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라 올드보이..
참 이상하게 내 발목을 잡았던 영화
지난 겨울 이 영화를 보던 날 킬빌도 같이 봤었다.
원래는 올드보이를 보러 간 거였는데 시간이 안 맞아 오프닝 게임 비슷하게.
한물 갔다고 생각했던 타란티노씨가 피범벅의 화면에서 뽑아낸
범아시안 심화탐구 잡탕밥 또라이 정서의 독특함에 일단 놀랬고 완죠니 유쾌했었다.
그래서 킬빌 보고 중간 쉬는 타임에 본게임 올드보이를 기다리며
이 조선 버전의 또라이는 또 어떤 원력으로 맞장을 떠 줄지 몹시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감각의 링위에서 벌어진 두 또라이 영화의 승부는 시시하기 짝이없었고,
난 모두들 재밌다고 난리난리였던 올드보이를 ‘오바보이’란 한 마디로 딱 잘라 걷어냈었다.
실은 난 그 영화의 어떤 면, 딱 꼬집어 그 오바스러움이 심히 불쾌했었다.
이후로 사람들에게 정말로 올드보이가 좋았냐고 많이 물었었다.
대체 그 영화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흔들었는지 궁금했기도 했지만…
그것은 한편,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어떤 성감대가 나에게만 결핍된 것이 아닐까
뭐 이런 소심함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몇 달후 내가 송광사에서 내려오던 날 사가에서 처음 접한 뉴스가
광주 터미널 스포츠 신문에서 본 헤드라인 ‘올드보이, 칸 수상’이었다지.
부인할 수 없는 대단한 성취였다.
“힘이 넘친다.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보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다”
브라질인가 어떤 남미에서 온 영화 기자의 이런 인터뷰.
게다가 칸의 심사위원장은 킬빌의 타란티노.
민식쓰의 이너뷰를 빌자면 그 타란티노가 올드보이에 다소 질투심마저 보였다니..
내가 열광했던 그가 내가 불쾌해했던 그에게 열광과 질투심을….허걱. 기묘한 인연이다.
이번 주말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기어코 보고야 만 것은
세상의 평과 대립되는 나의 감각에 대한 재검증의 욕구가 너무나도 컸던 탓이다.
내가 못 본 건 무엇일까.
내가 보았던 건 무엇일까.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에 불쾌했던가.
그 결과에 따라 넙죽 엎드려 항복할 마음도 있었다. 아니 그러길 바랬다…
다수와 또한 권위자 그룹과 동화되길 바라는 아주 단순하고 속물적인 욕구에서.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나에겐 여전히 엑스표였고, 인정할 수 없는 오바보이였다.
나 역시 내 나라의 이 영화에 던져진 세계 영화계의 극찬을 흉내라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으련만
어쩔 수 없다고.
특히나 15년간 몬스터로 사육된 사내가 그 단 하나의 발견에, 그것이 아무리 충격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것에 그리 갑자기 몬스터가 아닌 한 ‘아비’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몬스터는….돌아갈 곳이 없어.
한 순간의 극적 모멘트로 돌변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의 진짜 슬픔이자 지긋지긋한 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그 순간 최민식이 이젠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몬스터가 되어버리는 보다 다른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똑같이 혀를 자른다 해도 말이야.
구구절절할 영화 얘기는 이만 제쳐두고//
재밌는 건 나란 인간이 나를 들여다 볼 때 가지는 집요함이다.
영화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가 지금에 와서야 실은 멋진 것으로 (내 속에서) 판명된다면,
그것은 이 영화에 바쳐진 찬사가 만들어낸 후광 때문일까
아니면 당시 영화 보는 눈 어두운 내가 놓치고 못 본 빛나는 그 ‘무엇’ 때문일까.
이 영화가 여전히 불쾌하다면,
그것은 여전히 영화가 내게 진실로 그리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인해 불쾌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영화가 누린 모든 찬사에 지고 싶지 않은 나의 고집과 자존심 때문일까
이런 복잡한 질문들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경도되지 않은 오리지널한 나만의 감각을 찾는다는 거.
간만의 흥미진진한 줄타기였다.
하옇튼 결론은 X라니까.
그렇다고 이 영화에 동그라미 백 만개를 보내는 이들을 미워할 생각도 없다고.
다른 것일 뿐이니까.
다르다는 이유로 미워하지 말자고.
그렇게 되기 시작하면, 미움받기 싫어서 자신을 속이고 싶을 지도 모르잖아.
참 잠 자기도 부족한 이 아까운 시간에, 별 횡설수설을 다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
올드보이를 본 그 날도 그랬는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토요일 밤이었고,
엄마의 무슨 말 때문에 팩 토라져 나가서는 꼼장어에 소주 한 잔을 걸쳤는데
적당히 알딸딸해져서는, 올드보이고 나발이고 눈 앞에 흔들거리는 봉림교가 마냥 좋았던 기억.
난 꼭 눈오는 날 강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떤 면에선 너무너무나도 단순하고 순진무구한 나….. ㅎㅎ
해 놓고 보이 올드보이고 나발이고…그 말이 딱이네.
어여 자자~
자야 내일 또 놀지.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
그나저나 정말 어떤것을 판단함에 있어서 주변의 평가와 본질에 대한 느낌, 그리고 내 자신의 어떤 고집이라는 것은 항상 미묘하게 맞물리는듯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는 편이랍니다. ㅠㅠ (귀가 얇다고들 하지요..)
나도 별로였다오.
그래요, 딱! 그 느낌 “불쾌감”
불쾌감이었어요…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불쾌함조차도 박찬욱에게는 칭찬일수 있는 영화라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