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 – 2007. 2. 18 Sunday
술먹은 다음 날, 비오는 도쿄의 일요일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빙고~ 뒹굴링!
# 비내리는 도쿄…안식이 찾아든다.
비를 좋아한다. 단, 회사 안 가도 될 때만.
비가 오면 나는 내 방을 온종일 굴러다닌다. 그 똑같은 짓을 여기까지 와서도 또 한다.
3만명 넘게 참가한다는 도쿄 마라톤 구경이고 뭐고
아이 좋아라~ 하면서 따땃한 코다치 안에 착 달라 붙는다.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를 읽으며.
아 미적지근…진짜 내 취향 아니야.
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야금야금 요시다 슈이치를 읽고 있고
그렇게 계속해서 일본에 오고 있다.
근데 좋아진 것 같다. 여기.
설이라고 민박집에서 만들어주신 스페샬 ‘떡국’
편의점에서 후다닥 떡국이랑 완자사다 국물도 제대로 안 내고 만드신 것 같은데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이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 건가요?
한 살을 더 먹지 않으려면 떡국을 먹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나름 심각한 질문에…주인장님은 황당해 하시고..
감사합니다!
유진이는 맛있는 거 먹여주신 고마움은 절대 잊지 않아요. 특히나 손수 제작일 경우 더더욱.
유진이가 3일간 묵었던 와라와라 민박.
너무 훌륭합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내가 들어간 날,
숙박이 모두 캔슬되서 한 층을 죄다 독채로 썼다는 전설이,,,
싼 데다, 인터넷, 전화 다 무료로 편하게 쓸 수 있고
주인장님께서 친절하게 여행에 대한 조언도 해 주시고
뜨끈뜨근한 물이 콸콸 나오구, 화장실에는 비대도 있고…한 마디로 강추!
지하철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 좀 시끄럽지만, 피곤하니 거의 들리지 않는데다
심지어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했다.
다가와 멀어지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니까. 그게 바로 여행이니까.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흔적을 많이 남겨놓았네요.
저는 혼자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 통에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밤마다 여행자들끼리 모여 술 한 잔 마시며 파티 여는 분위기.
동경에 좋은 숙소 많겠지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민박집은 많지 않겠죠? 감사히 잘 묵었습니다.
(떡국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헤헤)
# 록본기 나잇
비가 그치자…록본기로 출동!
거리와 바를 휘젓고 다니며 녹본기를 느껴본다.
출출할 때 간식은 1946년 부터 빵가게를 했다는 Almond라는 가게의 대표 메뉴 슈크림!
대표인지는 어떻게 아냐구?
스미마셍에 이어 유진이가 가장 많이 쓰는 일본어 “오스스메”
일본에서 정말 유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한 마디면, 진짜 많은 것들이 나이스하게 해결된다.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때문일까? 불륜의 느낌이 물씬.
< 아담이 눈뜰 때>에서 장정일의 63빌딩 묘사가 떠올르려고 한다…뭉게뭉게, 옛끼!
다들 Crazy 모드셨던 클럽.
동경 남자들 …어울려 놀 때도 확실히 한국애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
이런 차이들을 짚어가는 것이 참 재밌다.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삶을 느끼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동경 디즈니랜드나, 지브리 스튜디오나 뭐 이런 것들 보다는.
# 밤의 시부야 – Life is beautiful
동경의 밤을 느끼려면 시부야로 가야한다.
버라이어티 그 자체인 낮의 시부야도 좋지만,
고즈넉한 밤의 시부야는 가슴에 하얀 보름달 같은 것이 둥실~ 떠오르게 한다.
시부야 밤은 죄다 공사중!
도로공사, 건물 공사, 간판 공사, 디스플레이 교체…온갖 공사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퇴폐나 쾌락의 렌즈를 들이대기에는 너무도 건설적인 시부야 밤.
경찰들도 요소요소 잘 배치되어 있어
위험하다는 느낌은 별로?! (이럴 때만 겁이 없어지는 이상한 유진이)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곳곳에 24시
혹은 지하철 첫 차가 다니는 5시까지 영업하는 업소들이 많다.
심지어 옷가게까지도…야간 쇼핑의 즐거움도 살짜쿵~
하지만 이 동네의 밤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유령처럼 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
그리고 여기서도 그 세력을 드러낸 커플부대원들.
모두 다 핸드폰을 생명줄처럼 붙잡고 잇다.
커다란 건물에 혼자 남은 아이도.
24시간 옷가게의 점원 오빠도.
어디론가 닿고 싶은 마음들이 캄캄한 밤을 전파로 떠돈다.

문 닫은 파르코
비온 뒤, 누군가 내팽개치고간 우산도 있고
물기가 다 빠지지 않아 가로등에 비쳐 반들거리는 낮은 계단들도 있고
사람이 다가가면 저절로 불이 켜지는 친절한 가게 조명들도 있다.
Closed 표지판 뒤로 쓸쓸히 조명받는 가게 안 디스플레이
휘황하게 불 밝힌 스타벅스
시부야의 작은 골목들을 한 걸음 한 걸음 샤방샤방 짚어본다.
밤은 깊어만 간다.
난 야밤에 엄한데 싸돌아다니는 게 왜 이리 좋을까
서울에서도 방콕에서도 도쿄에서도 하코네에서도….
장소만 바뀌었을 뿐, 늘 나는 똑같은 걸 되풀이 하고 있다.
언제나 방에 누워서 멀뚱멀뚱 있다가 이건 아니지, 하며 뛰쳐나가
택시를 잡아 타고 미지의 그곳을 향해 달려 가는 순간이 있다.
정녕 집시의 후손이더냐~~ Heck!
걸었으니 배고프고, 배고프면 먹어야지.
언뜻 보기에도 괜찮은, 새벽 3시 반에도 사람들 버글버글한 라멘집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계란이 대인기라고 하는데,
과연~ 깨보면 반숙이라는 것이 반전 포인트! (일본말로는 써 있나? 난 까막눈이므로)
국물에 담궈진 종이처럼 얇게 저민 돼지고기는 샤브샤브급이다.
짠 라멘 먹고 났더니 이젠 술 한잔 땡겨
가까운 칵테일 바로 직행!
우~ 온갖 종류의 술들을 보라! 다시 한 번 일본인의 카테고리와 수집 정신!
얼핏 세 보니 그 작은 바에 술만 한 200종이 있더라.
듣도보도 못한 술이 즐비하며…잭 다니엘같은 유명한 술이라도 버전별,년도별로 따로 갖추고 있으니.
인상적이었던 바텐 언니와 오빠.
(어쩌다 보니 가로로 찍었다 ..돌리려면?? –;;)
참으로 이해는 안 가지만….언니는 밤새도록 얼음을 깬다. 뭔가 칵테일에 필요한 것이겠으나
1시간 동안 쉼없이 얼음을 깬다. 이건 거의 얼음조각 작품 제작의 수준이다.
투덜거리지도 않고 그냥 열심히 깬다.끝도 없이 깬다.
무슨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같다.
기계가 해 줘야 할 일 같은데,,, 설마 이걸 매일 밤마다?
바텐 오빠는 제조가 예술이다.
스무 살이나 됐을까 싶은 뽀송뽀송한 외관인데, (나이 물어보니 시크릿이랜다..짜식!)
칵테일 제조만 들어가면 거의 작두타는 무당의 수준으로 몰입해서 격하게 흔들어 대는 탓에
앞에선 나마저 숙연해질 정도다.
중요한 건 손님들이 칵테일 시킬 때마다 매 번 그런다는 거.
이런게 장인정신인가?
장인정신이란 매일 매일 똑같은 그 지겨운 걸 지루해 하지도 않고
끝도 없이 반복할 수 있는 능력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그 결과로서의 맛은? 황홀하다.
걍 시간 떼우기로 들어갔다가 1시간만에 칵테일만 세 잔 마시고 나왔다는.
마지막에는 “걍 오빠가 만들어 주고 싶은 거 해주세요~” 그랬더만 (=>번역 “칵테일 오스스메~”)
잠시 고민하다 이것저것 섞더니 턱하고 한 잔을 내놓으며 제목을 읊는다.
“Life is Beautiful”
그래,,,이거였다.
이번 동경 여행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
입 안에서는 신 맛과 달콤함이 복잡 미묘하게 뒤섞인 톡 쏘는 쾌감이 쓸고 지나간다.
# 시부야 야간 청춘 학교 – 하교하는 아이들
5시가 되자 어디서 숨어 있다 나왔는지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아이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와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한 곳을 향해 줄지어 걸어가기 시작한다.
밤을 노닐다 첫 차를 타고 집으로 하교하려는 시부야 야간학교 학생들.
시부야 역이 빠글빠글!
점심시간 을지로의 넥타이 부대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것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사람 풍경~
다들 조금은 피곤한 모양~ 그래도 시부야 간지는 살아있다!

야간학교 하교길에서 기념 한 컷~
다른 역에서는 거의 사람들이 타지 않다가
신주쿠에서 몇몇 아이들이 내리고 또 타는데
역시나 신주쿠에서 탄 애들은 스타일이 좀 떨어지고,
이상하게도 담요나 배낭 등 …뭔가 정처없는 북대기들을 하나씩 들쳐메고 있었다.

이 애들의 하루는 또 어찌 흘러갈까?
또 1년은, 5년은, 10년은…
시부야 청춘 학교는 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삶을 열어줄까?
그와 무관하게 뱅기시간이 빠듯한 유진이는 급짐을 싸서 공항으로 출발~
ANA를 타고 갔다 ANA를 타고 왔다.

ANA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단어인가.
분홍 앞치마를 두른 그 발그레한 볼의 스튜어디스 언니들은 얼마나 예뻤던가.
그 영롱한 빛은 사라졌어도…난 아직 아무 대책도 계획도 없이 혼자서
한국을 떠나 방콕이란 낯선 도시로 향했던 그 첫 순간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그 때,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꿈처럼 펼쳐졌던 그 처음이 너무 깊어서
무슨 일이 펼쳐질 지 모른다는 그 대책없는 설레임에 중독되어
난 아직도 여행이라면 계획을 할 줄 모른다.
버릇 나빠졌어, 인정. 하지만 내 탓이 아니다.
항상 내가 바랬던 것 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것을 주어 벅차게 했던 저 위의 탓이다!!
(떠넘기기~^^V)
이번에도 마찬가지.
내가 바랬던 모든 것들과 …
꿈꾸었으되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까지도 모두 채워진 여행.
이젠 내가 바텐더가 되어
깊고 오묘한 맛의 칵테일 한 잔 멋지게 믹스해서 세상에 대접하고프다.
그래도…당신의 혀는 아직 이 맛을 느낄 수 있지 않냐고.
Life is Beautiful.
그 아름다움의 힘으로 한 발만 더 내딛어 보자고.
네 번째 일본, ‘비로소’ 아름다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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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유진이의 네 번째 일본 여행기
1. 좋은 것은 좋게 즐긴다~ (Day 1,2)
2. 인생을 살 맛나게 해 주는 것들 …풀패키지! (Day 2)
3. 도쿄의 밤을 걷다… (Day 3,4)
책보고 들어왔다가.. 여행기에 그만.. 그리고 작년에 일본살때 도쿄갔을때 묵었던 와라와라 보고 그만~ ㅋㅋ
책 잘 읽고 있습니다. 무언가 개념이 잡혀가는 느낌. 카타르시스.. very good 이군여 ^^~!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