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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두 편의 영화 : 터미널,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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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부대가 떨어뜨리고 간 공짜표를 손에 쥐고 의무감에 못 이겨 스스로의 등을 떠밀듯이…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스스로 걸어잠근 이 네모 상자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 하여. 당근 보길 잘했지. 늘 깨닫게 되지만, 영화란 참 멋진 것이다.

1. 터미널 (Terminal)

와하핫. 스필버그씨. 영화를 보고 마구 웃음이 난다. 이번에도 역시 이렇게 끝내고 말았어. 이토록 이너내셔널하게 호소력 있는 강력한 이야기와 멋진 배우와 화면들, 기막힌 편집과 …하옇튼 시종일관 잘 만든 헐리우도 영화의 교과서를 써가다가도, 막판엔 결국 저렇게 얼토당토않은 동화로 끝을 맺어버린다. 너무나도 스필버그틱!! It’s so Spielberg~!! ㅋㅋ

치열하고 잔인한 전장의 리얼리티, 처참한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역사의식, 미래 사회를 배경을 한 눈물나게 인간다운 로봇의 애정결핍기도 결국엔 다 그렇게. 아니 뭐 그래두, 내가 스필버그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 딴지 걸 처지는 아니라 하더라두, 정말 그 결론들이란 하나도 안 빼놓고 (가끔 예외란 것도 있을 수 있으련만) 너무나 한결같고 너무나 스필버그스럽다.

케네디 공항을 빠져나가는 라보스키를 보며 공항 관리자가 이제 곧 몇 천명의 탑승객이 오니 빨리 들어가자고 하는 장면이란…진짜 팀버튼이나 코헨쓰 같은 이들의 패로디감이다 ㅋㅋ

근데 이 아저씨는 정말로 그게 좋은거다. 그렇게 밖에는 끝맺을 수가 없는 거고, 그게 통하는 걸 아니까, 그걸로 성공을 했으니까 자꾸 그렇게 하는거다. 아무리 말도 안 되고, 비현실적이고, 유치뽕짝이라 하더라도 스필버그의 성공의 공식이란 내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결과로 입증된 작업의 산물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영화가 막판에 갑자기 19세 이상 공감불가 딱지가 붙는 것 같은 이 아햏햏한 느낌^^은? ㅎㅎ

그런데 기다림이란 뭘까. 캐터린 제타존스는 불륜의 유부남 애인을 기다리고, 라보스키 아빠는 사인을 기다리고, 라보스키는 뉴욕을 기다리고….기다림 기다림. 다들 기다리는데, 문득 이런 시가 떠올랐다.

모두들 한 사람씩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모두들 한 사람씩을 찾고 있읍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도
이렇게 많은 날 서로 만나고 헤어져도
모두들 한 가지만을 생각하며 섰읍니다.
모두들 한 사람씩만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모두들 한 사람씩만 만나고 헤어지고 있읍니다.

도종환 ‘서울역’ from 접시꽃당신2 (원도 아닌 투 ㅎㅎ..)

터미널 ==> 서울역? ㅎㅎ

뭐 10살인가 (–>정확치 않음..하옇튼 무지 어렸을 때)부터 카메라를 들었다는 스필버그는 카메라의 앵글로 세상을 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휴고보스 쇼윈도에 얼굴 대 보는 장면 같은 건 정말 그런 눈이 있는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장면같다.

한편! 이 영화에서 그려진 라보스키의 목공 기술은 정말 섹시(???)해. 나폴레옹이 조세핀에게 선물했었다던 벽은 꼭 클림트의 황금빛 망토같으다. 핸디맨이 예술을 해버렸어. 핸디맨, 핸디맨…핸디맨이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3번, 핸디맨을 불러볼까? ㅎㅎ

2. 살인의 추억

OCN…이제서야 봤다!!! 아아, 봉준호 감독은 정말 대단한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감탄 & 감동. 많이 웃고, 내내 화장실도 못 가고, 화장도 못 지우고 가슴졸이며 흥미진진하게 봤다.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거의 손꼽겠다.

송강호 아저씨가 그려내는 중하층 서민의 퍼소나는 기름 때묻은 아버지 검은 팔뚝에 펄떡펄떡 꿈틀대는 푸른 심줄같다. 그가 국민배우라면, 그건 마치 ‘친구’라는 영화처럼, 어 저거 정말 진짜같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메아리 친 그런 공감 때문일 것이다. 표정 하나, 대사 한 줄 속에 그 이전에는 아무도 표현하지 않았던 or 못했던 진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언어와 몸짓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 피카소 작품 뺨칠 난이도 A++ 써라운드 입체 3D 캐릭터 해상력, 캡이다.

송강호와 김상경, 해피엔딩에서의 전도연, 메멘토에서의 가이피어스…
난 그렇게 지치고 시달리는, 제가 친 덫에 걸린 운명적 피곤 속에서 뒤틀려가는 캐릭터들을 사랑한다.

2 comments on “주말, 두 편의 영화 : 터미널, 살인의 추억”

  1. 이거 쓸 때 살인의 추억 앞에 부분을 살짝 못 보고 썼는데,,,
    오늘 봤음!! (땡스 CGV)
    보고난 유진이는 변희봉 아저씨한테두 올인할래요~! 논두렁 씬 듀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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