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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뷰티플 재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삿포로를 놓치고 슬로우 보트에 오르다.

눈 떠보니 10시가 넘었다.

오늘의 일정은 삿포로 시내 관광과 삿포로 맥주 박물관(맥주 시음과 치즈/각종 안주 구매),
그리고 오타루! 달콤한 인생 불륜의 너무도 낭만적인 배경이었던 오타루 운하와 오르골 당.
JR 프리 패스로 오타루는 부담없이 찍을 수 있다.

일정은 그랬는데,
어제 도착하자마자 산 푸딩 한 텀 냠냠~하구 다시 호텔 침대에 쓰러진다.

홋카이도 한정판 < 사무라이 푸딩>
비몽사몽간에도 어찌나 맛있던지 …

이 후 한국에 있을 때 입도 안 댔던 푸딩을
여행 내내 입에 달고 다니다 못해, 한국까지 싸들고 왔다.

특히나 바닥에 잠긴 저 커피맛 액체…진한 우유맛 감도는 푸딩에 적셔 먹으면.. 캬~

그래도 잠은 깨지 않았다. -_-a

한참 자다보니
전화벨이 울린다.

방 청소(Room Clean)를 해야 하니 비워달랜다.
나중에 하라니까 안됀댄다.
시계를 보니 12시.

15분 때울 궁리에
질질 신발을 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이게 왠일인가.

비다~
촉촉한 비가 삿포로를 적시고 있었다.
우르릉 쾅쾅. 마음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고. ///
컨디션은 최악.

서울서 가져온 우산 하나 챙겨들고
점심겸 찍어놨던 근처 맛집을 향한다.
비도 오는데 따뜻하니~ 보글보글 게 샤브샤브 어때? 이렇게 스스로 맘을 달래면서.

스스키노 그린1호텔, 입지 가격 정말 짱이다.
3500엔에 한국으로 치면 명동 한 가운데 자리.
나가면 여행책에 나오는 왠만한 맛집들 다 10분 내 위치.
왠만한 시내 관광지 죄다 도보로 커버 가능

까칠한 한국 블로거, 카페인들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ex. 서울 와서도 그거 먹고 싶어 죽겠어요. 요즘 게 튀김덮밥이 꿈에 나와요~)
< 빙설의 문> 역시 불과 3분 거리에 있었다.

아마 이렇게 가깝지 않았다면
컨디션상 어디를 멀리 찾아가서 먹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열튼 찾아가 보니.

널찍한 다다미 방에 나홀로~
하긴 이런 것도 일본 여행의 묘미긴 하다.
혼자서 호화 일식 코스…한국에서는 돈있어도 꿈도 못 꿀.
(이상한 여자 취급받지 않을까?)

다른 방을 엿들어 보니
지긋하신 일본 중년 아줌마 계모임 분위기가 대세.

런치 스페셜 게 샤브샤브.

게다리가 참으로 싱싱~
삿포로는 게(카니)로 유명하다.
그래서 어디가나 커다란 게 간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고
90분에 몇 천엔 하는 게 부페가 있지만 시간제한 두고 먹는 건 딱 질색이라
가벼이 북해도 게 맛을 보고자 선택한 곳이 바로 빙설의 문, 효세츠노몬이다.

氷雪の門
http://www.hyousetsu.co.jp/

다 먹고 나면 샤브국으로 게살죽도 끓여줌.
기타 감자 그라탕과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나옴.

근데 맛있었냐고?
맛없었다.
육수 간이 맞지 않았고, 익혀보니 게 맛도 별 특이사항 없었다.
(며칠 전 먹고 왔던 신사동 부산집 꽃게범벅만 머리 속에 뭉게 뭉게~~)

아마도 너무 비몽사몽간에 입맛이 없는 상태에서 먹어서 그랬는지도.

이 집 원래 가격대비론 저~엉말 저렴(?!)한 2,100엔 짜리 런치 스페셜인데. (@.@)
이런 부담스런데 말고
차라리 그냥 길거리의 필꽂히는 허름한 아무 식당이나 무작정 들어가 봤으면 어떨까?
다음에 삿포로에 오면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
너무 아쉬운 부분.

이렇게 하나 둘 씩
왠지 삿포로를 감쌌던 여러 신비로운 오라들이 조금씩 벗겨져 나가는 느낌.

겨우 밥을 우겨넣고 나오니
거리는 요런 식이다.

비는 추적추적
바람은 불어대지
스산한 거리에
서울서 가져온 우산은 우산살이 다 고장나서 바람에 엎어지고
컨디션은 나쁘고
피곤하고
새로산 장화는 따뜻하긴 하지만 걷기는 싫게 만들고
설사에다가 느글거리는 속에다
최악의 상황 속으로.


2월 5일부터 눈축제라는데,
팬시한 포스터만 붙여놓으면 머하냐고요. 정작 눈이 없는데.

너무 따뜻해서 다들 날씨가 Crazy한단다.
삿포로의 겨울에 눈이 온다니…세상이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Crazy라는 표현을 삿포로 주민 세 명에게서 들었다. Ridiculous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눈축제 관계자들은 걱정이 태산이고
눈이 없어 지금 축제를 위해 산에서 트럭으로 눈을 실어나르고 있단다.
쿠시로 습원지대는 물이 너무 따뜻해서 기포같은 게 올라와 뉴스에 나온단다.
지구 온난화는 여기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빅 프라블름!!

어쨌든 지쳐버린 나는
모든 일정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복귀.
가져온 D2로 < 신의 저울>보다가 스스륵 다시 잠.

……
……
……

눈 떠 보니 저녁 7시 -_-a
시계탑이랑 맥주 박물관, 오타루여 안녕~
이렇게 삿포로의 두번째 날이 지나가는가?

어둠이 내려앉은 호텔 침대서 멍때리다
삿포로 역으로 일단 나가본다.
일단 사람들 많고 반짝반짝이는 것들로 기분을 업시키기에는
백화점이 짱이라는 판단하에.


다이마루 백화점의 소문한 지하 식품관

7시 넘어서면 타임 서비스로 할인이 되어
맛있는 일본 백화점 음식들을 싸게 먹어볼 수 있다고들 했다.
그래서 여기서 도시락을 싸서 호텔 조식 대신 먹으면 좋다나 머라나.
(아 진짜 사전 정보 충만했다)


약간의 식량과 스트로베리 숏케익 구매.
기분이 좀 좋아지려나~

여기저기 숍들도 둘러보고…
근데 쓸 돈도 없지만
필요한 것도 없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그런게 별로 없어진 것 같다.
여하간 여기엔 없다.

그런 나에게는
이스타, 스텔라플레이스, 다이마루 등이 즐비한
쇼핑 천국 삿포로 역도 아무런 아트락숑(attraction)이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에 가서 찾을 수 있을까?

슬로우보트(SLOW BOAT)

재즈바다.
매일 매일 재즈 라이브가 연주되는.

빠른 시간의 흐름을
느긋이 가로질러가는 재즈 보트~

일본 전체에서도 손꼽힌다는 피아니스트
료 후쿠이(Ryo Hukui)씨가 직접 운영.
와이프 분은 샵을 보시고, 아저씨는 연주를 한다.

이 날은 료 후쿠이 트리오의 날

단렌즈의 한계로 세 분의 연주 장면 풀숏을 담지 못했으나..(흑)
멋드러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람들로 꽉 찼고
특히 나이드신 노인분들이 맥주 한 잔 놓고
진지하게 연주를 경청하시는 모습이 인상적.


어렸을 땐 아코디언을 하셨다는데
지금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라고~
일본 투어는 물론 세계 투어까지도.

얼마나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연주는 너무 좋았다~

특히 료 아저씨가 직접 작곡했다는 Mellow Dream…
긴 피아노 솔로 뒤에 이어지는 트리오 연주.
자유로우면서도 단단한 정신 세계가 느껴지는 곡이다.

슬로우보트 홈페이지
http://fweb.midi.co.jp/~slowboat/index.htm


동석했던 더그(Douglas) 아저씨.
동경 대학 아바리시 캠퍼스에서 영어를 가르치신단다.

뉴욕에서 잘~살다가
대학 때 일본으로 유학와 일본의 매력에 빠져 이후 30년 넘게 일본에서 사셨다는데.
동경에서 오래 살았지만
나이드니 시골이 좋다고 삿포로에서 몇 년 살다가
아예 북해도 최북단 아바리시로 넘어와 애들 가르치는 재미에 사신다고.

동네에서는 파란눈 미국인니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기인이란다.
그 유명세가 피곤해 휴가는 삿포로에 와서 많이 보내신다고.

도시의 장점과 촌의 장점
삿포로는 그 두가지의 very nice compromise라고.
특히, 사람들이 인간적이어서 좋단다. 동경애들은 셀피쉬하구 기타 등등…

친절한 더그 아저씨는
벙어리 유진이의 즉석 통역사가 되어 주셔서
덕분에 사람들과 잘 놀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손님들 하나 둘 씩 돌아가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더그 아저씨와 놀던 나는 얼떨결에 금요일 연주 뒷풀이에 합류.

각자 사케 댓병과 안주를 손에 들고
하나 둘 씩 모여든 료 아저씨 지인들과 밴드 멤버들


I’m JR Man~!! 케이지 타카하시 아저씨.

JR 철도회사에 다니는데, 그 안에서도 JR 재즈 밴드를 하고 있단다.

한국말도 꽤 하셔서
내가 어제 JR을 타고 왔다니,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신다.


후끈 달아오른 유지니~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명씩 나와서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다들 생긴 건 영락없는 원단 아저씨인데
연주를 시작하니…이게 왠일~ 다들 한 연주씩들 하신다. 헥.

카운터 보던 애교 넘치는 마유미양까지 연주에 합세.
알고 보니 모두 다 아티스트?!

조금 버벅대니 후쿠이 아저씨가 옆에서 연주를 돕는다.
아까 라이브때 드럼 치던 아저씨도 이 흥겨운 즉석 잼에 합류하고.

두꺼비 같이 웃기게 생긴 타마카와 켄이치로 아저씨
엄청 웃긴 아저씬데 (일단 마스크부터)
노래를 시작하니 @.@ 와오 …

“타마 베넷” (토니 베넷 패로디)이라고 별명을 불러드리니 껄껄껄~
Tama Sings라는 타이틀로 슬로우보트에서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갖는 프로 재즈 싱어다.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진
삿포로의 따뜻한 겨울밤이 얼큰하게 취해간다.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도 확 가시고~

한참 술이 거나하게 오갈 무렵
더그 아저씨를 부르더니 후쿠이 아저씨가 통역을 부탁한다.
내용은 이러했다.


“연주자로서 세상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잘 대해 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Good Time을 선사해 주었다.
그래서 나도 너에게 삿포로에서의 Good Time을 선사해 주고 싶다”

감동이~ *.*

“감사합니다. 후쿠이 아저씨.
저도 저희 나라에 오는 이들에게 아저씨가 저에게 해 주셨던 것처럼 똑같이 대해줄께요.
저도 그들에게 Good Time을 선사해 줄께요”


잊을 수 없는 Good Time을 선물해 주신 후쿠이 아저씨
다시 찾아갈 날을 기다린다.

사람들이 삿포로 여행 어떻냐고 물어 …그간의 슬픈 사정을 말씀드렸다.
게야키 라멘에 실망했고,
(다들 영 아니라는 표정들…타츠무 아저씨와 똑같은 반응)
다루마 징기스칸이나 먹으러 가야 겠다니 다들 동시다발로 고개를 저으며 만류한다.

다루마 징기스칸이 맛집은 아니라고. 더 맛있는 진짜 삿포로 징기스칸 집이 있다고.

헥~ 이런.
삿포로 자유 광객이라면 안 들리고 못 배길 최고 유명 징기스칸집이 아니라니.
현지인들의 시각은 또 다른가보다.

다루마는 애드버타이즈먼트를 잘하고, 아무나 막 받아주지만
다른 집이 있는데 거기는 아무나 다 어서옵셔~하지 않는다고.
고집과 정신을 가진 징기스칸집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놀래고 있으려니
이참에 다들 아예 그 집으로 가자고 일어선다.


얼떨결에 따라나선 유진이.

스스키노 중심부에서 2,3블록 더 간다. 그래봐야 한 10분?


바로 이 곳.

일단 들어가자 마자 모든 옷가지와 가방을 커다란 비닐 팩에 넣어 보관한다.
냄새를 막기 위함이다.


유명한 집에 가면 꼭 있는 이것.
나무로 만들어진 허름한 건물…오쎈틱한 식당 느낌.


주인아저씨
명성높은 고기집 주인장의 포오쓰~


고기 나왔다~
숙주부터 돌려 깔고…위에 한 점씩 양고기 얹어.
저녁도 못 먹는 유진이 헥헥 침 질질
이상하게 설사가 싹 사라졌다.


다들 모여 앉아 생맥주 한 잔과 함께 징기스칸 파티~
연신 대화와 웃음이 이어지고


이 분이 바로 후쿠이 아저씨 와이프
깊은 눈의 선량한 인상


맥주와 징기스칸은 찰떡 궁합~


가게만큼이나 개성적인 일하는 종업원 아저씨 ㅋ
첨엔 주인인 줄 알았다.


왠지 자꾸 생각나는 마스크 ㅋㅋ


여자 셋이만
정겨운 기념사진~


토요일 밤, 흔들리는 스스키노 거리.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굿바이를 외치고 돌아선다.

북해도 두 번째 밤이 깊어가고.

기다렸던 눈이 …이제서야 내리기 시작한다.

유진이의 여섯 번째 일본 여행기 : 북해도 5박 6일

Day 1: 하코다테 → 삿포로 상경, 작은 빛 사토리

●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Day 3: 노보리베츠, 뜨거운 물과 하얀 눈의 의로

Day 4: 이국적인 항구 도시, 함관(函館) 1일 산보

Day 5,6 : 유노가와 온천 ~ 럭셔리보다 더 감동적인 배려

5 comments on “23일 (금) Day 2: For The Good Time in Crazy Ridiculous 삿포로”

  1. 지금 삿포로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도쿄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처자랍니다.^^
    이 블로그의 친절한 설명에 마음이 동하여,
    어제 이곳을 찾아갔더랍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저역시도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님의 블로그가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랍니다.
    오늘도 가기로 했기에,
    님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를 다시 보려고 들어왔다가
    인삿말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공유해주시고!
    즐거운 여행 잘 마치고, 다음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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