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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 TV한테 맞은 문화 폭격

그리스 예술에서 브리티쉬 록, 장진과 어떤 날, 챔피언스 리그까지…이건 정말 폭격이다 폭격.
이런 장단 다 맞추고 살만큼 한가해선 안되지만, 오늘 느낌은 좀 특별해.
거기에 얽히고 설킨 어린 시절의 추억들 때문이다.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유진!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일단 무시하고…………..

EBS 9:00~9:30
진중권의 미학의 눈으로 읽는 서양 예술사
<그리스 예술의 원리>

진중권이라는 이름에 관심과 의구심을 동시에 던지며 채널을 돌렸다. 무척 색깔있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공이다. 오늘은 그리스와 이집트 예술을 비교하며, 왜 그리스 예술이 보다 인간 중심적이며 왜 이집트에서는 없었던 ‘창작자’의 브랜드가 만들어 질 수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리스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보여주는 그림과 하는 얘기를 맞춰보니, 잘 맞고 무척 재미나다. 그런데 진중권씨 본래 전공이 이런 거란다. 내일은 중세 미술에 대해…매주 월수금 EBS 9:00~9:30 녹화떠서 보고프다. 이 프로그램은 12월 3일까지 계속된다. 볼 만 하다.

EBS 12:20(am)~
EBS 뮤직 갤러리 <브리티쉬 록 심포니>

한 사람의 뮤지션이나 테마를 정해 집중 방송해 주는 음악 프로그램. 임진모 씨가 나와서 중간에 해설을 해 준다. 오늘은 <브리티쉬 록 심포니>편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더 정확히는 내 나이대 인간들이만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들이 좌르륵- Black Bird, Norwegian Wood 등 비틀즈, Stairway to Heaven, Whiter shadow of pale…등. 앨리스 쿠퍼 같은 진기한 얼굴도 볼 수 있었으나, 개인적인 감동은 폴 영이었다. 아…중딩 때 라디오를 따라부르며 외우다시피 했던(이 아니고 다 외웠던) ‘Everytime you go away’ 그 꽃미남이 저런 늙수구레 아저씨가 됐단 말인가. 세월이란…

FM의 황금시대는 아무래도 내가 중딩 때가 아니었나 싶다. 별밤에 엽서 당첨 될라구 주말에 친구들끼리 조짜서 엽서 꾸미기 하던 기억, 정동으로 자연농원으로…공개 방송 따라다니던 기억. (나 방송도 몇 번 탔다. ㅋㅋ) 밤마다 별밤에 귀를 기울이고, 오늘의 게스트를 기다렸던 기억. 별밤 뽐내기~! …실은 뽐내기는 별밤에 대한 나의 열광이 사라진 이후의 작품이다. 하지만, 뽐내기 때문에 다시 라디오 앞에 가서 귀를 쫑긋 세우곤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 FM 히스토리에서의 압권이자 정점은 일요일 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였다. 매 주 일욜 밤마다 공개 방송을 들으며 베개를 껴안구 미친듯이 킥킥거렸지. 늘 헤드폰을 끼고 들었는데, 아빠가 얘가 미쳤나…빼꼼히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며 갸우뚱해 하시던 표정이 생생하다.

지금은 맛탱이가 갔지만 당시 이종환 아저씨의 말빨은 가히 압권이었다. 여기에 이문세와 이택림이 합세한 세 트리오의 이빨은 정말 장안을 들썩거리게 한 최고의 화제였다. 특히, 이택림…얼마나 웃겼는지. 한번은 진짜 웃다가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월요일 아침이면 공개방송 녹음 테이프가 돌 정도였으니. 그걸 안 들으면 말이 안 통하는, 밤의 디스크쇼 공개 방송은 그런 우리 시대의 문화적 코드였다. 난 대학와서도 그 테이프 간직한 친구를 봤다. 다시 들어도 정말!!!! 웃겼다. 누구 구거 가진 사람 없나?

내일부터 티나터너, 딥퍼플, 본조비, 에릭 크랩튼..으로 이어진다. 잼있겠군. 섹스앤더시티도 봐야 하는디…바쁘다 바뻐.

한뼘 드라마 <택시드라이버>
MBC 밤 12:50

MBC에서 한뼘 드라마라는 걸 한다. 매일매일 5분씩 해 주는 콤팩트 드라마. 오늘 첨 봤다. 장진이 택시 드라이버로 나오네.

공짜표로 가서 얼굴만 디밀고 온 무신 베토벤 연주회가 끝나고 일 관계 때문에 만난 장진은 당시 엄정화를 앞세워 <택시 드리벌>이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택시 드리벌→택시 드라이버??) 아마 거기 나온 배우들이 지금의 장진 사단 그 얼굴들일거다. 그 때 장진은 영화 감독도 아니었지만, 이미 재주많고 세련되고 깔끔하고 자기 완결성을 갖춘 선수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옷도 그 장소에 맞게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잘 입었고. 그리고 그 때 이미 쿨~…했다. 나보다 한 살 밖에 더 많지도 않은 게. 기껏해야 스물 일곱?여덟? 밖에 안 먹은게. 난 그 때 이룬 것도 없었고, 옷도 웃겼고, 온통 뻘쭘해 하기만 했거든. (그러니까………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할튼 그 장진이 나온다. 하기야 장진군 원래 연기 전공이니까. 드라마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난 엽편소설이나 하이쿠에서 느껴지는 짧지만 기승전결의 탁 치고 나오는 묘를 느끼게 해 주다가 엔딩 크레딧에선 긴 여운을 남기는 완결된 5분짜리 드라마를 기대했는데, (진짜 눈 높다 ㅋㅋ) 그냥 조금 짧은 얘기를 몇 편으로 짤라만 놨드라. 짧을 수록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부늬기’에 의존한 느낌이고, 길지도 않은 10분을 끌어가는 힘이 약하다. 이걸 매일 밤 12시 50분에 챙겨 보라고? 설마…

황인뢰표..라는 건 대체 어디로 간거야?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한 순간, 음악 하나가 흐른다. <어떤 날>의 노래다…..출발. 고3 내내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들었던 바로 그 어떤 날……내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떤 날. 며칠 전 부터, 올핸 언젠쯤 ‘소녀여’를 틀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매년 반복되는 나만의 리추얼. 가을엔 칼라 보노프의 ‘The letter’, 추운 바람 부는 겨울 밤엔 어떤 날의 ‘소녀여’…그리고 이병우 1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그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확 깨게 만드는 정말 안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요새 세상에 어떤 날을 틀고 다니는 택시 드라이버라니….갑자기 드라마 속의 시공간이 생경하게 멀어졌다. 하지만 난 또 그 음악에서 황인뢰표 드라마의 지문을 본거야. ‘연애의 기초’인가 어딘가에서 왜 비디오 가게에서 두 남녀가 비디오 들고 어색해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길버트 그레이프 였던 것처럼. 길버트 그레이프 말야. 그게 바로 코드라는 거 아니겠어? 통하는 이와 안 통하는 이를 구분하는….

근데 왜 이런 데서만 그의 향기를 느껴야 하는 거지…..나 역시 호흡이 너무 짧아진건가?

언젠가 눈이 없던 늦겨울에 내가 만났던
몹시도 추위를 타던 소녀

자그만 실장갑에 웃음지며 입김을 불던
그 소녀

쓰라린 찬바람에 얼어붙은 거리를 거닐며
귀에 익은 듯한 멜로디로 휘파람 불던

허름한 가로수가 떨고 있는 도시를 보며
넌 문득 바다를 얘기했지

아…듣고 싶다. 그 낡은 아이와의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왔던 그 소리 그대로…그 때 그 마음으로.

급한대로 벅스 가서 들어보려 하니 딱 ‘소녀여’만 짤리는군. (스트리밍 파일 문제)
하하…

올해 부로 내 방엔 테이프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기계가 암껏두 없어졌는데.

CD를 사면 된다고?
물론 그렇지…………………………………….

MBC 스포츠 특선
UEFA 축구 하이라이트 첼시 : 라치오 (4:0 첼시 승)

유벤투스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기는 이미 본 거고, 첼시와 라치오 경기의 서머리에 집중했다.

저녁 때 스포츠 뉴스에서 첼시가 뉴캐슬을 5대 빵으로 눌러버렸단 뉴스를 보고, 순간 멍~했었는데 첼시와 라치오의 경기마저 4대 빵으로 첼시의 승리. 첼시의 행보는 악 소리 난다. 특히 베론의 프리킥을 되받아친 크레스포의 슛 …골을 넣은 크레스포가 아니라, 베론의 그 사전 프리킥이 정말 예술이었다. 라치오 시절의 베론이란 이런 모습이었던걸까? 골 문 앞에서 저돌적으로 두 세명의 수비수를 돌파해 들어가며 파워풀하게 슛을 날린 더프의 세번째 골도 멋졌다.

우~~ 첼시. 너무 강하다.
돈만으로도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니,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엄밀히 말하면, 돈의 힘만은 아니지만.
좋은 안목으로 선수들 잘 골랐고, 주저 않고 베팅했잖아. 있어도 못 쓰는게 돈인데.

레알 마드리드에서 넘어 온 마케렐레가 보고 싶었는데, 서머리 판인 관계로 수비 쪽은 거의 안 보여줬다.
여전히 베론의 플레이가 보고프다. 더 정확히는 그의 건재함을…

9 comments on “월요일 밤, TV한테 맞은 문화 폭격”

  1. 요즘 부쩍 내가 첫 테이프를 끊는군…(사실 무쟈게 바쁜데 말이지… 무슨 베짱일까? ㅡㅡ;)

    언니 TV 프로그램 소개해도 되겠다.
    모두다 보고싶군.

    난 그리스란 나라에 대단히 관심이 많지.
    이집트도 마찬가지…특히 두 나라의 신화나 역사소설 읽는데 나의 취미일 정도였는데…요새는 책은 커녕 웹서핑 할 기력도 없으니 원… 그리스 신화는 어렸을적부터 너무너무 좋아해서 학교에서 영어단어 외우라는 것은 죽어도 안해도 제우스부터 헤라등등 그리스 12신의 족보(?)는 꿰고 있지…흐흐흐
    (그래서 늘 세계사는 만점을 받곤 했는데…ㅡㅡ;)
    -> 내 가장 큰 단점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은 무지 열심히 하는데 싫어하는 것은 곧 죽어도 못하니 원…

    이집트는 과거 상형문자를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너무 좋아함…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되면 난 그리스 해안가에 (이왕이면 절벽위) 근사한 별장하나 짓기, 그리고 이집트에 작은 내 피라미드 만들기…흐흐흐

    아, 코멘트가 너무 길잖아? ㅡㅡ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두 페이지가 더 남았는데…
    담에 해야겠다…뒷 사람을 위하여… 지면을 남겨놓아야지…

    그럼 감기 조심하고…언니 안녕~

  2. 근데 그리스 예술이야기는 하나도 못했군…ㅡㅡ;
    (분명히 미리보기를 눌렀는데 왜 입력되었지?)

    머 그리스 신화가 곧 그리스 예술이지 모…조각상등등..흐흐

  3. 진중권씨의 전공이 ‘미학’이었다니… 의외네요. 그간의 활동이 넘 반골적이고 치열했기에… / 장진감독은 이제 ‘감독’이란 호칭이 더 어색해질 수도 있겠네요. 남들은 다 썰렁하다 했지만, 저는 ‘장진식 유머’가 꽤 유쾌했었는데… / 같이 돈을 썼지만 ‘레알’ 보다는 ‘첼시’ 쪽이 비용 대비 효과에서 더 후한 점수를 받을거란 생각이… 글구, 기존의 맨체스터엔 워낙 킥력이 좋은 선수들(베컴, 긱스, 제라드 등)이 많아 베론이 오히려 빛을 덜 본 측면이 있죠. 오히려 첼시 유니폼이 더 맞춤복일거에요.^^

  4. spica님 / 진중권의 글쓰기를 잘 보시면…
    항시 강조하는 헤겔 철학과 비트겐슈타인 발화론 등에
    맞닿아 있습니다…

    한겨레21 등에 기고했던 [책읽기] 관련 칼럼 등도…
    그 책들을 통한 미학 이론과 철학/글쓰기 방법론의
    설파(?)라고 할 수 있었죠 :-)

  5. 유진님의 글과 뒤에 붙여진 코멘트들은 하나같이 재미있어서 맛있는 음식 먹는 것 같네요.
    그런데 잘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요
    렉스님은 네이버에 있는 블로그인 것 같은데 네이버 원래의 블로그 포맷과 틀린 것 같고 spica님은 독립적인 블로그 같은데 뒤에 홈페이지 주소에 blog가 붙어 있네요. 어떤 수고들을 하면 이렇게 할 수 있는가요?

  6. 산토리니 가서 조르바 같은 남자를 만나
    우조를 마시며, 산투리 연주에 맞춰 춤 한판을 벌이면..
    후후..

  7. 최영호님, 제 블로그 주소에 blog가 붙은건 별 의미가 없어요. 그냥, cuve.co.kr 도메인 호스팅 공간의 blog라는 디렉토리에 설치했다는 얘기죠. 유진님 블로그의 경우는 제일 윗 디렉토리에 설치하신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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