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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도바르의 첫 번째 영화 <페피, 루시, 봄> : Raw is Ori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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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i, Luci, Bom Y Otras Chicas Del Monton, 1980

# Raw, 날 것.

1980년, 라 모비다의 한 복판에서 스크린 속으로 뛰쳐 들어간 서른 살의 ‘영계’ 알모도바르를 만나다.
백색 카운터 너머 그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고기 덩어리를 썰어 싸구려 필름에 둘둘 말아 내 앞에 던져 놓는다.
필름에서 배어나오는 선홍색과 뜨거운 김. 역한 살코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봐요. 난…”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다. 그는 미친듯이 날뛰는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잘라낸 것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희생할 준비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댓가는 영화에 필요한 여러 가지 없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거였죠.
좋은 조명 기술자와 같은 핵심적인 것들을 포함해서요.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 상황에 영화를 맞추어야 했습니다.
촬영은 엉망이었지만, 난 촬영이 핵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1981년 9월 contracampo誌 알모도바르 인터뷰 First Film : Pedro Almodovar 중

# Soul, 영혼

첫 영화에서부터 남자들은 휙 지나가 버리는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는 깔깔거리며 어깨동무하고 인생의 한 다리를 건너는 여성들의 연대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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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피 : 넌 영혼을 가지고 있어. 중요한 건 그거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께. 너에게 맞는 곡도 고를거야.
봄 : 하루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페피 : 이봐 기운내. 새로운 인생이 네 앞에 펼쳐져 있어.

영화 보다는 영혼을.
이렇게 시작되었다. 키카와 내 비밀의 꽃, 라이브 프레쉬에서 볼베르까지
오리진. 첫 페이지에는 그 모든 말씀이 다 들어가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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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없고 괴팍하고 섹시하고 강렬한 까르멘 마우라
알모도바르의 영매. 돈도 테크닉도 경험도…아무 것도 없이 달랑 영혼만 가진 이 영화에서 그녀는 그 영혼을 화면에 보여준다.

# Modern, 독재의 종말

얘들은 이상한 애들이 아니야. 그저 작용 반작용의 물리 법칙에 순응하는 평범한 자연인일 뿐.
독재의 사슬이 칭칭 감아놓은 네모 박스의 문이 열렸을 때
어둠 속에서 웅크렸던 시간만큼 더 세차게 튕겨져 나온 것일 뿐.
기나긴 독재의 시간 후 콜드터키와도 같이 몰아치는 한 순간의 불꽃놀이. 하지만 그 또한 얼마나 가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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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스미스 – 스페인 마을(Spanish Village, 1950)
“나는 스페인 마을 속으로 들어가 프랑코가 가져다 준 가난과 공포를 찍을 것입니다.”

알모도바르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모던한 인간이 되겠다’며
스페인 촌마을에서 마드리드로 뛰쳐 나와 프랑코의 죽음이 가져다 준 폭풍같은 자유와 혼란을 찍는다.

1950년 스페인 마을과 1980년 마드리드. 30년의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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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얼굴을 가리는 방식& 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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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을 잣는 여인. 뜨게질 하다 내 팽개치고 희한한(?) 장면을 연출하는 그녀들
– 여자들은 강해. 현실을 이겨내지. ‘어떤’ 식으로든.

# Volver, 귀향

누군가 삐까뻔쩍 고급 자동차 끌고 고향으로 금의환향 했을 때,
동네 아줌마들 뛰어나와 양복 소매 붙잡고 촌스럽고 코 질질 흘리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감개무량해 하는 것처럼
라 만챠로 귀향한 ‘거장’ 알모도바르를 만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나 역시 그의 처음이 궁금해 못견뎠던 게지.
ㅎㅎㅎ 확인해 보니 역시 무지하게 촌티날리지만, 그게 그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니까.

하고 싶어서 죽겠는, 그 말을 하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지루해서 숨막히는 전화회사 라이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친구들 쌈지돈 긁어다 주말을 몽땅 바쳐 …그렇게 2년을 해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 있니?

그게 있다면, 그 말이 해도 해도 모자라 그 후로도 26년 동안 그 얘기만 하다가
영화 열 일곱개를 만들며 세상를 떠돌 수도, 하다 지쳐 고향에 돌아갈 수도 있을 거야.

그는 볼베르에 이르러 그의 고향과 조우했고, 나는 페피루시봄으로 돌아가 알모도바르의 근원을 만났다.

나는 맨 처음 뭐였을까? 내 인생의 모더니즘은 언제 시작된걸까? 그 첫 페이지에는 뭐가 적혀 있을까?
아주 오래간만에, 내가 닿을 곳이 아니라 나의 시작이 궁금해졌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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