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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토토로의 마을 유후인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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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었던 아먀보우시 료칸(由布院 山ぼうし)
온천은 쿠로가와에서 방점을 찍기로 했기 때문에, 그냥 싼 가격의 적당한 방을 대충 잡았는데
온천도 있고, 1인실도 있고 해서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한 침대방과 온천.
역에선 걸어서 5분 거리. 바로 유후인 입구인 B-Speak 맞은 편.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란넷의 도움으로 적절한 가격에 방들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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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의 상징같은..누구나 찍어오는 빨갱이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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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예상했던 유후인의 예쁜 가게와 풍경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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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꾸밈 하는 일본 특성대로 참 잘 꾸며놨다.
딱 여자들 취향.
하지만, 굳이 꼭 여기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들을 모아다
작은 시골 마을을 무수히 사람들이 흘러 들어오는 각광받는 관광지로 재탄생하게 한 뒷단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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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동네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팔고 있었다.
소품과 어쩌구 저쩌구..진짜 세상의 온갖 잡스런 것들을 다 모아놓은 듯한.
크지도 않은데 이 동네 한바퀴 돌고 나면,
가전 제품 빼고 신혼 살림 살이 풀셋과 한 달치 식량 마련이 가능할 듯.
얼마나 맛난 것들을 많이 팔던지.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는 한국 이마트에서 갈고닦은 범상치 없는 시식 신공을 발휘해
유후인 맛보기에 주력했다.
일본식 쿠키야 대략 경험과 감이 있기 때문에 그렇구나=맛있구나 했지만
유후인의 반찬들은 진짜 눈돌아..아니 혀돌아가 가게 만들더라.
우엉이나 연근 조림, 이름을 알 수 없는(까막눈 ㅠ) 정체불명의 무침과 젓갈들.
동네 시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의 것들을 예쁘게 유후인 스티커붙여 소포장해 놓았는데
사르륵 특유의 감칠맛 나는 일본 조미료 맛이 혀를 우롱?? 한다.
배낭족만 아니었다면, 싹 쓸어왔겠지만 내가 가진 것은 아주 작은 뒷동산용 배낭 하나 뿐.
대신 끼니를 걸러도 될만큼의 시식으로 풍족하게 배를 치우고..응??
파삭파삭 기름진 유후인 러스크도 기억난다.
물론 누구나 먹는다는 금상 받은 금상 고로케도 먹었다. 2개 먹었다. 쩝쩝…생각만 해도 침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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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속 마을. 크리스마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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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지루하게 엄마가 빨리 쿠키를 고르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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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고 맛집 도는 ‘아가씨 여행’이란 것이 있단다.
딱 그 ‘아가씨 여행’이 어울린다고…라고 포장하고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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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네 주민은 다르다.
예쁜 가게에 눈이 쏠리지 않고,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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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긴린코 호수.
가는 길 곳곳에 긴린코 호수 가는 길 팻말이 어찌난 다양하게 고급스럽게 붙어있던지.
어느 대단한 곳을 향해 가는 듯,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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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체는 보라매 공원 호수와 견줄 만 하다.
백조인지 오리인지 포동포동한 것들이 아주 가까이서 거닌다는 것 외에 ..그다지 큰 감흥은 없다.
이걸 관광지로 만들어낸 포장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알맹이가 없어. 하지만, 포장이 바로 당신의 펀더멘털이라면?
전날 밤 읽은 하루키 단편 소설에서 여자는 이런 류의 대사를 막 날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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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유후인이 좋았다.
이런 유후인.
포장의 한 껍질을 벗기면, 바로 뒤편에서부터 펼쳐지는 유후인.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을 받았을 시골 시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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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도 담도 없이 이어진 포장지 바로 뒤에 붙어있는 집들.
문 앞까지, 마음만 먹으면 집안에라도 들어갈 수 있을 듯한 시골의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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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뭔가를 말리고 마당들.
내리쬐는 적당한 볕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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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에 매달아 놓은 광주리에선
표고버섯이 볕을 받으며 익어간다. 집에서 반찬해 먹을 듯한 양.
이 집의 저녁 식탁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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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빛을 받으며 건조되는 신선한 먹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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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양파만 말리란 법 있나.
구멍난 양말, 발가락 양말들이 귀여웠다. 색감도 참 이뻤고.
저걸 신고 다니며 뭘 하시나? 멋으로 신는 양말은 아니었다. 노동이 느껴지는 양말.
긴 시간 밭에서 땀내며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양말이라고 멋대로 추측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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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조리개가 있는 풍경. 이 집엔 물주는 것이 사람이 산다. 당연한 것을 ㅋㅋ
그 당연함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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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쁜 시골마을이 포장지 뒤에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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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유후인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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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는 관광객이 아니라
시골 마을 방문자로 유후인을 다시 보러 오고 싶다.
어디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골 마을, 유후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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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on “[2012.11] 큐슈 여행 (2) 유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