를 걸었던 폴케이시,
전혀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했다.

첫 홀부터 붙여 놓고도 숏펏 놓치고,
모든 골프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바로 행동,
‘셋업에서 시간 끌기’를 계속하며 경기의 흐름을 끊고.
그저 그렇게 혼자서 무너지는 모습으로 앞서가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FR 중계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이어져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여주다가
만년 2위 리 웨스트우드가 그 특유의 낑낑대는(?!..죄송),
정말 열심히 하지만 재미없게 하지만 차곡차곡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헨릭 스텐손이나 기타 선수들 잠깐잠깐 삽입.

아무런 스토리(반전, 추격, 이변, 경쟁)를 만들지 못하고
한 홀 한 홀 진행만 계속 되는 형국이었으니.

보다가 결국 잠들고…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지막 17, 18번 홀.
전혀 바뀐 것 없이 그 분위기 그대로 우승 확정.

FR 챔피언조 성적 웨스트호이젠이 71타, 폴케이시 75타
안 봐도 상상가능한 경기 흐름…쩝

스타 플레이어의 실종

퍼터까지 바꾸어가며 경기에 임했던 타이거 우즈 3언더,
필 미켈슨 1오버, 어니엘스 컷탈락, 최고령 탐왓슨 컷탈락 및 은퇴

그 외 기타 익숙한 이름들의 실종
어니엘슬, 까밀로 비제가스, 이안폴터, 가르시아, 짐퓨릭
고만고만한 성적으로
1,2R에서는 그나마 카메라가 따라갔지만
타수 차가 너무 나니까 아무리 스타라도 화면 배분이 점점 적어지면서
어느새 사라져 버린 이름들.

작년 탐왓슨, 재작년 그렉 노먼이 보여줬던
노장의 투혼도 올해는 실종

그나마 FR에서 선전한 이름들이 흥미롭다.
알바로 키로스(FR 5언더), 리키 파울로(FR 5언더), 로리 맥길로이(FR 4언더),

자연과의 도전 실종

디 오픈은 ‘자연과의 도전’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심한 바람에 선수들의 바지가 휘날리고 샷들이 꺽여나가는 풍경들이 연출되지만
….올해 완전 약했다.

‘도전’이라는 이름이 걸맞는
거센 바람 정도가 아니라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억센 러프
금세 폭풍이라도 닥칠 듯 먹구름으로 어두침침한 하늘.
선수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2번, 3번 아이언을 꺼내들고…
바람에 쓸러져 나갈 듯 셋업하며 모자를 추스르며 중심을 잡고 등등

이런 거 없었다.

바람은 좀 불었지만, 디오픈스럽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분위기.
그저그런 샷들.
(아마에서는 신들린 샷이지만, 프로계에서는 감동스럽지 않은)

이것은 도전인 것도 아니고, 도전이 아닌 것도 아니여~….쩝

하이라이트의 실종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 홀인원, 이글쇼, 기막힌 칩샷버디, 숨막히는 롱퍼팅 성공

2010 디오픈 하이라이트
: 그린 미스, 숏퍼팅 놓치는 장면, 벙커에서 두 세 번씩 탈출 못하는 장면(양용은 트리플보기)

전문 중계의 실종

J골프, 정말 안 볼 수 없어 본다.

이렇게 별 ‘꺼리’없는 경기를 인당 5시간씩 중계 하다보면 뭐 할 말이 그닥 많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전문 해설가인데
경기 흐름과 전혀 무관한 멘트
컨텐츠의 부재 (하나마나한 상황 설명)
너무 졸린 목소리.
심지어 아나운서가 더 알찬 멘트하고. 누가 해설자인지 아나운서인지 분간이 안되는.
헛소리로 해설자가 사고치면 아나운서가 센스로 수습하는 형국.

메이저 명성에 걸맞는 중계는 언제쯤?
SBS골프가 중계권 회수해 가야 가능해질 것 같은데.

코리안 탑랭커의 실종

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스트로크를 하는 괴상한(?!) 퍼팅 자세 화제를 모았던 최경주,
(사이드 새들이라고 한단다)
아직은 부적응인지. 컷오프
노승렬 컷오프, 양용은 컷통과 하지만 FR에서 거의 최하위 추락.
김경태 1오버 무난한 경기력 입증.

아마추어로 정연진이 그나마 아마추어 1위로
아시아 최초 실버메달을 땄다는 거.

국산 아마추어 애기 골퍼 하나가
중계 중간 중간 준수한 자태와 스윙을 보여줬다는 거.
사막의 오아시스인 양, 그나마 위안이었다.

@ 번외 : 퍼터 이야기

가장 쇼킹했던 뉴스 중 하나는 타이거 우즈의 퍼터 교체
디 오픈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하게 만든 스카티 카메론을 버리고
13년 만에 Nike Method? 듣보잡 퍼터로 교체.

이유는 “그린이 너무 느려서” (-_-) 란다.
(나이키 메소드는 볼이 퍼터 페이스에서 아주 빠르게 튀어나간다고…아마추어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메카니즘)

하지만, 그 결과는?

보통 우승권에 들려면 경기당 퍼트수가 30개 미만이어야 한다는데
첫날은 67타를 쳤지만, 32개의 퍼팅을 했고
(롱게임 35개 쳤단 얘기…파3 4개 빼면, 홀당 1.7개 ㅎㄷㄷ)
둘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32개의 퍼팅을 했으며,
3라운드에서는 무려 35개의 퍼팅을 했다.
심지어 18번 홀에서는 드라이버 티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 쓰리 퍼트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타이거를 무릎꿇게 한 나이키 메소드
아마 골퍼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퍼터로 남지 않을까?
아무리 타이거가 온갖 인터뷰마다 디오픈 퍼팅 난조는 퍼터때문이 아니라고 해명을 해도 말이다.

다음에도 이 퍼터를 들고 나올지 (계약관계때문에 그렇게 될 것 같긴 한데)
또한 최경주도 계속해서 그 민망한 퍼팅 방법을 유지할 지.

퍼팅은 프로에게나 아마에게나, 100돌이에게나
모두 어려운 숙제!

@ 이 와중에…

JLPGA 스탠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안선주양이 일본투어 100승 달성!
이거 마지막날 안 봤는데 힝~

===

타이거가 복귀하고, 지지부진했던 탑랭커들이 신들린 듯 경기력을 보여줬던
마스터즈와 마~이 비교됐던 디 오픈 2010

Adios~ 그래도, 내년엔 좀만 더 재밌어지길.

CategoriesSports

몇 개의 우승

마스터즈 필 미켈슨의 우승은 반전이었다.

평생 타이거의 그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러야 했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운명의 홀은 13번 홀이었다. 그린이 보이지도 않는 러프에서 한 치의 주저도 없는 샷으로 핀에다 붙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주인공은 유방암에 걸려 그를 필드에서 떠나게 만들었던 아내 에이미를 껴안았다. 그 포옹은 진실한 사랑은 마케팅용 쇼맨쉽 너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반전의 어퍼컷이었다. 참 희한한 경기였다. 그토록 심심하던 PGA가 타이거가 복귀하자 마자 뜨거워졌다. 리더보드는 활활 타오르고, 필드에선 그림같은 샷들이 이어졌다. 4홀에서 5타를 줄인 안소니김, 스폰서 마크 대신 태극마크를 붙이고 나온 탱크의 선전, 신들린 샷들. 판은 타이거가 깔았지만, 주인공은 평생 그의 뒤를 쫓았던 미켈슨이었다.

벨 마이크로 클래식 세리팍의 우승은 희망이었다.

비록 우천으로 4R이 취소되어 연장전만으로 가린 우승이었지만, 그녀의 뚝심은 과연 드라이버샷에서도 전혀 흔들림없는 그녀의 허벅지만큼이나 탄탄했다. 우승을 결정지은 것은 3번째 연장전에서의 벙커샷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페어웨이를 지키고 정작 자신은 그린을 미스했을 때, 오히려 침착해지던 태도는 그녀가 무엇을 견뎌왔는지 상상하게 해 준다. 2년 10개월의 공백, 까마득한 후배들의 선전, 한 물 갔다는 비난…그 지독한 2년의 10개월의 벙커 안에서 그녀는 단 한 샷으로 멋지게 탈출했다. 두 손 꼭 모으고 언니의 선전을 기도하다, 챔피언 펏이 끝나자 달려나와 샴페인을 퍼붓던 지애, 희영들. 그 순간은 ‘인생의 빛났던 한 순간’을 다시 꿈꾸는 모두에게 전달된 희망이었다. 아직, 밀려나긴 너무 이르다. 인내할 수 있다면, 계속 노력할 수 있다면.

하지만, 가장 경이로운 우승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탐탁치 않아했던 선수에게서 나왔다.

JGTO 더 크라운스 이시카와 료의 우승…파이널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12개. 12언더, 58타를 치더라. 6개 홀 파를 빼고는 모두 버디. 슬램덩크같기도 했고, 묘기 대행진 같기도 했다. 가속이 붙어 날라가던 공이 핀 옆에서 마법에 걸린듯 멈춰선다. 그린을 미스하자, 칩샷이 돌며 홀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또 다시 그린을 미스하자 퍼터로 넣는다. 프런트 라인에서는 2홀 파를 빼고 모두 버디. 이 아이가 91년생이다. 왼쪽 심한 도그랙인 16번 홀에서는 아예 숲을 보고 최단거리로 직접 그린을 공략한다. 그린 주변은 모두 벙커. 3번 우드로 친 샷은 벙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시카와료는 전 날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벙커에 넣는 것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벙커에서 핀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런 경기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 재방송을 몇 번이나 봤는지…@.@ 이 아이는 58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나 역시 이런 경기는 조만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우승의 결정적 모멘트가 그린을 미스했을 때 나왔다는 점이다. 필 미켈슨의 13번홀 러프샷, 세리팍의 3번째 연장 치명적 벙커샷, 이시카와 료의 16번홀의 의도적 벙커샷…의도했건 아니건, 페어웨이가 아니었을 때 그들은 그들이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를 샷으로 보여주었다. 엇나갔을 때, 실패했을 때, 물에 빠졌을 때, 사고 났을 때, 짜증이 날 때, excellence는 빛을 발한다. 그럴 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거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 되냐고? 그 예시로는 PGA투어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 3R에서 코스 레코드를 눈 앞에 두고, 그것도 18번홀에서 보기 좋게 쿼트러플 보기를 하던 최경주를 들 수 있겠다. 새벽에 숨죽이며 지켜보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안타까웠다. 2년 전에도 최경주는 비슷한 사고(?!)를 친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메일 하나가 문득 떠올라 옮겨 본다(분명 개인 메일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을 기분좋게 이해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인생과 골프가 만나는 결은 너무나 다채롭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것을 해석하는 각자의 방식이다. 그 해석의 과정을 통해 골프는 단순한 레저나 스포츠 이상의 존재로 승화된다.

========================================

참 어제 최경주 골프 보다가 뒤집어 졌습니다. 어떻게 막판에 양파를 하다니,,,,,,, 믿을 수 없거든여. 그레도 그게 골프입니다. 그리고 골프가 인생이구요. 아무리 잘 살았다고 하더라도 18번 막판 홀에서 망가질 수있는거,,,, 그리고 아무리 초반에 잘 안맞더라도 그냥 꾸준히 한타 한타를 잘 치며 내 게임을 해야 마지막에 스코어가 말을 해주는거,,,,,,,

드라이버에, 세컨드 아인언에, 칩샷 아무리 잘 쏘아도, 그 짧은 3피트 퍼트 하나 잘못 치면 말짱 도루묵 되는거 그런게 인생입니다. 어제 초반에 최경주 짧은 퍼트 3-4번 놓치는거 보고 정말 화납디다.

드라이버니 아이언이니, 칩샷이니, 퍼팅이니 모두 열심히 연습하고 한타 한타 최선을 다하세요. 100타를 깨겠다는 목적,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건 매번 치는 한타 한타 마다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타수에 신경쓰지 말고,,,, 내가 현재 이 상황에서 가잔 잘 칠것 같은 채를 잡고, 가장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거.,…

바꾸어 말하면

인생의 최종 목표보다 더 중요한건 매번 닥치는 순간 순간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거,,,, 인생의 최종 성공 여부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지난 주 여러가지 일 겪고, 또 최경주 골프 보면서 결심한게 있지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오늘부터는 더더욱 재미나게 살려고 합니다. 어제는 이미 지나 가서 없는거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아서 없는거고,,,, 결국 제일 중요한건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만나고 있는 사람들,,,,,

2008.7.22

CategoriesSports

2010년 골프 ‘이야기’

우리는 선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본다. 버디 펏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 펏이 들어가야, 이미 경기를 끝낸 공동 1위를 제치고, 100만불을 따내는가. 저 펏이 들어가야 롤렉스 랭킹 1위에 오르는가. 저 펏이 타이거 우즈를 이기게 만드는가. 저 펏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극적이라면, 사실 그것이 버디펏인지 파펏인지 보기펏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재미가 있다. 그런 선수만이 관심도 받고, 스폰도 받고, 광고 계약도 한다. 작년 LPGA의 스토리는 세 가지였다. 1) 여제 소렌스탐의 빈 자리를 누가 메꿀 것인가? 2) 신지애, 미쉘 위 – 1살 차이(놀랍게도 지애가 언니), 정 반대 인생 스토리를 가진 두 루키의 신인왕 대결. 천재 딱지로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큐스쿨부터 다시 올라온 백만불 소녀와 저 먼 변방에서 천천히 성장한 불우한 과거사를 가졌으나 이미 비회원 자격으로 메이저를 포함해 3승을 따낸 156cm 단신, 그러나 범상찮은 멘탈을 가진 지존소녀의 대결. 3) 오초아는 부활할 것인가?

1번 이야기는 흐지부지 끝났다. 다승왕을 한 지애, 오초아 모두 3승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2번은 지애의 압승이었다. 지애는 이야기를 더 크게 키웠다. 이미 2번 이야기는 결론이 났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신인왕, 다승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4개를 모두 거머쥘 수 있느냐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지애의 플롯은 낸시 로페즈라는 전설이 다시 LPGA에 등장할 수 있는가로 확대됐다. 물론, 너무나 극적인 실패(그 17번 홀에선가의 보기-_-)로 끝났지만… 3번 이야기의 결말은 좀 그랬다. 어쨌든 그 부진을 딛고, 지애의 실수에 힘입어 마지막 경기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따냈으니. 하지만, 여제의 부활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그저 그런 맥빠지는 시즌이었다.

올해의 이야기는 별 볼게 없다. 우리에겐 늘 태극낭자가 몇 승을 하느냐라는 기본 이야기가 있지만, LPGA로 보면 휑하다. 스폰이 줄고, 경기 수가 줄고, 선수들은 JLPGA로 분산되고 있다. 아마도 작년의 1번과 3번 이야기가 흐지부지 불만스러운 결론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올해로 인수인계된 저 이야기에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면 LPGA는 계속 이런 썰렁한 분위기를 이어가겠지.

특정 팀이나 선수의 팬은 항상 기본 스토리를 가진다. 따라서, 올해 나의 가장 중요한 LPGA 스토리는 단연 지애다. 지애는 LPGA 신화를 쓸 거고, 누구 말대로 단군 이래 가장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여자될 거라 믿는다. 내가 가진 이 이야기가 실현되는 과정을 매 해 점검할 거다. 특히 올해는 미야자또 아이와의 한일전이 흥미롭다. 그 다음 스토리는 송희다. 송희가 과연 자신을 이겨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 해내는 것을 보고 싶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마도 미쉘 위를 스토리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작년 솔하임컵에서 그녀는 진정한 백만불 소녀의 역할을 했다. 어쩌면 이 아이의 부진은 외로워서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같은 국적 선수들과 팀을 이룬 경기에서는 그만큼 펄펄 날았다. 그리고, 이 후 첫 우승을 거뒀다. 올해는 어떨까? 아직까지는 잠잠하다.

JLPGA의 태극낭자 돌풍 또한 새로운 관전거리다. 특히, 지난 주에 18홀 다 끝내놓고 박인비 우승을 어거지로 무효시킨 일본 애들 때문에 더욱 불이 질러졌다. 그래, 니들 한국 선수들 우승하는 거 보기 싫다 이거지. 어디 두고 보자, 이런 마음이 되었다. 부디, 실력으로 보여줘! 더욱 열렬하게 JLPGA에서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었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사람 한 둘 아닐 거고, 따라서 박인비로 보면 굉장히 아깝겠지만, SBS골프에는 호재가 될 것 같다.

26개 대회, 역대 최대 총 상금 129억이 걸린 KLPGA의 메인 스토리는 유소연과 서희경의 라이벌전이다. 물론, 갠적으로는 변방(?)의 이정은5 양을 응원하지만. KLPGA 선수들은 다들 너무 예쁘다. 근데 난 왜 그렇게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는 서희경이 별로라고 느껴질까……이 또한 개인의 취향.

타이거 우즈가 복귀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 하지만 그의 복귀를 재촉한 것은 그에게 목숨건 스폰서나 팬이 아니라, 관전 포인트가 될만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나머지 PGA 선수들이다. 시즌 초 몇 개의 PGA와 유러피언 투어를 봤는데, 세상이 이보다 맥빠질 순 없다. 이안폴터가 우승한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새벽까지 뜬 눈으로 봤지만, 이 보다 지루할 수는 없었다. 4강에 오른 가르시아, 비제가스, 이안폴터…왜 이리 스타성 제로들이신지. 차라리 화끈하게 통차이 자이디가 우승하길 바랄 정도였으니. 지난 주에는 혼다 오픈 재방송을 봤는데, 비제가스가 우승해서 뭔가 보여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파이널 라운드에서 잡아주는 선수가 없어서 우승한 거였다. 쫓아가던 앤소니 김과 비제이 싱 실수 연발. 1등이 그저 그런데, 따라가는 선수도 그저 그러니 두 배로 재미가 없을 수 밖에.

타이거 있을 때, PGA의 이야기는 명확했다. 골프 천재 난공불락 세계 1등과 나머지 세계 최정상 골퍼들과의 대결.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1등이 퇴장하니, 별 이야기가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줘야 되는데, 아무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주인공이 더 원색적인 이야기까지 곁들여 돌아온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세기의 히트작이 명문 오거스타 내셔널 GC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CategoriesSports

열 아홉살짜리 애의 존재감 – 노승렬

마지막 18번 홀, 다시 돌아온 역전의 용사 탱크 최경주는 마지막 파5 18홀을 환호성 속에 환상적인 버디로 마치고, 락카에서 물을 마시며 공동선두 노승렬의 플레이를 TV중계로 지켜 보고 있었다.

634야드 파5에서 투온을 노린 노승렬의 겁없는 드라이버샷은 어이없게 옆 홀 10번 홀로 나가 버렸다. 한국이었으면 제대로 OB였을 상황. 게다가 3번 우드로 친 세컨샷은 보기 좋게 연습용 퍼팅 그린 옆 카트 도로에 떨어져 버렸다. TV중계에서는 최경주의 활약상 모아서 보여주기 시작하고…기다렸던 탱크의 승리가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대회 위원까지 나서서 드랍존을 찾느라 한참을 실갱이. 퍼팅 그린 울타리 바깥, 좁다란 러프 공간에서 볼을 드롭한다. 경사가 심해 드롭을 해도 공은 다시 카트 도로로 흘러가 버리고, 심판이 정해준 드랍 지점이 공을 세우는 것 조차 힘들다. 천만다행으로 구제를 받아 무벌타 드랍이었지만, 울타리에 백스윙이 걸릴 만큼 가깝고 그린 앞에는 라이트가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그린은 심한 내리막. 여기서 파를 하면 연장으로 간다.

간신히 볼을 드랍하고 노승렬은 천천히 그린까지 발걸음 수를 재고, 볼을 떨어뜨릴 지점을 결정한다. 그리고 다시 공이 놓인 자리로 가서 셋업, 빈스윙 세번, 또 한 번 더…그리고 주저없이 스윙. 살짝 뜬 볼은 그린과 깃대 중간 지점에 안착, 또르르 굴러가 깃대 50cm 지점에 가서 붙는다. 우뢰와 같은 탄성.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던 최경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하지만, 이 열 아홉살 어린 아이의 표정은 여전이 담담하다. 그리고 버디. 2010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이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어떻게 저런 샷이 나오는지” 해설자 멘트.

정말 멋진 샷이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도도독…

어떤 선수는 단 한 샷만으로 그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어제의 18번 홀에서의 노승렬이 그랬다. 그 긴장된 순간에 보여준 담대함이라니. 타이틀리스트 광고의 해맑기만 했던 그 소년이 이렇게 또 한 번의 사고를 쳤다. 찾아보니, 벌써 14살 때 쟁쟁한 고딩, 대딩 국가대표들과 함께 경기해 아마추어 대회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놈이란다. 182cm의 키에 준수한 외모, 바둑기사 이창호를 떠올리게 하는 침착함. 이번 대회 공식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06야드. 이 아이는 앞으로 또 무엇을 보여줄까. 91년생 동갑내기 이시카와 료, 90년생 대니 리, 89년생 로리 맥길로이. 이 넷이 한 번 쎄게 붙어왔음 좋겠다. 이름하여 ‘영건 빅매치’. 작년 한국 오픈 때 배상문, 리, 료, 로리 붙었을 때처럼 허무하게 말고…있는 실력 다 꺼내 보이는 피터지는 진검 승부로.

young guns
료는 화려한 프린스, 노는 의젓한 되련님, 로리는 ….곱슬머리 주근깨 장난꾸러기~

타이거가 빠져 시들시들한 PGA, 뜨거운 젊은 피가 살릴려나. 혼다 오픈에서는 비제가스 우승, 앤서니 김 준우승. 근데, 노승렬에 비하니 얘들도 늙어(!!) 보인다. 아, 역시 젊음이 좋군화. 이 전주까지 PGA는 정말…안.습.이었다…

CategoriesSports

KLPGA를 기다리며

선주가 18번홀 버디펏을 마친 순간, 지애가 뛰어나와 생수 세례를 퍼부었다. 지애는 신나서 펄쩍펄쩍 뛰며 물을 뿌리고…선주는 뚱하니 물맞다 이제 그만하라며…그렇게 흐뭇한 풍경으로 선주는 JLPGA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첫 승을 거뒀다.

조금만 경기가 안 풀려도 신경질이 나 삐죽대는 표정이 바로 드러나 비호감이었던 선수. 거리만 나고 정교함과 멘탈 조절이 도대체 안되는 단순무식한 이미지. 근데, 왠지 난 점점 포커페이스의 노련한 선수들보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귀여워보였다. 그런데, 이제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지애와 미야자또 아이가 함께 출전한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침착하니 잘 풀어갔고. 멘탈과 정교함이라는 고삐를 갖추니, 미친 말처럼 날뛰던 ‘거리’는 어마어마한 무기로 돌변한다.

호주에서 열린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카리 웹이 우승컵을 거둬갔다. 무려 26언더. 파이널 라운드에서 11언더파, 61타로 코스 레코드를 경신했다. 7번 홀 샷이글을 포함해,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9개. 경이로운 경기였다. 그냥 문제와 정답을 미리 머리 속에 다 넣고, 시험문제를 푸는 학생같았다.

실제로 이 코스는 카리 웹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코스고, 이미 6번 우승을 했다고 한다. 이번이 7번째 우승. 작년 J골프 피닉스 인터내셔널에서 챔피언 펏을 마치고, 그린에서 눈물을 펑펑 쏟던 카리 웹의 모습이 떠오른다. 웹, 세리, 소렌스탐 LPGA 트로이카를 이끌던 한 때의 여제.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어린 (한국) 선수들에 밀려 주목 받지 못했었다.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었던 그 2년간 그녀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일본, 호주 양국에서 열린 국제 경기였지만 중계와 리더 보드만 보면, KLPGA에 외국 선수들 초청해서 하는 경기같았다. 특히, ANZ에는 2등한 이보미를 비롯, 서희경, 유소연…올해 치열할 KLPGA를 기대하게 한다. 다들 안풀린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너무너무 잘들 하더라. 다들 파이널퀸이라 파이널에서 타수들도 많이 줄이고. 이런 쟁쟁한 선수들이 줄서있는 KLPGA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경기가 매주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니 흐뭇할 뿐이고.

다들 예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KLPGA선수는 이정은5. 엉뚱발랄 과감하고, 뒷끝없는 대인배스러움을 두루 갖춘 그 아이의 개성이 나에겐 매력만점이다. 그래. 골프가 뭐 꼭 심각할 필요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