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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3 – 2007. 4 29 Sunday ~5.1 Tuesday

한 점에 서면 다른 두 점을 다 볼 수 있어 좋은
트라이앵글.

어떤 쪽으로든 갈 수 있지만 결국 어디로도 갈 수 없어
빙빙 제자리를 돌게하는 난감한 도형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5) – 모리 미술관 :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늦은 밤 고대하던 록본기 힐스에 도착했는데~
까딱까딱하던 배터리님이 드디어 수명을 다하시…남기신 것이라곤 달랑 이거 한 장.

하루 종일 쇼핑할 것 먹을 것으로 가득 찬 록본기 힐스를 돌아 보셨군요.
돈을 쓰고 배도 부르고 혀도 만족하고 양 손에 쇼핑백 가득하네요.

하지만 또 다시 어둠이 내려
마음은 보잘 것 없는 사냥꾼이 되어 오갈데 없이 헤메인다면

바로 지금이예요.
천국으로 더 가까이 가야할 시간.

360도로 둘러싼 통유리 환상적인 도쿄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는 모리타워 전망대.
홈페이지

그 앞에서 서면
아무리 예상했다 하더라도 그 예상을 넘어서는 전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거기 조그맣게 불밝힌 도쿄타워가 눈에 들어 올 것이다.
그 순간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당신 마음에 가장 깊이 박힌, 바로 그 사람이다.

숨기고 숨겼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만드는 그 곳,
아무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모리 전망대.

그리고…한 층만 더 총총히 올라가면 바로 이어지는
280m 높이 맨 꼭대기 층…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 모리 미술관.

밤 10시까지도 열어주시는 센스까지…좋았다!
(휴일은 12시까지라는데…이거 완전 딱 내 취향)
공중에 발을 디디고 < 일본의 웃음전>을 보라.

놀라웠다. 그 규모와 기획력.

반은 일본 미술에서 찾은 미소라는 모티브
The Smile in Japanese Art : From the Jomon period to the Early Twentieth Century

나머지 반은 컨템포러리 미술에서의 웃음의 해석
All about Laughter : Humor in comtemporary art


포스터에서는 과거 쪽을 모던하고 추상적으로,
현대 미술을 오히려 고색창연하게…거꾸로 시각화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전력을 다해 흡수해 봤지만
봐도 봐도 끝이 없어 그 무차별 융단 폭격식 컬렉션 앞에
디스크와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느끼며 백기 펄럭~

컨텐츠에 관련한 한 정점을 경험한 기분.

사진은 못 찍었어도 잊지 않겠다.
그 수 많은 작품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놓여있었는지.

#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6) – 국립 신미술관 : 정공의 아우라

마지막 코스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국립 신미술관
근데 저기, 건물 휜 것 좀 봐.
예사롭지 않지?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모네전과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일본어를 읽지 못하는 내가 매표소 앞에서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가 내게 다가오시더니
알 수 없는 일본어 한 마디를 하시며 내 손에 뭔가를 쥐어주고 총총히 사라지시는 거였다.

표였다.

처음엔 표인지도 몰랐다. 그냥 무슨 찌라시 같은 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을 대조해 보니 모네전 말고 또 하나 그거 포스터랑 똑같이 생긴 걸 보고 혹시 표인가 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는데 나중에 전시실 입구에서 표를 내니 들여보내주는 걸 보고 표인줄 알았다.
무슨 전시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시작부터 떡하니 걸려있는 만 레이
이어 팔자에 없는 피카소, 샤갈, 모딜리아니까지…
나중에 한국와서 물어보니 < 퐁피두의 이방인전>이란다.

교과서에서나 봤던 명작들 죄다 직접 봤다.
사진으로 찍어 놓은 그림과 진짜 그림은 참 많이 다르더라.
이런 거 자꾸 보면 책으로 그림 보기 싫어지겠더라.

어쨌든 이런 훌륭한 거 보게 해 주신 할머니,
고맙습니당!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저한테 하신 그 한마디가 무슨 말이었는지 아직도 궁금하지만요.

내 돈 주고 표 사서 본 전시회는 모네전이다.
전혀 우습게 볼 수 있거나 진부하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는 전시가 아니었다.
초콜렛이니 일본의 웃음이니 하는 것과도 차원이 달랐다.
정공의 아우라다.

인상 깊었던 것은 세 가지다.

1) 컬렉션
어떻게 저걸 다 모았냔 말이다.
전 세계 흩어져 있는 주요 모네 작품은 싹쓸이한 듯.
이런걸 가능하게 하는 돈과 네트워크의 힘…대단하다.

2) 구성/기획력
마네의 전 작품을 시간 순이 아닌 주제별로 묶어 각 전시실에 배치한다.
주제라 해도 단순히 꽃이나 물과 같은 오브제나 내용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작품별 속성으로 구분했다.
modernity/composition/rhythm/synthesis …예를 들면 이런 식.

그런데 재미있는 건 메인 전시실 옆에는 작은 서브 전시실이다.
듣도 보도 못한, 모네와 무관한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들이 놓여져 있다.
뭐하는 애들이냐고?
모네의 그런 작품 속성이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애들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바로 그 조그만 방들이
이 전시회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있었다.

3) 내셔널리즘??!

전시의 맨 마지막 섹션은 이를테면 < 모네와 일본> 아니 < 일본과 모네>다.
모네가 얼마나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지, 일본의 인사들이 모네의 예술활동을 얼마나 극진히 지원했는지
모네의 작품 세계에서 일본이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이른바 모네에게서 찾은 Japonism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별론데 …이런 별로인 주장에 강력한 힘을 싣는 것은
바로 컨텐츠다.

특별히 주장을 하지 않아도 떡하니 온갖 구체적인 물증들을 가져다 벽에 붙여 놓으니
눈으로 보는 한은 반박하기 힘들다.

네트워크와 돈을 쏟아부어 모네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해 정신못차리게 해 놓은 다음
결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 위대하신 모네님을 후원한 일본의 존재감.

그렇게 뒷통수 한 대 맞은 느낌으로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여기에도 역시나.

뽐뿌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열리는 지갑을 겨냥한
‘이것’들이 있다!
너무도 적합한 타이밍.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모네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 이것들.

나는 늘 ‘기획’이라는 것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좋게 보면 있는 걸 잘 구성해서 부가가치 만드는 거고
어떻게 보면 이거 참 인위적인 거다.

그래서 이런 걸 한참 보다보면
놀라고 감탄하고 경외심이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작은 샘에서 퐁퐁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것을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기획같은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하지만 신국립 미술관에서 가장 아트스러운 것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닐까.

햇빛 눈부신 날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날은 비가 왔지만.

모네가 가도 또 어떤 괴물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겠지.

< 이 날의 메모>
방대한 컬렉션 – 돈과 세계 수준 네트워크
디지털 컨버전스 – 미래 성장 동력
상품화 – 생활과 아트의 만남. 둘 사이 매개는 돈
내셔널리즘 – 서양지향주의와 자국우월주의의 절묘한 공존

# 마침내 키스 자렛 – 동경에 온 이유

2007년 4월 30일 월요일.

신주쿠로 더 깊숙히 들어가 본다.
츠타야니 츠나하치니 무지니 딸기모찌니
동경은 맛있고 배부르고 섬세한 것들로 가득찬 산타클로스 보따리다.


일본애들 주제곡 : 딸기가 좋아~


식사는 신주쿠의 명물 츠나하치에서
유명한 덴뿌라 전문점이다


바로 테이블 앞에서 튀겨 주는데


하나도 안 느끼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강츄!

여행은 끝나가는데 더 어디를 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원래 내 마음은 두 가지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난 한 가지를 기다리고 있다.
그 한가지 때문에 고작 두 달만에 다시 동경에 온 거고.

바로 이것
우에노 동경 문화 센터.

…이것!

결국 왔구나. 여기
그렇게 또 일생의 소원 하나에 줄을 그었다.
그것이 바로 나이가 먹는다는 것의 최소한의 의의겠지.

첫 번째 파트에 네 곡

두 번째 파트에 네 곡

앙코르 두 곡

이 중에 아는 거라곤 고작 My funny valentine, Come rain or come shine, When I fall in love 세 곡 뿐. T_T

첫 세션보다 두 번째 세션이 더 좋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독특(?)한 공연 문화때문이다.
첫 세션 끝나고 인터미션 20분 줬는데 이게 왠일인가.

맥주, 샴페인, 와인…죄다 나와서 모두들 술을 마셔대는 것이었다. 청중들 거의 모두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덕분에 나도 과감히 비루 한 잔…그리고 또 한 잔에 완전 알딸딸 해져서
두 번째 세션은 그냥 꼭 꿈결같았다.
동경이 아니라 뉴욕의 어디, 같았다.

내 청춘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수많은 밤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수많은 낮도 함께 했던 키스 자렛씨.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키스 자렛씨.

이렇게 당신을 만났네요.

그 때 나를 매혹시켰던 자기 혼자서 바닥으로 침잠해가는 독보적인 광기의 솔로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최고급의 세련된 사운드.
아저씨 셋이서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음의 미로.
너무 깊다. 깊고 깊어서 이대로 빠져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냥 그대로 계속해서 가야할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잔상이 아른거리면, 내 주위가 다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 내가 왜 여기에 있지…난 거기로 가야 하는데.

밤이 깊어가고
순수한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내 앞에 놓여있다.

가끔씩 머리를 휘저으며 물어본다.
정말 네가 이걸 봤냐고.

# 감동 혹은 눈물

그 다음 날은 돌아오는 날이었다.


사진에 한 병이 빠져서 아쉽다. 글렌피딕.
술만 일곱 병 싸들고 왔으니 카트는 무슨 피라미드 돌덩이같이… –;;

하지만 지난 4월 내 일본 여행은 그 카트보다 훨씬 더 무겁게 꽉꽉 채워진 여행이었다.
많은 것이 마음에 담겨 버렸다.


6개의 전시와


3개의 컨서트

하지만 마음에 더 깊이 남는 것은


말없는 이 두 편의 풍경.

< 대정전의 밤에>를 트렁크에 집어 넣었던 그 순간부터
흐릿한 전기불마저 끊어진 밤을 관통해 내 가슴을 밀물처럼 채워줄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이렇게 네 개의 밤에 걸쳐 물처럼 스며들어 마음의 어긋난 부정교합을 맞춰주었다.

내가 간절히 기다렸던 건 키스자렛이 아니었나 보다.
감동. 감동. 그리고 눈물.
그리고 너무도 예기치 않은 순간, 그것을 만났다.
치유..그리고 결심

하지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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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유진이의 다섯 번째 일본 여행기

[2007.4] 5th 일본 여행 (1) – 청춘의 밤 (day 1,2)
[2007.4] 5th 일본 여행 (2) – 록본기의 밤 (day 3)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day 4,5)

2 comments on “[2007.4] 5th 일본 여행 (3) – 대정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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