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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Volver) : 죽음과 함께 사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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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Volver, 2006)
– 왠 과부들이 이렇게 많나요?
– 이 동네 여자들은 남자보다 오래 살아.

이 여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거대한 풍차의 날개를 쉼없이 회전시키는 거센 흙바람 속에서 색색의 스카프를 둘러 쓰고 무덤의 먼지를 털어내지.

볼베르(Volver), 나를 만든 땅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두려운 길
이 길 위로 부는 꺼지지 않는 바람 속에서,
검은 상복의 여자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뺨을 부비며 체온을 나눠.
여기는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도 아니야. 여긴 고향.
라 만챠에는 팜므 파탈도 옴므파탈도, 멀쩡한 사람의 머리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들끓는 열정도 없어.
다만 그녀의 어머니들이 그녀들에게 쏟는 한없고 지극한 사랑 뿐. TV따위에 뺏기지 않을 그녀들만의 사연이 만드는 비밀의 안개 뿐.
그래서, 이제 죽음은 파멸이 아니라 화해가 된다. 잡은 손을 놓지 않기에, 놓은 손마저 다시 잡게 해 주기에. 더 가까이 더 단단하게.
그 따스함으로 가득해 난 내 앞에 흘러가는 코메디에 실실거리다가도 자꾸만 눈을 비빈다. 졸려요. 어디론가 파고들어 꺼져들듯이 푹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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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필요해요.
이 몇 년 동안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모두가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텅 빈 고향으로 돌아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가 곁에 있어 줄테니.
엄마 없이 그 먼 길을 어떻게 가겠니…

내가 기다린 11번째 알모도바르 영화는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서로의 손을 꼭 쥔 채 눈물 가득 웃고 노래하는 위대한 여자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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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의 아름다움과 섹시함, 강렬함을 세상에서 가장 잘 보여주는 감독, 알모도바르

그리고 그의 분신, 까르멘 마우라.

나는 내가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는 것 조차 의식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까르멘과 80대에 느꼈던 것 같은 공감을 다시 공유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이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케미스트리, 그 모호하고 기적같은 일을 우린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까르멘이 내 지시에 따라 대본을 읽는 것을 듣는다.
우리가 함께 “La ley del deseo(욕망의 법칙)”을 했을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배를 두드린다. 17년.

~ “Volver” diary by Pedro Almodó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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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 (Science des rêves) : 미숙하고 철없는 것들이 주는 이 무한대의 흥겨움

수면의 과학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허무는 유진이의 수면의 과학 꼴라쥬

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2005)

영화를 보고 나니 잠자던 제작心이 마구 솟아나
집에 온 나는, 나도 모르게 가위를 들고 셀로판지를 자르며 이런 걸 붙이고 있는 거였다.

절대로 절대로
졸립지 않으며, 꿈에 대한 다큐멘터리 아님.
과학을 다룬 내용도 아님.

보고 나오면 말이지…

길거리 간판들의 글자들이 모두 후두둑 떨어져 나와 캉캉춤을 출 것 같고
트리에 걸린 종들이 딸랑 거리며 아름다운 캐롤을 연주할 것도 같고
가로수들이 가지를 늘어뜨려 나를 태워다 저 먼 밤하늘의 구름 위에 사뿐히 내려 줄 것도 같아.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말을 걸어 오고, 서로 눈이 맞아 곧 흩어지고 말 반짝이는 사랑을 나누지.
그런 현상이 한 며칠은 계속 돼.
프랑스에서 건너온 효과 직빵 진귀한 뽕이지. 가격은 7000원. 통신사 카드는 할인도 해줘.
단, 그대가 뽕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뽕은 마음에 놓는 것이라, 마음을 덮어 놓으면 꽝인거지.
오히려 심각한 거부 반응만 일으킬 뿐.

친구가 메신저로 보내 준 영화 링크를 접한 나의 첫 마디,
“카우프만이 안 썼으므로 무효~!”

깊이없이 상상력만 충만하고 이야기는 비약한 제멋대로 정신 없는 롤러코스트일 거라고 예상했으면서도
피곤한 심신을 이끌고 분당서 종로까지 날라가 시사회를 챙겨볼 만큼 땡겼던 이유.
이터널 선샤인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때문이었는데.

영화가 너무 좋았다.

얼기설기 손으로 만든 온갖 예쁜 것들.
수도꼭지를 비틀면 콸콸 솟아나는 파랑 하양 셀로판 물
솜 스키장
한 장면 한 장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 다 캡쳐받아 놓아야 할 것 같은 수작업 특수효과.
온통 무경계.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가 뒤죽박죽.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
고양이 귀를 단 스테판 (꺄윽-)
스테판의 모자를 뺏어 쓴 자칭 섹스 중독 기
기네 사무실의 게이 or 레즈 2종 세트
참 빈한 인상으로도 우아한 샬롯 갱스부르.
Death to organization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찰관들.
음악들
그 많은 웃음과 어이없음
닿을 듯 말듯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과
파편처럼 부서지는 장면 장면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둘이 통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언젠가는 누군가와 내가 애호해 마지 않는 헛소리로 광란의 질주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배 안에 나무를 심는 대신,
새빨간 장난 안에 눈물 한 방울을 담아 삶의 어두운 구멍 속에 톡 떨어뜨리면
거기에서 초록 싹이 돋아 봄볕에 보드랍게 흔들릴거야.

영화를 보고 나온 종로 네 거리엔
늦은 시간 회사 퇴근 버스가 지나쳐 가고…그래도 간만에 해후한 종로 거리와 나의 수면의 과학식 조우는 계속된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모든 일이 다 일어나는.
그건 마치 뽕맞은 신데렐라가 12시의 종소리를 못 들은 형국이랄까.

그래서 결론은, 카우프만이 안 써서 더 좋았을 거야.
흥이란 제멋대로 해야 나는 더 나는 법이거든.
물론 카우프만 씨는 지금도 어디선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유진이를 감동시킬 각본을 쓰느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2005년 12월의 이터널 션사인에 이어
미쉘 공드리씨가 나의 12월을 2년째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말았다.

오늘은 공드리씨에게
꾸벅-

이터널 션샤인처럼 이 애들의 사랑도 씁쓸하지만
상상은 현실을 감싸는 당의가 되어 그 어떤 공허함도 기꺼이 꿀꺽 삼켜넘기게 한다.
진실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전체로 흡수할 수 있게 해 준다.

머리가 아니라 피를 타고 흐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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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 예상을 뛰어 넘는 매직이란 없단다.

프레스티지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6058

누군가 던져 놓은 텅 빈 퍼즐판에다 조각을 하나씩 끼우는데 사력을 다해 조각을 맞추면 맞출 수록
전체 그림이 무엇인지 더더욱 알 수 없게 되는 느낌…놀란 감독의 영화가 꼭 그렇다.
강박에 심신을 갉아먹힌 영화 속 인물들은 점점 더 피곤하고 지친 상태가 되어가고,
난 그것이 꼭 종종 멈춰야 할 선을 지나쳐 버렸을 때 펼쳐지는 익숙한 거울 속 풍경같아 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호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굉장한 이야기이다 싶어 원작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대단한 소설이었지고, 눈에서 광선을 쏘아가며 재미나게 읽었지만
하필이면 내가 영화에서 가장 매혹되었던 포인트들은 원작의 모티브에 놀란형제가 살짝 덧칠한 부분으로 밝혀졌던 것이다.
무념무상으로 사는 중에 가끔씩 만나게 되는 이런 식의 ‘하필이면’은 반가운 가운데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기억상실, 불면증에 이어 이번에 그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프레스티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다시 등장하는 경이로운 마법의 순간에 관한 비밀이다.
영화는 소설에서의 세대를 있는 비극의 고리와
머나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또 하나의 나와 대면하게 되는 기묘한 도플갱어의 패러독스를 매끈히 잘라내고
대신 두 남자의 대결에 촛점을 맞춘다.

해서 존재에 관한 풍요로운 사색의 장을 열어 며칠씩 생각에 잠기게 하는 대신,
책에서는 한 번도 강조되지 않으나, 영화에서는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한 단어를 내 마음에 새기게 한다.

그것은 바로 ‘희생(sacrifice)’이다.

시시하고 간단하지만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그래서 한 인간의 일생을 지배하고야 마는 것.
마리오네뜨와도 같은 마지막 휴 잭맨의 표정 속에 드러나는 살떨리는 진실이다.

후배 하나가 내가 예전에 범죄의 재구성에 대해 썼던 포스트 얘길 하면서 놀랍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는데
진심으로 나는 그 포스트가 별로 놀랍지 않아서, 그냥 시큰둥하게 그랬다.

별 방법은 없는데. 그냥 계속 하루종일 DVD 틀어놓고 리플레이 하면서 받아적는 수 밖에는.

말해놓고 나니 정말 별 게 없어서
신비주의가 전략이 되어야 할 필요를 실감했다.

해석이 어렵냐 하면, 그건 지 꼴리는 대로 하는 거고
최종적으로 그려진 모양이 자기가 직접 살아서 몸과 마음에 축적한 것들을 잘 반영하면 되는 거지 거기엔 왕후장상이 따로 없다.
정치나 돈이 개입하지 않느다면 말이다.
다양성에 질려버린 대통령이 370여종의 서로 다른 치즈가 나오는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을 할 지언정. (*드골)

하지만 받아쓰기는 다른 문제다.
깨끗한 받아쓰기.

여기에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고, 제대로 받아쓰기 위해서는 분명한 물리적 희생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모두 바꿔치기 되는 미완성의 대본따위에 의존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

살면서 가끔씩 눈 앞에서 사라지고, 그래서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짠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다시 나타날 때,
우리는 기꺼이 그것에 경탄하고 박수를 보내고 그 비밀에 경의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때로 후미진 마음의 구석에 귀신처럼 등장해 우리를 놀래키기도 한다.

하지만 별 건 없다.
마술사는 마술을 즐기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건 우리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1단계의 트릭(misleading)일 뿐.

그들은 다만 희생한 것이다.
어두컴컴한 무대 마룻 바닥 아래 숨죽인 채
프레스티지의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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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 멋진 영화 <내게 너무 멋진 서쪽나라>

200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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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너무 멋진 서쪽나라 (Occident)

네이버 영화 페이지

IMDB.com 영화 페이지

KBS 영화 페이지

세상에 살다 살다 야밤에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전체 줄거리도 잘 안잡히는 듣도 보도 못한 루마니아 영화 하나 때문에 이렇게 기분좋게 웃을지는 몰랐다.

맨유 경기 보다 잠깐 채널 돌리다, 그만 고정시키고 말았는데.
축구팬으로서는 완전 10회 경기 관람 금지에 팬자격 상실감인 대역죄지… 덕분에 퍼디난드 골은 못 보고.

이건 거의 ‘퍼펙트 크라임’ 수준의 발견인데,
다만 첨부터 못 본게 무진장 아쉽다.
해서, 영화가 담고 있다는 동구 국가의 열악한 사회적 메시지는 잘 안들어오고
그냥 무개념으로 내내 배꼽만 잡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영화.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텐데, 참으로 아무 사심없는 순수한 웃음을 짓게 한 영화다.

거의 영화도 못 보지만 가뭄에 콩나듯이 챙겼던 킹콩이고 너는 내 운명이고
실은 기본 대개 시큰둥 했고, 머리가 확 깨는 느낌 없었는데
비디오 나오면 꼭 다시 봐야지, 불끈 하게 되는 이런 영화는 실로 오랜만.

돈도 안 들이고, 아는 배우라곤 항개두 안 나오지만
단 한 장면만 봐도 삘이 지대로 꽂혀 주시는 이 감각의 클릭이야말로 참 기분좋은 코드 공유다.
역시 돈 들인다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이 아닌 거라는 것을
이런 탤런트들은 보여준다.

“루마니아 하면 코마네치와 드라큘라 밖에는 몰라. 다들 루마니아가 그것밖에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겠지.”

“망을 보고 있다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신호를 보내라고 했지!!”
“아까 손짓으로 ~이 왔다고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는데요”
“-_-;;;”

다시 생각해도 그 시츄에이숀들, 참 기가 막히다.

코미디.
아직 경지에 이르지 못한 내 궁극의 장르!!

갑작 대수옵빠 버전으로.
조아하 조아 기분이 조아~ 으하하하

살다가 이런 거 만나면 기분이 조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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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 엉뚱한 곳에서 촛점이 맞아버리다.

2006/01/22

전도연이 제일 전도연스럽게 나온 영화가 아닐까. 발그레한 입술, 짧은 미니스커트 팔랑거리며 눈웃음 흘리는 게 너무 예쁘다. 내용이야 다 아는 거고, 교도소 철창 넘는 씬, 나 잡아보셈~ 벚꽃씬 등 명장면들도 이미 텔레비죵에서 허버 틀어줘서 새삼스러울 일 없었다. 하기야, 제목부터가 아예 DYD(들이대)인 이 작품의 마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짜디짠 눈물을 뽑게 만들고야 마는, 진심의 힘, 신파의 마력이라고 했다. 나 역시 눈물이 났으니, 인정해줄까?

실패는 영화보다 내 쪽이었던 것 같다.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사전 정보때문에 영화 보는 내내 영화를 그냥 영화로 보지 않고 ‘진짜는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끊어낼 수 없었던 관람자의 불량한 태도말이다. 영화의 현실과 영화의 재료로 발탁된 ‘그때 그 사람들’의 현실과 영화 보는 내내 그 두 개의 앵글을 화면 분할로 이어 맞추고 있는 나의 사적인 현실이 3차원으로 짬뽕되어 매우 기묘한 아우라를 이끌어내고 만다. 언뜻 보기엔 겹치며 실제로는 심하게 어긋나면서도 결국 한 줄기인 세 개의 이야기다.

전혀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다만 이런 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다. 어디서 보니 진실이란 건 원래 없고,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진실도 아니고 그냥 사실(fact)이다. 아무 가치 판단 개입없는 사실말이다. 그 사실이 어떤 고귀한 진실로 귀결되는 지에 대해서는 각자에 맡기자. 미디어에, 영화 감독에, 작가에, 관람객의 각자에게. 하지만 난 궁금하다. 팩트가 말이다. 간만에 집요모드를 발동해 실제 주인공을 추적해 보고도 싶을 만큼. 그를 잡아다 거짓말 탐지기라도 붙여놓고 너 정말 이랬냐? 고 묻고 싶었다. 아니, 그런 진심에의 호기심조차도 과한 욕심이다. 팩트란 진실도 아니고, 진심과도 무관한. 그저 겉으로 드러난 무색무취의 발생된 일이어야 한다. 맥락도 제거되고, 의도도 알 수 없는. 그 어떤 내면을 묻지 않는 지극히 드라이한 해프닝(happening)말이다.

  • ‘너는 내 운명’은 실화가 아닌 판타지.
    언론에 난도질 당한 HIV 양성인 K씨의 비극 못다뤄

    이들 두 사람의 지능 수준은 정신지체 3급 수준이다. 에이즈가 뭔지 몰랐고, 설명은 귀찮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K씨가 구속된 후 남편 B씨는 큰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피를 흘리며 재판정까지 절룩거리며 찾아왔다. 경찰들까지 숙연하여 피 닦을 휴지를 건넬 정도로.

  •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 박씨 독점 인터뷰
    에이즈 감염자와 시골 노총각의 순애보 그린
  • “아내가 교도소에 있는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면회를 갔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아내 얼굴을 보러 갔는데, 집에서 교도소까지 가려면 두 시간 남짓 걸렸어요. 왕복 4시간인데, 말이 4시간이지 오토바이로 장거리를 오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국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사고위험이 굉장히 높지만 그래도 겁나지 않았어요. 아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기쁨이, 아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컸으니까요.”

  • 주간한국 [이색지대 르포] “내 운명에 사랑같은건 없다”
    윤락여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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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진실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n the Spotless Mind)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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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집이 무너지듯이
기억의 집도 그렇게 허물어져가.
눈물이 나는 이유는
소멸이란 슬픈 것이기 때문이지

두 손을 꼭 맞잡고 가장 은밀한 기억 속으로 도망쳐가
기억 소멸 장치를 뒤집어 쓴 채
사랑의 끈을 잡고 애써 소멸에 맞서는 가련한 존재들.

기둥이 허물어지고, 먼지가 이는 가운데서
추억을 만들어.

머물고 싶지만, 머물러 더 많은 걸 하고 싶지만
결국 떠나고 마는 거야.

만약, 이번에는 머물러 보면 어떨까.
하지만 나는 벌써 문을 나와버렸는걸.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최소한 돌아와서 작별인사는 해야지.
우리, 그런 척이라도 하자.

그런 척을 하고 있어.
나를 기억해 달라고 말하고 있어.
몽톡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있어.
그 헛된 것을.

널 지워도 내가 널 다시 만나면
결국 내가 너와 사랑에 빠질 수는 없을거야..
널 사랑하게 되겠지만,
다시 널 지긋지긋해 하게 되겠지.

한 자락의 기억을 잡고, 왠지 모를 이유로 몽톡으로 향한다.

사라지고 말 것에
기다리라고 외쳐보지만.
잠시만, 기다려. 잠시만 잠시만…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그리고는 okay.

소멸을 받아들이려는 가련한 영혼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어.
okay. okay. okay. okay….

그토록 도망치려 했지만,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로
괜찮다고 말하며 웃고 있어.
그리고는 내리는 눈 속에 하얗게 지워지는 아름다운 둘 만의 시간 위로 눈물이 흐른다.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건 시간낭비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하나도 모르게 되어버리고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사람이란 걸 알게 될 뿐이야.

결국은 그렇게 되어 버려요.

그러니 우리,

지금의 이 아름다운 시간을

많이 즐겨야해요.
.
.
.
.
이것도 곧 사라지게 될거야.
알아
그럼 어떡하지?
즐겨야지.

=-=-=-=-=-=-=-=-=-=-=-=-=-=-=-=-=-=-=-=-=-

동사서독 : 기억을 잊게 해 준다는 취생몽사라는 술
메멘토 : 기억 속을 순환하며 내 속을 헤맨다.
클로저 : 사랑이란 뭘까요.
비트레이얼(Betrayal) : 제레미 아이언즈 나오는..
두 연인이 헤어지는 순간부터 과거로 넘어가는 역시간순 구성.
같은 주제의 베리 심플 버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사랑이 바래는 게 싫어서 죽음을 택했던.
존말코비치되기 : 머리 속 탐험
블레이드 러너 : 지워진 기억
어댑테이션 : 숨막힐 듯 아름다운 모먼트. 코끼리씬에 필적할
사랑의 블랙홀 : 같은 날의 반복.
오아시스 : 순전히 코끼리 때문에.
뭔가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인도풍 코끼리들의 등장.

=-=-=-=-=-=-=-=-=-=-=-=-=-=-=-=-=-=-=-=-=-

자 끝으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아봅시다.
음..
너무 많군요.
바닷가.
비오는 소파?

그래도 결국은 코끼리 쇼 장면이겠지!!@
커스틴 던스트의 미끈한 보이스에 스민 미묘한 센티멘탈이랑
짐 캐리 등에 엎혀 커다란 코끼리가 되고 싶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빨강머리 케이트
그게 머가 좋다고 눈을 껌벅이며 그냥 바보같이 또 웃고 있는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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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짐캐리의 표정은 정말이지 좋다.
깊게 주름 패인 입가에 어린 소박한 웃음이
참 자연스럽고도 아름답잖아.
마음 깊은 곳에서 맑은 샘물처럼
행복이 솟아오르는 그런 미소…
재미없는 표현이지만,
둘이 진짜 행복한 연인같잖아.
얼마 후엔 아닐 거면서.
바부들…

짐캐리 때문에 가슴이 설레였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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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꽂혀버렸다.
간만에 맡은 오리지널 냄새
필립 카우프만씨.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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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가 꼽은 미국 명품 드라마 6

2005/12/29

CURO 11월호에 쓴 글

지난 수년 간의 내 미국 드라마 라이프를 총정리하는 대작을 완성코저 했으나.
졸지에 쓰러져서 링겔 맞고 밤새 써서 보낸 다음,
다음날 아침 다시 링겔 맞으러 병원으로 실려 나간…힘든 기억의 투혼만 남았던..
콘디숀 좋다구 더 잘 썼을런지는…만무하다.
여튼 자기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거에 대해서, 마감에 밀려서나마 이렇게 정리할 기회를 가졌다는 거, 행운인거고.
개인적으로는 이 속에서 아~주 헤묵었던 나만의 작은 복수를 할 수 있어 유쾌했다.
좀 웃기지만 (이런 기회를 이렇게 활용하는 나란 사람의 정신세계가)
그건 뭔가를 쓴다는 고달픈 상자 속에 들어있는 작은 초콜렛칩 같은 거.
힘들게 원고 만든 내게 주는 깜짝 선물이다.

자, 그럼 유진이가 꼽은 최고의 명품 미국 드라마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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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너무 많다. 월화와 수목, 금요 특선과 황금 주말까지도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TV채널은 빡빡한 틈새를 비집고 호객의 웃음을 뿌리는 각종 드라마로 넘쳐난다.

하지만 드라마는 너무 없다. 눈물 짜는 출생의 비밀과 황태자와 신데렐라 혹은 왕자와 캔디의 신분 격차를 넘어선 러브 스토리, 쓸수록 더욱 질겨지는 소가죽처럼 진부한 삼각 관계가 아닌, 베개를 부여잡고 기발하고 생생한 캐릭터의 향연에 빠져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쁨과 비애에 탄성을 지르고 싶을 때, 드라마는 너무 없다.

몇 바퀴씩 리모콘을 돌리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시시함에 한숨이 나와버렸다면, 이제 미국 드라마에 눈을 돌려 보자. 이 한 순간의 유혹으로 어쩌면 당신은 TV 편성표에 맞춰 동창과의 저녁 약속을 취소할 핑계거리를 찾거나 , 인터넷 다운로드족이 되어 어둠의 경로?서성이거나, 여유돈을 DVD 주문으로 모두 쏟아 부어 애인의 핀잔을 듣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말 밤을 꼬박 새고 빨간 토끼 눈으로 출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댓가는 풍요로울지니. 당신은 현실 탈출의 모험과 판타지, 이상 범죄의 심리학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로맨스, 평온한 일상 아래 숨겨진 더러운 진실과 대면하는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렌즈, 이알(ER), 밴드오브브라더스, 식스핏언더, 소프라노스, OC, 앨리어스…수 많은 쟁쟁한 A급 드라마 중 필자의 인생을 풍요롭게 했던 최고의 명품 미국 드라마 6개를 돌이켜 본다. 이들은 거대한 자본과 상업적 계산, 치밀한 기획, 재능 많은 창조 집단과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의기 투합한 광적인 집착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나 바하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 한국의 청자, 백자처럼 길이 후손에 남길만한 TV 드라마계의 보물급 오리지널 명품들이다. 그리고 모든 명품들이 그러하듯, 시간을 초월한 인간의 ‘보편성’과 장소를 초월한 ‘동시대성’ 을 갖추고 있다. 물론, TV 드라마로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와 ‘감동’까지도. 이미 오랜 전 열광적인 매니아층을 형성했음은 물론,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적 담론에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미국 드라마의 세계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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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들, 혹은 우아한 잔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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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이미 힛트였다. 명작과는 달리 힛트작은 작품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 시대를 움직이는 운대와 맞아야 한다. 미국에서 2004년 시즌 1방송 후 무려 2,200만 명의 시청자, 특히나 미국의 영부인 로라 부시가 백악관 만찬에서 “대통령이 밤 9시에 잠들고 나면 나는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다”라고 말해 세계적 유명세를 몰고 왔던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2005년 7월부터 공중파를 타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그랬겠지만 한국에서 역시 샤넬 백을 두르고, 아이들은 외국에 유학시키고, 꽤나 먹고 살만하지만 실은 아슬아슬한 중년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데스퍼릿한 주부들을 죄다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고, 야밤에 친구에게 전화통을 붙든 채 신세 타령을 만들고, 온갖 방송과 잡지로 하여금 너도 나도 대한민국 위기의 주부들 혹은 주부들의 위기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게 만들었다.

중년의 처절함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한 미시는 누구를 위한, 언제적 컨셉인가. 누군가는 뒤집어 줘야 할 타이밍이었다. 나와야 할 때, 그 코드가 나와 준 것이다. 이 참에 여주인공 브리가 별거 중인 남편 유혹을 하기 위해 롱코트 아래 걸치고 나온 거금 300달러짜리 와인색 팬티 브라 셋트마저 동났다니, 이 위기붐의 수혜자는 주부만은 아니었을 듯.

시작은 등나무 거리의 평범한 한 주부의 권총 자살이다. 그런데 자살은 가느다란 도화선일 뿐. 이 도화선이 타고 들어간 조그만 변두리 시골 마을에서는 위기의 주부들을 둘러싼 부정과 사기와 가식과 거짓의 불꽃놀이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아주 은밀하고 조용히…그러나 제대로 하드코어하게! 외도, 방화, 가택 침입 정도는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진 스토킹, 독극물, 살인, 동성연애, 정신 분열, 가족 해체 등등의 온갖 자극적 코드는 끝이 안 보이는 막가자는 플레이로 치달아간다. 이것은 매스를 대상으로 한 이전 TV 드라마가 넘지 못했던 선. 하지만 뭐랄까. 겉으로 보기엔 부럽기 짝이 없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이들의 이면이 갈등과 교묘한 속임수로 썩어 들어간다는 독설은 묘하게 달콤하며 알 수 없는 안도감까지 안겨준다.

임신을 거부하는 아내 몰래 피임약을 바꿔치기 하고, 지극히 범생 캐릭터의 전형인 의사남편이 남몰래 SM을 즐기는 이 설정이 극단적이라고? 분석이야 하는 사람 맘이지만, 이 시대의 위기의 주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항상 픽션은 현실을 뒤따라올 따라올 뿐이라고. 이 시리즈의 작가인 마크 테리 또한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이 드라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미국 내에서도 실존하는 수백 만 명의 여성에 대?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뉴욕이 섹스앤더시티의 5번째 주인공이라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2005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수잔 역의 테리 해쳐가 아니라 드라마를 내내 장악하는 ‘위기’ 그 자체일 것이다. 어떤 드라마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원의 모티브가 될 법한 아슬아슬한 ‘위기’들이 에피소드 한 편에도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서스펜스와 긴장으로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다만, 무한루프의 테트리스 블록처럼 머리 위로 떨어지는 위기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파도타기 하듯 우아하게 넘어버리는 잔인함이 노처녀들로서는 범접하지 못할 아줌마들의 내공이랄까. 어쨌든, 드라마에 출연한 무명 내지는 위기의 주인공들을 모조리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그야말로 ‘위기 탈출’을 시켜버리고 가열차게 시즌 2의 문을 연 그녀들의 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마도 영원히 진행형일 것이다.

CSI, 과학의 이름으로 해부한 인간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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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3천 5백만이 넘는 방문객, 그 이름만으로도 탐욕과 범죄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라스베가스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특별과학수사대가 활약하기에 더없이 좋은 배경이다. 이 도시의 신문 판매대에서는 입에 뱀이 물려진 채 목이 잘린 머리가 걸려 있기도 하고, 나이트클럽 광란의 댄스 스테이지에서 갑자기 누군가 하이힐에 목이 뚫린 채 쓰러지며,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고기 분쇄기에 갈리고, 수 십 마리의 고양이를 자식 삼아 키우는 외톨이 할머니가 고양이에게 뜯긴 채 사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CSI 요원들은 매일 이렇게 자기 인생에서 최악의 날을 맞은 이들을 만난다. 모든 범죄가 남기는 한 점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해 봐. 증거 말이야.” 수사대를 이끄는 그리썸 반장은 주관이나 추측을 배제한 현장의 증거만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수사 명단에는 형사의 직감과 정황이 지목한 제 1의 용의자들이 오르지만, 늘 그들은 범인에서 비껴가고 진짜 범인을 찾는 것은 결국 증거 뿐이다. 증거, 증거, 증거… 그들은 범인을 찾기 위해 그들은 직감의 유혹과 싸우며 끝없이 현장을 클리어하고, 사진을 찍고, 지문을 분리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이것을 최첨단 법의학으로 해석하지만, 결국 그들이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어두운 욕망과 나약함, 애욕과 질투다.

CBS에서 2000년부터 방영을 시작해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는 2001년 8월 OCN에서 처음 소개된 CSI는 이후로 공중파에까지 방송되며 시즌 6까지 인기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TV 시청자들은 어렵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는 통념을 깨고, 미스터리와 과학을 결합해 성공한 지적인 시리즈물에는 매 회 DNA 분석와 미세 현미경, 해부실과 최첨단 법의학 장비와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등장해 화학과 물리학, 지질학을 넘나들며 우리 주변의 일상의 신기한 과학적 사실들을 학습하게 한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휘젓고 들어가는 도발적인 카메라워크와 정교한 특수 효과는 독극물이 퍼지는 혈관 속과 부패한 상처를 건드린 바이러스의 꿈틀거림과 위산으로 부글대는 장 속까지 화면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한 순간과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이크로의 세계를 재현하는 것,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증거가 뒷받침 된 과학이 하는 일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정작 증거에 목숨 건 CSI 요원 그들의 삶이다. 냉철한 프로페셔널처럼 보이는 그들은 문명과 사회가 용인된 표면 아래의 더러운 진실을 밝혀내는 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못한다. 그리섬 반장은 점점 귀가 멀어 용의자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게 되고, 워커홀릭처럼 강간과 폭력사건에 몰두하는 사라는 폭력 남편을 살해한 어머니를 지켜봐야 했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흑인 빈민가 출신의 워릭은 과거를 부정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들은 매 번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은 해결하지만, 정작 그 동기가 되는 인간 본성의 내재되어 있는 어두운 일면과 삶이 던지는 부조리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을 감춘 채, 다시 카메라와 현미경을 들고 더욱 냉랭하게 증거에 매혹된다. 일반인들의 보통 삶과는 점점 더 멀어지면서. 정작 CSI 요원들은 어디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답을 찾는 길은 멀고 험하다.

가장 과학적인 것으로 탐구하지만 그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은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가장 더러운 인간 본성이고, 삶이 강요하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다. 이것은 사무엘 베케트나 해롤드 핀터가 잡아내고자 했던 현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미국식 대응이 아닐까. CSI는 그렇게 최첨단 과학 장비들로 무장하고, 현대 부조리의 서부를 개척하고 있다. 아마도 가끔씩 던지는 그리섬 반장의 대사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비극 속 주인공들의 현실과 탐욕으로 얼룩진 라스베가스의 삶이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삶을 현명하게 살았던 사람은 죽음조차도 두렵지 않다.”

24시간을 24편으로 쪼갠 리얼타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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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하루 24시간을 24개로 쪼개면? 24는 하루 동안 발생한 일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매 회 이 1시간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리얼타임으로 좇는다. 미 캘리포니아주 대통령 예비 선거일이 있는 날 자정, 테러 방지단 요원 잭 바우어는 한 밤의 급작스런 비상 호출을 받는다. 테러범의 인질이 되어 버린 딸을 구하고, 진행되는 암살도 막고, 누군지 모를 스파이도 색출해야 하는 일은 24시간 밖에 가지지 못한 한 남자가 한꺼번에 해결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 점점 더 꼬이고 최악이 되어가는 상황 속에서, 이제 그는 24시간 내내 단 한 순간의 휴식도 없이 숨을 헐떡이며 현장을 뛰어야 한다. 매 번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화면에 흐르는 잭 바우어 역 키퍼 서덜랜드의 묵직한 저음.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긴 날이다. (Today is the longest day of my life.)” 과연,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24를 접한 시청자에게 이 1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1시간이다. 숨 돌릴 틈 없는 이야기 전개와 화려한 액션, 대통령 후보 투표를 둘러싼 정치 음모가 뒤얽혀 흥분 세포에 직격탄을 쏘아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어디로도 갈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상황. 같은 시간대에 분할/교차 편집으로 보여지는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한 다양한 인물들. 이해 집단들은 살아남기 위해 잔머리의 실핏줄을 터트리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과 상황들이 느닷없이 끼어들어 1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이어진다. 드라마가 빠르 속도로 거칠게 몰아 부치는 이 힘은 시즌이 거듭 되도 지칠 줄을 모른다. 그래서 24는 그 많은 미국 드라마 중에서도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가장 중독성이 강한 시리즈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무겁고 거창한 것들만이었다면 어쩐지 2프로 부족하지 않았을까? 캐릭터를 돌아보자. 주인공 잭 바우어는 언뜻 보기엔 전형적인 액션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밝혀지는 과거 족족 여자 관계 복잡하고 뭣 같은 성격에 조직에도 사랑에도 부적응인, 그 어디서도 환대 받지 못하는 또라이 캐릭터다. 그런데 이 또라이는 같이 있긴 불편해도 최소한 위기상황에는 꽤나 쓸모 있는 존재. 아니 결국엔 이 순간의 해결사는 그 밖에 없다. 온 몸을 던져 아무 생각 없이, 생각 많은 이들이라면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일을 척척 해 내고 말기에. 적을 설득할 수 있는가를 따지기 보다는 총구를 먼저 들이대고, 동료이자 정을 나눈 애인을 사살하고, 곧 터질 핵무기를 발견하는 순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폭 비행기에 올라탄다. 자기 자신에게만큼이나 타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그의 비정함은 시종일관 우리를 놀래킨다.

두려움도 논리도, 옳고 그름도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그는 그 상황에 온 몸을 던져 자신에게 던져진 임무를 수행해낼 뿐, 그는 그 수행의 정당성을 묻지 않는다. 그저 나아갈 뿐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하고 더러운 정치적 힘의 소모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조차도 그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 이런 그가 허우적대며 나아가는 모습은 일종의 비애감을 안기지만, 어떤 남자들은 지옥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목숨이 고양이보다도 더 질긴 잭 바우어의 초침은 그렇게 피를 말리며 재깍재깍 흘러간다. 내일이 아닌 오늘을, 지금의 1분을 24시간처럼 살고 있는 남자 잭 바우어, 키퍼 서덜랜드가 완벽하게 재현해 낸 최고의 캐릭터다!

섹스앤더시티, 섹스와 도시가 언니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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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PR 전문가, 변호사, 컬럼니스트. 미모의 커리어 우먼 넷이 있다. 몸매만큼이나 잘 빠진 유머 감각과 센스까지 함께 갖춘. 동경의 빛으로 눈이 멀 지경인가? 하지만 이 세계의 실체는 딴딴따~하면 시작되는 그 익숙한 오프닝 타이틀에서 여지없이 까발려진다. 멋드러지게 차려 입고 주위에서 던져지는 따가운 시선을 즐기며 보무도 당당히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달려온 버스에 구정물 튀기고 스타일 구겨버린 캐리의 벙찐 표정 하나로. 이 표정에 바로 섹스앤더시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 다음의 전개는 너무도 분명한, 이 네 여자가 겪어야 할 황당하고 어이없는 좌충우돌 스토리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그녀들 곁에는 이 모든 괴팍한 현실에 금빛 마법의 가루를 뿌려줄 뉴욕 시티가 있으니.

그녀들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새로운 남자, 새로운 연애 (그 연애의 부록인 섹스), 그리고 그 연애가 (혹은 그 섹스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 그 이유는 때론 가까워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멀어져야 하기 때문이고(?!), 때론 그가 침대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저질을 늘어놓기 때문이고, 때론 우리가 더 이상 닭살 돋는 로맨틱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섹스컬럼니스트 캐리는 매 회마다 그 익숙한 타자기에 오늘을 질문을 타이핑한다. “왜 우리는 잘 될 수 없는 걸까?” 그 답은 여섯 개의 시즌, 183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단 한 회도 실망시키지 않는 그녀들의 패션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폐부를 콕콕 찌르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최고급 구두 브랜드 마뇰로 블라닉을 신는 대신 몇 달의 점심을 굶주리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고, 캐리가 걸친 것이라면 백이든 셔츠든 드레스든 모두 ‘솔드아웃(Sold Out)’ 딱지가 붙게 만들었고, 브런치 토크를 유행시켰다. 하지만 이 뿐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섹스앤더시티는 미혼 친구들의 연대에 특별한 결속력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커플들아, 니들만 단단한 게 아니란다. 그것만이 보람되고 바람직한 인생은 아니란다. 싱글이 화려할 수 있는 이유는 멋진 옷과 그럴 듯한 파티와 부담없는 원나잇스탠드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랑했던 애인이 다른 여자와 약혼하는 날, 함께 학창시절 같이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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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보면서 알게 된 것

2005/12/23

킹콩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선악구도는 없지비. 대신, 그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의리와 애국심의 정면 충돌이 있었슴메.
요새는 이런거이 유행인가봅메. 절대악은 없슴메.
순박하고 착했던 그를 어쩔 수 없이 괴물로 만드는 지긋지긋한 운명의 희롱만이 있을 뿐이지비.

근데 쩜 심심함메. 요새 하두 이런 것만 보다보메 이노무 지롤맞은 승질머리는
그야말로 사악함으로 똘똘뭉친 초절정 악당이 그리워짐메.
면죄부따위 발행할 수 없는 악의 화신이 보고 싶어 짐메.

나이가 들어가메 세상 만사가 상대성 원리인데다가,
고운 넘도 곱지만은 않으며 싫은 넘도 싫지 만은 않은 무경계, 비경계의 고갯마루에 올라보이
아직 내공 미흡으로 모든 거이 빙글빙글 현기증이 나려함메.
하지만 산이 산인지 아니면 산이 아닌지를 왔다갔다 하셨다는 성철 스님도
막판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최종 결론을 지으셨다 하지 않으메.
(당삼 근거불충분의 어깨너머 풍문이지비…PD 수첩 내지는 서울대 조사위 부르지 말기요)

영화. 스펙타클 장난 아님메.
앞에서 두째줄 앉아서 보다가 멀미나서 토하는 줄 알았음메.
퍼런 데서 잠수함 날라가는 거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더만, 유령을 찍었던, ‘홍경인’ 촬영감독임메.
그 때 이게 진짜 바다에서 찍은 게 아니라 스모크 머시기 촬영 기법으로 연기 피워놓고 찌끄만 미니어처로 찍었다고,
재현까지 함서 상당 자랑스러워 하시는 걸 어디서 봤지비. 기억이 새록함메.
근데 영화는..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지비.
여러 장면서 상당 민망했슴메. “다음 세상에…” 뭐 이런 류.
글치만서도 동건 동무만은…정말정말 정말 잘 생겼슴메.
영화의 전개와 무관하게 자신의 아우라 만으로 관객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비.
아니, 그러면 이 영화보고 감동받았다는 동무들은 바보 멍충임메?!!
아따, 그라믄 동무는 사람고기 먹어봤슴메?!!!

동무, 이 순간 가장 좇같은 게 먼지 아지비. 당신이랑 말이 통한다는 것임메…

무간도임메? 나는 가장 좇같은 게 당신이랑 말이 안 통하는 건 줄 알았음메.
근데 그 보다 더 좇같은 것도 있긴 있었음메…건 인정.

근데 나는 말임메. 걍.. 익숙한 태국 짱꼴라 동무들과
그 쏘이하, 썽캅 해대는 그 특유의 말투가 나와서 반가웠슴메.
태국이 가고 싶었슴메…쏭크란의 미친 물놀이를 놀아보고 싶었슴메.
추억..과거..잃어버린 시간…

동무, 복수심이란 거이 말임메…얼마만큼 커질 수 있지비.
그 징하게 딴딴한 덩어리가 뭘 할 수 있지비.
자기 자신 말고 뭘 더 파괴할 수 있지비.

우리 맹신이 동무, 지옥은 이 세상이 아니라 증오를 극복하지 못하는 내 마음임메.
하지만 것두 동건 동무가 하니 멋있었슴메.
그치만도, 동무처럼 잘나지도 않고,
곽갱택이 감독님처럼 그 억울한 사연 찍어서 전국 몇 백개 상영관서 틀어줄 빽도 없는 우리는
그렇게 살 수가 없슴메.
그건 너무 비극임메..
다시 한 번 읊어봄메.
동무, 우리 아무리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기요.
이거이 맹주 눈아의 마지막 가르침 아닌지라요잉 (사투리 삑사리-)
그래서 ‘괴물같았던’ 맹주 동무는 괴물이 되는 대신 터미네이러처럼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만 거 아닌갑써~~ (삑2)

아무리봐도 그 때 홍상수에게는 뭔가가 있었슴메. 이런 명대사를 다 남기고…

영화 보면서 알게 된, 심오하고 사소하고 웃긴 것들

-공직자들은 대개 핸드폰을 매너 모드로 해 놓는다.

-대통령실 밖 복도는 금연이다. 하지만 꼭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꼼짝말고 거기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있는게 좋다.

-태국 해적들이 타는 배에도 타자기는 있다. (용도는?)

-누나의 역할은 중요하다.

-러시아 말로 “아라쑈”는 ‘알았어’라는 뜻이다.

-중국 국경지대 사람들도 솥에다 왕만두를 쪄먹는다.

-좋은 누나는 왕만두가 여러 개 있어도 나누어 먹지 않고 동생에게 다 준다. (쩝)

-미인이나 여동생이 오더라도 고기는 항상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

-송크란 주제가가 있으며, 녹음 테이프도 있다.

-한국어, 태국어, 러시아어 3개 국어를 유창하게 해도, 말 할 데가 없을 수 있다.

-태국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감정이 존재하며, 의리가 상당하다. (맨날 놀 때만 봐서-.-)

-잠자리 머리맡에 아버지가 오면, 안자도 자는 척을 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사관학교 출신을 꼬실 때는, 내가 얼마나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지 보다는 단지 나를 만나는 일이 나라를 위해 얼마나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야기 하는 게 효과적이다.

-상사가 듣기 싫은 말을 할 때는 “교신 끝~!” 이라고 하고 전화를 끊으면 된다.

-먼저 기선 제압하고 싶을 때는 “너 사람고기 먹어봤니?”라고 물어본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는, 시집 안 간 동기들을 모은다.

-영화 속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개코딱지 끝의 털처럼 여기며 뛰어들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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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King Kong) : 광기에 지지않았다.

2005/12/19

선악구도는 없다. 하지만, 점차 광기로 변질되어 가는 과열된 열정이 있다.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은 금발 미녀 앤도 주인공인 킹콩도 아니다. 헐리우드 역사에 남을 필생의 역작을 찍고 싶어 안달이 난 영화 감독 던햄이다. 찍다만 영화를 이쯤에서 킬하자는 제작진들의 회의를 엿들은 던햄은 재빨리 빠져 나와 배를 빌린 후 스태프와 짐을 꾸려 무작정 남은 촬영을 위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영화 밖에 없다.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찍어야 한다. 연극 대본을 쓰러 돌아 가야 하는데 결국 부두를 떠난 갑판 위에서 뛰어 내릴 용기를 내지 못한 극작가 잭이 말한다. “하지만 난 정말 연극을 사랑했단 말이예요” 던햄은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니, 만약 니가 정말로 연극을 사랑했다면, 거기서 뛰어내렸을거야.” 던햄은 한 치도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렸다. 시커멓게 파도가 부서지는 비이성의 해골섬으로.

온갖가지 괴상한 공룡들에 쫓기며 생존의 기로에 선 순간에도 던햄은 시종일관 필름만을 가슴에 품고 달린다. 동료의 죽음도 위대한 영화를 위한 신성한 희생일 뿐이다. 자기 목숨도 내걸고 슛팅을 한다. 그런 그가 나쁘게 보였나? 오히려 매력적이다. 그래, 뭔가를 위해서라면 저렇게! 열정이라면 저 정도는!

그런 그가 맛이 가는 건 그 목숨보다 귀한 필름이 망가져 버린 순간이다. 마구 풀어 헤쳐진 필름을 확인하고, 공룡들에게 쏘아댈 때 그건 생존 때문이 아닌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마주한 존재의 광기 같다. 머리가 돌아버린 그는 이제 영화 대신 킹콩을 데려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계획을 세운다. 이제 그토록 소중했던 영화는 이슈가 아니다. 열정은 트랙을 벗어났다. 그 결과는 킹콩쇼의 오프닝을 지켜보는 잭의 말로 정리된다. “그게 그의 특기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는 거.”

누구에게나 ‘내 인생의 그것’이 있다. 그건 역사에 남을 명화일 수도 있고, 금발머리의 그녀일 수도 있고, 세상의 난치병을 치료할 줄기 세포일 수도 있다. 아버님도 말하셨듯 우린 그걸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M카드에 가입 신청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인다. 인생을 바친다. 열정을 불태운다. 하지만, 모두 다 가질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온다. (고 나는 추측한다.) 필름이 불타고, 그녀는 딴 놈이 가로채가고, 줄기세포는 오염된다. 그것을 확인, 실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은 오고야 만다. 그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우리의 실존적 선택이 있다.

킹콩은 그 막다른 골목에서, 운명을 예감했을 때 광기에 압도되지 않고 끝까지 우아하게 자신의 존엄을 지켰다.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하는 대신, 그녀를 놓아주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라 고귀한 최후를 맞았다. 헐리우드 영화의 수많은 금발 미남 영웅들과 다를 바 없이. 영화 자체는 그렇게나 심플하다. 하지만, 던햄과 킹콩의 대비로 우리는 그 괴로운 순간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선택을 했던 존재들을 본다. 빗속에서 서사시를 읊조리던 블레이드 러너의 룻거 하우어, 가질 수 없는 사랑을 갈구하던 AI에서 할리 조엘 오스몬드, 노틀담 성을 오르던 콰지모도…이룰 수 없었던 열망을 품었으되, 그 댓가로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퀸의 이 노래를 바친다.

⊙ Queen : Too Much Love Will Kill You

정상과 비정상은 한 끗 차이다. 그래서 그 경계를 유지하기가 힘든 거다. 그 한 끗을 지키게 해 주는 것이 상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과장하고 상황을 극단화하기 좋아하는 일희일비형 인간이지만, 우리 아무리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종종 스스로에게 생활의 발견을 되뇌인다. 특히, 어수선한 요즘 더더욱. Too much love will kill you. 하지만 때론 나만 죽이는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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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the only witn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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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Nobody Knows, 2004)

아무도 모를 수가 있을까.
자려고 누웠다가 곰곰 생각해 보니,
정말로 그럴 수도 있구나.

미세한 금들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육체와
의지와 다르게 어긋나버린 마음.
N극에 S극이 밀리듯 천천히 각도를 틀어버린 세상보는 눈.
마른 밥알 드문드문 붙어있는 빈 밥그릇
방바닥에 떨어진 몇 점의 머리카락.
바람부는 날 버드나무 처럼 휙휙 머리를 풀어헤치는 일상의 심란함까지를.

이 모든 것을
나만. 나 혼자만.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영화를 봤던 그 밤은
던져진 당연함 앞에 막막함이 더 깊었다

“내 삶의 목격자가 되어줘~”
이제 사랑 고백대신 이런 걸 외치고 다녀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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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씨가
“영화제 내내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야기라 유야의 표정 뿐”이라고 했다는.
정말 멋진 아이 (오쎈틱!)

하지만 민식아저씨보다 연기력이란 것에서 뛰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눈빛이 말하는 지울 수 없는 의미에 표가 던져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 넷이 상을 받았던 거나 마찬가지인거라고.

아파서 끙끙대며 마지막 삶의 빛이 꺼져가는데도…
여전히 나를 애틋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던 강아지의 까만 눈망울.
그 눈빛 속 딴 세상.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그런 눈을 한 넷 모두에게.

정말로 저런 일이 있었단걸까…싶을 만큼 극단적인 소재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니 바로 나의 이야기.
그 인식으로 새삼 무섭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가

아무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다.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는다.

나 또한 그 애들처럼 무심하게 읊조려본다.

생의 하류에 흐르는 검은 물
복숭아뼈까지 발을 담근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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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 운다 : 졸다가 울었다

주먹이 운다 (Crying Fist, 2005)

두 개의 진실이 맞붙는다. 누구도 나쁘지 않지만, 두 사람은 싸워야 한다.
영화 내내 보듯이, 이겨야 하는 이유과 절실함은 용호상박, 막상막하로 처절하다.
이럴 때 누가 이겨야 할까.

남은 인생이 버거운 남자와 살아온 인생의 업으로 허덕이는 남자.
한 아들의 아비, 한 아비의 아들
두 사람의 인생의 무게가 링에서 부딪친다.

****스포일러, 이뜸******* 언제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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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히치 : 코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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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히치 –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Hitch, 2005)

예전에 선배(남자)가 그런 코치를 해 준 적이 있다.
남자를 사로잡기 위한 몇 가지 방법. 한 4개쯤 있었는데 다 잊어먹고 2개만 기억하고 있다.

첫째는 그것이 무엇이든 남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끝까지 절대로 주지 말라고.
가지고 있을 수 있는한 최대한 미루다가, 정말 마지막이 되어서야 쥐어주라고.

둘째는 남자가 이름을 부르면, 절대로 바로 뒤돌아 대답하지 말라고.
잠시 포즈를 취한 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느리게 ‘네~’하고 대답하라고.

그 말을 듣고 우리끼리 서로 이름을 불러보며 천천히 대답하는 연습을 하며 웃고 그랬다. 그래봤자, 그 후로 우리들은 무수히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내어주고, 이름을 부르면 재깍 ‘네~’하고 되돌아보며 꼬리치고 달려갔지만. 코치는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 특별 부록 : Breakup Girl의 데이트 코치법 (이별에서 데이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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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왜 나에게 묻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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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

그는 계속해서 묻는다. 왜 나를 이렇게 만들었죠? 하지만 맞은편의 대답은 거울에 튕겨진 형상처럼 뒤집혀 돌아온다. 넌 왜 그랬지? 그는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바람도 나무도 아닌 자신의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임을. 그는 모두를 향해 복수의 총알을 퍼부어 대지만, 결국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향해 헛된 펀치를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는 여러 번의 기회가 온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 돌이킬 수 있었던 기회. 하지만 그는 거부한다. 오만의 경지까지 이른 자기확신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충실함의 샴쌍둥이가 이 모든 비극의 시작. 그저 안도감으로 쪽팔림조차 접고 눈물만 철철 흘리던 앞에서 급작스럽게 보스가 등을 돌릴 때, 그가 던져진 곳은 존재의 뿌리를 생매장 시키는 혼돈의 구덩이이었다.

손오공의 관처럼 옥죄는 화두를 품고, 그는 면벽수도 대신 총을 택한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푸는 대신 끝을 보기로 하고,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생매장 당했던 것 처럼, 다시금 그저 허우적대며 끝을 보자고 쏘아댄다. 냉랭한 표정으로 덫에 걸린 짐승의 본능적인 공황을 감추며.

그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소모적인 방식으로 네 벽의 불가해와 맞선다. 존재를 지켜왔던 충실함은 파멸을 향해서도 똑같이 발휘되어, 그처럼 충실하게 영문모를 복수의 끝으로 치닫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선 정말 ‘영화처럼’ 모두를 남김없이 넘어뜨리지만, 승리도 해답도 취하지 못한 채 이 비극의 줄기와는 별 관계가 없는 또라이 킬러 하나에게 허무하게 처치된다.

하지만 이 비극성은 진동하는 피비린내에 묻혀 제 향을 뿜어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뭐랄까..영화의 두 축을 복수와 화두로 보았는데, 시소의 한 축에 있던 화두 쪽에 제 무게가 실리지 못해, 갸우뚱하고 기운 것 같다. 다가오지 않는 멜로에 닭살스러움을 느끼듯 오버된 잔혹함과 떼죽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죽이면서도 ‘가치’를 따져 물었던 파고의 코헨쓰를 떠올렸다.

요새 영화들 보면 누가누가 더 잔혹한가, 누가누가 더 또라이인가 시합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킬 빌도 봤고, 올드 보이도 봤는데 이런 피잔치는 아무리 더 간다해도 데자뷔다. 그의 혼란과 화두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으면 어땠을까. 중심점을 옮겨 아슬아슬 균형을 맞게하는 깃털 하나만큼의 미묘함으로.

올드보이를 보고나서 사람들이 그러더라. 말조심하자. 달콤한 인생을 보고 나선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여자야, 함부로 웃지 마라. 그 웃음이 메마른 남자의 가슴에 꽂힐 때, 그 뒤의 피비린내는 네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아니란다.

한순간의 달콤함의 댓가로 너무 비싼 값을 치루어야 했던 남자. 그래도 그 순간엔 웃었다. 인생엔 그런 순간도 있긴하다만…It’s just bittersweet. 어리석음의 댓가에 대한 섬뜩한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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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마지막 회 : 친구와 나의 봄날토크

유진 : 봄날 끝났어…흑흑흑

친구 : 어떻게 됐니? 반전이 뭐였어?

유진 : 반전은 없다얌. 섭이랑 연결되는데, 끝에 정은이 전화 예절이 상당 문제가 있어버려. 호가 섭이 왔다가 전화하는데 대답도 안하고 뛰쳐나가버려. 대체 머냐.

친구 :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냐. 하나의 상징으로 봐야지. 처음에 정은이랑 섭이라 한 판 울고 사랑에 빠지는데, 그럼 그거는 말이 되냐. 억지스럽지.

유진 : 야 그래두 “고마워요 은호씨. 나 행복하게 살께요.” 이런 한 마디 못해주냐. 멀람. 왕짜증이얌. 할튼 열라 재미없게 끝나써!

친구 : 어휴 저 냄비근성. 좋으면 끝까지 좋아야지.

유진 : 야 그럼 재미가 있다가 재미가 없어졌는데, 계속 재밌다고 해야되냐? 근데, 인터넷 보면 나는 완죤 양반이야. 네이버 드라마 게시판 보믄 봄날로 시작해 개날로 끝났다 부터 TV를 뿌시고 싶었다, 역겹다,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여자를 싫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까지 완죤 뒤집어졌어. 야, TV가 진짜 이런거냐. 네티즌 겁나서 드라마 작가하겠냐.

친구 :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있는 좋은 여자…그게 정은이였잖아. 그런데 막판에 그게 조금 삐끗하니까 사람들이 화가 나버린거 아닐까. 정은이는 어떻게 보면 한국 남자들의 이상적인 여자관이지. 작가는 그걸 깰려고 했던 것 같아.

유진 : 너무 고상하다야. 내 생각엔 정은이랑 섭이랑 연결된 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다만 그 과정이 설득력이 없고 지지부진하니까 짜증이 나버린 것이지…

친구 : 그럼 어떡하냐. 20회는 채워야 되는데.

유진 : 14부까지로 딱 자르던가. 섭이 술집 애인이 좀 더 쎄게 해주던가 그랬으면 훨 나았을 것 같은데. 피아노는 안 그랬거덩. 마지막 1분 1초까지 얼마나 흥미진진 감동의 물결이었는데… 으으 억관.

아, 뒷심이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것인가.

여튼 이렇게 봄날은 끝이 났다. 하지만 진짜 봄날은 이제야 조금씩 꽃샘추위 사이로 푸릇하게 움트려 한다.

“난,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어~~~”

언제나 이맘때의 나의 외마디. 허지만 준비따위가 어딨냐. 그냥 그 속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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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Before Sunset) : 그들의 저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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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그 때 네가 거기에 왔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난 결혼식장을 향해가는 그 순간에도 너를 생각했는데.

만났다 해도, 우리는 결국엔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을 거야.
따뜻한 기후에서 유럽의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짧은 만남에서만 우리는 좋았을거야.

사람들이 왜 이혼하는 지 알아?
열정이 식어가는 것을 견딜 수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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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극단을 품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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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원래 바람도 많이 불고 더웠다 추웠다 하고 꽃이 피더라도 춥고 그렇잖아요. 꽃이 피었다가도 많이 춥고 그랬어요. 10년간 그랬고 좌충우돌도 많았어요. 이혼하고 나서 1년간은 올곧이 저만 생각했던 그런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2004. 11.19 고현정 컴백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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