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천국과 지옥

#천국

지난 몇 년간을 써 온 네이버 뮤직 앱은 아직도 어디로 가야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려나…들어갈 때마다 헤매다만 나왔는데, 애플 뮤직은 딱 하루 쓰고 났더니 쓰기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인, 세상 단 하나 뿐인 나만의 앱으로 변신해 버렸다.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

들어도 들어도 좋은 음악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하루에도 여러 번 깜짝 깜짝 놀래면서 요런 보물들을 못 만나고 찾아 헤맨 지난 시간 내 인생이 아깝기만 했다. 담당자들도 애쓰고 있겠고, 톱100과는 교집합이 없는 독특한 내 음악 취향때문이기도 하겠지만은 어쨌든 그렇게 됐다. 지난 일주일 신세계를 경험하며, 음악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내 인생에서도 뭔가 이렇게 딱 맞는 채널을 못 찾고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새로운 차원의 의구심으로 발전될 정도였으니.

늙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감수성이 메말라서, 더 이상 내 마음이 음악같은 건 원하지 않게 된 거라고. 아니었다.오밤중에 일어나 미친듯이 쿵쿵거리며 춤을 추기도 했고, 이불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음악으로 밤을 세우고 아침을 맞는 것도, 어둠 속에서 핸드폰 액정만 들여다보는 것도, 아이폰6를 거꾸로 들고 끝도 없이 클릭질을 하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저 난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래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선 이렇게 나를 위한 음악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어.

덕분에 극도의 수면부족과 시력감퇴, 노안 등등 부작용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난 애플 뮤직과의 연애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 오프라인으로 듣기>로 차 안에서 간밤에 받아놓은 수 백 여곡을 랜덤 플레이 하고, 귀에다 이어폰을 달고 살며 하루에도 여러 번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음악 퀄리티에 자뻑을 했다. 뜬금없이 DJ가 되고 싶기도 했다. 이 좋은 음악들을 혼자 듣기가 아까웠다. 세상의 문 하나가 새로 활짝 열린 느낌이었다.

#지옥

어제 저녁, 한국 앱 하나 받으려고 로그아웃하고 한국 계정으로 들어가려다 보니 한국 계정도 로그인이 안되고, 애플 뮤직을 썼던 미국 계정도 로그인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 졸지에 iOS 미아가 되어 vpn 앱을 받고 등등 난리를 치다가 결국 수십 번 트라이 끝에 간신히 미국 계정으로 로그인하긴 했는데…. 그것도 사실 참 요상한 일이다. 안될려면 끝까지 안 돼야지…왜 수십번 하다보니까 들어가 지냐고. 수십 번을 그러고 있는 나도 웃기지만. 절박하고 궁지에 몰리면 사람은 그런 일이 하나도 웃기지 않고 다 하게 된다.

열튼 천신만고끝에 로그인을 했는데 !!! 두근두근 뮤직 앱에 들어갔더니 그동안 담아놨던 모든 음악이 날라가 버린 것이다. 일주일동안 밤새워 만든 리스트와 받아놓은 곡들이 싹 다. 그 음악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는데! 우린 이제 시작일 뿐인데.

충격과 공포였다. 결론적으로는 무수한 검색질과 잔머리 끝에 아이클라우드의 애플 뮤직 라이브러리를 on시키자 리스트들이 돌아왔지만, 나로선 알 수 없는 ‘병합’과 ‘ 대체’라는 옵션의 기로에서 ‘병합’을 선택한 결과 결국 제일 많은 곡을 담아뒀던 제일 소중한 리스트는 날라갔고, 파일 다운로드는 모두 다 새로 해야 했다.

덕분에 음악 제목 A부터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으며 음악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 C까지 마쳤고 이건 하면 그냥 언젠가는 끝나는 종류의 일이다. 최소한 만나자마자 이별같은 어이없는 상실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리스트를 다시 다운로드를 받는다 해도 언제 이 리스트가 날아갈지, 음원의 접근이 언제 막힐지, 언제 다시 계정이 튕겨나갈지는 알 수 없다.

음악에 있어서 난 집을 찾았고, 여기가 끝(이자 많은 것들의 시작)이라고 감을 잡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국인이 아닌 내가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와 애플 뮤직을 듣는다는 것. 그것은 근사한 최고급 남의 집에 부실한 계약 관계로 몰래 들어와 얹혀 사는 난민이라는 의미였다. 내가 아무리 여기서 진심의 아이러브유를 외치며 열심히 채우고 꾸며도, 언제 쫓겨날 지 모른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집, 닫혀버린 문 앞에서 내 처지를 실감했다.

하지만, 난 지금 무슨 노래 가사가 지목한 바로 그 시점이다. 멈출 수가 없었어~~ 그땐~~ 아무리 그래도 다시 네이버 뮤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다시 파일들을 받기 시작한다. 이어폰과 스피커도 새로 알아보고 있다. Vifa 코펜하겐이 맘에 딱 차는데, 가격이 하늘에 매달려 있다. Vifa를 보고 나니, B&O도, B&W, Boss도 다 눈에 안 들어온다. 돌아와 보면 난 그냥 에어플레이 되는 Tivoli model one이 필요한 것일 뿐인데, 그런 건 또 없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 애플 카플레이는 어떻게 다는 걸까. 난 정말루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고 기가 막힌 음악의 성이라도 쌓을 기세다.

한국 앱스토어에만 있는 앱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존에 한국 계정으로 받은 앱들 업뎃은 어떡하지? 기기가 초기화되거나 OS를 업그레이드를 하면 어떻게 되려나…폭풍 검색이 답해 주지 않는 문제들. 애플 뮤직을 지키려면 난 계속 이 낯선 계정 안에만 갇혀있어야 할 지도 모른다.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내딛지 못하고.

그런데도 계속해서 음원들을 받고 리스트를 추가한다. 모든 게 한 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헛수고가 될지도 모를 일을 밤을 세워가며 또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멈출 수가 없다.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것을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난 대체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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