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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June, 2009

맛있는 6월, 초보 쿡의 주말 이탈리안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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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되도록 밥 한 끼 차릴 줄 몰랐던 내가 회사 동호회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이번 달의 주제는 Italian Cooking…덕분에 주말 점심이 맛있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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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해산물 스파게티
토마토 홀이 없어서 집에 있는 토마토 소스와 피자소스를 응용. 맛을 내야 할 토마토가 부족하다보니 좀 희어멀건 아쉬웠지만 맛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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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지아노멜란자네
이름 복잡한데 가지랑 삶은 달걀 슬라이스를 토마토 소스, 치즈와 함께 겹겹이 층을 쌓아 오븐에 구운 요리다. 집에 가지가 조금 밖에 없어서 많이 못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는 요리. 단 가지는 물이 많아, 손질할 때 물빼기 전쟁을 치뤄야 한다. 가지의 맛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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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판자넬라 샐러드
호박과 가지를 구워 바게뜨 빵, 모짜렐라 치즈와 함께 발라믹 샐러드 드레싱에 믹스한 샐러드 요리. 모짜렐라 치즈는 없어서 생략하고 빵은 따로 찍어 먹었다. 열튼 요즘 유진이는 맛있고 만들기 간편한 샐러드에 버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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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식 라자냐~…가 아니고 펜네
원래 넙적한 판같은 라자냐를 만들어야 하는데, 반죽하기가 귀찮아서 삶은 펜네를 반으로 갈라 응용. 보기는 이래도 베샤멜 소스와 라구볼로네제까지 제대로, 쌤이 가르쳐 준 대로 곧이 곧대로 만들어 오븐에 구워낸 정통 볼로냐 스파게티. 역시나 유진이 표 스파게티 중에 가장 맛과 완성도 높음. 근데 사진은 왜 이래?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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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닭가슴살 곁들인 시저 샐러드
레스토랑에서 만 원 넘는 스파게티 원가의 실체를 까발려 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생크림과 우유만 있으면 정말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육수가 조금 첨가되어도 맛날 듯. 시저 샐러드는 로메인 상추대신 각종 유기농 쌈채소로 대체. 앤초비와 레몬즙, 와인비네거, 머스터드 등 각종 생생 첨가물로 맛있게. 이태리 요리 역시 소스랑 각종 재료 공수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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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골레…를 응용한 해물 스파게티
조개 대신 냉장고에 얼려둔 조개살과 새우를 응용해서 만든 해물 스파게티. 대신 올리브 오일에 충분히 조개살와 새우를 볶아 맛을 내고, 다시마 육수로 감칠맛 더하고, 화이트 와인으로 잡내를 제거해 비교적 봉골레스러운 맛을 완성했다. 봉골레는 만들기는 되게 쉬운데, 맛있게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태리 레스토랑이 잘 하는 집인지 확인하려면, 그 집의 봉골레를 맛 보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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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디저트는 와인 빙수
뎀비표 빙수와 유진이가 아끼는 와인이 맛나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19.5도 독하고 단 포르투갈산 포투 와인와 차가운 얼음 가루는 환상의 맛을 선사한다. 수박까지도 좋았는데, 미숫가루에서 왠지 시골틱해져버린 2프로 아쉬운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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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라기보다는 소주 대용에 가까운 포도 알콜 음료 포트 와인. 와인 즐기는 분들은 별로라고 하시던데, 난 처음부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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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쿠킹 중이신 정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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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끝나면….@.@ 정신줄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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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전쟁터…초토화…스파게티 하나 만드는 데 무슨 종가집 제사 지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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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superecipe/981
싸부 신지연 쌤, 이태리 ICIF 졸업하시고 한국 ICIF 강사, 라퀴진 아카데미 주임강사, 푸드 채널 챌린지 투 쉐프 지도 강사로 활약하셨다고. 드라마 < 온니유> 음식 자문까지도…꼼꼼하게 지대로 잘 가르쳐 주신다. 쌩유 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어디 안 나가고 집에서 맛있는 거 해 먹으니 좋다. 점입가경 쥐새끼 일당때문에 도통 우울한 세상인데 입이라도 맛있어야 버티고 살지. 특히 개인적으로 너무나 공사다망하고 피곤하고 정신없이 종종댔던 6월이었다. 그래도 주말마다 빠뜨리지 않았던 스페셜 요리 한 접시로 원기 회복하고 기분을 업시켜 그 나머지 시간들을 버텨왔던 것 같다.

그 복잡부산했던 6월도 이제 지나간다. 벌려놨던 일들도 정리가 됐고, 요행 심리는 가차없이 짓밟혔고 T_T, 복잡한 동선에 극에 달했던 어리버리 실수만발을 통해 나의 덜랭 본능을 재확인했고, 그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 도와준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 이라는 새삼스런 교훈을 얻기도 했다. 어쨌든 지나갔다. 7월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서 난 좀 느긋하게 걸어보고 싶다. 그 느린 걸음으로 작은 깊은 그늘 한 점을 찾아보고 싶다.

마더, the original

마더 (2009)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7701

1.

엄마의 불안한 눈동자는 필사적으로 자식의 육체를 배회하지만, 자식의 영혼은 어디론가 빠져나가 엄마가 붙잡을 수 없는 먼 곳으로 흘러간다.

자식은 여자에게 홀려 넋을 잃고 뒤를 쫓는다. 엄마는 그런 자식의 뒤를 쫓는다. 여자와 자식이 홀연히 사라지면, 쫓던 이들이 남겨진 곳은 미로.

그렇게 영화는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강물의 흐름처럼 서서히 방향을 뒤틀어, 반대편 기슭에 숨어있던 경악스런 사실에 다다르기까지. 엄마는 이 음산한 회전의 중심축이다. 자식에게 속아야 할 모든 이유를 가진 사람, 바로 엄마다.

2.

꿈을 꾼 듯한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눈을 뜬다. 손은 흥건히 피범벅이다. 손에 묻은 피는 닦아낼 수 있지만, 영혼이 두른 피칠갑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의 죄일까.

다쳐서 처음 피를 본 사람은 놀래서 피를 닦지만, 피에 흥건히 젖어 있는 자는 더 이상 피를 닦지 않는다. 그는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다. 미소를 지을 수도, 다정하게 말을 걸 수도 있다. 뭐든 다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선을 넘어가면 소리가 안 나온다. 그 어떤 것도 아닌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사람은 그럴 수 있다.

난 그래도 사는, 살아야 하는,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엉망진창인 채로라도.

3

여전히 < 마더>에서는 밥 먹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아무리 잔인하고 음습한 현실 속에서도, 밥을 하고 먹여주는 한 걱정없다. 난 봉감독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 모든 밥 먹는, 정확히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밥먹이는 장면이 너무나 살갑다. 얼어붙어 가는 지구를 달리는 < 설국열차>에서는 또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밥을 먹일까? 폐쇄된 극한의 상황에서 밥은 보다 절실한 생존의 상징이 되리라.

인식의 균열이 임계치에 이르러 단순한 한 마디의 질문으로 발화되는 것도 여전하다. “엄마 없어?” 질문인지 절규인지 모를 이 말은 < 살인의 추억>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 필적하는 세기의 명대사다.(나에게는^^) 물론 후자는 송강호의 애들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죽도록 뒤쫓아도 연기처럼처럼 빠져나가고 마는 징그러운 놈이지만, 그래서 억울하고 분하기 짝이없지만 그런 놈조차 밥 먹고 똥싸고 숨쉬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다. 모든 게 엉망징창이 되어버린 순간, 짠~하고 나타나 누명을 뒤집어쓰고 내 자식 살려주는 하늘이 내린 동앗줄처럼 반가운 희생양이지만 내 자식보다 더 덜떨어진 저 아이조차 어떤 엄마에게는 귀한 자식일 것이다.

< 괴물>에서 강두는 현서 대신 살아온 아이를 자기 자식인 양 극진히 키우지 않는가. 칼바람 부는 추운 겨울날, 뜨거운 밥을 해 먹이며. 혜자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혜자는 자기 자식 살리자고 또 한 자식을 죽여야 한다. 내 자식을 살린 기쁨과 동시에 자기 자식을 지키지 못하는 세상 모든 엄마의 고통이 혜자에게 쏟아진다. 보편성과 특수성은 뜯어내지지 않는 악귀처럼 쌍으로 들러붙어, 천국같은 지옥을 선사한다.

4.

< 박쥐>란 영화는 그냥 보면 안되는 영화같았다. 자꾸 뭔가 해석을 하게 했다. 이야기와 영화에서 중간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해설자의 시점이 걸리적 거렸다. 그가 설명하려는 대상은 잘은 몰라도 어쩐지 대단히 심오하고 멋들어진 것일 것만 같다. 때깔도 죽여줘서, 매우 유혹적으로 지적 도전 혹은 허영을 부추긴다. 아무 생각없이 살던 와중에 뜬금없이 죄니 구원이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신선한 경험이다. 그냥 그렇다. 멋지지만 어디 먼 나라 의상을 고쳐 입은 듯한 이질감…

< 밀양>은 거대한 세계이지만 너무 칙칙하다. 그냥 눈을 돌려 버리게 된다. < 밀양>이나 < 박하사탕>은 왠만한 영화라면 감히 시도할 수도 없는 영혼의 깊은 곳으로 인도하지만, 그 밑바닥은 너무 이상한 곳이서 다시 혹은 자주 가고 싶지는 않다.

< 마더>는 오리지널하다. 공식도 해석도 아닌 진짜배기 원형의 텍스트. 한국 사람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너무 사랑해서 죄를 짓는 줄도 모르는 한 사람의 이야기. 고독한 줄도 모르고 거대한 풍경 속을 홀로 헤쳐 걸어 들어가는 너무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 .

5.
첫 장면의 물음표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느낌표로 바뀌는 놀라운 경험. 어떤 설명도 필요없이 그 춤안에는 모든 ‘이유’가 다 들어 있었다. 꿈꾸듯 흐르는 영화 속에 푹 젖어 두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극장 안에서 나 혼자 박수를 쳤다. 참 나, 이렇게 잘 만들 수가 있나.

생략하고 더 생략해서, 알짜배기만 남겨야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