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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4일] 함박눈 펑펑…깊은 밤, 에그자일

ex•ile
[또는 an exile] 국외 추방, 유형(流刑), 유배;망명, 국외 방랑, 유랑, 이향(離鄕)


하필이면 이런 간판이다.


참 재주도 많아
이런 걸 다 만들어내.


그것도 꼭
찾아올 엄두조차 잘 안 나는 이런 동네에.


어떻게 해서든
어떤 짜투리를 모아 비벼대서든
모닥불을 피우고야 만다.


그 사람이 만든 공간 속에는
그 사람의 꿈이 담겨 있다
공간 속에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읽는 재미.

이야기했던 많은 것들
하고 싶었던 일들
지금 창문에 부딪쳐 녹아내리는 눈처럼 허무한 열망들


꺼져가는 장작을 뒤집으면
다시 확~하고 불길이 솟듯
차라리 미련 없이 꺼져 버리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색하게나마…부지깽이를 들고 열심히 뒤집어 보듯
아직 남아있는 따스한 온기
그래,
그래도 꿈은 그런 것.


낮에 오면 좋을까.
햇빛이 가득히 들어올까.
왠지, 부끄러울 것 같다.
이런 통유리를 뚫고 여과없이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면.
그래서 내 속이 다 투영되어 도망갈 곳도 숨길 곳도 없어지면.


폐허에 남은 흔적

만들고 찾고 쓰고 찍고 남기고 선택하고 넣고 섞고 따르고 마시고 피우고 끼고 먹고 붙이고 끈다.
그 모든 것들이 불을 발견하기 위해 애써 돌들을 부딪치던 저 원시의 행위들 같아
이 풍경이 따스하다.
뭔가 애써…………애써서.


그 속에 내가 있다.


웃긴 나
웃음이 약이라고 했었다.
믿지 않아.
약이기 때문이 아니야.
그저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지.
1/15s ISO 320


창 밖에는 눈


눈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마음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날개 달은 전구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


어둔 거리에
날개 달은 빛들이 나른다.


오래 오래


언제 그칠까?


낯선 거리


눈과 빛과 밤이 뒤섞인 환상적인 이 거리를 걷는다.
좋은거다. 아무 뜻은 없지만
남는 것 따윈 없지만
좋다는 기분이 마음에 흘러 잠깐의 온기를 전해주고 가는 밤.


그래.
파란불이었으면 했지만


하지만 결국 한치 앞도 뵈지 않는 길을
신호등도 없이 질주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택시 뒷좌석에 파묻혀
이 장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것

지친 몸을 기울여 볼까?
누군가의 어깨가 있어 꺾인 꽃송이처럼 힘없이 떨군 내 고개를 받쳐줄까?

흩날리는 봄날의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눈 내렸던 밤.
그 깊고 깊은 밤 속을 전력으로 달려본 날이 있다.

2 comments on “[2007년 12월 14일] 함박눈 펑펑…깊은 밤, 에그자일”

  1. 눈. 지난 금요일 밤에도 함박눈이 내리던 모습을 보고 설레어하는 나를 보고. “너, 아직 눈을 보고 설레는 거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는 인심 박한 또다른 나에게 잠시 낯선 감정을 느꼈더랬지요. 아마도 내 안에는 내가 너무 많은가 봅니다…

    누군가의 어깨를 빌릴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지요. youzin님. 우리 언제… 따끈한 차. 내지는 사케라도 한잔,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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