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되는데…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 재방송을 또 보고 있다. 골프에 있어서 ‘거리’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FR 챔피언조에서 이렇게 흔들리는 지애의 모습은 처음이다. 그 주목받는 미쉘 위나, 랭킹 1위 오초아와 경기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클럽 놓아 버리는 것 까지는 스윙 보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리고 뒤돌아서 클럽 떨구는 모습은 정말 낯설다. 바로 버디 노리기에는 아이언도 조금씩 멀고, 숏퍼팅까지 빗나간다. 왠만한 상황에서는 배시시 웃고 마는 지애인데, 잔뜩 굳어 있는 표정에서 어려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청 야니, 너무 강했다. 아니 이건 모 쫌…말이야. 일단 드라이버부터 26~28m씩 더 나가버리니.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머길래? 이런 질문 필요없다. 지애가 우드 잡을 때 야니는 아이언 잡고, 지애가 미들 아이언 잡을 때 야니는 웻지 잡고. 그러고도 더 멀게 붙일 수 있는 게 골프지만, 그리고 나서 깃대에 딱 붙이면 모…그냥 잘 이해가 되는 상식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웻지 잡고 더 멀리 보내 놓고 다음에 바로 버디 잡으면 이 비상식적 상황에는 참, 할 말이 없어진다. 3R 그 폭우 속에서 그린 적중률 100% 그냥 차돌같은 단단한 무결점 플레이였다.
거리가 짧을 수록, 다음 샷의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멋지게 날려버리는 게 신지애 플레이의 묘미였는데…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T_T 그런 날도 있는 법이라지만 걱정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애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멋진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주변에서 자꾸 거리 얘기를 하니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는 거리를 포기하고 정교함을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누가 뭐라든 올해는 나만의 스타일로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전장이 긴 코스에서 오히려 성적이 잘 나왔다. 롱 아이언보다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더 정교하게 칠 자신이 있다. 우드로 볼을 그린에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멀리 보내는 것보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틀 연속 같이 플레이한 청 야니에게 3R, 4R 모두 같은 패턴으로 졌다. 거리에서 밀렸고, 밀린 거리를 커버할 정교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터뷰와 딱 반대되는 상황이다. 3R에서 89% 수준을 지켰던 레귤러 온이 4R에서는 55.6%로 떨어졌다. 3R에서는 2010 LPGA 지애 평균 GIR이 69%수준이었니, 확실히 밀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붙이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이게 지애의 결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리’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말고! 한계를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어려운 일을 지애가 꼭 해내줬음싶다. 울 지애라면,,,지애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써놓고 보니 2등이 뭐 그렇게 못한 거라구 이렇게 안달복달인가 싶은데. 유로피언 탑랭커 150명 중에 2등 한거 아니야? 완전, 엄청 잘 한 거구만~
어쨌든 아직 LPGA 개막전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점에 이번 대회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 포인트를 제공한다. 신지애 vs 청 야니. 챔피언 조에서 다시 붙을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벌써 떨린다….
롤렉스 랭킹 1위, 세계에서 골프 제일 잘 치는 소녀 신지존마저 고민하는 거리. 대체 골프에서 거리가 뭘까? 매 샷 오락가락하는 백돌이에게는 안장없는 미친 말이지만, 그 미친 말이 길들여지면 천리길을 한숨에 내달을 수 있는 무적의 적토마가 된다는 것을 오늘 청 야니는 보여줬다. 단, 잘 길을 들였을 때만^^;;
그래서 나에게도 길들일만한 미친 말 한 마리가 있나? 없나? 한 번 보려고 올해 처음 연습장에 가서 공을 쳤는데. 이건 말 타령할 시점이 아니다. 어찌나 안 맞던지. 대체. 참. 정말…답이 없다. 고작 몇 시간 쳤다고 손바닥 살들 찢어져 집에 와 약 바르고 밴드 붙이는데. 언제 쳐서, 언제 다시 살 찢고 다시 붙여서 굳은 살 만들고, 언제 120개부터 시작해 다시 90대까지 내려온단 말인가. 언제 돈 벌어 골프장에 갖다 바치고, 미스샷과 스코어에 좌절하고 집에 오는 차안에서 골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뇌하고…그 짓을 첨부터 다시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눈 앞이 캄캄한 저녁이었다. 그래도 봄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