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X AND THE CITY. SEASON 6 – EPI 88 “THE ICK FACTOR”
“Have we become romance intolerant?”
캐리의 새로운 연인은 러시아 아티스트다. 알레그쟌더 페트로브스키.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가지만 같이 밤을 보낸 다음 날이면 캐리를 위해 오믈렛을 만들어 준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 어쩌구리 하는 러브송을 을 작곡해 피아노로 연주도 해준다. 닭살솟는 시도 읽어주고, 냉소적인 캐리가 그녀의 시-보그지의 패션 기사-를 읊으면, 그는 그 시 속에 등장한 오브제를 구해다 그녀 발앞에 바친다. 어쩌면 캐리의 몸에 그렇게도 꼭맞은 예쁜 꽃분홍 드레스를…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이 모든 것들이 가슴속에 숨겨놓은 낭만적 사랑의 환타지를 충족시켜준다 할지라도, 이 하늘을 찌를 우아함이 늙은 남자의 주름을 포토샵의 뽀샤시 효과마냥 지워내고 그 자리에 거부할 수 없는 원숙의 Sexy美를 덧칠 한다 해도, 내가 그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는 …바르쉬니코프가 아닌가. 미하일 바.르.쉬.니.코.프.

대한극장 앞에 붙어있던 그 커다란 포스터가 아직도 기억난다. 웃기게도 비 줄줄 내리는 날 혼자 구니스인가를 보러 갔다가 맞닥뜨린 백야의 포스터.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몸은 아직 어렸지만 마음엔 어른의 무엇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던 때, 라이오넬 리치의 Say You, Say Me..그리고 ‘야생마’ 이국적인 러시아 노래 위에 흐르던 그의 춤은 어린 마음이 꿈꾸는 완벽한 동경의 세계였다. (그걸 흉내낸 게 이종원의 리복이었나. 냠~..)
그리고, 어린 내 앞에 놓인 그 압도적인 스크린 앞에서 춤추던 그 남자가 지금 늙수구레한 캐리의 연인으로 내 방 TV화면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대체 이게 머냐. 바르쉬니코프가 나왔는데, 도당췌 춤을 추지 않는 거다. 시즌 6에 그가 나온다는 뉴스는 봤지만, 춤을 추지 않는다는 뉴스는 접하지 못했다. 정말로 안 추는 거냐. 에피소드가 5개가 지나갔는데도 춤을 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놓쳤던 첫번째 등장에 췄던건가. 바르쉬니코프가 나왔는데, 춤을 추지 않는다면 건 반칙이다.
하기야 SATC는 늘 그렇게 캐릭터의 기본적인 모티브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기대를 빗나가는 의외의 매력들을 새로이 발견해 내곤 했다. 자고 나면 여자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본 조비가 있었고, 정신질환을 앓는 매력적인 멀더 형사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본 조비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군….이론-_-;;
어쨌든 매회마다 이번에는 나오겠지, 이번에는 나오겠지 하며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데, 전혀. 기미도 안 보인다. 처음 데이트한 날 지나쳐버린 택시를 잡기위해 뛰어가는 장면에서 뉴욕의 밤거리를 달려 쓰레기통을 넘어가는 그 특유의 flying scene을 보여주었다. 아니면 미술관에서? 캐리를 맨처음 자신의 스튜디오로 데려갈 때도 나는 거기에 그가 춤출 수 있는 광활한 마룻바닥이 놓여있을 줄 알았다. 다 빗나갔다.
오페라 하우스 광장에서 춤추자고 했을 때, 난 이제서야!! 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쓰러진 캐리를 데리고 간 맥도날드에서 그들이 춘 춤은 너무도 평범한 연인의 닭살행각에 불과했다. 대체 어디까지 나를 미치게 할 참인가…
나뿐이겠는가. 바르쉬니코프라고 하면 모든 이들이 당연히 춤을 기대할거다. 그런데 이노무 영리한 작가들은 도당췌 다 보여주지 않고 살짝 살짝 암시만 하면서, 그런데 꼭 중간중간 완전히 포기하지도 못하게끔 미끼를 조금씩 던지며 지독히도 감질나게 한다.
쥐고 다 펴보이지 않음, 가리고 다 보여주지 않음의 미학을 난 모른다. 밀땅의 법칙도 네고의 기술도…사는데 꼭 필요한 부분만큼만 아주 오랫동안 어렵게 배웠다. 패를 다 까고 무식하게 디립다 파는 나이브함이 내 힘이었나. 그걸로 그르친 일도 많다.
하지만 SATC의 이 영리한 작가들은 그르치지 않고 내 관심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바르쉬니코프가 나와서 바로 춤을 춘다는 건, 너무 cheap하지 않아?” “오우, 그가 나와서 발레를 한다는 건 진짜 클리쉐야,,,” ” 아직은 아니야…좀 더 기다렸다가, 화끈하게 터트려보자” 대본 회의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갈지도 모르지. ㅋㅋ 유진이의 시뮬레이션이야말로 정말 cheap하군..
여튼 매 주 화요일과 수요일 밤 12시에 TV앞에 앉는 선택권밖에 없는 나는 빵조각을 줍는 헨젤과 그레텔의 심정으로 이야기를 따라간다. 다음 주는. 또 다음 주는.
미술에 작곡에 피아노 연주에 시까지…여기에 또 다시 발레가 얹혀지기엔 페트로브스키씨에게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이 얹혀져 버렸다. 해서 갑자기 이 멀티 탤런트의 중년 남자가 갑자기 최고의 춤꾼으로 돌변한다는 것은 너무도 생뚱맞은 시츄에이션이 될 것만 같다.
이 딜레마를 SATC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어쩌면 끝까지 페트로브스키씨는 춤추지 않을 것인가. 춤을 춘다면, 어떤 최고의 시츄에이션으로…지금 난 처음으로 캐리의 로맨스가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다.
ps.
어제 했던 시즌 #6-88 : The Ick Factor는 여러모로 수작인 것 같다. 암에 걸린 사만다도. 택시를 타고 가면서 캐리에게 털어놓던 사만다의 표정, 사만다가 멋져보인건 처음이었다. SATC 최고의 섹시남 스미스가 빠져들만 해. 미란다의 시니컬도 경지에 이르러, 일가를 이루었다. 이젠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그들의 시니컬도 더이상 fragile 하지 만은 않아…이렇게 그들의 좌충우돌 싱글 라이프가 깊어지고 있다…
좋아. 좋. 아.
내 홈피에 동철이 사진 있다. 부인 얼굴도.
이름이 현희라더군. 내 기억 속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더라는…
오랜만에 얼굴이나 봐.
언니…오랜만일세…
섹스앤드더시티 마지막회 보고 허탈했던게 엊그제 같은데…ㅜㅜ
마지막회는 예술이라오…(갠적으로 캐리만 빼고…ㅡㅡ; )
정말 다 끝나 허무해 있었는데
그게 다 꿈인 것 같이 생각되게 만드는 포스팅이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