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클럽(네오위즈)의 게임 파트가 ‘피망(pmang.com)‘으로 독립 선언했다. 8월 1일 오픈 전 티저 이벤트 페이지를 훔쳐 보며 든 생각
‘이젠 은퇴해야 하나?”
이 감각을 못 따라가겠다. 우..디자인은 왜 이리 멋진 것이고, 이벤트는 왜 이리 참신하더냐.
(이게 안 참신한 거라면, 유진이는 진짜 절망해야 할 지경일 것이다..)

피망 티저 이벤트 페이지 메인 (2003.7.25)
# 오픈 전 이벤트
0. 빨간 폭탄을 알려봐 : 유저마다 고유 ‘피망 URL’을 주고, 친구들에게 메신저나 메일로 이 페이지를 알린다. 이 자신의 고유 URL에 많은 이들이 방문할 수록 알리기 Point가 높아지고 이벤트 종료 후 Point가 가장 높은 500명 중 100명을 추첨해 플2, 나이키 MP3와 같은 선물을 준다.

1. 막을테면 막아봐 : 빨간선이나 파란선을 자르면 피망이 터짐. 빨간 폭탄 피망을 터지지 않고 선을 자른 경우 경품 지급. 하루에 1번 참여 가능 (내용 정확히 기억 안 남-_-; 비교적 참여하기 쉽고 진입장벽 낮은 간단한 게임 형식을 이용한 재방문 유도)
2. 뽁뽁이 게임에 도전해 봐 : 지뢰찾기 형식의 게임으로 빨간 폭탄 10개를 하나도 터트리지 않고 3분안에 모두 찾아내면 핸드폰으로 피망 코드 발송. 8월 1일 오픈일에 피망 코드 입력하면 경품의 기회가 주어짐. 참여 횟수 제한 없음. 난이도 있는 ‘게임’을 이용하여 중,고급 이용자(??-한마디로 그냥 와서 보고만 가기엔 심심한 욕구 충만한 이용자)에게 중독성있는 방문 유도.
3. PC 폭탄을 설치해봐 : ‘폭탄 설치하기’를 누르면 PC의 바탕화면에 피망 월페이퍼가 설치되고, 여기에서 돌아가는 피망 폭탄 프로모션이 8월 1일 오픈과 동시에 ‘깜짝 놀랄’ 선물로 바뀐다. 그 동안 이 피망 월페이퍼 피망 프로모션을 클릭하면 피망 사이트로 바로 이동한다. (유저의 데스크탑과 사이트를 연결하는 참신한 아이디어)
실지로 아직까지도 내 PC의 월페이퍼는 피망이 차지하고 있다. 8월 1일까지는 솔직히 깜짝 놀랄만한 선물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했고, 그 이후에는 바꾸기 귀찮아서. 난 그들의 이벤트 전략에 기꺼이 동참한 것이다.
사실 난 선물의 정체만큼이나 어떤 식으로 피망 폭탄이 선물로 바뀔까가 더 궁금했었다. (난 스파이더 맨에서도 스파이더 맨의 손바닥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장면이 어떻게 처리될까가 느무느무 궁금했었다.) 알라딘의 램프처럼 데스크톱에 돌아가던 피망 폭탄이 8월 1일 자정을 기해 펑~ 하고 불꽃놀이 한 판을 벌인 뒤 멋진 미놀타 7Hi로 바뀌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일까? 그리하여 난 마치 산타 할아버지를 만나고 말리라고 작정하고 이불 속에서 졸린 눈을 껌벅이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뜬 눈으로 보내는 아이의 심정으로 8월 1일을 기대했던 것이다.

유진이의 데스크탑 화면
결과는…뭐 그다지 뒤로 넘어갈만한 것은 없었다. 8월 1일 아침 컴을 켜자 월페이퍼에 한 줄의 암호같은 피망 코드가 새로이 떠 있었을 뿐, 현란한 불꽃놀이나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깜짝쇼 같은 것은 없었다. (제작비가 부족했나?) 난 얌전하게 사이트로 가서(이로써 다시 한 번 사이트 방문 & 로그인) 피망 코드를 입력하고, 피망이 내게 선사한 ‘깜짝 놀랄만한 선물’인 고스톱 머니 50만원을 받아 왔다. 피망은 나에겐 전혀 새로운 세계라 도저히 나에게 주어진 이 어마어마(?)한 돈의 환률에 대한 감이 안 잡힌다. 50만원이란 돈이 많은 건가? 아니면 적은 건가? 혹시…잭팟이라도 터트린건가? 마치 내 손 안에 50링깃이나 50페세타가 쥐어진 것처럼 낯설다. 피망 나라에선 이걸로 갓 구운 따끈한 햄치즈 페스츄리 하나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는 걸까? (유진이의 상상력이란 소박도 하지…햄치즈 페스츄리라니,,)
# 오픈 후 이벤트
1. 잭팟 터트리기 : 룰렛 같은 걸 돌려 소니 디지털 캠코더, 소니 홈씨어터, 스타 크루즈 주말권, HP 아이팩, Tomy 미니 애완로봇 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당첨 100%) 단 빨간 폭탄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 빨간 폭탄을 받으려면? 피망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 (우짜든동 일단 게임 해보게 하기)
2. 순간포착! 빨간폭탄 사진발~ : 코엑스나 메가박스에 설치된 프로모션용 빨간 폭탄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혹은 빨간 폭탄이 연상되는 사진을 찍어 보내면 상품 증정. (디지털 키드들의 생필품인 디카를 이용한 브랜딩, 커뮤니티)

3. 눈과 귀가 즐겁다 피망송 : 피망송을 친구들에게 보내면 선물을 준단다. 플래쉬로 열심히 만들었다. 왠지 일본삘 나는데 폭발적인 성원을 얻기에는 엽기성이나 유머 감각에서 2% 부족한 듯 싶다. 일관된 피망의 컨셉 비주얼도 연계되지 못했다.
4. 오픈 전 입력받은 핸드폰 번호로 피망의 오픈을 알려주었다. SMS의 내용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 옮겨본다.
‘드디어 터졌다! 빨간폭탄 피망! 지금 피망의 대규모 행운융단폭격이 시작!>>www.pmang.com’ 8월4일 오후 4:33
# 디자인
디자인에서 주목할 점은….잘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상용 웹디자인의 수준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보자. 보고 말하자.

전문 디자이너 혹은 그 누구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여하튼 내 눈에는 너무너무 잘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가 이 페이지의 기획자인데 디자이너가 이런 디자인을 들고 왔다면 너무 기뻐서 치와와로 변해버렸을 것 같다. (허지만 기획과 디자인, 개발의 그 속사정이야 그 누가 알랴. 마치 부부생활의 이면과도 같은 것. 겉보기와는 너무도 다른 일들이 벌어지지지 않는가. 여하튼 결과물이 좋으면 또 모든 것이 용서되는 우리네 프로-노가다 인생이여..)
이벤트 페이지가 참 예쁘다. 하지만, 예쁜만큼 사이트의 비주얼이 브랜드의 컨셉을 잘 살렸다는 점에 주목한다. 피망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대대손손 피자 위에 얹어 먹는 심심한 초록색의 야채이건만, 이 피망을 얼토당토않게 빨간 폭탄으로 유저들의 머리 속에 심자니 기획자나 카피라이터나 디자이너 모두가 그 얼마나 합심해 고민을 했을까 싶다.
-키워드 : 폭탄. 터지는 게임. 피망. 피망이 쏜다.
-비주얼 : 커다란 피망 폭탄이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피망을 폭탄으로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폭탄이 날라오고, 폭탄이 떨어지고, 폭탄이 터지는 비주얼을 강조한다.
자 그럼 이제 정유진 웹 전문가님께서는 ‘유저빌리티’과 ‘인포메이션 아키텍쳐’의 근엄한 잣대를 꺼내들 시간이 되셨도다. 다당당~ 일단 800*600 모드에서 보면 이 페이지는 가로/세로 스크롤이 생기며,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유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불필요하게 로고가 크게 디자인 되어있다. 또한 플래쉬 애니메이션이 남용되어 어지러운 감을 주며…헉 전문가님이 지금 이거 뭐하는 짓이야? 어짜피 이건 이벤트 페이지가 아닌가?
# 피망의 영리함
여긴 피망의 이벤트 페이지이다. 그리고 이 이벤트 페이지들은 피망의 원래 사이트와 별개로 돌아가는 사이트처럼 독립해 있다.
▶ 피망 메인 사이트
▶ 피망 이벤트 사이트
처음에 피망 사이트를 보고 ‘야, 이 사이트 디게 새롭고 특이한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이벤트 페이지에 압도된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 뿐이었다. 피망의 메인 사이트를 보면 지극히 기존 세이클럽의 스타일 가이드를 지루하리만큼 고~대로 따라갔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실상 별로 새롭지가 않은 것이다. (피망 사이트에서 피망 프로모션 배너 부분만 가리고 페이지를 보면 바로 감이 온다. 단정하고 정리가 잘 된 그런 일반적인 사이트다.)
하지만, 만약 사이트를 이대로 오픈했다면? 그것은 정말로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사이트로 다가가고 말았을 것이다. 네오위즈가 게임 부분을 독립시켰겠거니…하는 정도의. 허나, 이런 티저 사이트와 이벤트 페이지들의 참신함과 더 중요하게는 ‘터지는 게임 – 빨간 폭탄 피망’이라는 컨셉을 눈과 귀, 비주얼과 텍스트, 소리를 통해 마구 마구 주입을 시키면서 하나도 안 새로운 이 게임 사이트를 매우 새로운 것으로 포장하고 포지셔닝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자그마한 컨셉 하나로 사이트를 아주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마케팅의 성공이란 거지.
그런데 어떻게 성공한 줄 아냐구? FBI를 통해 피망의 로그 분석 파일이라도 입수했냐구? 실은 잘 모른다…-_-;; 그냥 그런 것 같다는 막연한 감일 뿐. 젊은 애들 모이는 사이트에서 이 피망이 꽤 회자가 되더란 것 정도만 확인했다. 심지어 피망의 오픈을 기뻐하기까지 하더라. (왜였을까? 그들도 나처럼 월페이퍼에 깔아놓은 빨간 폭탄이 산타 할아버지로 바뀌는 특수효과를 기대했던가?)
하지만 솔직히 이 점은 나도 묻고 싶다. 네오위즈 관계자님. 피망 사이트 런칭을 성공으로 보시나요? ‘마케팅의 승리’라는 표현을 써도 되겠습니까? (점점 뻔뻔해진다)
어쨌든 난, 이런 구도 (이벤트/마케팅/브랜드 페이지와 본 메인 페이지의 분리)가 참으로 흥미로웠다. 어떤 젊은 애들 겨냥하는 사이트들에서는 그야말로 젊은 애들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뭐가 뭐인지 구분을 못하고 사이트 전체를 실험적이고 현란한 플래쉬와 비주얼들로 깔아놓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잠시 참신해 보일지 모르지만 쓰는 입장이나 운영하는 입장이나 서로 부담스러워지고 그러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운영의 썰렁함, 업데이트의 썰렁함, 확장의 썰렁함 등…해서리 결국 유저 반응의 썰렁함이라는 파국으로. 그래서 더욱이 이런 네오위즈의 판단이 영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역할이 다른 페이지들은 분리하자는. 그래서 서로 자기 할 일에 충실하자는. 만약 이런 피망 이벤트 페이지의 과한 디자인들을 본 페이지에 마구 뿌렸다면?? 피망송이 사이트 전체에 마구 흘러나왔다면??
경험을 심는 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페이지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발로 치고 빠지는 영화 프로모션 사이트. 정보 전달 보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를 심는 게 중요하다. 결국 ‘극장가서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정보가 이런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시청각적 체험이 아무래도 중요해 진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대체로 아름다운 것이 더 잘 기능한다. 그런 페이지에서는 경험을 심는데 성공했는지를 가지고 성공을 따져야 한다. 다른 잣대는 모두 2차적인 것일 뿐이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하거나 기능을 제공해야 하는 사이트에서 지나치게 경험을 심는데 주력한다면, 그 또한 반갑지 않은 실패라는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지름길일 것이다.
Take-Out Entertainment를 내세우는 잼버거라는 정체 불명의 사이트를 접하고 그런 실패의 냄새를 감지했다. 배철수씨 목소리로 맥도날드 패러디한 tv 광고도 하드만. 이 또한 브랜드나 마케팅 효과가 더 중요한 사이트라고? 설마…킁킁 (다시 냄새 맡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