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향 (Volver, 2006)
– 왠 과부들이 이렇게 많나요?
– 이 동네 여자들은 남자보다 오래 살아.
이 여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
거대한 풍차의 날개를 쉼없이 회전시키는 거센 흙바람 속에서 색색의 스카프를 둘러 쓰고 무덤의 먼지를 털어내지.
볼베르(Volver), 나를 만든 땅으로 되돌아간다는 것. 누구나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두려운 길
이 길 위로 부는 꺼지지 않는 바람 속에서,
검은 상복의 여자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뺨을 부비며 체온을 나눠.
여기는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도 아니야. 여긴 고향.
라 만챠에는 팜므 파탈도 옴므파탈도, 멀쩡한 사람의 머리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들끓는 열정도 없어.
다만 그녀의 어머니들이 그녀들에게 쏟는 한없고 지극한 사랑 뿐. TV따위에 뺏기지 않을 그녀들만의 사연이 만드는 비밀의 안개 뿐.
그래서, 이제 죽음은 파멸이 아니라 화해가 된다. 잡은 손을 놓지 않기에, 놓은 손마저 다시 잡게 해 주기에. 더 가까이 더 단단하게.
그 따스함으로 가득해 난 내 앞에 흘러가는 코메디에 실실거리다가도 자꾸만 눈을 비빈다. 졸려요. 어디론가 파고들어 꺼져들듯이 푹 자고 싶어…

엄마가 필요해요.
이 몇 년 동안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모두가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텅 빈 고향으로 돌아가.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가 곁에 있어 줄테니.
엄마 없이 그 먼 길을 어떻게 가겠니…
내가 기다린 11번째 알모도바르 영화는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서로의 손을 꼭 쥔 채 눈물 가득 웃고 노래하는 위대한 여자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페넬로페의 아름다움과 섹시함, 강렬함을 세상에서 가장 잘 보여주는 감독, 알모도바르
그리고 그의 분신, 까르멘 마우라.
나는 내가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는 것 조차 의식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까르멘과 80대에 느꼈던 것 같은 공감을 다시 공유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이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케미스트리, 그 모호하고 기적같은 일을 우린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까르멘이 내 지시에 따라 대본을 읽는 것을 듣는다.
우리가 함께 “La ley del deseo(욕망의 법칙)”을 했을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배를 두드린다. 17년.
~ “Volver” diary by Pedro Almodóv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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