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유성군 : Like Shooting Stars in the Twilight
by HIROKANE Kenshi
칠년칠석회. 77년 7월 7일에 헤어지게 된 25살 스미코와 29살 테라지마. 이들은 앞으로 7년에 한 번, 칠석날 무찌마 만남을 갖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벌써 두 번의 뜨거운 만남을 가진 두 사람. 스미코에게 싫증이 나 먼저 헤어지자고 한 테라지마는 이 두 번의 만남을 통해 나이를 먹어가며 더욱 진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를 느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세 번째 칠년칠석회 만남을 기다리는 테라지마…그는 이제 46세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헤어진 연인과 7년에 한 번 만난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칠년칠석회는 제일 재미있게 봤던 에피 중 하나. 뭐랄까. 그런 약속이 있다면 살면서 어디 장롱 깊숙한 데 되게 맛있고 값진 쵸콜렛 상자 하나 숨겨 둔 그런 기분일 것 같다.
황혼유성군은 인생의 말미에 와서야, 문득 장롱에 숨겨두었던 것이 기억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런 각양각색의 쵸콜렛 상자들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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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짧지만 짜릿한 엔터테인먼트, 황혼유성군.
한마디로 황혼판 “Sex and the City”랄까?
좌천당할 위기에서 스위스에 여행갔다 우연히 만난 한 여인 때문에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의사에게 반해 화장대 앞에서 꽃단장을 하는 70대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까지…제목처럼 황혼의 문턱을 넘은 이들이 외치는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만화는 남녀 나이 합쳐 100살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을 안다고 주장한다.
주인공들은 대개 기혼남, 기혼녀거나 이혼, 사별한 사람들. 모두들 어떤 식으로든 위기에 봉착해 있다. 황혼유성군은 나이먹어 하는 사랑을 열렬히 지지하며, 이들이 사랑을 통해 새 삶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70넘어도 충분히 정력적으로 섹스할 수 있고, 가슴 깊이 애정의 불길이 활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심축에 있는 사상(^^;;). 시마과장이 직장 남자들의 판타지를 그렸다면, 이건 모 완죤 황혼판 하이틴 로맨스다.
기본 컨셉은 이렇지만 한 20권으로 넘어가며 수 십개의 에피소드들을 전개하다 보니, 중간에는 황혼의 사랑의 의미보다는 스토킹이니 괴기담이니 하는 소재주의로 치우치기도 하고 그냥 밋밋하다가 후다닥 끝을 맺는 단순한 스토리로 아쉬운 에피도 몇 개 있다.
그래도 이미 시마부장 때부터 충분히 학습된 히로가네 켄시상의 익숙한 그림 스타일과 뒷단의 취재 과정을 상상하며 고개 숙이게 만드는 다채로운 스토리 디테일들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매 에피마다 강도높은 R등급 베드신이 꼭 한 장면 이상.. 때로는 여러 장면에 걸쳐 들어가 있는데, 이 역시 시마 과장/부장에서부터 많이 봐온 풍경들이라 이미 그리 색스럽진 않다. (지하철에서 남들이 엿볼 수 없는 각도를 잡느라 신경쓰이긴 했어도^^;;)
그래도 이거나 저거나 별다를 바 없는 만화 속 남과 여의 살섞음이나마 각 에피마다 다른 느낌, 다른 앵글로 연출하려고 한 프로 정신만은 무척 돋보인다할 수 있겠다. ^^
개인적으론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더 정확히는 죽음을 더 가까이 두었기에만 가능한 것들도 꽤 많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일듦을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틈새각.
한 남자를 두 여자가 공유하는 것, 젊은 날엔 결코 잘 수 없었던 상대와 자 보는 것, 죄책감없이 바람을 피우거나 바람피는 파트너를 인정을 넘어 이해하는 것. 다른 이와 결혼한 옛사랑과 하게 될 1년에 한 번씩의 데이트를 기대하는 것. 둘이 함께 죽음을 담담히 바라보는 것. 지금이라면 오마이갓… 도리질치며 버선 발로 도망칠 이 모든 것들.
몸이 안 따라줘서 못 하는 것들이 많아질 만큼, 죽음을 가까이 두고 열리게 되는 그 마음의 너그러움이 깊은 눈으로 okay 사인 보내 주는 그런 것들도 더 많아질 지 모른다. 도덕/비도덕의 짧은 잣대로는 재어지지 않는, 인간보다는 보다 자연에 가까워지는 그런 나이가 되면. 그래서만 가능해 지는 어떤 것들이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지도.
세이코 38세 남은 인생 34년
모리모토 52세 남은 인생 25년
내가 그리는 황혼의 로망은 섹스앤더시티의 시즌 5인가…캐리가 혼자 부두가 벤치 같은데 앉아서 폼잡고 한껏 being single을 즐기는데, 저쪽 벤치에서 왠 백발의 노부부가 너무나 다정한 모습으로 말없이 손을 맞잡고 서로에게 의지해 있는 모습. 언제나처럼 스타일리시 극치인 의상과 헤어와 액세서리로 도배한 캐리는 멍한 표정으로 백기 펄럭.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온, 그 무엇도 틈입할 수 없는 둘 만의 세계의 성스런 힘 앞에서 풀썩~ 무릎 꿇는다.
가끔 관악산에서 노부부가 똑같은 빨간 등산 스카프 매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손 꼭 잡고 산에 오르는 모습을 마주치게 된다. 그런 거 마냥 보기 좋다가도 한 편 머리가 띵~해온다. 저 나이 때 저렇게 되어 있으려면 이미 지금쯤 꽤 진도가 나가 있어야 하는데. (만나고 열렬히 사랑하다 아웅다웅하고 서로의 다른 점을 파악하고 겨우 현실에 눈을 떠 이 남자랑 살어말어 뭐 이 정도 수준이라도)
꼭 절대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그러한 듯 하다. 여자와 남자, 서로 다른 별에서 온 타인이 만나 정말 ‘관계’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만들려면, 두 사람이 아무리 뜨겁고 총명하고 심지어 한 눈에 반해 몸과 영혼이 동시에 바램유를 외쳤다 하더라도, 그게 진짜가 되려면 물리적인 절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세월 없이는 아무리 예뻐도 좀 종이꽃 같다라는.
1달, 1년, 10년…의 풍파와 부대낌의 세월을 거쳐오며 다져진 그 무엇만이, 죽음으로 수렴하며 점점 약해져가는 인간을 허무의 바다에서 구해내는 구명보트가 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절대 시간을 통해서만 가능한 수준의 관계성에 급행으로, 초단시간에 도달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정말로 남은 시간이 없기에, 그렇게 오래두고 바칠 시간이 없기에. 이 역시 시간과 기회가 넘치는 젊은이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황혼유성군들만의 생존본능형 초능력일 것 같다.
사랑이 끝나면 인생도 끝난다. 그래서 모두들 사랑을 쫓아간다. 숨이 다하는 한까지…살아있으되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아아, 이조차 아직 그 나이를 살아보지 못한 유진이가 품은 황혼에 대한 가상의 판타지일 뿐이다. please, let it happen………..but with only one.
어, 나도 주말에 이 만화 5권까지 빌려다 보았는데… 그래… 살수록 더 힘든게 남자, 남편과의 관계얌… 뭐 당분간은 스스로들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으. 둘 다 너무 여유들이 없어서 말얌. 보고프다… 9월이 가기 전에 함 꼬옥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