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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부장 9,10,11 : 오빠들의 로망, 언니들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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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부서에서 음반 사업부서 ‘선라이트’로 자리를 옮겼지만
Mr.시마의 파란만장한 비즈니스 개척기와 애정 편력은 끝도 한도 없이 이어진다.
(아마 영원히 안 끝날 거 같다…히로카네 켄시씨가 펜을 꺾는 날 까진)

여튼 이번 시즌에선 Love of his life였던 오마치 구미코 대신
조그만 요정 술집을 열고 있는 카츠코란 여인이 시마의 스테디 파트너로 등장한다.

(시마팬이라면 모두들 아시다시피, 아무리 많은 여자를 스쳐가도 그에겐 늘 스테디한 마음의 연인이 존재한다.
이런 존재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편력이라도 허무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켄시씨는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재회며, 예전에 나온 적이 있다는 데 내 기억으론 가물하다.
여하튼 12년 만에 안은 카츠코는 벨벳처럼 촉촉하고 어쨌대나 뭐래나. (운도 억세게도 좋은 놈)

게다가 그녀, 그에게 안기고 난 후 이런 엄청난 멘트까지 날린다.

‘방탕’해도 좋으니까 가끔은 나도 좀 만나줘요.

대체 이게 왠 헛소린지. ㅋㅋ

이래서 시마 부장이야말로 오빠들만의 로망,
일에서건 사랑에서건 내면의 팬터지를 실현시켜준다는 점에서 시마 과장은 여자애들이 탐닉하는 하이틴 로맨스와 다를 바 없다.

이 순간 가츠코는 남자판 백마탄 기사이며,
그녀의 멘트는 신데렐라의 왕자가 그녀를 영겁의 괴로움(=솔로부대 ㅋㅋ)에서 구원하며 날리는 한 마디
‘당신은 나의 공주, 영원히 사랑하겠소’만큼이나 현실성 없으면서도 심장을 녹여내리는 결정적 멘트다.

또한 섹스앤더시티를 보면서, 세상 여자가 다 저렇게 많은 파트너와 잦은 섹스를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그런데 혹시….
살다가 억세게 운이 좋기도 하다보면 이런 멘트를 날려주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도 있으려나.
혹시 내가 21세기의 새로운 트렌드에 동참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 바로 이런 태도가 모랄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것..따위야 내 상관할 바 아니고
이런 불안감이야말로 It’s just so cheap…..

제길 사랑에 트렌드가 어딨냐. 사회문화에 노출되어 행동 패턴에 있어
방부제가 1년에 우리 몸에 한 숟가락씩 쌓여가는 것 만큼의 영향이야 받겠지만은
그렇다고 밥 안 먹고 사는 사람 있나.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도 트렌드 따지며 좋아하나.

섹스앤더시티 대본 작가할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사랑에서마저 트렌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야 하리)
난 그냥 단순하게 내 마음의 충실함을 주장하며 살련다.

하지만 해피뉴센츄리
교토에 있던 카츠코가 단 10분의 키스를 위해 도쿄로 올라와 1999년 11시 55분 부터 2000년 12시 5분까지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을 배경으로 나누는 그 2세기 동안의 키스만은 상상만해도 정말 멋졌다.

이건 오빠들은 모르는 언니들만의 로망. 헤~….

이런 비현실적인 로망의 부분을 제외하면, 시마 시리즈가 배경으로 그리는 일본 사회와 세계 경제의 변화는
부분부분 유사 다큐멘터리에 가까우리만큼 매우 리얼하고 흥미롭다.

사회 전체의 흐름를 꿰뚫는 직관이란 게 보이고,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경제의 현황이란 걸 스토리의 배경으로 까는 데 있어서도
쉽게 들고 보는 만화라는 장르에 어색하지 않게끔 유연하게 풀어낸다.

예를 들어, 시마 부장 초반에 나오는 와인에 대한 내용,
왜 지금 와인이며 와인이란 무엇이며 와인이란 어떤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한다는 것들을 설명하는데
왠만한 와인 교과서 보다도 ..(음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와인 교과서를 읽어본 적이 없군)
어쨌든 매우 훌륭하고 정보충만하며 …더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

객관을 지향하는 교과서의 포맷에선 나올 수 없는,
직접 와인 제조와 유통을 체험하고 그것을 좋아하고 그 핵심을 파악한 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생생하고 유쾌한 경험치의 향연이랄까.

나 역시 글을 쓰는? 썼던? 쓸? (정체성의 혼란) 사람으로 그 취재의 성실함과 치밀함에 존경을 표한다.

2000년 초반 일본 경제의 붕괴에 대한 묘사도 그렇다.
한국인인 내가 이만큼 느낄 정도면, 일본인들은 얼마나 더 공감할까.

하지만 내러티브면에선 이제는 예측이 가능하리만치 (‘음…이제는 여자 하나가 나타날 때가 됐군’)
패턴화된 스토리의 전개가 다채로운 소재들을 가지고 베리에이션’만’ 되고 있다.

(도전 상황에 닥친 시마 → 편법을 쓰지 않고 정공으로 승부 →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자세만으론 어려움에 처함 → 시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묘령의 여인 등장 → 로맨스와 비즈니스 문제를 일거에 해결)

같은 패턴으로 실적과 무관한 그의 불운 역시 계속되어, 시마는 이제 지방의 판매 부서로 전출되고
시마 과장때 등장했던 사이 무척 별로인 곤노를 상사로 모시는 악운을 겪게 된다.

물론 이런 데 흔들릴 시마는 아니지만서도.
시마야 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역전의 독고다이 샐러리맨의 표상 아닌가.

어쨌든 시마는 부장직을 달고도 일본 경제의 붕괴와 파벌주의를 거부하는 비주류에 대한 악의 속에서
여전히 하쯔시바의 변방을 떠돌며 악전고투하고 있다.

와인이나 레코드 산업이 다소 소재주의에 기댄 바 있다면,
전자제품 판매 부서로의 전출은 시마가 보다 비즈니스란 것, 그 자체의 핵심과 대결하게 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어쩌면 이번 시즌(?)이 시마가 다시 하쯔시바 중앙으로 진출하게 되는 전기가 되지 않을까?
뻔하다 뻔하다 하면서도 난 또다시 시마부장 12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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