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세째 날 아침

더 이상 볼 것이 있을까?
보고 싶은 것은?
혹은 꼭 봐야 하는 것은?
없다.
홋카이도 대학이니 초콜렛 박물관이니 예정했던 스케줄은 모두 취소
10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10시 30분 열차를 잡아타고 노보리베츠로 떠난다.
숙취로 머리가 무겁다.
차창 밖 새하얀 눈벌판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기고자 했으나….!!
그 백색 장관을 앞에두고도
뒷골이 땡기고 속이 울렁거려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한 상태로 이동.

노보리베츠,
일본 3대 온천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오리지널 온천 마을!!
풀릴 새 없는 여독과 연이은 과음으로 떡이 된 내 심신이 갈구하는 곳.

죽을똥 말똥 역사 코인라커에 짐을 맡기고 (이것도 300엔)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온천으로. 털레 털레~~

노보리베츠의 상징 도깨비 장승이 환영 인사를 한다.
이렇게 한 15분을 타고 가면, 노보리베츠 온천 마을.
내리지마자…코로 스며드는 퀘~~한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온천 예정인 다이이치타키모토관에
히가에리(당일치기) 온천 신청 후 백을 맡기고 지옥 계곡 산책으로 나선다.
당일치기 온천 무려 2,000엔.
소문난 온천이긴 하지만, 얼마나 대단하길래 흥!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일명, 지오쿠다니 입구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지름이 450m나 되는 절구 모양의 웅덩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 분 3000리터의 열탕이 솟아오르논 골짜기
http://www.noboribetsu.tv/facil/jigoku.html

일단은 매우 관광객스러운 기념 사진을 한 컷 찍어주고 난 다음
본격적인 지옥 계곡 산책에 나선다.

골짜기 곳곳에서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퀘퀘한 썩은 달걀 냄새가 (=유황냄새)가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굉장히 기분 나쁜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냄새를 맡으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며
오전 내내 나를 짓눌러서 숙취와 뒷골땡김 현상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점차 편안해지는 몸상태의 부름으로 킁킁대며 냄새를 쫓고…야성의 엘자인양~

어느새 기운생동을 되찾아
씩씩하게 산책길 = 위험천만한 얼음으로 뒤덮힌 계곡길을 날렵하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우짜든동 신선한 공기와 온 몸을 감싸는 좋은 기운….
나이들어가며 자연을 찾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눈 덮힌 사이로 펄펄 끓는 유황물이 흐르고…뜨뜻한 열기로 가득
산책로 곳곳에는 간헐천도 마련되어 있다.
마실 수도 없고 담글 수도 없어 별 효용은 없으나 신기했음.

오염없는 깨끗한 하늘

깨끗한 풍경에 마음이 씻겨내려가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어설픈 파노라마~^^V

눈도 펄펄 내리고
신나서 포즈를 취해보는데~!! 얼쑤

이럴루가!!!!!
커플부대의 만행은 여기서도 계속된다.
뒷쪽이 일본 커플부대, 앞쪽은 중국인 관광객 커플부대.
같은 버스 타고 오면서부터 예감이 불길했는데
산책길 내내 함께 이동하면서 히히 호호 온갖 닭살 행각들…윽
사이 좋게 서로 사진찍어 주고 더블 셀카.

혼자서 각도 안 나오는 셀카짓을 하고 있자니
중국인 커플부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자청을 한다.
나도 지지 않고 포~오즈를 취해본다. 우리는 강철의 쏠로부대자나~~~
노보리베츠 지옥 계속에서
일본 파견 인터내셔널 쏠로부대원의 고독한 외침T_T
지옥 계곡 투어를 마치고
얼릉 온천하러 고고씽~

다이이치타키모토관은 지옥 계곡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온천으로
겉에서 보면 현대식 호텔같지만 내부는 다다미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노보리베츠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깊은 온천 여관인데
증축을 거듭해 지금처럼 현대식으로 바뀌고 규모도 커졌다고.

겉으로만 볼 때는 그냥 온천 호텔같아 숙박은 별로였는데
그 유명하다는 온천에 입장한 순간.
헥. 정말 거대하다.
1500평의 대욕장에 서로 다른 7가지 온천 성분의 탕이 있어 일명 온천 메구리(순례)가 가능한 곳
각종 증기탕에 사우나에
욕장의 산쪽 면은 전체 통유리로 야외를 바라보며 실내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이럴 땐 얼른 홈피에서 펌질을
총 7개의 스파로 구성
Cure Spa, Healing Spa, Heat Spa, Panacea Spa, Demon Spa, Beauty Spa, Beautiful Skin Spa

다이이치타키모토관 홈페이지
http://www.takimotokan.co.jp/
하지만 그 뿐인가. 예상치도 않았던
야.외.온.천…!!!
하얀 눈에 덮힌 산자락을 바라보며 뜨거운 욕탕속에 몸을 담그니…
가슴 윗쪽은 차고
물에 담근 몸은 뜨겁고… 맑디 맑은 산기운을 온 몸 가득히
어머, 여기 천국인가봐.
2천엔 안 아까워.
사진으로 보기엔 너무 현대식 호텔로 보여
그다지 하루 묵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정작 온천을 하고 여유롭게 맥주도 마시고 편한 유카타 입고 여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여기서 하루 묶으며 여유롭게 온천하고, 저녁 바이킹(부페)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ㅋㅋ 하지만 난 여행 마지막 날 복안이 있지롱.
온천 3시간이 후다닥 – 사진이 없어 아쉽당.
나야 하코다테로 이동하는 스케줄이지만 삿포로에서는
하루 온천 + 왕복 셔틀 + 점심 식사 1일 패키지가 2500엔이니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다이이치타키모토관의 1일 입욕권
http://www.takimotokan.co.jp/plan/other/higaeri.html
대충 마무리 하고 다시 버스타고 노보리베츠 역으로~ 정말 고고씽의 하루구만.

어느덧 원기를 회복한 나, 본성이 드러나고 있다 ^^
노보리베츠는 곰 목장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입장료 2천엔이나 그 목장은 별 볼일 없다는 소문이 파다~
걍 곰 기념 사진으로 만족

JR 홋카이도 프리패스 여행자인데, 이 정도 기념샷은~~

다시 열차에 몸을 싣고 하코다테로
하코다테 도착하니 어언 9시.
눈발이 내린다.
나 홀로 카트를 끌고 한 15분 걸어 숙소 < 라비스타 호텔>로~
근데 이 동네 참 조용하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예상치 못했던 프레젠또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룸에서의 야경…

카메라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너무도 환상적인 야경!
가네모리 창고군과 하코다테 베이 에어리어, 하코다네 산과
책에서만 봤던 각종 관광지와 성당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야경
세상에…이런 경이로운 프레젠또가…

하지만 일단 밥부터~
점찍었던 쿠라이로 고고씽. 어찌나 좁은지 여기도 호텔에서 3분 거리다.

이렇게 테이블 중간에 긴 화로가 놓여져 있어
손님들마다 각자 자리에서 맛있게 구워먹는 구이집이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숯불을 피워주고.

가리비 치즈 구이부터~ 요이땅!
석쇠 위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버터가 녹으면서 가리비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쯤
생맥주와 함께….쓰러진다.

항구도시 하코다테는 오징어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오징어 맛을 봐야지~ 오징어 소면 추가요

간장 소스에 찍어서 소면처럼 후루룩. 녹는다 녹아요.

마지막으로
서빙보는 언니가 추천해 준 돼지꼬치구이.

꼬치를 구워 계란 푼 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랜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맛은 말 그대로 숯불꼬치다.
난 이렇게 3개만 먹어도 배가 불러와 도저히…근데 배가 불렀기에 망정이지
맥주 한 잔에 이거 세 개 먹었는데 3천엔이 나와버린다.
배가 안 불렀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_-a

그런데, 내 옆자리에 앉았던 중국인 관광객 3명.
이들 정말 대단했다.
메뉴판을 보고 한 5개쯤 시키더니, 그 담에 또 다섯 개, 또 다섯 개…
구이 종류 대로 죄다, 탕에, 죽에, 사시미에, 비빔밥 비시무리한 거에, 쌀밥에, 생선 구이, 고기 구이, 쌈 비슷한 것 까지…
정말 끝도 없이 주문을 해서 먹어치운다. 대체 얼마가 나왔을까?
그야말로 경약스런 “대륙의 주문”…옆에 앉은 나 완전 기 죽고.

온천과 이동에 피곤했는지 맥주 한 잔에 알딸딸~

밖에 나와보니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눈이 아주 지대로 내리고 있었다.

밤의 창고군 …그 너머로 우리 호텔이 보이고.
숙소가 눈 앞에 보이니 안심이 되고.

외로운 에비스 연인의 벤치
내 마음이구료 힝~

한 11시 밖에 안되었는데, 거리는 죽은 듯 조용하다.
인적도 없고, 차도 정말 가끔씩만…
눈만 저 혼자 신나서 이 텅 빈 동네를 나리고 있다.

어디를 찍어도 내 발자국만.
여기 눈은 동글동글 입자가 분명하다. 녹지 않고 그대로 알알이 쌓이는 눈들.
조용하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왠지 모를 해방감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기저기 발자국을 찍으며 싸돌아댕긴다.
야~~ 나, 북해도 왔다!!!

호텔 & 스파 리조트 라비스타, 맘에 쏙 드는 명품 호텔.
자란넷으로 예약, 1박 7천엔 (조식 불포함)

고동색 원목으로 쫙 깐 인테리어 하며
방과 가구들도 고급스럽고
복도 창에서 내다 보이는 풍경도 감탄스럽다.
하지만 이 날의 방점은
온천.

13층에 바다물을 끌어다 올린 야외 온천이 있다. 물론 실내 온천도.
하코다테 야경을 내려다 보면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스팀 사우나실
독탕, 공동탕이 구비된 야외 온천탕
어찌 형용이 안되네.

이럴 땐 또 그림을 퍼오자.
La Vista 페이지
http://www.hotespa.net/hotels/lahakodate/
노보리베츠의 온천과는 또 다른 모던한 온천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Two Thumbs Up!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휴식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심지어 여기도 view가 예술이다.
야외 온천 하고 편안한 라운지 체어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며 야경 감상이라…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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