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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7] 크리스마스 즈음의 풍경들

2003-2007
남겨두고 싶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즈음의 추억들.


그 해, 여의도에는 안개가


어둑해지는 이브의 퇴근길,
짙게 깔린 안개 속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보다 예쁘게 빛난던 가로등 불빛들을 잊지 못한다.

그 때 내 마음도.


그 해, 신림동에는 눈.


퍼붓는 눈 사이를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새벽이 가는 줄도 모르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어디로 보내고 싶었던걸까. 그렇게 열심히 찍어서.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 대개봉했던 영화
무엇이었을까?


그 해 크리스마스엔
이 영화가 잘 어울렸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보내는 것이
좋았던 해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저 멀리서 날아온 문자 하나가 그 어떤 별보다 더 크게 마음에서 빛났었다.


어설픈 트리 장식이 반짝이는 광화문 어느 지하 맥주바에서
조금 센치한 웃음을 지었던 해도 있다.


Love Love Love 가득한 도시에서


무언가가 시작되는 파티가 열렸던 적도 있다.
지금보다 젊었고, 시작이었고, 모두 다 함께였다.
그래서 행복했다.
한켠에선 보글보글 와인이 끓고 있었고, 오뎅탕도 데워먹고, 솜씨 부린 까나페며 치즈들이 일품이었지.
예쁜 꽃이 심어진 플라스틱 화분을 들고 와서 자랑했었어.
지금 모두 다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떤 해엔 이런 적도 있었군.
블로그라는 것이 생기고, 블로거가 되고, 블로기어워드라는 것도 생기고, 거기에 심사위원도 하고
정말 옛날 얘기같다.


연인들의 해변, 그 끝에서 천사를 만났던 해도 있다.
일본 오다이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Let It Snow가 흘러나오고
어둠 속에서 춤을 추었던 해도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음악은 흘러나오고


남과 여들은 열심히 스텝을 맞춘다.


섹시 루돌프…당신의 썰매를 끌어드리겠어요~


압구정동의 어느 술집에서 진창 술을 마신 적도.


한 면을 가득 채운 판들 앞에서
다이아나 크롤의 A Case of You를 신청해 들으며
과연 내가 이 책을 마칠 수 있을까? 부들부들 떨었던 해도 있었다.


도시 한 가운데 전구의 숲


검은 하늘을 밝히고


연인들의 마음을 밝히고


텅 빈 주말 건물을 밝히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올해는 일하는 곳에서 가까운
정자동 카페거리


내 모습을 담아둔다.


책상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전구도 걸었다.


행복했던 그 때가 나에겐 크리스마스였다.

잊고 싶지 않은,
행복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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