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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PGA 챔피언쉽 : 골프는 잔인하다…

오늘은 관람기를 빙자한 한풀이..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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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연습장 가서 볼을 좀 치고 왔다. 그렇게 잘 맞던 아이언 샷이 삑사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볼 자국은 죄다 토(toe)에 몰려 있고 당췌 당겨지질 않는다. 볼이 스윗스팟에 맞았을 때의 손맛은 앵간한 애로함에 못지 않은 짜릿함이다. 하지만 반대로 볼이 삑사리를 나기 시작했을 때 손끝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불쾌함이란…공 한 번 치고 나면 그냥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싶을 정도 힘이 빠진다.

처음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궁리도 해 보았으나 이도 저도 안되어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징창의 나락을 빠져버렸다. 아무리 띄엄띄엄했다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아무리 골프가 인내, 자기와의 싸움 ..어쩌구리 저쩌구리 해도 내가 무슨 3개월차 초보도 아니고, 그동안 골프에 들인 시간, 노력, 공이 얼마인데 이런 결과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새로 산 아이언을 그냥 부러뜨리려 버리고 싶었다.

이건 연습를 하는 건지, 분을 푸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망연자실 무의미한 화풀이 샷만 휘두르다, 집으로 와서….또 올해의 마지막 PGA 메이저, PGA 챔피언쉽 중계를 본다.

2R 두 홀 연속으로 세컨샷을 러프로 보낸 타이거 우즈가 드라이버로 티박스를 후려친다. 그걸로도 분이 안 풀려, 걸어나오며 페어웨이를 계속 내려친다. (얼마나 드라이버가 미웠으면 T_T) 숏퍼트를 놓치더니 가만히 홀을 돌아나온 볼을 쳐다보며 얼음이 되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그쯤까지나 가능했던 것일까? 3R에서는 아예 모든 걸 체념(?!) 한 듯한 분위기였다. 표정은 그냥 석고상이 되어 있었고.

73타 최악의 성적으로 FR을 마친 타이거는 FR 백 나인에서 단 한 번도 페어웨이를 맞추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이번 경기가 열린 위스콘신, 위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서 페어웨이를 못 맞춘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러프가 아니라 대부분 해저드성 러프고, 러프가 아니라 갈대밭이라 표현해야 적합하다. 9개의 홀에서 9번의 벌을 받으며, 타이거 우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골프는 잔인하다.

29세 닉 와트니는 3R에서 신들린 경기를 펼쳤다. 누구 말대로 ‘그 분이 오신 듯’ 그냥 치면 올라가고, 그냥 치면 붙는다. 가까이 못 붙여도, 그린을 놓쳐 숏게임으로 간신히 올려도 난해한 라이의 롱퍼팅이 쏙쏙 들어가더라. 6언더 66타를 치고, 3타차 선두로 챔피언 조에서 시작한 닉 와트니의 우승을 점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벽에 눈을 떠 TV를 켜니…뭐 이런 일이 다 있어. 리더 보드에 아예 사라졌다. 81타. 9오버. 이건 뭐 아마추어도 아니고. 똑 같은 코스에서 전날보다 15타를 더 치고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18홀을 마치고 모자를 벗는 닉 와트니의 표정은…그야말로 그냥 사색이었다. 얼빠진 표정, 넋이 나간 듯한 눈….골프는 잔인하다.

FR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11언더 단독 선두에 오른 더스틴 존슨. 18번 홀에서 파만 잡아도 우승 확정이다. 그런데, 이런. 티샷을 완전히 갤러리 한 가운데로 보내버렸네. 거기서도 굿샷~ 너무나 잘 맞춘 샷에 갤러리가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런데 점차 사색이 되어가는 갤러리들의 표정 변화. 아아 이런, 너무 잘 맞은 나머지 그린을 넘겨 버렸다. 넘긴 자리는 모래가 가득한 해저드성 러프. 하지만, 그 어려운 위치에서도 가까스로 샷으로 깃대에 가까이 붙여가며 침착하게 보기 성공!

갤러리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나오고, 이런 극적인 과정 끝에 연장에 가는가 싶었다. 왠걸, 심판이 경기를 끝내고 연장을 준비하는 더스틴 존슨을 불러 뭐라뭐라 떠든다. 두 번째 샷을 하기 전 정말 살짝 클럽 페이스가 지면에 닿았는데…알고 보니 거기가 벙커였다는 거다. 벙커에서 지면에 클럽 페이스가 닿으면 2벌타. 결국 트리플로 5위로 경기 마감. 꼭 짚어 벙커라기에도 참 거시기한 불분명한 위치였는데, 거기도 클럽이 닿은 면은 모래로 덮혀있어 벙커는 벙커였다. 그 아슬아슬한 과정을 모두 뚫고 우승을 향해 가려는 순간, 정말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의 실수가 그 앞을 가로막는다. 더스틴 존슨의 인터뷰 “전 그냥, 갤러리들이 밟아놓은 오물 덩어리(a piece of dirt) 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새로 코스 디자인을 하며 추가된 1,200개가 넘는 벙커 중 하나였다. 골프는 잔인하다.

기대를 모았던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은 컷탈락을 했고(협찬사인 르꼬끄에서는 이벤트까지 하던데..), 간간히 화면에 비췬 최경주는 원래도 까맸지만, 거의 흑인이 되어 있었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탔더라. 왠지 짠했다. 잘했던(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노승렬은 3R 본인을 제외하고 유일한 10대로 초청받은 로리 맥길로이와 한 조에서 만났다. 신들린 맥길로이가 67타 5언더를 치는 동안, 간신히 이븐에 그쳤고 화면에 열라 맥길로이를 비추는 동안 승렬이는 병풍 노릇만 했다. 하지만, 그랬던 맥길로이도 FR 18번홀에서 정말 5cm도 안되는 차이로 버디를 놓쳐 연장에 가지 못했다. 갤러리들을 모두 일어서 이 10대의 선전에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어린 주근깨 소년의 얼굴은 쉬이 펴지지 않았다.

하기야, 지난 번 마스터즈 이 후 TV화면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안소니 김과 일본의 골프 천재 이시카와 료도 있다. 1R, 2R 모두 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을 했으니, 뭐…걍 그렇단 얘기다. 한 때, 포스트 타이거 우즈로 주목받던 두 선수가 아니었나? ‘세대 교체’라는 지금 PGA의 화두는 그들에게 더 큰 압박일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거두어진 자리, 암전 속에서 자기와의 혈투를 거듭하고 있을 그들. 골프는 잔인하다….

그러니, 그러니까 말이다.

유진이따위의 아이언 샷이 좀 안 맞는 것은 별 일도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그래도 잔인하다.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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