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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for August, 2015

노안?

최근 또 한 번의 희한한 경험을 했다. 하나의 대상이 두 개로 보이는 것이었다. 음…정확히는 반대다. 하나의 상이 있었고, 그 앞일지 뒤일지에 그와 유사한 하지만 같지는 않은 또 하나의 상이 겹쳐 보였다. 분명히 한 쪽은 환각일텐데 눈으로 보듯 분명히 보여서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눈만 그런게 아니었다. 귀도 그랬다. 그 대상이 내는 소리도 두 개로 겹쳐서 스테레오로 들려온 것이다. 각각의 상이 각각의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내 귀를 타고 들려왔다.

아무리 포커스를 맞추고 한 쪽의 소리에 집중하려 애써도 소용없었다. 그런 식의 무기력함은 처음이었다. 둘 다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서 도저히 한 쪽으로 합쳐지지가 않았다.

어느 쪽에 반응해야 할 지 몰라 약간 혼미해졌지만 곧 내 쪽의 감각도 (내 의지와 무관하게) 두 개의 채널로 분리되어 서로 다른 대상을 인지하며 전혀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이란 것이 한 쪽에선 공장에서처럼 기획, 제조되고 있었고, 동시에 또 한 쪽에서는 개천에 흘려보내는 공장 오염수처럼 겉잡을 수 없이 마구 흘러나왔다. 그런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동시 두 채널을 통한 입력과 출력. 인간의 놀라운 멀티 태스킹 능력을 찬양해야겠건만, 실제로 그것은 의지라기 보단 원혼에 빙의되듯 당한 것에 가까워서 세상에 이런 일이…뭐 이런 탄식을 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분리될 뿐이었다. 헐~

그 때 나는 하나였을까 둘이었을까 아니면 셋이었을까. 그 중 어느 쪽이 진짜 나였을까. 또한 내 앞에 있었던 것의 실체는 뭐였을까. 이런 걸 누구에게 물어볼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선택해야 했던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새벽 나를 깨운 그 조용하고도 맑은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내 눈의 포커스는 하나로 합쳐졌다. 그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